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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7화

유란 쪽의 사람은 한소은이 이렇게 쿨하게 거절할 줄 몰랐는지 그녀의 반응에 오히려 당황해하며 다시 물었다.

“한소은 씨, 우선 가격부터 들어보시는 건 어때요?”

사실 전화기 너머의 사람은 한소은이 가격을 들으면 마음을 바꿀 거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었다. 이렇게 큰 금액의 유혹을 거절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

하지만 한소은은 들어볼 생각도 없는지 다시 거절 의사를 밝혔다.

“필요 없어요. 얼마를 주셔도 팔지 않을 겁니다. 귀사에서 저를 좋게 봐주시는 건 감사해요. 그럼, 이만 끊겠습니다.”

한소은이 전화를 끊으려 하자 상대방이 급하게 한마디 덧붙였다.

“한소은 씨, 우리 회사에서 이 향수를 좋게 보는 건 맞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 알아 두셨으면 해요. 아무리 재능이 있는 사람이어도 혼자서는 큰일을 해낼 수 없어요. 우리 회사에서는 한소은 씨에게 가장 좋은 플랫폼을 제공해 드릴 수 있습니다. 제가 알기론 지금 한소은 씨의 상황이 좋지 않은 거로 알고 있습니다만. 앞으로 계속 조향 업계에 발을 담글 수 있을지도 문제라고 하던데요.”

“이 일은 귀사에서 신경 쓸 일이 아니라고 봅니다. 걱정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럼 끊겠습니다!”

말을 끝낸 한소은이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전화를 끊었다.

“정말 조금도 생각해 보지 않을 거야?”

오이연은 놀란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마음속으로 한소은이 너무 빨리 결정을 내렸다고 생각했다.

상대방은 유란 이다! 다른 회사라면 몰라도 세계 1위이자 제일 큰 향수 브랜드다. 전 세계의 모든 조향사가 이 회사에 들어가려고 악을 쓴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만약 자기였다면 이렇게 좋은 기회가 눈앞에 왔을 때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승낙했을 것이다.

하지만 자기는 한소은이 아니다. 오이연은 평생 노력해도 한소은의 실력을 따라가지 못할 거란걸 잘 알고 있었다.

“이 시리즈 향수는 우리가 심혈을 기울여 개발한 거잖아. 여기에 쏟은 시간과 노력은 예전과 비교할 수도 없이 많아. 만약 예전이었다면 당연히 승낙했겠지. 하지만 지금 유란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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