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평성 차원에서 이번 1~3위 발표는 보류하기로 했습니다. 표절 문제가 밝혀지면 다시 발표하겠습니다.”이 말이 나오자 노형원은 커녕 다른 사람들도 난리가 났다."왜 발표를 미루는 거지? 이건 모두에게도 공평하지 않아요!""옳소, 이왕이면 둘 다 실격 처리합시다!""어느 두 회사인지 발표하세요!"현장에서는 무슨 말이든 다 나오고 있었고 기자들은 더욱 생기가 돌았다.그냥 평범한 콘테스트인 줄 알았는데 이런 가십거리가 나오다니, 내일 헤드라인은 걱정이 없겠군.노형원은 자신의 회사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확신하고 자신만만하게 한 걸음 더 나아가 외쳤다."여러분 말이 맞아요, 이런 상황이 벌어진 이상 조직위는 여기서 결과를 공개해야 합니다. 두 회사 관계자들이 모두 현장에 있고, 이렇게 많은 동업자들이 증언할 수 있다는 게 더 믿음직스럽지 않겠어요?"스크린 안의 떠들썩한 광경에도 김서진의 관심은 모두 앞에 있는 여자에게 가 있었고, 그녀는 술잔을 손에 쥔 채 한 모금도 마시지 않고 입가에 냉랭한 웃음을 머금고 있었다.이렇게 오랜 시간 동안, 그녀는 마침내 자신의 것이 되었다.그는 3년을 기다렸는데, 노형원 같은 어릿광대가 어떻게 한소은과 어울릴 수 있겠는가?한소은이 정말 노형원과 결혼하려고 했다면 그는 제일 먼저 나서서 동의하지 않았겠지만 지금은 그 두 사람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했으니 수고를 덜었다.그래도, 벌할 건 벌해야지. 평생을 내 아내로 살라고, 그러게 누가 나를 못 알아보래?몇 년 동안 그녀는 겁이 많고 신중해져서 말을 할 때 많이 속삭였지만, 지금 이 자리에 서 있는 그녀의 눈빛은 그녀가 조금도 변하지 않았음을 증명했다.그녀는 여전히 이름도 알려지지 않았지만, 온몸에 자부심이 가득한 여자였다.“제가 가야겠어요.”술잔을 내려놓고 한소은은 그를 돌아보았다."내가 있다는 걸 기억해요." 김서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에게 말했다.비록 그녀는 김서진이 직접 나서게 할 생각은 없었지만, 그의 이 말은 그녀에게 큰 안도감을 주었다.
심플하고 수수한 화이트 스커트에 조명까지 모두 그녀의 몸에 집중돼 있어 그녀가 걸어 나올 때 후광이 비치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한소은은 옷차림도 심플하고 화장도 매우 옅었으며, 아무런 장신구도 없었지만 오히려 그것이 그녀의 청초한 얼굴을 돋보이게 했다."한소은?!"노형원은 자신의 눈을 믿을 수 없었고, 그는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아직 판단하지 못했다.무의식적으로 빠른 걸음으로 다가가 한소은을 향해 목소리를 낮추며 속삭였다."여기에 뭐 하러 왔어?”"당연히 콘테스트에 참가하러 여기에 온 거지."담담한 얼굴로 그를 힐끗 보았고, 한소은은 입가에 비꼬는 듯한 웃음을 띠며 몸을 옆으로 돌려 계속 앞으로 나아갔다."한소은!"그녀의 손목을 덥석 잡아당겼고, 노형원의 낮은 목소리에는 분노가 좀 더해졌다."헛소리하지 마! 여긴 네가 소란을 피울 자리가 아니야!"귀빈실 안에 있던 김서진은 눈을 가늘게 뜨고 스크린 속의 불안한 손을 바라보다가 갑자기 싸늘해졌다.몇 초 뒤, 한소은은 노형원이 붙잡은 팔을 힘껏 뿌리치며 말했다."노 대표님, 이게 무슨 자리인지 아시는 이상 자중하세요!"말이 끝나자 그녀는 이미 단상 위로 올라섰다.그녀의 변신은 노형원의 예상을 크게 벗어났고, 그는 깜짝 놀라 몸을 돌려 무대에 서 있는 그 여자를 바라보았다.늘 얌전하고 말을 잘 듣던 그녀가 오늘은 왜......"모든 귀빈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저는 신생의 조향사인 한소은 이라고 합니다. 오늘 출품작 '첫사랑'은 제가 제조했습니다.” 그녀는 침착하게 한 글자 한 글자를 똑똑히 말했고, 현장에 있는 모든 사람이 들을 수 있다.무대 위의 한소은을 바라보던 강시유는 손에 든 술잔을 움켜쥐고 이를 악물었고, 겉으로는 웃어보였지만 그녀는 이미 노형원을 흘끔흘끔 쳐다보며 빨리 어떻게 수습해 보라는 신호를 보냈다.하지만 지금 이 순간, 노형원의 시선도 한소은의 몸에 단단히 고정되어 있었다, 그녀가 도대체 무엇을 할 작정인 거지?!"방금 조직위에서 '첫사랑'의 아이디어가
사람들은 모두 경악했다.한소은이 사라진 후 어디로 갔는지 아는 사람은 거의 없었고, 그녀와 노형원과의 관계는 말할 것도 없었다.지금 이 순간 가장 흥분되는 것은 바로 기자들이다.오늘 밤은 그저 평범한 뉴스 기사가 될 줄 알았는데, 표절과 배신이라니, 생각만 해도 너무 짜릿했다.한소은은 그가 자신에게 다가오는 것을 보았고, 그는 매우 비통하고 안타까운 투로 말했다."너는 우리 시원 웨이브의 사람인데, 나에게 한마디 말도 없이 언제 고지에 올라 다른 회사에 간 거야? 게다가…… 우리 회사 제품도 가져갔었어?"그의 목소리는 큰 편이 아니었지만 마이크가 달려 있어 그가 무슨 말을 하는지 온 관객이 똑똑히 들을 수 있었다."배신자였군요, 그럼 표절을 다툴 것도 없죠.”누군가 문득 깨달은 듯이 말했다."처음부터 저 여자는 치켜세워졌고, 신인상을 받았을 때 언론에서 호들갑을 떨었던 게 기억이 나네. 그런데 결과는? 하…….""회사 기밀을 도둑맞은 것은 불법이니 이건 경찰에 신고해야 합니다!""코만 없는 게 아니라 양심도 없었구먼. 예쁘게 생겼는데 손발이 이렇게 더러울 줄이야!"현장에 욕설이 난무하자 노형원은 마음속의 우쭐함을 억눌렀고, 비록 그는 아직 무슨 일인지 정확히 알지 못했지만 적어도 지금의 위기에서는 구해졌다.뒤돌아 승리자의 자세로 신생 책임자를 바라보며 너그럽게 말했다."귀사도 잘 모르고 속은 것 같네요, 이것은 귀사의 잘못이 아닌 단지 오해일 뿐입니다. 하지만 작품이 창작자 본인의 것이라는 건 여러분 모두 다 알고 있으니 '첫사랑'은 우리 회사 작품임이 분명합니다.”"방금 노 대표가 그랬지……”갑자기 어디선가 들려온 목소리가 그의 말을 끊었다.내내 담담한 웃음을 머금고 있던 한소은은 몸을 옆으로 돌려 노형원을 바라보며 물었다."내가 시원 웨이브의 사람이라고?그녀는 너무 평온해서, 노형원을 이유 없이 불안하게 만들었다.하지만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그는 마음을 가다듬고 다시 말했다."이제는 아니지. 오늘 이런
”이 두 병은 각각 신생과 시원 웨이브가 제공한 샘플입니다. 노 대표님께서 차이가 있는지 없는지 한 번 판단해 보시죠.”그녀는 두 손을 높이 들었고, 현장에 있는 사람들이 모두 그녀의 손에 있는 병을 볼 수 있었다.“차이가 있으면 어떻고, 차이가 없으면 또 어떻습니까?”노형원은 눈을 가늘게 뜨며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했다."심사위원들조차 성분과 향이 비슷하다고 하는데 이게 뭘 증명할 수 있지?"“왜 이긴 쪽이 신생인지 증명해 줍니다. “한소은은 이어서 말했다."노 대표님은 내가 시원 웨이브의 작품을 훔쳤다고 단언하지 않았나요? 도둑질이고 차이점이 있다면 당연히 원본의 품질이 더 좋겠죠. 당신이 불공평하다고 생각하는 이상 지금이 동료와 언론 앞에서 증명할 수 있는 가장 좋은 기회이지 않을까요."그녀는 줄곧 옅은 미소를 머금고 있었고, 말소리도 부드럽고, 지난날의 우스갯소리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한소은에 대해 편견을 가지고 있었지만, 지금 이 순간 그녀의 웃음 앞에서 너무 가혹한 말을 할 수 없었다.노형원은 눈살을 찌푸리고 그녀를 보고 있는데, 도대체 무슨 수작을 부리는 건지 당최 알 수가 없었다.오늘 한소은은 도대체 무슨 약을 잘못 먹었는지, 여기서 이렇게 소란을 피우며 그의 말을 듣지도 않았다."아, 노 대표님은 전문 조향사가 아니니 확신이 없는 것도 당연하겠네요. 하지만 강시유 씨가 '첫사랑'을 직접 제조했다고 하니 모를 리 없겠죠?”노형원의 뒤에 있던 강시유를 곁눈질하며 한소은이 말했다.손에 든 술잔을 움켜쥐고 있던 강시유는 마음속의 당황스러움을 억눌렀다.'첫사랑'이 어디서 왔는지 그녀는 잘 알고 있다.한소은이 갑자기 이곳에 와서, 또 이름을 불러 그녀에게 분별하라고 시키니, 그녀의 속셈을 정말 알 수가 없었다.강시유는 입술을 오므린 채 말했다."오늘 콘테스트가 이렇게 된 것은 신생도, 시원 웨이브도, 체면치레도 아니에요. ‘첫사랑’의 레시피가 유출됐는데 진짜와 가짜를 가리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어요?""한소은, 어쨌든 우린
그녀가 스스로 인정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고, 노형원을 포함한 모든 사람들이 어리둥절했다.“노 대표님이 '첫사랑'은 처음부터 끝까지 강시유 씨가 심혈을 기울여 개발한 것이라고 단언하셨으니, 당신이 그렇게 잘 아시는 이상 강시유 씨가 제가 레시피에서 무슨 수를 썼는지, 어떤 것을 바꿨는지 구별해 보는 게 어때요?""저……”그러자 강시유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그녀는 지난 2년 동안 거의 실험실에 들어간 적이 없고, 이전에 배웠던 지식을 모두 잊어버리지 않았다고 해도, 각각의 향수와 사용하는 레시피, 원료, 심지어 분량 등에도 차이가 있었다.이 향수가 개발되었을 때, 그녀는 매일 노형원과 함께 지냈다.그를 사로잡기만 하면 어떤 명예도, 어떤 트로피도 손에 넣을 수 있지 않은가? 이런 실험 때문에 매일 골머리를 앓을 필요도 없고 말이다.그녀는 무의식적으로 노형원의 옷자락을 움켜쥐고 입을 오므렸다.노형원은 그녀가 긴장했다는 걸 감지하고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 강시유를 자연스럽게 뒤에서 보호했다.“네가 바꾼 레시피를 시유가 어떻게 알 수 있겠어. 네가 이미 바꿨다고 인정했으니 이 일은 더 이상 쟁의할 게 없어 보이는데, 그만……”"레시피를 바꿨다는 것만 인정했을 뿐 훔쳤다는 것은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레시피는 내 거예요, 저는 자연스럽게 바꾸고 싶은 대로 고칠 수 있어요. 강시유는 '첫사랑'에 그렇게 익숙하고 자신의 작품이라고 하는데, 왜요, 자신이 제조한 향수에 익숙하지 않은 건가요?”“아니면, 도둑이 제 발을 저리는 건가? 역시 원래부터 적반하장이었던 거죠? 강시유야말로 남의 레시피와 성과를 훔치는 사람이 아닙니까?”한소은은 조금도 거리낌 없이 그녀를 폭로했고, 아무것도 숨김없이 모두 다 말하며 그녀와의 정은 하나도 남아 있지 않았다.이런 자리에서 비난이 쏟아지자 그녀는 반박할 힘이 없었고, 더더욱 어찌할 바를 몰라 했다.강시유는 화가 나서 손가락을 들어 한소은을 향해 말했다."잔인 한 년! 너……”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그녀는 뒤로 넘어
그녀는 몰래 김서진을 쳐다보았지만 그가 자신을 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어느새 시선은 그녀에게로 향했다.그녀의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혹시 오늘 밤, 다른 계획이 있습니까?"이렇게 가까이 있으니, 한소은의 가슴은 폭죽이 터지는 듯 쿵쾅댔다.그녀는 뼛속까지 꿋꿋하게 버티고, 또 그녀는 주눅이 들지 않으려 노력하며 그의 검은 눈동자를 바라보고 최대한 태연한 얼굴을 유지했다."내 기억이 맞는다면, 오늘 밤은 우리 신혼 첫날 밤이에요. 김서진 씨, 제가 무슨 계획을 세울 수 있겠어요?”그녀는 일부러 여유롭고 자연스러운 말투로 말했지만 무릎 위에 놓인 양손에 힘이 너무 많이 들어가 그녀의 불안감을 드러냈다.김서진은 입꼬리를 가볍게 치켜올리며 말했다.“그렇군요, 좋아요!”그가 똑바로 일어서자 스트레스가 확 줄었지만, 한소은은 결코 긴장을 풀지 않았다.차는 곧 목적지에 멈추었다.한소은은 원래 김서진이 그녀를 그의 개인 숙소로 데려갈 줄 알았는데 뜻밖에도 온천 클럽 입구에 멈추었다.밤은 주황색 간판을 비추었고, 사람들의 마음을 한결 편안하게 만든다.단지……의혹의 눈초리를 그를 돌아보자 김서진은 그녀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짐작할 수 있는 듯 말했다."오늘은 너무 촉박해서 준비를 많이 하지 못했어요.""사실……중요하지 않아요.”한소은이 조용히 말했다.그냥 거래일 뿐인데 뭘 더 바랄 수 있을까.그러나 그녀는 장미로 정성껏 꾸며진 레스토랑을 보고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이렇게 큰 레스토랑에는 그와 그녀만 있었고, 이미 음식은 모두 세팅이 되어 있었으며 서빙 직원도 가까이 오지 않아 개인 공간을 충분히 주었으니, 이곳은 이미 전세 낸 것이 틀림없었다.그는 이런 실력을 가지고 있지만, 솔직히 그의 말대로 시간이 이렇게 촉박한데, 그는 어떻게 한 걸까?"여기는 프라이버시가 잘 되어 있어 유출될 염려가 없어요."우아하게 스테이크를 썰면서 그는 느릿느릿 말했다."가, 감사해요."그녀는 말주변이 없는 편은 아니지만, 이 모든 일에 대해 무
한소은은 조금 긴장되어 두 손을 몸의 양쪽에 늘어뜨리고 자신도 모르게 침대 시트를 움켜쥐었다.TV와 소설에서 다소나마 듣고 본 적이 있어서 그녀는 마음이 불안했다.김서진은 야무지게도 그녀가 긴장하고 있다는 것을 눈치 채고 감은 눈을 바라보며 "아직 준비가 안 됐으면 기다릴 수 있어"라고 말했다.가볍게 떨고 있던 한소은은 김서진의 말을 듣고 눈을 번쩍 뜨더니 그의 눈에서 진심과 존중이 보였다.이와 같이 자신을 소중하게 여겨준다는 느낌에 가슴이 훈훈해지며 고개를 가로저으며 김서진의 목에 팔을 둘렀다. “난 할 수 있어! 계속…"한소은은 멍 해져 있었다.그 익숙한 느낌에 그녀는 바로 생각났지만, 설마 이거 우연치고는 너무 절묘한 거 아닌가.이미 늦었다.한소은은 다리를 웅크리고, 옆에 있는 베개를 그냥 잡고 얼굴을 묻었다.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숨고 싶었다.그녀의 모습에 김서진도 갑자기 정신이 들었다.활활 불타오르는 욕망에 찬물을 끼얹은 듯 순간 식어버렸다.그는 몸을 일으켜 한숨 쉬고, 웃고 싶기도 하였다.몇 초 동안 묵묵히 있다가 결국 허리를 굽혀 그녀를 다시 안았다."뭐, 뭐해?"몸이 갑자기 가벼워지자 한소은은 순간 당황했다.베개가 얼굴에서 떨어지자 그녀는 피할 수 없었고, 눈빛은 당황해서 놀란 사슴 같았다."걱정 마, 난 널 건드리지 않을 거야."그는 안색이 변하지 않은 채 얘기를 다하고 샤워실로 들어가 그녀를 내려놓았다.샤워기를 내려 수온을 조절한 뒤 그녀의 손에 건네주며 "밖에 나가서 기다릴게."한참 멍하니 있다가 한소은은 정신을 차렸다.수온이 딱 맞아서 미지근하게 몸에 끼얹으면 엄청 편했다. 김서진은 역시 배려심도 많고 사람 잘 챙겨주었다.살벌하고 과감하기로 소문난, 장사판에서는 인간 염라대왕 같은 김서진이 사석에서 이런 모습일 줄 상상도 못했다.복잡한 심정으로 샤워를 끝냈지만 난처한 문제가 생겼다. 생리대가 없다는 것이다.그녀는 최근 '첫사랑' 때문에 정신이 없어 생리기간도 까먹은 것이다. 게다가 날짜를 계산해 보니
한소은은 순순히 걸어가고 있는데 김서진은 고개를 돌려 옆 탁자를 향해 머리를 젖히면서 “저거 마시고 자”라고 말했다.그의 시선을 따라가 보니 김이 모락모락 나는 흑설탕물이었고, 소은은 그가 짧은 시간 안에 이렇게 많은 것을 고려하고 이렇게 많은 것을 준비할 수 있다는 것에 정말 놀랐다.그녀는 조심스럽게 얌전히 들어 다 마셨다. 아랫배가 따뜻하고 편안해지면서 침대에 기대어 앉으면 금방 졸리기 시작했다.조명을 어둡게 낮추고 김서진은 그녀를 쳐다보면서 “왜?”하고 물었다."안 자?" 참지 못해 하품을 하면서 그녀는 무척 피곤하고 졸린 상태로 되물었다."좀 있다 잘거야. 먼저 자." 그는 말했다.베개를 조정하고 이불을 끌어당긴 후 그는 다시 앉아서 에어컨의 온도를 조절하고서야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한소은은 졸음을 억지로 참으면서 그의 동작을 지켜보았다. 어슴푸레한 불빛이 그의 몸에 비추어 얼굴의 옆모습이 흐릿하고 애매해졌다.그는 정말 잘생겼다. 정면이든 측면이든 흠잡을 데 없이 잘생긴 비주얼이다.예전에 그녀는 왜 발견하지 못했을까?커피를 마시는 그 남자의 모습을 보면서 심지어 블랙커피처럼 보이자 한소은은 "밤에 커피를 마시면………잠이 안 와."라고 참지 못해 말했다."그럼 뭘 마셔?" 그는 손에 든 컵을 내려놓고 그냥 물었다.그러나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그녀는 몸을 옆으로 돌린 채 반쯤 기대어 있었고, 눈은 이미 감은 채 콧김을 내뿜고 있었다.정말 빨리 잠들었네!김서진은 소리 없이 웃으며, 이대로 조용히 그녀의 옆모습을 바라보고 있으니 서류든 메일이든 갑자기 보기 싫어졌다.컴퓨터를 한쪽에 두고 다시 무드등 불빛을 가장 어둡게 한 다음 일어나 침대 반대편으로 돌아가 이불을 들추고 잠자리에 든다.김서진은 그녀의 뒤에서 살며시 끌어안고, 그녀를 놀라게 했는지, 한소은은 낮은 소리로 중얼거리더니 몸을 돌려 바로 껴안았다.김서진은 눈썹을 올리면서 그녀의 잠자는 자세를 바꾸고 팔을 뻗어 그녀를 품에 안았다.이렇게 예쁜 여자를 품에 안고 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