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뜩 화가 나 있는데 하필이면 우양주가 옆에서 떠들었다."그래서 내연남인 너는 정규직으로 전환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지금 자리도 지키지 못했다? 주환아, 너 안 되는 거 아니야?"강주환이 차가운 눈빛으로 우양주를 쳐다보았다.그러자 우양주도 투항하며 말했다."아니, 아니, 할 수 있어. 내가 안 되는 거야. 내가 너무 플레이보이라서 그래."강주환은 콧방귀를 뀌고 우양주와 더 따지지 않았다. 그는 일어서서 밖으로 나갔다."요즘 Z그룹과 호진 그룹 계속 지켜봐 줘." 떠날 때 그는 우양주에게 당부했다.아내를 노리는 사람이 있는데 어디 일할 마음이 있겠는가. 강주환은 운성시로 돌아왔다.그는 직접 운전해서 윤성아를 데려다주기 시작했고, 도둑을 보는 것처럼 양준회를 쳐다보며 그를 경계했다.그뿐만 아니라 점점 갈수록 강주환은 윤성아가 당장 도망가기라도 할 것처럼 몰래 윤성아를 미행했고, 심지어 두 아이를 시켜서 윤성아에게 전화를 걸도록 했다.이날 밤, 윤성아와 양준회, 그리고 밤늦게까지 같이 잔업을 한 몇몇 동료들이 함께 밖에서 식사했다.전화가 또 걸려왔다. 강주환인 것을 보고 윤성아는 받지 않았다. 그리고 곧 강하성이 전화 시계로 전화를 걸었다. 강하성이 졸린 듯 하품을 하면서 말했다. 자고 있다가 강주환에게 불려가서 전화를 건 것이 분명했다."엄마, 왜 아직도 안 오셨어요? 야근 아직 안 끝났어요?"윤성아가 화를 억누르며 부드럽게 강하성에게 말했다. "야근은 이미 끝났고 지금 동료들과 함께 식사하고 있어. 아빠한테 전화 바꿔. 엄마가 아빠랑 말할게.""네."강하성은 전화 시계를 강주환에게 주었다. 윤성아의 목소리는 순식간에 싸늘해졌다. 그녀는 강주환에게 주소를 알려주며 말했다."절 데리러 오세요." "좋아." 강주환은 곧 차를 몰고 왔다. 윤성아는 차에 올라탄 후 냉담한 표정으로 말했다."당신, 이렇게 지긋지긋하게 굴지 말아줄래요? 양준회는 그저 비즈니스 파트너일 뿐이에요.""저한테 자유를 좀 줄래요? 도둑 대하는 것처럼 지켜
강주환의 숨결이 뜨거웠다.그는 위험한 눈동자로 분홍빛을 띠고 있는 여자를 바라보면서 이를 갈며 말했다. "당신을 허리띠에 묶어둘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어디든 데리고 다닐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면 영주시에 가서 며칠 못 본다고 그리워할 필요도 없었다."……" 강주환이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착하지? 며칠 후에 다시 올게.""알겠어요." 윤성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일어나서 그를 떠나보내고 싶었지만 강주환이 거절했다."어젯밤 피곤했으니까 더 자." 강주환이 간 후 윤성아는 다시 잠자리에 들었다. 그리고 8시가 넘었을 때 일어나서 씻고 아침을 먹기 위해 계단을 내려갔다. 안진강과 서연우는 이미 아침을 먹고 함께 운동하러 밖으로 나갔다. 두 아이도 이미 밥을 먹고 안씨 가문 운전기사의 차를 타고 유치원으로 갔다.안효연만 늦게 일어나서 아침을 먹고 있었다."언니."윤성아가 안효연에게 인사를 했다. 그리고는 식탁 앞으로 가서 앉았다."성아야, 너 오늘 바쁘니?""아니, 안 바빠." "바쁘지 않으면 같이 병원에 가줄래?""좋아."윤성아는 즉시 대답했다. 두 사람은 아침을 먹고 병원에 갈 준비를 했다. 이때 집사인 문복 아저씨가 들어와 말했다."첫째 아가씨, 둘째 아가씨. 밖에 임씨 성을 가진 아가씨가 아주 중요한 일이 있어서 아가씨를 만나야 한다고 하네요." 안효연은 눈썹을 찡그렸는데 임씨 성을 가진 아가씨가 누구인지 한동안 생각하지 못했다. 반면 윤성아는 단번에 임설영을 생각했다. 윤성아는 차가운 표정으로 문복 아저씨에게 분부하여 말했다."우리 언니는 임씨 성을 아가씨를 모르니까 그냥 쫓아내시면 돼요."문복 아저씨는 명령을 받고 떠났다.안효연은 윤성아를 바라보며 말했다."날 찾는 사람이 누군지 알아?""……"윤성아는 안효연의 눈을 피했다. 이 모든 것을 안효연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몰랐다.안효연은 예리하게 무언가를 알아차렸다. "성아야, 나한테 숨기는 거 있어?""난…"임설영이 찾아오기까지 했다. 만약 임
나이 어린 임설영은 욕설에 재주가 있었다.안효연을 임신도 하지 못하는 무능한 여자라고 계속 듣기 거북한 말을 했다.옆에서 듣고 있던 윤성아는 참지 못하고 다가와 임설영의 뺨을 한 대 때렸다.“짝!”뺨을 맞은 임설영은 믿기지 않는 표정으로 윤성아를 쏘아보았다.“감히 날 때려?”윤성아는 차가운 기운을 내뿜으며 서늘한 눈빛으로 그녀를 보며 말했다.“계속 소란 피우지 말고 당장 꺼져!”임설영은 허허 웃더니 말했다.“넌 또 뭐야?”“윤성아, 다른 사람은 몰라도, 전에 같이 호진 그룹에서 일하면서 네가 얼마나 뻔뻔스럽게 강 대표를 꼬셨는지 난 잘 알고 있어!”“그래, 지금이야 안씨 가문의 둘째 딸로 신분 상승했지만, 그전에는?”그녀는 계속 윤성아의 과거를 들추었다.“원래는 사생아였잖아! 도박꾼의 딸! 뻔뻔스럽게 강 대표의 내연녀가 되어놓고, 그것도 모자라 베린 그룹의 대표와도 그렇고 그런 사이잖아!”“참, 이제 보니 나엽 오빠와도 스캔들이 났었지?”임설영의 말은 갈수록 듣기 거북해졌다.“안효연의 동생으로서 나엽 오빠와 그렇고 그런 사이라니. 아주 뻔뻔스럽기는...”“짝!”또 뺨을 때리는 소리가 들려왔다.이번에는 안효연의 손이었다.그녀는 몸을 부들부들 떨며 차가운 눈으로 임설영을 보며 말했다.“꺼져!”임설영이 뭐라고 말하려 했지만, 안효연의 섬뜩한 눈동자가 계속 그녀를 쏘아보고 있었다.“적당히 하죠. 안 그럼 절대 이혼하지 않아요. 그럼 당신도 평생 내연녀 신분으로 살아야 해요!”“당신 뱃속에 아이가 정말 나엽의 아이라고 해도 영원히 사생아일 뿐이죠!”안효연은 이에 그치지 않고 쐐기를 박았다.“그거 알아요? 내 말 한마디면 당신이 낳은 아이는 제가 키울 수 있다는 거?”“그러니 당장 나가요. 나엽에게 전화하기 전에!”임설영이 안씨 가문에 소란을 피우러 온 건 나엽이 모르고 있었다.그러니 당연히 그녀가 전화하길 원하지 않았고, 결국 할 수 없이 자리를 떠났다.임설영이 떠나고, 안효연은 눈앞이 핑 돌더니 자리에서 쓰러지고
나엽은 힘껏 임설영의 목을 졸랐다.“네가 얼마나 죽어 마땅한 짓을 한 줄 알아? 감히 효연이를 찾아가? 임설영, 네가 죽고 싶어 환장했지?”임설영은 나엽의 서늘한 눈동자에 깜짝 놀랐다.목이 묶여 숨을 쉴 수 없었던 그녀는 힘껏 손을 뻗어 나엽의 손을 떼어내려 애썼다.“오빠, 이거 놔요... 나 진짜 죽을 것 같아요.”나엽의 입가에는 음산한 미소가 번졌다.그는 당장이라도 여자의 목을 부러뜨릴 듯 힘껏 졸랐다.숨을 쉴 수 없고 가슴이 답답한 느낌은 아주 괴로웠다. 가슴이 당장이라도 터질 것 같은 그녀는 두 눈이 하얗게 변하더니 더욱 힘껏 나엽의 손을 떼어냈다.하지만 아무런 소용도 없었고 그녀는 정말 숨이 막혀 죽을 것 같았다. 마치 사신이 앞에서 그녀를 부르고 있는 것 같았다.“어머나!”남숙자는 부엌에서 나와 이 장면을 보고 깜짝 놀라 비명을 질렀다.그녀는 손에 있던 물건을 내려놓고 달려와 힘껏 나엽을 잡아당겼다.“이놈아, 왜 또 이런 바보 같은 짓을 해? 이거 놔. 이러다 진짜 죽겠어. 그러면 넌 감옥살이 해야 한다고! 게다가 뱃속의 아이는 네 핏줄이야...”남숙자는 임설영의 생사 따위는 신경 쓰지 않았다.그녀가 신경 쓰는 건 오직 나엽이 살인죄를 얻게 되는 것이고, 또 임설영 뱃속의 아이였다!남숙자의 힘으로 나엽의 손이 느슨해졌고, 임설영은 기회를 잡아 힘껏 나엽을 밀어냈다.그녀는 재빨리 남숙자의 뒤에 숨어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오늘 미친 사람처럼 자신을 죽이려던 나엽을 보며 용서를 빌었다.“나엽 오빠, 내가 잘못했어요. 효연 언니를 찾아가는 게 아니었어요. 앞으로 다시는 이런 일 없도록 할게요.”“제발, 이번 한 번만 용서해줘요. 뱃속의 아기를 봐서라도...”나엽은 차갑게 콧방귀를 뀌었다.그는 섬뜩한 눈빛으로 임설영의 앞을 가로막고 있는 남숙자를 바라보며 말했다.“엄마, 비켜요!”남숙자는 당연히 비키지 않고 타일렀다.“나엽아, 오늘 설영이가 효연이를 찾아간 일은 나도 몰랐어. 알았다면 절대 못 가게 말렸지! 이건
남숙자가 말했다.“맞아.”그녀는 다시 망설이면서 나엽을 바라보았다.“아무리 친자식이 아니라고 의심되어도 몇 달 기다렸다가 아이가 조금만 더 컸을 때 검사하면 아이한테도 영향이 없을 것 같은데.”“의심하는 것이 아니에요.”나엽은 처음부터 만취된 그 날 저녁, 임설영을 건드리지 않았다고 확신하고 있었다.임설영이 정자를 바꿔치기했다는 사실을 듣고 배 속에 있는 아이가 비정상적인 수단을 통해 임신한 아이가 아닌가, 혹은 정말 자신의 아이일 수도 있다는 생각까지 들었지만, 지금은 임설영이 모든 사실을 털어놓은 상황에 더욱 확신하여 말할 수 있었다.“설영이 배 속에 있는 아이, 백 프로 제 것이 아닙니다! 효연의 아이야말로...”나엽은 하마터면 안효연이 임신했다는 사실을 입 밖에 내올 뻔했지만 그래도 다시 삼키기로 했다.그는 입가에 미소를 짓더니 남숙자를 바라보면서 말했다.“엄마, 다시 한번 말하는데 설영이 절대로 제 아이 임신할 일이 없습니다. 만약 저 아이가 엄마 손자라고 생각되신다면 알아서 챙기시든가요!”말을 끝낸 나엽은 임설영을 뿌리쳤고 임설영은 그대로 중심을 잡지 못하고 바다에 떨어지게 되었다.“설영아!”남숙자는 재빨리 임설영을 바다에서 건져냈다.“어때? 배가 많이 아파?”나엽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그대로 이곳을 떠났다.이때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임설영은 남숙자를 째려보더니 힘껏 밀쳐냈다.“이제 와서 손주를 관심하는 거예요? 아까 아드님이 저를 막 대할 때에는 어디서 뭐하셨어요?”임설영은 말하면서도 화가 풀리지 않는지 남숙자를 발로 걷어찼다.고통스러움에 입을 열려고 했을 때 임설영이 괴로워하면서 움츠려 앉는 모습을 보았다.“아파...”임설영은 창백한 얼굴로 너무도 아픈 나머지 남숙자를 바라보며 이렇게 말했다.“사모님, 저 배가 너무 아파요.”이 시각, 나엽은 온몸이 젖은 채로 병원으로 돌아갔고 안효연은 이미 깨어있는 상태였다.“효연아.”나엽은 다가오더니 병실 침대 옆에 앉아 그녀의 창백한 얼굴을 쓰다듬었다. 비를
안효연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진지한 표정으로 나엽을 쳐다보았다.나엽은 심장이 멎을 것만 같더니 맹세하면서 말했다.“정말이야, 여보. 난 정말 설영이를 건드린 적이 없어. 배 속에 있는 아이가 그 누구의 아이라고 해도 절대 나랑은 아무런 연관이 없어.”“풉!”안효연은 웃음을 참지 못하고 피식 웃더니 나엽을 바라보면서 말했다.“난 믿어.”그녀는 처음부터 끝까지 늘 나엽을 믿고 있었다.저녁 내내 비가 그치지 않았고, 다음 날 해가 밝아지자 하늘은 거짓말같이 맑아졌다.안효연은 3일 동안 입원한 뒤 나엽과 함께 퇴원하여 안 씨 가문으로 돌아갔다.임설영은 유산할 뻔했지만 그래도 아이를 지켜내고 말았다.남숙자는 병원에서 그녀를 지극정성으로 돌봐주면서 곤란한 상황을 피할 수가 없었다.안효연은 이 모든 사실을 알고 자신을 위해 귤을 까주는 나엽을 바라보았다.“임설영 아이 유산되지 않았대.”“응.”나엽은 담담하게 대답할 뿐 계속해서 귤에 붙은 하얀 실까지 벗겨 안효연에게 한 조각먹여주더니 부드러운 눈빛으로 마치 남 일처럼 말했다.“유산되지 않았든 유산되었든, 낳을지 말지는 알아서 하겠지. 나랑 아무런 상관이 없잖아?”나엽은 또 깨끗이 정리한 귤 한 조각을 안효연에게 먹여주면서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자신 있게 말했다.“나중에 친자확인서 하나로 나의 결백을 증명할 수 있을 거야.”안효연은 피식 웃더니 물었다.“임설영이 임신한 아이가 당신 것이 아닌데 왜 어머니한테 잘 설명하지 않았어?”“설명했는데도 안 믿어.”나엽은 말하면서도 계속 안효연에게 귤을 먹여주었고 온화하게 웃더니 또 말했다.“엄마는 자신이 믿고 싶은 것만 믿어. 자신의 귀한 손주라고 생각되면 임설영을 알아서 돌보든지 말든지 마음대로 하라지 뭐.”“그것도 나쁘지 않겠네. 임설영한테서 고생을 해봐야 이 며느리가 얼마나 좋았는지 아시게 될 거야. 그래야 나를 더 잘 아껴주겠지.”안효연이 또 물었다.“내가 임신한 사실을 어머니한테 알려줄 거야?”나엽은 고개를 흔들었다.“아직
감정하나 없는 대답 끝에 윤성아는 문서를 건네려는 비서인 줄 알고 문 쪽을 바라보지도 않았다.사무실 문이 열리고, 누군가 걸어오는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윤성아는 계속하여 이마를 짚으면서 말했다.“놓고 가세요, 이따 확인할 테니.”“성아야.”한 남자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려오자 눈을 떠 확인해보니 양준회였다.“어떻게 오셨어요?”양준회는 마치 친오빠처럼 온화한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밥은 제때 챙겨 먹고 있는지 궁금해서. 딱 보니 제때 안 챙겨 먹었네.”윤성아는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상황이 너무 엉망이어서 먹을 시간도 없어요.”“그래, 엉망이긴 하지. 근데 소영아, 이번 일은 한연 그룹뿐만 아니라 태운 그룹에도 책임이 있는 거잖아. 네 능력도 믿어보고, 내가 해결할 수 있을 거라고도 믿어봐. 그러니까 밥은 꼭 챙겨 먹고. 사람은 밥심으로 산다고 하잖아. 밥을 안 먹고 무슨 힘으로 해결하겠어?”양준회는 밖에서 윤성아와 함께 밥을 먹고 싶었지만, 그녀는 피곤했는지 거절을 하고 말았다.“됐어요.”윤성아는 테이블 위에 널브러져있는 처리해야 되는 문서들을 가리키면서 말했다.“이따 비서님께 먹을 것 좀 사 오라고 해서 대충 몇 입 먹으면 돼요.”하지만 양준회는 그래도 대충은 없다면서 윤성아와 밖에서 밥을 먹으려고 고집을 부렸다.“나랑 태운 그룹이 있으니 안심해도 된대도. 이번 사건은 완벽하게 해결될 거야. 아무런 문제도 없을 거야. 지금 해야 될 것은 밥을 꼭꼭 챙겨 먹는 것뿐이야.”양준회는 잘생긴 얼굴에 따뜻한 미소를 짓더니 윙크를 날렸다.“이것 또한 나나가 나한테 부탁한 미션이기도 해!”할 말을 잃은 윤성아는 어쩔 수 없이 양준회와 함께 밖에서 밥을 먹기로 했다.하지만 너무도 피곤한 나머지 자리에 앉자마자 꾸벅 잠들다 앞에 놓여있던 찻잔을 건드려 옷을 적시고 말았다.양준회는 옷을 닦는 윤성아에게 휴지를 건네면서 관심스레 물었다.“괜찮아?”“괜찮아요.”윤성아는 민망해하면서 어색하게 웃었다.“이따 회사로 돌아가서 다른 옷으
문을 열고 방에 들어오는 남자를 보고 그녀가 말을 붙혔다.“언제 돌아왔어요?”“어젯밤에.”강주환은 얼굴이 시커멓고 삐진 듯한 표정으로 씩씩거리며 들어왔지만, 윤성아는 그의 분위기를 알아차리지 못했다.“무슨 일 있어요?”강주환은 대답이 없었다. 사실 그는 윤성아가 자신에게 상황 설명을 해주기를 기다렸다. 문제는 윤성아가 강주환이 화가 났는지조차 모르는데, 무슨 설명을 할 생각이나 하겠는가? 회사에 처리해야 할 일이 산더미인 윤성아는 아침 일찍 일어나 빠르게 씻고 옷만 갈아입고 아침도 거르고 출근했다.오후쯤 되어 윤성아는 양준회를 마주치게 되었고 그가 안부를 물어왔다.“어젯밤, 별일 없었어?”윤성아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어젯밤에 왜요?”양준회는 윤성아에게 어제저녁에 있었던 모든 상황을 설명해줬다.“어젯밤에 성아, 너를 회사로 데려다 주려고 했는데, 되게 피곤했는지 차에 타더니 바로 잠들더라고. 그래서 우리 아파트로 데리고 갔지. 잠에 깊이 들어갔고 강주환 씨가 걸어 온 전화를 못 받았어. 계속 울려서 내가 받아주려했는데, 배터리가 다 되어서 전화기가 꺼지더라고.”그는 어젯밤의 일을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었다. 그녀의 옷차림 변화에 대해서도 다 말했다. 양준회는 윤성아의 옷차림으로 자는 게 불편할 것 같아서 이웃집에 찾아가서 도움을 청했고 윤성아가 입고 있던 젖은 옷을 흰 셔츠로 갈아입혔다.“걱정하지 마.”양준회는 일말의 오해라도 생길까 봐 얼른 윤성아에게 설명을 덧붙였다. “입고 있는 셔츠는 내 것이긴 하지만 새것이야. 한 번도 입지 않은 새것.”아침에 강주환의 뾰로통한 표정이 어딘가 이상하다 싶더니 그게 다 오해에서 비롯된 질투심이 발작한 것이었음을 윤성아는 그제야 알아챘다. 양준회가 물어왔다.“그래서 어젯밤엔 별문제 없었지? 강주환 씨랑...”“네, 그럼요.”윤성아는 보조개를 그려 미소를 띠고는 강주환을 지키려는 듯이 답했다.“질투도 많고 가끔 짜긴 해도, 그 사람 저에 대한 믿음이 있어요. 어제 우리 별일 없었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