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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00화

검은색의 차가 한소은이 타고 있는 차 앞에 턱 하고 가로막았다.

운전기사가 미간을 찌푸리더니 푸념했다.

“남의 집 앞에 차 세운 거 모르나? 정말 예의 없는 사람이네요.”

그러고는 빵빵 하고 두 번 경적을 울리며 빨리 차 빼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상대방은 차를 빼줄 생각이 조금도 없는지 움직이지 않았다. 차 안에는 분명 누군가가 타고 있었다.

‘일부러 막고 있단 말이지?’

운전기사가 신경질이 나 경적을 한 번 더 울리자, 한소은을 보호하고 있던 경호원들이 모두 경계하는 자세를 취했다. 검은색의 차가 움직이지 않는 건 누가 봐도 고의적이었다.

모든 사람이 긴장감이 넘치게 경계하고 있을 때 검은색의 차가 갑자기 움직였다. 차를 조금 뒤로 빼더니 차 머리를 돌려 가버렸다.

이 상황은 모두를 당황하게 했다. 예상대로라면 검은색의 차에서 사람이 내려와 그들과 따지는 게 맞을 텐데 뜻밖에도 아무런 소동 없이 이렇게 가버렸다.

하지만 운전기사는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 2분 정도 그 자리에서 대기 하다 검은색의 차가 멀리 간 것을 확인하고서야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어이없는 사람이네요!”

그러고는 다시 차에 시동을 걸어 별장으로 향했다.

한소은은 차가 사라지는 방향을 한번 보았다. 그녀는 직감적으로 지금, 이 상황이 예사롭지 않다고 느꼈다.

방금 그 검은 차가 차 옆을 지나가면서 한소은은 차 안의 사람이 자기를 훑어 보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검은색의 차 유리창이 가리고 있어 정확한지는 모르겠지만 한소은은 문득 불안함이 마음속에서 솟아올랐다.

다행히 집에 도착해서는 예전과 다름이 없었다. 늦은 오후가 되어서 김서진이 오늘 늦게 온다며 전화가 왔다.

연말이 되어 회사 일이 얼마나 바쁜지 한소은은 잘 알고 있다. 국내의 업무는 물론 한소은이 거절한 해외의 업무도 그가 모두 대신 처리해 주고 있었다.

김서진이 전화 왔을 때 아까 봤던 그 검은색의 차에 대해 한소은은 입을 열지 않았다.

첫째는 이 일이 큰일이 아니라고 생각되었고 상대방이 자기에게 무슨 짓을 한 것도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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