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주환은 도망가려는 윤성아를 단번에 품에 끌어안고는 갈라진 목소리로 상냥하게 말했다.“아직 일러. 좀만 더 자.”“...”아직 이르다니, 이미 점심이 다 된 시간이었다.윤성아는 강주환을 밀어내며 말했다.“주환 씨, 이거 놔요.”강주환이 눈을 떴다.그는 꿀 떨어지는 눈빛으로 부드럽게 물었다.“안 피곤해?”윤성아가 눈을 흘겼다.피곤하지 않을 리가 없었다. 온몸에서 전해지는 아픔이 그녀가 살아있음을 알려주고 있었다. 아니면 아마 이 남자 손에 죽임을 당한 게 아닐지 의심이 들 정도였다.“피곤하면 더 자.”강주환이 손을 내밀어 윤성아의 허리를 감으며 더 자려고 했다. 그러다 뭔가 생각난 듯 눈을 다시 뜨더니 말했다.“혹시 배고파?”강주환이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어제 널 너무 피곤하게 해서. 가만히 있어. 내가 먹을 거 가져다줄게.”그는 이렇게 말하며 침대에서 일어났다. 나가기 전 그는 몸을 숙여 윤성아의 이마에 뽀뽀하고는 말했다.“얌전히 기다려. 금방 돌아올게.”강주환은 잠옷을 입은 채로 내려갔다.점심이라 햇볕이 따듯하게 그의 몸에 비쳤다. 지금의 그는 마치 모든 차가움을 해제하고 와이프를 예뻐하는 남편 같았다. 강주환은 지금 아주 부드러웠다. 내뿜는 아우라는 햇볕보다도 더 따듯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아래층에서 아침을 들고 올라왔다. 윤성아가 옷을 챙겨입는 걸 보고는 미간을 찌푸렸다.“일어나지 말라고 했잖아.”윤성아는 차가운 눈빛으로 강주환을 보며 말했다.“강 대표님, 뭔가 착각하고 있는 것 같은데?”“어젯밤 있었던 일은 거래에 불과해요. 하룻밤 자면 하성이 나한테 주기로 했었죠?”“응.”강주환이 웃으며 말했다.“약속한 건 지킬게.”그는 여전히 꿀 떨어지는 눈빛으로 부드럽게 말했다.“그전에 뭐 좀 먹자.”“됐어요.”윤성아가 차갑게 거절했다. 이에 강주환의 미간이 구겨졌다. 그는 윤성아를 보며 말했다.“말 들어. 밥 먹으면 같이 가서 수속해 줄게.”“무슨 수속이요?”윤성아가 물었다.“하성이 달라면
윤성아가 계속 대답했다. 그녀는 눈물범벅이 되어 다시 한번 말했다.“내 새끼, 한 번만 더 불러줘.”“엄마.”“엄마.”……강하성도 계속 불렀다.윤성아는 울면서도 다 대답했다.이렇게 예쁜 아이를 안효주에게 3년이나 빼앗겼다. 드디어 다시 찾았고 엄마라고 부르게 된 것이다.“엄마, 울지 마요.”강하성이 작은 손을 내밀어 마음 아프다는 듯 윤성아의 눈물을 닦아주었다.“응, 안 울게.”윤성아는 말로는 울지 않겠다고 했지만, 눈물은 계속 흘러내렸다.그녀는 얼굴에 미소를 띠었다. 눈물을 흘리고 있는 눈에는 부드러움과 자애로움으로 가득 찼다.“내 새끼, 엄마 기분 너무 좋아!”윤성아는 그녀의 기쁨과 희열을 아낌없이 공유했다. 그러면서도 강하성을 꼭 끌어안고 한참을 울었다. 조금 진정이 되어서야 윤성아는 강하성에게 말했다.“내 새끼, 총명하기도 하지. 이미 보고 느꼈지? 사실 오래전부터 엄마랑 아빠는 아는 사이였고 많은 일이 있었다는 걸.”“하지만 그때는 내가 받은 상처가 너무 깊었어.”“그래서 아빠랑 더는 있기가 싫었던 거야. 이해할 수 있겠어?”강하성은 알아들은 듯 만 듯 고개를 끄덕였다.윤성아는 그런 강하성을 보며 말을 이어갔다.“그래도 우리 귀염둥이는, 내 새끼야. 엄마는 너만 있으면 돼.”“이 모든 건 아빠와 아무 관련이 없어. 난 더는 너희 아빠랑 엮이고 싶지 않아.”강하성이 미간을 찌푸리더니 윤성아에게 물었다.“그럼, 하성이는 지금 엄마가 있으면 아빠는 더는 없는 거예요?”“...”윤성아는 강주환이 강하성을 업어 키우다 보니 부자지간의 정이 돈독한 걸 잘 알고 있었다. 강하성은 지금 강주환을 떠날 준비가 되지 않았다.“아빠를 버리는 건 아니야.”“엄마는 그냥 하성이가 하나만 알아줬으면 좋겠어. 하성이는 엄마 아들이야. 그리고 이건 엄마랑 하성이 둘 사이 일이고.”“아빠랑 하성이는 또 아빠랑 하성이 둘 사이 일이고.”“엄마는 간섭하지 않을 거야. 아빠를 외면하라고 하지도 않을 거고. 근데 엄마랑 아빠는 이어질
그의 전화에 찍힌 건 누군가 헬리콥터로 실시간 찍은 나엽이 세트장에서 촬영하는 장면이었다. 나엽은 총탄이 빗발치는 전쟁터에서 종횡무진하며 영웅처럼 한 폐공장에 들어갔다. 그곳엔 테러범들에게 잡힌 많은 인질이 있었다.나엽은 이 테러범들과 사투를 벌이면서 이 사람들 손에서 인질을 무사히 구출하는 게 임무였다. 주인공인 나엽은 참 멋졌다.신명훈이 어두운 눈빛으로 핸드폰에 촬영된 장면을 보더니 칭찬했다.“역시 톱배우는 다르긴 다르네요. 연기가 참 좋단 말이에요.”“근데...”신명훈이 귀띔했다.“다음 촬영 신이 폭발 신이라던데?”“혹시 사고라도 나면 어떡하죠? 나엽 씨 연기를 이렇게 잘하는데 폭발 신에서 사고로 죽으면 참 안타깝지 않을까요?”안효연은 총명한 사람이었다. 신명훈이 무슨 뜻인지 바로 알아챘다. 그녀는 신명훈을 보며 차갑게 물었다.“신 사장님, 무슨 짓을 하려는 거죠?”“하하하.”신명훈이 웃었다. 하지만 무슨 짓을 하려는지 바로 말해주지는 않았다. 그저 안효연을 쳐다보며 이렇게 말했다.“아가씨, 재민 그룹에서 한연 그룹을 매우 눈여겨보고 있습니다. 한연 그룹과 진심으로 협력하고 싶어요.”“하지만 협력 방안을 무슨 원인인지 아가씨께서 계속 사인을 안 하면서 통과를 안 해주더라고요. 혹시 저 신명훈을 얕잡아 보는 게 아닌지 궁금해서요.”신명훈은 계속 호시탐탐 안 씨 일가를 노리고 있었다.안 씨 일가를 무너트리기 위해서라면 함정을 파는 것도 태클을 거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다. 지금 말하는 협력 방안도 신명훈의 다음 계획에 불과했다. 안효연이 사인해서 재민 그룹과 협력하게 되면 후속 협력 과정에서 재민 그룹에 끌려다닐 게 뻔했다. 한연 그룹은 최소 20%의 지분을 그냥 사라지게 된다.이런 원인으로 안효연은 협력 방안에 절대 사인해서는 안 되었다.하지만 신명훈이 이렇게 비겁하게 찾아와서 나엽으로 안효연이 협력 방안에 사인하게 협박할 줄은 몰랐다.“신 사장님, 만약 진짜 나엽 촬영장에 무슨 짓을 해서 나엽이 사고라도 생긴다면 당신은 법을
그는 웃으며 말했다.“그냥 촬영장에서 사고가 좀 있었어. 심각한 거 아니니까 걱정하지 마.”“응.”안효연이 고개를 끄덕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는 병원에 남아 나엽을 조금 더 돌보다가 나엽이 밥 먹는 것까지 보고 병원에서 나왔다.안효연은 지금 아주 바쁜 상태다. 재민 그룹과의 협력 방안에 사인하면서 따라오게 될 막대한 손실을 생각하니 머리가 아파졌다. 어떻게든 손실을 막아보려고 했지만, 눈 깜짝할 사이에 일주일이 지났다.나엽은 상처가 다 나아 퇴원했다. 그는 한연 그룹으로 안효연을 찾으러 왔다. 미간을 찌푸리고 바삐 돌아치는 안효연을 보면서 그는 왜 일주일이나 자기를 보러오지 않았는지 원망하지 않았다. 그저 마음이 아팠다.나엽은 안효연에게 도움이 되고 싶었다. 특출난 능력은 없어도 연기는 잘하는 톱배우였다. 하여 몇 년간 적지 않은 돈을 모을 수 있었다.나엽은 자신의 모든 자산과 모든 돈을 안효연에게 주겠다고 했다.“내 것은 다 네 것이야.”“효연아, 현재 한연 그룹의 자금은 모두 프로젝트에 묶여있어.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하려 해도 은행 투자는 어렵잖아.”“비록 얼마 되지 않는 돈과 자산이지만 그래도 도움은 될 거야.”안효연은 크게 감동하였다나엽이 몇 년간 연기자로 일하면서 모은 돈과 자산이 적을 리가 없었다. 이렇게 많은 돈이라면 한연 그룹의 위기를 막을 수 있을 것이다.이 돈만 있으면 안효연은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할 수 있다. 그때가 되면 재민 그룹에서 한연 그룹의 20% 지분을 먹어버리려고 해도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하지만 이튿날, 나엽의 어머니가 안효연을 찾아왔다.나엽은 원래 아무것도 없는 빈털터리였다. 어릴 때부터 아버지 없이 홀어머니 밑에서 자랐다. 나엽의 어머니가 안효연에게 말했다.“고생해서 지금까지 왔는데 너 때문에 다시 빈털터리가 돼서 죽을 순 없잖니.”나엽의 어머니는 심지어 안효연에게 무릎까지 꿇으려 했다. 나엽을 놓아달라고, 나엽이 안 씨 일가의 혼란과 위험에 휘말리지 않게 해달라고, 제발 나엽과
나엽은 별장 앞으로 달려가 힘껏 별장 문을 두드리며 소리쳤다.“효연아! 나와! 너 다른 남자와 같이 있으면 안 돼!”별장 문이 열렸지만, 나온 사람은 안효연이 아닌 양씨 일가의 경호원이었다.경호원이 나엽을 밖으로 쫓았고 차가운 말투로 말했다.“빨리 가요. 안 그러면 그냥 보고만 있지는 않을 거예요.”나엽은 이런 경고를 무서워할 사람이 아니었다. 그는 계속해서 큰소리로 안효연에게 나오라고 소리쳤다. 그는 막무가내로 그를 막아서는 경호원과 맞섰고 안으로 뛰쳐 들어가려고 했다.“우르릉, 쾅!”번개가 치기 시작했다. 깜깜하던 하늘이 번개에 찢어지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러더니 이내 비가 쏟아져 내렸다.나엽과 양씨 일가의 경호원은 비를 맞고 금세 다 젖어버렸다.경호원들도 짜증이 났는지 나엽을 힘껏 밀쳤다.“진짜 미친놈 아니야!”그러고는 넘어진 채 비를 맞고 있는 나엽을 버려두고 별장 문을 닫고 들어갔다.나엽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온몸이 젖은 채로 포기하지 않고 계속 대문을 두드렸다.“효연아, 나와! 나와 같이 돌아가자!”그는 계속 문을 두드렸다.드디어 별장문이 다시 열리고 양준회와 안효연이 나란히 걸어 나왔다.안효연은 어느새 원래 입던 옷을 벗고 실크 잠옷 치마를 입고 밖에 방한 외투를 걸치고 있었다. 양준회도 잠옷 차림이었다. 그는 체격이 다부졌고 안효연 옆에 서서 안효연이 비에 젖을까 봐 친절하게 우산을 씌워줬다.안효연이 나엽을 보며 말했다.“가.”안효연이 덤덤하게 말을 이어갔다.“우린 이미 끝났어. 아무리 매달려도 소용없어. 난 이미 양준회 씨 선택했고 사귀기로 했어.”별장 문 밖은 노란 불빛이 비추고 있었다.나엽이 안효연의 목을 보니 애매한 빨간 자국이 남아 있었다. 나엽이 씁쓸하게 웃으며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안효연을 바라보며 말했다.“어떻게 그럴 수 있어? 난 내 모든 걸 너한테 줬는데 넌 어떻게 이렇게 쉽게 나를 부정하냐고.”“이렇게 쉽게 다른 남자랑 잠자리를 가질 수 있냐고!”“...”안효연은 솟구치는 씁
강주환은 이미 나엽과 안효연이 한 쌍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전에 안효연이 유괴되었을 때 나엽이 그에게 도움을 청한 적이 있었고 이제는 그와 윤성아 사이의 일에 끼어들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그래서 나엽을 만나는 건 안전했다.“같이 가자.”강주환은 윤성아와 같이 운성시로 가고 싶었다.“괜찮아요.”윤성아가 차가운 눈빛으로 강주환을 보며 말했다.“난 지금 강 대표님 꼴도 보기 싫거든요.”“...”강주환은 어쩔 바를 몰라 윤성아를 쳐다보기만 했다. 마치 크게 억울함을 당한 새색시 같았다.윤성아는 강주환을 신경 쓰기 귀찮았다. 그녀는 부드럽게 웃으며 강하성과 작별 인사를 하며 말했다.“우리 귀염둥이, 며칠 밤만 자면 엄마 다시 올 거야.”이렇게 말하고는 차가운 얼굴로 강주환을 올려다봤다.“강 대표님, 나갈 때 문단속 좀 잘 부탁해요.”윤성아는 이 말을 뒤로 강주환 강하성 부자만 남겨둔 채 집에서 나갔다.“진짜 바보 같아요.”강하성은 그런 자기의 아버지를 보며 볼이 빵빵해서 말했다.“다음부터 아빠한테 소식 안 전해줄 거예요.”......성운시.나엽은 전에 촬영장에서 촬영할 때 폭발로 입은 화상이 다 낫지도 않았는데 비까지 맞았으니, 열이 펄펄 끓어올라 집에서 죽을 뻔했다고 한다. 다행히 누군가 발견해 제때 병원에서 치료받을 수 있게 되었다.나엽은 중태에 빠져 있었다. 고열에 폐렴까지 걸려 병원에서 링거를 맞다가 혼수상태에서 깨자 바로 의사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주삿바늘을 뺐다.“이러면 안 돼요.”“꺼져!”나엽이 간호사를 뿌리치고는 병원에서 뛰쳐나가 택시를 잡고는 한연 그룹으로 향했다.안효연은 나엽의 상태가 좋지 않음을 발견하고는 미간을 찌푸렸지만, 여전히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여기 왜 왔어?”“효연아...”나엽은 안효연의 이름만 불렀을 뿐인데 참지 못하고 격렬하게 기침을 해댔다. 폐까지 게워 낼 정도로 심하게 기침했다.“병 걸렸어?”안효연은 여전히 차가운 표정으로 나엽에게 말했다.“병 걸렸으면 밖에 나돌아 다니지 말고
그녀는 사무실 테이블 앞에 앉아 있었는데 차가운 눈빛을 보이더니 윤성아에게 말했다.“데리고 병원으로 가.”윤성아는 김은우의 도움으로 같이 나엽을 부축하며 사무실을 나섰고, 회사 건물을 나서자마자 안효주를 발견했다.안효주는 요즘 기분이 너무 좋았다.그녀가 지금 이곳으로 온 것도 나엽이 안효연에게 치근덕거린다는 소문을 듣고 안효연에게 차인 나엽의 비참한 꼴을 보기 위해서였다.윤성아를 발견하자마자 안효주는 바로 경계 태세를 보였다.그녀는 미간을 찌푸리더니 두 손을 팔에 두르고는 싸늘한 얼굴로 씩 웃으며 말했다.“윤성아, 정말 뻔뻔스럽네! 주환 씨에게 매달리면서도 언니가 버린 저 쓰레기에게 정을 못 떼는 거야? 주환 씨가 네가 이런 사람인 걸 알아?”윤성아는 차가운 눈빛으로 안효주를 바라보더니 그녀의 말에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는 듯이 말했다.“어디 대표님 앞에서 개처럼 한 번 떠들어 봐. 당신 같은 사람에게는 눈길조차 주지 않을걸? 당신이 정말 대표님이 나에게 매달리지 않게 해줄 수 있다면 오히려 내가 당신에게 감사해야 하는걸?”윤성아는 안효주와 입씨름을 벌이면서 시간 낭비를 하고 싶지 않았다.그녀는 차갑게 두 마디를 던지고는 서둘러 나엽을 부축하고 자리를 뜨려고 했다.“거기 서!”안효주는 분노가 끓어올랐다.그녀는 다짜고짜 윤성아 앞으로 걸어가더니 눈을 부릅뜨고는 당장이라도 윤성아를 죽여버리고 싶었다.“지금 나를 개라고 욕한 거야?”“응.”윤성아가 덤덤한 얼굴로 말했다.그녀가 싸늘한 기운을 뿜어내면서 차가운 얼굴로 안효주를 보며 말했다.“당신과 쓸데없는 얘기를 할 시간 없어. 비켜!”“...”안효주는 말을 잇지 못했다.윤성아에게 맞은 뒤로부터 사실 안효주는 윤성아를 두려워하기 시작했다.하지만 윤성아를 볼 때마다 그녀가 너무 밉고 싫어 저도 모르게 도발하며 그녀의 심기를 건드렸는데 결과는 뻔했다...윤성아가 싸늘한 기운을 뿜어낼 때마다 안효주는 바로 겁에 질려 아무 말도 못 했다.“하.”윤성아가 차갑게 웃더니 안효주에게
안효연이 한참 동안 침묵을 지키더니 있는 힘껏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알겠어!”윤성아는 손에 보온 도시락 통을 들고 있었다.그 안에는 그녀가 나엽을 위해 사 온 죽이 담겨 있었는데 그녀는 보온 도시락 통을 안효연에게 건네며 말했다.“됐어. 이제 들어가 봐. 나엽 씨도 뭐 좀 먹어야지. 안 그래도 나엽 씨 상태로 봐선 내가 아무리 산해진미를 사 온다고 해도 안 먹을 것 같았어. 그런데 네가 있으니 독극물이라도 훌쩍훌쩍 넘기겠네.”안효연은 보온 도시락 통을 건네받았다.윤성아는 더는 나엽이 있는 병실에 들어가지 않기로 했다.그녀는 웃으면서 안효연에게 말했다.“이제 두 사람이 같이 시간을 보내. 난 내일 다시 나엽 씨를 보러 올게.”안효연이 대답했다.“알겠어.”윤성아가 자리를 떴고, 안효연은 보온 도시락 통을 든 채 병실 문을 열었다.이때, 병실 안에는 나엽을 제외하고 또 한 명의 여자가 있었다.여자의 이름은 임설영이었는데 그녀는 호진 그룹과 베린 그룹에서 모두 일했었다. 호진 그룹에서 해고당했고, 원이림이 베린 그룹을 해체할 때 또 한 번 해고당했다.그녀는 몇 년 동안 직장을 얼마나 많이 바꿨는지 모른다.그러다가 임설영의 어머니와 나엽의 어머니가 한때 친하게 지냈었던 사이이기 때문에 나엽 어머니를 통해 임설영은 나엽의 비서로 일하게 되었다.윤성아는 임설영을 알고 있었다.하지만 공교롭게도 시간이 오래 지났지만 윤성아는 지금까지 임설영의 얼굴을 보지 못했다.그때 순진하고 그녀에게 보호받으면서도 아이러니하게 그녀의 뒷담화를 하던 여자애가 나엽의 비서가 되었을 줄은 전혀 몰랐다.지금 임설영은 나엽을 살뜰히 보살피고 있었다.문을 열고 들어온 안효연을 보더니 임설영의 얼굴색은 한껏 어두워졌다.“안효연 씨, 어쩐 일로 오셨어요? 나엽 오빠에게 충분한 상처를 준 것 같은데요.”나엽은 눈을 감고 있었는데 그녀의 말을 듣고는 눈을 번쩍 떴다.안효연을 발견한 그는 흥분을 주체할 수 없었다.“효연아.”나엽은 임설영을 바라보며 말했다.“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