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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17화

김서진이 할머니의 전화를 받았을 때 회사에서 회의 중이었다. 새로운 프로젝트의 설립과 해외 진출에 대해 보고받아야 했기 때문에 전화를 받지 않으려 했었다. 하지만 데이터 분석을 위해 핸드폰 화면을 컴퓨터와 연동하고 있을 때, 전화가 들어오자, 회의가 중단되었다.

그는 전화를 끊고 서둘러 회의를 마치고 사무실로 가서 다시 전화를 걸었다.

전화를 받은 김서진의 할머니는 화를 내며 그에게 물었다.

"지금 어디야?"

"회사에 있어요."

김서진은 할머니의 기분이 좋지 않다는 걸 단번에 알아차렸다.

"당장 집에 들어와!"

"지금요?"

"지금 당장!"

잠시 머뭇거리다 한마디 더 덧붙였다.

"네 아내도 데려와"

그가 대답하기도 전에 그의 할머니가 이어서 말했다.

"안 데려오면 사람을 시켜서 데려오라고 할 거야! 그보다, 그 애가 임신했다던데 얼마나 귀하길래 이 늙은이가 한번 보고 싶어도 볼 수 없는거야?"

"......"

김서진은 입술을 꾹 다물었다. 그는 전화로 할머니와 논쟁하고 싶지 않았다.

"알았어요."

할머니가 갑자기 자기를 찾는 건 아마도 우해영과 관련된 일이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그녀가 김승엽과 할머니에게 어떻게 말했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별로 신경 쓰이지 않았다.

한 시간 후, 김서진의 차가 천천히 김씨 고택으로 들어왔다. 그의 할머니는 거실에 앉아 지팡이를 손에 꼭 쥔 채 경계하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김승엽은 노부인의 옆에 서 있었고 노부인의 표정은 좋지 않았다. 김지영은 입가에 미소를 머금고 옆에 앉아 구경했다.

"할머니."

김서진은 걸음을 멈추고 다시 주위를 한번 둘러보더니 입을 열었다.

"이 시간에 왜 아직 낮잠을 주무시지 않았어요?"

"낮잠?"

김서진의 할머니는 못마땅한 듯 그에게 차갑게 말했다.

"내가 평생 낮잠에서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건 아니고?”

"할머니, 무슨 말을 그렇게 하세요!"

"허! 누가 감히 김 대표님한테 막말하겠어? 내가 고작 몇 마디 한거 가지고 막말했다고 생각해? 그럼, 여자를 때릴 때 얼마나 힘이 들어갔는지는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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