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윤성아를 그윽하게 바라보며 진지하게 말했다.“난 한연 그룹에는 관심 없어. 오히려 성아 너에게 관심이 있다고!”윤성아는 흠칫 놀랐다.“준회 씨, 당신...”양준회가 웃으며 말했다.“왜, 당황했어? 농담이야.”“내가 너와 맞선을 본 것부터 그 후의 모든 것들이 모두 보여주기 위한 연기일 뿐이야. 다른 사람을 만나면서 시간 낭비하지 않게 해준 거지. 하지만...”양준회는 갑자기 톤을 낮춰 말했다.“성아야, 난 강주환이 너의 결혼 상대로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하는데, 나는 어때? 두 집안을 비롯한 모든것이 어울린다고 생각해. 너에게도 두 아이가 있고 나도 딸이있어! 나도 그 애들이 좋아! 나나도 널 많이 좋아하고! 그들 셋이 잘 지내는 것 같아.”윤성아는 웃으며 대답했다.“됐네요. 인연이 오래가려면 그래도 애인보다는 친구가 더 오래가죠! 그냥 평생 친구이자 좋은 사업 파트너로 남는 것도 괜찮은 것 같아요!”양준회는 이런 대답이 돌아올 줄 알고 있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화제를 돌려 비즈니스와 가족들, 그리고 각자의 아이들 이야기로 넘어갔다.이렇게 대화가 잘 통하는 두 사람이기에 어쩌면 지금까지 인연이 이어질 수 있었던 것 같다. 식사를 마치고 각자 차를 운전하여 집으로 향했다.양나나는 얼마 후면 곧 6살이 되었다. 아직 자지 않고 거실에 앉아 애니메이션을 보면서 양준회를 기다리고 있었다.“아빠!”집으로 돌아온 양준회를 보자 나나는 소파에서 뛰어 내려와 품으로 한달음에 뛰어들었고 양준회도 두 팔을 벌려 자연스럽게 나나를 안아 들었다.“아빠가 보고 싶었어?”“그럼!”아빠와 딸이 매일 주고받는 일상적인 대화가 오갔다.“쪽!”양나나는 양준회의 머리를 끌어안고 이마에 쪽소리 나게 입을 맞췄다. 그녀는 똘망똘망한 눈으로 양준회를 쳐다보며 말했다.“아빠, 오늘 또 성아 이모랑 데이트했어? 이렇게 오래됐는데, 성아 이모는 아빠를 좋아한대요?”말이 끝나기 바쁘게 나나는 가장 큰 관심사를 물었다.“아빠, 언제면 성아 이모랑 결혼해서
“우리 부모님은 여행에 심취해 있는 분들이라 이번에 오래 계시지 않고 인츰 떠나실 거야. 성아 네가 맞선 상대로 인사를 드리면 부모님들도 내가 혼자 쓸쓸히 보내는 게 아니라고 생각하셔서 나나에게도 한시름 놓으실 거야.”“성아야, 이렇게 부탁할게. 전에 내가 널 도왔다면 이번엔 너도 나를 좀 도와줘.”윤성아는 어쩔 수 없이 승낙했다. 그렇게 양준회와 같이 부모님을 만나러 왔다.“아버지, 어머니, 여기는 성아예요. 안 대표님의 둘째 따님이죠!”양준회는 부모님에게 윤성아를 소개했다.비즈니스 행사 때문에 윤성아는 정장 차림이어서인지 유독 아름다웠다. 검은색 정장이 그녀의 잘 빠진 몸매를 감싸고 있었다. 지성과 미모, 그리고 직장에서의 카리스마까지 겸비한 그녀의 첫인상이었다.“아버님, 어머님, 안녕하세요.”“음, 그래. 그래.”부모님들은 반가운 나머지 연신 대답했다.거의 50세가 되시는 어머님은 온화하고 인자하셨다. 그녀는 윤성아의 손을 꼭 붙잡고 말했다.“쌍둥이 아니랄까 봐 완전 판박이네! 준회가 소개하지 않았다면 효연인줄 알겠어.”운성은 예전부터 4개의 가문으로 나뉘었다. 비즈니스의 양씨 가문과 안씨 가문, 나라 정치의 백씨 가문, 그리고 대대로 의술을 익힌 남씨 가문.비록 양씨 가문과 안씨 가문이 오래된 교류는 아니지만 이전부터 인연은 이어져 왔다.양준회의 어머니는 사돈으로서 서연우와 안효연을 잘 알고 그들의 성격을 좋아했다. 그래서 윤성아도 너무 좋아했고 아버님도 윤성아를 무척 마음에 들어 하셨다.“할아버지, 할머니.”양나나가 뛰어왔다. 윤성아를 발견하고는 반짝이고 커다란 눈으로 그녀를 쳐다보며 말했다.“성아 이모!”양나나가 윤성아에게로 달려오자 그녀는 자연스럽게 양나나를 안아 들었다. “이모 보고 싶었어?”“보고 싶었어요!”양나나는 단번에 대답했다. 그는 진짜로 윤성아를 마음에 들어 했던 나머지 품에 안겨 애교를 부렸다.“성아 이모, 요즘에는 왜 우리 집에 와서 저랑 놀아주지 않아요?”그는 윤성아와 이런저런 애기를 한
그와 동시에 양씨 가문과 안씨 가문이 혼인을 맺을 거라는 소문이 돌고 있었다. 그러면서 양준회와 윤성아가 선남선녀이고 궁합도 맞아서 결혼하게 되면 두 집안의 큰 합작 관계가 되어 운성에서도 좋은 시너지를 일으킬 거라는 소문도 있었다.우양주는 시시콜콜하게 여러 연예계의 뉴스를 찾아보면서 새로운 자신만의 ‘여자 친구’를 찾던 중 운성의 세기의 뉴스를 보게 되었다!“XX! 대박!”우양주도 깜짝 놀라 자기도 모르게 욕이 나왔다 그러고는 멀지 않은 사무실 테이블 앞에 앉아서 Z 그룹의 보고서를 보고 있는 남자에게로 시선이 멈췄다.“넌 아직도 윤 대표님의 애인인 거야! 어쩌면 윤 대표님이 너를 외면했을지도...”순간 방 안의 공기가 얼어붙을 것만 같았다. 강주환은 죽일 것처럼 사나운 눈빛으로 우양주를 노려보았다! 수많은 칼날이 날아오는 듯한 따가운 시선이었다. “그게...”우양주는 난처해하며 입을 삐쭉거렸다.“내가 말한 말이 아니야, 운성 뉴스를 봐!”그러자 이제서야 강주환은 뉴스를 확인하게 되었는데 그의 관심사는 오로지 윤성아가 쓰러져서 현재는 병원에 있다는 대목이었다. 강주환은 걱정된 마음에 벌떡 일어나 밖으로 나가려고 했다.그러자 우양주가 물었다.“어디 가려고?”강주환은 아무 대답이 없었다. 우양주는 그의 뒷모습에 대고 외쳤다.“정말로 운성으로 가는 건 아니지? 네가 온 지 얼마나 됐다고 그래! 일은 다하고 가는 거야?”“네 눈에는 와이프만 있고 친구의 생사는 안중에도 없냐!”“내가 Z 그룹을 책임지면서 네가 아팠을 때는 호진 그룹도 도와줬었잖아! 눈코 뜰 새가 없었다고! 일하느라 여자랑 대화해 본지도 언제인지 모르겠어! 나도 옆구리가 시리다고!”강주환의 발걸음은 좀처럼 멈추지 않았다. 모든 업무를 제쳐두고 밤을 새우면서 운성에 있는 윤성아가 있는 병원으로 달려왔다. 운성으로 오는 길에 강주환은 진하상에게 사건의 전말을 조사하라고 시켰다. 지금까지 알고 있는 건 윤성아가 양 씨 가족들과 식사하다가 중독되었다는 사실이다.병실에 들어서
강주환의 눈은 원망으로 가득 차 있다.윤성아의 말을 그대로 안고 그녀를 데리고 병원을 떠났다.양준회가 따라 들어왔다. 양준회는 이 모습을 보자마자 막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성아야, 너 전에 식중독에 걸려서 몸이 허약했으니 병원에서 관찰하는 게 좋을 거야.”"내 여자, 내가 돌볼 거야.”그리고 강주환은 다짜고짜 윤성아를 껴안고 떠났다.차에 올라타자, 강주환은 어두운 얼굴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왜 그래?”윤성아가 물었지만 강주환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윤성아가 미소를 지으며 일부러 웃었다."어디서 질투하는 냄새가 나는데?”"주환 씨, 냄새 안 나요? 누가 이렇게 질투를 하실까?”강주환은 안색이 어두웠고 츤데레인 말투로 말했다."나 질투나.”그는 자기의 품에 안긴 윤성아는 자기의 여자라는 듯 말했다."너는 내 거야. 다른 엉망진창인 남자랑 엮이면 안 돼. 내가 질투해.”"지금도 질투가 나서 죽을 것 같아.”"다른 남자들과 엮이지 않았는데?"윤성아가 강주환의 얼굴을 어루만지며 말했다."주환 씨는 이렇게 잘생겼는데? 진작 말했었지 않아요. 전 지금 당신 얼굴이 너무 좋다고요.”그리고 그의 귓가에 강주환만이 들을 수 있는 목소리로 말했다."지금 저는 강주환이라는 내연남에게 아주 만족해요!”강주환의 귀가 빨개졌다. 온몸의 온도는 자신도 모르게 달아올랐다. 그의 눈은 이글이글 타오르며 계속해서 윤성아를 심문했다."양준회는? 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윤성아가 웃었다."준회 씨와 저는 파트너이자 친구일 뿐 다른 건 없어요.”"하지만 그는 당신이 딸의 새엄마가 되어주었으면 해요.”강주환이 담담하게 말했다. 이어 양준회와 윤성아가 실시간 검색어에 오른 것과 사람들이 모두 잘 어울리는 커플이라고 칭찬했다는 것, 그리고 양준회가 윤성아에 대한 의도까지 모두 말했다.윤성아는 충격을 받았다. 단지 식중독에 걸려 양준회의 도움으로 병원에 실려 갔을 뿐인데도 이렇게 큰 소동이 일어나다니.양준회가 그녀에 대한 의도는..."말도
잔뜩 화가 나 있는데 하필이면 우양주가 옆에서 떠들었다."그래서 내연남인 너는 정규직으로 전환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지금 자리도 지키지 못했다? 주환아, 너 안 되는 거 아니야?"강주환이 차가운 눈빛으로 우양주를 쳐다보았다.그러자 우양주도 투항하며 말했다."아니, 아니, 할 수 있어. 내가 안 되는 거야. 내가 너무 플레이보이라서 그래."강주환은 콧방귀를 뀌고 우양주와 더 따지지 않았다. 그는 일어서서 밖으로 나갔다."요즘 Z그룹과 호진 그룹 계속 지켜봐 줘." 떠날 때 그는 우양주에게 당부했다.아내를 노리는 사람이 있는데 어디 일할 마음이 있겠는가. 강주환은 운성시로 돌아왔다.그는 직접 운전해서 윤성아를 데려다주기 시작했고, 도둑을 보는 것처럼 양준회를 쳐다보며 그를 경계했다.그뿐만 아니라 점점 갈수록 강주환은 윤성아가 당장 도망가기라도 할 것처럼 몰래 윤성아를 미행했고, 심지어 두 아이를 시켜서 윤성아에게 전화를 걸도록 했다.이날 밤, 윤성아와 양준회, 그리고 밤늦게까지 같이 잔업을 한 몇몇 동료들이 함께 밖에서 식사했다.전화가 또 걸려왔다. 강주환인 것을 보고 윤성아는 받지 않았다. 그리고 곧 강하성이 전화 시계로 전화를 걸었다. 강하성이 졸린 듯 하품을 하면서 말했다. 자고 있다가 강주환에게 불려가서 전화를 건 것이 분명했다."엄마, 왜 아직도 안 오셨어요? 야근 아직 안 끝났어요?"윤성아가 화를 억누르며 부드럽게 강하성에게 말했다. "야근은 이미 끝났고 지금 동료들과 함께 식사하고 있어. 아빠한테 전화 바꿔. 엄마가 아빠랑 말할게.""네."강하성은 전화 시계를 강주환에게 주었다. 윤성아의 목소리는 순식간에 싸늘해졌다. 그녀는 강주환에게 주소를 알려주며 말했다."절 데리러 오세요." "좋아." 강주환은 곧 차를 몰고 왔다. 윤성아는 차에 올라탄 후 냉담한 표정으로 말했다."당신, 이렇게 지긋지긋하게 굴지 말아줄래요? 양준회는 그저 비즈니스 파트너일 뿐이에요.""저한테 자유를 좀 줄래요? 도둑 대하는 것처럼 지켜
강주환의 숨결이 뜨거웠다.그는 위험한 눈동자로 분홍빛을 띠고 있는 여자를 바라보면서 이를 갈며 말했다. "당신을 허리띠에 묶어둘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어디든 데리고 다닐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면 영주시에 가서 며칠 못 본다고 그리워할 필요도 없었다."……" 강주환이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착하지? 며칠 후에 다시 올게.""알겠어요." 윤성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일어나서 그를 떠나보내고 싶었지만 강주환이 거절했다."어젯밤 피곤했으니까 더 자." 강주환이 간 후 윤성아는 다시 잠자리에 들었다. 그리고 8시가 넘었을 때 일어나서 씻고 아침을 먹기 위해 계단을 내려갔다. 안진강과 서연우는 이미 아침을 먹고 함께 운동하러 밖으로 나갔다. 두 아이도 이미 밥을 먹고 안씨 가문 운전기사의 차를 타고 유치원으로 갔다.안효연만 늦게 일어나서 아침을 먹고 있었다."언니."윤성아가 안효연에게 인사를 했다. 그리고는 식탁 앞으로 가서 앉았다."성아야, 너 오늘 바쁘니?""아니, 안 바빠." "바쁘지 않으면 같이 병원에 가줄래?""좋아."윤성아는 즉시 대답했다. 두 사람은 아침을 먹고 병원에 갈 준비를 했다. 이때 집사인 문복 아저씨가 들어와 말했다."첫째 아가씨, 둘째 아가씨. 밖에 임씨 성을 가진 아가씨가 아주 중요한 일이 있어서 아가씨를 만나야 한다고 하네요." 안효연은 눈썹을 찡그렸는데 임씨 성을 가진 아가씨가 누구인지 한동안 생각하지 못했다. 반면 윤성아는 단번에 임설영을 생각했다. 윤성아는 차가운 표정으로 문복 아저씨에게 분부하여 말했다."우리 언니는 임씨 성을 아가씨를 모르니까 그냥 쫓아내시면 돼요."문복 아저씨는 명령을 받고 떠났다.안효연은 윤성아를 바라보며 말했다."날 찾는 사람이 누군지 알아?""……"윤성아는 안효연의 눈을 피했다. 이 모든 것을 안효연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몰랐다.안효연은 예리하게 무언가를 알아차렸다. "성아야, 나한테 숨기는 거 있어?""난…"임설영이 찾아오기까지 했다. 만약 임
나이 어린 임설영은 욕설에 재주가 있었다.안효연을 임신도 하지 못하는 무능한 여자라고 계속 듣기 거북한 말을 했다.옆에서 듣고 있던 윤성아는 참지 못하고 다가와 임설영의 뺨을 한 대 때렸다.“짝!”뺨을 맞은 임설영은 믿기지 않는 표정으로 윤성아를 쏘아보았다.“감히 날 때려?”윤성아는 차가운 기운을 내뿜으며 서늘한 눈빛으로 그녀를 보며 말했다.“계속 소란 피우지 말고 당장 꺼져!”임설영은 허허 웃더니 말했다.“넌 또 뭐야?”“윤성아, 다른 사람은 몰라도, 전에 같이 호진 그룹에서 일하면서 네가 얼마나 뻔뻔스럽게 강 대표를 꼬셨는지 난 잘 알고 있어!”“그래, 지금이야 안씨 가문의 둘째 딸로 신분 상승했지만, 그전에는?”그녀는 계속 윤성아의 과거를 들추었다.“원래는 사생아였잖아! 도박꾼의 딸! 뻔뻔스럽게 강 대표의 내연녀가 되어놓고, 그것도 모자라 베린 그룹의 대표와도 그렇고 그런 사이잖아!”“참, 이제 보니 나엽 오빠와도 스캔들이 났었지?”임설영의 말은 갈수록 듣기 거북해졌다.“안효연의 동생으로서 나엽 오빠와 그렇고 그런 사이라니. 아주 뻔뻔스럽기는...”“짝!”또 뺨을 때리는 소리가 들려왔다.이번에는 안효연의 손이었다.그녀는 몸을 부들부들 떨며 차가운 눈으로 임설영을 보며 말했다.“꺼져!”임설영이 뭐라고 말하려 했지만, 안효연의 섬뜩한 눈동자가 계속 그녀를 쏘아보고 있었다.“적당히 하죠. 안 그럼 절대 이혼하지 않아요. 그럼 당신도 평생 내연녀 신분으로 살아야 해요!”“당신 뱃속에 아이가 정말 나엽의 아이라고 해도 영원히 사생아일 뿐이죠!”안효연은 이에 그치지 않고 쐐기를 박았다.“그거 알아요? 내 말 한마디면 당신이 낳은 아이는 제가 키울 수 있다는 거?”“그러니 당장 나가요. 나엽에게 전화하기 전에!”임설영이 안씨 가문에 소란을 피우러 온 건 나엽이 모르고 있었다.그러니 당연히 그녀가 전화하길 원하지 않았고, 결국 할 수 없이 자리를 떠났다.임설영이 떠나고, 안효연은 눈앞이 핑 돌더니 자리에서 쓰러지고
나엽은 힘껏 임설영의 목을 졸랐다.“네가 얼마나 죽어 마땅한 짓을 한 줄 알아? 감히 효연이를 찾아가? 임설영, 네가 죽고 싶어 환장했지?”임설영은 나엽의 서늘한 눈동자에 깜짝 놀랐다.목이 묶여 숨을 쉴 수 없었던 그녀는 힘껏 손을 뻗어 나엽의 손을 떼어내려 애썼다.“오빠, 이거 놔요... 나 진짜 죽을 것 같아요.”나엽의 입가에는 음산한 미소가 번졌다.그는 당장이라도 여자의 목을 부러뜨릴 듯 힘껏 졸랐다.숨을 쉴 수 없고 가슴이 답답한 느낌은 아주 괴로웠다. 가슴이 당장이라도 터질 것 같은 그녀는 두 눈이 하얗게 변하더니 더욱 힘껏 나엽의 손을 떼어냈다.하지만 아무런 소용도 없었고 그녀는 정말 숨이 막혀 죽을 것 같았다. 마치 사신이 앞에서 그녀를 부르고 있는 것 같았다.“어머나!”남숙자는 부엌에서 나와 이 장면을 보고 깜짝 놀라 비명을 질렀다.그녀는 손에 있던 물건을 내려놓고 달려와 힘껏 나엽을 잡아당겼다.“이놈아, 왜 또 이런 바보 같은 짓을 해? 이거 놔. 이러다 진짜 죽겠어. 그러면 넌 감옥살이 해야 한다고! 게다가 뱃속의 아이는 네 핏줄이야...”남숙자는 임설영의 생사 따위는 신경 쓰지 않았다.그녀가 신경 쓰는 건 오직 나엽이 살인죄를 얻게 되는 것이고, 또 임설영 뱃속의 아이였다!남숙자의 힘으로 나엽의 손이 느슨해졌고, 임설영은 기회를 잡아 힘껏 나엽을 밀어냈다.그녀는 재빨리 남숙자의 뒤에 숨어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오늘 미친 사람처럼 자신을 죽이려던 나엽을 보며 용서를 빌었다.“나엽 오빠, 내가 잘못했어요. 효연 언니를 찾아가는 게 아니었어요. 앞으로 다시는 이런 일 없도록 할게요.”“제발, 이번 한 번만 용서해줘요. 뱃속의 아기를 봐서라도...”나엽은 차갑게 콧방귀를 뀌었다.그는 섬뜩한 눈빛으로 임설영의 앞을 가로막고 있는 남숙자를 바라보며 말했다.“엄마, 비켜요!”남숙자는 당연히 비키지 않고 타일렀다.“나엽아, 오늘 설영이가 효연이를 찾아간 일은 나도 몰랐어. 알았다면 절대 못 가게 말렸지! 이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