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얌전하고 온순한 한소은은 왜 마치 다른 사람이 된 것 같지. 그녀가 스테이지에서 당당하게 연설을 할 때 하마터면 다른 사람으로 착각할 뻔했다.아무런 예고도 없이!이렇게 불쑥 튀어나와 하마터면 시원 웨이브의 명예를 실추시킬 뻔했다.만약 그녀가 아직 이용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 정말 그녀를 죽이고 싶어!어제 그렇게 큰 변화가 있었다는 것은 설마…그녀는 이미 그와 강시유의 사이를 눈치챘다는건가?그럴 리도 없는데!만약 그녀가 알았다면, 어떻게 소란을 피우지 않을 수가 있지? 울지도 떠들지도 않고, 보통 여자들의 정상적인 반응과 달리 말이지."그들이 말하길…."두 사람이 초조하고 분노하며 애써 감추는 모습을 보면서 한소은은 그저 웃겼다.그녀는 원래 체면을 불고하고 끝장내려고 각오하고 있었다. 어차피 시원 웨이브와 계약을 맺지 않았으니, 이 기회에 당당하게 떠나서 자신의 모든 것을 가져가기로 했다.그런데 뜻밖에도 그들은 여전히 연기를 하고 있었다.설마 그들은 정말 그녀가 이 지경의 바보라고 생각하고 있는걸까? 어제 그렇게 소란을 피우고도 여전히 그들의 설득에 흔들려서 다시 그들을 위해 목숨을 바칠 거라고 생각하는 걸까?한소은, 나는 좀 바보일 수도 있지만, 절대 그렇게 멍청하지는 않아.말을 길게 끌며 일부러 감질나게, 느릿느릿 앞으로 걸음을 옮기며 고개를 숙여 난감하고 고민하는 모습이었다.한소은의 뒤에 서있는 강시유와 노형원은 서로 눈으로 메시지를 주고받고 하면서 “봐라, 과연 누가 일을 꾸미고 있구나'라는 뜻을 읽었다."그들이 뭐라고 했어?" 노형원이 다급하게 추궁했다."이건…" 여전히 고개를 숙인 채 저으며 엄청 난감한 것으로 보였다.사실 마음속으로는 웃음이 터질 것 같았는데, 이 두 사람도 자기한테 쩔쩔맬 때가 있을 줄이야.남에게 속은 기분이 상쾌하나요? 하지만 근사한 연극은 이제 막 시작되었다!바로 이 순간, 한소은은 그들과 함께 연기하기로 마음먹었다.그들은 연기를 좋아하고 연기를 잘 하지 않습니까? 그럼 이 연기
"그들은 말했다. 너는 간통남이고 너 둘이 한패 먹고 나를 속인거라고!""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야!" 노형원은 안색이 갑자기 변해져서 말했다.오히려 강시유가 한소은을 보면서 반응하지 못하고 이런 직설적이고 따끔한 비난에 무의식적으로 안절부절 못해서 본능적으로 눈빛을 피했다.노형원의 목소리를 듣고서야 정신을 차렸다. “그래. 너 어떻게 그런 말을 믿을 수가 있어? 그건 비방이야!”"소은아, 우리 셋이 그렇게 오래 함께 지냈는데, 우리 사이의 감정을 다른 사람이 말해줄 필요가 있나? 넌 어떻게 그런 쓸데없는 이간질에 당해? 이건 너무 큰 상처를 주는거야."몇 마디를 하자 강시유는 눈시울이 붉어지면서 눈물이 쏟아질 것 같아 매우 억울해 보였다.한소은도 인정할만큼 그는 배우 안하면 정말 아쉬울 정도였다.하지만 인생은 연극과 같고, 모두 연기에 달려 있으니까 누가 못하겠는가!입과 눈꼬리가 내려앉아 몸부림치며 매우 곤혹스러워 했다. “근데 그 사람들 뿐만 아니라 밖에 종종 너와 노형원이….”"한소은!"노형원은 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소리 치면서 그녀의 말을 끊고, 그녀의 팔을 잡아당겼다. "너 바보냐! 너는 무슨 헛소문을 다 믿냐! 남들은 그들이 하고 싶은 말만 하는데, 너는 귀만 있고 머리는 없니? 그들은 그들이고, 우리는 너한테 어떤 사람인데, 누구를 믿어야 할지, 너는 조금도 구분할 줄 모르는거야!”라고 말했다.그는 기세가 등등하여 큰 모욕을 당한 듯 목을 꼿꼿이 세우고 그녀를 욕했다.아, 나는 진짜 머리가 없네. 오죽하면 이 두 사람에게 이렇게 오래 동안 속았을까.하지만 한소은은 그가 바락바락 악을 쓰고 안절부절 못해 감추려고 하는 모습을 보면 볼수록 신나고 재밌었다. 그녀는 원래 이미 이 지경에 이르렀으니 두 사람이 아예 인정할거라고 생각했지만, 뜻밖에도 고집불통이었다.그래도 좋아. 그들이 연기하고 싶다면 자기도 같이 연기해주기로 했다."하지만 이왕 이렇게 됐으니, 차라리 첫사랑은 나와 시유가 공동 개발한 작품이라고 공개적으로 발표
관건적인 것은 한소은이 언제 신생과 연결되었는지 그는 전혀 모르고 있었다는 것이다."그건 아니고."라고 고개를 저었다."그럼 됐어. 계약하지 않은 이상 변수가 존재할 수 있어. 그들이 이렇게 네 앞에서 이간질했는데내가 비방으로 고소를 안 한게 봐주는거야.'그는 한숨 돌리고 한 손으로 그녀의 팔을 툭툭 치면서 말했다. "소은아, 너는 너무 순진해. 비즈니스가 얼마나 복잡하고 추잡한지 전혀 몰라. 우리도 모두 너를 위해서야. 네가 이런 지저분한 일에 엮이는거 원하지 않아.""이런 일은 나와 시유가 대처할테니까 너는 조향에 전념해라. 너는 향 만드는 것을 가장 좋아하지 않아? 좋아하는 일에 집중하고 전념할 수 있다는게 좋은 일 아니야?"한소은은 그를 보고 있었다. 노형원은 여태까지 늘 이런 말로 자신을 세뇌시키고, 기꺼이 그들을 돕도록 하고 보답을 원치 않았다.하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그들은 한소은을 밀어내고 모든 것을 뒤집어쓰게 하면서도 소은을 위해서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다.이번에 만약 소은이가 다른 사람의 레시피를 훔쳤다고 인정하면 앞으로 다른 회사로 이직하려 할 때, 그야말로 평생 치욕적인 낙인이 찍히게 될 것이다. 이번 생은 이 바닥에서 살아남을 생각조차 하지 말아라 한다.노형원이 그녀에게 이렇게 하라고 시킨 것은, 첫째는 시원웨이브와 강시유의 명예를 지키기 위한것이고, 둘째는 그녀의 명성을 완전히 망가뜨려서 앞으로 순순히 그를 위해서만 일하게 만드는 것이다.참 좋은 생각이네!천진난만한 속셈이네!"내가 잘못을 인정만 한다면 피해를 만회할 수 있다고? 나를 탓하지 않아?" 그녀는 겉으로 많이긴장한 표정으로 노형원을 노려보며 물었다.노형원은 맘에 들어했다.이것이야말로 그가 잘 아는 한소은이야. 그녀가 가장 신경 쓰는 것은 늘 노형원의 감정인데 어떻게 자신을 배신할 수 있겠어?그녀의 어깨를 가볍게 감싸 안은 채 부드러운 말투로 말했다. "걱정 마. 너도 나쁜 사람들에게 속은 거 알아. 어떻게 너를 탓할 수 있겠어? 탓하려면 사악한 놈들
시원웨이브를 떠난 후, 한소은은 먼저 작업실로 갔다.작업실은 회사에서 좀 거리가 있다. 평소에는 주로 그와 이연이가 거기에서 연구개발 업무를 하고 있었고, 신제품이 확정된 후에 대량 생산에 들어간다.하지만 노형원은 눈앞의 성공과 이익에만 급급해서 신제품의 안정성 테스트를 통과하기도 전에 생산에 들어가 신제품을 출시하려고 서두르는 경우가 있다.그의 말대로라면, 시장은 순식간에 변하기 때문에 기회를 잡지 않으면 곧 다른 사람으로 대체될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지속적으로 신제품을 개발하고 소비자의 관심을 사로잡으며 시장을 장악해야 한다.그의 이런 급진적인 마케팅 모델에 대해 한소은은 사실 매우 동의하지 않는다.새로운 제품은 영감에서 시작해서 실험에 투입된 후 반복적인 성능 테스트를 거쳐 최종적으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과정이 필요하며 이 과정은 근본적으로 조급해서는 안 된다.상장에 급하다고 연구개발 과정에 필요한 절차를 무시할 수 없다.한소은은 찬성하지 않았지만, 본인이 관리자가 아니라서, 단지 몇 마디 제안을 했을 뿐인데, 노형원은 그녀가 사업에 대해 잘 모른다고, 신제품만 잘 개발하고 속도를 내기만 하면 다른 건 신경 쓸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그가 성공하고 유명해지면, 그녀는 부잣집 사모님이 되어 호강하기를 기다리면 된다고 했다.그녀는 부잣집 사모님이 될지는 생각해 본 적이 없고, 그저 그와 함께라면 매우 행복하고 만족스러웠다.그를 위해 그녀는 많은 것을 내려놓고, 많은 것을 했는데, 원래 벗어날 수 없었던 것은 '이용'이라는 두 글자였다.눈앞에 빨간불이 켜지자 그녀는 급히 브레이크를 밟아 정신을 차렸다.더 이상 생각할 필요가 없다!지나간 것은 지나간대로, 이제라도 깨달았으니 늦지 않았다.하지만 그녀가 작업실에 도착한 후 노형원이 그녀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인색한 사람이었다는 것을 알았다.이연은 실험실에 없었지만 기록 보관실에 낯설고 관상이 별로 좋아보이지 않는 사람 몇 명이 더 생겼다."어떻게 된 거야?" 그녀는 마음속으로 잘 알
결국 우두머리가 앞으로 나서서 "한소은 기술원님, 우리도 모두 지시에 따른 겁니다. 불만이 있으면 노대표님을 찾으러 가세요. 노대표님이 말씀하시는대로, 우리가 따라할 겁니다!""좋아. 내가 못 할 것 같아?"한소은은 우두머리의 얼굴을 뚫어지게 쳐다보면서 휴대폰을 꺼내 그의 앞에서 노형원에게 전화를 걸었다.시간이 한참 지나도 전화를 받지 않았다. 분명히 신호가 간 상태인데, 아무도 말을 하지 않았다.한소은은 노형원이 자신에게 복수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그전에 전화를 받지 않은 것에 대한 복수다. 노형원이 의외로 이런 수법을 쓰다니.그는 이런 식으로 그녀를 좌절시키고 굴복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는걸까?그녀의 맞은편에 서 있는 남자는 거만하게 미소를 짓고 마치 그녀의 전화가 연결되지 않은 것을 눈치 챈거 같다."한소은 기술원님, 당신의 조수는 이미 한 시간 넘게 찾고 있습니다. 이렇게 시간을 소모하는 것은 무의미합니다. 우리는 시간이 많습니다. 기밀인 이상 그것도 회사의 기밀이기도 하죠. 노대표님도 호의로 당신들에게 내놓으라고 하셨으니, 우리가 잘 보관하겠습니다!“그 사람이 머리를 많이 썼네.”전화를 끊자 그녀는 싸늘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약간 돌렸다. “이연아, 찾아서 갖다드려.”이미 목숨 걸고 싸워볼 각오까지 하고 있던 오이연은 그 말에 턱이 빠질 뻔했다."소은 언니, 그것들은 모두 우리가 심혈을 기울인 것이고, 모두 소중한 것들이잖아. 갑자기 다 가져가다니, 분명 다른 속셈이 있는거야!"한소은이 어찌 모를 리 있겠는가. 노형원은 그녀를 경계하려고 모든 자료를 가져가는 것이다. 만약 말다툼해서 사이가 틀어진다면, 그는 그때 가서도 충분한 자본과 증거를 가지고 강시유가 시원웨이브의 큰 공신이며, 이 모든 제품의 개발자라는 것을 증명할 것이다."저 사람들에게 줘!" 그녀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목소리를 높여서 말했다."이 동료 분의 말도 맞아. 기밀이라면 회사 기밀이기도 하지. 노대표님이 필요하시면 당연히 드려야지."오이연은 내키
“이연아.”자리에 앉은 한소은은 고개를 들어 오이연을 바라보았다.“만약 나랑 시원 웨이브 중에서 선택을 해야 한다면 넌...”“무조건 너지!”오이연은 단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했다.그녀의 말을 채 듣지도 않고 바로 대답하는 오이연의 모습에 흠칫하던 한소은은 곧 미소를 지었다.사실 오이연은 시원 웨이브에 남는 게 여러모로 이득이었다. 안정적이고 월급도 나쁘지 않고... 게다가 오이연은 업무능력은 출중했지만 다혈질이라 복잡한 인간관계로 얽힌 직장은 잘 어울리지 않았다.어차피 한소은은 회사를 떠날 생각이었다. 떠나려는 그녀의 발목을 잡는 유일한 요소가 있다면 바로 혼자 남게 될 오이연이었다.혹시나 그녀와의 인연 때문에 회사에서 부당 대우를 받진 않을까 노심초사했던 그녀였지만 너무나 흔쾌히 그녀를 선택하는 오이연의 모습에 왠지 마음이 따뜻해졌다.적어도 이곳에서 좋은 친구는 얻어 가는구나라는 생각도 들었다.어느새 아무 말 하지 않아도 상대방의 마음을 알 수 있게 된 두 사람은 싱긋 미소 지으며 서로를 바라보았다.“아, 그럼 정말 신생으로 넘어가기로 한 거야?”말이 나온 김에 더 이상 내숭 떨 필요도 없다는 생각에 오이연이 물었다.“혹시... 나도 같이 넘어가면 안 될까?”행여나 한소은에게 폐가 되는 건 아닐까 조심스럽게 묻는 오이연이었다.보통 개인이나 팀 전체가 스카우트되는 경우는 많지만 한 사람만 데리고 회사를 옮기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게다가 오이연은 업계의 유명 인사도 아니고 그저 평범한 비서일 뿐, 신생이 그녀까지 받아줄지 오이연도 확신이 서지 않았다.“아, 그건...”한소은은 잠깐 망설였다. 본인도 김서진의 인맥으로 신생에 입사하게 된 마당에 오이연까지 데리고 가는 걸 과연 허락할까... 설령 허락한다 해도 괜히 낙하산이라고 찍혀 왕따라도 당하면 어떡하나...한소은은 여러모로 불안했다.“안 되면 말고. 괜찮아! 다른 데 알아보지 뭐. 학벌 좋겠다, 능력 있겠다. 나 좋다는 회사 하나 못 찾을까 봐?”망설이는 한소은의
“노형원은 내가 대중 앞에서 모든 잘못을 인정하길 바라고 있어. 그런 노형원이 지금 가장 두려워하는 게 뭘까?”여전히 어리둥절한 오이연의 눈빛에 한소은은 말을 이어갔다.“하지만... 그쪽한테 불리한 증거들은 이미 회사에서 전부 가져갔고 웬만한 증인들도 전부 노형원한테 매수된 상태인데... 또 누가... 설마... 나?”뭔가 깨달은 듯한 오이연이 손가락으로 스스로를 가리켰다.“그래, 언니. 내가 증언해 줄게.”오이연은 갑자기 기세등등한 얼굴로 말했다.“노형원 그 인간의 가면을 내가 싹 다 벗겨버릴게.”하지만 한소은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아니. 그러지 마. 넌 멀리 휴가나 다녀와.”“휴가?”“그래. 노형원이 원하는 건 누구도 날 위해 증언해 주지 않는 거야. 지금 네가 휴가를 떠난다면 노형원은 아주 만족스러워할걸?”지금 오이연이 갑자기 사직서를 낸다면 노형원은 오이연이 그를 배신하기로 마음먹은 것이라 생각하고 절대 놓아주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일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게 더 좋은 선택일 수도.하지만 오이연은 한소은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언니, 지금 내가 도망쳐버리면 언니는 어떡해!”“바보야. 걱정하지 마.”한소은이 싱긋 미소 지었다.“그리고 이 언니가 다 생각이 있다고. 나랑 같이 일하고 싶다며? 앞으로 훨씬 더 바빠질 테니까 미리 푹 좀 쉬고 오라고.”마음속의 의문은 여전히 그대로였지만 한소은의 결연한 눈빛에 오이연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언니 말대로 할게.”작업실에서 나와 도로에서 택시를 잡던 한소은 앞에 블랙 마이바흐 한 대가 멈춰 섰다.창문이 내려오고 김서진의 잘생긴 얼굴이 드러났다.“타요.”잠깐 망설이던 한소은이 차에 탔다.“여긴 무슨 일로 왔어요?”그녀가 여기 있는 건 어떻게 알고 왔는지 의아할 따름이었다.“왜요? 싫어요?”김서진이 어깨를 으쓱했다.“당연히 아니죠!”한소은은 자연스럽게 팔짱을 끼며 말했다.“그냥 조금 놀라서요.”“이것도 서프라이즈라고 할 수 있나?”
그렇게 도로를 한참 달리고 미행으로 의심되는 차량을 따돌렸을 무렵, 한소은이 입을 열었다.“노형원 그 자식... 내가 신생과 컨택하는 건 아닌지 확인하려고 사람을 붙인 게 틀림없어요.”“왜요? 노형원한테는 신생으로 안 갈 거라고 말했어요?”김서진이 눈썹을 씰룩거렸다.“아니요. 전 아무 말도 안 했어요. 뭐, 노형원은 날 설득하는 데 성공했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한소은이 노형원에게 약속한 건 아무것도 없었다. 뭐 노형원은 그의 달콤한 말에 그녀가 또 넘어갔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지만 말이다.뭐든 처음이 어렵지 두 번째는 쉽다고 하지 않는가? 한 번 속인 이상 두 번이라고 못 속일까라고 생각하는 거겠지.하지만 노형원이 모르는 게 하나 있었다. 과거의 한소은은 노형원에게 모든 사랑과 신뢰를 주었지만 상사로서의 배신과 애인으로서의 바람을 목격한 순간, 공들여 쌓았던 신뢰와 사랑의 탑은 와르르 무너져버렸음을 말이다.“그래서 어떻게 할 건데요?”그녀가 어떤 결정을 내리든지 존중하겠지만 괜히 궁금해진 김서진이 물었다. 솔직히 말하면 한소은에게 상처를 준 노형원 그 자식에게 주먹이라도 날리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이제 김서진은 안다. 한소은은 그의 보호가 필요할 정도로 나약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한소은은 담담한 표정으로 말했다.“노형원 그 인간이 기자회견을 열겠대요. 그리고 나더러 모든 책임을 다 짊어지라네요?”“그래요?”아무렇지 않은 척 되물었지만 김서진의 눈빛이 얼음장처럼 차가워졌다.“언제 열기로 했는데요?”“뭐 딱히 말은 안 했지만 빠르면 오늘 밤, 늦어도 내일쯤이지 않겠어요?”“왜요?”“하루라도 빨리 해결하고 싶을 테니까요.”한소은은 고개를 돌려 말을 이어갔다.“어젯밤 일로 노형원은 자존심을 제대로 구겼죠. 서원 웨이브의 명성에까지 영향을 미쳤으니 한시라도 빨리 해결하고 싶을 거예요.”“그래서요? 인정할 생각이에요?”“내가 미쳤어요?”한소은의 주먹에 힘이 들어갔다.“내 몫이었던 걸 전부 다 되돌려 받을 거예요.”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