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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99화

김승엽은 밤새 이리저리 뒤척이며 잠에 들지 못했다. 이튿날 어떤 태도로 우해영을 대해야 할지 고민하며 한참을 몸부림치다가 옷을 가다듬고 1층으로 내려갔다. 1층에는 그의 어머니와 누나 말고는 다른 사람이 없었다.

조용한 분위기에서 밥을 먹고 있는 모습은 평소와 별반 다르지 않아 보였다.

“해영 씨는?”

김승엽은 의문이 가득한 얼굴로 물었다.

그러자 김지영이 괴상한 말투로 대답했다.

“고귀한 아가씨께서 우리 집의 음식이 입에 맞겠어?”

사실 어제 우해영이 집에 들어왔을 때부터 김지영은 그녀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한소은 그 여자도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결국에는 김서진과 밖에서 살면서 고택에 오지 않으니, 평소에 마주칠 일이 없어 별로 신경 쓰이지 않았다. 하지만 우해영은 달랐다. 결혼을 하기도 전에 김씨 고택에 들어온 것도 모자라 어제 그녀가 고고한 척 지시하는 모습을 보고 앞으로 얼마나 더 행패를 부릴지 생각하지 않아도 알 것 같았다.

그래도 지금은 김씨 가문의 어르신인 어머니가 계시니 심한 짓은 못하겠지만 나중에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나면 그 여자가 김승엽을 꼬드겨서 이 못난 동생이 자기를 집에서 쫓아버릴까 봐서 걱정이었다.

생각해 보니 집에서 쫓겨나기 전에 미리 대비해 둬야겠다고 생각했다. 다른 사람을 믿는 거 보다 자기를 믿는 게 낫겠다고 확신했다.

“그만 해.”

노 부인이 김지영을 꾸짖으며 아들에게 고개를 돌렸다.

“해영이가 일이 있다고 아침 일찍 갔어. 그 아이 혼자서 큰 가문을 관리하려고 하니 바쁘겠지. 너희 둘 결혼하고 나서 네가 해영을 많이 도와줘야 해.”

“당연하죠.”

김승엽은 어머니의 말에 대답하며 내려왔다.

방금까지는 거리가 멀어서 노부인이 발견하지 못했지만, 김승엽이 가까이 다가오니 그의 입술에 난 상처를 발견했다.

노부인이 깜짝 놀라며 그에게 물었다.

“네 입술 왜 그래?!”

김승엽은 자기도 모르게 손을 들어 입술을 만져 보았다. 어젯밤에 있었던 일이 떠올라 그의 얼굴이 순간 빨갛게 물들었다. 어제 뜨거운 물에 뎄다고 말하려던 순간 김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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