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비서한테 전화를 걸어 쌀 국수 등 먹을 것과 생활용품을 잔뜩 사서 꼭 문 앞에 가져다 놓으면 나중에 누군가가 찾으러 갈 것이라도 분부했다.분부를 마치고 그들이 다 준비하여 가져오는 데 시간이 좀 걸려서 아들은 그동안 굶어야 할 것 같다고 생각했다.두 손을 허리에 짚고 돌아서서 부엌에 있는 물건들을 멍하니 바라보았다.솜씨 좋은 부인도 쌀이 없으면 밥을 짓기 어렵다는 옛말이 있듯이 김서진은 솜씨 좋은 부인도 아니면서 쌀이 없는 곤경에 처해 있으니 정말 더 어려웠다.“제가 할게요.”다리를 주무르던 원철수는 부엌 문 앞에 나타나 이런 큰 사장이 분명히 직접 밥을 짓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에 입을 열었다.김서진은 돌아서서 눈썹을 치켜올리며 눈에는 의심을 감추지 않았다.“당신???”원철수는 다리가 저려서 이를 악물었지만, 김서진의 태도엔 매우 불만족스러웠다.“저를 얕보지 마세요!”‘이 두 부부는 정말, 하나는 자신의 의술을 얕보고, 하나는 자신의 요리 솜씨를 얕보다니. 그 원철수도 여러 해 동안 사람들에게 떠받들어온 셈인데 어떻게 그들 두 사람의 눈에는 이렇게 쓸모없게 보일 수 있는가?’원철수는 냉장고 문을 열고 안에서 계란 몇 개와 캔 몇 개를 꺼내고 이어서 그릇 두 개를 꺼냈다.그러고는 계란을 그릇에 흩뜨리고 휘저으면서 말했다.“비록 이곳의 물건은 당신 같은 큰 사장님의 집과 비교할 수 없지만, 적어도 가정식이라고 할 수 있어서 삼킬 수 없을 정도는 아닙니다.”말하면서 불을 켜고 냄비 뚜껑을 열었다.“아이…….”일깨워주기도 전에 원철수는 코를 찌르는 쉰 냄새에 그을렸다.“아이씨!”원철수는 욕을 내뱉고으며 두 걸음 뒤로 물러섰고 이어서 ‘콜록콜록’ 기침을 하기 시작했다.이 냄새가 이렇게 코를 찌를 줄은 몰랐고 무엇보다 냄비 안에 뭐가 있을 줄은 전혀 생각지도 못했다.“당신의 냄비는…… 며칠 동안 씻지 않았습니까?”김서진은 눈썹을 찌푸리며 물었다. 음식의 맛이 좋고 나쁨은 그다음이고 중요한 것은 음식이 깨끗하지 않다는 것이다.바
“당신…… 뭘 봐요?”김서진이 아래위로 훑어보자 온몸이 불편하여 원철수는 머리를 돌리고 싱크대에 버려진 냄비를 보았다.“저는 그 안에 아직도 국이 있는지 정말 몰랐어요. 진짜 장담합니다. 요 며칠 아드님한테 안에 있는 음식을 먹여준 적이 없었어요.”잠시 멈춘 후 원철수는 김서진이 말을 하지 않는 것을 보고 또 마음이 켕겨서 한마디 덧붙였다.“라면을 먹여준 적이 있다는 것은 인정합니다.”‘하지만 라면이라고 별거 아니잖아. 자기도 예전에 적지 않게 먹었는데 큰 해가 있는 것도 아니잖아.’‘게다가, 자신도 매일 라면을 먹고 싶지 않았는데 상황이 특수해서 어쩔 수 없었기 때문이잖아!’그러나 김서진은 원철수의 설명에 아랑곳하지 않고 갑자기 두 걸음 앞으로 나아가 원철수의 팔을 잡고 위로 들어 올렸다.원철수는 한바탕 당황했다.“당신 뭐 합니까, 당신…….”“쫙-”갑자기 원철수의 소매를 잡아당겨 위로 훑어 올리자 태반의 팔이 드러났다.“당신, 어???”원철수는 멍해졌고 무슨 뜻인지 몰랐다.원철수의 소매를 올리자 하얀 팔이 보였다. 그 피부는 정말 하얗고 많은 여자들보다 더 하얗다.하지만 예전의 근육이 팽창한 것과는 달리 지금 보면 약간의 근육도 보이지 않았고 팔은 가늘고 길며 심지어 약간 여위고 허약한 느낌도 있었다.만약 며칠 전에 직접 보지 않았다면 김서진은 같은 사람인지 아니면 단지 똑같이 생긴 것인지 의심했을 것이다.팔을 돌려서 자세히 찾아봤지만 어르신의 팔뚝에 있는 그런 자국은 하나도 없었고 흔적도 없이 깨끗했다. 피부밑의 혈관도 보일 듯 말 듯했고 아주 정상적인 색이었다.“저는 괜찮아졌어요. 독소는 이미 다 배출했어요.”김서진이 자신의 몸을 검사하고 있는 줄 알고 원철수는 긴장을 풀고 말했다.“제 스스로 맥을 짚어 봤지만 전혀 문제가 없었어요. 그런데 왜 그런지 모르겠어요. 둘째 할아버지와 집안의 다른 하인들은…….”원철수는 이해하지 못했고 김서진은 더욱 이해하지 못했다. 보아하니 이 모든 것을 알아내려면 어르신이 직접 설명하
“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요!”너무 바빠서 땀을 뻘뻘 흘리고 원철수는 침대 옆에 서서 혼비백산하여 말했다.김서진은 아무 말 없이 허리를 굽혀 어르신의 한쪽 팔을 이불에서 꺼내 자세히 들여다보았다.그런데 이상하게도 이전에 김서진이 어르신의 팔뚝에서 보았던 그 붉은 자국과 볼록한 금은 모두 사라졌다.빼빼 마른 팔뚝, 차가운 촉감, 그러나 이전의 자국은 하나도 없었다. 마치 모든 것이 자신의 환각이었고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느껴졌다.김서진의 동작을 보고 원철수는 어리둥절해졌다.‘방금 김서진은 자신에게도 이랬고 지금은 또 둘째 할아버지께 이러는데 도대체 무엇을 찾고 있는 걸까? 아니면 무슨 설이 있는 걸까?’“무엇을 찾고 있습니까?”머리를 가까이하고 원철수는 조금 궁금해서 물었다.갑자기 옆에 한 사람이 더 나타나자 김서진은 깜짝 놀라 고개를 돌려 원철수를 힐끗 쳐다보고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김서진이 줄곧 말을 하지 않자 원철수는 더 이상 진정할 수 없었다.“저기요, 도대체 무슨 뜻이에요? 방금 이렇게 저를 조사하시고는 지금은 또 둘째 할아버지를 조사하시고, 도대체 무엇을 찾고 있는 건가요? 제가 알 수 없는 것이에요? 바이러스와 관련이 있는 건가요? 아니면…….”잠시 멈추고 원철수는 물었다.“한소은이 당신한테 뭐라고 했어요?”김서진은 의술에 의학상의 이론을 잘 모른다는 것을 원철수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김서진의 이런 표정과 기색이 이렇게 진지한 것이 어쩌면 단서를 찾고 있는 것이 아니라고 해도 믿을 수 없었다.만약 그렇다면 한소은이 김서진에게 무엇을 찾으라고 분부한 것이 아닐까?“아닙니다.”이 한 마디가 튀어나오자 김서진은 또 이불을 젖히고 어르신의 다른 한쪽의 팔에서 찾기 시작했다.김서진은 자신이 잘 못 기억하지 않았고 잘못 본 것이 아니라는 것을 확신할 수 있었다.‘3시간 전, 어르신은 분명히 팔에 있는 끔찍한 자국을 보여주셨고 그것이 독충이라고 말씀하셨어. 그 후로는 더 이상 유용한 정보를 말씀하지 않으셨
김서진의 주먹은 조금도 빗나가지 않고 원철수의 배에 꽂혔다.원철수는 배를 움켜잡고 뒤로 몇 걸음 물러나더니 손가락으로 김서진을 가리켰다. 배에서 전해져 오는 고통 때문에 입만 뻥긋하며 말을 잊지 못하는 듯했지만 겨우 두 글자가 입술을 비집고 나왔다.“젠장!”“지금 도대체 어떤 상황인지 나도 몰라. 지금 이게 바이러스 인지, 전염병인지 아니면 우리가 모르는 또 다른 무언가가 있는지 확신할 수 없어.”김서진은 머뭇거리며 말을 이어 갔다.“당신처럼 의학을 배우는 사람도 모르는데 나라고 알겠어? 나는 그저 당신들 몸에 무슨 이상이 없는지 확인하고 싶었을 뿐이야. 다른 뜻은 없다고.”원청현이 깨어나기 전까지 고독에 대해선 아무한테도 말할 수 없다.김서진도 지금 무슨 상황인지 알 수 없었다. 원철수가 조금의 인내심도 없는 모습을 보이니 더욱 고독에 대해 귀띔해 줄 수 없었다.만약, 원철수에게 알려 줬다가 괜한 짓을 해서 상황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지 걱정이기도 했다.하지만 원철수는 김서진의 말에서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바이러스와 전염병이 아니라면 뭐가 있을까? 뭐가 더 있단 말이지??’두 사람의 말다툼 소리가 너무 커서인지 아니면 깨어날 시간이 돼서 인지 잠들어 있던 원청현이 깨어나면서 작게 기침했다.아주 작은 기침 소리였지만 옆에 있던 김서진과 원철수는 순간 정신을 차리고 원청현에게 시선을 집중시켰다.“어르신?”김서진이 원청현과 가장 가까이 있어 먼저 그가 깨어났다는 것을 발견했다.“크흠…….”원청현 목구멍에서 아주 작게 소리가 비집고 나왔지만, 그들에게 있어서는 기뻐할 만한 반응이었다.“둘째 할아버지!”원철수는 배가 아픈 것도 신경 쓰지 않고 한걸음에 원청현에게로 달려갔다.“드디어 깨어나셨네요! 어때요? 춥지는 않나요? 어디 아픈 곳은 없어요?”옆에 서 있던 김서진은 원철수가 달려드는 바람에 넘어질 뻔했다.원철수가 원청현을 너무 걱정하는 마음에 그런 것이라는 걸 김서진은 알고 있다. 그래서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옆으로 한 걸음
원청현은 두 눈을 감고 살짝 고개를 끄덕이며 김서진이 한 말이 일리가 있다고 표시했다.원청현이 그런 반응을 보이니 원철수도 두말하지 않았다.사실, 원철수는 그저 마음이 급한 것이다.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건지 빨리 알아내고 싶었다.이 일은 결국 자기 때문에 벌어진 것이니, 마음속 깊이 죄책감이 있었다.“네 탓이 아니야.”원청현은 원철수가 마음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는지 눈치챘다. 그러고는 힘겹게 손을 들어 어디를 가리키며 원철수에게 말했다.“너…… 저기 가서 내 은침 가져와.”원청현이 시키자 원철수는 즉시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네, 바로 가져올게요!”원철수는 지금 원청현의 말을 모두 따를 준비가 되어 있다.그가 가서 죽으라고 말하면 가서 죽는시늉이라도 할 기세다. 원청현이 다시 건강을 되찾을 수 있다면 어떤 말을 해도 다 따를 생각이었다.원청현은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원철수는 기분이 좋은 아이처럼 총총걸음으로 달려 나갔다.원철수가 방문을 나서자 원청현은 그제야 얼굴을 김서진에게 돌렸다.김서진은 원청현이 할 말이 있다는 걸 알아차렸다.“나…….”원청현은 힘겹게 한 글자 내뱉고 자기 팔을 들어 올렸다.김서진은 단번에 그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아들었다.“조사해 봤는데 아무런 흔적도 없었어요. 전에 내게 보여줬던 자국도 사라졌고요. 양쪽 팔 모두 없었어요. 원철수의 몸에 흔적이나 자국이 있는지도 확인해 보았는데, 없어요. 그게 도대체 뭔가요?”김서진은 원청 현이 지금 말하기 힘들다는 걸 알고 단숨에 자기가 지금까지 관찰해서 발견한 것들을 그에게 알려주었다.그제야 원청현의 얼굴에 만족한 표정이 나타나며 고개를 끄덕였다.김서진이 자기의 심정을 알고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아는 점이 원청현의 마음에 쏙 들었다.“물…….”원청현은 살짝 눈을 돌려 옆의 물잔을 바라보며 힘겹게 입을 열었다.김서진은 두말하지 않고 물을 한 잔 따라 원청현의 입가에 가져다주며 천천히 마시게 했다.물을 조금 마시고 기력이 조금 회복되었는지 원청
“우당탕!”물건이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가 들리면서 문 앞에 멍하니 서 있는 원철수의 모습이 보였다.원청현은 원철수가 이렇게 빨리 돌아올 줄은 몰랐다. 평소에 무슨 일을 시켜도 꾸물거리더니 오늘은 난데없이 그가 말한 대로 은침만 가지고 돌아왔다.문 앞에 멍하니 있는 원철수의 모습을 보니 아마 두 사람이 하는 말을 다 들은 것 같다.“둘째 할아버지, 내가 모체라는 게 무슨 말이에요?!”원철수의 목소리는 이상했다. 그는 이 사실을 받아들이기 어려웠다.비록 마음속으로 진작부터 자기가 1호라고 의심했지만 자기 때문에 집안사람들이 이렇게 되었다는 말을 직접 들으니 마음이 편할 리가 없다.다른 건 둘째라 쳐도 “모체” 라는 단어 만으로도 꾀나 괴상했다.“네가 모체가 아니라 네 몸속의 그것이 모체라는 말이야.”원청현은 기침을 한번 하고 원철수에게 설명해 주었다.그의 설명을 듣고 나니 원철수는 더욱 이상한 것 같았다.“내 몸속의 그것이요?”원철수는 고개를 숙여 자기의 몸을 보았다. 옷을 입고 있어 어디가 이상한지 알 수 없자 그는 더 이상 고민하지 않고 빠르게 단추를 풀어헤치기 시작했다.원철수의 앙상한 몸이 드러났다. 전에는 그나마 잔근육이 자리를 잡고 있어 보기 좋았지만, 여러 일을 겪고 나니 몸이 앙상하게 마를 수밖에 없었다.“크흠…….”원철수가 옷을 다 벗고 바지마저 벗으려 하자 원청현이 한숨을 쉬며 그를 말렸다.“사람 눈에 보이는 게 아니야. 빨리 옷이나 다시 입어!”“그러니까 그 물건이 아직 내 몸에 있다는 건가요? 하지만 내 몸속의 독소는 모두 배출되었다고 말하셨잖아요. 이제 괜찮다고 하셨는데 왜 내 몸에 아직도 그런 게 있는 거죠?”원철수는 아직도 충격에서 헤어져 나오지 못한 것 같았다.자기는 이미 회복되어 괜찮아졌고, 그 바이러스도 이미 극복했다고 여겼다.그의 둘째 할아버지이자 그의 스승님인 원청현이 못 하는게 없고 어떤 난치병도 다 고칠 수 있다고 믿었는데 원청현은 물론이고 집에서 일하는 가사 도우미 아줌마들도 한 둘씩 쓰러
그 신비한 조직은 해외에서부터 시작되었다.그들은 줄곧 바이러스에 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었고 나중에 약초와 독초에 대해 연구했다 하더라도 그건 지금 이 나라에 들어와서 부터 시작한 것이다.‘설마 그 조직에 고독을 사용할 줄 아는 민족이 있는 걸까?’“그건 나도 잘 몰라.”원청현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하지만 네 말대로 해결 방법이 전혀 없는 건 아니야.”“그건 나도 알아요.”배 속에 있던 걸 거의 다 게워 낸 원철수가 가슴을 부여잡으며 다시 들어왔다.“아래층에 있는 고서에서 봤어요. 하지만 고독을 풀려면 우선 어떤 벌레로 만들어진 고독인지 알아내야 해요.”벌레라는 단어에 원철수는 또 참지 못하고 화장실로 달려갔다.방에 남겨진 원청현과 김서진은 그런 원철수의 보습을 보고 한동안 말이 없었다.원청현은 입꼬리를 살짝 삐죽이다 고개를 돌려 김서진을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철수의 말이 맞아.”‘이 녀석 보아하니 책을 헛되이 본 것은 아니구나. 그래도 무언가를 배우긴 배웠어. 하긴, 내가 확실히 철수를 낮잡아 보긴 했지.’“그럼, 무슨 고독인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김서진은 잠시 생각하다가 다시 물었다.“내가 뭘 도와줄 수 있을까요?”김서진은 이런 것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만약 지금 한소은이 옆에 있었다면 무엇을 해야 할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알았을 것이다. 이런 것들은 김서진이 잘 아는 분야가 아니었다.사업계에서 한 손으로 하늘을 가릴 수 있었던 김서진이 해결할 수 없는 문제가 거의 없다. 이전에는 김서진도 자신이 할 수 없는 것은 없다고 느꼈지만, 지금 여기에 서니 자신도 이렇게 무력하게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순간이 있다고 생각되었다.아들을 어떻게 달래고 위로해야 할지 김서진은 조금의 경험도 없었고, 이런 난치병 앞에서도 속수무책이다. 김서진은 심지어 화장실에서 토하는 원철수보다도 아는 게 없었다.그 어떤 사람도 만능은 아니다.“고독을 빼낼 보조약이 필요하지만 아직 그럴 때가 아니야. 그리고 고독의 피해를 본 사람은
원철수가 무엇을 걱정하는지 잘 아는 원청현은 고개를 천천히 저으며 말했다.“아마 그 정도는 아닐 거야.”“아마?”원철수는 어리둥절했다. 이 확실하지 않은 단어는 그를 약간 뜨끔하게 만들었다.“고독에 대해서는 별로 연구한 바가 없어. 지금 내가 아는 것도 모두 고서에 나온 것들이야. 나도 실제로 접해본 적이 없어. 그래서 모든 건 다 추측일 뿐이지.”이런 일에 관련된 것은 조금 신중히 하는 것이 좋다. 원청현도 뭐가 어떻다고 아주 확신할 수 없었다.원철수는 고개를 끄덕이며 원청현이 왜 이렇게 신중하게 말하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그러면…… 정확히 어떤 경로로 전파됐을까요?”원철수는 잠시 고민하다 다시 물었다.이 말을 하고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돌려 김서진을 쳐다보았다.어쨌거나 김서진도 자기와 접촉한 적이 있기 때문에 이렇게 가까이서 마주 보고 얘기를 하는 것만으로 전염될 수 있다면 감염될 수 있는 사람은 너무 많았다.“내 생각에 혈액으로 전파되는 거 같아.”원청현은 한참이나 고민하고 또 고민하다 결론을 얻었다.“혈액??”원철수는 흠칫 놀랐다. 침대에 기대어 앉은 원청현이 고개를 끄덕이며 숨을 한번 고르고 말을 이어갔다.“네가 돌아온 후 접촉한 사람은 절대 적지 않아. 그러나 현재 고독에 감염된 사람은 나와 집안의 가사 도우미뿐이야. 최근 넌 여기서 지냈고 만약 접촉만으로 전파되는 것이라면 감염된 사람은 우리뿐만이 아닐 거야. 그러나 지금은 우리뿐이잖아요. 이리저리 생각해 봐도 공통점은 오직 하나란 말이지.”원청현은 의미심장하게 원철수를 바라보며 말했다.“공통점은 우리 모두 너의 피를 접촉했다는 거야.”“우리 모두??”원철수는 잠시 넋을 잃고 있다가 고개를 저었다.“그럴 리가 없어요!”“둘째 할아버지께서 내 피를 접촉한 것은 맞지만, 집안의 가사 도우미들이 내 피를 접촉했을 리가 없잖아요.”그는 아무리 생각해도 이 확률이 높지 않다고 생각했다.‘이건 말이 안 돼!’“접촉했어!”“직접적 으로든 간접적 으로든 접촉 했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