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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작가: 금야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4-10-29 19:42:56
김서진은 그녀를 소파에 놓은 뒤, 돌아서서 연고와 알코올 솜을 가져와 깨끗이 닦은 뒤 약을 꼼꼼히 발랐다.

사실 그 작은 상처는 오는 길에 이미 지혈이 다 되었고, 연고를 바르니 시원했다.

한소은은 눈앞의 남자를 보았고, 고개를 숙여 약을 발라주는데 표정이 태연해 마치 그것이 아주 평범한 일 같았지만 이런 사소한 챙김을 그녀는 몇 년 동안 노형원에게 받아본 적이 없었다.

그러니까, 남자가 눈치가 없는 게 아니라 그냥 나한테 무심한 거야.

연고를 다 바른 뒤 김서진이 고개를 들자, 그녀가 넋을 잃은 모습을 하고 있었다.

"왜 그러지?”

"아무것도 아니에요, 감사합니다.”

그녀는 고개를 내저으며 황급히 발을 내렸다.

"당신은 내 아내예요, 그런 말은 필요 없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는 꼭 기억해 주길 바랍니다."

연고의 뚜껑을 비튼 뒤 그는 천천히 말했다.

"네, 말해 보세요.”

한소은이 고개를 끄덕이다.

"난 당신이 과거에 어찌 됐든 상관없어요, 기왕 나와 결혼했으니 더 이상 관계를 끊을 생각은……”

“안 그럴게요!”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한소은은 재빨리 말했다.

"걱정 마세요, 적어도 이 결혼 기간 동안 나는 내 임무에 충실할 테니까요. 그리고 당신도 그랬으면 좋겠어요.”

김서진은 그녀가 감히 그에게 요구를 할 줄은 몰랐고, 그는 눈썹을 치켜세웠다.

"나는 우리의 결혼이 거래라는 것을 알고 있고, 당신이 무엇을 위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결혼 동안의 원칙은 우리가 지켜줬으면 좋겠어요. 언젠가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면 이혼할 수 있겠지만 결혼 기간 동안 밖으로 샌다면, 용서할 수 없을 겁니다.”

그녀는 이미 한 번 배신을 겪었으니 두 번 다시 겪고 싶지 않았다.

"공교롭게도, 같은 생각입니다.”

그는 입꼬리를 올렸고, 그의 웃음을 보고 있자니 한소은은 잠시 정신을 잃은 듯했다.

이 남자는 정말 신이 세심하게 만든 걸작이 틀림없다, 비즈니스 면에서 뛰어난 두뇌를 가졌을 뿐만 아니라 외모도 완벽하다니.

원래 그녀는 단지 한번 해보자는 마음으로 그와 계약을 맺었는데, 뜻밖에도 그와 결혼하게 되었고, 그녀는 이렇게 오랫동안 불운을 겪다가 마침내 그녀에게도 행운이 찾아온 것일까?

오후 7시, 한소은은 김서진의 차를 타고 그와 함께 대회장에 도착했다.

그녀는 그가 직접 갈 줄은 생각지도 못했고, 어쨌든 이 대회는 환아에게 작은 무대일 뿐이었으며환아의 뷰티 제품들은 모두 국제 대회에 출전된다.

차가 도착했을 때, 마침 노형원의 차가 대회장 입구에 주차되어 있는 것을 보았다.

그는 짙은 남색 슈트를 입고 머리도 스타일링했으며 매우 멋있게 꾸미고 왔다.

차에서 내린 그는 돌아서서 한 손으로 차 문 상단을 막고 한 손으로 강시유를 잡았고, 매우 자상하게 그녀를 보살폈다.

한소은의 입가에는 비웃음이 서렸고, 그녀는 지금 자신을 비웃고 있었다.

전에는 자신이 눈이 멀었던 것일까? 왜 이런 모습들을 보지 못했지?

"지금 내립니까?”

그녀의 한 손을 잡으며 김서진이 옆으로 돌아보며 물었다.

한서은은 고개를 저었다.

물론 지금 김서진의 손을 잡고 차에서 내려 그들 앞에 나선다면 분명 폭발적인 뉴스일 것이고, 이 두 사람을 당황하게 할 수 있었지만 이것은 결코 그녀가 원하는 결과이지 않았고, 어찌 보면 턱없이 부족했다.

그녀는 요 몇 년 동안의 노력과 자신의 심혈과 감정을 원금과 이자까지 모두 거두어들일 것이다!

이번 콘테스트는 비록 규모가 크지 않았지만 매우 신경을 쓴 게 보였다.

대회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심사위원은 각 시에서 선발한 업계 전문가이며, 대회에 참가하는 모든 향수는 대회 3시간 전에 각 집으로 파견한 대표가 직접 픽업을 해오게 되었다.

이 세 시간 동안 전문가들은 향수의 상태와 탑노트, 미들 노트, 베이스 노트 등을 평가해 점수를 매긴다.

즉, 현재 결과는 나왔지만 아직 발표되지 않았을 뿐인 것이다.

한서은은 행사장에 들어가지 않았고, 김서진과 함께 전용 귀빈실에 머물며 방 안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을 통해 행사장의 모든 상황을 볼 수 있었다.

노형원과 강시유는 의기양양했고, 그들은 마치 이미 상을 휩쓸고 있는 것만 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다.

한서은은 조용히 그들을 지켜보며 속으로 말했다.

‘마음껏 웃어, 너희들이 이렇게 함부로 웃을 수 있는 날이 얼마 남지 않았어.’

대회장의 불빛이 조금 어두워졌다는 것은 곧 결과가 발표된다는 것을 의미했고, 아직 대화를 나누던 귀빈들도 모두 무대 쪽으로 돌아섰다.

관례에 따르면 가장 작은 상부터 시작하는데, 분명히 노형원은 그 작은 상들을 안중에 두지 않았고, S.Y의 이름이 불리지 않았어도 서두르지 않고 한 손으로 강시유를 잡고 자신 있게 시상대를 바라보았다.

"다음으로 발표할 상은 이번 대회 1, 2, 3등입니다."

사회자가 말했다.

"이 상을 발표하기 전에 강조하고 싶은 점 있습니다. 이번 대회는 공정하고 또 공정하게 공개한다는 원칙에 따라 회사 크기에 관계없이 누구나 지원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또한 제품 자체의 품질 외에도 조향사의 인품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모두에게 경고하고 싶습니다. 우리는 표절이 의심되는 행위를 엄격하게 근절하고 단속합니다."

VIP 룸에서 한서은은 술잔을 움켜쥐고 붉은 입술을 오므려 선을 만들고 스크린 속 노형원과 강시유를 바라보았다.

자신들과 무슨 상관인지도 모른 채 앞장서 박수를 치기도 했다.

"맞습니다! 저희 시원 웨이브는 규모는 크지 않아도 독창성과 연구개발에 주력해 왔으니 표절은 업계의 수치라고 할 수 있죠! 설령 제품이 미흡하다고 해도 저희는 그런 행동을 일절 하지 않습니다.”

노형원은 매우 당당하게 말했고, 옆에 있던 강시유도 그의 말을 거들었다.

"그렇습니다. 저는 중급 조향사일 뿐 업계의 거장 선배들과는 비교가 안 되지만, 착실하고 성실하게 우리나라 사람들이 자랑스러워할 만한 브랜드를 만들어야 한다고 항상 제 자신을 경고해왔습니다."

장내에 박수가 터져 나왔고 취재진도 기회를 놓치지 않고 사진을 찍는 등 화기애애한 모습이 연출됐다.

하지만 진행자는 심각한 표정으로 말머리를 돌렸다.

"그렇다면 S.Y는 당신들의 출품작의 독창성과 진실성을 절대적으로 보장한다는 말입니까?"

"물론이죠!"

노형원은 자신 있게 말했다.

말을 하고 나니 가슴 한편에 불안감이 엄습해왔다.

예전부터 많은 전시회와 대회에 참가했는데 이번처럼 이런 질문을 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고, 게다가 이름을 거론하면서까지 말이다.

하지만 이 향수는 모두 한서은이 제조한 것이었기에 독창성은 보장되었으니 그는 여전히 자신감이 넘쳤다.

이렇게 생각을 하자 그의 안색이 다시 환해졌다.

"허…….”

한서은이 가볍게 피식하는 소리를 내었다, 정말 뻔뻔하기도 하지.

사회자는 그를 깊이 들여다보고는 고개를 돌려 사람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이번 대회에는 두 회사가 같은 제품을 선정해 출품했고 심지어 작품명까지 같은 제품을 신청하는 특이한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직접 거명하지는 않았지만 일부러 노형원에게 물어보기까지 했으니 당연히 모두들 누구를 말하는지 알고 있었고, 다른 회사는 어디인지 가늠이 가지 않았다.

그제야 노형원의 안색이 변했다.

이건 상을 못 받은 것보다 더 난감한 일이었고, 업계의 많은 회사와 언론 앞에서 표절 의혹을 받고 있다니, 내일 뉴스가 터지면 시원 웨이브의 명성은 무너질 게 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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옞이 🍊
?이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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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소은은 조금 긴장되어 두 손을 몸의 양쪽에 늘어뜨리고 자신도 모르게 침대 시트를 움켜쥐었다.TV와 소설에서 다소나마 듣고 본 적이 있어서 그녀는 마음이 불안했다.김서진은 야무지게도 그녀가 긴장하고 있다는 것을 눈치 채고 감은 눈을 바라보며 "아직 준비가 안 됐으면 기다릴 수 있어"라고 말했다.가볍게 떨고 있던 한소은은 김서진의 말을 듣고 눈을 번쩍 뜨더니 그의 눈에서 진심과 존중이 보였다.이와 같이 자신을 소중하게 여겨준다는 느낌에 가슴이 훈훈해지며 고개를 가로저으며 김서진의 목에 팔을 둘렀다. “난 할 수 있어! 계속…"한소은은 멍 해져 있었다.그 익숙한 느낌에 그녀는 바로 생각났지만, 설마 이거 우연치고는 너무 절묘한 거 아닌가.이미 늦었다.한소은은 다리를 웅크리고, 옆에 있는 베개를 그냥 잡고 얼굴을 묻었다.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숨고 싶었다.그녀의 모습에 김서진도 갑자기 정신이 들었다.활활 불타오르는 욕망에 찬물을 끼얹은 듯 순간 식어버렸다.그는 몸을 일으켜 한숨 쉬고, 웃고 싶기도 하였다.몇 초 동안 묵묵히 있다가 결국 허리를 굽혀 그녀를 다시 안았다."뭐, 뭐해?"몸이 갑자기 가벼워지자 한소은은 순간 당황했다.베개가 얼굴에서 떨어지자 그녀는 피할 수 없었고, 눈빛은 당황해서 놀란 사슴 같았다."걱정 마, 난 널 건드리지 않을 거야."그는 안색이 변하지 않은 채 얘기를 다하고 샤워실로 들어가 그녀를 내려놓았다.샤워기를 내려 수온을 조절한 뒤 그녀의 손에 건네주며 "밖에 나가서 기다릴게."한참 멍하니 있다가 한소은은 정신을 차렸다.수온이 딱 맞아서 미지근하게 몸에 끼얹으면 엄청 편했다. 김서진은 역시 배려심도 많고 사람 잘 챙겨주었다.살벌하고 과감하기로 소문난, 장사판에서는 인간 염라대왕 같은 김서진이 사석에서 이런 모습일 줄 상상도 못했다.복잡한 심정으로 샤워를 끝냈지만 난처한 문제가 생겼다. 생리대가 없다는 것이다.그녀는 최근 '첫사랑' 때문에 정신이 없어 생리기간도 까먹은 것이다. 게다가 날짜를 계산해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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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소은은 순순히 걸어가고 있는데 김서진은 고개를 돌려 옆 탁자를 향해 머리를 젖히면서 “저거 마시고 자”라고 말했다.그의 시선을 따라가 보니 김이 모락모락 나는 흑설탕물이었고, 소은은 그가 짧은 시간 안에 이렇게 많은 것을 고려하고 이렇게 많은 것을 준비할 수 있다는 것에 정말 놀랐다.그녀는 조심스럽게 얌전히 들어 다 마셨다. 아랫배가 따뜻하고 편안해지면서 침대에 기대어 앉으면 금방 졸리기 시작했다.조명을 어둡게 낮추고 김서진은 그녀를 쳐다보면서 “왜?”하고 물었다."안 자?" 참지 못해 하품을 하면서 그녀는 무척 피곤하고 졸린 상태로 되물었다."좀 있다 잘거야. 먼저 자." 그는 말했다.베개를 조정하고 이불을 끌어당긴 후 그는 다시 앉아서 에어컨의 온도를 조절하고서야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한소은은 졸음을 억지로 참으면서 그의 동작을 지켜보았다. 어슴푸레한 불빛이 그의 몸에 비추어 얼굴의 옆모습이 흐릿하고 애매해졌다.그는 정말 잘생겼다. 정면이든 측면이든 흠잡을 데 없이 잘생긴 비주얼이다.예전에 그녀는 왜 발견하지 못했을까?커피를 마시는 그 남자의 모습을 보면서 심지어 블랙커피처럼 보이자 한소은은 "밤에 커피를 마시면………잠이 안 와."라고 참지 못해 말했다."그럼 뭘 마셔?" 그는 손에 든 컵을 내려놓고 그냥 물었다.그러나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그녀는 몸을 옆으로 돌린 채 반쯤 기대어 있었고, 눈은 이미 감은 채 콧김을 내뿜고 있었다.정말 빨리 잠들었네!김서진은 소리 없이 웃으며, 이대로 조용히 그녀의 옆모습을 바라보고 있으니 서류든 메일이든 갑자기 보기 싫어졌다.컴퓨터를 한쪽에 두고 다시 무드등 불빛을 가장 어둡게 한 다음 일어나 침대 반대편으로 돌아가 이불을 들추고 잠자리에 든다.김서진은 그녀의 뒤에서 살며시 끌어안고, 그녀를 놀라게 했는지, 한소은은 낮은 소리로 중얼거리더니 몸을 돌려 바로 껴안았다.김서진은 눈썹을 올리면서 그녀의 잠자는 자세를 바꾸고 팔을 뻗어 그녀를 품에 안았다.이렇게 예쁜 여자를 품에 안고 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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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표님의 아내로 간택당했다   제2452화

    소은은 고개를 들어 눈물을 참으며 말했다. “한 가지 이상한 게 있어요.”“무슨 일이에요?” 임남을 달래던 임상언이 무심히 되물었다.“로사 왕자는 감금된 것이 아니라 그날 Y국으로 송환되었다고 들었는데, 그렇다면 왜 그동안 로사 왕자와 연락이 닿지 않았던 걸까요?” 소은의 말에 임상언은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 “두 가지 가능성이 있겠죠. 신호가 나쁘거나 핸드폰을 확인하지 못했을 수도 있고, 로사 왕자가 저희 연락을 거부하고 있을 수도...”두 사람은 잠시 눈을 마주쳤다. 말은 없었지만, 둘 다 이미 답을 얻은 듯했다. 로사 왕자가 그토록 연락을 피하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도 나름의 계획을 세우고 있는 건가?...3일 후. 소은은 마지막 침을 놓고 손을 거두었다.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고 여왕을 쳐다보며 말했다. “오늘 시술로 폐하의 다리에 감각이 돌아오실 겁니다. 하지만 일어서는 건 천천히 시도하셔야 합니다. 너무 서두르시면 안 돼요.”소은은 말을 마치고 갑자기 미소를 지었다.“무엇 때문에 웃는 거지?” 여왕은 여전히 자신의 다리를 어루만지며 물었다. 이미 이틀 전부터 약간의 감각이 돌아왔음을 느낀 터라, 소은의 말이 사실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소은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제가 쓸데없는 일을 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어서요. 사실 R10 실험을 고집하신다면 결국 폐하께서는 이 몸을 떠나게 되실 텐데, 제가 이 몸에 애쓰는 일이 무슨 의미가 있겠어요?”여왕은 눈을 가늘게 뜨며 물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계속한 거지?”“어쩌면, 폐하께서 마음을 바꾸실 지도 모르니까요.” 소은은 부드럽게 대답했다. “어쩌면 자신의 몸이 무엇보다 소중한 것이라는 걸 깨닫게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거든요.”“우리 모두 이 세상에 올 때 두 손은 비어있지만, 이 몸만은 오로지 우리 자신의 것이죠. 몸마저 버리신다면, 그 영혼은 여전히 진짜 자신일 수 있을까요?”“그렇구나.” 여왕은 잠시 생각에 잠기더

  • 대표님의 아내로 간택당했다   제2451화

    소은은 조용히 몸을 일으키며 여왕을 쳐다보았다. “물론이죠.” 소은은 담담하게 답했다. 그 대답에는 원망이나 비난의 기색은 전혀 없었다.“그렇다면... 조금 아쉽네.” 여왕은 생각에 잠긴 듯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얻는 것이 있으면, 잃는 것도 있기 마련입니다. 세상 모든 일은 균형을 맞추려 하죠. R10이 폐하께서 이루고자 하는 꿈이라면, 저는 그것을 막을 수 없어요. 다만, 그때가 되어 성공하든 실패하든, 저는 그 모습을 보지 못할 테니 부디 후회하지 않으시길 바랍니다.” 소은은 살짝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문 밖으로 나갔다.릭은 여전히 문 앞에서 대기 중이었다. 그녀와 여왕의 대화가 거의 다 들렸던 듯, 둘의 시선이 잠시 교차했다. 소은이 그를 지나쳐 나가자, 릭은 곧장 방으로 들어갔다.“여왕 폐하.” 릭은 여왕을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그녀의 다리에 꽂힌 은침을 보자 릭의 눈빛이 굳어졌다. “이건...”“괜찮아. 곧 소은이가 와서 침을 빼줄 거야.” 여왕은 무심하게 손을 흔들며 말했다.릭은 여전히 불안한 눈빛으로 말했다. “폐하께서 너무 방심하시는 것 아닙니까? 만약 한소은이 폐하께...”“그럴 리 없다.” 여왕은 단호히 그의 말을 잘랐다.릭은 당황한 얼굴로 물었다. “설마 그 여자를 믿으시는 겁니까?”여왕은 대답 대신 잠시 침묵을 지켰다. 그녀도 릭의 질문이 아니었다면 자신이 소은을 믿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했을 것이다. 오랜 세월 누구도 쉽게 믿지 않겠다고 다짐했지만, 그녀는 소은을 의심하지 않았다. 심지어 은침에 독이 묻어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제가 가서 잡아오도록 하죠.”여왕이 생각에 잠기자 릭은 바로 뒤돌아섰다.“거기 서!”여왕은 결연히 말했다. “난 믿어.”릭은 한참을 침묵하며 여왕의 결정을 받아들였다....임상언은 아들을 다시 만날 수 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비록 아들을 구하려는 결심을 굳혔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희망이 사라지는 듯했다.

  • 대표님의 아내로 간택당했다   제2450화

    소은은 허리춤에서 허리띠처럼 생긴 물건을 꺼내더니 조심스럽게 풀어내며, 그 안에 숨겨진 가느다란 은침을 꺼냈다.“이건...” 여왕은 깜짝 놀라며 소은을 쳐다봤다. 소은이가 은침을 항상 가지고 다닐 줄은 상상도 못 했던 것이다.“말해봐, 네 요구가 뭐지?” 여왕은 깊게 숨을 들이마시며 마음을 가다듬으려 애썼다. 너무 무리한 요구라면 거절하면 그만이다. 여왕은 절대 소은에게 휘둘리지 않겠다고 다짐했다.소은은 차분하게 말했다. “제가 여기서 나올 수 있었던 건 로사 왕자님 덕분입니다. 그러니, 왕자님을 책망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그게 다야?” 여왕은 의아해하며 물었다. 소은이 여기까지 와서 자신과 조건을 따지는데, 결국 요구한 게 단지 로사를 처벌하지 말라는 거라니. 자신이 잘못 들은 건가 싶었다.“로사는 내 아들이다. 내가 정말 내 아들에게 손을 댈 리는 없지. 괜히 기회를 헛되게 쓴 건 아닌가?” 여왕은 고개를 저으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전 폐하께서 정말 로사 왕자님께 처벌을 내리시지 않을지 장담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왕자 폐하께서 저를 구해준 건 사실이기에 저도 왕자 폐하를 위해 무언가를 해야 할 것 같았습니다.” 소은은 조용히 말했다. “게다가 지금 왕자 폐하를 감금하시고 자유를 제한하고 계시지 않나요?”여왕은 의아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아니야. 난 단지 로사를 Y국으로 돌려보냈을 뿐이야.”“로사가 여기서 내 일을 여러모로 방해하긴 했지만, 우리 모자 사이가 더 악화되기를 바라지 않았다. 국내에서도 로사가 필요하니 Y국으로 돌려보낸 것뿐이다.” 여왕은 담담하게 말했다.“그런데 왜 왕자 폐하의 전화가 연결되지 않죠?” 소은은 잠시 멈칫했다. 단지 귀국했다면 국제전화를 받을 수 있을 텐데, 연락이 닿지 않았기에 여왕이 로사를 가둬놓았다고 오해할 수밖에 없었다.여왕은 깊은 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나도 잘 모르겠군. 그날 내가 화가 났던 건 사실이지만, 곧바로 Y국으로 돌아가도록

  • 대표님의 아내로 간택당했다   제2449화

    “삼일이면 됩니다.” 소은은 여왕을 쳐다보며 작은 소리로 말했다.“삼일? 고작 삼일?” 여왕의 눈에는 믿기지 않는 놀라움이 서렸다. 그녀는 적어도 몇 달, 아니 최소한 몇 년은 걸릴 줄 알았다. 그러나 고작 삼일이라니, 그녀로서는 상상도 못 한 시간이었다.삼일쯤이야. 십 수년을 이렇게 버텨왔는데, 삼일쯤 더 기다린다고 달라질 게 뭐 있겠는가?“삼일 안에 정말 나아질 수 있는 건가? 내가 정말 다시 일어서서 걸을 수 있는 건가?” 여왕은 두 손으로 자신의 다리를 힘껏 눌렀지만 여전히 아무런 감각이 없었다. 그녀는 소은의 말을 쉽게 믿을 수가 없었다. 이 다리가 감각을 잃은지 너무 오래되어 치료할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여왕은 여러 나라의 명의를 찾아 다녔지만, 그들은 단지 병의 악화를 늦출 수 있을 뿐 다리를 완전히 회복시키는 건 불가능하다고 했었다. 그러나 지금 소은은 그녀 앞에 서서 확신에 찬 얼굴로 가능하다고 말하고 있었다. 그녀는 속으로 자신도 모르게 그 말을 믿고 싶어졌다.“이전처럼 완벽하게 걸을 수 있을 거라고 장담할 순 없어요. 너무 오랫동안 움직이지 않아서 근육이 많이 위축됐거든요. 하지만 서서히 일어나서 조금씩 회복하는 것은 가능합니다.” 소은은 진지한 어조로 답했다.여왕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정도라도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젊었을 때처럼 완전히 회복되는 것을 기대하지 않았다. 그러나 만약 휠체어와 지팡이 없이 다시 일어설 수 있다면, 그 자체로도 그녀에겐 더할 나위 없는 희망이었다.“좋아. 삼일, 기다리겠네. 필요한 게 있나?” 여왕은 기분이 좋아져 말을 한층 부드럽게 했다.“임남...” 소은이 말을 꺼내자마자 여왕의 얼굴이 굳어졌다. 그녀는 곧바로 고개를 저으며 거절했다. “그건 안 돼. 그런 요구는 하지 마라.”“제가 말한 건 임남을 바로 풀어달라는 게 아닙니다. 그냥... 그 아이가 괜찮은지 알고 싶고, 가능하다면 아버지와 한 번 만날 기회를 주시면 좋겠습니다.”

  • 대표님의 아내로 간택당했다   제2448화

    “이 실험을 결정할 수 있는 사람은 저와 프레드 뿐이기 때문입니다.” 소은은 잠시 생각하다가 덧붙였다. “아니면 주효정을 믿으실 건가요?”“나는... 아무도 믿지 않아.” 여왕은 얼굴을 차갑게 굳히며 휠체어를 돌렸다.“여왕 폐하께서 이 실험에 집착하고 계시는 건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인가요? 세상을 둘러보고 싶다거나, 짐을 내려놓고 잠시 쉬고 싶은 마음은 전혀 없으신가요? 수십 년간 왕좌에 오르셨지만, 정말로 아직도 그 삶이 좋으신가요? 언제나 긴장하며 위태로운 자리를 견디는 고단한 나날, 정말 아직도 벗어나고 싶지 않으신가요?” 소은은 여왕의 등을 쳐다보며 부드럽게 물었다.여왕은 아무 말 없이 자신의 무릎을 쓰다듬으며 고개를 살짝 떨구었다. 그녀는 시선을 다리로 내리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세상을 둘러본다? 나는... 걷는 게 어떤 느낌인지도 잊어버렸어.”여왕은 오랜 세월 동안 다리를 쓰지 않았고, 처음에는 억지로라도 일어설 수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상태는 악화되었고 이제는 아예 휠체어 없이는 움직일 수 없게 되었다. 그녀는 휠체어에 익숙해졌다고 생각했지만, 소은이 ‘세상을 둘러보라’는 말을 꺼내자 가슴이 아팠다.“만약... 폐하께서 다시 일어설 수 있다면요? 제가 다시 걷게 해드린다면요?” 소은은 조용히 여왕의 뒤에 서서 말했다.여왕은 잠시 멈칫하더니, 눈빛이 날카롭게 변하며 휠체어를 돌려 소은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정말이냐?” 여왕의 눈에는 억누를 수 없는 희망과 깊은 의심이 뒤섞여 있었다.소은은 대답 대신 그녀의 시선을 천천히 여왕의 다리로 내리고, 천천히 다가가서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손을 뻗어 여왕의 무릎 위에 가볍게 손을 올렸다.여왕은 살짝 몸을 떨었다. 사실, 그녀의 다리는 거의 완전히 감각을 잃은 상태라서 소은의 손길도 느껴지지 않았지만,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움츠러들었다. 아마도 너무나 간절히 다시 일어서고 싶기 때문이었을 것이다.소은은 아무 말 없이 여왕의

  • 대표님의 아내로 간택당했다   제2447화

    “맞아요, 임남 때문이기도 하지만, 폐하 때문이기도 합니다.” 소은은 주저하지 않고 대답했다. “제가 정말로 떠나버렸다면, 가장 초조해지는 사람은 사실 여왕 폐하 아닐까요?”여왕은 코웃음을 치며 차갑게 말했다. “내가 초조해질 이유가 뭐지? 어차피 내 손엔 네 약점이 있잖아. 너를 다시 잡아오는 것도 전혀 어려운 일이 아니고.”“약점이요? 임남 말씀이신가요?” 소은은 부드럽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잊지 마세요, 임남이는 제 아들이 아닙니다. 저에게는 제 친자식이 셋이나 있어요. 만약 제가 마음을 단단히 먹고 임남을 포기해 제 아이들을 지키려 한다면, 그 약점이 과연 제게 약점이 맞을까요?”여왕이 입을 열기도 전에 소은은 다시 말을 이었다. “게다가, 그 아이에겐 목숨을 걸고서라도 구하려는 아버지가 있습니다. 만약 임상언이 폐하께 끝까지 맞서기로 결심한다면...” “폐하께서야 높은 자리에 있으니 이런 평범한 상인을 하찮게 여기실 수 있지만, 임상언 씨가 단순한 상인이 아니라는 걸 잊으시면 안 됩니다. 임상언 씨의 사업은 세계 곳곳에 뻗어 있어요. 임상언 씨가 목숨을 걸 각오가 되어 있다면 그 어떤 일도 할 수 있겠죠. 혹시라도 바깥에 소문이 퍼져 폐하와 Y국의 명망이 손상된다면, 곤란하지 않겠습니까?”“너...” 여왕은 화가 치밀어 올랐지만 반박할 말이 당장 떠오르지 않았다.여왕이 화가 난 것을 보고, 소은은 한결 차분하게 말을 이어갔다. “화내지 마세요. 제가 돌아온 건 폐하를 자극하려는 게 아닙니다. 함께 최선의 방향을 찾고자 돌아온 거예요. 사실 폐하께서 H국에 오신 일이 밝혀진 건 아니지만, 꽤 오랜 시간 H국에 머물고 계셨습니다. 정말로 H국이 이 사실을 모르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세요?”여왕은 말없이 그녀를 쳐다보았다. “지금까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건 폐하의 체면을 살려드린 겁니다. 그러나 폐하께서 이곳에서 계속 머무르시며 혹여 무리수를 두신다면, 얼마나 더 체류하실 수 있을까요? Y국도 계속해서

  • 대표님의 아내로 간택당했다   제2446화

    릭은 잠시 침묵을 지켰다. 여왕은 모니터에서 시선을 돌리며 담담히 말했다. “소은을 데려와. 어디 한번 무슨 변명을 할지 들어보자. 또 어떤 이야기를 꾸며낼지 궁금하네.” 여왕은 휠체어를 살짝 돌려 더 이상 모니터를 보지 않았다.“여왕 폐하?” 릭은 망설이다가 말했다. “한소은이 거짓말을 할 걸 아시면서도 굳이 왜...” 그러나 여왕은 그 말을 끝까지 듣지 않고 단호히 말했다. “듣고 싶어!” 이 한마디에 릭은 더 이상 말을 잇지 않았다. 그는 곧장 소은이 있는 방으로 발걸음을 옮겼다.소은이 정말로 잠이 들려고 하던 순간, 문 밖에서 인기척이 들렸다. 그녀는 곧바로 정신을 차리고 눈을 떴다. 눈을 뜨는 순간, 문이 열리면서 릭이 문 앞에 서 있었다. 그의 얼굴은 굳어 있었고,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여왕께서 한소은 씨를 만나고 싶어 하십니다.” 소은은 차분한 표정으로 릭을 쳐다보았다. 마치 모든 상황을 예견한 듯 고요하게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와 동시에 임상언은 소은보다 먼저 일어나 문으로 향했다. 그러나 그가 문에 도착하자마자 릭이 손을 들어 그의 앞을 막았다. “그쪽은 남아 계시죠.” “뭐? 우리 둘은 같이 온 거야!” 임상언은 소은을 돌아보며 그녀에게 눈짓으로 도움을 요청했다. 릭은 차가운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여왕 폐하께서 그쪽을 부르지 않았으니 여기 남으시죠.” 릭은 더 이상 임상언에게 말을 할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소은은 임상언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부드럽게 말했다. “절 기다리고 있어요.” 임상언은 마음이 편치 않았지만, 억지로 마음을 다스리며 그녀가 릭과 함께 방을 나서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조심해요.” 임상언은 소은을 향해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소은은 미소를 지어 그에게 답했고, 릭을 따라 여왕의 방으로 향했다. 익숙한 길을 따라 걷는 그녀는 곧 여왕의 방에 도착했다. 릭이 문을 두드리며 말했다. “여왕 폐하, 데려왔습니다

  • 대표님의 아내로 간택당했다   제2445화

    소은이 임상언을 데리고 대사관에 도착하자, 그곳에 있는 사람들은 눈에 띄게 당황했다.한 사람이 서둘러 소식을 알리러 가더니, 이내 주변 구석구석에서 누군가가 몰래 그들을 엿보는 기척이 느껴졌다. 곧이어, 소은이 잘 알고 있는 여왕의 측근 몇 명이 경계 어린 눈빛으로 다가와 그들을 안으로 안내했다.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그들은 소은과 임상언의 몸을 샅샅이 검사하며 위험 물품을 소지하지 않았는지 확인했다. 철저한 검사가 끝난 후에야 비로소 경계가 풀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은 여왕을 만나지 못했고, 한적하고 깊숙한 방에 대기하도록 배정받았다. 오랜만에 돌아온 이곳은 소은에게 익숙하면서도 낯설게 느껴졌다. 익숙한 것은 이 장소였지만, 낯선 것은 지금의 마음가짐이었다. 예전에는 이곳이 싫고 불쾌하기만 했으며, 하루빨리 벗어나고 싶은 장소였다. 그러나 이번에는 임무와 사명을 가지고 돌아왔고, 그녀의 목표는 단순히 여기를 떠나는 것이 아닌, 중요한 일을 완수하고 무사히 돌아가는 것이었다.반면, 임상언은 눈에 띄게 불안해 보였다. 그는 두 손을 맞잡고 무릎 위에 놓은 채,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다리를 가볍게 떨고 있었다. 소은은 그의 초조함을 이해할 수 있었다. 임남을 생각하면 마음이 몹시 불안하고 조급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여기까지 왔으니 임남을 반드시 볼 수 있을 거예요. 그러니 긴장 좀 풀어요.” 소은이 작은 소리로 말했다. 임상언은 그녀를 보며 고개를 끄덕이고, 발을 땅에 꾹 눌러 다리를 멈췄다. 겉으로는 조금 안정된 듯 보였지만, 그의 얼굴은 여전히 긴장감이 가득했고 미세하게 떨리는 얼굴 근육이 그의 불안한 마음을 보여주었다. 마음을 진정시키는 게 말처럼 쉽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소은은 더 이상 말을 꺼내지 않았다.두 사람은 한참을 기다렸지만, 여왕을 만나러 오라는 사람은커녕 상황을 확인하러 오는 사람조차 없었다. 긴장했던 임상언은 결국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대체 무슨 의도인 거죠? 왜 아직

  • 대표님의 아내로 간택당했다   제2444화

    “제발 부탁이에요. 안에서는 소은 씨 말만 따를게요. 소은 씨가 시키는 대로 다 할 테니까, 제발 절 데려가 주시면 안 돼요?” 임상언은 진심 어린 목소리로 소은에게 간청했다. 자존심은 이미 버린 지 오래였다. 아들을 만나고 싶은 간절한 마음이 그를 이 지경까지 이르게 했다. 소은이 반드시 돌아가겠다고 결심한 순간, 임상언은 이미 마음을 굳혔다. 자신이 함께 가는 것이 가장 안전한 방법이었다. “다른 사람들이 같이 가면 의심을 받거나 제지를 당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전 아니에요.” 임상언은 계속 설득을 이어갔다. “임남이 그 안에 있다는 걸 모두 알고 있잖아요. 제가 아들을 만나고 구하려고 하는 건 당연한 일이에요. 그리고 아들을 위해서 제 목숨을 바치는 것도 이해될 수 있는 일이죠. 그러니 제가 가는 게 가장 올바른 선택이에요.” 긴 침묵 끝에, 소은이 입을 열었다. “임상언 씨 말이 맞아요. 전 동의합니다.” 소은은 말을 마치고 서진에게 시선을 돌렸다. 서진은 잠시 생각하더니 천천히 손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저도 동의합니다.” 원청현은 테이블을 손가락으로 가볍게 두드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나도 동의하지.” 잠시 침묵하던 진정기 역시 마침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동의합니다.” 마지막으로 원철수는 주변을 둘러보며 한숨을 내쉬고 손을 펼쳤다. “모두 동의했는데 내가 뭐라고 반대하겠어. 나도 찬성이야.” 사실 원철수의 의견은 크게 중요하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임상언에게 지지를 표현하는 의미였다. 임상언은 눈시울이 붉어지며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감사합니다. 모두들 고마워요.” “이게 뭔 감사할 일이라고. 어쨌든 안에 들어가면 절대 신중해야 해. 무슨 일이 있어도 감정에 휘둘리지 말고. 네 입으로 한 말 반드시 지켜!” 원철수는 그의 결심을 칭찬하면서도 걱정스러운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원철수는 속으로 임상언의 결단에 감탄했다. 한 아이의 아버지로서 그는 분명 최선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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