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해민이 구석에서 숨죽이고 있어도 무술을 몇 년 동안 배운 우해영이 눈치채지 못할 리가 없다.“숨지 말고 기어나와!”그녀가 버럭 소리를 지르자, 우해민의 가녀린 몸이 한번 흠칫하더니 빠르게 문 뒤에서 나갔다.“언, 언니...”우해민은 두려움에 쭈뼛거리며 우해영을 불렀다.그저 보기만 해도 우해영은 짜증이 났다. 이 세계에 자기와 똑같은 얼굴을 한 동생이 자기와는 달리 겁이 많고 쭈뼛거린다는 생각에 순간 창피함이 몰려왔다.“이리 와!”우해영은 숨을 두 번 깊게 들이마시고 화를 간신히 억누르며 그녀에게 명령했다.우해민은 그녀의 명령이 익숙한 듯 그녀의 앞에 가 멈추어 섰다. 고개를 푹 떨구고 어깨를 축 내리며 감히 그녀의 눈을 마주치지 못했다.자기 앞에 겁에 질린 모습으로 서 있는 우해민을 머리부터 발끝까지 훑어보던 우해영은 문득 거즈로 감싼 우해민의 귓불을 보더니 며칠 전 발생했던 일이 생각났다. 그 일은 왠지 모르게 그녀의 마음을 불편하게 했다.“귀는 좀 나았어?”조금 딱딱한 말투였지만 걱정이 되어 물어보는 것 맞았다. 우해민은 갑작스러운 그녀의 관심에 화들짝 놀라며 고개를 번쩍 들었다. 그녀의 눈과 딱 마주쳤을 때 다시 겁에 질린 토끼 눈을 하고 고개를 푹 숙이며 대답했다.“거, 거의 다 나았어.”“나았으면 됐어. 앞으로는 그런 짓 할 생각 하지 마.”“응.”우해민이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대답했다.아무 뜻 없이 물었던 우해영의 머릿속에 문득 이후의 일들을 생각하게 되었다.원래의 계획대로 라면을 우해민이 자기를 대신해 김승엽과 결혼을 하고 그 뒤의 일은 신경 쓰지 않을 생각이었다. 그녀는 오직 무술 고서를 손에 넣으면 되었기에 남자에 대해 관심이 하나도 없었다. 심지어는 우해민이 자기를 대신해 자기의 신분으로 그 남자와 결혼하고 잠을 자게 된다면 앞으로 번거로운 일들이 많이 줄어들 거라는 생각도 했었다.이렇게 되면 자기는 무술 연습에 온 신경을 쏟아부을 수 있게 되고 가문을 일으켜 세우는 데에 신경을 쏟아부을 수 있게 된다.하
‘역시 믿을 만한 남자가 아니었어!’우해영은 조금 화가 났다. 김승엽 그 자식이 자기와 우해민을 구분해 내지 못한 것이 못마땅했다.‘얼굴 빼고 어디가 닮았다고! 성격이며 일을 처리하는 능력이며 하나도 나보다 잘하는 게 없는데 어떻게 헷갈릴 수 있는 거지?’“악!”그렇게 생각하면서 우해민의 입술을 있는 힘껏 눌렀다. 그녀가 갑자기 힘을 줄 거라는 걸 예상하지 못한 우해민은 입술에서 전해져 오는 고통에 비명을 지르며 눈물을 글썽거렸다. 그런 모습은 정말 누가 봐도 가여워할 모습이었다.“남다 들은 다 너같이 약해 빠진 여자를 좋아하지?”그녀의 얼굴을 바라보던 우해영은 순간이 그 얼굴이 너무 싫어졌다. 분명 자기와 똑같은 얼굴인데 다른 느낌을 주는 얼굴이 싫어졌다.이윽고 우해민의 턱을 확 놓아주더니 몸을 돌려 그녀에게 말했다.“내일 당장 우씨 고택으로 돌아가!”입술의 아픔이 가시기도 전에 이 말을 듣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자기가 잘못 들은 게 아닌지 우해영에게 되물었다.“그게 무슨 말이야, 언니!!”돌아가라니, 우씨 고택으로 돌아가라니!우해민은 가고 싶지 않았다.처음에 이곳으로 와야 한다는 말을 들었을 때 죽어도 오고 싶지 않았지만, 여기에 와서 지내다 보니 다시는 고택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그 감옥 같은 곳에, 고립된 섬에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그곳에는 아무도 자기의 이름을 불러주지도 자리를 산 사람 취급해 주지도 않았다. 마치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는 사람처럼 살고 싶지 않았다.여기서는 가끔이지만, 쇼핑도 할 수 있고 집 밖을 나가 바깥 공기를 마음껏 마실 수도 있었다. 중요한 건 이곳에는 자기만의 것이 있었다.오로지... 자기만의 ‘엽이’가 있었다.우해민은 종종 마음속으로 그를 엽이라고 불렀다. 마치 언니가 모르는 그들만의 비밀이 생긴 듯한 느낌은 그녀를 여기서 버틸 수 있게 해 주었다.그와의 데이트가 얼마나 달콤하다거나 그런 건 아니었지만 지금 언니가 고택으로 돌아가라고 하니 그와 헤어지고 싶지 않다는 마음만 가득했다.
한참이나 우해민을 쳐다보던 우해영의 눈빛이 한결 부드러워졌다. 그녀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말했다.“그래. 그럼...”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고용인이 들어오며 그녀의 말을 끊었다.“아가씨, 손님이 오셨는데 김씨 성을 가진 분이세요.”“김씨...”잠시 머뭇거리다 우해영은 옆에 서 있는 우해민을 슬쩍 흘겨 보았다. 김 씨라는 말이 나오자마자 그녀의 눈빛이 반짝거렸다. 아주 잠깐이지만 절대 잘못 본 게 아니다.‘이 계집애, 역시 그 사람에게 빠졌구나.”아까까지만 해도 우해민의 말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던 우해영은 다시 마음을 바꾸었다.“넌 방에 들어가 있어. 내가 나오라고 하기 전에 절대 나오면 안 돼!”“...”이건 예상했던 상황이다. 우해민은 입술을 삐죽이다 대답했다.“알았어.”몸을 돌려 지하실로 빠르게 걸어갔다. 모퉁이를 돌아서서 빠르게 걷던 걸음을 늦추었다. 그녀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고개를 돌려 바라보았다.‘혹시 그 사람일까?’“들어오라고 해.”우해영은 자기를 찾아온 사람이 김승엽인지 김서진인지 가늠하며 자리에 앉아 고용인을 시켜 테이블을 치우게 했다. 그러고는 차를 다시 내오라고 말했다.고용인이 차를 들고 올 때 김서진도 들어왔다.들어온 사람이 김서진인 것을 발견하고 우해영은 조금 실망했다.“당신이었군요.”말하면서 시선은 지하실로 통하는 길을 흘려 보았다. 사람은 보이지 않았지만 우해민의 기운은 느낄 수 있었다.“우해영 씨.”김서진이 입을 열었다.모퉁이 뒤에서 숨죽이고 있던 우해민이 흠칫했다. 고개를 빼꼼 내밀어 우해영을 찾아온 김씨 성의 손님이 김승엽이 아닌 낯선 남자라는 걸 확인하고 실망한 얼굴을 하고 방으로 들어갔다.그녀의 기운이 사라진 걸 느끼고 우해영은 입꼬리를 씩 올리고 김서진을 보며 말했다.“김서진 대표가 찾아오시다니. 무슨 일로 오셨나요?”“우해영 씨, 난 신혼 축하 선물을 주러 온 거예요.”김서진이 웃는 얼굴과 손에 들고 있던 상자를 내밀었다.나무로 만들어진 네모반듯한 상자는 값져 보
“당신이 우리 집까지 찾아온 이유가 이거 때문에 아닌가요? 왜요, 내 아내를 떠볼 용기는 있으면서 상자를 열어 볼 용기는 없는 거예요?”김서진은 말을 돌려 하지 않았다. 그는 어젯밤 한소은을 기습한 여자가 우해영이라는 걸 확신했다.그런데도 우해영은 이 사실을 인정할 생각이 없었다. 헛웃음을 한번 짓더니 애매모호한 표정으로 물었다.“김서진 씨, 무슨 말을 하는지 난 잘 모르겠네요. 당신의 아내를 떠보다니요? 난 당신 집에 간 적도 없는걸요. 아, 혹시 김씨 고택을 말하는 거라면 당신 작은아버지와 곧 결혼할 사이라서 간 거예요. 그러고 보니 앞으로는 날 작은어머니라 불러야 하겠네요?”그녀가 인정하지 않자, 김서진은 더 이상 그녀를 밀어붙이지 않았다.“호칭은 결혼하고 바꾸어도 늦지 않아요. 우해영 씨, 내가 준 선물을 열어보지 못하는 건 내가 선물에 무슨 짓이라도 했을까 봐 걱정되는 건가요? 아니면 내가 준 선물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인가?”우해영은 자기의 맞은편에 앉은 이 남자를 천천히 진지하게 바라보았다.사실 그녀는 김서진을 자기의 상대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녀에게 있어서 무술을 배우는 것만이 가장 중요한일이다. 어려서부터 무술에 푹 빠져 있었고 가업 같은 데에는 관심이 없었다. 아버지가 가업을 크게 만들지 않았더라면 우씨 가문도 지금의 큰 가문이 되지도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우해영은 아버지가 사업을 위해 무술을 포기한 게 멍청한 짓이라고 생각했다. 혹은 자기의 아버지는 무술을 배울 재능이 없었는지도 모르겠다.고대 무술 가문에서 우씨 가문은 세 손가락에 꼽히는 가문이었는데 나중에는 가문을 이을 후계자들이 하나둘씩 무술을 포기하는 바람에 점차 몰락했다.우해영은 우씨 가문의 무술을 발전하고 고대 무술 가문을 다시 일으켜 세워 온 세상 사람들이 우씨 가문의 무술을 인정하게 만드는 게 소원이었다. 다른 가문이 모두 우씨 가문 앞에서 무릎을 꿇게 만들고 싶었다.이렇게 생각하니 그 상자를 바라보던 눈빛이 달라졌다.김서진은 이 상자에 담긴 물건이 그녀가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우해영은 김서진을 향해 손을 뻗었다.김서진의 목덜미를 향해 뻗는 손은 속도가 엄청났다. 사실 우해영은 실력을 모두 발휘하지 않았다. 그저 김서진의 실력을 떠보려고 실력을 조금 숨겼다.그런데도 우해영은 자기의 무술 실력에 자신감이 있었다. 몇 년 동안 무술을 배우면서 자기에게 패배한 사람은 수도 없이 많았다. 그래서 이 공격이 먹히지 않을 거란 생각을 단 1초도 하지 않았다.하지만! 그녀의 공격이 정말 먹히지 않았다.김서진의 목을 잡지 못하고 허공이 멈춰 있는 손을 보며 우해영은 정신이 멍해졌다. 중요한 건 김서진이 어떻게 피한 건지 똑똑히 보지도 못했다.움직인 것 같지만 움직이지 않은 것도 같다. 김서진은 여전히 그 자리에 있었다. 그의 입가에는 알 수 없는 웃음이 걸려 있었다. 우해영은 김서진이 자기를 비웃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역시 날 속인 거군요!”지금 보니 우해영은 거의 확신했다. 김서진은 분명 무술을 배운 사람이다! 그가 무술을 배웠다는 것은 김씨 가문에서 남몰래 무술을 연마하고 있다는 거고 그 고서도 분명 존재한다는 것이다.고대 무술 가문 중에 김씨 가문에 관한 자료는 없었다. 하지만 방금 김서진이 자기의 공격을 피했다는 건 분명 실력이 엄청나다는 뜻이다. 우해영은 그 고서를 손에 넣고 싶다는 마음이 더욱 커졌다.한 번의 공격이 먹히지 않자, 우해영은 바로 정신을 가다듬고 다시 그를 공격했다.처음에 실수했으니, 이번에는 실력을 남겨두지 않고 진지하게 그에게 공격해 갔다.허공에 멈추었던 우해영의 손이 이번에는 김서진을 향해 내리쳤다. 보기엔 날카롭고 빠른 공격이었지만 그건 눈속임이었다. 우해영은 다른 한 손으로 주먹을 꽉 쥐어 김서진의 복부를 향해 공격해 갔다.김서진은 서두르지 않고 한 손으로는 그녀의 손을 붙잡고 몸을 뒤로 젖혀 주먹을 피했다. 그러고는 붙잡고 있던 그녀의 손을 있는 힘껏 내팽개쳤다.우해영은 자기의 몸이 통제되지 않고 내팽개치자는 느낌을 받고 공포감이 솟아올랐다. 그 순간 넘어지지
“싸우고 싶다면 날 찾아와요. 내 아내는 건들지 말아요. 안 그러면 당신을 가만두지 않을 거예요.”우해영은 왜 다른 사람들이 김서진을 두려워하는지 드디어 알았다.“흥, 김서진 씨가 이런 사랑꾼인 줄은 몰랐네요.”그러고는 뭔가 떠오른 듯 이어 말했다.“그런데 이제 와서 고서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잡아떼진 않을 거죠? 김씨 가문이 이렇게 오랜 시간 숨어서 세계 최고의 무술을 연마하고 있었다니!”“아까도 말했지만, 김씨 가문에는 고대 무술 고서 같은 건 없어요.”김서진은 가볍게 말했다. 그의 목소리에는 확고함이 가득했다.“왜요. 배운 거면 배운 거고, 아니면 아닌 거지. 감히 인정하지도 못하는 건가요?”우해영은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다.김서진과의 싸움에서 우해영은 자기가 절대 김서진을 이길 수 없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번에 김서진이 자기를 찾아온 이유는 한소은에게 손대지 말라고 경고하러 온 것이다. 만약 자기가 한소은에게 손을 대려면 김서진이라는 높은 산을 먼저 넘어야 할 것이다.하지만 자기가 그토록 갖고 싶어 하던 물건이 바로 자기의 눈앞에 있는데 가질 수 없다는 게 그녀를 괴롭게 했다. 분명 고서의 무술을 배웠으면서도 아니라고 잡아떼는 김서진에 화가 나지 않을 수 없다.“당신이 믿든 믿지 않든 그건 당신의 자유예요. 김씨 가문은 고대 무술 가문에 속하지 않아요. 무술을 이을 생각도 없고 무술을 할 줄 아는 사람도 적어요. 이 세계에 무술 고서가 그렇게 많은데 당신이 다 배울 수 있을 거로 생각해요?”“내가 살아있는 한, 내가 숨 쉬고 있는 한 절대 포기하지 않을 거예요!”우해영이 이를 악물며 대답했다.“마음대로 하세요.”김서진은 몸을 돌려 나가려 했다. 그는 자기가 우해영을 설득할 수 없는 걸 잘 알고 있었다.“내가 한 말만 잘 기억해 둬요. 한번만 더 내 아내를 건드린다면 가만두지 않을 거예요.”말을 마치고 김서진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났다.그가 떠나가는 뒷모습을 노려보다 그가 완전히 떠난 걸 보고서야 우해영은 숨을 푹 내
김승엽은 무술을 할 줄 몰랐다. 게다가 우해영이 기습해 오자 무방비 상태에서 중심을 잃고 그녀에게로 쓰러졌다.“악!”그러자 김승엽의 코가 우해영의 입술에 쿡 박았다. 두 사람은 아픔에 동시에 '악' 하고 소리고 소리 질렀다.우해영은 그의 코에 부딪힌 입술이 아프다 못해 저릿한 느낌을 받았다. 김승엽은 아픈 코를 비비며 그녀에게 따져 물었다.“해영 씨, 뭐 하는 거예요?”아픈 코를 연신 문지르며 김승엽이 겨우 그녀의 몸 위에서 일어났다. 아픔에 글썽거리는 눈물을 꾸역꾸역 참으며 그녀를 바라보았다.“무술을 할 줄 모르는 거예요?”그를 놓아주며 우해영이 마음속의 생각을 확신했다.아까 김서진이 무술을 할 줄 아는 걸 보고 그녀는 김씨 가문이 숨겨진 고대 무술 가문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렇다면 김씨 가문의 모든 사람이 무술을 할 줄 알 것이라고 생각해 김승엽을 떠본 것이다.분명한 건 김승엽은 무술을 할 줄 모른다.만약 무술을 할 줄 모른 척할 수도 있지만 그녀의 실력으로 김승엽이 무술을 할 줄 모른 척하는지 정말 할 줄 모르는지 정도는 알 수 있었다. 김승엽에게는 조금의 내공도 없었다. 그가 내뿜는 기운도 무술을 오래 연마한 사람의 기운이 아니다.“당연히 할 줄 모르죠! 우리 김씨 가문은 당신네 우씨 가문처럼 무술 가문이 아니에요!”김승엽이 코를 매만지면 투덜거렸다.‘내가 무술 할 줄 알면 진작에 널 손에 넣었지! 내가 널 그렇게 무서워할 이유가 없잖아!’이렇게 생각하면서 우해영을 달랬다.“해영 씨, 갑자기 왜 그러는 거예요? 아참. 어떤 자식이 당신을 다치게 했는지 말해줘요. 내가 무술을 할 줄 모르지만, 우리 김씨 가문의 모든 걸 동원해서 그 자식을 잡아다 당신 앞으로 데려올게요!”김승엽을 우해영이 자기가 무술을 할 수 있는지 떠보는 이유가 이래서라고 생각했다. 가슴팍을 두드리며 그녀에게 걱정하지 말라고 말했다.무술을 할 줄 모르면 어떤가, 그는 무술 따위 안중에 두지 않았다. 지금, 이 시대에서 돈과 무기만 있다면 그딴 무술은 아무것도
정신이 번쩍 든 김승엽은 고개를 끄덕이느라 바빴다."그래요, 그래요! 당연한 소리를 하네요! 감히 내 여자를 건드리다니! 어느 누가 간덩이가 부어서 당신을 건드렸는지 말만 해요. 내가 그 사람을 잡아다 복수해 줄게요!""김서진이예요." 그녀는 혀끝으로 입술에 묻은 핏자국을 핥으며 희미하게 말했다."그 사람이라고요? 정말 간덩이가 부어서..." 김승엽은 흥분한 표정으로 눈썹을 치켜올리며 그녀에 대한 자신의 충성심을 표현했다. 그러다 문득 정신을 차리고 그녀에게 되물었다."누, 누구라고 했어요?"그는 자기의 귀가 잘못된게 아닌지 의심했다."김서진, 당신의 착한 조카란 말이에요! 왜요, 그 사람은 안 되나요?" 우해영은 딱딱한 어조로 그의 어깨에 손을 얹고, 그의 말이 얼마나 진실한지 살피는 듯한 눈빛으로 그를 응시하며 말했다."방금 한 말이 모두 거짓말이었군요. 아, 사람의 입이 귀신도 속인다는 말이 정말이었네요. 당신은 다른 남자들과 다른 줄 알았는데 아니었나 봐요.""됐어요, 내가 사람을 잘못 본거였네요." 우해영은 한숨을 쉬며 팔을 내리고 일어설 준비를 했다."잠깐만, 아니, 그런 뜻이 아니라 ..." 김승엽은 당황한 나머지 급히 손을 뻗어 그녀를 다시 자리에 앉혔다. "내가 잘 못 들었나 해서요. 누구라고 했죠? 김서진? 우리 김씨 가문의 김서진이라고요? 같은 이름이 아니라? 정말 당신이 잘못 본 거 아닌가요?""왜요, 이름도 같고 얼굴도 같을 수가 있는 거예요?" 우해영은 불쾌한 표정을 지으며 이어 말했다."아니면 제성에 이름이 같을 뿐만 아니라 얼굴도 똑같이 생긴 김서진이 많다는 건가요? 아니면 김씨 가문에 쌍둥이가 있다는 건가요?" "......"김승엽은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그 자식이…. 그럴 리가 없을 텐데.""정말 내 말을 믿지 않는군요!" 우해영은 화난 표정을 지었다."내가 당신을 믿지 않는 것이 아니라, 해영 씨, 당신은 뛰어난 무술을 가진 사람이잖아요. 당신의 실력이 어떤지 내가 잘 아는데 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