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백서준 도련님이셔. 우리도 가서 인사하자!”진기준은 곧바로 사람들에게 둘러싸인 백서준을 발견하고 이세영과 내키지 않아 하는 송해인을 데리고 그에게로 달려갔다.백서준은 천주 백씨 집안 둘째 도련님으로 유명한 재벌 2세였다.천주에서 그는 평판이 좋지 않았다.바람둥이였기 때문이다.동시에 그는 권씨 집안 아가씨를 엄청나게 좋아했다.소문에 의하면 권씨 집안 아가씨의 마음을 얻기 위해 천주 천강의 크루즈 몇십 대에 천주에서 가장 신선한 장미꽃을 잔뜩 실었던 적이 있었다고 한다.그러나 권씨 집안 아가씨는 그에게 관심이 없었다.“안녕하세요, 백서준 씨.”진기준은 백서준의 앞으로 달려가서 허리를 숙였다“백서준 씨.”이세영은 따라서 웃으며 말했다.송해인은 미간을 슬며시 찡그렸다.진기준이 황급히 소개했다.“해인아, 이분은 천주 백씨 집안 둘째 도련님 백서준 씨야.”“백서준 씨, 안녕하세요.”송해인은 정중하게 인사를 건넸다.천주 백씨 집안은 유명하고 권력도 강했지만 송해인은 자부심이 있었다. 그녀는 얕보이지 않기 위해 다른 사람들처럼 아부하려 하지 않고 평온하게 그를 대했다.백서준은 눈앞에 있는 송해인의 아름다운 미모와 그녀의 도도한 분위기에 끌렸다.‘정말 수준급이네!’백서준은 바람둥이였기에 많은 여자를 만났었다.권효정을 제외하고 송해인은 그를 설레게 만든 유일한 여자였다.“송해인. 이름이 예쁘네요.”백서준은 신사답게 웃으며 말했다.“감사합니다.”송해인이 싱긋 웃었다.그 미소는 백서준의 마음에 깊이 새겨졌다.“여기 올 때 송주에 아주 유능한 여성이 있다던데 아무 송 대표님이겠죠?”백서준이 웃으며 말했다.송해인이 바로 대답했다.“과찬입니다. 아직 배울 점이 많습니다.”“하하하.”백서준은 웃다가 의아한 얼굴로 진기준을 바라보았다.“이쪽은?”진기준은 황급히 웃으며 말했다.“전 진기준이라고 합니다. 송주 진씨 집안 출신입니다. 작년에 저희 아버지와 함께 상업대회에 참가했을 때 백서준 씨를 뵌 적이 있습니다. 그때 저
짝!백서준은 고개를 돌리더니 진기준의 뺨을 때리며 차가운 목소리로 호통을 쳤다.“개자식, 누구 보고 천박한 년이라는 거야? 죽고 싶어? 저 여자가 누군지 알고 그래?”진기준은 멍해졌다. 그는 빨갛게 부은 뺨을 부여잡고 벌벌 떨면서 물었다.“도련님, 왜 절 때리신 겁니까? 저 여자는 여우예요!”퍽!백서준은 다리를 들어 올려 진기준을 걷어차면서 고함을 질렀다.“멍청하긴, 저 여자가 바로 권씨 집안 아가씨, 권효정이야!”그 말이 진기준의 귓가를 파고들었다.그 순간 진기준은 안색이 창백해져서 몸을 덜덜 떨었다. 그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서강빈과 웃고 떠드는 권효정을 바라보았다.저 여자가 권씨 집안 아가씨라니...“도련님, 장난하지 마세요. 저 여자가 어떻게 권씨 집안 아가씨입니까?”진기준은 무척 황당했다.그는 권씨 집안 아가씨처럼 대단한 인물이 왜 서강빈처럼 무능력한 인간과 만나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백서준은 차갑게 코웃음 치면서 화를 냈다.“내가 장난하는 것 같아?”말을 마친 뒤 백서준은 굳은 얼굴로 서강빈과 권효정을 향해 다가갔다.그의 행동에 많은 사람들이 그쪽으로 시선을 돌렸다.“백서준 씨 뭐 하러 가는 거지?”“모르겠어. 안색이 일단 안 좋은 것 같은데.”“저 남자한테 가는 것 같은데. 저 남자 누구야? 아는 사람 있어?”“눈에 익긴 하네. 저번에 권씨 집안에서 주최한 한의학 대회 선발대회 파티에서 본 것 같은데... 생각났다. 서강빈! 비오 그룹 대표 송해인의 전남편 서강빈이야!”사람들은 의논이 분분했다.서강빈의 이름이 순식간에 파티장 전체에 퍼져나갔다.다른 한편, 진기준은 뺨을 부여잡고 여전히 충격받은 얼굴로 권효정이 권씨 집안 아가씨라는 사실에 놀라워하고 있었다. 그러나 백서준이 그들에게 다가가자 진기준은 곧바로 음험하게 웃었다.‘서강빈 넌 죽었어. 감히 백서준 도련님이 마음에 둔 여자를 빼앗으려고 해? 넌 분명 죽게 될 거야!’진기준은 속으로 냉소했다.권효정은 들뜬 얼굴로 서강빈과 뭔가 얘기를 나누
백서준은 말을 마친 뒤 서강빈을 무시하고 권효정을 바라보며 말했다.“효정아, 일단 나 따라 나와. 정말 너한테 할 얘기가 있어.”그는 말하면서 손을 뻗어 권효정의 흰 팔을 잡으려고 했다.권효정은 안색이 확 달라지더니 손을 빼내며 서강빈 쪽으로 앉았다. 그녀는 차갑게 말했다.“백서준, 뭐 하려는 거야?”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난 서강빈은 권효정의 앞으로 나서며 차갑게 말했다.“백서준이라고 했지? 권효정 씨는 당신 따라 나갈 생각이 없는 것 같으니 예의를 차렸으면 좋겠는데.”“이 자식, 죽고 싶어? 비켜!”백서준은 버럭 화를 내며 손을 뻗어 서강빈을 밀쳐다. 그러나 서강빈은 그 자리에 우뚝 멈춰 서서 꼼짝하지 않았다.백서준은 이내 안색이 흐려지며 화를 냈다.“이 자식, 정말 나랑 해보겠다 이거야?”“난 그저 권효정 씨를 존중하라고 했을 뿐이야.”서강빈이 덤덤히 말했다.백서준은 눈살을 찌푸리며 호통을 쳤다.“네가 뭔데 나한테 이래라 저래라야?”“당신이랑 말하는데 뭐 신분이라도 필요한가?”서강빈이 차갑게 대꾸했다.그 말을 들은 백서준은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오르면서 소리쳤다.“이 자식, 죽는 게 두렵지도 않아?”“나 백서준에게 맞서면 어떻게 되는지 알고 그래?”서강빈은 눈살을 찌푸리며 덤덤히 대꾸했다.“모르는데.”“모른다고? 그러면 내가 알게 해주지!”백서준은 불같이 화를 내면서 서강빈의 얼굴을 향해 주먹을 내뻗었다.멀지 않은 곳에서 진기준은 흥미진진한 얼굴로 그 광경을 바라보았다.백서준이 서강빈을 공격한다면 서강빈은 반드시 죽을 것이다.홀 안의 손님들은 깜짝 놀랐다.특히 백서준의 신분을 알고 있는 사람들은 안색이 창백해져서 의논이 분분했다.“세상에, 백서준 도련님이 상대방을 공격했어!”“저 서강빈이라는 사람이 열받게 한 건가?”“큰일이네. 백서준 도련님이 나서면 걸어서 나가는 사람이 없었는데. 저 서강빈이라는 사람 죽지 않아도 불구가 되겠어.”사람들은 고개를 저었다. 다들 표정이 달랐다.어떤 이들은 강 건너 불
권효정은 협박처럼 들리는 말에 안색이 확 달라졌다. 그녀는 차가운 눈빛으로 싸늘하게 말했다.“백서준, 뭐 하려는 거야? 이건 내 생일파티야. 난 널 환영하지 않아. 당장 나가!”그 말에 백서준은 당황했다. 그는 권효정을 바라보며 불쾌한 듯 말했다.“효정아, 이딴 시골뜨기 때문에 날 내쫓는 거야?”“그래!”권효정이 차갑게 말했다.백서준은 이를 악물더니 음산한 눈빛으로 서강빈을 바라보며 위협했다.“이 자식, 오늘 밤에는 일단 봐주겠어. 하지만 내가 널 두려워하는 거라고 착각하지는 마!”“두고 봐. 후회하게 해줄 테니까!”말을 마친 뒤 백서준은 부러진 팔을 붙잡고 몸을 돌린 뒤 씩씩거리며 떠났다.그 장면에 홀 안이 의논이 분분해졌다.백씨 집안 둘째 도련님이 그냥 이렇게 가버리다니?진기준은 안색이 좋지 않았다. 그는 서강빈이 이렇게 운이 좋을 줄은 몰랐다.‘권씨 집안 아가씨가 그의 편을 들어주다니. 제기랄!’진기준이 속으로 욕지거리를 하고 있을 때 송해인이 이세영과 다가와서 미간을 구기며 물었다.“진 대표, 무슨 일이야? 아까 백서준 씨가 누구에게 맞는 것 같던데?”진기준은 음산한 눈빛으로 권효정과 얘기를 나누는 서강빈을 바라보며 차갑게 말했다.“그래. 네 전남편 서강빈에게 맞았어.”“뭐?”그 말을 들은 송해인은 경악한 얼굴로 고개를 돌려 서강빈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미간이 좁혀졌다.백씨 집안 둘째 도련님과 충돌이 있었다니.“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진기준이 미간을 구기며 일부러 과장해서 말했다.“어떻게 된 일이겠어? 서강빈이 저 여자를 위해서 백서준 도련님이랑 충돌했어. 심지어 백서준 도련님의 팔을 부러뜨렸지.”쿵...그 말에 송해인은 몸을 흠칫 떨었다.그녀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서강빈을 바라보았다.다른 여자를 위해서 백서준과 충동하다니, 서강빈은 백서준이 누군지는 알까?송해인은 왠지 모르게 언짢고 조금 질투가 나기도 했다.특히 서강빈이 권효정과 대화를 나누고 있고, 권효정이 심지어 서강빈을 걱정하는 걸 보니
서강빈은 무표정한 얼굴로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내가 비참하게 죽든 말든 신경 쓰지 말지.”“서강빈, 꼭 이렇게 고집부려야겠어?”서강빈은 표정이 굳어지더니 진지하게 송해인을 바라보며 반문했다.“넌 내가 고집부리는 거라고 생각해?”“그러면 아니야? 네가 무슨 자격과 실력으로 백씨 집안 둘째 도련님의 복수를 막는다는 거야? 너 이렇게 하는 거 죽음을 자초하는 것과 다름없다고.”송해인이 화를 내며 호통을 쳤다.서강빈은 어이가 없다는 듯 피식 웃으며 말했다.“어차피 송 대표 눈에는 내가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무능력한 인간일 텐데 왜 굳이 날 찾아와서 이런 얘기를 하는 거지?”송해인은 그 말을 듣더니 안색이 확 달라지며 눈썹을 치켜올렸다. 그녀는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서강빈, 그 말 무슨 뜻이야?”“별 뜻 없는데.”서강빈이 차갑게 말했다.송해인이 화를 내며 소리를 질렀다.“그래, 내가 괜한 걱정을 했네. 앞으로 네가 죽든 말든 나랑은 상관없어!”말을 마친 뒤 송해인은 발을 구르더니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으로 자리를 떴다.“대표님...”이세영은 송해인을 부르더니 고개를 돌려 서강빈을 노려보며 욕했다.“정말 쓰레기야!”서강빈은 눈살을 찌푸린 채로 멀어져가는 송해인을 바라보았다. 그도 속이 답답했다.다른 한편, 진기준은 앞에 서 걸어가는 송해인을 따라잡으며 외쳤다.“해인아, 화내지 마. 서강빈은 원래 쓰레기야. 그 때문에 네가 화를 낼 필요는 없어.”“난 화 나지 않았어!”송해인은 깊이 숨을 들이마시면서 아닌 척했다.이세영도 따라와서 말했다.“송 대표님, 쓰레기 같은 남자 때문에 화를 낼 필요는 없어요. 오늘 밤 저희에게는 아주 중요한 일이 있잖아요.”송해인은 최대한 감정을 추스른 뒤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알아.”오늘 밤은 권씨 집안 아가씨의 생일파티이기 때문에 권씨 집안의 아가씨가 현장에 있을 것이다.송해인은 지금까지 권씨 집안의 아가씨에 관한 소문만 들어봤지 그녀를 직접 만난 적은 없었다. 권씨 집안 아가씨는
“저 여자가 권씨 집안 아가씨라고?”무대 위 권효정을 바라본 송해인은 순간 큰 충격을 받았다.그녀의 얼굴에는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그녀는 권효정이 권씨 집안 아가씨이자, 그녀가 존경하고 기대하던 유능한 여자일 줄은 몰랐다.“말도 안 돼요. 대표님, 저 여자가 어떻게 권씨 집안 아가씨예요?”이세영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두 눈을 부릅떴다.심지어 그녀는 조금 전 권씨 집안 아가씨를 모욕했다.‘큰일이야. 이제 끝장이야!’“진 대표, 저 여자가 권씨 집안 아가씨라는 걸 알고 있었던 거지?”송해인이 갑자기 고개를 돌려 진기준을 바라보았다.진기준은 황급히 설명했다.“아냐, 해인아. 네가 오해한 거야. 나도 금방 알았어. 내가 알았을 때는 너희들보다 더 놀라워했다고.”“서강빈 씨가 권씨 집안 아가씨랑 웃고 떠들 수 있을 줄이야.”그 말을 들은 송해인은 예쁜 미간이 구겨졌다. 무대 위 화려하게 빛나는 아름다운 권효정을 본 그녀는 마음이 심란했다.권효정이 바로 권씨 집안 아가씨이고 소문 속 천주의 여왕이라니.예전 일들을 떠올린 송해인은 불안해졌다.동시에 무대 위 권효정은 털털하고 태연했다.강한 조명 아래서도 권효정은 전혀 꿀리지 않았다. 그녀는 여왕처럼 기개가 넘쳤다.무대 아래 서강빈은 그런 그녀를 살짝 놀란 얼굴로 바라보았다.권효정은 그가 상상했던 것보다 더 대단했다.그녀는 기개가 넘쳤고 분위기는 도도했다. 아주 유능한 커리어 우먼이라는 게 여실히 느껴졌다.심지어 강지원과 비슷한 수준이었다.무대 위에서 몇 마디 인사치레를 한 뒤 권효정은 곧바로 미소 띤 얼굴로 본론을 꺼냈다.“오늘 밤, 저희 권씨 가문은 현장에서 유능한 분 두 명을 선택해 저희 권씨 가문의 송주 파트너로 삼을 겁니다.”“앞으로 이 두 분은 저희 권씨 가문을 대표해 송주에서 여러 가지 사업을 진행할 것입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이 두 분의 파트너가 저희 권씨 가문을 대표할 겁니다.”그 말에 현장이 떠들썩해졌다.“세상에, 그건 권씨 집안의 사윗감을 고르는 것과 다를
무대 위 권효정은 아주 아름다웠는데 송해인도 그녀에게 전혀 뒤처지지 않았다. 두 사람은 순식간에 현장의 분위기를 고조시켰다.놀라운 장면이었다.“송 대표님, 반가워요.”권효정은 대인배처럼 악수하며 의미심장하게 웃어 보였다.송해인도 예의를 차리기 위해 악수를 했다. 그러나 그녀는 복잡한 표정으로 멋쩍게 웃어 보였다.“당신이 권씨 집안 아가씨일 줄은 몰랐네요.”사실 알았어야 했다.같은 권씨에 저번 권씨 집안에서 주최한 한의학대회 파티에 권효정도 참여했었다.게다가 이렇게 아름답고 분위기도 있는데 누가 봐도 일반인은 아니었다.송해인이 감정에 눈이 멀어서 권효정을 그저 서강빈의 곁에 있는 여우 같은 여자라고 단정 짓고 깊이 생각하지 않은 탓이었다. 어쩌면 서강빈이 권효정처럼 대단한 가문의 여자와 교집합이 없을 거라고 생각한 탓일지도 몰랐다.“송 대표님, 되게 의아하신가 보네요.”권효정은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참, 권씨 집안의 파트너가 된 걸 축하드려요.”송해인은 흠칫하더니 미간을 구기며 물었다.“권효정 씨는 진심으로 저희 비오 그룹과 협력하길 원하는 건가요? 아니면 그냥 저를 조롱하려는 건가요?”“당연히 진심으로 협력하려는 거죠.”권효정이 웃으며 말했다.“비오 그룹은 발전 전망이 좋고 송 대표님은 송주에서 꽤 유명하잖아요. 권씨 집안은 송 대표님 같은 유명한 사람이 필요하거든요.”그 말에 송해인의 안색이 살짝 달라졌다.“권효정 씨는 제 인기가 마음에 드신 건가요?”“그렇지 않으면요?”권효정이 되물었다.송해인은 조금 실망했다. 아니, 조금 불쾌했다.하지만 이내 그녀는 숨을 깊게 들이마신 뒤 웃으며 말했다.“저 송해인은 인기도 있지만 실력도 있습니다. 권효정 씨는 앞으로 오늘 같은 결정을 한 것이 행운이었다고 생각할 겁니다.”“그래요? 저는 송 대표님이 송주 비즈니스계 여왕이 되는 날을 기대할게요.”권효정이 덤덤히 웃었다.곧이어 그녀가 입을 열었다.“하지만 송 대표님, 이 얘기는 꼭 하고 싶네요.”“말씀하세요.”송
권효정은 덤덤히 웃으며 고개를 돌려 무대 아래를 바라보더니 낭랑한 목소리로 말했다.“여러분, 다음으로 제가 여러분께 권씨 집안의 두번째 파트너를 소개하겠습니다.”“제 눈에 이분은 단순한 파트너가 아닙니다. 이분은 저희 할아버지를 구해주신 생명의 은인이자 저희 권씨 집안의 귀인이기도 합니다!”그 말에 무대 아래가 소란스러워졌다.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서로 시선을 주고받으며 궁금한 표정을 지었다.권씨 집안의 파트너가 되고 권효정의 마음에 든 사람이라면 앞으로 승승장구할 수 있을 것이다.게다가 권씨 집안 어르신을 구한 생명의 은인이라니.엄청난 타이틀이었다.누군데 운이 이렇게 좋단 말인가?그 순간 사람들은 의논이 분분했다. 다들 권효정이 말한 파트너의 신분을 추측했다.“진 대표님, 그 귀인이 누구라고 생각하세요? 권씨 집안 어르신을 구한 생명의 은인이라니... 엄청난데요.”이세영은 부러움과 놀라움 가득한 어조로 말했다.진기준은 눈살을 찌푸리며 낮게 말했다.“난 모르지.”그러나 그는 그 말을 내뱉으며 무대 아래 구석 쪽에 있는 서강빈을 바라봤다..과연 서강빈일까?“하지만 전 아마 진 대표님일 거라고 생각해요!”이세영이 갑자기 웃으며 말했다.그녀는 홀 안에 권씨 집안의 눈에 들 수 있는 건 젊고 유능한 진기준뿐일 것이라고 생각했다.진기준은 멋쩍게 웃으며 말했다.“난 권씨 집안 어르신을 구한 적이 없어. 이 비서가 괜한 생각하는 거야.”“그래요? 그러면 누구죠?”이세영은 예상 밖이라고 생각하며 주위를 둘러봤다.진기준의 안색도 살짝 달라졌다. 어쩐지 서강빈을 보고 있을수록 그일 것 같았다.그러나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무능한 서강빈이 어떻게 권효정의 마음에 들 수 있을까?별 볼 일 없는 그의 의술로?이때 홀 안에 있는 사람들의 의논과 기대 어린 눈빛 속에서, 무대 위 권효정이 싱긋 웃으며 말했다.“두 번째 파트너는 이제 막 효정 의약 회사를 창립한 서강빈 씨입니다!”곧이어 권효정은 애정 가득한 눈길로 구석 자리에 있는 서강빈을
만약 서강빈이 단지 의술이 대단하다고 하면 이선종은 이 정도까지 공경하지 않았을 것이다. 한의학은 도문에서 기원했지만, 지금의 의사 중에서는 도술을 아는 이들이 적었다. 그러나 서강빈은 의술이 대단할 뿐만 아니라 도술 면에서도 이렇게나 조예가 깊으므로 정말 감탄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서강빈은 다가가서 이선종을 일으키며 말했다.“선생님, 이러실 필요 없습니다. 선생께서도 어르신의 병세를 걱정하여 혹시나 돌팔이를 만날까 봐 그러신 거잖아요.”이선종은 이 말을 듣고 부끄러운 기색이 역력한 얼굴로 말했다.“서 선생, 선생을 보니 저는 정말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은 마음입니다. 선생은 저보다 의술이 대단할 뿐만 아니라 성품도 저보다 훨씬 훌륭하십니다.”서강빈은 이선종의 어깨를 토닥이고는 침대에 누워있는 임성진 어르신을 바라보았다.지금 임성진 어르신의 얼굴은 점점 혈색이 돌아오고 곁에 있는 기기에서도 몸의 각종 수치가 호전되고 있다고 나타나고 있었다.임호는 할아버지가 무사한 것을 보고 감격하여 눈물을 흘렸다.“서 선생, 우리 할아버지를 살려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저는 서 선생을 큰 형님으로 모시고 싶은데 서 선생께서 부디 거절하지 마시고 보잘것없는 이 동생을 거둬주십시오.”말하며 임호는 한쪽 무릎을 꿇고 서강빈을 향해 주먹을 모은 채로 성의를 표했다.서강빈은 임호에 대해 첫인상이 무척 나빴지만, 임호가 가게의 문 앞에서 무릎을 꿇은 순간부터 서강빈이 임호에 관한 생각도 180도 변하였다.하여 서강빈은 거절하지 않고 임호를 부축하여 일으키면서 미소를 지은 채 말했다.“할아버지를 잘 보살피세요. 내가 남긴 처방전을 따르면 어르신께서는 열흘이 지나지 않아 완치하실 것입니다.”임호는 고개를 세게 끄덕이며 말했다.“네. 감사합니다, 형님. 할아버지께서 상황이 좋아지시면 반드시 감사 인사를 올리러 직접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서강빈은 임호의 오른 다리를 한번 보더니 생각에 잠긴 채 말했다.“다음에 올 때 x 레이 사진을 함께 가지고 오세요.”임호는 영
이선종은 돋보기를 쓰고 자세히 살펴보았지만, 여전히 확신할 수 없는 듯 서강빈에게 말했다.“서 선생, 이 약재가 백 년이 되는지 한번 살펴보세요.”서강빈이 내린 처방을 본 이후로 서강빈을 대하는 이선종의 태도는 완전히 변하였다. 심지어 서강빈의 앞에서는 초보인 것 같은 모습까지 보였다. 서강빈은 상자 안에 들어있는 설련초를 한번 보더니 살짝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네. 맞습니다. 백 년 된 설련초가 맞아요.”서강빈이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보고 임호는 감격하여 말했다.“서 선생, 그 말은 우리 할아버지를 살릴 수 있다는 말씀이시죠?”“그렇다고 볼 수 있죠. 먼저 어르신께서 탕약을 드시고 난 후에 다시 살펴보죠.”서강빈은 고개를 세게 끄덕이며 말했다.“할아버지를 살릴 수 있다니, 너무 다행이에요. 서 선생, 우리 할아버지께서 무사할 수만 있다면 우리 임씨 가문에서는 서 선생의 큰 은혜를 절대 잊지 않을 것입니다.”말을 마친 임호는 서강빈에게 절을 세 번 올렸다.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뿐이니 도련님께서 이러지 않으셔도 됩니다. 다만 이 설련은 줄기만 사용해야 합니다. 꽃잎은 사용하면 안 됩니다. 그렇지 않으면 폐의 기를 상하게 하여 오히려 어르신께 독이 될 수 있어요.”서강빈은 다시 한번 당부했다.“알겠어요. 지금 당장 사람을 시켜서 그렇게 하도록 하겠습니다.”임호는 설련을 곁에 있는 간호사에게 건네려고 할 때 손인수가 서둘러 다가오며 말했다.“도련님, 이런 일은 저에게 맡기세요.”이렇게 말하며 손인수는 고개를 돌려 서강빈을 바라보았다.서강빈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손인수의 의술로 보아 이 정도로 간단한 일을 처리하는 건 거뜬했다.손인수는 나무 상자를 받아들고 무척 공손하게 서강빈을 향해 인사를 건넨 다음에야 병실을 나섰다. 이선종은 살짝 미간을 찌푸린 채 물었다.“서 선생과 손 신의는 예전부터 알던 사이였습니까?”“그런 셈이죠.”서강빈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이 말을 들은 이선종은 그제야 자신이 병실에 도착
이선종이 듣기에 서강빈의 말은 지금 장난을 치는 것처럼 느껴졌다. 임성진 어르신은 천주 군사구역의 고위층 지도자였다. 만약 정말 병을 완치할 수 있다면 오늘까지 끌었을 필요가 있겠는가? 설마 천주의 모든 유명한 의사들이 다 서강빈보다 못하다는 말인가?서강빈은 침대에 누워있는 임성진 어르신을 살펴보았다. 어르신의 얼굴이 창백하고 호흡이 미약한 것을 보고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임성진 어르신의 상황이 그가 예상한 것보다 훨씬 복잡한 듯 보였다. 서강빈은 먼저 진혼 부적을 사용해서 총알 파편을 제거한 후 어르신한테 침을 놓으려고 했었다. 하지만 지금의 상태로 보아서는 반드시 임성진 어르신의 상태를 먼저 안정시켜야 했다.“임성진 어르신의 지금 상태로 보아 바로 총알의 파편을 꺼내면 안 됩니다.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먼저 기맥을 안정시켜야 해요. 선생님께서는 제 생각에 동의하시는지요?”서강빈은 고개를 돌려 이선종을 보면서 말했다.“흥! 자네는 말을 참 쉽게 하네. 나조차도 확신할 수 없는데 자네처럼 젊은 사람이 무슨 수로 어르신의 상태를 안정시킨다는 말인가? 그리고 임성진 어르신은 지금 폐 기능이 감퇴한 것뿐만 아니라 오장육부가 모두 망가지고 있다네.”이선종은 차갑게 콧방귀를 뀌며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말했다.“선생님, 그 말은 너무 극단적인 것 같은데요? 어떤 경우에는 당신이 못한다고 해서 다른 사람도 못 하는 게 아니거든요. 의술을 놓고 말할 때도 누가 더 잘하고 못하는지는 지금 결론을 내기에는 이른 것 아닌가요?”서강빈은 말을 마치고 곁에 있는 책상에 놓인 종이와 볼펜을 들고 능숙하게 써 내려간 처방을 이선종에게 건네며 말했다.“선생님, 내 처방전이 어르신의 병세를 안정시키는 데 효과가 있을지 한번 보십시오.”이선종은 못마땅하다는 얼굴로 서강빈의 손에서 처방전을 건네받아서는 자세히 읽어보았다. 조금 전까지도 가소로운 표정을 하고 있던 이선종은 서강빈의 탕약 처방전을 보고 나서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이게... 이 처방
이선종은 성회에서 유명한 신의였는데 원장의 체면이 아니면 멀리서 임성진 어르신의 병을 봐주러 오지 않았을 것이다. 단지 임성진 어르신의 상황이 복잡하여 이선종도 연신 고개를 저었다.“주 원장님, 감사합니다.”임호는 먼저 원장한테 감사 인사를 하고 뒤에 있는 서강빈을 가리키며 말했다.“하지만 저희 할아버지의 병은 서 선생이 고칠 수 있을 것입니다.”서강빈의 일이 있고 나서 사람들을 대하는 임호의 말투와 태도는 큰 변화가 있는 걸 어렵지 않게 보아낼 수 있었다. 더는 예전의 거만함이 없었다.“뭐라고요? 서 선생? 무슨 서 선생이요? 하느님이 와도 어르신의 병을 고칠 수 있다고 장담하지 못할 것입니다.”이선종의 표정에는 분노한 기색을 띠고 고개를 들어 임호를 보며 말했다.“어르신은 폐에 총알의 잔해가 남아있기 때문에 병든 것입니다. 아무리 최고급의 기기를 사용한다고 해도 꺼낼 수가 없어요. 그 잔해가 남아있는 한 무슨 약을 쓰더라도 다 소용이 없습니다.”이 말을 들은 서강빈은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총알의 잔해일 뿐인데 그 정도까지는 엄중하지 않죠.”‘뭐라고? 총알의 잔해일 뿐인데?’이 말을 들은 이선종은 표정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자네가 의술을 정말 아는지 의심되네. 잔해가 체내에 남아있다는 건 무슨 의미인지 알고 있어? 장기가 쇠퇴하고 있다는 말일세! 그 어떤 사람이 와도 이렇게 엄중한 병은 치료할 수가 없다네.”이선종은 큰소리로 호통을 쳤다. 그가 보기에 서강빈은 아무것도 모르는 애송이었다. 하여 그의 말속에는 오만함이 다분했고 무례하기 그지없었다.“어르신의 폐 검사 결과를 가져와서 저 사람한테 보여주세요!”주 원장은 다급하게 곁에 있는 간호사를 불러서는 손짓을 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간호사는 임성진 어르신의 폐 검사 결과를 가지고 와서 서강빈에게 건넸다. 서강빈은 x 레이 사진 속의 음영을 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 여기일 것이다.x 레이 사진 속의 거대한 음영을 보고 임호는 순간 눈앞이 캄캄해지는 것을 느끼며 몸이 휘청
“서 선생, 잘못했습니다. 제발 저희 할아버지를 살려주십시오. 할아버지께서... 지금 더 버티기 어렵습니다.”이렇게 말하며 임호는 참지 못하고 다시 눈물을 흘렸다.그는 무릎을 꿇는 순간부터 서강빈이 승낙할 때까지 무릎을 꿇고 있으리라고 마음을 먹었다.사실 서강빈은 이미 우남기 어르신한테서 임성진 어르신의 상황에 대해 어느 정도 들어서 알고 있었다. 방금 그린 진혼 부적도 임성진 어르신의 병을 치료하기 위해 준비한 것이다.임호한테 그렇게 차갑게 대한 것은 임호에게 교훈을 주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임호의 행동은 서강빈의 마음을 동하게 했다. 대장부로서 무릎을 꿇는 일은 절대 쉽지 않다. 더욱이 임호처럼 도도한 사람이 할아버지를 살리기 위해 자신의 가게 앞에서 무릎을 꿇는다는 것은 그의 효심을 증명하기에 족했다.이렇게 생각한 서강빈은 손을 뻗어 임호를 부축했다.“서 선생.”임호는 감격한 얼굴로 서강빈을 쳐다보았다.“그래요, 도련님, 어르신한테 갑시다.”서강빈은 부드러운 말투로 말했다.“정말 저를 용서하신 겁니까?”임호는 눈물을 닦으며 빨개진 두 눈으로 말했다.서강빈은 살짝 고개를 끄덕였고 임호를 칭찬하는 듯한 눈빛을 보냈다. 자신의 가족을 살리기 위해 모든 것을 다 내려놓고 심지어 자신의 자존심까지 내려놓을 수 있는 사람이야말로 진정한 대장부였다.“정말 너무 감사드립니다. 서 선생, 이리로 오십시오.”임호는 이렇게 말하며 차 문을 열려고 했지만 조금 전 비를 맞으며 빗속에서 너무 오래 있은 탓에 예전에 다쳤던 무릎이 다시 말썽을 일으켜 임호는 비틀거리다가 바닥에 넘어지고 말했다. 서강빈은 손을 뻗어 임호를 부축하고는 은침을 하나 떠내 임호의 무릎에 있는 혈 자리에 꽂았다.은침의 위에 영기가 맴돌더니 바로 임호의 체내로 들어갔다. 이윽고 따뜻한 느낌이 몸에 퍼지면서 임호의 무릎에 있던 상처는 기적처럼 완치되었다.“이게...”임호는 깜짝 놀랐다. 대단한 한의사, 심지어 신의 손이라고 불리는 의사까지 다 찾아가 보았지만, 소용이 없었다.
서강빈은 임호에게 눈길을 보내지도 않고 곁에서 청소하는 염지아에게 말했다.“그만하고 손님 보내드려.”염지아는 서둘러 손에 있던 걸레를 내려놓고 앞으로 다가가 냉랭한 표정으로 말했다.“돌아가십시오. 여기는 당신을 환영하지 않습니다.”염지아는 무슨 일이 발생했는지는 자세히 모르지만, 권효정한테서 어느 정도 맥락은 들어서 알고 있었다.임호처럼 자신의 출신을 내세워 다른 사람을 무시하는 사람들을 염지아도 좋게 보지는 않았다.천주에서 오면 어떤가? 그 누가 와도 주인님한테 병을 치료해달라고 하려면 공손한 태도로 부탁해야 한다.임호는 침을 삼키고 깊게 숨을 들이쉬고는 말했다.“서 선생, 어제의 일은 제가 잘못했습니다. 저한테 뭐든 시켜도 상관없습니다. 하지만 저희 할아버지께서는 앞으로 며칠 버티지 못하십니다. 제발 부탁입니다. 저희 할아버지를 살려주십시오.”임호는 말하면서 염지아를 지나치려고 했다.“왜 이러는 거예요? 말을 못 알아듣는 거예요? 당장 나가세요!”염지아는 앞으로 다가가서 임호의 길을 막았다.임호는 염지아를 한번 보더니 주먹을 꽉 쥐었지만 그래도 순순히 문 앞까지 물러났다.두 시간 동안 임호는 문 앞에 꼿꼿하게 서 있었다. 강렬한 태양에 임호는 땀범벅이 되었지만 조금도 방심할 수가 없었다. 해가 지고 하늘이 어두워지고 나서야 임호는 다시 돌아서서 서강빈에게 말했다.“서 선생, 제발 부탁입니다. 저희 할아버지를 살려주십시오. 제가 잘못했습니다. 무릎 꿇겠습니다.”말을 마친 임호는 문 앞에서 털썩 무릎을 꿇었다.“미안하지만 바빠서 시간이 없어.”서강빈은 여전히 임호에게 눈길을 주지도 않은 채 말했다.“서 선생, 만약 도와주신다면 그 은혜는 절대 잊지 않을 것입니다.”임호는 말하면서 연신 절을 올렸다. 눈가가 빨개진 임호를 보면서 염지아와 권효정도 마음이 좋지 않았다.물론 임호가 어제는 행동이 지나쳤지만, 그의 효심은 용서를 받을 만했다.바로 이때, 하늘에서 번개가 치더니 순식간에 비가 양동이로 퍼붓듯 쏟아졌다.임호는 비를
손인수는 서강빈의 의술이 얼마나 대단한지는 모르지만 그래도 임성진 어르신이 잠시는 무사하게 할 수 있는 게 아닌가? 하룻밤 사이에 어르신께서 다시 위독해지는 것은 말이 안 된다.“손... 손 신의, 서강빈이 안 온다고 합니다.”임호는 이를 악물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도련님, 서강빈 씨는 그렇게 매정한 사람이 아닙니다. 얘기를 어떻게 하신 겁니까?”손인수는 미간을 찌푸리고 물었다.“그게...”임호는 그 물음에 마음이 찔렸지만, 할아버지를 위해 그때의 상황을 사실대로 말하는 수밖에 없었다.“뭐라고요? 도련님, 부탁하러 간 사람이 그러는 게 어디 있습니까? 그건 납치 아닙니까?”손인수의 마지막 말은 거의 호통치듯 했다.임호도 아주 자책하며 말했다.“손 신의, 제가 잘못했습니다. 하지만 저희 할아버지께서 지금 정말 위독하십니다. 제발 부탁합니다.”이렇게 말하는 임호의 강인한 얼굴에서 눈물이 몇 방울 흘러내렸다. 손인수는 난감하듯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도련님, 사실대로 말하면 제가 어르신을 살리고 싶지 않은 게 아닙니다. 저는 실력이 모자라서 그럴만한 능력이 안 됩니다.”손인수의 말에 임호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아서 황급하게 물었다.“손 신의, 그 말씀은 신의께서도 방법이 없다는 말씀입니까?”지금까지 임호는 모든 희망을 손인수에게 걸었었다. 아무래도 5년 전에 임성진 어르신의 고질병이 재발했을 때, 손인수가 한번 살려준 적이 있었다.이번에 임호가 서강빈에게 그렇게 무례하게 대할 수 있었던 것도 손 신의를 믿고 있었기 때문이다.하지만 손인수의 그 말은 그의 모든 신념을 한순간에 다 무너뜨렸다.어렸을 때부터 그는 할아버지의 곁에서 자라왔는데 군인이 된 이후로 항상 할아버지를 인생의 롤모델로 여겼었다. 할아버지가 곧 자신을 떠난다는 생각에 임호는 더는 눈물을 참지 못하고 통곡했다.“도련님, 제가 돕지 않으려는 게 아닙니다. 몇 년 전 그때는 운이 좋았던 것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임성진 어르신의 상태는 그때보다 더 심각합니다. 제
말을 마친 임호는 분노하여 콧방귀를 끼고는 병실로 들어갔다.“동진아, 도대체 무슨 일이야?”송주의 시장 허명수가 조용히 병실을 나서면서 방동진에게 물었다.“참나, 임호 도련님께서 너무 경솔하신 탓에 서 선생을 모셔오지 못한 것도 모자라 서 선생한테 손을 대려고까지 했어요. 우남기 어르신께서 중간에서 수습하지 않으셨다면 정말...”방동진은 여기까지 말하고 난감하듯 한숨을 내쉬었다.“아이고, 임호도 참.”허명수는 미간을 찌푸리고 복도를 거닐며 말했다.“서강빈이라고 하는 사람이 임성진 어르신의 병을 고칠 수 있다고 확신해?”“아주 확신합니다.”방동진은 이렇게 말하며 난처한 표정으로 허명수의 귓가에 몇 마디 속삭였다. 아무래도 남자인데 남자 구실을 하는데 문제가 생긴다면 입에 담기가 어려웠다.허명수는 말을 들으면서 고개를 끄덕이다가 입을 열었다.“그럼 당장 서강빈한테 전화해봐. 지금 당장 올 수 있으면 제일 좋고. 임성진 어르신의 상황이 그리 좋지 않으셔.”방동진은 침을 꿀꺽 삼키고 난감한 얼굴로 말했다.“시장님, 그때 상황을 보지 못해서 그렇게 얘기하십니다. 만약 그 사람이 저라고 해도 저는 오지 않을 것입니다.”“동진아, 임성진 어르신의 안위가 달린 일이야. 그 사람을 납치해오더라도 데리고 와야 해.”허명수는 명령하는 말투로 말했다.“시장님, 문제는 저한테 있는 게 아니잖아요. 서 선생이 나서주기를 원한다면 임호 도련님께서 직접 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목마른 놈이 우물 판다는 얘기도 있잖습니까?”방동진은 서강빈의 성격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임호가 만약 예의를 차리고 정중하게 부탁하면 우남기 어르신의 체면을 봐서라도 서강빈은 절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하지만 문제는 임호가 아예 서강빈을 무시하고 심지어 서강빈의 몸에 손을 대려고 했다는 것이다.서강빈이 참지 못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방동진조차 임호가 너무했다고 생각이 들었다.하여 방동진은 임호가 강효 그룹을 나서는 순간부터 이 일에 더는 관여하지 않으리라 마음을 먹었다.
서강빈은 차갑게 곽수철을 쳐다보며 얼음같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곽수철, 설마 오늘 여기를 살아서 떠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뭐라고?’곽수철은 이 말을 듣고 고개를 번쩍 들었고 서강빈과 눈이 마주쳤다. 서강빈의 눈빛에서 그는 섬뜩한 살기를 느꼈다.“너... 너 감히 나를 죽인다고?”곽수철은 서강빈이 감히 자신을 죽일 것이라고 절대 믿지 않았다. 곽수철은 자신이 킬러를 고용해서 서강빈을 죽일 수만 있지 절대 서강빈이 자신을 죽일 수는 없을 것이라고 단정 지었다.서강빈은 이 작은 송주의 별 볼 일 없는 작은 가게의 사장님일 뿐이다. 그런 서강빈에게 사람을 죽인다는 게 무슨 의미인지는 말을 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달빛이 비치지 않은 깊은 밤에 바람까지 세게 불면 사람 죽이기 딱 좋아. 네가 장소를 아주 잘 골랐어. 시간대도 잘 골랐고.”서강빈은 고개를 들고 고요한 숲을 한번 둘러보고는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아니... 서강빈, 너는 나를 죽이면 안 돼. 내가... 내가 이렇게 빌게. 제발 나를 놔줘. 내가 정말 잘못했어.”곽수철은 겁을 먹고 울음을 터뜨렸다. 그는 죽고 싶지 않다. 그렇게 많은 돈을 아직 다 쓰지 못했고 여자들과도 더 놀고 싶었다. 그리고...어찌 됐든 지금 그는 살고 싶은 생각뿐이었다.“말해. 저것들은 다 무슨 사람들이야?”서강빈은 곽수철의 가슴을 밟고는 차가운 목소리로 따져 물었다.“내가 말한다면 너... 너는 나를 놔줄 거야?”곽수철은 겁을 먹은 얼굴로 말했다. 서강빈은 차가운 목소리로 대답했다.“곽 대표, 시간을 아껴. 지금 피가 빠져나오는 속도로 봐서는 5분 안에 죽게 될 거야.”말하면서 서강빈은 곽수철의 허벅지에 꽂힌 칼을 세게 휘저었다. 곽수철은 아파서 경련을 일으켰다. 곽수철처럼 곱게 자란 사람들이 이런 고통을 참아낼 수 있을 리가 만무하다.몇 초가 지난 후, 곽수철은 연신 애원하며 말했다.“서강빈, 말할게, 내가 다 말할게! 제발 나를 그만 괴롭히고 나 좀 놔줘!”“말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