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혹시 김서진 그 자식, 우리 김씨 집안의 핏줄이 아닐 수도 있지 않을까요?”김지영의 말을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김승엽은 어쩌면 이 의심이 맞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야!”노부인은 그의 손을 '탁' 치며 호통을 쳤다.“혈통 문제는 네가 함부로 말할 수 있는 게 아니다!”어머니가 자기의 손을 쳐냈지만, 힘이 들어가지 않은 것으로 보아 정말 화가 난 게 아니라는 걸 잘 알았다. 그러면서 아무렇지 않은 듯 이어서 말했다.“잘못 말한 것도 아니에요. 그 여자는 큰형이 밖에서 데려온 거잖아요. 결혼식도 밖에서 치른 거고, 그 여자를 집으로 데려왔을 때 이미 임신한 상태였어요. 큰형의 아이인지 아닌지는 아무도 모르는 거죠. 큰형이 마음이 약해서 자기애가 아닌 걸 알고도 받아 준 것일 수도 있죠. 게다가 지금은 확인할 방법도 없잖아요!”김승엽의 말이 끝나자, 아무도 대답할 수 없었다. 노부인과 김지영 모두 침묵을 지키며 마음속으로는 의심하였다.“그러면... DNA검사를 해보는 건 어때요?”김승엽이 방법을 한가지 제시했다.“네 형이 죽은 지가 벌써 십 년도 넘었는데 어떻게 DNA 검사를 해. 그 여자도 이미...”노부인이 한숨을 푹 쉬며 말했다. 지금, 이 상황이 피곤하기만 했다.“엄마, 지금은 부모와 자식 간의 친자 검사 외에도 조부모님과 손주 사이의 친자 검사도 할 수 있어요. 혹시…. 그러니까 만약에 서진이가 정말 우리 김씨 가문의 핏줄이 아니라면,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사람에게 우리 가문의 가업을 손에 쥐고 흔들게 할 순 없잖아요. 아버지가 살아 계셨어도 이런 일은 모른 체 하지 않으셨을 거예요!”아까까지만 해도 망설였던 노부인은 김지영의 말을 듣고 마음이 조금 흔들렸다.‘그래. 만약 이 모든 게 그 여자의 계략일 뿐이었다면, 서진이 그 애가 정말 김씨 가문의 핏줄이 아니라면 그 애를 김씨 가문에서 쫓아내고 승엽이가 가주의 자리를 가지게 되는 것도 불가능한 일이 아니야.’피 한 방울도 섞이지 않은 사람이
위시루는 당연히 시청예가 자신을 도와주기를 바라지 않았고, 지금 그녀가 더 염려하는 것은 시야오가 어디서 그의 최고의 무술을 배웠고, 그가 어떤 최고의 비밀을 숨기고 있는지였다. 오랜 세월을 배워온 그녀는 갑자기 자신이 접하지도 배우지도 못한 심오하고 강력한 무술을 피부로만 접한 것 같았고, 생각만 해도 억울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이 순간, 그녀는 부상을 입었지만 전혀 기다릴 수 없었고 즉시 누군가에게 시야오가 어렸을 때 시 사부를 따랐던 곳을 찾아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이 최근 기간 동안 회사 업무는 보류되었고 그녀의 모든 관심은 비밀 책에 집중되었습니다. 이제 회사에서 연락이 왔고, 회사를 돌보는 비서가 있지만 가끔씩 개인적으로 처리해야 할 일들이 여전히 남아있었습니다. 일어나려는 찰나, 가슴에 둔탁한 통증이 느껴지면서 몇 번 기침을 했다. 시야오가 얼마나 많은 힘을 사용했는지는 확실하지 않았지만 내부 호흡을 과도하게 사용했기 때문에 더 깊은 부상을 입었습니다. 이전에 쑤윈과 싸웠을 때, 비록 그녀가 어떤 이점도 얻지 못했지만, 그녀는 자신이 훨씬 더 강하다고 느끼지 못했고, 그때는 쑤윈이 전혀 상대가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아니면 임신이 그녀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요? 원래는 안되면 그냥 공개적으로 나오면된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공개적으로 나오기가 매우 어려울 것 같습니다. 시야오의 무시무시한 상대는 말할 것도 없고 소윤조차도 상대하기 어려웠다. 이마에 주름을 잡으며 그녀는 회사 업무에 참석하고 싶지 않았고 전혀 움직이고 싶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전화가 그녀를 재촉했고, 그녀는 짜증 섞인 목소리로 "이 작은 문제도 처리하지 못하면 내가 너희를 키운 거야?"라고 전화기를 향해 소리쳤다. 그리고는 단숨에 전화기를 바닥에 내려쳐서 화면을 깨뜨렸습니다. 화를 낸 후 그 사람도 많이 진정되었고, 비서가 도움이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일부 문서에 서명을해야 괜찮고 비밀을 알 수 없기 때문에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우씨 가문으로 돌아가라고 했던 언니가 이번에는 자기더러 회사로 출근하라고 하다니, 우해민은 언니의 마음이 너무 빠르게 변한다고 생각했다.“아니면 다행이고. 이거 하나만 잘 기억해. 넌 내가 키우는 내 그림자야. 내가 뭘 하라고 하면 넌 말없이 내 명령만 들으면 되는 그림자라고. 알겠어?”우해영은 몇 번이고 ‘그림자’라는 단어를 강조했다. 그녀는 이런 말로 우해민이 자기가 존재하는 가치를 잊지 못하게 만들었다.자기가 존재하는 가치를 잊지 말고 주제넘게 자기 멋대로 무엇을 할 생각도 하지 말아.“응, 잘 기억했어. 난 언니의 그림자야. 난 언니를 위해서 존재하는 거야.”우해민은 다시 한번 이 말을 반복했다. 그 모습은 마치 명령을 입력해 둔 로봇 같았다.자기의 말을 잘 듣는 우해민을 보자, 우해민은 조금 화가 사그라들었다. 그녀의 말에 만족해하며 말했다.“회사에 처리해야 하는 서류가 좀 있어. 리수가 어떤 서류에 사인하면 되는지 알려줄 거야. 회사에 가서 말은 삼가고 서류에 사인만 하고 돌아오면 돼. 한두 번 가본 것도 아니니까 잘 알지?”“응! 알지.”우해민이 고개를 끄덕이자, 우해영이 이제 가보라며 손을 저었다. 우해민이 나가는 걸 확인하고서 다시 소파에 누웠다.우해영은 며칠 동안 다친 것을 회복하는 데만 신경 쓸 예정이다. 자기가 보낸 사람은 아마 곧 소식을 전해올 것이다. 분명 무술 비적은 자기가 가지게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만약 자기가 그 무술 비적을 손에 넣을 수만 있다면 자기의 재능과 몇 년 무술을 배운 기초가 있기에 최상의 자리까지 올라가는 건 얼마 걸리지 않을 것이다.그때가 되면 고대 무술 가문을 다시 일으켜 세우고 무술을 하지 못하는 어리석은 사람들에게 진정한 무술이 무엇인지 알려줄 것이다.우해민은 차를 타고 회사로 향했다.지금 그녀의 스타일은 완전히 우해영과 똑같았다. 차를 운전하는 기사도 그녀가 우해영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할 정도였다.사실 그녀들과 친밀한 사람 몇몇 외에는 두 사람
우해민의 부모님은 무술에 재능이 없었지만, 사업에는 어느 정도 재능이 있었다. 사업을 크게 하진 않았지만 지금 하는 사업을 잘 유지해 나갔다. 대대로부터 축적해 둔 재부가 있었기에 각 분야에서 산업을 보유하고 있었다.제성쪽의 자회사도 최근 몇 년에 걸쳐 확장한 것이다. 게다가 이제는 제성에서 뿌리를 박을 생각이었기에 점차 사업 중심을 제성쪽으로 옮겨오고 있었다. 우해영이 사업하는 걸 싫어하면서도 인내심을 가지고 업무를 처리하는 원인도 이것 때문이었다.어떻게 보면 우해민은 우해영보다 사업에 대해 더 잘 알고 있다. 가끔 우해영을 대신해 회사로 나가 사인을 하는 것이지만 매번 형식적으로 사인만 하는 게 아니었다. 우해민은 항상 서류의 데이터를 꼼꼼하게 살폈고 심지어는 오류나 실수도 지적하곤 했다.하지만 중요한 회의에는 항상 우해영이 참석했다. 회사 주주들이 눈치채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였다.차에서 내린 우해민은 차가운 눈빛을 하고 얼굴의 웃음기를 싹 감추었다. 그녀에게서 우해영과 같은 차가운 기운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그녀는 빠르게 회사로 걸어 들어갔다. 지나가는 곳마다 회사직원들이 허리를 굽히며 인사했다.“우 대표님.”우해민은 그들에게 눈길도 주지 않고 말없이 사무실로 들어갔다. 우해영의 비서 리수가 서류를 한 아름 안고 그녀를 따라 들어갔다.“우 대표님, 이 서류들은 지금 바로 사인하셔야 할 서류입니다. 그리고 이건 대표님 확인이 필요합니다. 저번에 이 대표님이 말했던 새 프로젝트에 관련된 내용입니다. 이 대표님이 오늘 답변을 해달라고 하셨습니다.”그녀는 말하면서 서류들을 우해민 앞으로 가져다주었다.우해민은 자리에 앉아 미간을 찌푸리며 서류들을 한번 보다가 리수를 한번 흘겨보았다.우해영의 비서인 리수도 자기가 우해영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보지 못했다. 리수는 정장을 입고 있었다. 자기의 몸에 딱 맞게 수선한 정장은 그녀가 세련되고 섹시하게 만들어 주었다.비서도 자기만의 스타일을 추구할 수 있고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데 자기는 평생 우
그녀는 언니가 필요할 때만 밖에 나와서 바람을 쐴 수 있다.그래서 가끔은 우해영이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게 좋았다.지금처럼 그녀에게 주어진 한가한 시간은 정말 드물었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 그녀는 한 번도 생각해 보지 않았다. 어쩌면 미래가 없을지도 모르겠다. "뚜--"인터폰이 울리자, 리수의 목소리가 전해져 왔다. "대표님, 김씨 성을 가진 남자가 약속 없이 찾아왔습니다,”‘김씨 성을 가진 남자?’이 말을 들은 우해민의 가슴이 순간 뛰었다. 그녀의 머릿속에 김승엽의 얼굴이 떠올랐지만 이내 머리를 저으며 부정했다. 저번에도 김승엽인 줄 알았는데 찾아온 사람은 김서진이었다. 이 세상에 김씨 성을 가진 사람이 김승엽 하나뿐만이 아니다.찾아온 사람이 누가되었든 우해민은 만날 권리가 없었다. 언니에게 전화를 걸어 물어보려던 순간 문이 열렸다.정확히는 문이 강제적으로 열리며 밖에 있던 사람이 쳐들어온 것이다. 김승엽은 아무렇지 않은 표정이었고 옆에 따라 들어온 리수가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그를 붙잡고 있었다.“대표님께서 아직 들어오라 허락하지 않았다고 말했는데…. 이 사람이 억지로...”“넌 내가 어떤 신분인지 모르지! 난 앞으로 너희 대표님 남편이 될 사람이야. 이런 내가 예약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김승엽은 우쭐하며 말했다.말로는 이렇게 했지만, 눈으로는 우해민의 눈치를 살피고 있었다. 사실 그는 그녀를 조금 두려워하고 있었다.그때만큼은 아니지만 여전히 팔이 조금 아팠다. 아픈 팔은 이 여자가 변덕스럽고 다시는 그녀의 성질을 건드리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상기시켜 주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김씨 가문을 가지려면 그녀의 도움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다른 건 몰라도 지금 그가 와 있는 이 회사가 김씨 가문의 회사만큼 크고 역세권에 자리하고 있지 않지만 그래도 나름 대기업이었다. 게다가 이 회사는 제성에 자리 잡은 지 얼마 되지 않은 새로운 자회사이니 자기가 이 회사를 관리하게 된다면 김서진과 싸울 자본이 없는 것도 아니다.그래서 두려운
우해민는 움직이지도 않고 가만히 서서 그를 바라보며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는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그녀가 이런 표정을 짓자, 김승엽은 감히 움직이지 못했다. 그러다 몇 발짝 앞으로 갔다가 감히 가까이 다가가지 못하고 가만히 서 있었다. 그녀가 갑자기 얼굴을 바꾸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몰라 두려웠다.그러면서 조심스럽게 그녀의 얼굴을 올려다보았다. 화장한 모습이 저번처럼 창백하지 않고 훨씬 좋아 보였고, 많이 회복한 것처럼 보였다."해영 씨, 이젠 괜찮아요? 부상은 좀 나아졌어요?"김승엽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녀에 대한 관심을 표현하는 건 절대 틀리지 않으리라 생각했지만 그래도 그녀가 화가 났는지 눈치를 살폈다.하지만 그는 틀렸다!오늘 김승엽을 만난 우해민의 마음속은 이미 두근거리다 못해 터질 것처럼 뛰고 있었다. 그녀는 벌써 며칠 동안 그를 만나지 못했다. 언니가 김씨 가문으로 들어가 살게 된 후부터는 그를 볼 기회가 더욱 없었다. 마음속의 그리움은 하루하루 더 깊어졌다.우해민은 단 한 번도 누군가를 이렇게까지 그리워한 적 없었다. 이전에 어머니, 아버지와 오랜 시간 떨어져 있었어도 이 정도로 그립지 않았다.지금 그녀는 김승엽이 너무도 그리웠다. 그녀는 그가 그립다 못해 당장이라도 그의 품으로 안기고 싶었다.하지만 우해민은 자기의 신분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지금,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우해영의 이름으로 그저 냉정하고 도도하게 그 자리에 서 있을 수밖에 없다.하지만 김승엽의 말은 그가 지금 마주 보고 있고 걱정하는 사람이 바로 자신의 언니라는 사실을 상기시켜 주었다.‘언니가 다쳤다는 소식을 듣고 걱정이 되어 사무실로 찾아왔던 거구나. 이 사람은 언니를 위해 여기까지 온 거야. 나, 우해민을 위해서가 아니야. 내가 아무리 그리워해도 달라질 건 없어. 이 사람이 걱정하는 건 내가 아니라 언니야. 이 사람은 내 이름조차도 모르는걸.’이렇게 생각하던 우해민의 눈빛이 어두워지며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참견하지 말아요!”“...
김승엽은 문이 있는 방향을 흘끗 보았다, 문까지 거리는 얼마 멀지 않았다. 정말 그녀가 자기에게 손을 댈 것 같다면 바로 일어나서 도망가면 된다.‘혹시 커피를 뿌리면 시간을 좀 더 벌 수 있지 않을까?’그러면서 손에 든 커피를 보더니 더 이상 마시지 않고 그저 손에 들고 있었다.그가 자기와 거리가 멀어지자 우해민은 기분이 더욱 나빠져 차갑게 말했다.“내가 그렇게 싫어요?”“네? 아...”갑작스러운 물음에 당황한 김승엽은 연신 고개를 저었다.“그럴 리가요! 내가 당신을 싫어할 리가 없잖아요. 왜, 왜 그렇게 묻는 거예요? 난 그저 당신 몸이 걱정되어서 와 본 거뿐이에요. 혹시 몸이 많이 않좋아서... 그렇게 말하는 거라면 그, 그렇다면...”우해민이 자기에게 다가오자, 김승엽은 갑자기 말을 더듬기 시작했다.‘설, 설마 정말 날 때리려는 건 아니겠지? 도대체 어디가 마음에 안 들어서 그러는 거지? 죽더라고 원인을 알려줘야 할 거 아니야!’“그…. 그게, 내가 갑자기 급한 일이 생각나서...”김승엽은 커피잔이 손에서 미끄러진 척하며 커피를 다가오는 우해민에게 획 뿌리고는 황급히 달아나려 했다.“앗!”방심한 우해민은 그가 뿌리는 커피를 정면으로 맞아버렸다.우해영 만큼 실력이 좋지 않았지만 우해민도 자기 몸을 방어하는 무술을 배웠었다. 하지만 언니와 비교하면 그야말로 천지 차이였다. 그래서 밖을 나갈 때면 항상 아무도 모르게 그녀를 보호하는 경호원이 배치되어 있었다. 우해영의 무술이 뛰어난 건 다들 아는 사실이었기에 처음에 그녀가 우해영 행세할 때 종종 그녀에게 싸움을 걸어오는 사람이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오래 지난 지금은 거의 싸움을 거는 사람이 없어졌다.그녀가 빠르게 커피를 피했지만, 옷에는 여전히 커피가 튀어있었다. 그녀의 비명을 듣고 김승엽은 무의식적으로 뒤돌아보았는데 주저하는 순간 우해민에게 잡히고 말았다.‘젠장, 망했네!’김승엽은 식은땀을 흘렸다. 더럽혀진 그녀의 옷을 보고 그녀가 화가나 자기의 손목을 부러뜨리지 않을까 하는
그가 그녀에게 키스했을 때 우해민은 혼란스러웠다. 정신을 차리고 나서는 자신이 원했기 때문인지 그를 밀어내지 않았다.그녀는 이 남자를 미친 듯이 그리워했다. 그를 원했고 그와 함께 있고 싶었기 때문에 그의 키스를 거절하지 않고 천천히 회답해 주기까지 했다.그녀의 회답을 느낀 김승엽은 그녀가 이전처럼 거칠고 잔인하지 않고 이번에는 수줍은 평범한 소녀처럼 행동하는 것에 더욱 행복했다.그 순간 그는 아까 느꼈던 두려움과 공포를 모두 잊어 버렸다. 그러고는 그녀를 번쩍 들어 안 거 소파에 눕혔다.우해민은 그칠 줄 모르는 키스에 어질어질해졌다. 이 느낌이 너무 좋다고 생각했다. 이건 그녀가 단 한 번도 느껴본 적 없는 느낌이었다. 이 순간만큼은 모든 고민을 잊어버리고 모든 것을 잊어 버렸다. 그저 그가 자기의 입술, 얼굴, 목덜미에 키스하는 걸 느꼈다.김승엽의 손이 자기의 옷을 파해 치고 들어와 피부에 닿았을 때 우해민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러고는 황급히 있는 힘껏 그를 밀어내었다. "아야…. 아야!"갑작스럽게 밀려나니 김승엽은 그대로 소파에서 굴러떨어졌다. 얼굴을 찡그리며 연신 아프다고 엄살을 부렸다.바닥으로 떨어진 것이었지만 사실 김승엽은 그다지 아프진 않았다. 그녀가 힘껏 밀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적어도 자기의 손을 꺾을 때의 그런 힘이 아니었다.김승엽은 바닥에 앉아 그녀를 바라보았다. 역시 희로애락이 불분명한 여자라고 생각했다. 1초 전까지만 해도 자기의 키스를 느끼던 여자가 갑자기 돌변하니, 정말 감당하기 힘들었다.“괜찮아요?”그의 고통스러운 목소리를 들은 우해민이 걱정스러운 말투로 급히 물었다.그러고는 자기의 이미지에 맞지 않다고 느꼈는지 헛기침을 한번 하고 다시 차가운 말투로 말했다.“여긴 내 사무실이에요!”우해민은 문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보안을 위해 사무실로 들어와서 바로 커튼을 내린 게 다행이었다. 밖에서는 사무실 안의 상황을 볼 수 없다는 걸 알아차리고 나서야 안심의 한숨을 내쉬었다.방금 그녀는 그의 키스에 완전히 빠
소은은 고개를 들어 눈물을 참으며 말했다. “한 가지 이상한 게 있어요.”“무슨 일이에요?” 임남을 달래던 임상언이 무심히 되물었다.“로사 왕자는 감금된 것이 아니라 그날 Y국으로 송환되었다고 들었는데, 그렇다면 왜 그동안 로사 왕자와 연락이 닿지 않았던 걸까요?” 소은의 말에 임상언은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 “두 가지 가능성이 있겠죠. 신호가 나쁘거나 핸드폰을 확인하지 못했을 수도 있고, 로사 왕자가 저희 연락을 거부하고 있을 수도...”두 사람은 잠시 눈을 마주쳤다. 말은 없었지만, 둘 다 이미 답을 얻은 듯했다. 로사 왕자가 그토록 연락을 피하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도 나름의 계획을 세우고 있는 건가?...3일 후. 소은은 마지막 침을 놓고 손을 거두었다.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고 여왕을 쳐다보며 말했다. “오늘 시술로 폐하의 다리에 감각이 돌아오실 겁니다. 하지만 일어서는 건 천천히 시도하셔야 합니다. 너무 서두르시면 안 돼요.”소은은 말을 마치고 갑자기 미소를 지었다.“무엇 때문에 웃는 거지?” 여왕은 여전히 자신의 다리를 어루만지며 물었다. 이미 이틀 전부터 약간의 감각이 돌아왔음을 느낀 터라, 소은의 말이 사실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소은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제가 쓸데없는 일을 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어서요. 사실 R10 실험을 고집하신다면 결국 폐하께서는 이 몸을 떠나게 되실 텐데, 제가 이 몸에 애쓰는 일이 무슨 의미가 있겠어요?”여왕은 눈을 가늘게 뜨며 물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계속한 거지?”“어쩌면, 폐하께서 마음을 바꾸실 지도 모르니까요.” 소은은 부드럽게 대답했다. “어쩌면 자신의 몸이 무엇보다 소중한 것이라는 걸 깨닫게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거든요.”“우리 모두 이 세상에 올 때 두 손은 비어있지만, 이 몸만은 오로지 우리 자신의 것이죠. 몸마저 버리신다면, 그 영혼은 여전히 진짜 자신일 수 있을까요?”“그렇구나.” 여왕은 잠시 생각에 잠기더
소은은 조용히 몸을 일으키며 여왕을 쳐다보았다. “물론이죠.” 소은은 담담하게 답했다. 그 대답에는 원망이나 비난의 기색은 전혀 없었다.“그렇다면... 조금 아쉽네.” 여왕은 생각에 잠긴 듯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얻는 것이 있으면, 잃는 것도 있기 마련입니다. 세상 모든 일은 균형을 맞추려 하죠. R10이 폐하께서 이루고자 하는 꿈이라면, 저는 그것을 막을 수 없어요. 다만, 그때가 되어 성공하든 실패하든, 저는 그 모습을 보지 못할 테니 부디 후회하지 않으시길 바랍니다.” 소은은 살짝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문 밖으로 나갔다.릭은 여전히 문 앞에서 대기 중이었다. 그녀와 여왕의 대화가 거의 다 들렸던 듯, 둘의 시선이 잠시 교차했다. 소은이 그를 지나쳐 나가자, 릭은 곧장 방으로 들어갔다.“여왕 폐하.” 릭은 여왕을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그녀의 다리에 꽂힌 은침을 보자 릭의 눈빛이 굳어졌다. “이건...”“괜찮아. 곧 소은이가 와서 침을 빼줄 거야.” 여왕은 무심하게 손을 흔들며 말했다.릭은 여전히 불안한 눈빛으로 말했다. “폐하께서 너무 방심하시는 것 아닙니까? 만약 한소은이 폐하께...”“그럴 리 없다.” 여왕은 단호히 그의 말을 잘랐다.릭은 당황한 얼굴로 물었다. “설마 그 여자를 믿으시는 겁니까?”여왕은 대답 대신 잠시 침묵을 지켰다. 그녀도 릭의 질문이 아니었다면 자신이 소은을 믿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했을 것이다. 오랜 세월 누구도 쉽게 믿지 않겠다고 다짐했지만, 그녀는 소은을 의심하지 않았다. 심지어 은침에 독이 묻어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제가 가서 잡아오도록 하죠.”여왕이 생각에 잠기자 릭은 바로 뒤돌아섰다.“거기 서!”여왕은 결연히 말했다. “난 믿어.”릭은 한참을 침묵하며 여왕의 결정을 받아들였다....임상언은 아들을 다시 만날 수 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비록 아들을 구하려는 결심을 굳혔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희망이 사라지는 듯했다.
소은은 허리춤에서 허리띠처럼 생긴 물건을 꺼내더니 조심스럽게 풀어내며, 그 안에 숨겨진 가느다란 은침을 꺼냈다.“이건...” 여왕은 깜짝 놀라며 소은을 쳐다봤다. 소은이가 은침을 항상 가지고 다닐 줄은 상상도 못 했던 것이다.“말해봐, 네 요구가 뭐지?” 여왕은 깊게 숨을 들이마시며 마음을 가다듬으려 애썼다. 너무 무리한 요구라면 거절하면 그만이다. 여왕은 절대 소은에게 휘둘리지 않겠다고 다짐했다.소은은 차분하게 말했다. “제가 여기서 나올 수 있었던 건 로사 왕자님 덕분입니다. 그러니, 왕자님을 책망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그게 다야?” 여왕은 의아해하며 물었다. 소은이 여기까지 와서 자신과 조건을 따지는데, 결국 요구한 게 단지 로사를 처벌하지 말라는 거라니. 자신이 잘못 들은 건가 싶었다.“로사는 내 아들이다. 내가 정말 내 아들에게 손을 댈 리는 없지. 괜히 기회를 헛되게 쓴 건 아닌가?” 여왕은 고개를 저으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전 폐하께서 정말 로사 왕자님께 처벌을 내리시지 않을지 장담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왕자 폐하께서 저를 구해준 건 사실이기에 저도 왕자 폐하를 위해 무언가를 해야 할 것 같았습니다.” 소은은 조용히 말했다. “게다가 지금 왕자 폐하를 감금하시고 자유를 제한하고 계시지 않나요?”여왕은 의아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아니야. 난 단지 로사를 Y국으로 돌려보냈을 뿐이야.”“로사가 여기서 내 일을 여러모로 방해하긴 했지만, 우리 모자 사이가 더 악화되기를 바라지 않았다. 국내에서도 로사가 필요하니 Y국으로 돌려보낸 것뿐이다.” 여왕은 담담하게 말했다.“그런데 왜 왕자 폐하의 전화가 연결되지 않죠?” 소은은 잠시 멈칫했다. 단지 귀국했다면 국제전화를 받을 수 있을 텐데, 연락이 닿지 않았기에 여왕이 로사를 가둬놓았다고 오해할 수밖에 없었다.여왕은 깊은 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나도 잘 모르겠군. 그날 내가 화가 났던 건 사실이지만, 곧바로 Y국으로 돌아가도록
“삼일이면 됩니다.” 소은은 여왕을 쳐다보며 작은 소리로 말했다.“삼일? 고작 삼일?” 여왕의 눈에는 믿기지 않는 놀라움이 서렸다. 그녀는 적어도 몇 달, 아니 최소한 몇 년은 걸릴 줄 알았다. 그러나 고작 삼일이라니, 그녀로서는 상상도 못 한 시간이었다.삼일쯤이야. 십 수년을 이렇게 버텨왔는데, 삼일쯤 더 기다린다고 달라질 게 뭐 있겠는가?“삼일 안에 정말 나아질 수 있는 건가? 내가 정말 다시 일어서서 걸을 수 있는 건가?” 여왕은 두 손으로 자신의 다리를 힘껏 눌렀지만 여전히 아무런 감각이 없었다. 그녀는 소은의 말을 쉽게 믿을 수가 없었다. 이 다리가 감각을 잃은지 너무 오래되어 치료할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여왕은 여러 나라의 명의를 찾아 다녔지만, 그들은 단지 병의 악화를 늦출 수 있을 뿐 다리를 완전히 회복시키는 건 불가능하다고 했었다. 그러나 지금 소은은 그녀 앞에 서서 확신에 찬 얼굴로 가능하다고 말하고 있었다. 그녀는 속으로 자신도 모르게 그 말을 믿고 싶어졌다.“이전처럼 완벽하게 걸을 수 있을 거라고 장담할 순 없어요. 너무 오랫동안 움직이지 않아서 근육이 많이 위축됐거든요. 하지만 서서히 일어나서 조금씩 회복하는 것은 가능합니다.” 소은은 진지한 어조로 답했다.여왕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정도라도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젊었을 때처럼 완전히 회복되는 것을 기대하지 않았다. 그러나 만약 휠체어와 지팡이 없이 다시 일어설 수 있다면, 그 자체로도 그녀에겐 더할 나위 없는 희망이었다.“좋아. 삼일, 기다리겠네. 필요한 게 있나?” 여왕은 기분이 좋아져 말을 한층 부드럽게 했다.“임남...” 소은이 말을 꺼내자마자 여왕의 얼굴이 굳어졌다. 그녀는 곧바로 고개를 저으며 거절했다. “그건 안 돼. 그런 요구는 하지 마라.”“제가 말한 건 임남을 바로 풀어달라는 게 아닙니다. 그냥... 그 아이가 괜찮은지 알고 싶고, 가능하다면 아버지와 한 번 만날 기회를 주시면 좋겠습니다.”
“이 실험을 결정할 수 있는 사람은 저와 프레드 뿐이기 때문입니다.” 소은은 잠시 생각하다가 덧붙였다. “아니면 주효정을 믿으실 건가요?”“나는... 아무도 믿지 않아.” 여왕은 얼굴을 차갑게 굳히며 휠체어를 돌렸다.“여왕 폐하께서 이 실험에 집착하고 계시는 건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인가요? 세상을 둘러보고 싶다거나, 짐을 내려놓고 잠시 쉬고 싶은 마음은 전혀 없으신가요? 수십 년간 왕좌에 오르셨지만, 정말로 아직도 그 삶이 좋으신가요? 언제나 긴장하며 위태로운 자리를 견디는 고단한 나날, 정말 아직도 벗어나고 싶지 않으신가요?” 소은은 여왕의 등을 쳐다보며 부드럽게 물었다.여왕은 아무 말 없이 자신의 무릎을 쓰다듬으며 고개를 살짝 떨구었다. 그녀는 시선을 다리로 내리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세상을 둘러본다? 나는... 걷는 게 어떤 느낌인지도 잊어버렸어.”여왕은 오랜 세월 동안 다리를 쓰지 않았고, 처음에는 억지로라도 일어설 수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상태는 악화되었고 이제는 아예 휠체어 없이는 움직일 수 없게 되었다. 그녀는 휠체어에 익숙해졌다고 생각했지만, 소은이 ‘세상을 둘러보라’는 말을 꺼내자 가슴이 아팠다.“만약... 폐하께서 다시 일어설 수 있다면요? 제가 다시 걷게 해드린다면요?” 소은은 조용히 여왕의 뒤에 서서 말했다.여왕은 잠시 멈칫하더니, 눈빛이 날카롭게 변하며 휠체어를 돌려 소은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정말이냐?” 여왕의 눈에는 억누를 수 없는 희망과 깊은 의심이 뒤섞여 있었다.소은은 대답 대신 그녀의 시선을 천천히 여왕의 다리로 내리고, 천천히 다가가서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손을 뻗어 여왕의 무릎 위에 가볍게 손을 올렸다.여왕은 살짝 몸을 떨었다. 사실, 그녀의 다리는 거의 완전히 감각을 잃은 상태라서 소은의 손길도 느껴지지 않았지만,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움츠러들었다. 아마도 너무나 간절히 다시 일어서고 싶기 때문이었을 것이다.소은은 아무 말 없이 여왕의
“맞아요, 임남 때문이기도 하지만, 폐하 때문이기도 합니다.” 소은은 주저하지 않고 대답했다. “제가 정말로 떠나버렸다면, 가장 초조해지는 사람은 사실 여왕 폐하 아닐까요?”여왕은 코웃음을 치며 차갑게 말했다. “내가 초조해질 이유가 뭐지? 어차피 내 손엔 네 약점이 있잖아. 너를 다시 잡아오는 것도 전혀 어려운 일이 아니고.”“약점이요? 임남 말씀이신가요?” 소은은 부드럽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잊지 마세요, 임남이는 제 아들이 아닙니다. 저에게는 제 친자식이 셋이나 있어요. 만약 제가 마음을 단단히 먹고 임남을 포기해 제 아이들을 지키려 한다면, 그 약점이 과연 제게 약점이 맞을까요?”여왕이 입을 열기도 전에 소은은 다시 말을 이었다. “게다가, 그 아이에겐 목숨을 걸고서라도 구하려는 아버지가 있습니다. 만약 임상언이 폐하께 끝까지 맞서기로 결심한다면...” “폐하께서야 높은 자리에 있으니 이런 평범한 상인을 하찮게 여기실 수 있지만, 임상언 씨가 단순한 상인이 아니라는 걸 잊으시면 안 됩니다. 임상언 씨의 사업은 세계 곳곳에 뻗어 있어요. 임상언 씨가 목숨을 걸 각오가 되어 있다면 그 어떤 일도 할 수 있겠죠. 혹시라도 바깥에 소문이 퍼져 폐하와 Y국의 명망이 손상된다면, 곤란하지 않겠습니까?”“너...” 여왕은 화가 치밀어 올랐지만 반박할 말이 당장 떠오르지 않았다.여왕이 화가 난 것을 보고, 소은은 한결 차분하게 말을 이어갔다. “화내지 마세요. 제가 돌아온 건 폐하를 자극하려는 게 아닙니다. 함께 최선의 방향을 찾고자 돌아온 거예요. 사실 폐하께서 H국에 오신 일이 밝혀진 건 아니지만, 꽤 오랜 시간 H국에 머물고 계셨습니다. 정말로 H국이 이 사실을 모르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세요?”여왕은 말없이 그녀를 쳐다보았다. “지금까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건 폐하의 체면을 살려드린 겁니다. 그러나 폐하께서 이곳에서 계속 머무르시며 혹여 무리수를 두신다면, 얼마나 더 체류하실 수 있을까요? Y국도 계속해서
릭은 잠시 침묵을 지켰다. 여왕은 모니터에서 시선을 돌리며 담담히 말했다. “소은을 데려와. 어디 한번 무슨 변명을 할지 들어보자. 또 어떤 이야기를 꾸며낼지 궁금하네.” 여왕은 휠체어를 살짝 돌려 더 이상 모니터를 보지 않았다.“여왕 폐하?” 릭은 망설이다가 말했다. “한소은이 거짓말을 할 걸 아시면서도 굳이 왜...” 그러나 여왕은 그 말을 끝까지 듣지 않고 단호히 말했다. “듣고 싶어!” 이 한마디에 릭은 더 이상 말을 잇지 않았다. 그는 곧장 소은이 있는 방으로 발걸음을 옮겼다.소은이 정말로 잠이 들려고 하던 순간, 문 밖에서 인기척이 들렸다. 그녀는 곧바로 정신을 차리고 눈을 떴다. 눈을 뜨는 순간, 문이 열리면서 릭이 문 앞에 서 있었다. 그의 얼굴은 굳어 있었고,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여왕께서 한소은 씨를 만나고 싶어 하십니다.” 소은은 차분한 표정으로 릭을 쳐다보았다. 마치 모든 상황을 예견한 듯 고요하게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와 동시에 임상언은 소은보다 먼저 일어나 문으로 향했다. 그러나 그가 문에 도착하자마자 릭이 손을 들어 그의 앞을 막았다. “그쪽은 남아 계시죠.” “뭐? 우리 둘은 같이 온 거야!” 임상언은 소은을 돌아보며 그녀에게 눈짓으로 도움을 요청했다. 릭은 차가운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여왕 폐하께서 그쪽을 부르지 않았으니 여기 남으시죠.” 릭은 더 이상 임상언에게 말을 할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소은은 임상언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부드럽게 말했다. “절 기다리고 있어요.” 임상언은 마음이 편치 않았지만, 억지로 마음을 다스리며 그녀가 릭과 함께 방을 나서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조심해요.” 임상언은 소은을 향해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소은은 미소를 지어 그에게 답했고, 릭을 따라 여왕의 방으로 향했다. 익숙한 길을 따라 걷는 그녀는 곧 여왕의 방에 도착했다. 릭이 문을 두드리며 말했다. “여왕 폐하, 데려왔습니다
소은이 임상언을 데리고 대사관에 도착하자, 그곳에 있는 사람들은 눈에 띄게 당황했다.한 사람이 서둘러 소식을 알리러 가더니, 이내 주변 구석구석에서 누군가가 몰래 그들을 엿보는 기척이 느껴졌다. 곧이어, 소은이 잘 알고 있는 여왕의 측근 몇 명이 경계 어린 눈빛으로 다가와 그들을 안으로 안내했다.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그들은 소은과 임상언의 몸을 샅샅이 검사하며 위험 물품을 소지하지 않았는지 확인했다. 철저한 검사가 끝난 후에야 비로소 경계가 풀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은 여왕을 만나지 못했고, 한적하고 깊숙한 방에 대기하도록 배정받았다. 오랜만에 돌아온 이곳은 소은에게 익숙하면서도 낯설게 느껴졌다. 익숙한 것은 이 장소였지만, 낯선 것은 지금의 마음가짐이었다. 예전에는 이곳이 싫고 불쾌하기만 했으며, 하루빨리 벗어나고 싶은 장소였다. 그러나 이번에는 임무와 사명을 가지고 돌아왔고, 그녀의 목표는 단순히 여기를 떠나는 것이 아닌, 중요한 일을 완수하고 무사히 돌아가는 것이었다.반면, 임상언은 눈에 띄게 불안해 보였다. 그는 두 손을 맞잡고 무릎 위에 놓은 채,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다리를 가볍게 떨고 있었다. 소은은 그의 초조함을 이해할 수 있었다. 임남을 생각하면 마음이 몹시 불안하고 조급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여기까지 왔으니 임남을 반드시 볼 수 있을 거예요. 그러니 긴장 좀 풀어요.” 소은이 작은 소리로 말했다. 임상언은 그녀를 보며 고개를 끄덕이고, 발을 땅에 꾹 눌러 다리를 멈췄다. 겉으로는 조금 안정된 듯 보였지만, 그의 얼굴은 여전히 긴장감이 가득했고 미세하게 떨리는 얼굴 근육이 그의 불안한 마음을 보여주었다. 마음을 진정시키는 게 말처럼 쉽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소은은 더 이상 말을 꺼내지 않았다.두 사람은 한참을 기다렸지만, 여왕을 만나러 오라는 사람은커녕 상황을 확인하러 오는 사람조차 없었다. 긴장했던 임상언은 결국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대체 무슨 의도인 거죠? 왜 아직
“제발 부탁이에요. 안에서는 소은 씨 말만 따를게요. 소은 씨가 시키는 대로 다 할 테니까, 제발 절 데려가 주시면 안 돼요?” 임상언은 진심 어린 목소리로 소은에게 간청했다. 자존심은 이미 버린 지 오래였다. 아들을 만나고 싶은 간절한 마음이 그를 이 지경까지 이르게 했다. 소은이 반드시 돌아가겠다고 결심한 순간, 임상언은 이미 마음을 굳혔다. 자신이 함께 가는 것이 가장 안전한 방법이었다. “다른 사람들이 같이 가면 의심을 받거나 제지를 당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전 아니에요.” 임상언은 계속 설득을 이어갔다. “임남이 그 안에 있다는 걸 모두 알고 있잖아요. 제가 아들을 만나고 구하려고 하는 건 당연한 일이에요. 그리고 아들을 위해서 제 목숨을 바치는 것도 이해될 수 있는 일이죠. 그러니 제가 가는 게 가장 올바른 선택이에요.” 긴 침묵 끝에, 소은이 입을 열었다. “임상언 씨 말이 맞아요. 전 동의합니다.” 소은은 말을 마치고 서진에게 시선을 돌렸다. 서진은 잠시 생각하더니 천천히 손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저도 동의합니다.” 원청현은 테이블을 손가락으로 가볍게 두드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나도 동의하지.” 잠시 침묵하던 진정기 역시 마침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동의합니다.” 마지막으로 원철수는 주변을 둘러보며 한숨을 내쉬고 손을 펼쳤다. “모두 동의했는데 내가 뭐라고 반대하겠어. 나도 찬성이야.” 사실 원철수의 의견은 크게 중요하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임상언에게 지지를 표현하는 의미였다. 임상언은 눈시울이 붉어지며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감사합니다. 모두들 고마워요.” “이게 뭔 감사할 일이라고. 어쨌든 안에 들어가면 절대 신중해야 해. 무슨 일이 있어도 감정에 휘둘리지 말고. 네 입으로 한 말 반드시 지켜!” 원철수는 그의 결심을 칭찬하면서도 걱정스러운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원철수는 속으로 임상언의 결단에 감탄했다. 한 아이의 아버지로서 그는 분명 최선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