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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78화

직접 비서한테 전화를 걸어 쌀 국수 등 먹을 것과 생활용품을 잔뜩 사서 꼭 문 앞에 가져다 놓으면 나중에 누군가가 찾으러 갈 것이라도 분부했다.

분부를 마치고 그들이 다 준비하여 가져오는 데 시간이 좀 걸려서 아들은 그동안 굶어야 할 것 같다고 생각했다.

두 손을 허리에 짚고 돌아서서 부엌에 있는 물건들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솜씨 좋은 부인도 쌀이 없으면 밥을 짓기 어렵다는 옛말이 있듯이 김서진은 솜씨 좋은 부인도 아니면서 쌀이 없는 곤경에 처해 있으니 정말 더 어려웠다.

“제가 할게요.”

다리를 주무르던 원철수는 부엌 문 앞에 나타나 이런 큰 사장이 분명히 직접 밥을 짓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에 입을 열었다.

김서진은 돌아서서 눈썹을 치켜올리며 눈에는 의심을 감추지 않았다.

“당신???”

원철수는 다리가 저려서 이를 악물었지만, 김서진의 태도엔 매우 불만족스러웠다.

“저를 얕보지 마세요!”

‘이 두 부부는 정말, 하나는 자신의 의술을 얕보고, 하나는 자신의 요리 솜씨를 얕보다니. 그 원철수도 여러 해 동안 사람들에게 떠받들어온 셈인데 어떻게 그들 두 사람의 눈에는 이렇게 쓸모없게 보일 수 있는가?’

원철수는 냉장고 문을 열고 안에서 계란 몇 개와 캔 몇 개를 꺼내고 이어서 그릇 두 개를 꺼냈다.

그러고는 계란을 그릇에 흩뜨리고 휘저으면서 말했다.

“비록 이곳의 물건은 당신 같은 큰 사장님의 집과 비교할 수 없지만, 적어도 가정식이라고 할 수 있어서 삼킬 수 없을 정도는 아닙니다.”

말하면서 불을 켜고 냄비 뚜껑을 열었다.

“아이…….”

일깨워주기도 전에 원철수는 코를 찌르는 쉰 냄새에 그을렸다.

“아이씨!”

원철수는 욕을 내뱉고으며 두 걸음 뒤로 물러섰고 이어서 ‘콜록콜록’ 기침을 하기 시작했다.

이 냄새가 이렇게 코를 찌를 줄은 몰랐고 무엇보다 냄비 안에 뭐가 있을 줄은 전혀 생각지도 못했다.

“당신의 냄비는…… 며칠 동안 씻지 않았습니까?”

김서진은 눈썹을 찌푸리며 물었다. 음식의 맛이 좋고 나쁨은 그다음이고 중요한 것은 음식이 깨끗하지 않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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