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지안은 원이림의 다리를 와락 끌어안았다. 아이는 큰 눈망울을 반짝이며 애교 섞인 말투로 말했다.“아빠, 안아줘요!”원이림은 윤지안을 번쩍 안아 올렸다. “들어와.”그는 윤지안을 안은 채 집 안으로 들어갔다. 윤성아 역시 그 뒤를 따랐다.윤지안이 있기에 분위기가 한층 부드러웠다! 마치 싸웠던 적이 없는 것처럼 두 사람 사이는 이전과 다를 바 없었다. 그러나 분명 다른 점이 있었다. 원이림은 윤지안을 안고는 아이에게만 집중하는 듯했다. 그가 윤지안을 달래고 있는 모습을 보면 싱글벙글 너무나 즐거워하면서 부드러운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단지 윤지안을 대할 때뿐이었다. 윤성아를 대할 때는 무척이나 차가웠다!“이림 씨, 당신...”윤성아는 눈을 동그랗게 뜬 채로 원이림을 바라보았다. “아직도 나한테 화났어요?”원이림이 대답했다.“신경 쓰여?”“당연하죠!”윤성아는 단호하게 원이림을 바라보며 말했다. “나는 당신과 그 어떤 일로도 불편한 사이가 되고 싶지 않아요. 그리고 당신이란 친구조차 잃을까 봐 두렵기도 하고요!”이건 윤성아의 솔직한 마음이었다.“그렇다면 성아야, 그 사람과 멀리 해! 그 사람과 멀리만 한다면 나를 잃을 걱정은 안 해도 돼.”“...”윤성아는 너무 난처했다!“이림 씨, 이렇게까지 해야겠어요? 나는 조금이라도 욕심부리면 안 되나요? 선택하지 않을 수는 없는 거예요?”원이림은 쓴웃음을 지어 보였다. 그러고는 윤성아에게 물었다. “그럼 그 사람은 너에게 선택하라고 한 적이 한 번도 없어?”윤성아는 말문이 막혔다.“...”강주환은 그녀에게 선택하라고 한 적이 있을 뿐만 아니라 그녀에게 원이림과 멀리하라고 협박도 했었다. 그러나 그녀는 그의 뜻대로 하지 않았다! “이림 씨, 만약 그 사람이 정말로 당신을 멀리하라고 한다면, 또한 나의 가장 친한 친구와 가족들마저도 버리라고 한다면, 저는 기꺼이 그 사람을 버릴 거예요!”F국에 있는 4년 동안, 원이림은 윤성아에게 많은 도움을 주었다. 윤성아에게
윤성아가 말했다.“많이 취했어요.”“나 안 취했어!”원이림은 윤성아의 손목을 확 낚아챘다.그는 흐릿해진 눈동자로 윤성아를 지긋이 바라보며 말했다. “나 너 좋아해! 그 사람보다 훨씬 더 많이 좋아하고 아낀다고! 내가 더 잘해줄게! 단지 우리가 같이 있어 본 적이 없어서야. 맞잖아?”이런 말을 다 꺼내는 걸 보니, 아마도 진짜 취했나 보다.그는 손에 힘을 주고는 순간 윤성아를 자신의 품으로 끌어당겼다.“성아야, 네가 나와 함께 있어 보면, 너도 분명 나를 선택할 거야!”윤성아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녀는 원이림이 이렇게까지 할 거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이림 씨, 당신 너무 취했어요!”말을 마친 윤성아가 벗어나려 하자 원이림은 벗어날 기회를 주지 않았다. 곧바로 그녀의 허리를 감싸고 말했다. “성아야, 너를 갖고 싶어!”말이 끝나기 무섭게 원이림은 한 손으로는 윤성아를 끌어안고 한 손으로는 그녀의 머리를 꽉 잡고는 머리를 숙여 키스했다.윤성아는 발버둥 쳤다. 그녀는 화가 나 미칠 지경이였다!“원이림, 당신 취했어요! 침착하고, 날 좀 놔줘요!”그러나 원이림의 귀에는 전혀 들리지 않았다. 윤성아가 있는 힘껏 원이림을 밀치며 벗어나려 하자 원이림은 또다시 그녀를 잡아채고는 그녀를 눕히는 동시에 윤성아를 자기 몸 아래로 힘껏 눌렀다.그의 우람한 덩치에 그녀의 가녀린 몸은 꿈쩍도 못 했다. “사랑해! 성아야, 오늘 밤에 내 여자가 되어줄 거지?”윤성아가 말했다.“원이림!”그녀는 원이림이 진정하길 바라며 다시 한번 원이림에게 말했다.“놔줘요! 이림 씨, 당신 이러면 안 돼요!”그녀가 아는 이 남자는 온화하면서도 우아했고 너무나 좋은 사람이었는데! 이 세상에서 최고로 멋진 귀공자였다! 그런데 그가 어떻게 이런 일을 할 수 있을까? 그러나... 촤악! 소리와 함께 윤성아 어깨의 옷가지들이 찢겼다.원이림의 준수한 얼굴에는 평일의 온화함은 사라진 지 오래다. 그는 다시금 윤성아에게 다가가 강제로 키스하려 했다...
여은진은 온 힘을 다해 정신을 잃고 피범벅이 된 원이림을 부축하며 밖으로 나가려 했다. 몇 발짝 가지 않아 자리에 멈춰 선 그녀는 고개도 돌리지 않고 말했다.“강 대표님, 사람 관리 잘하셔야겠어요! 성아 씨도 이제 더 이상 저희 대표님에게 상처 주지 마세요!”말을 마친 여은진은 원이림을 부축해 호텔 방에서 나왔다.강주환이 윤성아를 날카로운 눈빛으로 바라보며 말했다.“원이림이 당신 세컨드야? 그래서 나랑 만나면서도 원이림도 만나고 있었던 거고?”“당신들 오늘 같은 일이 몇 번이나 있었던 거야?”윤성아는 미간을 찌푸리며 강주환을 쳐다보았다.“저를 못 믿는 거예요?”“말해 봐, 저 자식이 네 위에 올라탄 모습을 보고 나더러 믿으라고? 응?”“...”윤성아는 해명했다.“그건 이림 씨가 술에 취해서 그랬던 거예요.”강주환은 믿고 싶지 않았다. 아니, 아예 믿지 않았다. 그저 묵묵히 윤성아를 바라볼 뿐이었다.“그럼 성폭행이라도 하려 했단 말이야? 그렇다면 지금 당장 감옥이라도 보낼 수 있어!”“이림 씨는 그런 사람 아니에요.”윤성아는 원이림을 잘 알고 있었다. 여은진의 말대로 원이림의 인성에 어찌 성폭행이라는 단어가 어울릴 수 있겠는가?하지만...“하!”강주환은 화가 치밀어 올라 안색이 무척 어두워졌다.“생각이 다 정리되면, 그때 다시 얘기하자!”말을 마친 강주환은 뒤돌아 자리를 떴다.그는 차를 몰고 곧바로 별장으로 향했다. 무섭도록 어두워진 안색을 하고는 말없이 방에서 자고 있던 강하성을 안아 갔다.그날 밤, 그는 강하성을 영주로 데려갔다.같은 시각, 윤성아는 원이림이 있는 병원으로 향했다. 윤성아는 아무리 생각해도 원이림이 그녀에게 성폭행하려 했다는 사실을 믿고 싶지 않았다. 어쩌면 그녀가 모르는 다른 이유가 있을지도?하지만 그런 건 없었다!원이림은 병원에서 여러 가지 검사를 했고 그의 몸에서는 대량의 알코올 성분이 발견되었기에 단지 과음한 것이었다! 그리고 다른 약물 같은 건 발견하지 못했다. 여은진의 눈빛은 몹시 차
윤성아는 그 소리를 듣지 못했다.그러나 몽롱한 등불 아래, 그녀는 남자의 어색한 표정을 보았다. 무심한 척 챙겨주는 그의 표정은 화난 것 같으면서도 그 속에서는 흐뭇함도 살짝 곁들여져 있는 것 같았다! 윤성아는 참지 못하고 입꼬리를 치켜세웠다.이 남자 정말...그녀는 별장 안으로 들어섰고, 천천히 계단을 올라가 안방 문을 열고는 곧장 베란다에 서 있는 남자에게로 다가갔다. “밤이 깊었는데 왜 아직 안 자고 있어요?”강주환은 대답했다.“화가 나서!”“...”윤성아는 아무 말도 못 하다가 다시금 그에게 설명했다. “저랑 이림 씨는 아무 일도 없었어요! 오늘 밤뿐만 아니라, 이전에도 맺어서는 안 되는 관계를 맺은 적이 없어요! 나와 이림 씨는 결백하다고요!”윤성아의 눈동자에는 확고함이 묻어났다. 남자의 까만 눈동자를 똑바로 바라보며 물었다.“나를 믿지 않는 거예요?”강주환은 비록 아직은 화가 난 상태이고 이 여자 때문에 미치고 팔짝 뛸 지경이지만! 그래도 두 시간 내내 베란다에서 찬 바람을 맞으며 한대, 또 한대 담배를 태운 탓에 호텔에 있을 때보다 훨씬 진정되었다.“믿어!”그는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윤성아와 원이림사이에는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믿고 있었다. 그렇지 않다면 4년이란 시간 동안 같이 있으려거든 벌써 같이 있고도 남을 일이었다.그런데 이 여자가 뜻밖에도 원이림 편을 들다니!때려죽여도 시원치 않은 빌어먹을 놈을 위해 나를 막아서다니!생각하면 할수록 화가 나 미칠 것만 같았다.강주환은 뒤돌아서며 더는 윤성아를 쳐다보지 않았다. 그러고는 야경에 비친 정원을 그윽하게 바라보았다. “이림 씨가 많이 취해 있었어요, 예전의 그는 절대로 이런 적이 없었어요! 이번에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저도 잘 모르겠어요. 혹시 누군가의 계략에 넘어간 게 아닐까요? 그는 줄곧 온화했고, 본분을 지킬 줄 아는 사람이었어요. 4년 동안 그는 저와 지안이를 무척 잘 돌봐주었고, 저에게는 아주 중요한 친구이자 가족 같은 존재라고요! 그리고 당신도 때
말이 끝나기 무섭게 그의 얇은 입술이 벌써 윤성아의 입을 막아버렸다. 여전히 평소처럼 박력 있고 저돌적이었다. 한이 절절하게 맺힌 사람처럼 과격한 입맞춤으로 모든 감정을 쏟아부었다. 마치 서로의 영혼을 탐하듯...다음날 이른 아침, 고은희와 송아름이 함께 별장으로 왔다.너무 일찍 온 그녀들을 향해 집사가 다가왔다.“사모님, 아름 씨.”“음.”고은희는 대답했다. 화려하고도 귀중한 물품으로 치장한 그녀는 까만 눈동자로 집사를 보며 물었다.“주환이는 아직도 일어나지 않은 거야? 하성이는? 내가 듣기로 주환이가 아이를 데려왔다던데?”집사는 예의를 갖춰 대답했다. “도련님은 어제저녁 늦은 시간에 돌아와 지금은 주무시고 계십니다. 작은 도련님께서는 이미 깨어나셨습니다.”“그래, 내가 하성이 보러 올라가 봐야겠네.”고은희는 송아름을 데리고 곧장 강하성의 방으로 향했다.그 시각, 강하성은 이미 옷을 단정히 입고 방에서 혼자 게임을 하며 놀고 있었다. 문을 열고 들어오는 고은희와 송아름을 보자 그는 인츰 그녀들을 불렀다.“할머니, 아름 이모.”“그래...”고은희가 대답하고는 걸어 들어와 강하성을 바로 안아 들었다. “귀여운 내 새끼, 이렇게 오래 할머니 곁을 떠났는데, 할머니가 보고 싶지 않았어? 그리고 아름 이모도, 이모가 널 얼마나 좋아하는데, 너를 살리려고 자기 목숨도 내놓은 사람이거늘! 이 꼬맹이야, 생각한 적도 없지?”강하성이 말을 꺼내기도 전에 송아름이 먼저 말했다.“은희 이모, 하성이에게 그런 말 하지 마세요!”그녀는 따뜻한 눈길로 강하성을 바라보았다. “하성이가 저를 생각하고 있었다는 걸 전 믿어요!”강하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고은희와 송아름은 하성의 방에서 아이와 잠시 놀아주고는 세 사람이 함께 1층 거실로 내려왔다.강하성이 아직 아침밥을 먹기 전이였고 고은희와 송아름 역시 일찍 온 터라 아침을 먹지 못했다.세 사람은 함께 아침 식사를 하려는데 송아름이 대뜸 물었다.“주환 씨를 불러 같이 식사해야 하지 않
강주환은 선뜻 허락하지 않은 채 고은희에게 말했다. “제가 이전에도 말한 적이 있지만, 저는 이미 하성이를 성아에게 보내줬어요! 지금 하성이는 성아의 아이예요! 어머니가 하성이를 본가에 데려가고자 한다면, 성아의 허락을 받아야겠죠!”고은희는 화가 치밀어 피를 토할 지경이었다.그녀는 윤성아를 빤히 쳐다보았다. 아마도 윤성아가 자신이 친손자를 본가에 데려가겠다는 요구를 반대할 면목이 없다고 생각했다. 과연!윤성아는 거절하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쉽사리 대답하지도 않았다. 그녀는 온화하고도 따뜻한 눈길로 하성이를 바라보며 물었다.“하성이는 할머니랑 같이 본가에 가고 싶어?”강하성은 고개를 끄덕였다.“할머니는 하성이를 잘해줘요, 아름 이모도 하성이를 좋아하고요. 그런데 엄마, 내가 할머니랑 얘기 다 했어요. 딱 3일만 할머니랑 본가에 가 있기로요! 그리고 내가 다시 돌아오게 되면 엄마 따라갈 거예예요!”윤성아는 대답했다.“그래.”그녀는 강하성을 본가로 데려가는 것을 허락했다. 이윽고 고은희를 보며 말했다.“3일이 지나서, 제가 하성이 데리러 본가에 가겠습니다.”고은희는 어이가 없는 듯 웃어 보이며 윤성아에게 차마 욕하지 못해 말을 뱉었다. “네가 뭐라도 되는 줄 알아? 응? 자기가 아이를 낳을 수 없으니 남의 자식까지 뺏으려고 들어! 허허.”고은희는 차갑게 웃었다.“왜? 우리 하성이가 엄마라고 부르니까, 네가 정말로 하성이 친엄마라도 되는 줄 알아? 자기 주제를 알아야지!”강주환과 강하성은 동시에 같은 표정으로 미간을 찌푸렸다.그들이 그녀를 보호하기 위해 말을 꺼내려던 찰나, 윤성아가 차가운 목소리로 먼저 말을 꺼냈다. “하성이는 제 자식이에요!”고은희는 말도 안 되는 우스갯소리를 들은 것만 같았다. 그리고 윤성아에게 말했다.“주환이와 결혼해서 하성의 의붓엄마가 되겠다고? 내가 똑똑히 알려줄게, 내가 죽지 않는 한 절대 그럴 일은 없어!”윤성아가 대꾸했다.“저는 하성의 의붓엄마가 되겠다는 생각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어요!”
윤성아는 더 이상 고은희와 대화하고 싶지 않아서 담담하게 말했다.“지금 하성이가 어디에 있어요? 단지 그게 궁금해요.”고은희가 도우미를 보며 말했다.“작은 도련님에게 안내하세요.”“네.”도우미는 윤성아를 데리고 강하성이 있는 위층으로 올라갔다.마침 방에서 송아름이 다정하게 강하성이 그림 그리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강하성은 그림에 재능을 보였는데 머리를 푹 숙인 채 작은 손에 쥔 색연필로 스케치북에 여자와 남자가 손잡는 그림을 그렸다.비록 그림이 완성되지 않았지만 그림에서의 남자는 강하성이고 그의 손을 잡고 있는 여자는 송아름이라는 것을 단번에 알아볼 수 있었다.올라오는 인기척에 송아름은 머리를 들어 온화한 웃음을 지었다.“아름 씨, 오셨어요?”“네.”그녀는 덤덤하게 대답하고는 강하성에게로 다가가 열심히 그리고 있는 그림을 지켜보았다. 그림을 보자 웃음이 절로 나왔다.송아름은 강하성의 목숨도 구해줬기에 하성이가 송아름과 손잡고 있는 그림 정도는 아무렇지 않게 넘겼다.“하성아, 엄마가 데리러 왔어.”윤성아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그윽하게 강하성을 바라보았다. 손으로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을 이어갔다.“그림 다 그리고 나서 가자? 응?”강하성은 미간을 찌푸리며 윤성아와의 신체 접촉을 꺼렸다.곧바로 차가운 눈빛으로 올려다보며 말했다.“저는 남자에요, 이제부터는 머리 만지지 말아주세요!” 윤성아는 움찔하더니 이내 방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엄마가 이제는 만지지 않을게.”하지만...윤성아는 강하성의 태도가 유달리 쌀쌀맞은 걸 느낄 수 있었다. 심지어 가까지 하는 것도 모자라 밀어내는 느낌을 받았다.그러면서 강하성은 싸늘한 말투를 이어갔다.“엄마 따라 가지 않을래요! 할머니 말이 맞았어요. 아름 이모가 최고예요! 아름 이모가 아빠랑도 더 잘 어울리고 저의 엄마도 되어줄 거고요!”윤성아는 큰 충격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하성아, 그게 무슨 말이야!”“말한 그대로예요!”송아름의 얼굴에는 약간은 뿌듯해하는 표정이
이때 고은희가 앞질러 말했다.“하성이가 이 여자가 싫다며 따라가지 않으려 했어!”“그런데 이 여자가 다짜고짜 아이를 빼앗았어!”고은희는 울며 보채는 강하성이 안쓰러운 나머지 강주환에게 제구실 못 한다며 잔소리했다.“잘 봐, 이게 바로 네가 반해서 기어코 결혼하겠다는 여자야!”“아직 아무것도 안 했는데 벌써 본색을 드러냈어.”“벌써 내 손자 뜻을 무시하고 이렇게 울리는데 앞으로 집에 바람 잘 날이 있겠어?”강주환은 미간을 찌푸렸다. 한쪽 말만 들으면 안 된다는 생각에 그는 윤성아에게 다시 물었다.“도대체 무슨 일이야?”윤성아를 바라보는 그의 새까만 눈동자는 마음을 안정시키는 힘이 있는 것 같았다.“뭘 더 물어볼 게 있어?”고은희가 또 참견했다.“너는 하성이 겁에 질려서 서럽게 우는 게 안 보여? 하성이 울음소리가 안 들려?”윤성아 품에 안겨 있는 강하성은 얼굴이 눈물범벅이 된 채로 윤성아를 향해 마구 발길질하며 버둥거리고 있었다. 물론 강하성의 울음소리도 들렸다.강주환은 미간이 더욱 찌푸려지고 안색이 어두워지며 말했다.“그 자식을 나한테 줘!”“...”설마 이 남자도 내 아이를 빼앗으려는 건가? 그녀는 눈빛이 더 차가워졌다.“걱정 마, 빼앗지 않아.”강주환은 사랑 가득한 눈으로 윤성아를 보며 말했다.“이 자식 발길질에 당신이 다칠까 봐 그래!”아들도 중요하지만 그에게는 아내가 더 중요하다.윤성아는 그제야 강하성을 강주환에게 넘겨주면서 강하성의 이상한 행동과 반드시 병원에 검사 받으러 가야 한다는 것도 얘기했다.강주환이 알았다고 하자 강하성이 소리 질렀다.“난 병원에 안 갈 거야.”강주환은 자기 품에 안겨 있는 꼬맹이를 내려다보며 물었다.“아빠한테 말해봐, 너 전에는 엄마를 무척 좋아하지 않았어?”“오늘 왜 그래? 왜 엄마랑 돌아가지 않으려 하는 거야? 그리고 갑자기 엄마한테 쌀쌀맞게 굴고?”강하성은 미간을 잔뜩 찌푸리고 잠깐의 망설임과 갈등을 보였지만 그건 단지 한순간이었다. 그는 이내 눈빛이 차가워지며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