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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07화

우해민이 구석에서 숨죽이고 있어도 무술을 몇 년 동안 배운 우해영이 눈치채지 못할 리가 없다.

“숨지 말고 기어나와!”

그녀가 버럭 소리를 지르자, 우해민의 가녀린 몸이 한번 흠칫하더니 빠르게 문 뒤에서 나갔다.

“언, 언니...”

우해민은 두려움에 쭈뼛거리며 우해영을 불렀다.

그저 보기만 해도 우해영은 짜증이 났다. 이 세계에 자기와 똑같은 얼굴을 한 동생이 자기와는 달리 겁이 많고 쭈뼛거린다는 생각에 순간 창피함이 몰려왔다.

“이리 와!”

우해영은 숨을 두 번 깊게 들이마시고 화를 간신히 억누르며 그녀에게 명령했다.

우해민은 그녀의 명령이 익숙한 듯 그녀의 앞에 가 멈추어 섰다. 고개를 푹 떨구고 어깨를 축 내리며 감히 그녀의 눈을 마주치지 못했다.

자기 앞에 겁에 질린 모습으로 서 있는 우해민을 머리부터 발끝까지 훑어보던 우해영은 문득 거즈로 감싼 우해민의 귓불을 보더니 며칠 전 발생했던 일이 생각났다. 그 일은 왠지 모르게 그녀의 마음을 불편하게 했다.

“귀는 좀 나았어?”

조금 딱딱한 말투였지만 걱정이 되어 물어보는 것 맞았다. 우해민은 갑작스러운 그녀의 관심에 화들짝 놀라며 고개를 번쩍 들었다. 그녀의 눈과 딱 마주쳤을 때 다시 겁에 질린 토끼 눈을 하고 고개를 푹 숙이며 대답했다.

“거, 거의 다 나았어.”

“나았으면 됐어. 앞으로는 그런 짓 할 생각 하지 마.”

“응.”

우해민이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아무 뜻 없이 물었던 우해영의 머릿속에 문득 이후의 일들을 생각하게 되었다.

원래의 계획대로 라면을 우해민이 자기를 대신해 김승엽과 결혼을 하고 그 뒤의 일은 신경 쓰지 않을 생각이었다. 그녀는 오직 무술 고서를 손에 넣으면 되었기에 남자에 대해 관심이 하나도 없었다. 심지어는 우해민이 자기를 대신해 자기의 신분으로 그 남자와 결혼하고 잠을 자게 된다면 앞으로 번거로운 일들이 많이 줄어들 거라는 생각도 했었다.

이렇게 되면 자기는 무술 연습에 온 신경을 쏟아부을 수 있게 되고 가문을 일으켜 세우는 데에 신경을 쏟아부을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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