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해민는 움직이지도 않고 가만히 서서 그를 바라보며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는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그녀가 이런 표정을 짓자, 김승엽은 감히 움직이지 못했다. 그러다 몇 발짝 앞으로 갔다가 감히 가까이 다가가지 못하고 가만히 서 있었다. 그녀가 갑자기 얼굴을 바꾸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몰라 두려웠다.그러면서 조심스럽게 그녀의 얼굴을 올려다보았다. 화장한 모습이 저번처럼 창백하지 않고 훨씬 좋아 보였고, 많이 회복한 것처럼 보였다."해영 씨, 이젠 괜찮아요? 부상은 좀 나아졌어요?"김승엽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녀에 대한 관심을 표현하는 건 절대 틀리지 않으리라 생각했지만 그래도 그녀가 화가 났는지 눈치를 살폈다.하지만 그는 틀렸다!오늘 김승엽을 만난 우해민의 마음속은 이미 두근거리다 못해 터질 것처럼 뛰고 있었다. 그녀는 벌써 며칠 동안 그를 만나지 못했다. 언니가 김씨 가문으로 들어가 살게 된 후부터는 그를 볼 기회가 더욱 없었다. 마음속의 그리움은 하루하루 더 깊어졌다.우해민은 단 한 번도 누군가를 이렇게까지 그리워한 적 없었다. 이전에 어머니, 아버지와 오랜 시간 떨어져 있었어도 이 정도로 그립지 않았다.지금 그녀는 김승엽이 너무도 그리웠다. 그녀는 그가 그립다 못해 당장이라도 그의 품으로 안기고 싶었다.하지만 우해민은 자기의 신분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지금,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우해영의 이름으로 그저 냉정하고 도도하게 그 자리에 서 있을 수밖에 없다.하지만 김승엽의 말은 그가 지금 마주 보고 있고 걱정하는 사람이 바로 자신의 언니라는 사실을 상기시켜 주었다.‘언니가 다쳤다는 소식을 듣고 걱정이 되어 사무실로 찾아왔던 거구나. 이 사람은 언니를 위해 여기까지 온 거야. 나, 우해민을 위해서가 아니야. 내가 아무리 그리워해도 달라질 건 없어. 이 사람이 걱정하는 건 내가 아니라 언니야. 이 사람은 내 이름조차도 모르는걸.’이렇게 생각하던 우해민의 눈빛이 어두워지며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참견하지 말아요!”“...
김승엽은 문이 있는 방향을 흘끗 보았다, 문까지 거리는 얼마 멀지 않았다. 정말 그녀가 자기에게 손을 댈 것 같다면 바로 일어나서 도망가면 된다.‘혹시 커피를 뿌리면 시간을 좀 더 벌 수 있지 않을까?’그러면서 손에 든 커피를 보더니 더 이상 마시지 않고 그저 손에 들고 있었다.그가 자기와 거리가 멀어지자 우해민은 기분이 더욱 나빠져 차갑게 말했다.“내가 그렇게 싫어요?”“네? 아...”갑작스러운 물음에 당황한 김승엽은 연신 고개를 저었다.“그럴 리가요! 내가 당신을 싫어할 리가 없잖아요. 왜, 왜 그렇게 묻는 거예요? 난 그저 당신 몸이 걱정되어서 와 본 거뿐이에요. 혹시 몸이 많이 않좋아서... 그렇게 말하는 거라면 그, 그렇다면...”우해민이 자기에게 다가오자, 김승엽은 갑자기 말을 더듬기 시작했다.‘설, 설마 정말 날 때리려는 건 아니겠지? 도대체 어디가 마음에 안 들어서 그러는 거지? 죽더라고 원인을 알려줘야 할 거 아니야!’“그…. 그게, 내가 갑자기 급한 일이 생각나서...”김승엽은 커피잔이 손에서 미끄러진 척하며 커피를 다가오는 우해민에게 획 뿌리고는 황급히 달아나려 했다.“앗!”방심한 우해민은 그가 뿌리는 커피를 정면으로 맞아버렸다.우해영 만큼 실력이 좋지 않았지만 우해민도 자기 몸을 방어하는 무술을 배웠었다. 하지만 언니와 비교하면 그야말로 천지 차이였다. 그래서 밖을 나갈 때면 항상 아무도 모르게 그녀를 보호하는 경호원이 배치되어 있었다. 우해영의 무술이 뛰어난 건 다들 아는 사실이었기에 처음에 그녀가 우해영 행세할 때 종종 그녀에게 싸움을 걸어오는 사람이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오래 지난 지금은 거의 싸움을 거는 사람이 없어졌다.그녀가 빠르게 커피를 피했지만, 옷에는 여전히 커피가 튀어있었다. 그녀의 비명을 듣고 김승엽은 무의식적으로 뒤돌아보았는데 주저하는 순간 우해민에게 잡히고 말았다.‘젠장, 망했네!’김승엽은 식은땀을 흘렸다. 더럽혀진 그녀의 옷을 보고 그녀가 화가나 자기의 손목을 부러뜨리지 않을까 하는
그가 그녀에게 키스했을 때 우해민은 혼란스러웠다. 정신을 차리고 나서는 자신이 원했기 때문인지 그를 밀어내지 않았다.그녀는 이 남자를 미친 듯이 그리워했다. 그를 원했고 그와 함께 있고 싶었기 때문에 그의 키스를 거절하지 않고 천천히 회답해 주기까지 했다.그녀의 회답을 느낀 김승엽은 그녀가 이전처럼 거칠고 잔인하지 않고 이번에는 수줍은 평범한 소녀처럼 행동하는 것에 더욱 행복했다.그 순간 그는 아까 느꼈던 두려움과 공포를 모두 잊어 버렸다. 그러고는 그녀를 번쩍 들어 안 거 소파에 눕혔다.우해민은 그칠 줄 모르는 키스에 어질어질해졌다. 이 느낌이 너무 좋다고 생각했다. 이건 그녀가 단 한 번도 느껴본 적 없는 느낌이었다. 이 순간만큼은 모든 고민을 잊어버리고 모든 것을 잊어 버렸다. 그저 그가 자기의 입술, 얼굴, 목덜미에 키스하는 걸 느꼈다.김승엽의 손이 자기의 옷을 파해 치고 들어와 피부에 닿았을 때 우해민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러고는 황급히 있는 힘껏 그를 밀어내었다. "아야…. 아야!"갑작스럽게 밀려나니 김승엽은 그대로 소파에서 굴러떨어졌다. 얼굴을 찡그리며 연신 아프다고 엄살을 부렸다.바닥으로 떨어진 것이었지만 사실 김승엽은 그다지 아프진 않았다. 그녀가 힘껏 밀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적어도 자기의 손을 꺾을 때의 그런 힘이 아니었다.김승엽은 바닥에 앉아 그녀를 바라보았다. 역시 희로애락이 불분명한 여자라고 생각했다. 1초 전까지만 해도 자기의 키스를 느끼던 여자가 갑자기 돌변하니, 정말 감당하기 힘들었다.“괜찮아요?”그의 고통스러운 목소리를 들은 우해민이 걱정스러운 말투로 급히 물었다.그러고는 자기의 이미지에 맞지 않다고 느꼈는지 헛기침을 한번 하고 다시 차가운 말투로 말했다.“여긴 내 사무실이에요!”우해민은 문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보안을 위해 사무실로 들어와서 바로 커튼을 내린 게 다행이었다. 밖에서는 사무실 안의 상황을 볼 수 없다는 걸 알아차리고 나서야 안심의 한숨을 내쉬었다.방금 그녀는 그의 키스에 완전히 빠
"이제부터는 해영이라는 이름으로 부르지 마요!"그녀는 한 글자 한 글자 또박또박하게 말했다."그렇게 부르지 말라고요? 왜요? 마음에 안 드세요? 그럼, 뭐라고 불러요?"그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눈을 깜빡이며 물었다.하지만 그녀는 대답하지 않고 마치 고문하는 것처럼 자신을 바라보기만 했다.김승엽은 곰곰이 생각하다가 이전에 했던 말이 떠올랐다.“해민 씨?”“네.”그의 입에서 자기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들리자, 우해민의 얼굴이 마침내 풀리고 눈가에 미소가 번졌다.순간 그녀의 분위기가 부드러워졌다. 그녀는 김승엽이 이렇게 자기를 부르는 게 좋았다.그러다 문득 뭔가 떠올라 다시 물었다.“전에도 이렇게 부른 적 있나요?”“전이라면...”김승엽은 다시 어리둥절 해졌다.‘전에 내가 이렇게 불렀는지 부르지 않았는지는 그녀가 제일 잘 알지 않나? 왜 이런 걸 물어보는 거지?’“저번에 내가 당신 집에 묵었을 때 그렇게 불렀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아서요.”우해민이 급히 한마디 덧붙였다.잠시 생각하던 김승엽이 대답했다,“아니요. 부른 적 없었던 거 같아요! 당신이 그렇게 부르라고 하기 전까진 그렇게 부르지 말라면서요!”“그래요, 말 잘 들으니 좋네요.”우해민은 만족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런 것만으로도 그녀는 만족했다. 언니에게 자기의 이런 사심을 알리고 싶지 않았다.이렇게 생각하니 자기의 처지가 가여웠다. 이름을 부르는 것만으로도 사치라고 생각하다니. 자기의 이름이 있으면서도 다른 사람에게 마음대로 불리지도 못하는 게 애석했다."그럼 우리..."잠시 생각에 잠긴 김승엽이 말했다.“배고프죠? 밥 먹으러 갈래요?”사실 회사 일을 모두 해결한 후 우해민은 바로 돌아갔어야 했다. 하지만 그가 여기까지 찾아왔으니, 그녀는 이대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돌아가자마자 지하실에 갇히고 싶지 않았고 어둠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게다가 지난번에 언니가 우씨 가문으로 돌아가라고 말한 적이 있었다. 만약 언니가 갑자기 마음이 바뀌어 다시 그 섬으로 자기
김승엽이 운전을 하고 옆에 앉은 우해민은 잠을 청하지 않고 조용히 창문 밖만 바라보고 있었다.김승엽은 운전에 집중하며 앞길을 바라보다가 가끔 고개를 돌려 그녀를 힐끗 보았다. 하지만 그녀는 자기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뚫어지게 창문 밖만 보고 있는 그녀는 마치 처음 세상 구경을 하러 나온 아이처럼 들떠 있는 것 같았다.우해민에게 있어서 이렇게 바깥 구경을 하는 게 얼마나 사치스러운 일인지 김승엽은 알 리가 없었다.매번 집을 나설 때면 그녀는 해야 할 일이 있었다. 일이 끝나면 바로 돌아가야 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저 조용하게 길거리를 거니는 것도 허락되지 않았다.김승엽과 함께 있는 시간 동안 그녀는 쇼핑했고 사고 싶은 액세서리도 사고 귀까지 자기의 의지대로 뚫었다. 그와 포옹을 해보았고 키스도 해보았다...모든 것이 신선했고, 모든 것이 훌륭했고, 모든 것이 간절했다. 그녀는 상실의 두려움을 느끼면서도 눈을 감지 않고 모든 것을 탐욕스럽게 즐겼다.그녀는 모든 것이 너무 행복해서 잃고 싶지 않았다!지금, 이 순간이 지난 20년보다 더 행복했다고 생각했다.그녀의 생각을 읽을 수 없었지만, 그녀가 너무 조용한 이 순간을 김승엽은 만족했다. 그녀가 갑자기 안색이 변하지만 않는다면 예쁘긴 했다.솔직히 말해서 그녀의 얼굴은 딱 자기가 좋아하는 그런 스타일 이었다. 하지만 그녀의 성격은 그를 두렵게 했다. 마치 아름다운 장미처럼 아름답기는 하지만 숨겨진 가시가 두려움을 가져다주었다.두 사람은 아무 말 없이 조용하게 제성의 5성급 호텔로 향했다.“여기 음식이 맛있어요. 분위기도 좋고, 당신이 좋아할 거예요.”차를 멈춰 세우고 우해민대신 차 문을 열어주며 말했다.우해민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어디에 가든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그녀는 음식에 대해 요구가 높지 않았다. 집에서든 언니와 함께 있든 그녀가 선택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기 때문이다. 지금 그와 함께 있다는 것만으로도 그녀는 만족했다.지금까지 김승엽은
김승엽이 다시 돌아왔을 때 손에는 붉은 장미가 들려져 있었다. 피보다 더 붉게 피어난 장미는 정말 아름다웠다.“해영 씨!”김승엽이 그녀의 이름을 한번 부르더니 이내 그녀의 앞에서 무릎을 살짝 꿇었다. 이 모습에 우해민은 어리둥절 해졌다.이때,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사람이 들어오며 그들에게 분위기에 맞는 곡을 연주해 주었다. 그러자 식사하던 다른 사람들의 시선이 모두 그들에게 주목되었다.“해영 씨, 우린 이미 약혼했지만, 이런 이벤트는 당연히 준비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지금, 나 김승엽은 여기서 당신에게 청혼할게요. 나와 결혼해 줘요. 내가 평생 행복하게 해줄게요. 결혼해 줄 거죠?”이윽고 김승엽은 손에 쥐고 있던 반지 상자를 열었다. 그곳에는 반짝반짝 빛나는 큰 다이아가 박힌 다이아몬드 반지였다. 레스토랑의 샹들리에 아래서 다이아몬드 반지는 유난히 더 빛났다.우해민은 그 자리에서 굳어버렸다. 그녀의 귓가에는 김승엽이 한 말만 맴돌았다.‘평생 행복하게 해줄게요…. 그래, 아름답지만 나하고는 거리가 먼 말이야.’우해민도 그와 평생 행복하게 살고 싶었다. 하지만 그녀에게는 선택권도 없었고 그럴 자격도 없었다. 그녀에게는 누군가와 평생 행복할 자격이 없다!김승엽은 그녀가 마음속으로 얼마나 고통스러워하는지 알지 못했다. 그저 그녀가 대답하지 않고 침묵만 지키고 있자 더욱 그녀의 마음을 알 수 없었다. 이 여자의 성격은 정말 예측할 수가 없다.만약 자기가 이렇게 많은 사람 앞에서 청혼한 게 못마땅해 여기서 자기를 때린다면, 그건 정말 쪽팔리다 못해 다신 얼굴을 들고 다닐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이렇게 생각하고 나니 김승엽은 이렇게 많은 사람 앞에서 그녀에게 청혼한 게 후회되었다. 만약 그녀가 자기를 거절하거나 정말 자기를 때리기라도 한다면 앞으로 친구들 앞에서 고개도 들지 못할 것이다.하지만 이젠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이렇게까지 된 이상 이를 악물고 버틸 밖에 없다. 청혼하는 사람이 대답도 듣지 못하고 겸연쩍게 일어서며 장난이라고 할 수도 없는
우해민은 마침내 만족했다.이 순간 그가 생각하고 있는 사람이 누구든지 상관하지 않았다. 지금 그가 부른 이름은 언니의 이름이 아니라 바로 자기의 이름이다.그녀는 잠깐만이라도 자신을 속이고 싶었다. 그가 자기에게 청혼하는 거고 언니가 아니라 자기만 생각한다고 생각했다.“한 번만 더 말해줘요.”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았다!그녀는 욕심이 들었다. 몇 번이고 더 듣고 싶었다. 그가 자기의 이름을 불러주는 걸 듣고 자기에게 달콤한 말을 하는 걸 듣고 싶었다. 지금이 아니라면 앞으로 다신 들을 수 없을 것 같았다. 지금, 이 순간도 그녀에게 있어서 정말 사치였다.반면 김승엽은 그녀의 말이 어이가 없었다.‘정말 머리가 이상한 여자야! 청혼하는 건데 받아주지도 않고 한 번 더 말해달라니! 나도 힘들다고!’귀찮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자기의 계획을 이루기 위해선 몇 번 더 요구해도 참을 수밖에 없다.김승엽은 입술을 한번 핥고 목소리를 높이며 다시 한번 말했다.“해민 씨, 당신을 사랑해요. 결혼해 줄래요?”주위에 있던 사람들은 그가 김씨 가문의 김승엽이라는 걸 알아보고 다들 핸드폰을 꺼내 영상을 찍기 시작했다. 그러고는 청혼을 받아주라며 떠들었다.우해민은 지금, 이 순간만큼 만족한 적이 없었다. 그녀는 매우 만족했다. 사랑하는 남자가 지금 이렇게 많은 사람 앞에서, 이렇게 아름다운 곳에서, 이렇게 낭만적인 환경에서 큰 소리로 그녀에게 사랑을 표현하고 있다. 그녀의 이름을 부르며 결혼해달라고 간청하는 것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일이라고 느꼈다.그녀는 지금, 이 순간, 이대로 생을 마감해도 여한이 없겠다고 생각했다!“네!”드디어 그녀가 아름다운 미소를 지으며 그의 청혼을 받아주었다.지금, 이 순간 웨딩드레스를 입고 있지 않더라도, 실제로 결혼하지 않더라도, 평생 신부가 되지 못하더라도, 이 순간만큼은 사랑하는 남자와, 자신을 사랑에 빠지게 해준 남자와 결혼했다고 생각했다.그녀의 대답을 듣고 김승엽은 드디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심지어는 그녀가 한
우해민은 그가 이렇게 많은 사람 앞에서 자기에게 키스할 줄은 생각지 못했다. 순간 얼굴이 붉어진 그녀는 다른 사람이 그들이 키스하는 사진을 찍을까 봐 겁이나 그대로 달아나 버렸다.갑작스러운 상황의 전환에 김승엽은 아무런 반응도 하지 못했다. 그저 그녀가 빠르게 도망가는 걸 멍하니 바라보기만 했다.“이봐, 당신 약혼녀가 쑥스러워서 도망갔잖아! 빨리 쫓아가지 않고 뭐해?”누군가가 그에게 장난치듯 말을 해서야 김승엽이 정신을 차리고 웃으며 대답했다.“당연히 쫓아가야죠!”그러고는 빠르게 그녀를 쫓아갔다. 로맨틱하게 꾸며진 호텔 방까지 예약해 두었는데 그녀가 도망가게 할 순 없지!익숙하지 않은 곳에 온 우해민은 엘리베이터로 달려가 멈춰 서서 내려서는 버튼을 누르고 그냥 서서 기다렸다.그녀의 마음은 혼란스러웠다. 연신 고개를 돌려 자기가 도망쳐 나온 곳을 바라보며 모순적인 마음을 애써 진정시키려 했다.그녀는 그가 그녀를 따라 나오기를 바랐지만, 또 그가 따라 나올까 봐 두려웠다. 이제 무엇을 해야 할지 몰랐다. 더 이상 진행한다면 결국은 그를 떠날 수밖에 없다는 걸 잘 알았다. 그의 옆에 평생 있을 수 없다. 자기가 떨어지지 않으려 해도 언니가 사람을 시켜 자기를 잡아갈 것이다.그와의 모든 행복했던 순간은 모두 언니에게서 훔쳐 온 것이다. 아무리 행복해도 그저 물거품일 뿐이다.우해민은 너무도 잘 알았다. 하지만 아쉬운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와의 매분 매초가 다 욕심났다.얼마 지나지 않아 김승엽이 그녀를 따라잡았다. 그러고는 그녀의 손목을 잡아채며 말했다.“해민 씨!”김승엽은 이 이름이 특히 효과적이라는 것을 눈치챘다. 그녀가 차갑게 대하며 자기를 밀어낼 때 이 이름으로 그녀를 부르면 바로 부드러운 표정을 지었다.그래서 그는 이 이름이 그녀의 이름이건 말건 그저 이름일 뿐이니 그녀가 원하는 대로 이렇게 불러 주었다. 그녀가 자기의 말을 잘 듣고 자기를 더 이상 때리지만 않는다면 어떤 이름이건 상관이 없었다.역시 이 이름으로 부르자 그녀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