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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10화

“당신이 우리 집까지 찾아온 이유가 이거 때문에 아닌가요? 왜요, 내 아내를 떠볼 용기는 있으면서 상자를 열어 볼 용기는 없는 거예요?”

김서진은 말을 돌려 하지 않았다. 그는 어젯밤 한소은을 기습한 여자가 우해영이라는 걸 확신했다.

그런데도 우해영은 이 사실을 인정할 생각이 없었다. 헛웃음을 한번 짓더니 애매모호한 표정으로 물었다.

“김서진 씨, 무슨 말을 하는지 난 잘 모르겠네요. 당신의 아내를 떠보다니요? 난 당신 집에 간 적도 없는걸요. 아, 혹시 김씨 고택을 말하는 거라면 당신 작은아버지와 곧 결혼할 사이라서 간 거예요. 그러고 보니 앞으로는 날 작은어머니라 불러야 하겠네요?”

그녀가 인정하지 않자, 김서진은 더 이상 그녀를 밀어붙이지 않았다.

“호칭은 결혼하고 바꾸어도 늦지 않아요. 우해영 씨, 내가 준 선물을 열어보지 못하는 건 내가 선물에 무슨 짓이라도 했을까 봐 걱정되는 건가요? 아니면 내가 준 선물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인가?”

우해영은 자기의 맞은편에 앉은 이 남자를 천천히 진지하게 바라보았다.

사실 그녀는 김서진을 자기의 상대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녀에게 있어서 무술을 배우는 것만이 가장 중요한일이다. 어려서부터 무술에 푹 빠져 있었고 가업 같은 데에는 관심이 없었다. 아버지가 가업을 크게 만들지 않았더라면 우씨 가문도 지금의 큰 가문이 되지도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우해영은 아버지가 사업을 위해 무술을 포기한 게 멍청한 짓이라고 생각했다. 혹은 자기의 아버지는 무술을 배울 재능이 없었는지도 모르겠다.

고대 무술 가문에서 우씨 가문은 세 손가락에 꼽히는 가문이었는데 나중에는 가문을 이을 후계자들이 하나둘씩 무술을 포기하는 바람에 점차 몰락했다.

우해영은 우씨 가문의 무술을 발전하고 고대 무술 가문을 다시 일으켜 세워 온 세상 사람들이 우씨 가문의 무술을 인정하게 만드는 게 소원이었다. 다른 가문이 모두 우씨 가문 앞에서 무릎을 꿇게 만들고 싶었다.

이렇게 생각하니 그 상자를 바라보던 눈빛이 달라졌다.

김서진은 이 상자에 담긴 물건이 그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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