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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08화

‘역시 믿을 만한 남자가 아니었어!’

우해영은 조금 화가 났다. 김승엽 그 자식이 자기와 우해민을 구분해 내지 못한 것이 못마땅했다.

‘얼굴 빼고 어디가 닮았다고! 성격이며 일을 처리하는 능력이며 하나도 나보다 잘하는 게 없는데 어떻게 헷갈릴 수 있는 거지?’

“악!”

그렇게 생각하면서 우해민의 입술을 있는 힘껏 눌렀다. 그녀가 갑자기 힘을 줄 거라는 걸 예상하지 못한 우해민은 입술에서 전해져 오는 고통에 비명을 지르며 눈물을 글썽거렸다. 그런 모습은 정말 누가 봐도 가여워할 모습이었다.

“남다 들은 다 너같이 약해 빠진 여자를 좋아하지?”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던 우해영은 순간이 그 얼굴이 너무 싫어졌다. 분명 자기와 똑같은 얼굴인데 다른 느낌을 주는 얼굴이 싫어졌다.

이윽고 우해민의 턱을 확 놓아주더니 몸을 돌려 그녀에게 말했다.

“내일 당장 우씨 고택으로 돌아가!”

입술의 아픔이 가시기도 전에 이 말을 듣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자기가 잘못 들은 게 아닌지 우해영에게 되물었다.

“그게 무슨 말이야, 언니!!”

돌아가라니, 우씨 고택으로 돌아가라니!

우해민은 가고 싶지 않았다.

처음에 이곳으로 와야 한다는 말을 들었을 때 죽어도 오고 싶지 않았지만, 여기에 와서 지내다 보니 다시는 고택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그 감옥 같은 곳에, 고립된 섬에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그곳에는 아무도 자기의 이름을 불러주지도 자리를 산 사람 취급해 주지도 않았다. 마치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는 사람처럼 살고 싶지 않았다.

여기서는 가끔이지만, 쇼핑도 할 수 있고 집 밖을 나가 바깥 공기를 마음껏 마실 수도 있었다. 중요한 건 이곳에는 자기만의 것이 있었다.

오로지... 자기만의 ‘엽이’가 있었다.

우해민은 종종 마음속으로 그를 엽이라고 불렀다. 마치 언니가 모르는 그들만의 비밀이 생긴 듯한 느낌은 그녀를 여기서 버틸 수 있게 해 주었다.

그와의 데이트가 얼마나 달콤하다거나 그런 건 아니었지만 지금 언니가 고택으로 돌아가라고 하니 그와 헤어지고 싶지 않다는 마음만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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