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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91화

김승엽은 시간을 한번 확인했다. 정확히 9시경, 그가 손을 뻗어 방문을 두드렸다.

그러고는 조금 어색한 듯 옷깃의 단추를 정리했다. 사실 오늘 밤 데이트를 위해 신경 써서 차려입으려 했지만, 넥타이를 매려고 할 때 김지영이 슥 보더니 장난 섞인 말투로 핀잔을 주었다.

“이렇게 늦은 시간에 레스토랑이라도 가는 거야? 뭘 또 그렇게 차려입었대?”

김지영이 무심코 한 말이었지만 그녀의 말에 김승엽은 문득 정신을 차렸다.

‘그래, 무슨 파티 참석하는 것도 아니고. 데이트긴 하지만 내 집에서 만나는 건데 이렇게까지 차려입을 필요가 없지.’

늦은 시간, 단둘이 만나겠다고 했다는 건 우해영도 이런 상황에서 어떤 일이 발생할 수 있는지 잘 알 것이다. 그런데도 이 시간에 만나자고 한 건 다른 뜻이 있는 게 아닌지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생각하면서 김승엽은 목에 맨 넥타이를 풀어버리고 고심 끝에 고른 양복마저 벗어 버렸다. 그러고는 셔츠의 소매를 걷어 올리고 거울에 비친 모습을 보고 또 봤다. 그러다 옷깃의 단추를 두 개 더 풀어 가슴이 보이게 옷깃을 헤쳤다. 김승엽은 이런 자기의 모습이 섹시하다고 생각했다.

거울 앞에 서서 이리저리 보다 고개를 갸웃거리며 머리를 두어 번 헝클었다. 거울의 비친 자기의 모습이 만족스러웠는지 씩 웃어 보이기까지 했다. 큰 이변이 생기지 않는 한 오늘 밤 우씨 가문의 아가씨를 손에 넣은 다음 마음 편히 그녀와 결혼해 우씨 가문의 가업을 물려받고, 그러고는 김서진에게서 모든 걸 빼앗아 온 후 그 자식을 내쫓을 수 있다.

생각만 해도 아름다운 미래에 김승엽은 격동되는 마음을 억누르지 못했다.

방에서 나오며 좋은 와인 한 병과 와인잔 두 개, 와인에 곁들어 먹을 간식을 챙겨 쟁반에 놓고는 집에서 일하는 아주머니보고 우해영이 머무는 방에 가져다주라고 했다. 방문 앞에까지 가서는 생각을 바꾸었는지 아주머니 손에서 쟁반을 뺏어 들고 그만 가보라며 손짓했다.

아주머니가 막 가려고 할 때 김승엽이 뭔가 떠오른 듯 작은 목소리로 아주머니에게 말했다.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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