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신의님, 뭐 하시려는 겁니까? 이것들로 병을 치료할 수 있는 건가요?”황규성이 의아한 듯 물었고 서강빈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황 사장님 아내분에게는 병이 없습니다. 문제가 있는 건 이 별장이에요.”“별장이요? 그게 무슨 말이죠?”황규성은 더욱 어리둥절해졌다.서강빈이 설명했다.“조금 전에 밖에서부터 황규성 씨 별장의 풍수지리가 좋지 않은 게 보이더라고요. 그리고 옅은 살기가 이곳을 감싸고 있었어요.”“특히 황 사장님 아내분이 계시는 이 침실의 살기가 가장 짙습니다. 이 살기는 아내분 건강에 심각하게 영향을 주고 있어요. 아내분 관상의 자녀궁에는 회색이 감돌고 금이 끊어졌어요. 그래서 그동안 자식이 없었던 거예요.”“보세요. 지금은 정오라 햇빛이 침실을 내리쬐고 있는데도 따뜻한 기운은 전혀 느껴지지 않잖아요. 심지어 몸도 으슬으슬하죠.”“황 사장님, 그동안 이상하다고 느껴지지 않았나요?”황규성은 당황하며 더듬거렸다.“그... 솔직히 얘기하자면 다른 분들을 찾아갔었는데 다들 문제가 없다고 하셨어요. 제 아내에게 문제가 있는 게 아니라 이 별장에 문제가 있는 게 확실한가요?”“네. 이곳의 살기를 없애면 아내분의 불임도 해결될 겁니다.”말을 마치자마자 침대 위에 있던 유금란이 소란을 피웠다.“헛소리하지 말고 나가요. 당장! 믿음직스러운 의사인 줄 알았는데 지금 보니 사기꾼이네요. 여보, 뭐해요? 얼른 밖으로 쫓아내요.”황규성은 난처했다. 그는 망설이고 있었다.서강빈의 말이 진짜일까 아니면 가짜일까?엽전, 도목검, 종이돈으로 정말 사악한 것을 내쫓고 병을 치료할 수 있는 걸까?“서 신의님, 그 말 진짜인가요?”황규성은 망설이며 물었다.서강빈이 말했다.“황 사장님께서 절 믿으신다면 조금 전 제가 말한 그 세 가지를 준비해 주세요. 반대로 절 믿지 않으신다면 절 데려다주시면 됩니다.”황규성은 미간을 잔뜩 찌푸리고 고민 끝에 이를 악물고 말했다.“저는 서 신의님을 믿습니다! 지금 바로 준비하겠습니다.”말을 마친 뒤 황규성은
황규성은 오래전에 이미 넋이 나갔다. 그는 유금란을 꼭 끌어안고 온몸을 벌벌 떨고 있었다.이건 너무 무시무시했다.서강빈은 덤덤한 얼굴로 바닥의 엽전을 주워서 본 뒤 황규성과 유금란에게 말했다.“이제 괜찮습니다. 살기를 제거했어요. 황 사장님 별장을 차지하고 있던 그 귀신도 사라졌습니다.”서강빈은 유금란의 얼굴에 혈기가 도는 걸 발견했다.게다가 자녀궁에 드리워졌던 회색도 점차 사라지고 있었으며 동시에 침실 안의 온도가 점차 올라가며 따스해졌다.황규성은 털썩 소리를 내며 무릎을 꿇더니 예를 갖추며 머리를 조아렸다.“서 신의님, 아니, 서 거장님. 정말 대단하시네요. 오늘 서 거장님 덕분에 견식을 넓혔습니다. 예전에 세상에 이렇게 대단하신 분이 있다는 말은 들어봤었는데 오늘 뵙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제가 서 거장님께 절을 올리겠습니다.”황규성은 교양이 부족한 편이라 마음속의 흥분과 감사함을 머리를 조아리는 것으로 표현했다.서강빈은 전에 그를 구한 적이 있었다.그런데 이번에는 그의 집에 있던 악령까지 제거했으니 정말 커다란 은혜를 입은 셈이었다. 평생 보답할 수 없는 그런 은혜 말이다.서강빈은 황규성을 일으켜 세우면서 덤덤히 말했다.“이럴 필요 없습니다. 약속드린 일은 이미 다 처리했습니다.”“감사합니다, 서 거장님.”황규성은 끊임없이 허리를 구부리며 감사 인사를 했다.유금란도 침대에서 내려와 무릎을 꿇고 말했다.“서 거장님, 전에는 제가 무례를 저질렀습니다. 제가 보는 눈이 없었어요. 부디 너그러이 용서해 주세요.”서강빈은 황급히 유금란을 일으켜 세우며 말했다.“아닙니다. 이럴 필요 없으세요. 전 제가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유금란은 무척 기뻐하며 물었다.“그러면 전 앞으로 임신할 수 있는 건가요?”“제가 처방을 내줄 테니 우선 몸조리를 하세요. 한 달 뒤면 임신 준비를 할 수 있을 겁니다. 별다른 일이 없다면 석 달 내로 임신할 수 있을 거예요.”그 말을 들은 황규성과 유금란은 감격에 겨워 눈물을 글썽이면서 끊임
그 말을 들은 도정윤은 차갑게 코웃음 치더니 몸을 돌려 차에 탔다. 그녀는 서강빈을 노려보며 위협했다.“잘 고민해 보는 게 좋을 거야. 이건 당신에게 얻기 힘든 세 번의 기회니까. 하지만 이제 기회가 두 번 남았네.”서강빈은 눈썹을 치켜올리며 코웃음 쳤다.“도정윤 씨, 당신의 그 안하무인 태도는 집어치워요. 나 서강빈은 다른 사람의 도움 따위 필요 없으니까.”말을 마친 뒤 서강빈은 몸을 돌려 레스토랑 안으로 향했다.도정윤의 안색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그녀는 서강빈의 뒷모습을 노려보다가 경멸에 차서 웃었다.“괜히 체면 세우려다가 고생하지. 세상에 큰소리 못 치는 사람이 어디 있어? 앞으로 당신이 날 찾아와서 부탁하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네.”도정윤은 서강빈에 대한 경멸과 분노를 안고 액셀을 밟았고 차는 엔진 소리를 내며 순식간에 달려 나갔다.몇 분 뒤, 도정윤은 주차장에서 나와서 통화했다.“해인아, 걱정하지 마. 대박 그룹 프로젝트 내가 따올 거니까.”“마침 황규성 씨 부하에게서 그가 오늘 율리아 레스토랑에서 대단한 분을 모시고 밥을 먹을 거란 정보를 얻었어. 아마 황규성 씨와 만날 수 있을 거야.”“그래, 알겠어. 조심할게.”“참, 조금 전에 서강빈 만났는데 그 사람도 율리아 레스토랑에 있더라고. 그래서 내가 몇 마디 경고했어.”“걱정하지 마. 별말 안 했어. 적당히 얘기했어. 그러면 일단 끊을게.”전화를 끊은 뒤 도정윤은 숨을 내쉬며 주차장에서 나와 율리아 입구에 섰다.걸음을 옮겨 안으로 들어간 그녀는 직원을 찾아서 물었다.“안녕하세요, 황규성 사장님 어느 룸에 계시죠?”“누구시죠?”직원이 의아한 듯 물었다.레스토랑 사장은 황규성의 룸 안에 아무도 들이지 말라고 미리 그에게 얘기를 해뒀었다.“아, 전 황규성 씨랑 같이 술 마시려고 온 사람이에요.”도정윤은 자연스럽게 싱긋 웃으면서 대범하게 행동했다.직원은 도정윤을 업소녀로 생각해서 지체하지 않고 웃으며 말했다.“3층 1번 룸에 계세요. 제가 안내해 드릴게요.”“고마워
룸 안에서 황규성은 정중하게 서강빈을 기다리고 있었다. 문이 열리자 그는 다급히 자리에서 일어나며 웃어 보였다.“서...”그러나 그의 시야에 들어온 건 도도한 분위기에 우월한 몸매, 엄청난 미모를 가진 여자였다.그가 모르는 여자였다.“죄송하지만 룸을 잘못 찾은 거 아닌가요?”황규성이 정중하게 물었다.도정윤은 웃으면서 앞으로 두 걸음 나서며 공손하게 말했다“안녕하세요, 황 사장님. 전 도정윤이라고 합니다. 전 비오 그룹을 대표해 오늘 황 사장님과 프로젝트 협력에 관해 논의하고 싶어서 온 겁니다.”그 말을 들은 황규성은 표정이 굳더니 다시 자리에 앉으며 눈살을 찌푸렸다.“비오 그룹이요? 저랑 뭘 협력했나요? 여긴 어떻게 알고 온 거죠?”“제겐 저만의 방법이 있습니다.”도정윤은 웃으면서 계속해 말했다.“전에 협력한 적은 없지만 이제 곧 협력하게 될 거라고 전 믿습니다.”황규성은 룸 문을 바라보며 차갑게 말했다.“도정윤 씨라고 했죠? 미안하지만 난 오늘 귀한 손님을 대접해야 해서 프로젝트에 대해 논의하고 싶으면 저희 회사 매니저를 찾으세요. 오늘은 이만 돌아가 주셔야겠습니다.”황규성이 자신과 의논하려고 하지 않자 도정윤은 서류를 황규성의 앞에 내밀면서 머리카락을 넘기며 자신 있게 웃어 보였다.“황 사장님, 3분이면 됩니다. 전 황 사장님께서 틀림없이 이 프로젝트에 관심을 가지게 될 거라고 믿습니다.”황규성은 눈앞의 서류와 도정윤을 번갈아 보았다.도정윤은 확실히 미인이었다.그는 잠깐 고민하다가 서류를 넘겨 보았다.미모는 어떤 상황에서든 가산점이 되기 마련이다.도정윤은 그 점을 믿었고 자신의 미모에 자신감이 넘쳤다.“마스크팩이요?”황규성은 미간을 찡그리더니 웃음을 터뜨렸다. 그는 서류를 내려놓으며 말했다.“도정윤 씨, 저희 회사는 부동산과 엔터테인먼트, 광고 쪽 업무만 합니다. 마스크팩은 저희 회사랑 전혀 관계가 없는데요.”“이만 돌아가시죠. 전 귀한 손님을 대접해야 해서요. 이제 곧 오실 겁니다.”황규성은 다시 한번 그녀를
서강빈?왜 그가 이곳에 있는 걸까?그가 황규성의 귀한 손님일까?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서강빈, 당신이 왜 여기 있어?”도정윤은 일어나면서 놀란 기색이 역력한 표정으로 말했다.서강빈은 도정윤을 덤덤히 바라보며 웃었다.“무슨 문제 있나요?”이때 도정윤과 서강빈이 아는 사이라는 걸 발견한 황규성은 다급히 분노를 삭이고 의아한 듯 물었다.“서 거장님, 저 사람과 아는 사이인가요?”서강빈은 고개를 끄덕였다.“알지만 친하지는 않습니다.”그 말에 도정윤의 안색이 달라졌다.그러나 그녀는 이내 생각을 바꾸고 대꾸했다.“친하지 않다고? 난 당신 아내 친구야.”도정윤은 다짜고짜 자리에 앉았다.서강빈은 도정윤이 자리에 앉자 안색이 살짝 달라지면서 그녀의 말을 고쳤다.“전처죠.”도정윤은 그를 향해 눈을 흘긴 뒤 차갑게 코웃음 치고 황규성을 향해 웃어 보였다.“황 사장님, 제가 조금 전에 말씀드린 프로젝트, 한 번 고려해 보세요.”황성규는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서강빈과 도정윤을 번갈아 보다가 잠깐 고민한 뒤 웃으며 대답했다.“좋습니다.”황규성은 멍청하지 않았다. 그는 서강빈과 도정윤이 아는 사이라는 걸 눈치챘다.비록 사이가 좋아 보이지는 않지만 말이다.그러나 도정윤이 말했다시피 그녀는 서강빈 전처의 친구라고 한다.전처라는 건 과학적으로 고민해 볼 가치가 있었다.다시 합치는 경우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어쩌면 그들 부부는 싸웠다가 충동적으로 이혼한 걸지도 몰랐다.그래서 황규성은 감히 도박할 수 없었기에 일단 비위를 맞출 생각이었다.혹시라도 앞으로 서강빈과 전처가 다시 살림을 합친다면 오늘 그가 한 일이 앞으로 이득이 되어 돌아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그러면 전 먼저 가보겠습니다, 황 사장님.”도정윤은 웃으면서 일어나 룸을 나섰다.그녀가 룸 안에 들어오고부터 떠나기까지 겨우 3분이 걸렸다.아주 깔끔하고 대범하며 자신감이 있었다.그녀는 서강빈이 있다는 이유로 전혀 영향을 받지 않았다.심지어 서강빈을 자신의 디딤돌로 이용해
‘그게 사기꾼이 아니면 뭐야...’도정윤은 황급히 송해인에게 연락했다. 그녀는 미간을 찌푸리고 물었다.“해인아, 서강빈이 구마 같은 것도 할 줄 알아?”그 말에 송해인은 당황하더니 잠깐 고민하다가 말했다.“응. 지난 2년간, 도술에 아주 깊이 빠졌었어. 서강빈의 작은 가게는 사람들 관상을 봐주고 풍수를 봐주는 곳이야. 그리고 난 그 일 때문에 그와 이혼하려고 마음먹었었어. 그것에 빠진 뒤에 완전히 사람이 달라진 것 같았어. 근데 그건 왜? 뭐 알아냈어?”송해인의 대답을 들은 도정윤의 안색이 점차 차가워졌다. 그녀가 말했다.“알아냈어. 서강빈이 악령을 내쫓는 방법으로 황 사장님 아내분의 불임을 치료했대...”“악령을 내쫓았다고?”송해인은 깜짝 놀랐다.“그 자식, 어떻게 사기를 치고 다닐 수 있어? 혹시라도 발각당하면 황 사장님에게 맞아 죽을 거 아냐?”송해인은 화가 나서 이를 악물었다.“해인아, 내가 지금 당장 가서 까발릴까?”도정윤은 물으면서 고개를 돌려 룸 문을 보았다.“아니, 놔둬. 황 사장님이 속은 걸 알게 되면 단단히 혼낼 테니까.”말을 마친 뒤 송해인은 전화를 끊었다.비록 입으로는 그렇게 말했지만 송해인은 사실 살짝 걱정됐다.그러나 신경 쓰기 귀찮았다.“서강빈, 계속 그래 봐. 언제까지 속일 수 있는지 지켜보겠어.”송해인은 씩씩거리며 말했다.예전에 서강빈이 도술 같은 것에 빠져 있던 걸 떠올린 송해인은 기분이 잡쳤다.마침 이세영이 안으로 들어오면서 웃으며 말했다.“대표님, 오늘 저녁 마스크팩 정식 출시 전 생방송이 있는데 대표님께서 나가셔야 해요. 진행자가 현장에서 인터뷰할 텐데 질문을 몇 가지 할 거예요. 이건 질문 원고라서 봐두세요. 여기 원고대로 대답하시면 돼요.”송해인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래, 알겠어.”“참, 진행자가 개인적인 감정 문제에 대해서도 물을 수 있는데 미리 준비해 두세요.”이세용이 웃으며 말했다.송해인은 미간을 살짝 구기며 고개를 끄덕였다.어제 실검에 올랐던 걸 그녀도 알고
서강빈은 미간을 찌푸렸다.그는 이러한 분쟁에 끼어들고 싶지 않았다. 괜히 귀찮아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서강빈이 망설이자 황규성은 조급해하면서 아예 무릎을 꿇고 고개를 조아리며 사정했다.“서 거장님, 제발 이번 한 번만 더 도와주십시오. 앞으로 저 황규성과 대박 그룹은 서 거장님의 말에 따르겠습니다.”서강빈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그래요. 이번에는 도와드리겠습니다. 하지만 황 사장님께서 해주실 일이 있어요.”황규성은 그 말을 듣고 곧바로 기뻐하며 흥분해서 말했다.“서 거장님, 말씀만 하세요. 제가 불구덩이에 뛰어들어서라도 반드시 성공시키겠습니다.”서강빈은 고개를 끄덕인 뒤 덤덤히 웃으며 말했다.“황 사장님께서 찾아주실 물건이 있습니다.”“무슨 물건이죠?”황규성이 물었다.“영석이요.”서강빈이 대답했다.황규성은 당황하더니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영석이요? 그게 뭐죠? 옥석인가요?”서강빈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옥석이 아니라 일종의... 약석이라고 생각해 주세요. 색깔은 초록색이고 비취처럼 생겼어요. 하지만 비취보다는 부드럽고 만지면 차가워요. 손에 들면 편안한 기분이 드는데 병을 치료하고 수명을 연장하는 효과가 있어요. 제게 요즘 처방이 하나 있거든요. 수명을 늘리는 장생단을 만들어보고 싶어서요.”황규성은 특징을 기억해 두며 고개를 끄덕이더니 이내 의아한 듯 물었다.“서 거장님, 세상에 정말 그렇게 신기한 돌이 있나요?”“네.”서강빈은 긍정했다.당시 그의 스승이 그를 위해 영석을 몇 개 구해줬었다.약으로 쓸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연화하여 흡수하면 실력을 늘릴 수도 있었다.주먹만큼 큰 영석은 서강빈이 연기 5단계를 돌파해서 연기 6단계가 될 수 있게 도와줄 수 있었다.그러나 서강빈은 그것으로 약을 만들고 싶었다.그리고 주먹만큼 큰 영석은 가치가 어마어마했다.만약 황규성이 엄지만큼 큰 영석을 구해온다고 해도 충분했다.“좋습니다. 제가 꼭 서 거장님을 위해 알아보겠습니다.”황규성이 대답했다.서강
그는 성큼성큼 안으로 들어왔다.발걸음이 아주 가벼운 것이 무술이 실력이 꽤 있는 듯했다.그의 뒤에는 제자 4, 5명이 있었는데 다들 팔짱을 끼고 고개를 높이 쳐든 채로 기세등등하게 안으로 들어왔다.황규성은 신경 쓰지 않고 다급히 조홍규를 자리에 앉히며 웃으며 소개했다.“서 거장님, 이분이 바로 제가 말씀드린 무도 고수, 신현 지역 형의문 형의권의 문주 조홍규입니다. 내경대성이라 실력이 좋고 신현 지역 무도계에서 명망도 높습니다. 조홍규 씨 실력은 신현 지역의 무도계에서 다섯 번째입니다.”조홍규는 자리에 앉으며 눈을 가늘게 뜨고 거만한 표정으로 황규성의 곁에 앉아있는 서강빈을 바라보았다. 그의 얼굴에 경멸과 멸시가 가득했다.그가 물었다.“황 사장님, 이분이 바로 제게 말했던 거장이십니까? 머리에 피도 안 마른 청년 같은데요. 이 청년이 죽기를 바라는 겁니까?”조홍규는 가차 없이 냉소를 흘리며 말했다.뒤에 있던 제자들은 조롱 가득한 얼굴로 경멸에 차서 서강빈을 힐끗댔다.황규성은 표정이 멋쩍어졌다.그는 조홍규가 상대방의 체면은 전혀 생각하지 않고 대놓고 서강빈을 조롱할 줄은 몰랐다.“스승님 말씀이 맞습니다. 아무나 거장이라고 자기 자신을 칭할 수는 없죠. 오늘은 목숨을 건 싸움이라 혹시라도 목숨을 잃을 수 있어요. 그러니까 실력이 없으면 괜히 나서지 마요?”한 세자가 비아냥댔다.서강빈은 그를 덤덤히 보며 말했다.“언제부터 어른들이 얘기하는데 아이들이 끼어들었지?”“당신!”제자는 그 말을 듣고 버럭 화를 내며 서강빈을 노려보면서 손을 쓰려고 했다.“물러나.”조홍규가 차갑게 말했다. 그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서강빈을 바라보며 말했다.“성깔은 있네.”서강빈은 웃으면서 조홍규를 쓱 쳐다보았다. 그는 조홍규가 안중에도 없었다.그가 보기에 조홍규는 비록 실력도 능력도 있었다. 조홍규는 혹시라도 다른 사람들이 자신이 무도 고수임을 알아보지 못할까 봐 기운을 밖으로 내뿜고 있었다.그러나 서강빈이 보기에 그는 가시를 가득 세운 고슴도치처럼 가
만약 서강빈이 단지 의술이 대단하다고 하면 이선종은 이 정도까지 공경하지 않았을 것이다. 한의학은 도문에서 기원했지만, 지금의 의사 중에서는 도술을 아는 이들이 적었다. 그러나 서강빈은 의술이 대단할 뿐만 아니라 도술 면에서도 이렇게나 조예가 깊으므로 정말 감탄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서강빈은 다가가서 이선종을 일으키며 말했다.“선생님, 이러실 필요 없습니다. 선생께서도 어르신의 병세를 걱정하여 혹시나 돌팔이를 만날까 봐 그러신 거잖아요.”이선종은 이 말을 듣고 부끄러운 기색이 역력한 얼굴로 말했다.“서 선생, 선생을 보니 저는 정말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은 마음입니다. 선생은 저보다 의술이 대단할 뿐만 아니라 성품도 저보다 훨씬 훌륭하십니다.”서강빈은 이선종의 어깨를 토닥이고는 침대에 누워있는 임성진 어르신을 바라보았다.지금 임성진 어르신의 얼굴은 점점 혈색이 돌아오고 곁에 있는 기기에서도 몸의 각종 수치가 호전되고 있다고 나타나고 있었다.임호는 할아버지가 무사한 것을 보고 감격하여 눈물을 흘렸다.“서 선생, 우리 할아버지를 살려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저는 서 선생을 큰 형님으로 모시고 싶은데 서 선생께서 부디 거절하지 마시고 보잘것없는 이 동생을 거둬주십시오.”말하며 임호는 한쪽 무릎을 꿇고 서강빈을 향해 주먹을 모은 채로 성의를 표했다.서강빈은 임호에 대해 첫인상이 무척 나빴지만, 임호가 가게의 문 앞에서 무릎을 꿇은 순간부터 서강빈이 임호에 관한 생각도 180도 변하였다.하여 서강빈은 거절하지 않고 임호를 부축하여 일으키면서 미소를 지은 채 말했다.“할아버지를 잘 보살피세요. 내가 남긴 처방전을 따르면 어르신께서는 열흘이 지나지 않아 완치하실 것입니다.”임호는 고개를 세게 끄덕이며 말했다.“네. 감사합니다, 형님. 할아버지께서 상황이 좋아지시면 반드시 감사 인사를 올리러 직접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서강빈은 임호의 오른 다리를 한번 보더니 생각에 잠긴 채 말했다.“다음에 올 때 x 레이 사진을 함께 가지고 오세요.”임호는 영
이선종은 돋보기를 쓰고 자세히 살펴보았지만, 여전히 확신할 수 없는 듯 서강빈에게 말했다.“서 선생, 이 약재가 백 년이 되는지 한번 살펴보세요.”서강빈이 내린 처방을 본 이후로 서강빈을 대하는 이선종의 태도는 완전히 변하였다. 심지어 서강빈의 앞에서는 초보인 것 같은 모습까지 보였다. 서강빈은 상자 안에 들어있는 설련초를 한번 보더니 살짝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네. 맞습니다. 백 년 된 설련초가 맞아요.”서강빈이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보고 임호는 감격하여 말했다.“서 선생, 그 말은 우리 할아버지를 살릴 수 있다는 말씀이시죠?”“그렇다고 볼 수 있죠. 먼저 어르신께서 탕약을 드시고 난 후에 다시 살펴보죠.”서강빈은 고개를 세게 끄덕이며 말했다.“할아버지를 살릴 수 있다니, 너무 다행이에요. 서 선생, 우리 할아버지께서 무사할 수만 있다면 우리 임씨 가문에서는 서 선생의 큰 은혜를 절대 잊지 않을 것입니다.”말을 마친 임호는 서강빈에게 절을 세 번 올렸다.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뿐이니 도련님께서 이러지 않으셔도 됩니다. 다만 이 설련은 줄기만 사용해야 합니다. 꽃잎은 사용하면 안 됩니다. 그렇지 않으면 폐의 기를 상하게 하여 오히려 어르신께 독이 될 수 있어요.”서강빈은 다시 한번 당부했다.“알겠어요. 지금 당장 사람을 시켜서 그렇게 하도록 하겠습니다.”임호는 설련을 곁에 있는 간호사에게 건네려고 할 때 손인수가 서둘러 다가오며 말했다.“도련님, 이런 일은 저에게 맡기세요.”이렇게 말하며 손인수는 고개를 돌려 서강빈을 바라보았다.서강빈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손인수의 의술로 보아 이 정도로 간단한 일을 처리하는 건 거뜬했다.손인수는 나무 상자를 받아들고 무척 공손하게 서강빈을 향해 인사를 건넨 다음에야 병실을 나섰다. 이선종은 살짝 미간을 찌푸린 채 물었다.“서 선생과 손 신의는 예전부터 알던 사이였습니까?”“그런 셈이죠.”서강빈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이 말을 들은 이선종은 그제야 자신이 병실에 도착
이선종이 듣기에 서강빈의 말은 지금 장난을 치는 것처럼 느껴졌다. 임성진 어르신은 천주 군사구역의 고위층 지도자였다. 만약 정말 병을 완치할 수 있다면 오늘까지 끌었을 필요가 있겠는가? 설마 천주의 모든 유명한 의사들이 다 서강빈보다 못하다는 말인가?서강빈은 침대에 누워있는 임성진 어르신을 살펴보았다. 어르신의 얼굴이 창백하고 호흡이 미약한 것을 보고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임성진 어르신의 상황이 그가 예상한 것보다 훨씬 복잡한 듯 보였다. 서강빈은 먼저 진혼 부적을 사용해서 총알 파편을 제거한 후 어르신한테 침을 놓으려고 했었다. 하지만 지금의 상태로 보아서는 반드시 임성진 어르신의 상태를 먼저 안정시켜야 했다.“임성진 어르신의 지금 상태로 보아 바로 총알의 파편을 꺼내면 안 됩니다.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먼저 기맥을 안정시켜야 해요. 선생님께서는 제 생각에 동의하시는지요?”서강빈은 고개를 돌려 이선종을 보면서 말했다.“흥! 자네는 말을 참 쉽게 하네. 나조차도 확신할 수 없는데 자네처럼 젊은 사람이 무슨 수로 어르신의 상태를 안정시킨다는 말인가? 그리고 임성진 어르신은 지금 폐 기능이 감퇴한 것뿐만 아니라 오장육부가 모두 망가지고 있다네.”이선종은 차갑게 콧방귀를 뀌며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말했다.“선생님, 그 말은 너무 극단적인 것 같은데요? 어떤 경우에는 당신이 못한다고 해서 다른 사람도 못 하는 게 아니거든요. 의술을 놓고 말할 때도 누가 더 잘하고 못하는지는 지금 결론을 내기에는 이른 것 아닌가요?”서강빈은 말을 마치고 곁에 있는 책상에 놓인 종이와 볼펜을 들고 능숙하게 써 내려간 처방을 이선종에게 건네며 말했다.“선생님, 내 처방전이 어르신의 병세를 안정시키는 데 효과가 있을지 한번 보십시오.”이선종은 못마땅하다는 얼굴로 서강빈의 손에서 처방전을 건네받아서는 자세히 읽어보았다. 조금 전까지도 가소로운 표정을 하고 있던 이선종은 서강빈의 탕약 처방전을 보고 나서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이게... 이 처방
이선종은 성회에서 유명한 신의였는데 원장의 체면이 아니면 멀리서 임성진 어르신의 병을 봐주러 오지 않았을 것이다. 단지 임성진 어르신의 상황이 복잡하여 이선종도 연신 고개를 저었다.“주 원장님, 감사합니다.”임호는 먼저 원장한테 감사 인사를 하고 뒤에 있는 서강빈을 가리키며 말했다.“하지만 저희 할아버지의 병은 서 선생이 고칠 수 있을 것입니다.”서강빈의 일이 있고 나서 사람들을 대하는 임호의 말투와 태도는 큰 변화가 있는 걸 어렵지 않게 보아낼 수 있었다. 더는 예전의 거만함이 없었다.“뭐라고요? 서 선생? 무슨 서 선생이요? 하느님이 와도 어르신의 병을 고칠 수 있다고 장담하지 못할 것입니다.”이선종의 표정에는 분노한 기색을 띠고 고개를 들어 임호를 보며 말했다.“어르신은 폐에 총알의 잔해가 남아있기 때문에 병든 것입니다. 아무리 최고급의 기기를 사용한다고 해도 꺼낼 수가 없어요. 그 잔해가 남아있는 한 무슨 약을 쓰더라도 다 소용이 없습니다.”이 말을 들은 서강빈은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총알의 잔해일 뿐인데 그 정도까지는 엄중하지 않죠.”‘뭐라고? 총알의 잔해일 뿐인데?’이 말을 들은 이선종은 표정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자네가 의술을 정말 아는지 의심되네. 잔해가 체내에 남아있다는 건 무슨 의미인지 알고 있어? 장기가 쇠퇴하고 있다는 말일세! 그 어떤 사람이 와도 이렇게 엄중한 병은 치료할 수가 없다네.”이선종은 큰소리로 호통을 쳤다. 그가 보기에 서강빈은 아무것도 모르는 애송이었다. 하여 그의 말속에는 오만함이 다분했고 무례하기 그지없었다.“어르신의 폐 검사 결과를 가져와서 저 사람한테 보여주세요!”주 원장은 다급하게 곁에 있는 간호사를 불러서는 손짓을 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간호사는 임성진 어르신의 폐 검사 결과를 가지고 와서 서강빈에게 건넸다. 서강빈은 x 레이 사진 속의 음영을 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 여기일 것이다.x 레이 사진 속의 거대한 음영을 보고 임호는 순간 눈앞이 캄캄해지는 것을 느끼며 몸이 휘청
“서 선생, 잘못했습니다. 제발 저희 할아버지를 살려주십시오. 할아버지께서... 지금 더 버티기 어렵습니다.”이렇게 말하며 임호는 참지 못하고 다시 눈물을 흘렸다.그는 무릎을 꿇는 순간부터 서강빈이 승낙할 때까지 무릎을 꿇고 있으리라고 마음을 먹었다.사실 서강빈은 이미 우남기 어르신한테서 임성진 어르신의 상황에 대해 어느 정도 들어서 알고 있었다. 방금 그린 진혼 부적도 임성진 어르신의 병을 치료하기 위해 준비한 것이다.임호한테 그렇게 차갑게 대한 것은 임호에게 교훈을 주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임호의 행동은 서강빈의 마음을 동하게 했다. 대장부로서 무릎을 꿇는 일은 절대 쉽지 않다. 더욱이 임호처럼 도도한 사람이 할아버지를 살리기 위해 자신의 가게 앞에서 무릎을 꿇는다는 것은 그의 효심을 증명하기에 족했다.이렇게 생각한 서강빈은 손을 뻗어 임호를 부축했다.“서 선생.”임호는 감격한 얼굴로 서강빈을 쳐다보았다.“그래요, 도련님, 어르신한테 갑시다.”서강빈은 부드러운 말투로 말했다.“정말 저를 용서하신 겁니까?”임호는 눈물을 닦으며 빨개진 두 눈으로 말했다.서강빈은 살짝 고개를 끄덕였고 임호를 칭찬하는 듯한 눈빛을 보냈다. 자신의 가족을 살리기 위해 모든 것을 다 내려놓고 심지어 자신의 자존심까지 내려놓을 수 있는 사람이야말로 진정한 대장부였다.“정말 너무 감사드립니다. 서 선생, 이리로 오십시오.”임호는 이렇게 말하며 차 문을 열려고 했지만 조금 전 비를 맞으며 빗속에서 너무 오래 있은 탓에 예전에 다쳤던 무릎이 다시 말썽을 일으켜 임호는 비틀거리다가 바닥에 넘어지고 말했다. 서강빈은 손을 뻗어 임호를 부축하고는 은침을 하나 떠내 임호의 무릎에 있는 혈 자리에 꽂았다.은침의 위에 영기가 맴돌더니 바로 임호의 체내로 들어갔다. 이윽고 따뜻한 느낌이 몸에 퍼지면서 임호의 무릎에 있던 상처는 기적처럼 완치되었다.“이게...”임호는 깜짝 놀랐다. 대단한 한의사, 심지어 신의 손이라고 불리는 의사까지 다 찾아가 보았지만, 소용이 없었다.
서강빈은 임호에게 눈길을 보내지도 않고 곁에서 청소하는 염지아에게 말했다.“그만하고 손님 보내드려.”염지아는 서둘러 손에 있던 걸레를 내려놓고 앞으로 다가가 냉랭한 표정으로 말했다.“돌아가십시오. 여기는 당신을 환영하지 않습니다.”염지아는 무슨 일이 발생했는지는 자세히 모르지만, 권효정한테서 어느 정도 맥락은 들어서 알고 있었다.임호처럼 자신의 출신을 내세워 다른 사람을 무시하는 사람들을 염지아도 좋게 보지는 않았다.천주에서 오면 어떤가? 그 누가 와도 주인님한테 병을 치료해달라고 하려면 공손한 태도로 부탁해야 한다.임호는 침을 삼키고 깊게 숨을 들이쉬고는 말했다.“서 선생, 어제의 일은 제가 잘못했습니다. 저한테 뭐든 시켜도 상관없습니다. 하지만 저희 할아버지께서는 앞으로 며칠 버티지 못하십니다. 제발 부탁입니다. 저희 할아버지를 살려주십시오.”임호는 말하면서 염지아를 지나치려고 했다.“왜 이러는 거예요? 말을 못 알아듣는 거예요? 당장 나가세요!”염지아는 앞으로 다가가서 임호의 길을 막았다.임호는 염지아를 한번 보더니 주먹을 꽉 쥐었지만 그래도 순순히 문 앞까지 물러났다.두 시간 동안 임호는 문 앞에 꼿꼿하게 서 있었다. 강렬한 태양에 임호는 땀범벅이 되었지만 조금도 방심할 수가 없었다. 해가 지고 하늘이 어두워지고 나서야 임호는 다시 돌아서서 서강빈에게 말했다.“서 선생, 제발 부탁입니다. 저희 할아버지를 살려주십시오. 제가 잘못했습니다. 무릎 꿇겠습니다.”말을 마친 임호는 문 앞에서 털썩 무릎을 꿇었다.“미안하지만 바빠서 시간이 없어.”서강빈은 여전히 임호에게 눈길을 주지도 않은 채 말했다.“서 선생, 만약 도와주신다면 그 은혜는 절대 잊지 않을 것입니다.”임호는 말하면서 연신 절을 올렸다. 눈가가 빨개진 임호를 보면서 염지아와 권효정도 마음이 좋지 않았다.물론 임호가 어제는 행동이 지나쳤지만, 그의 효심은 용서를 받을 만했다.바로 이때, 하늘에서 번개가 치더니 순식간에 비가 양동이로 퍼붓듯 쏟아졌다.임호는 비를
손인수는 서강빈의 의술이 얼마나 대단한지는 모르지만 그래도 임성진 어르신이 잠시는 무사하게 할 수 있는 게 아닌가? 하룻밤 사이에 어르신께서 다시 위독해지는 것은 말이 안 된다.“손... 손 신의, 서강빈이 안 온다고 합니다.”임호는 이를 악물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도련님, 서강빈 씨는 그렇게 매정한 사람이 아닙니다. 얘기를 어떻게 하신 겁니까?”손인수는 미간을 찌푸리고 물었다.“그게...”임호는 그 물음에 마음이 찔렸지만, 할아버지를 위해 그때의 상황을 사실대로 말하는 수밖에 없었다.“뭐라고요? 도련님, 부탁하러 간 사람이 그러는 게 어디 있습니까? 그건 납치 아닙니까?”손인수의 마지막 말은 거의 호통치듯 했다.임호도 아주 자책하며 말했다.“손 신의, 제가 잘못했습니다. 하지만 저희 할아버지께서 지금 정말 위독하십니다. 제발 부탁합니다.”이렇게 말하는 임호의 강인한 얼굴에서 눈물이 몇 방울 흘러내렸다. 손인수는 난감하듯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도련님, 사실대로 말하면 제가 어르신을 살리고 싶지 않은 게 아닙니다. 저는 실력이 모자라서 그럴만한 능력이 안 됩니다.”손인수의 말에 임호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아서 황급하게 물었다.“손 신의, 그 말씀은 신의께서도 방법이 없다는 말씀입니까?”지금까지 임호는 모든 희망을 손인수에게 걸었었다. 아무래도 5년 전에 임성진 어르신의 고질병이 재발했을 때, 손인수가 한번 살려준 적이 있었다.이번에 임호가 서강빈에게 그렇게 무례하게 대할 수 있었던 것도 손 신의를 믿고 있었기 때문이다.하지만 손인수의 그 말은 그의 모든 신념을 한순간에 다 무너뜨렸다.어렸을 때부터 그는 할아버지의 곁에서 자라왔는데 군인이 된 이후로 항상 할아버지를 인생의 롤모델로 여겼었다. 할아버지가 곧 자신을 떠난다는 생각에 임호는 더는 눈물을 참지 못하고 통곡했다.“도련님, 제가 돕지 않으려는 게 아닙니다. 몇 년 전 그때는 운이 좋았던 것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임성진 어르신의 상태는 그때보다 더 심각합니다. 제
말을 마친 임호는 분노하여 콧방귀를 끼고는 병실로 들어갔다.“동진아, 도대체 무슨 일이야?”송주의 시장 허명수가 조용히 병실을 나서면서 방동진에게 물었다.“참나, 임호 도련님께서 너무 경솔하신 탓에 서 선생을 모셔오지 못한 것도 모자라 서 선생한테 손을 대려고까지 했어요. 우남기 어르신께서 중간에서 수습하지 않으셨다면 정말...”방동진은 여기까지 말하고 난감하듯 한숨을 내쉬었다.“아이고, 임호도 참.”허명수는 미간을 찌푸리고 복도를 거닐며 말했다.“서강빈이라고 하는 사람이 임성진 어르신의 병을 고칠 수 있다고 확신해?”“아주 확신합니다.”방동진은 이렇게 말하며 난처한 표정으로 허명수의 귓가에 몇 마디 속삭였다. 아무래도 남자인데 남자 구실을 하는데 문제가 생긴다면 입에 담기가 어려웠다.허명수는 말을 들으면서 고개를 끄덕이다가 입을 열었다.“그럼 당장 서강빈한테 전화해봐. 지금 당장 올 수 있으면 제일 좋고. 임성진 어르신의 상황이 그리 좋지 않으셔.”방동진은 침을 꿀꺽 삼키고 난감한 얼굴로 말했다.“시장님, 그때 상황을 보지 못해서 그렇게 얘기하십니다. 만약 그 사람이 저라고 해도 저는 오지 않을 것입니다.”“동진아, 임성진 어르신의 안위가 달린 일이야. 그 사람을 납치해오더라도 데리고 와야 해.”허명수는 명령하는 말투로 말했다.“시장님, 문제는 저한테 있는 게 아니잖아요. 서 선생이 나서주기를 원한다면 임호 도련님께서 직접 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목마른 놈이 우물 판다는 얘기도 있잖습니까?”방동진은 서강빈의 성격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임호가 만약 예의를 차리고 정중하게 부탁하면 우남기 어르신의 체면을 봐서라도 서강빈은 절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하지만 문제는 임호가 아예 서강빈을 무시하고 심지어 서강빈의 몸에 손을 대려고 했다는 것이다.서강빈이 참지 못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방동진조차 임호가 너무했다고 생각이 들었다.하여 방동진은 임호가 강효 그룹을 나서는 순간부터 이 일에 더는 관여하지 않으리라 마음을 먹었다.
서강빈은 차갑게 곽수철을 쳐다보며 얼음같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곽수철, 설마 오늘 여기를 살아서 떠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뭐라고?’곽수철은 이 말을 듣고 고개를 번쩍 들었고 서강빈과 눈이 마주쳤다. 서강빈의 눈빛에서 그는 섬뜩한 살기를 느꼈다.“너... 너 감히 나를 죽인다고?”곽수철은 서강빈이 감히 자신을 죽일 것이라고 절대 믿지 않았다. 곽수철은 자신이 킬러를 고용해서 서강빈을 죽일 수만 있지 절대 서강빈이 자신을 죽일 수는 없을 것이라고 단정 지었다.서강빈은 이 작은 송주의 별 볼 일 없는 작은 가게의 사장님일 뿐이다. 그런 서강빈에게 사람을 죽인다는 게 무슨 의미인지는 말을 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달빛이 비치지 않은 깊은 밤에 바람까지 세게 불면 사람 죽이기 딱 좋아. 네가 장소를 아주 잘 골랐어. 시간대도 잘 골랐고.”서강빈은 고개를 들고 고요한 숲을 한번 둘러보고는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아니... 서강빈, 너는 나를 죽이면 안 돼. 내가... 내가 이렇게 빌게. 제발 나를 놔줘. 내가 정말 잘못했어.”곽수철은 겁을 먹고 울음을 터뜨렸다. 그는 죽고 싶지 않다. 그렇게 많은 돈을 아직 다 쓰지 못했고 여자들과도 더 놀고 싶었다. 그리고...어찌 됐든 지금 그는 살고 싶은 생각뿐이었다.“말해. 저것들은 다 무슨 사람들이야?”서강빈은 곽수철의 가슴을 밟고는 차가운 목소리로 따져 물었다.“내가 말한다면 너... 너는 나를 놔줄 거야?”곽수철은 겁을 먹은 얼굴로 말했다. 서강빈은 차가운 목소리로 대답했다.“곽 대표, 시간을 아껴. 지금 피가 빠져나오는 속도로 봐서는 5분 안에 죽게 될 거야.”말하면서 서강빈은 곽수철의 허벅지에 꽂힌 칼을 세게 휘저었다. 곽수철은 아파서 경련을 일으켰다. 곽수철처럼 곱게 자란 사람들이 이런 고통을 참아낼 수 있을 리가 만무하다.몇 초가 지난 후, 곽수철은 연신 애원하며 말했다.“서강빈, 말할게, 내가 다 말할게! 제발 나를 그만 괴롭히고 나 좀 놔줘!”“말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