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서진은 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입을 맞추며 그동안의 그리움을 달랬다.그녀가 너무 바쁜 탓에 며칠 동안이나 스킨십을 하지 않았다. 매일 피곤한 얼굴로 집에 돌아오는 그녀를 볼 때마다 너무 안쓰러운 마음에 그냥 자게 내버려 뒀다.하지만 지금 활기찬 그녀의 모습을 보니 더 이상 욕구를 참을 수가 없었다."서진 씨, 그만…… 시간 없어요."주위의 온도가 점점 뜨거워졌고 분위기도 묘해졌다.'비행기 따위 내가 알 게 뭐야.'얼마나 지났을까. 한소은은 침대에 누워 몸을 한번 뒤척였다. 당장 일어나야 한다는 걸 알지만 너무 피곤해서 꿈쩍하기도 싫었다.이때 김서진이 그녀의 허리 만지며 서서히 손을 앞으로 갖다 댔다.화가 난 한소은은 그의 손을 뿌리치고 싶었다. 하지만 자신의 배를 살살 어루만져 주는 그의 손길에 그녀는 다시 얌전해졌다."비행기 정말 놓치겠어요."그녀가 한숨을 쉬며 입을 열었다."정말 유란이랑 합작할 생각이에요?"김서진은 그녀에게 다가가더니 그녀 등 뒤에 딱 붙어서 물었다.그러자 뜨거운 숨결이 그녀의 목을 스쳤다. 그 간지러움에 그녀는 목을 움츠리며 고개를 끄덕였다."네.""개인 브랜드를 세울 생각 아니었어요?"그녀는 이 얘기를 몇 번이나 했었다. 사무실을 차린 것도 이 이유 때문이었다."그건 상관없어요. 브랜드는 여전히 제거니깐요. 만약 유란 쪽에서 마음이 있다면 투자나 혹은 다른 방식으로 합작해도 되고요. 예를 들어서 콜라보 상품을 내던가."그녀는 몸을 돌려 그와 마주 누었다.김서진은 손을 놓지 않고 여전히 그녀를 품에 안고 있었다.한소은은 김서진이 아주 품위 있고 속이 넓은 사람인 줄 알았다. 그런데 요즘 들어 그의 소유욕이 만만치 않다는 걸 느꼈다. 다만 그가 자신을 억제하고 있을 뿐이었다."유란이 당신의 요구를 동의할 것 같아요?"유란은 유명한 국제 브랜드인데다가 그들과 합작하고 싶은 사람은 너무나도 많았다. 그들이 찾은 것만으로도 감지덕지해야 할 상황에 그녀가 요구를 제기했으니. 그녀가 무슨 근거로 유란이
윤설아는 자신이 질 거란 생각을 단 한 번도 하지 않았다. 그녀는 모든 게 자신의 예상대로 진행될 줄 알았고 팔만 뻗으면 손에 넣을 수 있을 거라고 믿었다. 큰아버지가 유일한 변수라고 생했는데 결국에 자기가 키운 짐승한테 물릴 줄 누가 알았겠는가.맞은편에 앉아 있는 요영은 하룻밤 사이에 부쩍 늙은 얼굴이었다."설아……."그녀의 두 눈은 부어있었고 이런 초라한 모습은 처음이었다."내가 이 꼴 되니까, 좋지?"윤설아가 바짝 마른 입술을 열며 물었다."당신 아들 믿고 살면 되겠네, 이제. 아빠도 당신도 다 똑같아. 다들 아들만 생각하잖아? 그럴 거면 날 왜 낳은 거야?"그녀가 피식 웃었다."역시 내가 바보였어. 도와줄 거라고 믿었던 내가 바보지. 안 그랬으면…….""설아, 그런 거 아니야. 나도 형원이가 그럴 줄 몰랐어. 나도 속고 있었어. 설아, 엄마 한번 믿어줘!"그녀가 다급하게 설명했다. 딸의 실망스러운 눈빛이 그녀의 가슴을 아프게 만들었다.윤설아와 노형원중 누가 대윤을 물려받든 그녀는 상관없었다. 다 그녀의 자식이고 그녀도 둘이 싸우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았다.그리고 그땐 모든 걸 얻은 설아가 형원을 가만두지 않을까 봐 겁이 났었다. 하지만 그녀는 이 일이 이렇게 될 줄 몰랐다."됐어!"그녀가 언성을 높였다."그런 변명도 이제 지겨워. 가서 사랑하는 아들한테나 해! 난 이미 쓸모없으니까, 더 이상 내 앞에서 연기하지 마."그녀가 짜증을 부리며 말했다."그 눈물 아껴서 아들한테나 보여줘!""설아, 무슨 말을 그렇게 하니? 엄마는 진짜……."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윤설아가 자리에서 일어났다."설아, 설아, 내가 해결해 볼게! 참, 정하진, 정하진이 도와주면 돌이킬 방법이 있을 거야!"지금, 이 상황에서 그녀를 도와줄 수 있는 건 정하진 밖에 없었다.둘이 약혼한 지 얼마 안 됐지만 자기 약혼녀를 도와주는 건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했다.이 이름을 들은 윤설아가 걸음을 멈췄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 비웃는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
요영이 한숨을 쉬며 그녀의 말을 잘랐다."네 큰아버지도 지금 형원 손에 있어.""뭐?"윤설아가 경악한 얼굴로 고개를 돌렸다.그리고 믿을 수 없다는 듯 연신 고개를 흔들었다."그, 그럴 리가 없어.""진짜야. 형원이가 그랬어. 그 여자랑 그 아이도 자기 손에 있다고. 지금 회사는 거의 형원이 손에 쥐여 있어. 나도…… 나도 이젠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그녀가 도움을 준 적은 없지만 대윤을 지금까지 지켜봐 왔고 이젠 자기의 아들이 대윤을 물려받게 되었다. 그건 즉 대윤이 더 이상 윤 씨의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아닐 거야."윤설아가 고개를 흔들었다. 그리고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입을 열었다."병원에서 있었던 일은 나도 알고 있어. 큰아버지는 절대로 그렇게 쉽게 당할 사람이 아니야. 큰어머니랑 아픈 척 연기까지 해가면서 계획을 짰는데 그렇게 쉽게 협박당할 리가 없어. 대윤을 이렇게 순순히 내준다는 게 말이 돼?"자기가 온갖 수를 다 써가면서 얻으려고 했던 대윤을 노형원이 무슨 능력으로 이렇게 쉽게 손에 넣었단 말인가?그녀는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여우처럼 교활한 윤백건이 노형원의 함정에 빠졌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그건…… 퇴원하는 길에 잡혔다고 들었어. 너도 알다시피 형원이는 아주 오래전부터 준비해 왔어. 아무도 예상 못 했다고. 물론 네 큰아버지도. 그때 네 큰아버지가 사라졌잖아. 그렇게 많은 집들을 다 비우고 어디 갔는지, 아무리 찾아도 못 찾았는데, 이제 알겠더라."하지만 윤설아는 여전히 고개를 흔들었다."아닐 거야. 이렇게 쉬울 리 없어."그러더니 그녀가 갑자기 웃었다."어쩌면 운을 타서 그런지도 모르지. 그럼 축하한다고 전해줘.""설아야……."그녀의 말을 들은 요영의 마음이 너무 아팠다."엄마가 구해줄게. 구해낼 방법이 있을 거야!"노형원에게 부탁해서라도 기필코 자기 딸을 구해내고 말 것이다."그만 가. 더 이상 보고 싶지 않으니까."윤설아는 몸을 일으키고 안으로 들어갔다. 그녀의 웃음은 일그러져 있었다.
며칠 동안 힘들었던 윤소겸은 오랜만에 아버지를 보자 감정이 조금 흥분됐다."아버지……."화가 나 있던 윤중성도 수척해진 아들을 보고 안쓰러운 마음에 그저 한숨만 쉬었다. 그리고 자리에 앉으며 입을 열었다."며칠 동안 어디로 사라진 거야?""납치당했어요. 노형원이 절 납치했어요, 아버지.""역시 그놈이었어!"윤중성이 한숨을 쉬었다. 이미 예상했지만 아들의 입에서 그 말을 들으니 그는 더욱 화가 났다.'정말 화를 자초했어!'윤설아가 그를 회사에 데려왔을 때부터 그는 별로 탐탁지 않았다. 아무래도 나쁜 전과가 있는 사람이다 보니 인상이 안 좋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땐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회사에도 한때 설아와 이 남자의 사이가 애매하다는 소문이 돌았었다. 그도 잠시 의심한 적 있었지만 다시 생각해 보니 말이 안 되었다. 눈이 높은 설아가 노형원을 좋아할 리가 없었다. 더구나 그녀는 정하진과 약혼까지 했다.하지만 그가 요영이 결혼 전에 낳은 아들일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윤중성을 모욕감을 느꼈고 더 중요한 건 그 녀석이 지금 모든 것을 뺏어갔다는 것이다."다 당신 때문이에요!"사실을 안 진고은이 옆에서 비웃었다."평소에 저한테 요영에게 양보하라고, 체면 깎는 행동하지 말라고 하더니, 지금 보세요.""그만해요. 이미 이렇게 된 이상 말해 봤자 무슨 소용 있겠어요."짜증이 난 그는 이 얘길 더 이상 하고 싶지 않았다.하지만 진고은은 그만둘 생각이 없었다. 아들은 무사하지만, 대윤은 이미 남의 손에 넘어간 상황이다. 전에는 참으라면 참았지만, 아무것도 없는 지금 그녀는 더 이상 참고 싶지 않았다."왜요? 평소엔 저한테 그렇게 뭐라고 하더니, 요영 그 여자가 무슨 짓을 했나 보세요. 대윤은 이제 노 씨가 되었어요. 큰 그림을 그린 요영은 상관없겠죠! 하지만 당신은 뭐가 남았는데요? 난 또 당신이 얼마나 대단한 줄 알았는데, 여자한테 속은 것도 모르고.""그만해!"그가 소리쳤다. 진고은의 매 한마디가 그의 아픈 곳을 정확하게 찔렀다
"걔가 무슨 권세가 있다고!"윤중성이 코웃음을 쳤다."대윤이 몇 년을 거쳐서 세워진 기업인데, 그 많은 직원이 다 그를 순순히 따를 거라고 생각해요? 특히 원로들, 지금은 조용하지만, 속으로는 다들 분해 있을 거예요. 제가 기회를 노려서 말 한마디만 던지면 대윤은 다시 제 손에 돌아올 거예요!"그의 호언장담을 들은 진고은의 눈이 번쩍했다. 하지만 곧 말이 안 된다고 느껴졌다."정말이에요? 몇 년을 노력했지만 지금까지 대윤을 손에 넣어본 적이 한 번도 없잖아요. 지금 노 씨가 된 대윤을 무슨 수로 가져올 건데요?""그때랑 달라요. 그땐 제 큰형이 있어서 그랬어요.""지금은요?""큰형은 이미 실종됐어요. 아마 노형원한테 납치당했을 거예요. 그래! 맞아, 신고해야겠어!"그는 생각할수록 이 방법이 통할 거란 느낌이 들었다."소겸아, 이따가 경찰서에 가서 신고해. 아니야, 잠깐 기다려 봐. 생각을 좀 정리하자. 잘 생각하고 가야겠어.""괜찮아요?"미친 듯이 중얼거리는 그의 모습에 진고은이 걱정되어서 물었다."괜찮아요! 방법을 찾았어요! 소겸아, 경찰서에 가서 노형원한테 납치당했다고 그래. 전에 말 안 한 건 협박당해서 감히 못했다고. 그리고 네 큰아버지도 실종됐는데 노형원이 납치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그래. 참, 그리고 윤설웅. 걔가 죽은 것도 노형원한테 뒤집어씌워. 신고만 하면 노형원도 살아날 방법이 없을 거야."이미 성공한 것 같은 기분에 그가 미친 듯이 웃었다."증거가 없는데, 경찰이 믿을까요?"너무 많은 일을 겪은 윤소겸이 조금 소심해졌다. 왠지 이렇게 쉽게 풀리지 않을 것만 같았다."신고만 하면 경찰들이 조사할 거야. 그리고 넌 당사자야. 당연히 네 얘기를 근거로 조사하겠지. 노형원이 이 일로 골치 아파하는 틈을 타서 손을 쓰면 돼. 시간은 충분할 거야."윤중성이 몹시 흥분하며 말했다."그럼 소겸이가 또 경찰서에 가야 된다는 거예요? 괜찮겠어요? 저번에 경찰서에 있었을 때도 고생했는데 또 그런 일이 생기면!"진고은은 경찰서라는
대윤 그룹.깨끗하게 닦인 유리창 넘어 눈 부신 햇살이 방안을 훤히 비추었다.그 앞에서 도시의 풍경이 한눈에 들어왔다.'이래야 인생의 정상이라고 할 수 있지. 나랑 아주 어울리는 사무실이야.'노형원은 빨간 액체가 담긴 와인잔을 들고 있었다. 그는 미소를 머금고 그동안 벌어진 일들을 되돌려보았다.정말 꿈만 같았다.그는 자신의 노력으로 성공해서 모두가 자기를 우러러보게 될 줄 알았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회사는 파산됐고 그는 빗에 쫓기게 되었다.그도 잘 알고 있었다. 윤설아가 자기를 이용하려고 회사에 들여왔다는걸. 그리고 쓸모가 없어지면 가차 없이 버릴 거란 걸. 그래서 미리 계획을 세우고 준비를 했다.다들 이 게임을 조종하는 자가 자기 자신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조종당하고 있는 사람들이었다.'그래, 지금 모든 막이 내렸어. 그리고 마지막 승자는 나 노형원이야! 다만…….'윤백건 그 늙은이가 죽어도 자기 지분을 내놓지 않는 게 마음에 걸렸다. 임명장도 위조했고 몇몇 작은 주주도 이미 매수했다. 제일 높은 자리에 앉아 있지만 지분을 손에 넣지 못했다는 게 그를 불안하게 했다.그나마 다행인 건 그들이 자기 손에 있다는 것이다. 죽이는 살리든, 가져가든 빼앗든, 모두 그의 한마디에 달려있다.이때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비서가 들어왔다."노 사장님, 윤 부인께서……."그녀가 머뭇거리는 사이 노형원은 이미 들어온 요영을 발견했다. 그러자 그가 나가라는 손짓을 하며 말했다."나가봐! 내 명령 없이는 그 누구도 들어오지 못하게 해.""네!"비서가 고개를 끄덕이더니 밖으로 나갔다.문이 닫혔지만 요영은 여전히 그 자리에 서서 노형원을 주시했다.햇빛이 그의 뒤에서 비춰 들어왔다. 그는 마치 눈 부신 빛 속에 감싸진 것처럼 보였지만 정작 본인은 얼굴도 보이지 않을 만큼 어두웠다.요영은 그가 자신의 미래도 그리고 그 자신도 다 알아보지 못하고 있는 사람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앉으세요."그가 의기양양한 얼굴로 손짓했다.이런 감정은
윤설아를 생각하니 요영의 가슴이 아팠다.그녀를 보러 갔을 때 면회를 거부해서 오랫동안 그녀를 보지 못했다.'안에서 힘든 건 없는지.'"동생이요?"그가 눈썹을 들어 올리며 피식 웃었다."제 기억으로는 어머니와 아버지가 낳은 자식은 저 하나뿐인 것 같은데, 무슨 동생을 얘기하시는 거죠?""같은 아버지는 아니지만 다 내가 낳은 자식이야. 그러니까 당연히 네 동생인 거고."요영이 말했다."아니에요!"노형원이 갑자기 소리쳤다."만약 제 동생이라면 왜 걔는 어릴 적부터 부모님 곁에서 순탄하게 자라고 전 아닌 거죠? 전 늘 고아라고 놀림당했어요! 만약 제 동생이라면 왜 걔만 잘 먹고 잘 살고 당신을 당당하게 엄마라고 부를 수 있는 건데요? 전 어머니의 연락을 기다렸지만, 단 한 번도 오지 않았어요. 엄마라고 부르지도 못했어요! 그러고도 윤설아가 제 동생이라는 말이 나오세요? 죄송하지만 전 그런 동생 없어요! 전 늘 혼자였으니까!"그가 털어놓는 말에 요영은 당황하고 말았다.그가 이렇게 서러워하고 원망하고 있을 줄 생각 못 했다."형원아…….""됐어요. 만약 절 설득하려고 온 거면 그만 돌아가세요."말을 마친 그는 몸을 돌리고 그녀와 대화하는 걸 거부했다.요영은 잠시 머뭇거리더니 입을 열었다."동생이라고 생각 안 해도 좋아. 날 봐서라도 그만 놔주면 안 되겠니? 그래도 널 도와준 적이 있는데.""절 도와줘요? 그냥 절 이용한 것뿐이에요!"그가 코웃음 치며 창밖을 바라보았다."당신의 귀하신 따님이 어떤 사람인지 아세요? 저 못지않은 수단을 가진 사람이에요. 다만 윤소겸만 신경 쓰느라 절 주의 못했을 뿐이죠. 안 그럼 지금 감옥에 있을 사람은 저라고요."이건 헛소리가 아니었다. 윤소겸이 한 짓을 모두 노형원에게 뒤집어씌우는 건 조금 어렵겠지만 만약 경찰 측에서 집요하게 조사한다면 윤설아는 분명 자신을 밀어내서 모든 죄를 엎어 쓰게 할 것이다. 그는 윤설아가 어떤 사람인지 아주 잘 알고 있었다."하지만 넌 이미 이겼잖아. 그만하면 안 돼?"
"아직 주식을 손에 넣지 못한 거야?!"요영이 경악했다.회사에 대한 일은 잘 모르지만 그래도 놀랬다. 만약 윤백건의 주식을 얻지 못했다면 어떻게 그 자리를 차지했는가?"윤백건이 여우같이 교활하고 고집도 세서 어머니의 설득이 필요해요. 아들도 죽었는데 뭘 하겠다고 그러는 건지. 만약 그 주식을 양도하면 제가 아버지로 삼을 게요. 그리고 죽는 날까지 보살펴 줄 테니 손해 볼 것도 없잖아요?"그가 덤덤하게 말했다."아버지로 삼겠다고?!"요영이 믿을 수 없다는 듯 목소리를 높였다."돈과 권력 때문에 정말 별소리를 다하는구나!""하!"노형원은 우습다는 듯 그녀를 바라보았다."부잣집 사모님이 되려고 자기 아들도 버렸는데 아버지 하나 삼는 게 뭐라고! 만약 윤 씨를 전부 저에게 주면 친 아버지라고 불러줄 수도 있어요.""너……."그의 입에서 이런 말이 나올 줄 생각 못 한 요영은 너무 화가 나서 숨이 넘어갈 뻔했다."됐어요. 연기 그만하세요. 신체 건강하신 거 알고 있으니까. 설사 정말 화병에 걸렸다고 해도 먼저 이 계약서를 사인시키고 아프세요. 그런 눈빛으로 절 보지 마세요. 모든 걸 손에 넣으면 결국 다 우리 거잖아요. 근데 왜 이렇게 화를 내시는 거죠? 설마 정말 윤설아에게 주시려고요? 정 씨도 이미 그녀와 인연을 끊었는데 아직도 모르시겠어요?""……."요영은 숨을 한번 깊게 들이마시며 자신의 화를 억눌렀다. 그리고 그 계약서를 손에 쥐며 말했다."지금 어디 있어?""사람을 시켜서 모셔다드릴게요."그가 잠시 생각하더니 입꼬리를 들어 올렸다."아니, 제가 직접 모셔다드릴게요."노형원은 회사의 일을 분부하고 요영과 함께 일 층으로 내려갔다. 거기엔 경호원 둘이 앉아 있는 차가 이미 대기하고 있었다."왜? 마음이 안 놓여?"요영이 차갑게 물었다. 그녀는 갈수록 이 아들의 속셈을 알아볼 수가 없었다."어쩔 수 없어요. 이렇게 하지 않으면 전 이미 몇 번이나 죽었을 테니까요."그가 미소를 지으며 손짓했다. 그러자 한 사람이 걸어와 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