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한소은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눈치챈 듯 김서진이 웃음을 터트렸다.“스토킹은 내 취향 아니에요. 그렇게 큰 소리로 울어대는데 모르면 그게 더 이상한 거 아닌가?”김서진이 손가락으로 한소은의 배를 쿡쿡 찔렀다.그제야 배에서 울리는 우렁찬 꼬르륵 소리를 눈치챈 한소은의 얼굴이 뜨겁게 달아올랐다.스카이가든 레스토랑.김서진이 그녀와 함께 온 이곳은 독특한 인테리어와 끝내주는 경치로 최고의 레스토랑으로 손꼽히는 곳이었다.게다가 양식을 주로 다루는 다른 팬시 레스토랑과 달리 이곳은 한식당이었다. 물론 명성에 걸맞게 가격도 굉장했고 적어도 한 달 전에는 예약을 걸어야 할 정도로 웨이팅도 심했다. 그런 상황에서도 레스토랑의 일부 테이블은 VIP 고객 전용석으로 항상 남겨두곤 했는데 그 VIP 고객 중 한 명이 바로...그녀의 앞에 앉아 우아한 몸짓으로 메뉴판을 받아든 남자, 김서진이었다. “주문해요.”김서진이 그녀에게 메뉴판을 건넸다.“저희가 새로 궁중 요리 시리즈를 출시했는데 한 번 보시겠어요?”웨이터가 친절한 목소리로 소개했다.“궁중 요리 괜찮아요?”한소은이 고개를 들어 김서진을 바라보았다.“난 소은 씨만 좋다면 뭐든 좋아요.”김서진이 싱긋 웃었다.하지만 메뉴판의 가격을 확인한 한소은은 도저히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세상에... 밥 한 끼에 이 정도 돈을 쓰는 사람들이 정말 있었구나...“왜 그래요?”한참이 지나도 아무 말 없는 한소은의 모습에 김서진이 물었다.“아, 그냥 다 맛있어 보여서 뭘 시켜야 할지 모르겠네요?”한소은의 난감함을 읽었는지 김서진이 먼저 입을 열었다.“일단 시리즈 추천 요리들 주문할게요. 다른 건 천천히 보면서 추가로 더 주문하는 걸로 하죠.”“알겠습니다.”웨이터는 공손하게 허리를 숙인 뒤 자리를 떴다.웨이터가 자리를 뜨자 한소은은 아예 메뉴판을 덮어버렸다. 메뉴 하나에 십만 원대인 요리를 더 바라볼 자신이 없었다.한소은이 결코 가난한 건 아니었다. 그저 항상 안주인으로서 근검절약해야 한다는
“정말 괜찮아. 언니 말대로 해. 그동안 정말 열심히 일했잖아. 이참에 푹 쉬어. 앞으로는 쉬고 싶어도 못 쉴 테니까.”한소은이 농담조로 말했다.고집을 굽히지 않는 한소은의 모습에 오이연도 포기했는지 한층 누그러든 목소리로 말했다.“그래. 그래도 혹시 내 도움 필요하면 언제든지 연락해. 알지?”“그래. 잘 갔다 와.”전화를 끊은 한소은은 그녀를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는 김서진과 시선이 마주쳤다.“왜 그래요?”“오이연 씨가 이 사건에 휘말리는 게 싫어서 잠깐 떠나라고 한 거예요?”단박에 그녀의 속셈을 눈치챈 김서진이었다. 한소은은 흠칫하다 싱긋 미소 지었다.“뭐... 그런 이유도 있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에요.”물을 한 모금 마시고 한소은은 말을 이어갔다.“이연이는 내 조수로 일했던 아이예요. 제가 이룬 모든 것들 이연이와 함께 이뤄낸 거나 마찬가지라고요. 노형원 그 인간이 나한테 모든 걸 뒤집어 씌우려고 한 이상, 증거를 잡기 위해 이연이한테도 자료를 요구할 거예요. 만약 계속 서원 웨이브에 묶여있다면 이연이 입장이 더 난처해지겠죠. 그러니까... 일단 잠깐 피해 있는 게 이연이한테도 저한테도 더 좋은 선택이에요.”말을 마친 한소은은 다시 젓가락을 들었다. 역시 비싼 요리라 그런지 정갈한 플레이팅부터 맛까지 모든 게 완벽했다. 이렇게 마음 편히 식사를 해본 게 언제인지 기억도 나지 않았다. 게다가 워낙 배고팠던지라 김서진 앞임에도 이미지고 뭐고 허겁지겁 식사에 집중하기 시작했다.한편 김서진은 한소은이 먹는 모습만 봐도 배부른 느낌에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계획은 이미 다 세웠나 봐요?”방금 전까지 불안함이 조금 남아있었지만 방금 전 그녀의 설명을 들어보니 일시적인 충동이 아닌 아주 오랫동안 치밀하게 준비해 온 복수였음을 알 수 있었고 그래서 더 마음이 놓였다.한참 수저를 움직이던 한소은이 김서진을 바라보았다.“아, 서진 씨한테 부탁하고 싶은 게 있어요.”“뭔데요?”김서진은 벌써 다 먹었는지 젓가락을 내려놓고 냅킨으로
“다, 다 먹었어요.”한소은은 쑥스러운 듯 고개를 푹 숙였다.“그럼 일어나죠. 힘들었을 텐데 오늘은 일찍 쉬어요. 일 생각은 내일 다시 하고요.”김서진은 한소은이 뭘 묻고 싶은지 다 알고 있다는 듯 말을 덧붙였다.“소은 씨가 말한 건 서한이한테 말해 둘게요. 걱정하지 말아요.”걱정하지 말라는 김서진의 말에 한소은의 마음이 편안해졌다.난처한 얘기를 먼저 꺼내기 전에 당신의 생각을 먼저 눈치채고 대신 전부 해결해 주는 사람이 곁에 있는 느낌... 이런 느낌은 처음이었다.차에 타고 안전벨트를 하는 한소은을 향해 김서진이 물었다.“지금 살고 있는 그 집 월세죠?”“네.”“방 빼요. 그리고 나랑 같이 살아요.”김서진이 한소은의 손을 꼬옥 잡았다.갑작스러운 제안에 한소은은 입술을 꼭 깨물었다.쿵쾅대는 심장소리가 김서진에게 들리진 않을까 불안해졌다.망설이는 그녀의 모습에 김서진은 재촉하지 않고 가만히 기다려 주었다.사실 언젠가는 이런 날이 올 것이라 생각했지만 그날이 너무 빨리 온 건 아닐까 싶어 한소은은 당황스러웠다.하지만... 법적으로 혼인신고도 마쳤겠다... 법적인 부부가 같은 집에서 사는 건 너무나 당연한 일이지 않는가?결단을 내린 한소은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요!”“오늘 바로 이사할까요?”놀라운 김서진의 추진력에 한소은의 눈이 휘둥그레졌다.잠시 후, 김서진의 차량은 아파트 단지 아래에 멈춰 섰다. 한소은은 김서진더러 차에서 기다리라고 한 뒤 집으로 올라가 대충 짐을 정리하기 시작했다.어차피 챙길 건 옷가지들과 중요한 서류들뿐, 다른 건 전부 버리고 다시 새로 시작하고 싶었다. 방을 빼겠다고 집주인과 통화까지 마친 한소은은 방을 쭉 한 번 돌아보았다.노형원과 함께 창업하고 함께 노력하며 오늘날의 성과를 거두었다고 생각, 아니, 착각했었다.지금 다시 돌이켜보면 이 집에서 그녀는 항상 혼자였는데 말이다.현관문을 나서려던 한소은은 다시 고개를 돌려 작은 방을 바라보았다.“안녕, 구질ㅈ구질한 내 과거야.”김서진은 한소은이
“난 조용한 게 좋아서요. 일하는 아주머니는 이틀마다 오세요.”김서진이 넥타이를 풀며 말했다.“난 씻고 올 테니까 일단 쉬어요. 빈 옷장 있으니까 짐은 거기 풀고요.”말을 마친 김서진은 곧 방으로 들어갔다. 물소리가 들리자 한소은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낯선 공간을 둘러보기 시작했다.1층, 2층 옥상 테라스까지 갖춘 빌라, 김서진의 성격답게 인테리어는 모던하고 깔끔한 스타일이었다.캐리어를 끌고 옷방으로 들어간 한소은은 그녀의 안방보다 더 큰 옷방에 다시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옷장 한편에는 김서진의 옷들이 종류, 컬러 별대로 깔끔하게 걸려있었다. 한소은은 얼마 안 되는 옷가지들을 빈 옷장에 걸어둔 뒤 챙겨온 중요한 서류들을 확인하기 시작했다.졸업장, 주민등록증... 뭐 빠트린 건 없는지 확인하던 한소은의 의아한 듯 고개를 갸웃했다.혼인신고 서류는 김서진이 가지고 있다고 했지... 어디에 뒀는지 나중에 물어봐야겠다...커다란 집을 이리저리 둘러보던 그때, 한소은의 휴대폰이 울렸다.노형원이었다. 사귈 때는 문자 한 번 없던 사람이 최근 며칠 동안은 틈만 나면 전화를 걸어온다. 한소은의 입가에 씁쓸한 미소가 걸렸다.“여보세요?”“한소은, 지금 어디야?”불쾌함이 담긴 노형원의 목소리에 한소은은 헛웃음이 나올 지경이었다.아직도 내가 네 말 한 마디면 달려가는 바보 같은 한소은인 줄 아는 거야?“아무리 대표님이시라지만 직원 사생활까지 물으시는 건 아닌 것 같은데요?”한소은이 비꼬았다.“한소은, 너 말투가 왜 그래?”“내 말투가 뭐가 어때서? 시비 걸려고 전화한 거면 끊어. 나 바쁘니까!”이때 마침 샤워를 마친 김서진이 안방에서 나왔다.샤워가운으로 하체만을 가린 모습, 머리카락에서 떨어지는 물방울이 복부에 완벽하게 자리 잡은 식스팩을 적셨다.통화 중인 한소은을 힐끗 바라보던 김서진은 조용히 그녀 곁으로 다가왔다.조각상처럼 완벽한 몸매를 가진 남자가 점점 다가오니 괜히 가슴이 콩닥거렸다. 수화기 너머에서 재잘대는 노형원의 목소리가
꿀꺽.구릿빛 피부와 탄탄한 근육... 한소은은 마지막 남은 한 가닥의 이성으로 손을 뻗어 만져보고 싶은 충동을 겨우 눌렀지만 결국 침을 꿀꺽 삼키고 말았다.“한소은. 한소은. 듣고 있어?”한참을 떠들어대던 노형원은 아무 대꾸도 하지 않는 한소은의 모습에 다급하게 그녀의 이름을 부르기 시작했다.하지만 점점 다가오는 잘생긴 김서진의 얼굴을 바라보는 한소은은 노형원의 부름 따위에 대답할 여력 따위 남아있지 않았다.뭐야? 지금 키스라도 하려는 건가?한소은은 저도 모르게 두 눈을 꼭 감았다.그의 숨결이 느껴질 정도로 가까이 다가오던 김서진은 가까이 고개를 돌리더니 그녀의 귓가에 뽀뽀를 해준 뒤 아무 일도 없다는 듯 옷방으로 들어갔다.쿠당탕!순간 손에 힘이 풀린 한소은은 휴대폰을 놓치고 말았다.카펫을 깔았으니 망정이지 그냥 바닥이었다면 액정이 박살 나고 말았을 것이다.갑자기 들려온 굉음에 노형원이 짜증스레 소리쳤다.“한소은, 너 지금 뭐 하는 거야? 내 말 듣고 있는 거 맞아?”허리를 숙여 휴대폰을 주운 한소은은 액정이 깨지진 않았는지 자세히 살펴본 뒤에야 입을 열었다.“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건데? 말 돌리지 말고 그냥 해.”“너...!”화를 내려던 노형원은 아직 입을 꾹 다물었다. 표절 사건을 해결하기 전까진 어떻게든 한소은의 기분을 달래줘야 했다.“기자회견 시간 오늘 저녁으로 잡았어. 그러니까 회사로 와. 얼굴을 봐야 말을 맞추든 말든 할 거 아니야. 최대한 빨리 수습해야지. 정말 회사 이미지가 바닥까지 떨어지길 바라?”끝까지 이기적인 자식.“그럼 내 이미지는?”“...”한참을 망설이던 노형원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소은아, 이번 사건 때문에 회사가 얼마나 많은 피해를 입었는지 알아? 시원 웨이브는 우리 두 사람이 청춘을 바쳐 일궈낸 회사잖아. 정말 이대로 무너지길 바라? 이번 고비만 넘기면... 회사도 자리 잡을 수 있을 거야. 그럼... 그때 우리 결혼하자, 응?”결혼... 또 이 핑계다.창업에 성공하면 결혼하자,
차가운 성격, 원하는 걸 얻기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남자.김서진을 알기 전에 한소은이 생각했던 그의 이미지였다. 그런데 사실 이렇게 자상한 남자였다니.김서진의 말대로 욕조에 몸을 담근 한소은은 하루 동안의 피로가 싹 풀리는 기분이었다. 샤워를 마친 뒤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은 한소은은 몸과 마음 모두 한층 가벼워진 기분에 기분 좋은 미소를 지었다.그래, 이럴 때일수록 더 잘 먹고 잘 쉬어야지.김서진의 품에 안긴 한소은은 그의 스킨 냄새를 느끼며 편안히 두 눈을 감았다. 별다른 스킨십 없이 그냥 안고만 있는데도 왠지 모를 안정감에 마음이 편안해졌다.한 시간 정도 잤을까? 휴대폰 벨 소리에 한소은은 부스스 눈을 떴다.부재중 전화 12통.정말 웬만큼 급한가 보네. 은근 단순하단 말이야.한소은은 천천히 일어나 화이트 원피스로 갈아입었다. 별다른 장식도 없는 심플한 드레스였지만 청초한 그녀의 이미지와 여리여리한 그녀의 몸매와 찰떡이었다.“소은 씨.”그가 현관을 나서려는 한소은을 불러 세웠다.“진짜 보내기 싫다.”한소은을 품에 안은 김서진의 입술이 그녀의 목을 스쳤다.“어차피 곧 돌아올 텐데요 뭐. 기다리고 있어요.”그의 품에서 벗어나려던 순간, 김서진은 그녀를 확 끌어안더니 기습 키스를 시작했다. 숨이 가빠지고 정신이 아득해질 때쯤에야 그녀를 놓아준 김서진이 살짝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서 비서가 에스코트해 줄 거예요. 잘하고 와요.”“네.”한소은이 고개를 끄덕였다.기자 회견장, 진작 현장에 도착해 기다리고 있던 노형원이 부랴부랴 달려오더니 미간을 찌푸렸다.“뭐야? 전화는 왜 안 받아? 또 신생 쪽 사람 만난 거야? 도대체 몇 번을 말해야 알아들어. 그렇게 간단한...”차가운 한소은의 눈동자에 흠칫 놀란 노형원은 그제야 입을 다물었다.뭐지? 이 눈빛은? 소은이가 날 이렇게 봤던 적이 있었나?...회의장 안으로 들어가는 도중에도 노형원의 입은 멈추지 않았다.“내가 한 말들 다 이해하지? 오늘 이 고비만 넘기면 시원
한소은은 마음을 다잡고 우아하게 인사를 한 뒤 자리에 착석했다.이미 회견장에 도착해 있었던 강시유는 고개를 끄덕이는 노형원의 모습을 확인한 뒤에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기자회견이 시작되고 별다른 인사말 없이 노형원은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어젯밤 향수 신제품 대회에서 일어났던 사건에 대해 자리해 주신 기자분들 모두 알고 계실 거라 생각합니다. 대중들이 저희 시원 웨이브에 대해 오해를 하고 계시는 것 같아 오늘 특별히 기자분들과 만남의 자리를 만들었습니다. 출품작인 ‘첫사랑’은 심사위원들의 극찬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생각지 못한 표절 문제로 논란에 휩싸이고 말았죠. 해당 사태의 담당자들 모두 오늘 기자 회견장에 도착했으니 궁금하신 부분 전부 여쭤보시기 바랍니다.”말을 마친 노형원은 마이크를 강시유에게 건넸다.블랙톤의 오프숄더 드레스를 입은 강시유는 흰색 드레스를 입은 한소은과 묘한 대비를 이루는 모습이었다.강시유는 담담한 미소와 함께 입을 열었다.“안녕하세요. 시원 웨이브의 수석 조향사 강시유라고 합니다.”수석 조향사? 누구 마음대로? 한소은은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바로 본론으로 들어가죠. 조향사로 일하기 시작한 뒤로 지금까지 제가 느낀 건 재능보다 노력이 훨씬 더 중요하다는 겁니다. 훌륭한 향을 만들어내기 위해선 수없이 많은 실패를 묵묵히 견뎌내야 하죠. 한순간의 욕심으로 얻어낸 성과는 결국 부메랑처럼 화가 되어 돌아온다는 걸 한소은 씨도 알고 계시리라 믿습니다.”말을 마친 강시유는 바로 마이크를 한소은에게 건넸다.마이크를 든 한소은은 잠깐 망설였다. 수없이 많은 눈동자가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고 있었다.강시유의 말에 따르면 피해자는 강시유고 제품을 베낀 쪽은 한소은인 것 같은데... 그녀가 무슨 변명을 할지 궁금하다는 눈빛이었다.한소은은 담담한 눈빛으로 기자 회견장을 채운 기자들의 얼굴을 일일이 훑어보았다.괜히 뜸을 들이는 한소은의 모습에 노형원이 눈치를 추려던 그때, 그녀가 드디어 입을 열었다.“네. 강시유 씨의 말에는 저도
노형원은 마스크를 자기 쪽으로 향하게 한 뒤 기선을 제압했다. "물론 도둑질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어쨌든 한소은 씨는 저희 회사 사람이며 오랫동안 강시유 씨의 조수로 일했고, 어느 정도 조향에 참여했습니다. 이번 일은 도둑질이나 표절처럼 듣기 싫은 말로 정의하고 싶지 않습니다. 당분간은 이겨내기 힘들겠지만 저희는 한소은 씨에게 기회를 주고 싶고, 앞으로도 여러분들에게 시원 웨이브의 더 많고 좋은 작품들로 찾아뵙고 싶습니다.”노형원은 최근 몇 년 동안 소셜 미디어와 매체에서 많은 경험을 했기에 대처능력이 좋다고 할 수밖에 없었다. 비굴하거나 거만하지도 않고, 매우 고상하고 마치 양심적인 좋은 회사같이 말을 하며 자신의 회사를 배신한 직원을 옹호하고 용서까지 하는 모습을 보였다.기자들은 모두 감동했고 동시에 한소은에게 경멸의 눈길을 보냈다.지금의 사태는 매우 명백해졌다, 한소은은 조수로 일하는 것이 달갑지 않아 회사의 성과를 훔쳐서 다른 회사에 되팔고 의탁하려고 했지만, 뜻밖에도 일을 망친 상황인 것이다. 일이 이렇게까지 됐는데도 시원 웨이브는 이런 사람을 계속 곁에 두려 하다니. 하지만 여전히 허점이 있었고, 그 허점을 파고들며 질문했다."하지만 한소은 씨는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아 시원 웨이브의 직원이 아닌 걸로 아는데요.”이 문제는 노형원이 전부터 생각해둔 것이었고, 전혀 동요하지 않고 웃으며 대답했다."네, 이 부분은 저희 회사의 잘못이라고 인정합니다.”"물론, 저희가 일부러 계약을 맺지 않으려는 게 아니라......다들 아마 모르실 겁니다. 저와 한소은 씨는 대학 동창이고, 모두 친구입니다. 그래서 당시에 급여 부분을 정확하게 생각하지 못했고 급여는 제가 직접 이체했습니다. 저는 이것이 제 개인적인 잘못임을 인정하며, 좋은 대우를 받을 수 있는 계약서를 다시 준비했으니 이번 오해를 통해서 저희 시원 웨이브가 더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현장에는 박수가 터져 나왔고, 노형원은 은근히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흡족한 미소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