공유

제76화

작가: 서인하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3-12-13 19:24:37
서강빈과 권효정은 곧장 공씨 저택에 도착했다.

이제 막 차에서 내렸는데 서강빈은 별장의 지세와 풍수에 충격을 받았다.

그야말로 으리으리하고 지리적 위치와 풍수가 일품이었다!

앞에는 명당이 있고 뒤에는 푸른 산이 있으니 전형적인 산과 강을 다 가진 환상의 지역이었다.

이런 곳에 살면 수명을 연장하고 재부를 쌓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주위 구조를 보니 풍수지리 전문가의 손길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문 앞에 세워진 두 개의 사자 모형의 바위는 이곳의 풍수와 기운을 받쳐주는 역할을 하고 있었다.

다만 서강빈은 한눈에 문제점을 찾아냈다.

바로 이곳의 풍수와 기운이 다하여 메말라가고 있다는 점이다.

게다가 이곳의 풍수는 이미 대흉으로 뒤바뀌고 있었는데 인위적인 요소가 매우 컸다!

누군가가 공씨 일가를 겨냥하는 걸까?

서강빈은 미간을 구기고 권효정과 함께 정원으로 들어갔다.

안에 들어서자마자 권효정은 찬바람이 옷깃을 스며드는 느낌을 받았는데 살을 엘 듯 시리고 음산했다.

“강빈 씨, 여기 정원이 너무 이상해요. 밖에는 해가 쨍쨍 내리쬐는데 이 정원은 왜 한겨울 같죠?”

권효정이 몸을 떨며 재채기까지 해댔다.

서강빈도 미간을 구겼다.

“추우면 그냥 밖에 있어요.”

“그건 안되죠. 강빈 씨 따라다니면 오늘 분명 흥미진진한 볼거리가 있을 거예요.”

권효정이 웃으며 답했다.

서강빈은 속절없이 고개를 내저을 뿐 그녀를 신경 쓰지 않고 정원의 구조를 훑어보았다.

정원의 허공에 한줄기 검은 살기가 은은하게 떠다녔다.

더 섬뜩한 것은 정원의 네 귀퉁이에 각각 바위가 하나씩 있었는데 네 개의 바위를 본 순간 서강빈의 표정이 잔뜩 일그러졌다.

이때 마침 공명진이 가족들과 함께 이리로 달려오며 두 손 모아 인사했다.

“자네 왔군. 미안하네, 먼 길 오게 해서... 얼른 안으로 드시게.”

서강빈은 고개를 내저으며 네 귀퉁이의 바위를 가리켰다.

“어르신, 이 바위들은 언제 놓으신 거예요?”

공명진이 의아한 듯 대답했다.

“한 달 전에 사업 파트너가 선물로 줬어. 왜 그래? 무슨 문제라도 있나?”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 명의 서강빈   제77화

    단지 그가 풍수지리에 매우 능하단 이유로 명성이 자자하고 송주에서 지위도 꽤 높아 노 천사(天师)라는 칭호를 붙여줬다.하지만 노형석은 워낙 겸손하다 보니 거장이라고만 부르게 할 뿐 천사라는 칭호를 감히 사용하지 못한다.그런 분을 공천호가 모셔 오다니.노 거장이 담담하게 웃으며 손을 내저었다.“말씀 편히 하세요 어르신. 오늘 어르신 별장의 풍수 문제를 해결해 주려고 걸음 했습니다.”노형석은 서강빈을 보더니 시큰둥한 표정으로 코웃음 치며 말했다.“다만 그 전에 어르신께 드려야 할 말씀이 있는 것 같군요. 이런 새파랗게 어린 녀석은 쉽게 믿으시면 안 됩니다. 네 귀퉁이에서 귀신을 부르네, 온 집안이 죽느니 어쩌니 하는 건 들어본 적도 없으니 전부 근거 없는 헛소리예요!”공명진은 흰 눈썹을 찌푸리고 중간에 낀 채 진퇴양난이었다.“저기, 노 거장님, 서강빈 씨 실력은 제가 직접 지켜봐 왔어요. 돈이나 뜯어내는 사기꾼은 아닐 겁니다.”공명진이 얼른 분위기를 완화하려 했다.“어르신이 못 믿겠다면 이쯤에서 관두죠. 난 그저 미리 일깨워줬을 뿐입니다.”노형석이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서강빈은 그런 노형석을 아래위로 훑어보았다.옆에 있던 권효정이 나지막이 그에게 속삭였다.“강빈 씨, 저분은 노형석이라고 송주 현지에서 유명한 풍수지리 전문가예요. 전에 천주에 있을 때 한 번 뵈었는데 확실히 한 실력 해요.”서강빈이 머리를 끄덕였다.공명진은 한참 갈등하다가 결국 서강빈에게 미안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저기, 강빈 씨, 그럼 우선 노 거장께 한 번 보이는 건 어때?”서강빈은 아무렇지 않았다.“다 돼요.”공명진은 자신보다 지금 이 오랜 시간 유명세를 떨친 노 거장을 더 믿고 있었다.서강빈은 이해한다는 듯이 더 따지지 않고 담담하게 말했다.“만약 일을 해결 못 하면 그때 다시 내가 손 볼게요.”“웃겨 정말! 노 거장이 계시는데 너 따위 돌팔이가 필요할까?!”공천호가 비아냥댔다.할아버지는 분명 이 돌팔이에게 속아 넘어갔을 거라고 굳게 믿었다.

    최신 업데이트 : 2023-12-13
  • 명의 서강빈   제78화

    권효정은 알듯 말듯 고개를 끄덕이더니 노 거장에게 대뜸 말했다.“이봐요, 어르신, 강빈 씨가 그러는데 당신 해답이 다 맞는 건 아니래요! 공씨 일가의 문제는 꽃병이 아니라고요.”순간 장내에 싸늘한 정적이 흘렀다.공씨 일가의 뭇사람들과 노형석까지 전부 경악한 눈길로 서강빈을 쳐다봤다.그중에서도 노형석의 눈빛이 가장 불만스러웠다!공명진이 선뜻 나서며 서강빈을 나무랐다.“자식이! 여기가 어디라고 함부로 끼어들어? 모르면 가만히 있어! 아는 척하지 말고. 나중에 망신당할라.”노형석도 씩씩거렸다.“무식한 놈! 네가 뭔데 날 틀렸다고 하는 거야? 이런 식으로 주목받고 싶은 거라면 너 오늘 잘못 짚었어.”공명진은 얼른 노형석을 위로했다.“노 거장 말씀이 다 맞아요. 틀림없을 겁니다.”서강빈이 담담하게 말했다.“어르신, 저는 이분 말씀이 틀렸다고 한 적 없어요. 이 꽃병을 놓은 위치가 확실히 문제 되긴 해요. 하지만 다 맞는 건 아니에요. 공씨 일가의 근본적인 문제는 여기 없다고요.”노형석이 버럭 화냈다.“이 자식! 어딜 감히 내 풍수 실력을 의심해! 아주 망언을 퍼붓네, 망할 놈! 내 해답이 다 맞는 게 아니라면 어디 한번 말해봐. 이 집안의 근본적인 문제가 대체 뭐야?”서강빈은 정원의 네 귀퉁이에 놓인 바위를 가리키며 차분하게 말을 이었다.“바로 저 네 바위 아래에 있어요.”그는 앞으로 걸어갔고 노형석도 씩씩거리며 따라갔다.공명진 일행도 초조해서 따라가며 대체 어떻게 된 영문인지 알고 싶었다.“할아버지, 저 자식 어디서 찾아왔어요?”공천호가 불만조로 쏘아붙였다.공명진은 눈을 부릅뜨고 그에게 말했다.“말 함부로 지껄이지 마. 서강빈 씨는 실력 있는 분이야.”어젯밤에 천둥이 칠 거란 그의 한마디에 서강 거장이 식겁하여 운 것만 생각하면 공명진은 아직도 몸이 벌벌 떨렸다.“실력은 개뿔! 그냥 사기꾼 같아요!”공천호가 하찮은 듯이 비웃었다.곧이어 뭇사람들이 정원에 모였다.서강빈은 고개 들어 하늘을 올려다보더니 한참 움직이지 않았다

    최신 업데이트 : 2023-12-13
  • 명의 서강빈   제79화

    몇몇 사용인이 숨을 헐떡였고 이마에는 땀이 가득 맺혔다.공명진은 아무 말 없이 옆에서 태연자약하게 서 있는 서강빈에게 물었다.“계속 파요, 강빈 씨?”“설마 진짜 이 녀석 말을 믿는 겁니까? 끝이 닿을 때까지 파도 아무것도 없을 거라고요!”노형석이 불만을 토로했지만 서강빈은 이렇게 말했다.“계속 파요. 무슨 일 생기면 내가 책임집니다.”“뭐? 계속 파긴 개뿔! 너 우리가 우스워? 네 멋대로 갖고 노니 아주 신나나 봐?”공천호가 포효했다.공명진은 미간을 찌푸리고 사용인에게 분부했다.“계속해.”“할아버지, 저 사기꾼 녀석 진짜 믿으시는 거예요?”공천호가 초조하게 물었다.공명진은 그를 째려보며 쏘아붙였다.“그 입 닥쳐! 한마디만 더 떠들면 3개월 감금이야!”노형석이 웃으며 말했다.“자식, 성깔 있네. 그래 정 그렇게 파고 싶다면 내가 끝까지 함께할게. 진짜 무언가를 파낸다면 내가 널 스승으로 모신다.”서강빈은 덤덤하게 웃을 뿐 아무 말도 없었다.곧이어 몇몇 사용인들이 계속 아래로 파기 시작했다.또 두 척 팠지만 아무것도 없었다.주위 사람들도 슬슬 짜증이 밀려왔다.공명진마저 서강빈의 실력을 의심하기 시작했다.설마 어젯밤 그 일은 진짜 우연의 일치란 말인가?“할아버지, 내가 뭐랬어요. 아무것도 없을 거라고 했잖아요!”공천호가 쓴웃음을 지으며 서강빈을 빤히 쳐다봤다.“자식, 무릎 꿇고 머리 조아릴 준비나 해.”노형석도 비아냥댔다.“아직 할 말 남았어? 이놈아. 감히 내 실력을 의심하다니, 40년 동안 풍수지리에 전념하며 단 한 번도 오차를 낸 적이 없단 말이야!”서강빈은 아무 말도 안 했고 귓가에 떠들어대는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는 날카롭게 깊게 파인 구덩이만 바라볼 뿐이었다.살기가 이젠 다 형성됐다!“쾅!”한 일꾼이 삽을 들이댔지만 뭔가 딱딱한 물건에 부딪혔다.“어, 어르신, 진짜 무언가가 있는 것 같습니다!”사용인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뭇사람들도 와르르 몰려들었고 곧이어 몇몇 사용인들이 빨간 천으로 묶은

    최신 업데이트 : 2023-12-13
  • 명의 서강빈   제80화

    헐...그는 아연실색하여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강빈 씨, 강빈님, 제발 저 좀 구해주세요. 우리 집안 좀 살려주세요...”뭇사람들도 횡설수설하며 서둘러 무릎 꿇고 외쳤다.“강빈님 우릴 구해주세요!”서강빈이 머뭇거리자 공명진은 얼른 옆에 서 있는 공천호를 질책했다.“망할 놈의 자식! 당장 강빈님께 무릎 안 꿇어?”강천호는 그제야 정신 차리고 허둥지둥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렸다.“강빈 님, 제가 큰 인물을 못 알아봤습니다. 부디 너그러이 용서해 주시고 우리 가족 살려주세요. 난 아직 죽고 싶지 않다고요!”공천호는 놀라서 엉엉 울었다.뭇사람들이 무릎 꿇고 애원하자 서강빈이 한숨을 내쉬었다.“내가 맞닥뜨린 일이니 당연히 도와야죠.”곧이어 그는 30분 동안 우선 부적으로 그 네 개 ‘진물’의 살기를 제거하고 사람을 시켜 모조리 불태웠다.그리고 또다시 정원을 십여 분간 돌아다니며 공씨 일가의 풍수를 다시 조절해 주었다.이 모든 걸 끝낸 후 공명진은 문득 몸이 개운해지고 늘 갑갑했던 느낌도 말끔히 사라졌다.그뿐만 아니라 공씨 일가의 다른 사람들도 전부 이런 느낌을 받았다.며칠 연속된 피로가 말끔히 가셨다.심지어 공씨 일가 정원에 휘몰아치던 음산한 바람도 말끔히 제거됐다.집안에서 공명진이 감개무량하여 서강빈에게 말했다.“강빈 씨가 저희 가문을 살려주셨어요. 앞으로 강빈 씨의 손이 되고 발이 되어 이 은혜에 반드시 보답하겠습니다!”그는 말을 마치고 은행 카드 한 장 꺼내 서강빈에게 넘겼다.“강빈 씨, 여기 200억이 들어있으니 어서 받아주세요.”서강빈은 망설임 없이 바로 주머니에 챙겼다.회사와 의원을 운영하려면 돈이 필요하니까.“일을 다 해결했으니 난 이만 가볼게요.”그가 말하고 이제 막 자리에서 일어나려 할 때 저쪽에서 노형석이 덥석 다가오며 험상궂은 얼굴로 한참 머뭇거리다가 뜬금없이 두 손을 모았다.“정말 물건을 파내면 강빈 씨를 스승으로 모시겠다고 했죠!”그는 나이가 많은 것도 무릅쓰고 서강빈에게 무릎을 꿇었다.이

    최신 업데이트 : 2023-12-13
  • 명의 서강빈   제81화

    공명진이 웃으며 말했다.역시 나이가 들면 더 노련해진다더니.겉으론 서강빈에게 프로젝트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지 묻지만 실제로는 그가 비오 그룹을 향한 태도를 캐내고 싶은 것이다.이혼하지 않고 서강빈과 비오 그룹의 관계까지 다 알았다면 손해를 보더라도 프로젝트를 계속 진행할 것이다.하지만 이혼했다면 모든 게 달라진다.즉 결정권을 서강빈에게 넘긴 셈이다.서강빈은 잠시 고민하다가 말했다.“어르신, 제가 프로젝트 기획안 좀 볼 수 있을까요?”“물론이죠.”공명진이 웃으며 유상진에게 기획안을 건네라고 눈치 줬다.서강빈은 힐긋 보더니 인상을 찌푸렸다.이 프로젝트는 전에 그가 제출한 미용 스파 제품에 관련된 연구개발 기획안이었다.서강빈은 이 프로젝트를 위해 미용 스파에 관련된 알약도 만들었고 처방까지 남김없이 송해인에게 넘겼다.그런데 지금 그녀는 대수롭지 않은 척 핵심 처방을 싹 다 바꾼 것이다.서강빈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어르신, 이 프로젝트는 사실 제가 제출한 겁니다. 시장 전망은 아주 좋지만 이 안의 세부 내항은 제가 관리하지 않았습니다. 지금 이 프로젝트는 애초에 제가 예상한 것과 완전히 어긋났다고 할 수 있죠. 공씨 일가에서 계속 협력할 수도 있지만 그때 가서 이 세부 내항을 알아내려면 어르신이 애를 좀 쓰셔야 할 겁니다.”공명진은 바로 알아듣고 유상진에게 말했다.“계속 진행하고 비용 송금해 드려. 다만 이 프로젝트를 쭉 눈여겨봐야 해. 모르는 점 있으면 서강빈 씨한테 많이 여쭤보고 비오 그룹에서 방안을 수정하도록 하게 해.”“네.”유상진이 웃으며 대답하곤 중당을 나섰다.이때 서강빈도 자리에서 일어나며 작별을 고했다.공씨 저택 입구.송해인이 옆 정원에서 걸어오며 의아하고 막연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그녀는 공진 그룹의 프로젝트 담당자인 유 대표를 만난 적이 없다.하지만 오늘 드디어 3개월 밀렸던 비용이 입금됐다!바로 아까 이세영이 전화 와서 공진 그룹에서 회사 계좌로 백억을 보냈다고 했다!어떻게 된 거지?송해인이 나

    최신 업데이트 : 2023-12-13
  • 명의 서강빈   제82화

    서강빈이 뭐라 말하려 했지만 진기준이 덥석 말을 자르고 그의 멱살을 잡으며 쓴웃음을 날렸다.“서강빈, 내 말 똑똑히 들어. 해인의 프로젝트 비용은 내가 아빠한테 부탁해서 송금한 거야. 인제 와서 공 어르신과 아는 척 좀 해보려고? 왜? 어르신이 네 의견을 듣고 결정하시겠대? 네가 이렇게 대단한 걸 왜 난 예전엔 몰랐지?”비난, 야유, 쓴웃음까지 많은 표정이 진기준의 얼굴에 스쳤다.송해인도 예쁜 눈썹이 찡그려지고 그에게 불만을 토로했다.“강빈아, 일부러 내 시선 끌고 싶은 거면 그냥 포기해. 넌 진짜 아니야!”“이번 일은 모든 사람이 쟤가 도와줬다고 해도 되지만 넌 안 돼.”서강빈은 표정이 일그러졌다.“내가 무슨 말을 해도 안 믿는다는 거네?”“맞아.”그녀는 단호하게 대답했다.공진 그룹과 협력한 이 프로젝트는 자금을 구하기 얼마나 힘든지 송해인은 잘 알고 있다.서강빈이 대체 뭔데 나서서 공 어르신께 말씀드렸다는 걸까?공 어르신은 정말 서강빈의 제안을 듣고 결정하신 걸까?이건 가당치도 않은 일이다!서강빈이 뭔데? 그녀가 3년간 뼛속까지 훤히 들여다본 서강빈이 대체 무슨 능력이 있냐고?!그냥 헛웃음만 새어 나올 뿐이었다.서강빈은 저 자신이 한심해 고개를 내저었다.“그럼 나도 아무 말 안 한 거로 할게. 다만 이 프로젝트는 내가 만든 거니까 진짜 미리 경고하는데 송 대표, 내 원래 계획은 비오 그룹에 무조건 이득을 줄 거야. 너에게 준 미용 스파 처방도 유일무이한 거야. 내 방법대로 진행한다면 이 프로젝트는 비오 그룹에 200억의 연간 이익을 가져다줄 수 있어.”송해인은 안색이 돌변하고 버럭 화냈다.“그만해! 뭐가 네 프로젝트인데? 넌 이젠 비오 그룹 대표 아니야. 내가 바로 우리 그룹 대표라고! 프로젝트가 어떻게 진행되든 처방을 뭘 쓰든 나만 결정권이 있어. 너 따위가 이래라저래라할 자격 없다고!”송해인은 몹시 화났다.서강빈은 대체 뭐라고 그녀가 시행하려는 모든 걸 부정하는 걸까? 그에게 자신은 그토록 볼품없는 여자일까?‘그럴

    최신 업데이트 : 2023-12-13
  • 명의 서강빈   제83화

    송해인은 통유리창 앞에 다가가 양손으로 가슴을 껴안고 싸늘한 눈길로 고층건물을 바라봤다.그녀는 이 순간 누구보다 단호하고 카리스마가 넘쳤다.‘서강빈! 내가 못 할 거라고? 똑똑히 지켜봐. 미용 스파는... 반드시 내 처방으로 진행해! 내 처방이 네 것보다 뒤처질 리 없어!’“네, 알겠습니다.”이세영은 어리둥절한 채 고개를 끄덕이고 사무실을 나섰다.그녀는 잠시 고민하다가 진기준에게 전화 걸어 여쭤보았다.“대표님, 어떻게 된 거죠? 밖에서 무슨 일 있었나요? 송 대표님이 돌아오시자마자 이상하게 변했어요. 미용 스파 프로젝트를 금오단에 버금가는 레벨로 올리시겠대요.”“알았어. 아까 길에서 서강빈 만났거든...”진기준이 담담하게 웃으며 해명했다.얘기를 다 들은 후 그녀도 알아채고 함께 웃었다.“인제 이해됐네요. 송 대표님은 지금 저 자신을 증명해 보이고 싶은 거군요.”...한편 서강빈은 차에 앉아 두 눈을 지그시 감았다.권효정은 감히 그를 건드리지 못하고 운전에만 집중했다.이때 불쑥 서강빈이 입을 열었다.“아참, 효정 씨. 나 의약 회사 꾸리고 싶은데 아는 사람 있으면 좀 추진해 줄 수 있어요?”“회사를요?”권효정이 두 눈을 깜빡이며 의아한 듯 되물었다.“갑자기 회사는 왜요? 그럼 가게는 어떡해요? 문 닫을 거예요?”“주 수업은 여전히 가게에 맡기고 부업으로 한번 놀아보고 싶어서요.”서강빈이 담담한 미소를 지었다.“그때 가서 효정 씨 도움 빌려야 할 거예요. 나 대신 의약 회사 업무에 능숙한 사람들 몇 명 물색해 줘요.”이혼했으니 혼자 너무 대충 살면 안 된다.삶은 계속 바삐 돌아쳐야 충실하고 열정이 차 넘치니까.“알았어요, 나한테 맡겨요.”권효정이 웃으며 말하더니 속으로 생각했다.‘설마 송해인 씨랑 경쟁하려고 갑자기 회사 꾸리는 걸까?’서강빈의 의술과 재능으로 송해인을 뛰어넘는 건 식은 죽 먹기이다.마침 그녀도 송해인과 내기한 게 하나 있다.잠시 침묵한 후 권효정이 흥미진진하게 물었다.“강빈 씨, 방금 송해인 씨

    최신 업데이트 : 2023-12-13
  • 명의 서강빈   제84화

    권효정은 이 이름을 듣자마자 얼굴이 붉어지더니 수줍어했다.아니겠지...서강빈이 그녀의 이름을 따서 회사 이름을 짓다니, 설마 자신한테 관심이 있는 건가?권효정이 얼굴이 붉어진 채 멍하니 서 있는 것을 보고 서강빈이 눈썹을 찡그리며 물었다.“왜 그래요? 어디 아파요?”“네? 아무것도 아니에요... 그럼 나중에 데리러 올게요. 전 먼저 가서 회사 일 처리 도와드릴게요.”권효정은 수줍은 표정으로 웃었다.말을 마친 뒤 그녀는 급히 차에 들어가 이곳을 떠났다.서강빈은 멀어져가는 차를 보고 고개를 저었다.그 시각 하도운이 달려와 서강빈의 어깨를 치고 턱을 치켜들며 물었다.“형, 저 예쁜 누나랑은 잘 지내요?”서강빈은 대답하기 귀찮아서 몸을 돌려 가게로 들어갔다.역시 전문직은 업무 효율이 높았다.반나절도 안 되는 사이에 벌써 일 처리가 끝났다.그 다음은 리모델링을 해야 했다.시공대의 말에 따르면 3일 안에 무조건 새로운 가게로 바꿔준다고 했다.서강빈도 인색하지 않고 담배 몇 갑과 물 몇 병을 사왔다.시공대 팀원들도 허허 웃으며 더 열심히 일을 했다.오후에 공진 그룹의 유상진이 찾아와 비오 그룹의 미용 스파 프로젝트에 대한 여러 디테일들을 토론했다.“유 대표님, 전 비오 그룹의 대표가 아니고 현 대표와도 이미 이혼했습니다. 전 더 이상 이 프로젝트에 간섭할 권리가 없습니다.”서강빈이 유상진에게 차를 따라주었고 유상진도 급히 일어나서 두 손으로 공손하게 차를 받으며 웃었다.“서강빈씨, 그럼 현재 이 프로젝트에 대해 주의할 점을 저한테 알려줄 수 있을가요?”서강빈은 자리에 앉아 유상진이 가져온 프로젝트 문서를 보며 담담하게 답했다.“프로젝트가 전체적으로는 괜찮은데 미용 스파의 원료가…”“제가 가지고 왔습니다. 비오 그룹 연구개발팀에서 방금 저에게 가져다주었습니다. 한번 보시죠.”유상진이 급히 휴대폰을 열어 원료를 보여주며 서강빈에게 건넸다.서강빈은 레시피 내용을 훑어보다가 미간을 찌푸렸다.송해인은 정말로 그의 레시피를 완전히 바꾸

    최신 업데이트 : 2023-12-13

최신 챕터

  • 명의 서강빈   제843화

    만약 서강빈이 단지 의술이 대단하다고 하면 이선종은 이 정도까지 공경하지 않았을 것이다. 한의학은 도문에서 기원했지만, 지금의 의사 중에서는 도술을 아는 이들이 적었다. 그러나 서강빈은 의술이 대단할 뿐만 아니라 도술 면에서도 이렇게나 조예가 깊으므로 정말 감탄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서강빈은 다가가서 이선종을 일으키며 말했다.“선생님, 이러실 필요 없습니다. 선생께서도 어르신의 병세를 걱정하여 혹시나 돌팔이를 만날까 봐 그러신 거잖아요.”이선종은 이 말을 듣고 부끄러운 기색이 역력한 얼굴로 말했다.“서 선생, 선생을 보니 저는 정말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은 마음입니다. 선생은 저보다 의술이 대단할 뿐만 아니라 성품도 저보다 훨씬 훌륭하십니다.”서강빈은 이선종의 어깨를 토닥이고는 침대에 누워있는 임성진 어르신을 바라보았다.지금 임성진 어르신의 얼굴은 점점 혈색이 돌아오고 곁에 있는 기기에서도 몸의 각종 수치가 호전되고 있다고 나타나고 있었다.임호는 할아버지가 무사한 것을 보고 감격하여 눈물을 흘렸다.“서 선생, 우리 할아버지를 살려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저는 서 선생을 큰 형님으로 모시고 싶은데 서 선생께서 부디 거절하지 마시고 보잘것없는 이 동생을 거둬주십시오.”말하며 임호는 한쪽 무릎을 꿇고 서강빈을 향해 주먹을 모은 채로 성의를 표했다.서강빈은 임호에 대해 첫인상이 무척 나빴지만, 임호가 가게의 문 앞에서 무릎을 꿇은 순간부터 서강빈이 임호에 관한 생각도 180도 변하였다.하여 서강빈은 거절하지 않고 임호를 부축하여 일으키면서 미소를 지은 채 말했다.“할아버지를 잘 보살피세요. 내가 남긴 처방전을 따르면 어르신께서는 열흘이 지나지 않아 완치하실 것입니다.”임호는 고개를 세게 끄덕이며 말했다.“네. 감사합니다, 형님. 할아버지께서 상황이 좋아지시면 반드시 감사 인사를 올리러 직접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서강빈은 임호의 오른 다리를 한번 보더니 생각에 잠긴 채 말했다.“다음에 올 때 x 레이 사진을 함께 가지고 오세요.”임호는 영

  • 명의 서강빈   제842화

    이선종은 돋보기를 쓰고 자세히 살펴보았지만, 여전히 확신할 수 없는 듯 서강빈에게 말했다.“서 선생, 이 약재가 백 년이 되는지 한번 살펴보세요.”서강빈이 내린 처방을 본 이후로 서강빈을 대하는 이선종의 태도는 완전히 변하였다. 심지어 서강빈의 앞에서는 초보인 것 같은 모습까지 보였다. 서강빈은 상자 안에 들어있는 설련초를 한번 보더니 살짝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네. 맞습니다. 백 년 된 설련초가 맞아요.”서강빈이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보고 임호는 감격하여 말했다.“서 선생, 그 말은 우리 할아버지를 살릴 수 있다는 말씀이시죠?”“그렇다고 볼 수 있죠. 먼저 어르신께서 탕약을 드시고 난 후에 다시 살펴보죠.”서강빈은 고개를 세게 끄덕이며 말했다.“할아버지를 살릴 수 있다니, 너무 다행이에요. 서 선생, 우리 할아버지께서 무사할 수만 있다면 우리 임씨 가문에서는 서 선생의 큰 은혜를 절대 잊지 않을 것입니다.”말을 마친 임호는 서강빈에게 절을 세 번 올렸다.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뿐이니 도련님께서 이러지 않으셔도 됩니다. 다만 이 설련은 줄기만 사용해야 합니다. 꽃잎은 사용하면 안 됩니다. 그렇지 않으면 폐의 기를 상하게 하여 오히려 어르신께 독이 될 수 있어요.”서강빈은 다시 한번 당부했다.“알겠어요. 지금 당장 사람을 시켜서 그렇게 하도록 하겠습니다.”임호는 설련을 곁에 있는 간호사에게 건네려고 할 때 손인수가 서둘러 다가오며 말했다.“도련님, 이런 일은 저에게 맡기세요.”이렇게 말하며 손인수는 고개를 돌려 서강빈을 바라보았다.서강빈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손인수의 의술로 보아 이 정도로 간단한 일을 처리하는 건 거뜬했다.손인수는 나무 상자를 받아들고 무척 공손하게 서강빈을 향해 인사를 건넨 다음에야 병실을 나섰다. 이선종은 살짝 미간을 찌푸린 채 물었다.“서 선생과 손 신의는 예전부터 알던 사이였습니까?”“그런 셈이죠.”서강빈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이 말을 들은 이선종은 그제야 자신이 병실에 도착

  • 명의 서강빈   제841화

    이선종이 듣기에 서강빈의 말은 지금 장난을 치는 것처럼 느껴졌다. 임성진 어르신은 천주 군사구역의 고위층 지도자였다. 만약 정말 병을 완치할 수 있다면 오늘까지 끌었을 필요가 있겠는가? 설마 천주의 모든 유명한 의사들이 다 서강빈보다 못하다는 말인가?서강빈은 침대에 누워있는 임성진 어르신을 살펴보았다. 어르신의 얼굴이 창백하고 호흡이 미약한 것을 보고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임성진 어르신의 상황이 그가 예상한 것보다 훨씬 복잡한 듯 보였다. 서강빈은 먼저 진혼 부적을 사용해서 총알 파편을 제거한 후 어르신한테 침을 놓으려고 했었다. 하지만 지금의 상태로 보아서는 반드시 임성진 어르신의 상태를 먼저 안정시켜야 했다.“임성진 어르신의 지금 상태로 보아 바로 총알의 파편을 꺼내면 안 됩니다.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먼저 기맥을 안정시켜야 해요. 선생님께서는 제 생각에 동의하시는지요?”서강빈은 고개를 돌려 이선종을 보면서 말했다.“흥! 자네는 말을 참 쉽게 하네. 나조차도 확신할 수 없는데 자네처럼 젊은 사람이 무슨 수로 어르신의 상태를 안정시킨다는 말인가? 그리고 임성진 어르신은 지금 폐 기능이 감퇴한 것뿐만 아니라 오장육부가 모두 망가지고 있다네.”이선종은 차갑게 콧방귀를 뀌며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말했다.“선생님, 그 말은 너무 극단적인 것 같은데요? 어떤 경우에는 당신이 못한다고 해서 다른 사람도 못 하는 게 아니거든요. 의술을 놓고 말할 때도 누가 더 잘하고 못하는지는 지금 결론을 내기에는 이른 것 아닌가요?”서강빈은 말을 마치고 곁에 있는 책상에 놓인 종이와 볼펜을 들고 능숙하게 써 내려간 처방을 이선종에게 건네며 말했다.“선생님, 내 처방전이 어르신의 병세를 안정시키는 데 효과가 있을지 한번 보십시오.”이선종은 못마땅하다는 얼굴로 서강빈의 손에서 처방전을 건네받아서는 자세히 읽어보았다. 조금 전까지도 가소로운 표정을 하고 있던 이선종은 서강빈의 탕약 처방전을 보고 나서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이게... 이 처방

  • 명의 서강빈   제840화

    이선종은 성회에서 유명한 신의였는데 원장의 체면이 아니면 멀리서 임성진 어르신의 병을 봐주러 오지 않았을 것이다. 단지 임성진 어르신의 상황이 복잡하여 이선종도 연신 고개를 저었다.“주 원장님, 감사합니다.”임호는 먼저 원장한테 감사 인사를 하고 뒤에 있는 서강빈을 가리키며 말했다.“하지만 저희 할아버지의 병은 서 선생이 고칠 수 있을 것입니다.”서강빈의 일이 있고 나서 사람들을 대하는 임호의 말투와 태도는 큰 변화가 있는 걸 어렵지 않게 보아낼 수 있었다. 더는 예전의 거만함이 없었다.“뭐라고요? 서 선생? 무슨 서 선생이요? 하느님이 와도 어르신의 병을 고칠 수 있다고 장담하지 못할 것입니다.”이선종의 표정에는 분노한 기색을 띠고 고개를 들어 임호를 보며 말했다.“어르신은 폐에 총알의 잔해가 남아있기 때문에 병든 것입니다. 아무리 최고급의 기기를 사용한다고 해도 꺼낼 수가 없어요. 그 잔해가 남아있는 한 무슨 약을 쓰더라도 다 소용이 없습니다.”이 말을 들은 서강빈은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총알의 잔해일 뿐인데 그 정도까지는 엄중하지 않죠.”‘뭐라고? 총알의 잔해일 뿐인데?’이 말을 들은 이선종은 표정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자네가 의술을 정말 아는지 의심되네. 잔해가 체내에 남아있다는 건 무슨 의미인지 알고 있어? 장기가 쇠퇴하고 있다는 말일세! 그 어떤 사람이 와도 이렇게 엄중한 병은 치료할 수가 없다네.”이선종은 큰소리로 호통을 쳤다. 그가 보기에 서강빈은 아무것도 모르는 애송이었다. 하여 그의 말속에는 오만함이 다분했고 무례하기 그지없었다.“어르신의 폐 검사 결과를 가져와서 저 사람한테 보여주세요!”주 원장은 다급하게 곁에 있는 간호사를 불러서는 손짓을 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간호사는 임성진 어르신의 폐 검사 결과를 가지고 와서 서강빈에게 건넸다. 서강빈은 x 레이 사진 속의 음영을 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 여기일 것이다.x 레이 사진 속의 거대한 음영을 보고 임호는 순간 눈앞이 캄캄해지는 것을 느끼며 몸이 휘청

  • 명의 서강빈   제839화

    “서 선생, 잘못했습니다. 제발 저희 할아버지를 살려주십시오. 할아버지께서... 지금 더 버티기 어렵습니다.”이렇게 말하며 임호는 참지 못하고 다시 눈물을 흘렸다.그는 무릎을 꿇는 순간부터 서강빈이 승낙할 때까지 무릎을 꿇고 있으리라고 마음을 먹었다.사실 서강빈은 이미 우남기 어르신한테서 임성진 어르신의 상황에 대해 어느 정도 들어서 알고 있었다. 방금 그린 진혼 부적도 임성진 어르신의 병을 치료하기 위해 준비한 것이다.임호한테 그렇게 차갑게 대한 것은 임호에게 교훈을 주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임호의 행동은 서강빈의 마음을 동하게 했다. 대장부로서 무릎을 꿇는 일은 절대 쉽지 않다. 더욱이 임호처럼 도도한 사람이 할아버지를 살리기 위해 자신의 가게 앞에서 무릎을 꿇는다는 것은 그의 효심을 증명하기에 족했다.이렇게 생각한 서강빈은 손을 뻗어 임호를 부축했다.“서 선생.”임호는 감격한 얼굴로 서강빈을 쳐다보았다.“그래요, 도련님, 어르신한테 갑시다.”서강빈은 부드러운 말투로 말했다.“정말 저를 용서하신 겁니까?”임호는 눈물을 닦으며 빨개진 두 눈으로 말했다.서강빈은 살짝 고개를 끄덕였고 임호를 칭찬하는 듯한 눈빛을 보냈다. 자신의 가족을 살리기 위해 모든 것을 다 내려놓고 심지어 자신의 자존심까지 내려놓을 수 있는 사람이야말로 진정한 대장부였다.“정말 너무 감사드립니다. 서 선생, 이리로 오십시오.”임호는 이렇게 말하며 차 문을 열려고 했지만 조금 전 비를 맞으며 빗속에서 너무 오래 있은 탓에 예전에 다쳤던 무릎이 다시 말썽을 일으켜 임호는 비틀거리다가 바닥에 넘어지고 말했다. 서강빈은 손을 뻗어 임호를 부축하고는 은침을 하나 떠내 임호의 무릎에 있는 혈 자리에 꽂았다.은침의 위에 영기가 맴돌더니 바로 임호의 체내로 들어갔다. 이윽고 따뜻한 느낌이 몸에 퍼지면서 임호의 무릎에 있던 상처는 기적처럼 완치되었다.“이게...”임호는 깜짝 놀랐다. 대단한 한의사, 심지어 신의 손이라고 불리는 의사까지 다 찾아가 보았지만, 소용이 없었다.

  • 명의 서강빈   제838화

    서강빈은 임호에게 눈길을 보내지도 않고 곁에서 청소하는 염지아에게 말했다.“그만하고 손님 보내드려.”염지아는 서둘러 손에 있던 걸레를 내려놓고 앞으로 다가가 냉랭한 표정으로 말했다.“돌아가십시오. 여기는 당신을 환영하지 않습니다.”염지아는 무슨 일이 발생했는지는 자세히 모르지만, 권효정한테서 어느 정도 맥락은 들어서 알고 있었다.임호처럼 자신의 출신을 내세워 다른 사람을 무시하는 사람들을 염지아도 좋게 보지는 않았다.천주에서 오면 어떤가? 그 누가 와도 주인님한테 병을 치료해달라고 하려면 공손한 태도로 부탁해야 한다.임호는 침을 삼키고 깊게 숨을 들이쉬고는 말했다.“서 선생, 어제의 일은 제가 잘못했습니다. 저한테 뭐든 시켜도 상관없습니다. 하지만 저희 할아버지께서는 앞으로 며칠 버티지 못하십니다. 제발 부탁입니다. 저희 할아버지를 살려주십시오.”임호는 말하면서 염지아를 지나치려고 했다.“왜 이러는 거예요? 말을 못 알아듣는 거예요? 당장 나가세요!”염지아는 앞으로 다가가서 임호의 길을 막았다.임호는 염지아를 한번 보더니 주먹을 꽉 쥐었지만 그래도 순순히 문 앞까지 물러났다.두 시간 동안 임호는 문 앞에 꼿꼿하게 서 있었다. 강렬한 태양에 임호는 땀범벅이 되었지만 조금도 방심할 수가 없었다. 해가 지고 하늘이 어두워지고 나서야 임호는 다시 돌아서서 서강빈에게 말했다.“서 선생, 제발 부탁입니다. 저희 할아버지를 살려주십시오. 제가 잘못했습니다. 무릎 꿇겠습니다.”말을 마친 임호는 문 앞에서 털썩 무릎을 꿇었다.“미안하지만 바빠서 시간이 없어.”서강빈은 여전히 임호에게 눈길을 주지도 않은 채 말했다.“서 선생, 만약 도와주신다면 그 은혜는 절대 잊지 않을 것입니다.”임호는 말하면서 연신 절을 올렸다. 눈가가 빨개진 임호를 보면서 염지아와 권효정도 마음이 좋지 않았다.물론 임호가 어제는 행동이 지나쳤지만, 그의 효심은 용서를 받을 만했다.바로 이때, 하늘에서 번개가 치더니 순식간에 비가 양동이로 퍼붓듯 쏟아졌다.임호는 비를

  • 명의 서강빈   제837화

    손인수는 서강빈의 의술이 얼마나 대단한지는 모르지만 그래도 임성진 어르신이 잠시는 무사하게 할 수 있는 게 아닌가? 하룻밤 사이에 어르신께서 다시 위독해지는 것은 말이 안 된다.“손... 손 신의, 서강빈이 안 온다고 합니다.”임호는 이를 악물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도련님, 서강빈 씨는 그렇게 매정한 사람이 아닙니다. 얘기를 어떻게 하신 겁니까?”손인수는 미간을 찌푸리고 물었다.“그게...”임호는 그 물음에 마음이 찔렸지만, 할아버지를 위해 그때의 상황을 사실대로 말하는 수밖에 없었다.“뭐라고요? 도련님, 부탁하러 간 사람이 그러는 게 어디 있습니까? 그건 납치 아닙니까?”손인수의 마지막 말은 거의 호통치듯 했다.임호도 아주 자책하며 말했다.“손 신의, 제가 잘못했습니다. 하지만 저희 할아버지께서 지금 정말 위독하십니다. 제발 부탁합니다.”이렇게 말하는 임호의 강인한 얼굴에서 눈물이 몇 방울 흘러내렸다. 손인수는 난감하듯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도련님, 사실대로 말하면 제가 어르신을 살리고 싶지 않은 게 아닙니다. 저는 실력이 모자라서 그럴만한 능력이 안 됩니다.”손인수의 말에 임호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아서 황급하게 물었다.“손 신의, 그 말씀은 신의께서도 방법이 없다는 말씀입니까?”지금까지 임호는 모든 희망을 손인수에게 걸었었다. 아무래도 5년 전에 임성진 어르신의 고질병이 재발했을 때, 손인수가 한번 살려준 적이 있었다.이번에 임호가 서강빈에게 그렇게 무례하게 대할 수 있었던 것도 손 신의를 믿고 있었기 때문이다.하지만 손인수의 그 말은 그의 모든 신념을 한순간에 다 무너뜨렸다.어렸을 때부터 그는 할아버지의 곁에서 자라왔는데 군인이 된 이후로 항상 할아버지를 인생의 롤모델로 여겼었다. 할아버지가 곧 자신을 떠난다는 생각에 임호는 더는 눈물을 참지 못하고 통곡했다.“도련님, 제가 돕지 않으려는 게 아닙니다. 몇 년 전 그때는 운이 좋았던 것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임성진 어르신의 상태는 그때보다 더 심각합니다. 제

  • 명의 서강빈   제836화

    말을 마친 임호는 분노하여 콧방귀를 끼고는 병실로 들어갔다.“동진아, 도대체 무슨 일이야?”송주의 시장 허명수가 조용히 병실을 나서면서 방동진에게 물었다.“참나, 임호 도련님께서 너무 경솔하신 탓에 서 선생을 모셔오지 못한 것도 모자라 서 선생한테 손을 대려고까지 했어요. 우남기 어르신께서 중간에서 수습하지 않으셨다면 정말...”방동진은 여기까지 말하고 난감하듯 한숨을 내쉬었다.“아이고, 임호도 참.”허명수는 미간을 찌푸리고 복도를 거닐며 말했다.“서강빈이라고 하는 사람이 임성진 어르신의 병을 고칠 수 있다고 확신해?”“아주 확신합니다.”방동진은 이렇게 말하며 난처한 표정으로 허명수의 귓가에 몇 마디 속삭였다. 아무래도 남자인데 남자 구실을 하는데 문제가 생긴다면 입에 담기가 어려웠다.허명수는 말을 들으면서 고개를 끄덕이다가 입을 열었다.“그럼 당장 서강빈한테 전화해봐. 지금 당장 올 수 있으면 제일 좋고. 임성진 어르신의 상황이 그리 좋지 않으셔.”방동진은 침을 꿀꺽 삼키고 난감한 얼굴로 말했다.“시장님, 그때 상황을 보지 못해서 그렇게 얘기하십니다. 만약 그 사람이 저라고 해도 저는 오지 않을 것입니다.”“동진아, 임성진 어르신의 안위가 달린 일이야. 그 사람을 납치해오더라도 데리고 와야 해.”허명수는 명령하는 말투로 말했다.“시장님, 문제는 저한테 있는 게 아니잖아요. 서 선생이 나서주기를 원한다면 임호 도련님께서 직접 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목마른 놈이 우물 판다는 얘기도 있잖습니까?”방동진은 서강빈의 성격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임호가 만약 예의를 차리고 정중하게 부탁하면 우남기 어르신의 체면을 봐서라도 서강빈은 절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하지만 문제는 임호가 아예 서강빈을 무시하고 심지어 서강빈의 몸에 손을 대려고 했다는 것이다.서강빈이 참지 못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방동진조차 임호가 너무했다고 생각이 들었다.하여 방동진은 임호가 강효 그룹을 나서는 순간부터 이 일에 더는 관여하지 않으리라 마음을 먹었다.

  • 명의 서강빈   제835화

    서강빈은 차갑게 곽수철을 쳐다보며 얼음같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곽수철, 설마 오늘 여기를 살아서 떠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뭐라고?’곽수철은 이 말을 듣고 고개를 번쩍 들었고 서강빈과 눈이 마주쳤다. 서강빈의 눈빛에서 그는 섬뜩한 살기를 느꼈다.“너... 너 감히 나를 죽인다고?”곽수철은 서강빈이 감히 자신을 죽일 것이라고 절대 믿지 않았다. 곽수철은 자신이 킬러를 고용해서 서강빈을 죽일 수만 있지 절대 서강빈이 자신을 죽일 수는 없을 것이라고 단정 지었다.서강빈은 이 작은 송주의 별 볼 일 없는 작은 가게의 사장님일 뿐이다. 그런 서강빈에게 사람을 죽인다는 게 무슨 의미인지는 말을 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달빛이 비치지 않은 깊은 밤에 바람까지 세게 불면 사람 죽이기 딱 좋아. 네가 장소를 아주 잘 골랐어. 시간대도 잘 골랐고.”서강빈은 고개를 들고 고요한 숲을 한번 둘러보고는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아니... 서강빈, 너는 나를 죽이면 안 돼. 내가... 내가 이렇게 빌게. 제발 나를 놔줘. 내가 정말 잘못했어.”곽수철은 겁을 먹고 울음을 터뜨렸다. 그는 죽고 싶지 않다. 그렇게 많은 돈을 아직 다 쓰지 못했고 여자들과도 더 놀고 싶었다. 그리고...어찌 됐든 지금 그는 살고 싶은 생각뿐이었다.“말해. 저것들은 다 무슨 사람들이야?”서강빈은 곽수철의 가슴을 밟고는 차가운 목소리로 따져 물었다.“내가 말한다면 너... 너는 나를 놔줄 거야?”곽수철은 겁을 먹은 얼굴로 말했다. 서강빈은 차가운 목소리로 대답했다.“곽 대표, 시간을 아껴. 지금 피가 빠져나오는 속도로 봐서는 5분 안에 죽게 될 거야.”말하면서 서강빈은 곽수철의 허벅지에 꽂힌 칼을 세게 휘저었다. 곽수철은 아파서 경련을 일으켰다. 곽수철처럼 곱게 자란 사람들이 이런 고통을 참아낼 수 있을 리가 만무하다.몇 초가 지난 후, 곽수철은 연신 애원하며 말했다.“서강빈, 말할게, 내가 다 말할게! 제발 나를 그만 괴롭히고 나 좀 놔줘!”“말해.”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