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마 해인이가 식물인간이 되는 걸 그냥 지켜보겠다는 거야?”서강빈은 미간을 구기며 말했다.“제가 있으면 해인이는 무사해요.”“하지만 잊지 마세요. 애초에 나랑 반드시 이혼해야겠다고 한 사람은 해인이에요. 그러니까 두 사람은 지금처럼 이렇게 기고만장한 태도로 제게 뭘 하라고 명령할 자격이 없어요!”“제가 구하고 싶으면 구하고 구하고 싶지 않으면 안 구합니다.”말을 마치자마자 휴게실 쪽이 순식간에 조용해졌다.도정윤이 미간을 구긴 채로 서강빈을 바라보며 야단을 떨었다.“못돼 먹은 놈!”이때 진기준이 달려와서 외쳤다.“큰일이에요. 큰일이에요. 해인이가...”서강빈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병실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양미란 등 사람들도 아주 초조해하면서 허둥지둥 병실로 들어갔다.그들이 병실 안으로 달려 들어왔을 때 서강빈은 이미 송해인에게 침을 놓고 있었다. 침대 위 송해인은 안색이 훨씬 나아졌고 기계 또한 정상이 되었다.“어때? 해인이 괜찮아?”양미란은 무척 긴장해서 서강빈을 향해 물었다.서강빈은 한숨을 내쉬더니 이마의 식은땀을 닦으며 말했다.“체내의 한기를 억눌러서 당분간은 괜찮을 거예요. 하지만 앞으로...”괜찮다는 말에 양미란은 서강빈을 옆으로 밀치고 앞으로 나서며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송해인의 손을 잡았다.서강빈은 미간을 구긴 채 아무 말 하지 않았다.그는 두 모자가 감사의 말이라도 할지 모른다고 생각했지만 송태호가 오히려 호통을 쳤다.“우리 누나 괜찮아졌으면 이제 꺼져. 우리 누나가 깨어났다가 또 당신 보고 병이 발작할 수도 있으니 말이야.”서강빈은 당황했다.그가 입을 열기도 전에 송태호, 도정윤, 진기준 등이 전부 몰려와서 서강빈을 배척했다.서강빈은 어쩔 수 없이 고개를 저으며 한숨을 쉰 뒤 몸을 돌려 묵묵히 병실을 떠날 준비를 했다.조금 전에 송해인에게 침을 놔주느라 체내의 반이나 되는 영기를 소모하여 머리가 살짝 어지러웠다.서강빈이 떠난 뒤 송해인은 곧바로 정신을 차렸다. 그녀는 조금 해쓱해진 얼굴로 눈앞의 사
김구침이 입을 열려는데 옆에 있던 진기준이 다가와서 선수를 쳤다.“김 신의님이 착각하셨나 보네요. 신의님이 해인이를 구해줬는데 다른 사람이라니요?”“김 신의님이 환자를 치료하고 이름을 남겨 자랑하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는 건 알지만 오늘 일은 다들 보았는데요.”진기준은 말하는 와중에 김구침을 향해 눈빛을 보내고 양미란 등 사람들에게도 눈치를 줬다.양미란은 진기준의 말을 곧바로 깨닫고 웃으며 말했다.“맞아요. 김 신의님, 너무 겸손하시네요. 어찌 됐든 저희 해인이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김구침이 당황스러워하자 진기준은 다급히 그를 끌고 한쪽으로 걸어가서 작게 말했다.“김 신의님, 신의님은 하마터면 송해인을 죽일 뻔했어요. 비록 신의님이 약왕곡의 3대 신의이긴 하지만 오늘 일이 소문으로 퍼진다면 신의님의 평판 또한 일락천장할 겁니다.”“그때가 되면 신의님뿐만 아니라 약왕곡 전체가 의심 받을 수도 있어요.”“송해인은 신의님이 자신을 구했다고 생각하는데 그냥 놔두는 게 어떤가요? 이 일은 신의님뿐만 아니라 송해인, 그리고 저희에게도 좋은 일이에요.”김구침은 멍청하지 않았다. 수십 년을 살았으니 당연히 진기준의 말뜻을 이해할 수 있었다.그러나 그는 여전히 망설였다.“진 대표 말은 이해하지만 내가 인정했다가 서강빈 그 청년이 우리의 거짓말을 까발리면 어떡한단 말인가?”진기준은 냉소하며 말했다.“신의님, 그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제가 있고 송해인의 어머니가 있는데 송해인이 그 쓸모없는 놈 말을 듣겠어요? 게다가 우리는 수도 많다고요.”김구침은 침묵했다. 그는 잠깐 머뭇거리다가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좋네. 그러면 난 진 대표 말대로 하겠네.”“감사합니다, 김구침 선생님. 진료비는 약속한 대로 드리겠습니다.”진기준이 다급히 예를 갖추며 말했다.김구침은 손을 저었다.“한 것도 없는데 진료비는 무슨. 이 일에 동의한 건 내가 정한 규칙을 어긴 것과 다름없네. 그 진료비는 받지 않겠네.”진기준은 미간을 살짝 찌푸릴 뿐 더 고집부
줄곧 옆에 서서 그 장면을 전부 지켜보고 있던 도정윤은 진기준과 양미란이 조금 지나쳤다고 생각했다.송해인을 구해준 사람은 분명 서강빈이었기 때문이다.그러나 조금 전 그녀는 말하지 않고 침묵을 선택했다.송해인이 자신을 구한 게 서강빈이라는 걸 알게 된다면 어쩌면 그에게 또 감정이 생길지도 모른다고 짐작했기 때문이다.도정윤은 그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았다.서강빈 같은 인간쓰레기는 송해인에게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해 도정윤은 침묵을 선택했다.잠시 뒤 도정윤은 병실에서 나왔고 진기준이 그녀를 따라잡고 덤덤히 말했다.“도정윤 씨, 고마워요.”“뭐가요?”도정윤은 벽에 기댄 채로 불만스레 물었다진기준은 웃으며 대답했다.“송해인에게 그녀를 구한 사람이 서강빈이라는 걸 말해주지 않아서 고마워요.”도정윤의 예쁜 미간이 구겨졌다. 그녀가 차갑게 말했다.“나한테 고마워할 필요 없어요. 난 당신들과 다르니까요. 난 그저 송해인과 서강빈이 최대한 멀어지길 바라는 것뿐이에요.”말을 마친 뒤 도정윤은 커피를 마시고 싶어 병원 입구를 향해 걸었다. 그러다가 우연히 창백한 얼굴로 휴게실에 앉아서 식은땀을 흘리고 있는 서강빈을 보았다.“왜 아직도 안 떠났어?”도정윤이 언짢은 표정으로 물었다.서강빈은 도정윤을 힐끗 보더니 힘없이 대답했다.“안에 들어가서 해인이 얼굴만 보고 떠날게요.”말을 마친 뒤 서강빈은 자리에서 일어나 병실로 향하려 했다.도정윤은 미간을 구기더니 서강빈을 막아서고 차갑게 말했다.“안에 들어갈 필요 없어. 해인이 아주 멀쩡하니까.”서강빈은 눈살을 찌푸리며 차갑게 말했다.“당부할 말이 있어서 그래요. 안 그러면 앞으로 또 발작할 수도 있거든요.”말을 마친 뒤 서강빈은 병실로 향했고 화가 난 도정윤은 시끄럽게 떠들며 다급히 따라갔다.병실 안에는 진기준과 양미란 모자, 그리고 이세영이 있었다.갑자기 서강빈이 안으로 들어오자 송해인은 미간을 구기며 화가 난 얼굴로 차갑게 말했다.“여긴 왜 온 거야?”그녀가 아픈 걸 알고 잘 보이려고 찾
서강빈의 말투와 태도에 송해인은 불퉁한 표정으로 반박했다.“그러면 아니야? 언제까지 거짓말할 생각이야?”“예전에 네가 그렇게 말했다면 조금 의심했을지도 모르지만 날 구한 일은 우리 엄마, 동생, 진 대표, 그리고 이 비서, 도정윤까지 똑똑히 봤어.”“서강빈, 이렇게 많은 사람 앞에서 날 속이려고? 너 정말 짜증 나는 거 알아?”그 말에 서강빈은 미간을 찌푸리더니 안색이 달라졌다.그가 입을 열기도 전에 양미란은 서둘러 그의 입을 막기 위한 것처럼 짜증을 내며 투덜댔다.“서강빈, 됐어. 우리 앞에서 큰소리치지 마.”“네가 이렇게 많은 사람 앞에서 뻔뻔하게 송해인을 구한 사람이 너라고 할 줄은 정말 생각지도 못했다.”“정말 낯짝도 두껍지!”서강빈은 안색이 어두워지면서 차갑게 말했다.“여기 있는 사람들끼리 짜고 쳤다, 이거네요?”“짜고 치다니? 서강빈, 당신 말을 왜 그 따위로 해? 설마 이렇게 많은 사람이 합심해서 우리 누나를 속이기라도 했다는 거야?”송태호가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이세영은 항상 서강빈을 아니꼽게 생각했기에 중간에 끼어들며 그를 욕했다.“서강빈 씨, 대표님은 서강빈 씨가 구한 게 아니에요. 우리 모두 똑똑히 봤다고요.”“김 신의님이 송 대표님을 구한 건데!”“그리고 잊지 말아요. 대표님은 서강빈 씨 때문에 화가 나서 이렇게 됐다고요. 이곳에 서 있을 자격이 제일 없는 건 바로 당신이에요. 내가 당신이었으면 이미 꺼졌을 거예요.”이세영의 비난과 질책에 서강빈의 안색이 점점 더 흐려졌다.병실 안의 사람들은 서강빈을 나무라기 시작했고 온갖 종류의 욕설과 비난을 퍼부었다.서강빈은 자조하듯 웃었다. 그것도 아주 차갑게 말이다.결국 그는 죄인이 되었다.“서강빈, 가! 난 널 보고 싶지 않아!”이때 병상에 앉아있던 송해인이 차갑게 호통을 쳤다.그녀가 보기에 서강빈은 영락없는 소인배였다.특히 전에 그녀가 위험을 무릅쓰고 그를 도우려 찾아갔을 때, 그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고 심지어 그녀가 쓸데없이 참견했다고 생각했다
“도정윤 씨, 신중하셔야 해요. 누군가에게 위협당하지 마세요!”진기준이 서둘러 말하면서 도정윤을 향해 끊임없이 눈치를 줬다.“그...”도정윤은 살짝 머뭇거리다가 결국 한숨을 쉬면서 결연한 눈빛으로 말했다.“윤아야, 널 구한 건 김 신의님이셔. 서강빈은 나타난 적도 없어.”그 말에 병실 안이 순식간에 조용해졌다.서강빈의 표정 또한 굳었다. 그는 복잡한 눈빛으로 감히 자신을 직시하지 못하는 도정윤을 바라보았다.그는 도정윤처럼 도도한 여자가 진기준과 양미란 같은 소인배의 편에 서서 거짓말을 할 줄은 몰랐다.“도정윤 씨, 지금 자기가 무슨 말을 한 건지 압니까?”서강빈의 안색이 흐려졌다.양미란이 곧장 말했다.“서강빈, 들었지? 도정윤도 김 신의님이 우리 해인이를 구했다고 하잖아. 언제까지 거짓말을 할 셈이야?”진기준은 도정윤의 말을 듣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고 긴장하던 기색은 사라지고 조롱하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서강빈 씨, 무슨 말을 더 하려고요?”진기준은 냉소했고 병상 위 송해인은 실망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또 한 번 서강빈에게 속다니!“서강빈, 대체 언제까지 그럴 거야? 이젠 정윤이까지 네가 거짓말을 한다고 증언했는데, 이러면 됐어?”송해인이 화를 내며 말했다.서강빈은 미간을 구기고 어쩔 수 없다는 듯이 한숨을 쉬었다.“믿지 않는다면 나도 더는 할 말 없어. 해야 할 얘기는 다 했으니까. 처방전은 저기 있어.”서강빈은 고개를 저으며 몸을 돌려 자리를 뜨려 했으나 송해인이 외쳤다.“거기 서. 네 처방전은 가지고 가.”“맞아! 김 신의님이 계시는데 네 처방전을 누가 원한다고 그래? 우리 딸이 먹었다가 잘못되기라도 하면 어쩌려고? 얼른 가져가!”양미란이 처방전을 덥석 쥐더니 종이 뭉치로 만들어 서강빈의 얼굴에 툭 던지면서 파리 쫓듯 서강빈을 내쫓았다.서강빈은 차가운 얼굴로 종이 뭉치를 집어 들었다. 그는 자조적인 미소를 띠며 말했다.“그래요, 갈게요.”말을 마친 뒤 서강빈은 몸을 돌려 쓸쓸하게 떠났다.“잠깐!”갑자기
짝!뺨 때리는 소리가 병실 안에 울려 퍼졌다.송해인은 서강빈의 뺨을 힘껏 때렸다.병실 안은 순식간에 조용해졌고 사람들은 놀란 눈빛으로 송해인을 바라보았다.솔직히 말해 항상 단아하고 너그럽던 송해인이 오늘처럼 이렇게 난폭한 모습을 보이는 건 처음이었다. 심지어 다른 사람들 앞에서 서강빈을 때리다니, 예전이었다면 감히 상상도 못 했을 일이다.서강빈은 당황했다. 뺨이 화끈거려 손을 뻗어 만져본 그는 자조했다.송해인은 다른 남자를 위해 화를 내며 그의 뺨을 때렸다.예전에는 오해받아도, 비난받아도 그냥 미간만 찌푸리며 넘어갔었다.그러나 오늘 서강빈은 송해인을 위해 자신의 체내에 있는 영기 중 반을 써서 그녀를 구했는데, 송해인은 다른 사람들의 거짓말은 믿어도 3년간 부부로서 함께 산 전남편의 말은 믿지 않았다.허탈해진 서강빈은 쓴웃음을 지었다.송해인은 지금 무척 후회하면서 손을 떨고 있었다. 그녀도 자신이 왜 이러는 건지 알 수 없었다.그저 아주 화가 났을 뿐이다.“왜, 왜 지금까지도 거짓말만 해? 사과하는 게 그렇게 어려워?”송해인은 이를 악물더니 눈물이 그렁그렁한 얼굴로 서강빈에게 따져 물었다.그녀는 이해할 수 없었다. 예전에 그녀의 앞에 서서 온갖 풍파를 막아주던 서강빈이 이렇게 변했는지 말이다.지금의 서강빈은 아무짝에도 쓸모없고 진취적이지도 않고 마음도 좁았다. 심지어 거짓말을 하고 난동을 부리며 폭력적이기까지 했다.서강빈은 최악의 남자였다.“하하, 서강빈 씨. 감히 나랑 싸우려고요? 당신은 그럴 자격이 없어요!”진기준이 옆에서 입을 틀어막고 비아냥대며 냉소했다.조금 전 그가 달려든 이유는 서강빈이 자신을 때릴 거라고 확신했기 때문이다.이제 송해인은 서강빈을 때리고 그와 완전히 원수가 되었다.진기준은 자신의 목적을 이룬 셈이다.“잘 때렸어! 이런 놈은 때려야 해.”양미란이 말했다.“맞아, 누나. 정말 멋졌어. 나도 줄곧 뺨을 때리고 싶었다니까!”송태호도 거들었다.줄곧 말이 없던 서강빈은 차갑게 웃음을 터뜨렸다.3년
김하율이었다.“진 대표님, 진료비는 다시 돌려드릴게요. 저희 할아버지가 그러셨어요. 송해인 씨 병은 할아버지가 치료한 게 아니니까 진료비는 받을 수 없다고. 그리고 앞으로는 우리 할아버지를 다시 찾지 말아 달라고 하셨어요.”김하율이 현금을 책상 위에 올려놓고 떠났다.병실을 나서기 전, 고개를 돌린 김하율은 바닥에 주저앉은 채로 의문 가득한 표정을 짓고 있는 송해인을 바라보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송해인 씨, 조금 전에 하신 말씀은 다 들었어요. 안타깝게도 송해인 씨는 전남편을 오해하셨네요.”말을 마친 뒤 김하율은 떠났다.송해인은 얼이 빠졌다.병실 안의 양미란, 송태호, 진기준, 이세영 등 사람들도 전부 넋이 나갔다.거짓말인 게 밝혀지다니, 큰일이었다.진기준은 안색이 달라지더니 이내 반응을 보이며 호통을 쳤다.“저 계집애, 내가 준 진료금이 너무 적어서 그러는 건가? 저런 말을 한다니.”“해인아, 넌 푹 쉬고 있어. 내가 나가 볼게.”말을 마친 뒤 진기준은 그 틈을 타서 도망칠 생각이었다.양미란도 서둘러 말했다.“그, 기준아. 나도 같이 갈게. 김 신의님 진짜 뭐 하시는 건지 모르겠네. 손녀를 보내서 헛소리를 하다니 말이야.”이세영도 급히 말했다.“대표님, 전 회사에 다른 볼일이 있어서 먼저 가볼게요.”그들은 전부 도망치려 했다.그리고 바닥에 앉아있던 송해인은 곧바로 깨달았다.“다들 멈춰요!”송해인이 눈물을 흘리면서 소리쳤다.곧이어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난 그녀는 싸늘한 시선으로 사람들을 둘러보며 따져 물었다.“방금 저 말 무슨 뜻이에요?”“날 구한 사람이 대체 누구예요?”그녀의 목소리가 병실 안에 울려 퍼졌다.“그...”양미란은 머뭇거리면서 진기준을 바라봤고 진기준은 다급히 웃으며 말했다.“그, 해인아. 넌 괜한 생각하지 말고 푹 쉬어. 누가 치료했든 다 똑같지, 뭐.”“꺼져!”송해인은 진기준을 밀치고 매서운 눈빛으로 양미란을 바라보며 물었다.“엄마, 솔직히 얘기해 봐요. 서강빈이 날 구한 거예요?”양미
“미안하단 말이 무슨 소용이 있는데. 네 눈에 나는 거짓말만 하는 소인배잖아.”서강빈이 차갑게 말했다.그는 완전히 실망했다.신뢰받지 못하는 기분이 가장 괴로웠다.게다가 송해인은 그와 3년간 함께 살았던 여자였다.“난...”송해인은 우물쭈물했다. 그녀는 급한 마음에 서강빈의 손을 잡고 초조하게 말했다.“엄마가 날 속인 거였어. 그리고 너도 계속 해명하려 하지 않았잖아. 넌 항상 말하다가 말고 떠나는데 내가 널 어떻게 믿겠어?”그 말에 서강빈은 안색이 달라졌다. 고개를 돌린 그는 한껏 진지한 눈빛으로 송해인을 바라보며 자조했다.“내 잘못이란 말이야? 내가 충분히 설명하지 못해서 그렇다고?”“그... 그게 아니라. 그런 뜻은 아니었어.”송해인은 마음이 급했다. 그녀는 더 설명하고 싶었다.그러나 서강빈은 그녀의 두 손을 뿌리치며 차갑게 말했다.“송 대표, 더 설명할 필요 없어. 송 대표 어머니가 송 대표를 어떻게 속였든지 상관없어. 송 대표는 결국엔 그들을 또 믿을 테니까 말이야.”“사실 송 대표도 알고 있잖아. 송 대표는 애초에 날 믿을 생각이 없었어.”“3년의 감정으로도 신뢰 한 번 받지 못하는데, 내가 어떻게 설명하든 결국 결과는 똑같았을 거야.”말을 마친 뒤 서강빈은 몸을 돌려 차에 올랐다.“서강빈, 대체 뭘 어쩌고 싶은 거야?”이성을 잃은 송해인이 날카롭게 소리 질렀다. 그녀는 서강빈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눈물이 그렁그렁해서 말했다.“넌 처음부터 끝까지 아무런 잘못도 하지 않았다는 거야? 왜 나한테 이러는 건데? 넌 내가 이러고 싶어서 이러는 줄 알아?”“설마 내가 무릎 꿇고 사과라도 해야 날 용서해 줄 셈이야?”“그래. 넌 잘못이 없어. 다 내 잘못이지. 됐지?”서강빈이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너, 너 그게 무슨 태도야?”송해인은 화가 나서 말문이 막혔다.“송해인, 넌 영원히 네가 뭘 잘못했는지 모를 거야. 넌 항상 내가 뭘 하든 다 내가 잘못한 거라고 생각하니까. 그런데 왜 굳이 날 쫓아와서 나한테 사과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