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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92화

금방 샤워를 했는지 우해영은 가운을 입고 있었다. 넓은 가운이었지만 그녀의 가녀린 몸매를 남김없이 드러내었다.

항상 무술 연습을 빼먹지 않는 그녀였기에 가운 아래로 드러난 그녀의 종아리는 가늘지 않았다. 오히려 약간의 근육이 잘 자리 잡고 있어 하얗고 매끈한 다리를 뽐내었다. 김승엽은 그런 그녀의 다리를 보며 침을 꼴깍 삼켰다.

우해영은 책상 앞에 다가가 의자에 걸쳐놓은 수건으로 머리카락을 슥슥 닦았다. 그녀는 머리를 감고 나서 물방울이 머리카락을 타고 흘러내리는 것을 극도록 싫어했다. 하지만 드라이기로 머리카락을 말리는 것도 싫어해서 마른 수건으로 최대한 물기를 닦아 낼 수밖에 없었다.

“내가 도와줄게요!”

김승엽은 손에 들고 있던 쟁반을 내려놓고 재빨리 그녀에게 다가가 도와주려 했다.

그러나 우해영은 몸을 한쪽으로 피하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됐어요.”

도와주려고 뻗은 손은 허공에서 멈추었고 그녀의 차가운 목소리에 김승엽은 조금 주눅이 들었다.

하지만 앞으로 아름다울 미래를 생각하며 뒷걸음질 치려던 마음을 꾹 참고는 애써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렇게 차갑게 굴지 말아요. 우린 이제 곧 결혼할 사이인데 너무 낯선 거 같잖아요. 당신처럼 그렇게 세게 닦으면 머리카락 다 상해요. 내가 해줄게요.”

“필요 없다고 했잖아요!”

말하는 사이 우해영은 머리카락을 다 닦고 뒤로 한번 쓸어 넘기고는 고개를 저었다.

그러자 그녀의 머리카락 사이에 아직 덜 닦인 물방울이 사방으로 튀었다. 김승엽은 얼굴에 튄 물기를 닦지도 않고 눈을 감으며 깊은숨을 들이마셨다.

‘아, 정말 향기로워!’

우해영은 자기의 머리카락을 그렇게 신경 쓰는 편이 아니다. 머리카락을 말리거나 헤어스타일을 하는 시간이 아깝다고 생각했었다. 그렇기 때문에 그녀의 머리카락 길이는 항상 어깨를 넘은 적이 없다.

아무렇지 않게 두어 번 머리카락을 쓸어 넘기고 그제야 김승엽을 바라보았다. 한껏 도취해 있는 그의 표정을 보자 갑자기 그를 방으로 부른 이유가 생각났다. 우해영은 잠시 고민했다. 만약 자기가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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