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945화

서현우는 자기가 지내는 정원으로 돌아왔다.

쓰윽-

소리가 들려왔다.

키가 서현우의 배까지 오는 소년이 보였다.

신약문 약동 옷을 입고 빗자루를 들고 마당의 낙엽을 청소하고 있다.

소년은 바로 서현우의 제자 등장이다.

“돌아오셨습니까!”

등장을 문을 미는 소리를 듣고 뒤돌아보니 서현우의 얼굴이 보여 희색이 가득했다.

“음.”

서현우는 웃음을 머금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등장에게 약간 미안한 감정이 들었다.

제자를 받아들였으나 맥을 풀었을 뿐 더 이상 상관도 하지 않았다.

이 썰렁한 정원에서 오랫동안 살았던 열두 살 소년은 무엇이든 자신에게 의지해야 했다.

“그동안 혼자 둬서 미안해.”

“그런 말씀 마세요.”

등장은 얼른 고개를 끄덕이고 흰 이를 드러내며 즐겁게 웃었다.

“신약문에 온 날은 제가 평생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던 좋은 날로만 가득 차 있었어요. 살 곳도 있고, 입을 옷도 있고, 먹을 밥도 있고, 돈을 줄 필요도 없고, 너무 황홀한 시간들 입니다.”

서현우는 등장의 말에 멍해졌다.

등장을 처음 보았을 때의 정경을 생각하니 속으로 은근히 탄식이 나왔다.

‘그래! 그때 보다는 지금이 낫지!’

예전의 등장은 음침하고 썩은 냄새가 고약한 골목에서 자고 들개와 먹이를 빼앗았다.

이 아이는 만족할 줄 안다.

서현우가 방에 들어서자 등장도 빗자루를 내려놓고 주전자를 들어 서현우에게 뜨거운 물을 부었다.

“선생님, 물 드세요.”

“이렇게 고지식하고 공손할 필요는 없어.”

서현우는 받은 후 고개를 들어 다 마시고 웃으며 말했다.

“이것은 네가 사서를 모시는 차라고 할 수 있다.”

등장은 순간 굳어지며 조심스레 물었다.

“저를 제자로 받아주시는 겁니까?”

“원래 내 제자였다.”

아주 간단한 말 한마디에 등장은 뜨거운 눈물을 글썽였다.

풀썩-

등장은 무릎을 꿇고 서현우에게 공손히 절을 했다.

“제자 등장, 스승님 뵈옵소서!”

이마가 땅에 부딪쳤다.

이마를 부딪치면서 눈물도 땅에 떨어졌다.

서현우는 편안한 마음으로 절을 받고 등장을 부축했다.

붉어진 등장의 이마에 묻은 먼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