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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97화

김승엽은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당신은 나와 결혼하고 싶어 하지 않잖아요. 나와 있는 게 싫잖아요? 그런 거면 차라리 파혼해요. 무리하게 결혼할 거 없어요.”

“내가 언제 싫다고 했어요?”

우해영은 무의식적으로 그의 시선을 피했다. 그녀는 누가 이렇게 가까이에서 자기를 바라보는 게 익숙하지 않았다.

솔직히 그녀는 정말 그와 결혼할 생각이 없었다. 하지만 그가 싫다거나 그와 결혼하기 싫다는 말을 한 적 없었다.

“그렇게 말하지 않았지만, 당신의 행동 하나하나가 싫다고 말해주고 있어요. 사실 당신은 내가 마음에 들지도 않고 이 결혼이 기대되지도 않은 거죠?”

김승엽은 한 손으로 벽을 짚으며 그녀와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거리를 유지한 채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면서 한숨을 쉬며 말했다.

“나도 알고 있어요. 당신 같은 미모에 집안까지 갖춘 여자와 결혼하겠다는 사람이 수도 없이 많다는 걸. 그래서 당신이 날 선택했을 때 정말 기뻤어요.”

“난 당신이 날 좋아해서 선택한 줄 알았어요. 적어도 호감은 가지고 있을 줄 알았죠. 전에 데이트할 때도 즐거웠고... 그래서 당신이 내게 조금이라도 감정이 있는 줄 알았어요. 하지만 오늘 당신이 하는 걸 봐서는 내가 잘못 생각했나 봐요. 사실 난 강한 여자를 좋아하지 않아요. 그러니까 당신이 정말 싫다면 이 결혼 없던 걸로 해요.”

“파혼했다고 해도 우리 두 가문 사이의 거래는 계속 진행할 거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필요한 게 있다면 말만 해요. 무슨 일이 있어도 당신을 도울 테니까. 그저 난 당신이 행복했으면 한다는 걸 알아줬으면 좋겠어요.”

말을 마치고 김승엽은 벽을 짚고 있던 팔을 천천히 내가 그녀의 어깨로 가져갔다. 하지만 끝내 그녀의 어깨에 닿지 못하고 허공에서 멈추었다. 그녀와 닿고 싶지만 주저하다 이내 팔을 내리고 한숨을 푹 쉬면서 밖으로 나갔다.

“...”

홀로 남겨진 우해영은 그 자리에서 멍해져 버렸다.

지금껏 살면서 그녀는 단 한 번도 이런 일을 겪어본 적이 없다.

우해영 주변에 있는 인간관계는 다소 간단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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