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성아는 차가운 눈빛으로 강주환을 바라보며 말했다.“대표님, 그만 하세요. 이건 성추행이에요. 계속 이러시면 저 진짜 고소할 거예요.”윤성아는 애써 덤덤한 표정으로 말했다. 마음속 깊은 곳의 두려움을 들키지 않기 위해서 말이다.“하하하.”강주환은 싸늘한 웃음소리를 내더니 윤성아를 뚫어져라 쳐다보며 물었다.“내 돈으로 4년이나 먹고 살아 놓고 뭐? 고소?”강주환은 윤성아를 향해 한 발짝 다가가더니, 그녀를 차가운 벽과 자신의 품속에 완전히 가둬버렸다. 그리고 자세를 낮추며 그녀의 귀가에 대고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뭐로 고소할 건데? 혹시 강간이라도 당했다고 할 건가?”윤성아는 빨간 얼굴로 주먹을 꽉 쥐었다.“안 될 건 없죠. 대표님이 오늘 한 일만 해도 이미 강간 미수로 고소하기에 충분해요. 호진 그룹의 대표로서 이런 일로 경찰서에 가게 되면 사람들이 어떻게 볼 것 같아요?”강주환은 화가 치밀어 올라 이성을 잃을 지경이었다.윤성아는 강주환을 밀어내고 비상계단의 출입문으로 향했다. 그리고 문손잡이에 손을 올린 순간 무언가 생각난 듯 머리를 돌리며 말했다.“참, 대표님의 현 약혼녀는 제 아버지의 죽음과 연관된 뺑소니 사건 때문에 고소당했어요. 대표님은 간섭하지 말았으면 좋겠네요.”강주환은 미간을 찌푸렸다. 그러고는 차가운 눈빛으로 윤성아를 노려보며 말했다.“네게 안효주를 고소할 능력이 있다고 생각해?”윤성아는 심장이 철렁 내려앉는 것만 같았다. 안효주의 말이 맞았다, 강주환은 역시 그녀보다는 약혼녀의 편을 들어줄 사람이었다.윤성아는 피식 웃더니 차가운 눈빛으로 강주환에게 말했다.“그래도 저는 강 대표님이 정직한 사람일 줄 알았어요. 아무리 큰 권력이 있다고 해도 법은 존중할 줄 아는 그런 사람이요. 근데 이제 보니 대표님도 다른 자본가들과 별반 다르지 않네요.”강주환은 자신이 정직한 사람이라고 생각한 적이 없었다. 필요할 때는 물론 법도 어길 수 있었다. 그래서 그는 단호한 말투로 윤성아에게 말했다.“내 사람을 위해서라면 정직 따
윤성아는 강주환의 곁으로 돌아가기를 원하지 않는다. 그녀는 새로운 생활, 평범한 생활을 원한다고 했다.‘허허, 평범한 생활이란 게 도대체 뭔데? 네가 떠나면 나는 어떻게 살라고 그러는 거야?’강주환은 무슨 수를 써서라든 윤성아를 놓쳐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그의 소유물이니, 원하지 않는다고 해도 억지로 데려와야 했다.그렇게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강주환은 드디어 시선을 거두고 다시 차에 올라탔다. 하지만 그는 시동을 걸고 떠난 뒤에도 계속 윤성아만 생각했다.강주환은 윤성아가 과연 윤정월의 딸이 맞는지 알고 싶었다. 지금으로서는 일단 윤정월의 딸이 맞는 것 같았다. 아마 윤정월은 쌍둥이를 낳고 키울 형편이 되지 않아 윤성아를 남겨두고 한 명을 버렸는데, 그 버림받은 한 명이 안씨 가문에 가게 되었을 것이다.물론 윤정월이 안진강의 혼외자식을 낳은 것일 수도 있었다. 그렇게 낳은 쌍둥이 자식을 안진강과 나눠 키웠다고 해도 충분히 말이 되었다. 이 외에도...‘잠깐... 내가 왜 그 여자 출신을 생각하고 있는 거지? 됐어, 그만 생각하자.’강주환은 저도 모르게 생각을 이어가다가 순간 미간을 찌푸렸다. 윤성아의 출신은 그와 하등 상관없었다. 그가 원하는 것은 오직 윤성아를 되찾는 것뿐이니 말이다.이튿날.퇴근 시간, 집으로 돌아간 강주환은 안효주와 고은희가 함께 소파에 앉아 있는 것을 보게 되었다. 안효주가 무슨 얘기를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고은희는 활짝 미소를 짓고 있었다.발걸음 소리를 듣고 안효주가 먼저 머리를 돌렸다. 강주환이 돌아온 것을 보고는 생글생글 웃으며 다가갔다.“주환 씨, 왔어요?”안효주는 자연스럽게 손을 뻗어 강주환이 벗어 놓은 외투를 받아서 들었다. 그러고는 애교 섞인 말투로 조곤조곤 말했다.“저 오늘 어머님이랑 같이 병원에 다녀왔어요. 의사가 그러는데 항암 치료가 아주 잘 되고 있대요. 며칠 후에는 어머님이랑 같이 유명한 한의사한테 다녀오려고요. 운성시에 진짜 유명한 한의사가 있는데 수많은 암 환자를 치료했대요.”“
장석호는 돌려 거절하면서 윤성아에게 말했다.“아버님은 이미 화장된 상태라 뼛가루만 남으셨는데 제가 어떻게 증거를 찾습니까? 윤성아 씨, 경찰서는 그리 한가한 곳이 아닙니다. 저희 서장님께서는 이미 제게 다른 중대한 일을 맡기셔서 더는 그 사건에 대해 조사할 수가 없습니다...”그리곤 전화를 끊어버렸다.윤성아는 무력감에 힘이 빠졌다.그녀의 머릿속에 순간 강주환이 전에 했던 말이 떠올랐다.‘내 사람은 당연히 내가 지켜!'그때 그녀는 아무리 강주환이 그녀를 지켜봤자 이미 법조계까지 손을 뻗은 안효주를 상대할 수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녀는 이 세상이 얼마나 잔혹한지 잊고 있었다. 강주환은 영주시를 휘어잡는 존재였고 그는 안효주를 감방에 보낼 생각이 없을 뿐만아니라 그녀가 고소를 해도 전부 취하되었다!법원에서는 이 사건을 받아들이지 않았고 그녀를 도와주던 장석호마저 손을 떼겠다고 했다.윤성아는 더는 방법이 없었다!게다가 하필 이런 때에 호진 그룹은 베린 그룹과의 모든 협력을 중단한다고 했고 원이림은 골치가 아픈 듯했다.나엽 쪽의 상황도 마찬가지로 안 좋았다.이 모든 건 다 그 남자의 짓이었다!윤성아는 하는 수 없이 강주환을 찾아왔다.호진 그룹.윤성아가 들어가려 하자 입구 경비원이 그녀를 막았다.“윤 비서님, 비록 예전에는 이곳에서 출근하셨지만 지금은 아니죠!”“대표님 승인 없이는 들어가실수 없습니다!”윤성아는 심지어 호진 그룹으로 발조차 들일수 없었다.‘하하, 이젠 정말 딱딱하게구네.'게다가 이때, 송유미의 일로 그녀를 조롱하고 무시하던, 그녀와 한때는 같은 사무실에서 일했던 전 직장 동료들이 다가왔다.특히 그녀와 마찰이 있었던 동료들이 말이다!아마도 윤성아가 입구에서 제지당했다는 말을 듣고 바로 내려온 것이 틀림없었다.“어머, 이게 누구야? 윤 비서네요! 그 뻔뻔함 덕에 대표님 약혼녀한테 해코지당한 거 아니었어요?”“정말이네요. 나쁜 사람들은 왜 항상 명줄이 긴걸까요? 아직도 살아있다니!”“그러게요. 쯧쯧쯧. 어차피 저희
지난번 후로 그는 오랫동안 그녀를 이렇게 가까이에서 본 적이 없었다.빨갛게 물든 눈가에 훌쩍이는 모습을 보니 그는 더욱 그녀를 괴롭혀주고 싶었다. 그리고 그는 바로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었다. 강주환은 순간 그녀 앞으로 성큼 다가가 그녀의 머리를 두 손으로 받쳐 들고 입술을 맞추었다...그의 힘 있는 키스가 말해주고 있었다. 그는 이미 살짝 이성을 잃은 상태라고, 당장이라도 둘밖에 없는 대표이사실에서 그녀와 뒤엉키고 싶다고!그러나 화가 치밀어 오른 윤성아는 있는 힘껏 그의 혀를 꽉 깨물었다.“쓰읍...”강주환은 느껴지는 고통에 입술을 뗐다. 그의 혀에서는 피가 순식간에 흘러나오게 되었고 그는 얼른 손을 들어 닦았다. 그는 윤성아의 턱을 세게 잡으며 잔뜩 어두워진 얼굴로 말했다.“4년이나 같이 있었는데, 네가 이렇게 무례한 여자일 줄은 몰랐군.”윤성아는 굴하지 않고 독기 가득한 눈길로 남자를 보았다.“대표님이 계속 이렇게 절 괴롭힌다면 이것보다 더한 무례를 보여드릴 수 있어요! 대표님도 느껴 보세요, 혀가 잘리는 고통이 어떤 고통인지!”“하하.”강주환은 도리어 나직하게 웃어버렸다. 그는 칠흑 같은 두 눈으로 눈앞에 있는 여자를 향한 욕망을 억누르며 입을 열었다.“그래. 네가 내 곁으로 돌아온다면 마음껏 깨물게 해주지!”“...”윤성아는 어이가 없었다.‘이 남자가 정말 미쳤나?'눈앞에 있는 남자와 4년이라는 시간을 함께 보냈지만, 그의 심기를 건드린 적은 별로 없었다. 그랬기에 그녀는 지금 그의 모습이 너무나도 낯설고... 뻔뻔하게 느껴졌다.강주환은 손을 들어 다시 한번 그녀의 눈에 맺힌 눈물을 닦아주려 했다.그러나 윤성아는 그의 손을 '탁' 쳐내면서 눈물을 그대로 흘려버렸다. 아까의 침착함은 온데간데없이 그녀의 얼굴엔 분노와 실망의 감정만이 남아있었다.“전 절대 돌아가지 않을 거예요. 제가 오늘 이렇게 찾아온 건, 안효주 씨 때문이기도 하지만 베린 그룹과 나엽 씨 때문이기도 해요!”그녀는 따지듯 물었다.“대표님, 어떻게 그렇
그런 말을 해주는 원이림에 윤성아는 고마움을 느꼈지만 그래도 회사를 그만두기로 했다.“대표님, 정말로 고마워요. 하지만 전 저 때문에 회사가 피해를 보게 되는 게 더 싫어요. 그러면 전 죄책감을 느끼게 되고 마음도 편하지 않을 날이 더 많아질 거예요. 게다가 전 지금 제 아버지 일로 해결해야 할 일도 있고요. 나중에...”윤성아는 이미 마음속에 계획이 있었고 그걸 원이림에게 말해주었다.“아버지 사건이 해결되면 전 영주시를 떠나 해외로 갈 생각이에요. 공부하고 싶거든요.”원이림은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윤성아를 보았다.“영주시를 떠나 앞으로도 영원히 돌아오지 않을 생각인 거야?”윤성아는 고개를 끄덕였다.“네.”강주환이 그녀를 놓아주지 않고 계속 질척대니 그녀는 영원히 영주시를 떠나 다시 돌아오지 않을 생각이었다. 그래야 만이 진정한 평화로운 삶을 살아갈 수 있을 것 같았다.원이림은 시선을 떨구고 있는 아름다운 윤성아를 보며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안 가면 안 돼?”그녀는 4년 전 그가 빗속에서 우연히 만난 웃음이 아름다운 소녀였다. 마치 활짝 핀 해바라기처럼 맑고 순진무구한 아이였으며 백합꽃처럼 순결해 보이기도 했다. 너무나 아름다운 미소에 그의 마음마저 따듯해지게 만들었다.아버지의 힘을 빌리지 않고 혼자 영주시로 내려와 창업한 지 4년, 그는 매번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빗속에서 찬란하게 웃어주던 소녀의 얼굴을 떠올렸다.그녀는 그에게 아주 특별한 사람이었다. 4년이 지난 후 다시 만난 그녀를 보니 그는 그녀를 지켜주고 싶은 욕망이 생겼고, 그가 30년을 살아오는 동안 처음으로 결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한 사람이었다.원이림은 이런 귀한 인연을 놓치고 싶지 않았다. 그는 윤성아에게 말했다.“만약 아버님 일로 그러는 거라면 휴가를 주지. 아버님 사건을 해결한 뒤에도 마음이 울적하거나 휴식이 필요한 것 같으면 장기 휴가를 내주지. 휴가 기간이 얼마나 되든 상관없어. 마음 정리가 되면, 그때 돌아와도 돼. 그러니 굳이 사직서를 낼 필요
강주환은 깊어진 두 눈으로 윤성아를 빤히 보았다.“내가 누구길 바랐는데?”“...”윤성아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강주환은 그녀를 무시한 채 원룸 안으로 들어갔다.자그마한 사이즈에 인테리어 마저 단조로웠고, 게다가 먼지가 여기저기 쌓여 있는 걸 보아 꽤 오랫동안 사람이 살지 않은 집 같았다. 그는 바로 인상을 팍 찌푸렸다. 그리곤 이내 불쾌한 어투로 말했다.“정말 이딴 곳에서 지내겠다고? 우리 집으로 정말 죽어도 오기 싫은 거야?”이곳은 나엽의 명의로 된 원룸이 아니었기에 강주환은 집주인을 조사하지 않았고 정말로 윤성아가 전세를 맡은 집이라고 생각했다.윤성아는 아직 눈치채지 못한 그의 모습에 마음이 살짝 놓였다. 아무런 대답조차 하지 않았던 그녀는 고개를 들더니 완강한 얼굴로 눈앞에 있는 남자를 보았다.“대표님, 이곳은 대표님을 환영하지 않아요.”“응, 그래.”남자는 화조차도 나지 않는 눈치였다. 그는 칠흑 같은 눈동자로 심지어 그녀를 향해 다정한 미소를 지었다.“내 예상보다 빨리 그 회사를 그만두고 나엽의 집에서 나왔네? 아주 착하게 말이야.”그는 그녀 앞으로 성큼 다가갔다. 그리곤 이내 윤성아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애틋한 눈길로 그녀는 보았다.“여기서 조금만 더 얌전했으면 더 좋겠네. 얼른 내 곁으로 돌아와. 나랑 같이 엠파이어 가든으로 가서 살자, 응?”윤성아는 거절했다. 그녀는 이미 그에게 분명하게 의사를 전달했다. 절대 그의 곁으로 돌아가는 일은 없을 거라고!강주환은 눈썹 사이를 확 구겼다. 그는 허리를 꼿꼿하게 펴더니 완강한 태도의 그녀를 보며 말했다.“고집 좀 그만 부리면 안 돼? 내 곁으로 돌아오면 너에게도 나쁠 것 없잖아. 안 그래?”그는 거대한 몸집을 굽혀 천천히 그녀의 턱을 잡아 올리면서 차가운 시선으로 그녀를 보았다. 그가 말을 할 때마다 뜨거운 온기가 그녀의 얼굴에 쏟아졌다.“꼭 그렇게 내가 움직이게 만들어야겠어? 네게 더는 갈 곳이 없게 만들어야 돌아올 거냐고.”윤성아는 그를 밀쳐냈다. 그녀는 낯선 남
그녀의 말에 안효주는 눈앞에 있는 여자가 윤성아의 엄마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윤성아의 동생이 사고를 쳤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안효주는 아주 불쾌한 얼굴로 윤정월을 밀쳐냈다. 그리곤 차갑게 식은 눈길로 윤정월을 보며 말했다.“미쳤어요? 제가 다시 한번 말씀해 드리죠. 전 윤성아가 아니에요! 그 뻔뻔한, 다른 사람의 내연녀 노릇이나 하는 당신 딸이 아니라고요! 운성 안씨 가문이라고 알아요?”안효주는 거만한 태도로 이어서 말했다.“그 병신 같은 두 눈으로 똑똑히 보세요. 전 안씨 가문의 딸 안효주라고요! 그쪽이 찾는 딸은 영주시 베린 그룹에 있고, 여전히 뻔뻔하게 베린 그룹의 대표님을 꼬시고 있다고요. 거기로 가면 아줌마 딸을 찾을 수 있을 거예요!”말을 마친 그녀는 질색하는 얼굴로 윤정월을 발로 차 냈다. 그리곤 이내 기세등등한 모습으로 한정판 핸드백을 든 채 윤정월의 시야에서 유유히 사라졌다.윤정월은 놀라 그대로 굳어버렸다. 바닥에 주저앉아 멀어져가는 그녀의 뒷모습만 빤히 보았다. 그녀의 걸음걸이를 보니 확실히 윤성아가 아니었다. ‘하지만 어떻게? 내가 만난 사람이 윤성아가 아니라면, 어떻게 윤성아랑 똑같이 생길 수가 있는 거지?”그녀는 갑자기 무언가가 떠올랐다. 그리고 더더욱 놀랄 수밖에 없었다.22년 전.윤정월은 혼전임신으로 여자아이를 낳게 되었다. 그녀가 아이를 낳은 그 날, 병원에는 또 다른 출산 임박 환자로 다른 임산부가 이송되었고 엄청 강대한 그들의 기세에 병원이 떠들썩하게 되었다.윤정월은 병원에 있는 사람들이 쑥덕대는 소리를 듣게 되었고 옆 침대에 있던 임산부가 혀를 끌끌 차며 말을 꺼냈다.“쯧쯧, 세상에. 듣기로는 저 집안 아내가 영주시로 친가 부모님을 만나러 왔다가 갑자기 양수가 터졌다고 하던데, 분명 집안에 돈이 많겠네요! 남편의 차림새만 봐도 비싼 정장 쫙 차려입고 있잖아요. 심지어 차까지 끌고 왔다던데요? 전 자동차를 TV에서만 봤는데!”윤정월이 입원한 병실엔 총 세 개의 침대가 있었고 전부 임산부들이 누워있었다.
그녀는 이미 윤성아와 똑같이 생긴 안효주를 만났다.‘그럼 죽은 쪽이 내 딸이라는 거야?'윤정월은 가슴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 믿기지 않는 현실에 그녀는 머리가 지끈거렸고 하마터면 그 자리에서 정신을 잃고 쓰러질 뻔했다.20여 년 동안 드디어 그녀가 부잣집에 보낸 친딸을 찾았는데 이미 사망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윤정월의 호화로운 나날의 꿈도 파사삭 사라지게 되었다.분명 안씨 가문에서 자신의 딸을 홀대해준 것이라고 여기며, 그래서 딸이 죽게 된 것으로 생각하니 안씨 가문의 사람들이 증오가 되어 미칠 지경이었다. 그러나 안씨 가문으로 쳐들어가 따질 수 없었던 그녀는 모든 탓을 윤성아로 돌리기로 했다.게다가 양신우가 사고를 쳤기에 급전도 필요한 상태였다. 윤정월은 윤성아가 영주시 베린 그룹에서 일하며 또 회사 대표님을 꼬시고 있다는 안효주의 말을 떠올렸다.그녀는 바로 베린 그룹으로 향했다.마침 이날, 윤성아의 인수인계를 받은 새로운 직원이 모르는 부분이 있다며 윤성아에게 연락해 회사로 와 달라고 부탁했다.윤성아는 모든 일을 마친 후 베린 그룹에서 나오게 되었다.“윤성아!”누군가 자신의 이름을 부르자 그녀는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나타난 윤정월에 그녀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엄마, 여긴 어떻게 알고 오셨어요?”윤정월은 분노 가득한 얼굴로 그녀의 앞에 멈춰서더니 손을 들어 윤성아의 뺨을 때렸다.“짜악!”있는 힘껏 때린 윤정월에 윤성아의 고개가 돌아가고 머리카락도 흐트러지게 되었다. 그리고 그녀의 볼엔 선명한 손바닥 자국이 빨갛게 부어올랐다.그녀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딸이 죽지 않고 살아있었는데 윤정월은 기뻐하기는커녕 오랜만에 만난 그녀의 뺨을 때린 것이었다.‘왜 다짜고짜 뺨부터 때리는 거지?'“불길한 년! 네 아버지를 네가 죽게 한 것도 모자라 이젠 네 동생까지! 너 때문에 감방 가게 생겼어!”‘그리고 내 딸도 너 때문에 죽었다고!'윤성아는 안씨 가문의 딸을 성인이 될 때까지 키웠다. 하지만 정작 그녀의 딸은 이미 4년 전에 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