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8화

Author: 금야
last update Last Updated: 2024-10-29 19:42:56
”이 두 병은 각각 신생과 시원 웨이브가 제공한 샘플입니다. 노 대표님께서 차이가 있는지 없는지 한 번 판단해 보시죠.”

그녀는 두 손을 높이 들었고, 현장에 있는 사람들이 모두 그녀의 손에 있는 병을 볼 수 있었다.

“차이가 있으면 어떻고, 차이가 없으면 또 어떻습니까?”

노형원은 눈을 가늘게 뜨며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했다.

"심사위원들조차 성분과 향이 비슷하다고 하는데 이게 뭘 증명할 수 있지?"

“왜 이긴 쪽이 신생인지 증명해 줍니다. “

한소은은 이어서 말했다.

"노 대표님은 내가 시원 웨이브의 작품을 훔쳤다고 단언하지 않았나요? 도둑질이고 차이점이 있다면 당연히 원본의 품질이 더 좋겠죠. 당신이 불공평하다고 생각하는 이상 지금이 동료와 언론 앞에서 증명할 수 있는 가장 좋은 기회이지 않을까요."

그녀는 줄곧 옅은 미소를 머금고 있었고, 말소리도 부드럽고, 지난날의 우스갯소리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한소은에 대해 편견을 가지고 있었지만, 지금 이 순간 그녀의 웃음 앞에서 너무 가혹한 말을 할 수 없었다.

노형원은 눈살을 찌푸리고 그녀를 보고 있는데, 도대체 무슨 수작을 부리는 건지 당최 알 수가 없었다.

오늘 한소은은 도대체 무슨 약을 잘못 먹었는지, 여기서 이렇게 소란을 피우며 그의 말을 듣지도 않았다.

"아, 노 대표님은 전문 조향사가 아니니 확신이 없는 것도 당연하겠네요. 하지만 강시유 씨가 '첫사랑'을 직접 제조했다고 하니 모를 리 없겠죠?”

노형원의 뒤에 있던 강시유를 곁눈질하며 한소은이 말했다.

손에 든 술잔을 움켜쥐고 있던 강시유는 마음속의 당황스러움을 억눌렀다.

'첫사랑'이 어디서 왔는지 그녀는 잘 알고 있다.

한소은이 갑자기 이곳에 와서, 또 이름을 불러 그녀에게 분별하라고 시키니, 그녀의 속셈을 정말 알 수가 없었다.

강시유는 입술을 오므린 채 말했다.

"오늘 콘테스트가 이렇게 된 것은 신생도, 시원 웨이브도, 체면치레도 아니에요. ‘첫사랑’의 레시피가 유출됐는데 진짜와 가짜를 가리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어요?"

"한소은, 어쨌든 우린 친구고 같이 일하니까 ‘첫사랑’은 이제 따지지 않을게."

말을 마치자 그녀는 멋있게 몸을 돌려 치맛자락을 들고 내려가려 했다.

"그런데 따지고 싶은데 어떡하지?"

청아하고 아름다운 목소리는 그녀에게 퇴보할 기회를 주지 않았다.

강시유는 걸음을 멈추고 갑자기 몸을 돌려 눈을 크게 뜨고 그녀를 바라보았다.

"한소은, 적당히 해!”

그러자 노형원은 목소리를 낮춘 뒤 고개를 돌려 아래 카메라를 피하며 참을 수 없다는 듯이 호통을 쳤다.

"이건 너무하지 않아?"

그러자 한소은은 차갑게 웃으며 그 두 병을 탁자 위에 놓고 마개를 뽑은 뒤 사람들을 둘러보며 말했다.

"여러분, '첫사랑'의 구상은 남녀 간의 미묘한 감정에 기초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영감의 원천이며 동시에 이 향기로 사람들의 그리움과 향수를 불러일으키고 싶었습니다.”

"달콤한 향에 살짝 떫은 느낌이 나겠지만, 마지막엔 또다시 달콤한 향이 납니다. 이 두 향수의 차이는……베이스 노트에 있어요.”

이미 궁금한 사람은 앞으로 가서 냄새를 맡았고, 시향지를 맡아 보는 사람도 있었지만 여전히 이해가 되지 않았다.

“향이 비슷해서 똑같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베이스 노트가 뭐가 다르다는 거죠?”

향수는 휘발 시간이 있고, 베이스 노트를 기다리는 것도 시간이 걸린다.

하지만 지금 다들 호기심이 생겨나는데, 그걸 기다릴 인내심이 어디 있겠는가.

한소은은 웃으며 대답했다.

"베이스 노트 구별은 사실 다들 해보셨어요.”

"언제 했다는……”

"방금 전 몸! 아까 그 냄새 말이죠!”

어떤 사람이 먼저 반응을 보였다.

한쪽에 있던 강시유의 얼굴에 당황이 스쳐 지나가자, 그녀도 반응했다.

그 이상한 냄새는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가!

짜증이 난 채로 한소은을 보았고, 설마 그녀가 첫사랑 샘플에 손장난을 친 건가?

한소은은 빙그레 웃으며 그녀를 돌아보았지만 눈빛은 얼음처럼 차가웠다.

맞았다, 그녀가 이연을 시켜 샘플에 재료를 넣으라고 했는데, 그 기능은 베이스 노트 때 생선 같은 비린내가 난다는 것이다.

강시유는 출세하기 위해 첫사랑 샘플을 자신에게 뿌릴 것이고, 시간을 따져보면 베이스 노트의 휘발이 딱 들어맞았다.

“어쩐지 비린내가 나는 것 같더라니.”

"탑노트가 이렇게 비슷하고 베이스 노트가 이렇게 차이가 날 줄 전혀 몰랐어요.”

사람들의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어떤 사람이 의문점을 제시했다.

“하지만 표절이든 도둑질이든 똑같으면 안 되는데 왜 이렇게 차이가 나는 거지?”

"누군가가 음해하려는 게 명백해."

노형원은 고개를 돌려 한소은을 한 번 쳐다본 후 강시유의 곁에 가서 말했다.

"조향에 실수를 해도 이렇게 큰 병폐는 없을 건데 말이죠. 더구나 강시유 씨는 이 작품에 많은 심혈을 기울였고 시행착오를 거듭했어요.”

"만약 진짜 표절이고 도둑질이라도, 어떤 사람이 할 짓이 없어서 작품의 레시피를 바꾸고 작품에 흠집을 내겠습니까? 그래니 답은 분명합니다, 누군가가 첫사랑의 레시피를 훔쳤고, 우리 샘플에 손찌검을 해서 일부러 음해한 게 분명해요.”

여기까지 말하고 난 노형원의 눈빛은 유난히 날카로웠고, 눈빛은 날카롭게 한소은을 향해 있었다.

"한소은 씨, 요 몇 년 동안 회사에 공로가 없고 고생이 많았던 점을 생각해서 깊이 따지고 싶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적반하장으로 사람을 몰아붙인다면, 내가 법을 이용해 나와 강시유 씨의 명예를 지킨다고 탓하지 마세요."

"오늘 일은 여기까지 합시다. 나중에 고소를 진행할 텐데 신생 쪽에서 이런 도둑을 감싸면 신생까지 고소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는 당당하게 서서 한 치의 양보도 없이 모두가 시원 웨이브가 진짜 피해자라고 믿게 만들었다.

“파렴치한 같으니라고!”

"대회를 확실하게 준비해야지, 심사위원을 어떻게 뽑은 거야?!”

"이런 사람은 여기 서 있을 자격도 없으니 빨리 꺼져버려!”

대중의 감정이 격분하고, 설령 신생의 뒤에 환아가 있다고 해도, 사람들이 불러일으키는 분노를 억누를 수 없었다.

이미 기자들은 원고를 기다릴 수 없어 직접 생방송을 시작했고, 이 큰 폭로를 플랫폼에 올리려고 한다.

귀빈실에 있던 김서진은 눈을 가리고, 몸에서는 노여움이 폭발할 것만 같았다.

그는 상업계에서 여러 해 동안 지내면서 사람을 수도 없이 보았고 천한 사람도 많이 보았는데, 이렇게 파렴치한 천한은 정말 보기 드물었다.

그의 새 아내가 무대 위에 서 있는 것을 보았고, 그녀의 얇은 옆모습은 너무나 고립되어 있어서, 그는 소매의 단추를 잠그고, 손을 뻗어 방문 손잡이를 잡아당겼다.

손가락이 문에 닿자마자 낭랑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맞아, 레시피는 내가 바꿨고 샘플 또한 내가 바꿨어."

김서진이 고개를 옆으로 돌리자 대형 스크린에는 한소은의 살짝 치켜든 얼굴이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눈부시게 빛나고 있었다.

그녀는 조금도 당황하거나 화를 내지 않았고, 온몸에 침착함이 묻어났으며, 그녀의 자신감 있는 눈빛을 보고 김서진은 손을 거둬들였고, 아마도 그는 그녀를 좀 더 믿어야 할 것 같았다.

Related chapters

  • 대표님의 아내로 간택당했다   제9화

    그녀가 스스로 인정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고, 노형원을 포함한 모든 사람들이 어리둥절했다.“노 대표님이 '첫사랑'은 처음부터 끝까지 강시유 씨가 심혈을 기울여 개발한 것이라고 단언하셨으니, 당신이 그렇게 잘 아시는 이상 강시유 씨가 제가 레시피에서 무슨 수를 썼는지, 어떤 것을 바꿨는지 구별해 보는 게 어때요?""저……”그러자 강시유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그녀는 지난 2년 동안 거의 실험실에 들어간 적이 없고, 이전에 배웠던 지식을 모두 잊어버리지 않았다고 해도, 각각의 향수와 사용하는 레시피, 원료, 심지어 분량 등에도 차이가 있었다.이 향수가 개발되었을 때, 그녀는 매일 노형원과 함께 지냈다.그를 사로잡기만 하면 어떤 명예도, 어떤 트로피도 손에 넣을 수 있지 않은가? 이런 실험 때문에 매일 골머리를 앓을 필요도 없고 말이다.그녀는 무의식적으로 노형원의 옷자락을 움켜쥐고 입을 오므렸다.노형원은 그녀가 긴장했다는 걸 감지하고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 강시유를 자연스럽게 뒤에서 보호했다.“네가 바꾼 레시피를 시유가 어떻게 알 수 있겠어. 네가 이미 바꿨다고 인정했으니 이 일은 더 이상 쟁의할 게 없어 보이는데, 그만……”"레시피를 바꿨다는 것만 인정했을 뿐 훔쳤다는 것은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레시피는 내 거예요, 저는 자연스럽게 바꾸고 싶은 대로 고칠 수 있어요. 강시유는 '첫사랑'에 그렇게 익숙하고 자신의 작품이라고 하는데, 왜요, 자신이 제조한 향수에 익숙하지 않은 건가요?”“아니면, 도둑이 제 발을 저리는 건가? 역시 원래부터 적반하장이었던 거죠? 강시유야말로 남의 레시피와 성과를 훔치는 사람이 아닙니까?”한소은은 조금도 거리낌 없이 그녀를 폭로했고, 아무것도 숨김없이 모두 다 말하며 그녀와의 정은 하나도 남아 있지 않았다.이런 자리에서 비난이 쏟아지자 그녀는 반박할 힘이 없었고, 더더욱 어찌할 바를 몰라 했다.강시유는 화가 나서 손가락을 들어 한소은을 향해 말했다."잔인 한 년! 너……”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그녀는 뒤로 넘어

  • 대표님의 아내로 간택당했다   제10화

    그녀는 몰래 김서진을 쳐다보았지만 그가 자신을 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어느새 시선은 그녀에게로 향했다.그녀의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혹시 오늘 밤, 다른 계획이 있습니까?"이렇게 가까이 있으니, 한소은의 가슴은 폭죽이 터지는 듯 쿵쾅댔다.그녀는 뼛속까지 꿋꿋하게 버티고, 또 그녀는 주눅이 들지 않으려 노력하며 그의 검은 눈동자를 바라보고 최대한 태연한 얼굴을 유지했다."내 기억이 맞는다면, 오늘 밤은 우리 신혼 첫날 밤이에요. 김서진 씨, 제가 무슨 계획을 세울 수 있겠어요?”그녀는 일부러 여유롭고 자연스러운 말투로 말했지만 무릎 위에 놓인 양손에 힘이 너무 많이 들어가 그녀의 불안감을 드러냈다.김서진은 입꼬리를 가볍게 치켜올리며 말했다.“그렇군요, 좋아요!”그가 똑바로 일어서자 스트레스가 확 줄었지만, 한소은은 결코 긴장을 풀지 않았다.차는 곧 목적지에 멈추었다.한소은은 원래 김서진이 그녀를 그의 개인 숙소로 데려갈 줄 알았는데 뜻밖에도 온천 클럽 입구에 멈추었다.밤은 주황색 간판을 비추었고, 사람들의 마음을 한결 편안하게 만든다.단지……의혹의 눈초리를 그를 돌아보자 김서진은 그녀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짐작할 수 있는 듯 말했다."오늘은 너무 촉박해서 준비를 많이 하지 못했어요.""사실……중요하지 않아요.”한소은이 조용히 말했다.그냥 거래일 뿐인데 뭘 더 바랄 수 있을까.그러나 그녀는 장미로 정성껏 꾸며진 레스토랑을 보고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이렇게 큰 레스토랑에는 그와 그녀만 있었고, 이미 음식은 모두 세팅이 되어 있었으며 서빙 직원도 가까이 오지 않아 개인 공간을 충분히 주었으니, 이곳은 이미 전세 낸 것이 틀림없었다.그는 이런 실력을 가지고 있지만, 솔직히 그의 말대로 시간이 이렇게 촉박한데, 그는 어떻게 한 걸까?"여기는 프라이버시가 잘 되어 있어 유출될 염려가 없어요."우아하게 스테이크를 썰면서 그는 느릿느릿 말했다."가, 감사해요."그녀는 말주변이 없는 편은 아니지만, 이 모든 일에 대해 무

  • 대표님의 아내로 간택당했다   제11화

    한소은은 조금 긴장되어 두 손을 몸의 양쪽에 늘어뜨리고 자신도 모르게 침대 시트를 움켜쥐었다.TV와 소설에서 다소나마 듣고 본 적이 있어서 그녀는 마음이 불안했다.김서진은 야무지게도 그녀가 긴장하고 있다는 것을 눈치 채고 감은 눈을 바라보며 "아직 준비가 안 됐으면 기다릴 수 있어"라고 말했다.가볍게 떨고 있던 한소은은 김서진의 말을 듣고 눈을 번쩍 뜨더니 그의 눈에서 진심과 존중이 보였다.이와 같이 자신을 소중하게 여겨준다는 느낌에 가슴이 훈훈해지며 고개를 가로저으며 김서진의 목에 팔을 둘렀다. “난 할 수 있어! 계속…"한소은은 멍 해져 있었다.그 익숙한 느낌에 그녀는 바로 생각났지만, 설마 이거 우연치고는 너무 절묘한 거 아닌가.이미 늦었다.한소은은 다리를 웅크리고, 옆에 있는 베개를 그냥 잡고 얼굴을 묻었다.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숨고 싶었다.그녀의 모습에 김서진도 갑자기 정신이 들었다.활활 불타오르는 욕망에 찬물을 끼얹은 듯 순간 식어버렸다.그는 몸을 일으켜 한숨 쉬고, 웃고 싶기도 하였다.몇 초 동안 묵묵히 있다가 결국 허리를 굽혀 그녀를 다시 안았다."뭐, 뭐해?"몸이 갑자기 가벼워지자 한소은은 순간 당황했다.베개가 얼굴에서 떨어지자 그녀는 피할 수 없었고, 눈빛은 당황해서 놀란 사슴 같았다."걱정 마, 난 널 건드리지 않을 거야."그는 안색이 변하지 않은 채 얘기를 다하고 샤워실로 들어가 그녀를 내려놓았다.샤워기를 내려 수온을 조절한 뒤 그녀의 손에 건네주며 "밖에 나가서 기다릴게."한참 멍하니 있다가 한소은은 정신을 차렸다.수온이 딱 맞아서 미지근하게 몸에 끼얹으면 엄청 편했다. 김서진은 역시 배려심도 많고 사람 잘 챙겨주었다.살벌하고 과감하기로 소문난, 장사판에서는 인간 염라대왕 같은 김서진이 사석에서 이런 모습일 줄 상상도 못했다.복잡한 심정으로 샤워를 끝냈지만 난처한 문제가 생겼다. 생리대가 없다는 것이다.그녀는 최근 '첫사랑' 때문에 정신이 없어 생리기간도 까먹은 것이다. 게다가 날짜를 계산해 보니

  • 대표님의 아내로 간택당했다   제12화

    한소은은 순순히 걸어가고 있는데 김서진은 고개를 돌려 옆 탁자를 향해 머리를 젖히면서 “저거 마시고 자”라고 말했다.그의 시선을 따라가 보니 김이 모락모락 나는 흑설탕물이었고, 소은은 그가 짧은 시간 안에 이렇게 많은 것을 고려하고 이렇게 많은 것을 준비할 수 있다는 것에 정말 놀랐다.그녀는 조심스럽게 얌전히 들어 다 마셨다. 아랫배가 따뜻하고 편안해지면서 침대에 기대어 앉으면 금방 졸리기 시작했다.조명을 어둡게 낮추고 김서진은 그녀를 쳐다보면서 “왜?”하고 물었다."안 자?" 참지 못해 하품을 하면서 그녀는 무척 피곤하고 졸린 상태로 되물었다."좀 있다 잘거야. 먼저 자." 그는 말했다.베개를 조정하고 이불을 끌어당긴 후 그는 다시 앉아서 에어컨의 온도를 조절하고서야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한소은은 졸음을 억지로 참으면서 그의 동작을 지켜보았다. 어슴푸레한 불빛이 그의 몸에 비추어 얼굴의 옆모습이 흐릿하고 애매해졌다.그는 정말 잘생겼다. 정면이든 측면이든 흠잡을 데 없이 잘생긴 비주얼이다.예전에 그녀는 왜 발견하지 못했을까?커피를 마시는 그 남자의 모습을 보면서 심지어 블랙커피처럼 보이자 한소은은 "밤에 커피를 마시면………잠이 안 와."라고 참지 못해 말했다."그럼 뭘 마셔?" 그는 손에 든 컵을 내려놓고 그냥 물었다.그러나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그녀는 몸을 옆으로 돌린 채 반쯤 기대어 있었고, 눈은 이미 감은 채 콧김을 내뿜고 있었다.정말 빨리 잠들었네!김서진은 소리 없이 웃으며, 이대로 조용히 그녀의 옆모습을 바라보고 있으니 서류든 메일이든 갑자기 보기 싫어졌다.컴퓨터를 한쪽에 두고 다시 무드등 불빛을 가장 어둡게 한 다음 일어나 침대 반대편으로 돌아가 이불을 들추고 잠자리에 든다.김서진은 그녀의 뒤에서 살며시 끌어안고, 그녀를 놀라게 했는지, 한소은은 낮은 소리로 중얼거리더니 몸을 돌려 바로 껴안았다.김서진은 눈썹을 올리면서 그녀의 잠자는 자세를 바꾸고 팔을 뻗어 그녀를 품에 안았다.이렇게 예쁜 여자를 품에 안고 있지만

  • 대표님의 아내로 간택당했다   제13화

    호텔의 조식은 여전히 풍성하게 준비되었고, 두 사람은 유쾌하게 음식을 즐기고 있었다. 창밖의 햇빛이 쏟아져 들어와 참 고요한 시간이었다."이따가 회사 가면서 신생(新生)을 지나갈텐데 데려다 줄게."토스트에 버터를 바르면서 김서진은 담담하게 말했다.한소은은 우유를 한 모금 마시고 고개를 저으면서 말했다. "아니, 난 오후에 신생에 갈거야. 그리고 일단 공개하지 않기로 약속했잖아, 우리의……"김서진이 고개를 들자 그녀의 뒤에서 나오려는 '관계'라는 말을 멈추었다.김서진은 버터를 바른 토스트를 건네주면서 "안심해, 내가 약속한 일은 꼭 지킬거야. 신생 쪽에서는 최고책임자만 당신이 본사에서 스카우트해 온 사람이라는 것만 알고 있어. 그것도 서한이 혼자 가서 얘기한거고, 우리에 대해서는 잘 모를거야."눈을 살짝 들어 올리면서 그의 눈빛은 그녀를 향해 무심코 쓸어내리지만, 무의식적으로 마음은 한결 늠름했다.“당신은 내 사람이야.”그는 단지 잠시 멈추었을 뿐이지만, 이 말은 듣기에 유난히 의미심장했다.한소은은 가슴이 엄청 빨리 뛰는 것을 느꼈다.이 남자, 사람 참 설레게 하네!분명히 아무 욕망이 없는 얼굴을 가졌는데, 하는 말은 얼핏 들었을 때 별거 아니어도 조금만 되새기면 귀가 달아오르고 가슴이 뛴다."그럼 됐어!"흔들리는 눈빛이 앞에 있는 아침 식사에 머문 채 그녀는 두 세입 먹고 "배불렀어. 나가서 전화 좀 할게."라고 말했다.시원 웨이브를 떠나려고 해도 그쪽 일부터 먼저 해결하고, 적어도 이연이가 연루되면 안돼.그녀가 휴대폰을 들고 보니 20여 통의 부재중 전화가 있었는데 모두 노형원이었다.멍하니 있다가 이내 비웃었다.어제 마음을 안정시키고 방해받지 않기 위해 차에 탄 후 휴대폰을 음소거로 설정해놓았다. 노형원이 그녀를 찾을 거라고 짐작했지만, 이렇게 미칠 줄은 몰랐다.보아하니, 어제 노형원은 정말 화난 것 같다.그와 사귄 지 오래됐어도 그가 먼저 소은에게 전화를 한 적은 몇 번 없었고, 통화를 해도 거의 업무 관련이었다. 그런데

  • 대표님의 아내로 간택당했다   제14화

    "도망간거 아니라면 어젯밤에 왜 안 들어왔어? 내가 밤새도록 널 기다린거 알아?" 그는 잠시 멈추었다가 이어서 계속 말했다. "어제 일은 무슨 오해가 있었다고 믿어, 너를 탓하지 않는다. 들어와. 우리가 모든 걸 해명하면 다 괜찮을 거야. 응?"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가 한소은은 가볍게 웃으며 "좋아. 이따 회사에서 봐."라고 말했다.전화를 끊고 식탁으로 돌아오자, 김서진은 그녀를 쳐다보면서 물었다. “가는거야?”"급할게 없어." 그녀는 웃으며 다시 앉아서 의자를 앞으로 끌어당겼다.기분도 좋고 식욕도 좋아져 그녀는 천천히 계속 음식을 먹었다. "내가 찾는 것도 아닌데 뭐가 그리 급해?"몇 번이나 될까? 항상 노형원을 기다려왔는데 이제 드디어 그가 자신을 기다릴 차례인가?"그는 어제 일을 가만두지 않을 거야."그 남자의 소심한 성격에 사소한 이익도 따지려고 들고, 하물며 어제 그렇게 망신 당했는데.게다가 한소은의 이탈은 그의 파탄 난 회사에 치명타가 될 거야."나도 못해." 그를 보며 한소은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김서진도 방긋 웃었다.——노형원은 하루 종일 기다렸다.그는 점심도 안 먹고 오후 3시가 넘도록 소원의 그림자도 보지 못했다.그녀에게 전화를 걸었더니 아무도 받지 않는 상태였고, 욱해서 그는 화가 나서 휴대폰을 떨어뜨릴 뻔했다."형원씨, 내가 애초에 한소은은 믿을 수 없다고 했잖아. 당신은 그녀를 너무 믿는거야!"강시유는 넓은 가죽 의자에 반쯤 기대어 과도로 사과를 깎고 있었다. “어젯밤 일은 이미 오래 전부터 준비된 거고 우리가 당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어. 어제 좀 이상하다고 얘기했는데 당신은 문제가 없을 거라고 했잖아. 봐봐…""그만해!" 노형원은 매우 짜증이 나서 전화를 하고 싶었지만, 한편으로는 소용이 없을거라고 생각했고, 말투가 거칠었다.거친 말투에 강시유는 입술을 오므리고 눈을 내리깔고 기분이 별로 좋지 않았다. “왜 나한테 화를 내는거야? 내가 당신과 당신 회사를 배신한 것도 아닌데…나는 항상 당신 옆에 있었는

  • 대표님의 아내로 간택당했다   제15화

    "그들이 나한테 무슨 말을 했다는거야?"한소은은 노형원의 손을 뿌리치고 강시유에게 다가갔다. "내가 오히려 듣고 싶어. 그들이 나에게 무슨 말을 한 것 같냐?"그녀의 날카로운 눈빛에 강시유는 시선을 돌렸다. “그들이 너한테 무슨 말을 했는지 내가 어떻게 알아.”"말을 안해도 남의 사람을 빼가려고 하는 짓이지. 상대를 깎아내리고 자신을 높이는 것이야. 소은아…."잠시 멈췄다가 강시유는 무슨 생각이 난 듯 "설마, 그들이 너에게 높은 가격을 제안한거야?""높은 가격? 얼마나 높으면 높은 가격인데?"한소은은 눈을 깜빡거리더니 전혀 모르는 눈치였다.그녀의 모습을 보고 강시유는 한바탕 혐오감을 느꼈다.역시 바보 같은 여자네. 가격도 모르는 주제에 어떻게 신생 사람들과 엮일 수 있지?어젯밤 일은 누군가 뒤에서 계획하고 꾸민 것이 틀림없어. 누군가가 그녀를 부추겨서 이런 짓을 한 것이 틀림없다."소은아, 난 너를 걱정해주는거야. 나한테 이런 식으로 얘기하지마라 줄래? 네가 사기 당할까봐 걱정돼!" 강시유는 이 참에 팔짱을 낀 채 걱정 가득한 눈빛을 보내면서 말했다.그녀는 한소은보다 키가 크기 때문에 팔짱을 끼는 것이 자연스럽지 않고, 몸이 아래로 좀 기울어야 하지만, 그렇다고 양보하기는 싫어서 한소은의 팔을 억지로 잡아당겨 위로 올리는 것과 같았다. 그녀가 불편할지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한소은은 고개를 돌리고 눈을 위로, 몇 년 동안 자신과 함께 지낸 이 '친구'를 보면서, 본인이 눈이 멀어서 생각 밖에 곁에 늑대 한 마리가 숨어 있는 것을 눈치채지 못했다.한소은은 조향 연구에만 몰입하고 세상 물정에 소홀하며, 과다하고 복잡한 인간관계가 싫었다. 항상 친구가 몇 명이면 된다고 굳게 믿었지만, 어떤 사람들이 자신의 친구라고 생각했지만, 그들은 자신을 바보로 취급하고 있었다.묵묵히 팔에 힘을 주어 강시유의 손을 힘껏 잡고 아래로 잡아당겼다. “내가 너랑 어떤 식으로 얘기해야 하는데? 난 항상 이런 식으로 얘기했잖아. 아, 알겠네. 어젯밤에 '첫사랑'

  • 대표님의 아내로 간택당했다   제16화

    늘 얌전하고 온순한 한소은은 왜 마치 다른 사람이 된 것 같지. 그녀가 스테이지에서 당당하게 연설을 할 때 하마터면 다른 사람으로 착각할 뻔했다.아무런 예고도 없이!이렇게 불쑥 튀어나와 하마터면 시원 웨이브의 명예를 실추시킬 뻔했다.만약 그녀가 아직 이용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 정말 그녀를 죽이고 싶어!어제 그렇게 큰 변화가 있었다는 것은 설마…그녀는 이미 그와 강시유의 사이를 눈치챘다는건가?그럴 리도 없는데!만약 그녀가 알았다면, 어떻게 소란을 피우지 않을 수가 있지? 울지도 떠들지도 않고, 보통 여자들의 정상적인 반응과 달리 말이지."그들이 말하길…."두 사람이 초조하고 분노하며 애써 감추는 모습을 보면서 한소은은 그저 웃겼다.그녀는 원래 체면을 불고하고 끝장내려고 각오하고 있었다. 어차피 시원 웨이브와 계약을 맺지 않았으니, 이 기회에 당당하게 떠나서 자신의 모든 것을 가져가기로 했다.그런데 뜻밖에도 그들은 여전히 연기를 하고 있었다.설마 그들은 정말 그녀가 이 지경의 바보라고 생각하고 있는걸까? 어제 그렇게 소란을 피우고도 여전히 그들의 설득에 흔들려서 다시 그들을 위해 목숨을 바칠 거라고 생각하는 걸까?한소은, 나는 좀 바보일 수도 있지만, 절대 그렇게 멍청하지는 않아.말을 길게 끌며 일부러 감질나게, 느릿느릿 앞으로 걸음을 옮기며 고개를 숙여 난감하고 고민하는 모습이었다.한소은의 뒤에 서있는 강시유와 노형원은 서로 눈으로 메시지를 주고받고 하면서 “봐라, 과연 누가 일을 꾸미고 있구나'라는 뜻을 읽었다."그들이 뭐라고 했어?" 노형원이 다급하게 추궁했다."이건…" 여전히 고개를 숙인 채 저으며 엄청 난감한 것으로 보였다.사실 마음속으로는 웃음이 터질 것 같았는데, 이 두 사람도 자기한테 쩔쩔맬 때가 있을 줄이야.남에게 속은 기분이 상쾌하나요? 하지만 근사한 연극은 이제 막 시작되었다!바로 이 순간, 한소은은 그들과 함께 연기하기로 마음먹었다.그들은 연기를 좋아하고 연기를 잘 하지 않습니까? 그럼 이 연기

Latest chapter

  • 대표님의 아내로 간택당했다   제2452화

    소은은 고개를 들어 눈물을 참으며 말했다. “한 가지 이상한 게 있어요.”“무슨 일이에요?” 임남을 달래던 임상언이 무심히 되물었다.“로사 왕자는 감금된 것이 아니라 그날 Y국으로 송환되었다고 들었는데, 그렇다면 왜 그동안 로사 왕자와 연락이 닿지 않았던 걸까요?” 소은의 말에 임상언은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 “두 가지 가능성이 있겠죠. 신호가 나쁘거나 핸드폰을 확인하지 못했을 수도 있고, 로사 왕자가 저희 연락을 거부하고 있을 수도...”두 사람은 잠시 눈을 마주쳤다. 말은 없었지만, 둘 다 이미 답을 얻은 듯했다. 로사 왕자가 그토록 연락을 피하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도 나름의 계획을 세우고 있는 건가?...3일 후. 소은은 마지막 침을 놓고 손을 거두었다.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고 여왕을 쳐다보며 말했다. “오늘 시술로 폐하의 다리에 감각이 돌아오실 겁니다. 하지만 일어서는 건 천천히 시도하셔야 합니다. 너무 서두르시면 안 돼요.”소은은 말을 마치고 갑자기 미소를 지었다.“무엇 때문에 웃는 거지?” 여왕은 여전히 자신의 다리를 어루만지며 물었다. 이미 이틀 전부터 약간의 감각이 돌아왔음을 느낀 터라, 소은의 말이 사실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소은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제가 쓸데없는 일을 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어서요. 사실 R10 실험을 고집하신다면 결국 폐하께서는 이 몸을 떠나게 되실 텐데, 제가 이 몸에 애쓰는 일이 무슨 의미가 있겠어요?”여왕은 눈을 가늘게 뜨며 물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계속한 거지?”“어쩌면, 폐하께서 마음을 바꾸실 지도 모르니까요.” 소은은 부드럽게 대답했다. “어쩌면 자신의 몸이 무엇보다 소중한 것이라는 걸 깨닫게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거든요.”“우리 모두 이 세상에 올 때 두 손은 비어있지만, 이 몸만은 오로지 우리 자신의 것이죠. 몸마저 버리신다면, 그 영혼은 여전히 진짜 자신일 수 있을까요?”“그렇구나.” 여왕은 잠시 생각에 잠기더

  • 대표님의 아내로 간택당했다   제2451화

    소은은 조용히 몸을 일으키며 여왕을 쳐다보았다. “물론이죠.” 소은은 담담하게 답했다. 그 대답에는 원망이나 비난의 기색은 전혀 없었다.“그렇다면... 조금 아쉽네.” 여왕은 생각에 잠긴 듯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얻는 것이 있으면, 잃는 것도 있기 마련입니다. 세상 모든 일은 균형을 맞추려 하죠. R10이 폐하께서 이루고자 하는 꿈이라면, 저는 그것을 막을 수 없어요. 다만, 그때가 되어 성공하든 실패하든, 저는 그 모습을 보지 못할 테니 부디 후회하지 않으시길 바랍니다.” 소은은 살짝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문 밖으로 나갔다.릭은 여전히 문 앞에서 대기 중이었다. 그녀와 여왕의 대화가 거의 다 들렸던 듯, 둘의 시선이 잠시 교차했다. 소은이 그를 지나쳐 나가자, 릭은 곧장 방으로 들어갔다.“여왕 폐하.” 릭은 여왕을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그녀의 다리에 꽂힌 은침을 보자 릭의 눈빛이 굳어졌다. “이건...”“괜찮아. 곧 소은이가 와서 침을 빼줄 거야.” 여왕은 무심하게 손을 흔들며 말했다.릭은 여전히 불안한 눈빛으로 말했다. “폐하께서 너무 방심하시는 것 아닙니까? 만약 한소은이 폐하께...”“그럴 리 없다.” 여왕은 단호히 그의 말을 잘랐다.릭은 당황한 얼굴로 물었다. “설마 그 여자를 믿으시는 겁니까?”여왕은 대답 대신 잠시 침묵을 지켰다. 그녀도 릭의 질문이 아니었다면 자신이 소은을 믿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했을 것이다. 오랜 세월 누구도 쉽게 믿지 않겠다고 다짐했지만, 그녀는 소은을 의심하지 않았다. 심지어 은침에 독이 묻어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제가 가서 잡아오도록 하죠.”여왕이 생각에 잠기자 릭은 바로 뒤돌아섰다.“거기 서!”여왕은 결연히 말했다. “난 믿어.”릭은 한참을 침묵하며 여왕의 결정을 받아들였다....임상언은 아들을 다시 만날 수 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비록 아들을 구하려는 결심을 굳혔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희망이 사라지는 듯했다.

  • 대표님의 아내로 간택당했다   제2450화

    소은은 허리춤에서 허리띠처럼 생긴 물건을 꺼내더니 조심스럽게 풀어내며, 그 안에 숨겨진 가느다란 은침을 꺼냈다.“이건...” 여왕은 깜짝 놀라며 소은을 쳐다봤다. 소은이가 은침을 항상 가지고 다닐 줄은 상상도 못 했던 것이다.“말해봐, 네 요구가 뭐지?” 여왕은 깊게 숨을 들이마시며 마음을 가다듬으려 애썼다. 너무 무리한 요구라면 거절하면 그만이다. 여왕은 절대 소은에게 휘둘리지 않겠다고 다짐했다.소은은 차분하게 말했다. “제가 여기서 나올 수 있었던 건 로사 왕자님 덕분입니다. 그러니, 왕자님을 책망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그게 다야?” 여왕은 의아해하며 물었다. 소은이 여기까지 와서 자신과 조건을 따지는데, 결국 요구한 게 단지 로사를 처벌하지 말라는 거라니. 자신이 잘못 들은 건가 싶었다.“로사는 내 아들이다. 내가 정말 내 아들에게 손을 댈 리는 없지. 괜히 기회를 헛되게 쓴 건 아닌가?” 여왕은 고개를 저으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전 폐하께서 정말 로사 왕자님께 처벌을 내리시지 않을지 장담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왕자 폐하께서 저를 구해준 건 사실이기에 저도 왕자 폐하를 위해 무언가를 해야 할 것 같았습니다.” 소은은 조용히 말했다. “게다가 지금 왕자 폐하를 감금하시고 자유를 제한하고 계시지 않나요?”여왕은 의아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아니야. 난 단지 로사를 Y국으로 돌려보냈을 뿐이야.”“로사가 여기서 내 일을 여러모로 방해하긴 했지만, 우리 모자 사이가 더 악화되기를 바라지 않았다. 국내에서도 로사가 필요하니 Y국으로 돌려보낸 것뿐이다.” 여왕은 담담하게 말했다.“그런데 왜 왕자 폐하의 전화가 연결되지 않죠?” 소은은 잠시 멈칫했다. 단지 귀국했다면 국제전화를 받을 수 있을 텐데, 연락이 닿지 않았기에 여왕이 로사를 가둬놓았다고 오해할 수밖에 없었다.여왕은 깊은 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나도 잘 모르겠군. 그날 내가 화가 났던 건 사실이지만, 곧바로 Y국으로 돌아가도록

  • 대표님의 아내로 간택당했다   제2449화

    “삼일이면 됩니다.” 소은은 여왕을 쳐다보며 작은 소리로 말했다.“삼일? 고작 삼일?” 여왕의 눈에는 믿기지 않는 놀라움이 서렸다. 그녀는 적어도 몇 달, 아니 최소한 몇 년은 걸릴 줄 알았다. 그러나 고작 삼일이라니, 그녀로서는 상상도 못 한 시간이었다.삼일쯤이야. 십 수년을 이렇게 버텨왔는데, 삼일쯤 더 기다린다고 달라질 게 뭐 있겠는가?“삼일 안에 정말 나아질 수 있는 건가? 내가 정말 다시 일어서서 걸을 수 있는 건가?” 여왕은 두 손으로 자신의 다리를 힘껏 눌렀지만 여전히 아무런 감각이 없었다. 그녀는 소은의 말을 쉽게 믿을 수가 없었다. 이 다리가 감각을 잃은지 너무 오래되어 치료할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여왕은 여러 나라의 명의를 찾아 다녔지만, 그들은 단지 병의 악화를 늦출 수 있을 뿐 다리를 완전히 회복시키는 건 불가능하다고 했었다. 그러나 지금 소은은 그녀 앞에 서서 확신에 찬 얼굴로 가능하다고 말하고 있었다. 그녀는 속으로 자신도 모르게 그 말을 믿고 싶어졌다.“이전처럼 완벽하게 걸을 수 있을 거라고 장담할 순 없어요. 너무 오랫동안 움직이지 않아서 근육이 많이 위축됐거든요. 하지만 서서히 일어나서 조금씩 회복하는 것은 가능합니다.” 소은은 진지한 어조로 답했다.여왕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정도라도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젊었을 때처럼 완전히 회복되는 것을 기대하지 않았다. 그러나 만약 휠체어와 지팡이 없이 다시 일어설 수 있다면, 그 자체로도 그녀에겐 더할 나위 없는 희망이었다.“좋아. 삼일, 기다리겠네. 필요한 게 있나?” 여왕은 기분이 좋아져 말을 한층 부드럽게 했다.“임남...” 소은이 말을 꺼내자마자 여왕의 얼굴이 굳어졌다. 그녀는 곧바로 고개를 저으며 거절했다. “그건 안 돼. 그런 요구는 하지 마라.”“제가 말한 건 임남을 바로 풀어달라는 게 아닙니다. 그냥... 그 아이가 괜찮은지 알고 싶고, 가능하다면 아버지와 한 번 만날 기회를 주시면 좋겠습니다.”

  • 대표님의 아내로 간택당했다   제2448화

    “이 실험을 결정할 수 있는 사람은 저와 프레드 뿐이기 때문입니다.” 소은은 잠시 생각하다가 덧붙였다. “아니면 주효정을 믿으실 건가요?”“나는... 아무도 믿지 않아.” 여왕은 얼굴을 차갑게 굳히며 휠체어를 돌렸다.“여왕 폐하께서 이 실험에 집착하고 계시는 건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인가요? 세상을 둘러보고 싶다거나, 짐을 내려놓고 잠시 쉬고 싶은 마음은 전혀 없으신가요? 수십 년간 왕좌에 오르셨지만, 정말로 아직도 그 삶이 좋으신가요? 언제나 긴장하며 위태로운 자리를 견디는 고단한 나날, 정말 아직도 벗어나고 싶지 않으신가요?” 소은은 여왕의 등을 쳐다보며 부드럽게 물었다.여왕은 아무 말 없이 자신의 무릎을 쓰다듬으며 고개를 살짝 떨구었다. 그녀는 시선을 다리로 내리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세상을 둘러본다? 나는... 걷는 게 어떤 느낌인지도 잊어버렸어.”여왕은 오랜 세월 동안 다리를 쓰지 않았고, 처음에는 억지로라도 일어설 수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상태는 악화되었고 이제는 아예 휠체어 없이는 움직일 수 없게 되었다. 그녀는 휠체어에 익숙해졌다고 생각했지만, 소은이 ‘세상을 둘러보라’는 말을 꺼내자 가슴이 아팠다.“만약... 폐하께서 다시 일어설 수 있다면요? 제가 다시 걷게 해드린다면요?” 소은은 조용히 여왕의 뒤에 서서 말했다.여왕은 잠시 멈칫하더니, 눈빛이 날카롭게 변하며 휠체어를 돌려 소은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정말이냐?” 여왕의 눈에는 억누를 수 없는 희망과 깊은 의심이 뒤섞여 있었다.소은은 대답 대신 그녀의 시선을 천천히 여왕의 다리로 내리고, 천천히 다가가서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손을 뻗어 여왕의 무릎 위에 가볍게 손을 올렸다.여왕은 살짝 몸을 떨었다. 사실, 그녀의 다리는 거의 완전히 감각을 잃은 상태라서 소은의 손길도 느껴지지 않았지만,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움츠러들었다. 아마도 너무나 간절히 다시 일어서고 싶기 때문이었을 것이다.소은은 아무 말 없이 여왕의

  • 대표님의 아내로 간택당했다   제2447화

    “맞아요, 임남 때문이기도 하지만, 폐하 때문이기도 합니다.” 소은은 주저하지 않고 대답했다. “제가 정말로 떠나버렸다면, 가장 초조해지는 사람은 사실 여왕 폐하 아닐까요?”여왕은 코웃음을 치며 차갑게 말했다. “내가 초조해질 이유가 뭐지? 어차피 내 손엔 네 약점이 있잖아. 너를 다시 잡아오는 것도 전혀 어려운 일이 아니고.”“약점이요? 임남 말씀이신가요?” 소은은 부드럽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잊지 마세요, 임남이는 제 아들이 아닙니다. 저에게는 제 친자식이 셋이나 있어요. 만약 제가 마음을 단단히 먹고 임남을 포기해 제 아이들을 지키려 한다면, 그 약점이 과연 제게 약점이 맞을까요?”여왕이 입을 열기도 전에 소은은 다시 말을 이었다. “게다가, 그 아이에겐 목숨을 걸고서라도 구하려는 아버지가 있습니다. 만약 임상언이 폐하께 끝까지 맞서기로 결심한다면...” “폐하께서야 높은 자리에 있으니 이런 평범한 상인을 하찮게 여기실 수 있지만, 임상언 씨가 단순한 상인이 아니라는 걸 잊으시면 안 됩니다. 임상언 씨의 사업은 세계 곳곳에 뻗어 있어요. 임상언 씨가 목숨을 걸 각오가 되어 있다면 그 어떤 일도 할 수 있겠죠. 혹시라도 바깥에 소문이 퍼져 폐하와 Y국의 명망이 손상된다면, 곤란하지 않겠습니까?”“너...” 여왕은 화가 치밀어 올랐지만 반박할 말이 당장 떠오르지 않았다.여왕이 화가 난 것을 보고, 소은은 한결 차분하게 말을 이어갔다. “화내지 마세요. 제가 돌아온 건 폐하를 자극하려는 게 아닙니다. 함께 최선의 방향을 찾고자 돌아온 거예요. 사실 폐하께서 H국에 오신 일이 밝혀진 건 아니지만, 꽤 오랜 시간 H국에 머물고 계셨습니다. 정말로 H국이 이 사실을 모르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세요?”여왕은 말없이 그녀를 쳐다보았다. “지금까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건 폐하의 체면을 살려드린 겁니다. 그러나 폐하께서 이곳에서 계속 머무르시며 혹여 무리수를 두신다면, 얼마나 더 체류하실 수 있을까요? Y국도 계속해서

  • 대표님의 아내로 간택당했다   제2446화

    릭은 잠시 침묵을 지켰다. 여왕은 모니터에서 시선을 돌리며 담담히 말했다. “소은을 데려와. 어디 한번 무슨 변명을 할지 들어보자. 또 어떤 이야기를 꾸며낼지 궁금하네.” 여왕은 휠체어를 살짝 돌려 더 이상 모니터를 보지 않았다.“여왕 폐하?” 릭은 망설이다가 말했다. “한소은이 거짓말을 할 걸 아시면서도 굳이 왜...” 그러나 여왕은 그 말을 끝까지 듣지 않고 단호히 말했다. “듣고 싶어!” 이 한마디에 릭은 더 이상 말을 잇지 않았다. 그는 곧장 소은이 있는 방으로 발걸음을 옮겼다.소은이 정말로 잠이 들려고 하던 순간, 문 밖에서 인기척이 들렸다. 그녀는 곧바로 정신을 차리고 눈을 떴다. 눈을 뜨는 순간, 문이 열리면서 릭이 문 앞에 서 있었다. 그의 얼굴은 굳어 있었고,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여왕께서 한소은 씨를 만나고 싶어 하십니다.” 소은은 차분한 표정으로 릭을 쳐다보았다. 마치 모든 상황을 예견한 듯 고요하게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와 동시에 임상언은 소은보다 먼저 일어나 문으로 향했다. 그러나 그가 문에 도착하자마자 릭이 손을 들어 그의 앞을 막았다. “그쪽은 남아 계시죠.” “뭐? 우리 둘은 같이 온 거야!” 임상언은 소은을 돌아보며 그녀에게 눈짓으로 도움을 요청했다. 릭은 차가운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여왕 폐하께서 그쪽을 부르지 않았으니 여기 남으시죠.” 릭은 더 이상 임상언에게 말을 할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소은은 임상언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부드럽게 말했다. “절 기다리고 있어요.” 임상언은 마음이 편치 않았지만, 억지로 마음을 다스리며 그녀가 릭과 함께 방을 나서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조심해요.” 임상언은 소은을 향해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소은은 미소를 지어 그에게 답했고, 릭을 따라 여왕의 방으로 향했다. 익숙한 길을 따라 걷는 그녀는 곧 여왕의 방에 도착했다. 릭이 문을 두드리며 말했다. “여왕 폐하, 데려왔습니다

  • 대표님의 아내로 간택당했다   제2445화

    소은이 임상언을 데리고 대사관에 도착하자, 그곳에 있는 사람들은 눈에 띄게 당황했다.한 사람이 서둘러 소식을 알리러 가더니, 이내 주변 구석구석에서 누군가가 몰래 그들을 엿보는 기척이 느껴졌다. 곧이어, 소은이 잘 알고 있는 여왕의 측근 몇 명이 경계 어린 눈빛으로 다가와 그들을 안으로 안내했다.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그들은 소은과 임상언의 몸을 샅샅이 검사하며 위험 물품을 소지하지 않았는지 확인했다. 철저한 검사가 끝난 후에야 비로소 경계가 풀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은 여왕을 만나지 못했고, 한적하고 깊숙한 방에 대기하도록 배정받았다. 오랜만에 돌아온 이곳은 소은에게 익숙하면서도 낯설게 느껴졌다. 익숙한 것은 이 장소였지만, 낯선 것은 지금의 마음가짐이었다. 예전에는 이곳이 싫고 불쾌하기만 했으며, 하루빨리 벗어나고 싶은 장소였다. 그러나 이번에는 임무와 사명을 가지고 돌아왔고, 그녀의 목표는 단순히 여기를 떠나는 것이 아닌, 중요한 일을 완수하고 무사히 돌아가는 것이었다.반면, 임상언은 눈에 띄게 불안해 보였다. 그는 두 손을 맞잡고 무릎 위에 놓은 채,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다리를 가볍게 떨고 있었다. 소은은 그의 초조함을 이해할 수 있었다. 임남을 생각하면 마음이 몹시 불안하고 조급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여기까지 왔으니 임남을 반드시 볼 수 있을 거예요. 그러니 긴장 좀 풀어요.” 소은이 작은 소리로 말했다. 임상언은 그녀를 보며 고개를 끄덕이고, 발을 땅에 꾹 눌러 다리를 멈췄다. 겉으로는 조금 안정된 듯 보였지만, 그의 얼굴은 여전히 긴장감이 가득했고 미세하게 떨리는 얼굴 근육이 그의 불안한 마음을 보여주었다. 마음을 진정시키는 게 말처럼 쉽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소은은 더 이상 말을 꺼내지 않았다.두 사람은 한참을 기다렸지만, 여왕을 만나러 오라는 사람은커녕 상황을 확인하러 오는 사람조차 없었다. 긴장했던 임상언은 결국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대체 무슨 의도인 거죠? 왜 아직

  • 대표님의 아내로 간택당했다   제2444화

    “제발 부탁이에요. 안에서는 소은 씨 말만 따를게요. 소은 씨가 시키는 대로 다 할 테니까, 제발 절 데려가 주시면 안 돼요?” 임상언은 진심 어린 목소리로 소은에게 간청했다. 자존심은 이미 버린 지 오래였다. 아들을 만나고 싶은 간절한 마음이 그를 이 지경까지 이르게 했다. 소은이 반드시 돌아가겠다고 결심한 순간, 임상언은 이미 마음을 굳혔다. 자신이 함께 가는 것이 가장 안전한 방법이었다. “다른 사람들이 같이 가면 의심을 받거나 제지를 당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전 아니에요.” 임상언은 계속 설득을 이어갔다. “임남이 그 안에 있다는 걸 모두 알고 있잖아요. 제가 아들을 만나고 구하려고 하는 건 당연한 일이에요. 그리고 아들을 위해서 제 목숨을 바치는 것도 이해될 수 있는 일이죠. 그러니 제가 가는 게 가장 올바른 선택이에요.” 긴 침묵 끝에, 소은이 입을 열었다. “임상언 씨 말이 맞아요. 전 동의합니다.” 소은은 말을 마치고 서진에게 시선을 돌렸다. 서진은 잠시 생각하더니 천천히 손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저도 동의합니다.” 원청현은 테이블을 손가락으로 가볍게 두드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나도 동의하지.” 잠시 침묵하던 진정기 역시 마침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동의합니다.” 마지막으로 원철수는 주변을 둘러보며 한숨을 내쉬고 손을 펼쳤다. “모두 동의했는데 내가 뭐라고 반대하겠어. 나도 찬성이야.” 사실 원철수의 의견은 크게 중요하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임상언에게 지지를 표현하는 의미였다. 임상언은 눈시울이 붉어지며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감사합니다. 모두들 고마워요.” “이게 뭔 감사할 일이라고. 어쨌든 안에 들어가면 절대 신중해야 해. 무슨 일이 있어도 감정에 휘둘리지 말고. 네 입으로 한 말 반드시 지켜!” 원철수는 그의 결심을 칭찬하면서도 걱정스러운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원철수는 속으로 임상언의 결단에 감탄했다. 한 아이의 아버지로서 그는 분명 최선을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