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은은 허리춤에서 허리띠처럼 생긴 물건을 꺼내더니 조심스럽게 풀어내며, 그 안에 숨겨진 가느다란 은침을 꺼냈다.“이건...” 여왕은 깜짝 놀라며 소은을 쳐다봤다. 소은이가 은침을 항상 가지고 다닐 줄은 상상도 못 했던 것이다.“말해봐, 네 요구가 뭐지?” 여왕은 깊게 숨을 들이마시며 마음을 가다듬으려 애썼다. 너무 무리한 요구라면 거절하면 그만이다. 여왕은 절대 소은에게 휘둘리지 않겠다고 다짐했다.소은은 차분하게 말했다. “제가 여기서 나올 수 있었던 건 로사 왕자님 덕분입니다. 그러니, 왕자님을 책망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그게 다야?” 여왕은 의아해하며 물었다. 소은이 여기까지 와서 자신과 조건을 따지는데, 결국 요구한 게 단지 로사를 처벌하지 말라는 거라니. 자신이 잘못 들은 건가 싶었다.“로사는 내 아들이다. 내가 정말 내 아들에게 손을 댈 리는 없지. 괜히 기회를 헛되게 쓴 건 아닌가?” 여왕은 고개를 저으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전 폐하께서 정말 로사 왕자님께 처벌을 내리시지 않을지 장담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왕자 폐하께서 저를 구해준 건 사실이기에 저도 왕자 폐하를 위해 무언가를 해야 할 것 같았습니다.” 소은은 조용히 말했다. “게다가 지금 왕자 폐하를 감금하시고 자유를 제한하고 계시지 않나요?”여왕은 의아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아니야. 난 단지 로사를 Y국으로 돌려보냈을 뿐이야.”“로사가 여기서 내 일을 여러모로 방해하긴 했지만, 우리 모자 사이가 더 악화되기를 바라지 않았다. 국내에서도 로사가 필요하니 Y국으로 돌려보낸 것뿐이다.” 여왕은 담담하게 말했다.“그런데 왜 왕자 폐하의 전화가 연결되지 않죠?” 소은은 잠시 멈칫했다. 단지 귀국했다면 국제전화를 받을 수 있을 텐데, 연락이 닿지 않았기에 여왕이 로사를 가둬놓았다고 오해할 수밖에 없었다.여왕은 깊은 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나도 잘 모르겠군. 그날 내가 화가 났던 건 사실이지만, 곧바로 Y국으로 돌아가도록
소은은 조용히 몸을 일으키며 여왕을 쳐다보았다. “물론이죠.” 소은은 담담하게 답했다. 그 대답에는 원망이나 비난의 기색은 전혀 없었다.“그렇다면... 조금 아쉽네.” 여왕은 생각에 잠긴 듯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얻는 것이 있으면, 잃는 것도 있기 마련입니다. 세상 모든 일은 균형을 맞추려 하죠. R10이 폐하께서 이루고자 하는 꿈이라면, 저는 그것을 막을 수 없어요. 다만, 그때가 되어 성공하든 실패하든, 저는 그 모습을 보지 못할 테니 부디 후회하지 않으시길 바랍니다.” 소은은 살짝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문 밖으로 나갔다.릭은 여전히 문 앞에서 대기 중이었다. 그녀와 여왕의 대화가 거의 다 들렸던 듯, 둘의 시선이 잠시 교차했다. 소은이 그를 지나쳐 나가자, 릭은 곧장 방으로 들어갔다.“여왕 폐하.” 릭은 여왕을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그녀의 다리에 꽂힌 은침을 보자 릭의 눈빛이 굳어졌다. “이건...”“괜찮아. 곧 소은이가 와서 침을 빼줄 거야.” 여왕은 무심하게 손을 흔들며 말했다.릭은 여전히 불안한 눈빛으로 말했다. “폐하께서 너무 방심하시는 것 아닙니까? 만약 한소은이 폐하께...”“그럴 리 없다.” 여왕은 단호히 그의 말을 잘랐다.릭은 당황한 얼굴로 물었다. “설마 그 여자를 믿으시는 겁니까?”여왕은 대답 대신 잠시 침묵을 지켰다. 그녀도 릭의 질문이 아니었다면 자신이 소은을 믿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했을 것이다. 오랜 세월 누구도 쉽게 믿지 않겠다고 다짐했지만, 그녀는 소은을 의심하지 않았다. 심지어 은침에 독이 묻어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제가 가서 잡아오도록 하죠.”여왕이 생각에 잠기자 릭은 바로 뒤돌아섰다.“거기 서!”여왕은 결연히 말했다. “난 믿어.”릭은 한참을 침묵하며 여왕의 결정을 받아들였다....임상언은 아들을 다시 만날 수 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비록 아들을 구하려는 결심을 굳혔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희망이 사라지는 듯했다.
소은은 고개를 들어 눈물을 참으며 말했다. “한 가지 이상한 게 있어요.”“무슨 일이에요?” 임남을 달래던 임상언이 무심히 되물었다.“로사 왕자는 감금된 것이 아니라 그날 Y국으로 송환되었다고 들었는데, 그렇다면 왜 그동안 로사 왕자와 연락이 닿지 않았던 걸까요?” 소은의 말에 임상언은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 “두 가지 가능성이 있겠죠. 신호가 나쁘거나 핸드폰을 확인하지 못했을 수도 있고, 로사 왕자가 저희 연락을 거부하고 있을 수도...”두 사람은 잠시 눈을 마주쳤다. 말은 없었지만, 둘 다 이미 답을 얻은 듯했다. 로사 왕자가 그토록 연락을 피하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도 나름의 계획을 세우고 있는 건가?...3일 후. 소은은 마지막 침을 놓고 손을 거두었다.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고 여왕을 쳐다보며 말했다. “오늘 시술로 폐하의 다리에 감각이 돌아오실 겁니다. 하지만 일어서는 건 천천히 시도하셔야 합니다. 너무 서두르시면 안 돼요.”소은은 말을 마치고 갑자기 미소를 지었다.“무엇 때문에 웃는 거지?” 여왕은 여전히 자신의 다리를 어루만지며 물었다. 이미 이틀 전부터 약간의 감각이 돌아왔음을 느낀 터라, 소은의 말이 사실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소은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제가 쓸데없는 일을 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어서요. 사실 R10 실험을 고집하신다면 결국 폐하께서는 이 몸을 떠나게 되실 텐데, 제가 이 몸에 애쓰는 일이 무슨 의미가 있겠어요?”여왕은 눈을 가늘게 뜨며 물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계속한 거지?”“어쩌면, 폐하께서 마음을 바꾸실 지도 모르니까요.” 소은은 부드럽게 대답했다. “어쩌면 자신의 몸이 무엇보다 소중한 것이라는 걸 깨닫게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거든요.”“우리 모두 이 세상에 올 때 두 손은 비어있지만, 이 몸만은 오로지 우리 자신의 것이죠. 몸마저 버리신다면, 그 영혼은 여전히 진짜 자신일 수 있을까요?”“그렇구나.” 여왕은 잠시 생각에 잠기더
한밤중, 한소은은 깨어났을 때 머리가 아프고 입이 말랐다.오늘 저녁 그녀는 매우 기뻤다, 오랫동안 만들었던 향수 “첫사랑”을 드디어 성공했고, 내일 밤이면 대회에서 상을 받은 뒤 노형원과의 결혼이 일사천리로 준비될 것이다.대학에서부터 지금까지, 그들은 5년 동안 연애를 했다.자신은 모든 것을 포기하고 향수 연구에 몰두했으며, 노형원을 도와 회사를 키우고 성공하는 행복한 미래를 꿈꾸며 술을 몇 잔 들이켰다.그녀는 눈을 비비며 물을 마시려고 일어나자, 옆 방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다.작은 아파트에는 그녀 혼자 세 들어 살고 있었고, 노형원은 가끔 와서 머물렀지만 항상 옆방에서 잤다.그 소리를 듣자 한소은은 그가 몸이 불편한 건 아닌지 걱정이 앞섰다.하지만, 조금 더 가까이서 듣자 한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형원아, 우리 이러면 한소은이에게 들리지 않을까?”남자의 목소리는 선명하진 않았지만, 그녀는 노형원의 목소리라는 것을 확신할 수 있었다.순간 그녀는 온몸이 오싹해졌다, 몇 년 동안 향수 연구 때문에 불면증을 앓아 약의 도움을 받았기 때문에 그녀는 이미 수면제에 면역이 생겼다.“내일 신제품이 상을 받으면 내가 바로 고급 조향사가 되니까 이 업계서 자를 잡을 수 있을 거야. 그렇게 되면 투자도 많아져서 네가 고를 수 있겠지, 얼마나 많은 사람을 모집해도 상관없는데 한소은 한 명이 무슨 상관이야?”문 앞에 서 있던 한소은은 주먹을 꽉 쥐었고, 그녀는 그것이 강시유의 목소리라는 것을 알아차렸다.그녀의 대학 친구와 약혼자와의 관계가 수상하다는 소문은 이미 돌고 있었지만, 집요하게 그를 믿었고 현실은 그녀에게 비수를 꽂았다.“내 회사까지도 네 이름을 썼어, 내가 널 얼마나…..사랑하는지 알지? 한소은은 널 위한 발판일 뿐이야. 신예 대회에서 너만 아니었으면 내가 한소은의 레시피에 손을 댔을까?”“너 그 애 이름 부르지 마. 빨리 말해, 날 사랑하는 거야 그 애를 사랑하는 거야?”강시유의 목소리는 원래도 부드러웠지만, 그녀는 버터를 바른 듯
이런 사람을 상대하려면 역시 정신을 바짝 차려야 했고, 한소은은 곧바로 본론에 들어갔다.“저는 귀사도 오늘 밤 이번 분기의 향수 콘테스트에 참가했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저는 새로 개발한 향수를 가지고 있고, 환아의 팀에 합류하고 싶습니다.”“환아는 이미 출전작을 선정했어요.”김서진은 침착하게 대답했다.물론 그녀도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하지만 출품작은 한 가지로 제한되어 있지 않아요, 저는 그냥 제 향수를 한 가지 더 넣고 싶은 거지 결코 대체……”“내가 당신 뭘 믿고?”김서진은 그녀의 말을 자르며 직설적으로 물었다.그러자 한소은은 재빨리 가방을 열어 안에서 자료 한 더미를 꺼내며 말했다.“이건 제 향수인 첫사랑에 대한 데이터와 레시피입니다, 제 진심을 대신할 수 있어요. 품질이라면……”“3년 전 대표님께서는 제 능력을 알아보시고 저에게 제의를 하셨었죠. 그리고 사실, 오늘도 샘플을 갖고 왔습니다.“샘플이라고요?”그녀가 말을 하자 그는 표정이 다소 변한 듯했고, 미간이 흔들리는 것이 흥미르를 느끼는 것 같았다.한소은은 고개를 끄덕이며 곧장 그에게 손을 내밀었다.은은하고 달콤한 향기가 그녀의 움직임에 따라 풍겨져왔고, 그 향은 향기로우며 강렬하진 않았다.김서진은 눈앞의 그 손을 조용히 바라보았다, 하얗고 가늘었으며 손가락 마디가 분명했다.달콤한 냄새가 코끝을 감돌며 사람의 마음을 부드럽게 만들었다.“첫사랑은 적어도 3위 안에 든다는 확신이 있습니다. 이건 환아아게도 금상첨화라고 할 수 있겠죠.”말을 마친 그녀는 자연스럽게 손을 뗐지만, 순간 김서진에게 다시 붙들렸다.그녀의 손목을 잡고 있는 김서진의 힘의 세기는 딱 알맞았고, 그녀는 벗어날 수 없었지만 불편함도 느끼지 않았다.“환아가 이런 금상첨화를 신경 쓸 것 같나요?”“이건 그냥 첫 선물일 뿐인데, 대표님께서 성에 안 차시는 거면 앞으로 2년 동안 제가 만든 향수의 저작권을 모두 환아에 귀속시키는 제안은 어떠신가요?”그녀는 김서진이 흔쾌히 승낙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은
한소은은 고개를 숙여 그녀의 발밑을 보았고, 다시 평온하고 고개를 들고 말했다.“무슨 일이야?”“첫사랑 자료는? 실험실을 샅샅이 뒤졌는데도 안 나왔어. 오늘이 무슨 날인지 알기나 해? 실험실에 가만히 있지 않고 뭘 그렇게 싸돌아다니고 있는 거야?”노형원도 그녀의 시선에 따라 발에 얇게 상처가 난 것을 보았고, 순간 죄책감이 들었지만 오늘 밤 콘테스트에 대한 일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상기시켰다.“신제품 전시랑 콘테스트는 저녁에 시작하는 거 아닌가? 난 시간이 남는다고 생각해서 입을 옷을 사러 갔다 왔어.”노형원이 입을 채 열기도 전에 옆에 있던 강시유가 웃으며 말했다.“왜, 네가 참석이라도 하게?”“하면 안 되는 거야?”그녀는 옛 친구에게 시선을 돌려 되물었다.“안 되는 게 아니라, 네가 힘들까 봐 걱정돼서 그러는 거지. 게다가 이런 행사엔 원래 참석을 안 했잖아.”“그래, 넌 단 한 번도 이런 명리를 탐하는 장소는 좋아하지 않았잖아. 그냥 안심하고 집에서 우리가 좋은 소식을 가져오기만을 기다리면 돼. 그래서, 자료는 어디 있지?”노형원은 그녀를 향해 다가온 뒤 어깨를 두드리려고 손을 뻗었지만 한소은은 교묘하게 옆으로 피했다.노형원의 손가락이 굳어졌고, 이어서 그녀는 크라프트지 봉투를 꺼냈다.“자료는 다 있는 거지?”그는 봉투를 받아들자 마음이 놓이지 않아 봉투를 열어 보았고, 자세히 살펴보다가 다시 강시유에게 건넸다.그들의 행동은 매우 자연스러웠으며, 강시유는 자료를 받아 대충 몇 번 훑어보고는 만족스러운 웃음을 지어 보였다.그녀가 향수를 만드는 것을 전혀 모르는 건 아니지만, 한소은의 재능에는 발끝도 미치지 못했다.게다가 노형원과 결탁한 후, 후천적인 노력을 더욱 포기하며 몇 년 동안 그녀는 관련 지식을 거의 다 잊어버렸다.그녀는 그저 한소은의 세운 공로에 숟가락만 계속 얹고 있었던 것이다.자료 더미를 쥐고 있자니, 그녀는 이미 대회 트로피가 그녀의 품에 안겨 있다고 생각했다.“샘플은?”강시유가 물었다.“출발하기
김서진은 그녀를 소파에 놓은 뒤, 돌아서서 연고와 알코올 솜을 가져와 깨끗이 닦은 뒤 약을 꼼꼼히 발랐다.사실 그 작은 상처는 오는 길에 이미 지혈이 다 되었고, 연고를 바르니 시원했다.한소은은 눈앞의 남자를 보았고, 고개를 숙여 약을 발라주는데 표정이 태연해 마치 그것이 아주 평범한 일 같았지만 이런 사소한 챙김을 그녀는 몇 년 동안 노형원에게 받아본 적이 없었다.그러니까, 남자가 눈치가 없는 게 아니라 그냥 나한테 무심한 거야.연고를 다 바른 뒤 김서진이 고개를 들자, 그녀가 넋을 잃은 모습을 하고 있었다."왜 그러지?”"아무것도 아니에요, 감사합니다.”그녀는 고개를 내저으며 황급히 발을 내렸다."당신은 내 아내예요, 그런 말은 필요 없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는 꼭 기억해 주길 바랍니다."연고의 뚜껑을 비튼 뒤 그는 천천히 말했다."네, 말해 보세요.”한소은이 고개를 끄덕이다."난 당신이 과거에 어찌 됐든 상관없어요, 기왕 나와 결혼했으니 더 이상 관계를 끊을 생각은……”“안 그럴게요!”"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한소은은 재빨리 말했다. "걱정 마세요, 적어도 이 결혼 기간 동안 나는 내 임무에 충실할 테니까요. 그리고 당신도 그랬으면 좋겠어요.”김서진은 그녀가 감히 그에게 요구를 할 줄은 몰랐고, 그는 눈썹을 치켜세웠다."나는 우리의 결혼이 거래라는 것을 알고 있고, 당신이 무엇을 위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결혼 동안의 원칙은 우리가 지켜줬으면 좋겠어요. 언젠가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면 이혼할 수 있겠지만 결혼 기간 동안 밖으로 샌다면, 용서할 수 없을 겁니다.”그녀는 이미 한 번 배신을 겪었으니 두 번 다시 겪고 싶지 않았다."공교롭게도, 같은 생각입니다.”그는 입꼬리를 올렸고, 그의 웃음을 보고 있자니 한소은은 잠시 정신을 잃은 듯했다.이 남자는 정말 신이 세심하게 만든 걸작이 틀림없다, 비즈니스 면에서 뛰어난 두뇌를 가졌을 뿐만 아니라 외모도 완벽하다니.원래 그녀는 단지 한번 해보자는 마음으로 그와 계약을 맺었는데,
”형평성 차원에서 이번 1~3위 발표는 보류하기로 했습니다. 표절 문제가 밝혀지면 다시 발표하겠습니다.”이 말이 나오자 노형원은 커녕 다른 사람들도 난리가 났다."왜 발표를 미루는 거지? 이건 모두에게도 공평하지 않아요!""옳소, 이왕이면 둘 다 실격 처리합시다!""어느 두 회사인지 발표하세요!"현장에서는 무슨 말이든 다 나오고 있었고 기자들은 더욱 생기가 돌았다.그냥 평범한 콘테스트인 줄 알았는데 이런 가십거리가 나오다니, 내일 헤드라인은 걱정이 없겠군.노형원은 자신의 회사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확신하고 자신만만하게 한 걸음 더 나아가 외쳤다."여러분 말이 맞아요, 이런 상황이 벌어진 이상 조직위는 여기서 결과를 공개해야 합니다. 두 회사 관계자들이 모두 현장에 있고, 이렇게 많은 동업자들이 증언할 수 있다는 게 더 믿음직스럽지 않겠어요?"스크린 안의 떠들썩한 광경에도 김서진의 관심은 모두 앞에 있는 여자에게 가 있었고, 그녀는 술잔을 손에 쥔 채 한 모금도 마시지 않고 입가에 냉랭한 웃음을 머금고 있었다.이렇게 오랜 시간 동안, 그녀는 마침내 자신의 것이 되었다.그는 3년을 기다렸는데, 노형원 같은 어릿광대가 어떻게 한소은과 어울릴 수 있겠는가?한소은이 정말 노형원과 결혼하려고 했다면 그는 제일 먼저 나서서 동의하지 않았겠지만 지금은 그 두 사람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했으니 수고를 덜었다.그래도, 벌할 건 벌해야지. 평생을 내 아내로 살라고, 그러게 누가 나를 못 알아보래?몇 년 동안 그녀는 겁이 많고 신중해져서 말을 할 때 많이 속삭였지만, 지금 이 자리에 서 있는 그녀의 눈빛은 그녀가 조금도 변하지 않았음을 증명했다.그녀는 여전히 이름도 알려지지 않았지만, 온몸에 자부심이 가득한 여자였다.“제가 가야겠어요.”술잔을 내려놓고 한소은은 그를 돌아보았다."내가 있다는 걸 기억해요." 김서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에게 말했다.비록 그녀는 김서진이 직접 나서게 할 생각은 없었지만, 그의 이 말은 그녀에게 큰 안도감을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