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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96화

김승엽이 김씨 가문을 이어받은 사람이 아니지만 어디까지나 노부인이 가장 아끼는 막내아들이다. 김서진과 비교하면 조금 어리석었지만 그렇기 때문에 그가 중요한 비밀을 알고 있을 확률도 높고 그에게서 비밀을 캐내기도 더욱 쉬울 것이다.

화장실에서 입을 헹구고 있는 김승엽은 그녀가 이런 마음을 가졌는지 절대 모를 것이다. 다만 지금까지 만나왔던 여자에 비해 우해영은 정말 마음을 얻기 힘들다고 생각했다.

얼굴을 들어 거울을 보며 찢어진 입술을 연신 찬물로 헹궈 내니 이제는 덜 아팠다. 하지만 아직 붓기가 가시지 않아 입술이 도톰하게 부어올랐다.

두 개의 선명한 이빨 자국이 그의 입술에 박혀있다. 말하지 않아도 그의 입술이 왜 이렇게 되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김승엽은 엄지손가락으로 입술을 문지르며 더 이상 이렇게 피동적이어선 안 된다고 생각했다.

수돗물을 닫고 그가 성큼성큼 걸어 나왔다. 문 앞에 서 있는 우해영을 발견하고는 곧장 그녀에게 다가갔다.

우해영은 단번에 그가 다가오는 걸 느꼈다. 고개를 돌렸을 때 그가 바로 자기의 코앞까지 다가온 걸 보고 조금 당황했다. 김승엽은 한 손으로 벽을 짚으며 그녀가 빠져나가지 못하게 막아 나섰다.

‘이게 뭐 하는 짓이지?!’

우해영은 곁눈으로 그의 팔을 한번 보고는 발로 그를 차버릴까 생각하다 이내 그 마음을 접었다. 그녀는 입꼬리를 치켜올려 한 번씩 웃고는 김승엽을 바라보았다.

“왜요. 입술이 덜 아파서 한 번 더 물리고 싶은 거예요?”

“뭐 하는 짓이에요?”

김승엽은 그녀의 말에 대답하기는커녕 오히려 그녀에게 되물었다.

그의 물음에 우해영은 잠시 당황했지만 침착하게 웃었다.

“그건 내가 하고 싶은 말인데요. 김승엽 씨, 지금 뭐 하자는 겁니까?”

우해영은 가만히 서 있었다. 움직이지 않은 것 같았지만 그녀는 무릎을 조금 구부리고 있었다. 만에 하나 그가 쓸데없는 말을 지껄인다면 당장이라도 그에게 평생 잊지 못할 고통을 주리라 생각하고 있었다.

“차라리 이 결혼 파혼하는 건 어때요?”

잠시 머뭇거리다 김승엽이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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