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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17 화

그런데 난 이 아이를 낳아야 할지, 말아야 할지를 고민했다.

강예지는 내 눈물을 닦아준 뒤 날 안아줬다. 다른 사람 앞에서는 단 한 번도 보여준 적 없는 다정한 모습이었다.

“왜 울고 그래? 아이는 멀쩡해. 지금도 네 배 속에 있어. 정말 착하고 강한 아이야.”

“진짜?”

“그럼, 당연하지. 믿기지 않으면 간호사님에게 물어보든가.”

강예지가 말했다.

조금 전 강예지는 간호사와 함께 들어왔다. 간호사는 못 말린다는 듯 웃으며 말했다.

“아이만 걱정하지 말고 본인도 걱정하셔야죠. 환자분은 머리를 다쳤어요. 이마의 긁힌 상처는 조금 전에 치료를 마쳤는데 임신하신 상태라 아직 CT는 찍지 못했어요. 지금은 어떠세요? 아직도 머리가 많이 어지러우세요?”

“괜찮아요...”

난 고개를 흔들어 보았다. 살짝 어지럽긴 했다.

“그렇다면 다행이네요. 수액 다 맞으시고 집으로 돌아가서 몸 상태 관찰하셔야 해요. 혹시라도 불편한 곳 있으면 바로 병원으로 오세요.”

간호사는 그렇게 말하면서 내 어깨를 토닥이며 날 위로했다.

“걱정하지 마세요. 아이는 잘 크고 있어요. 환자분이 자신을 잘 돌보는 게 아이에게도 가장 좋아요.”

말을 마친 뒤 간호사는 나갔다.

그 말을 듣고 나서야 마침내 긴장이 풀렸다. 나는 강예지를 끌어안고 작게 흐느꼈다.

난 모든 억울함과 불만을 눈물로 토해내고 싶었다.

한참 뒤에야 나는 서서히 차분해졌고 강예지는 나를 놓아준 뒤 의자를 끌고 와서 내 옆에 앉았다.

그녀는 여전히 걱정 가득한 얼굴로 날 바라보며 말했다.

“나 진짜 심장 떨어지는 줄 알았어. 오늘 여진구랑 같이 추모 공원에 갈 거라고 했었잖아. 왜 차에 너 혼자 있었던 거야? 여진구는? 병원에서 긴급연락처로 저장된 번호로 전화를 걸려고 했을 때 내가 마침 너에게 연락해서 다행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너 혼자 병원에 외롭게 누워있었을 거야. 네가 사고를 당했다는 걸 아무도 몰랐을 거라고. 블랙박스 확인해 봤는데 네 반응 속도라면 그 차를 충분히 피할 수 있었어. 그런데 넌 그러지 않았어. 당시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던 거야? 너 진짜 죽을 뻔했어. 알아?”

강예지는 말하면 말할수록 화가 났다. 그녀는 눈시울이 빨개졌고, 마지막에는 고개를 돌리고 눈가를 닦았다. 걱정이 너무 컸던 탓이다.

난 강예지에게 화내지 말라고, 두려워하지 말라고, 내가 여기 멀쩡히 있지 않냐고 얘기하고 싶었다.

그러나 결국 내뱉은 건 아주 덤덤한 말이었다.

“예지야, 나 마음먹었어.”

강예지는 날 바라보았다.

“뭘?”

“나 이혼하려고.”

난 탁한 숨을 뱉으며 지난 보름 동안 단 한 번도 느껴본 적 없는 홀가분함을 느꼈다.

“나 진구 씨랑 헤어질래.”

강예지는 놀란 얼굴로 날 바라보다가 한참 뒤에야 입을 열었다.

“정말로?”

“응.”

7년이다.

난 그를 무려 7년 동안 좋아했다.

그러나 그는 단 한 번도 내게 설레어 한 적이 없었다.

우스운 일일지도 모르지만, 난 여진구가 여정은에게 화를 내는 것이 조금 부러웠다.

그건 조금 서글픈 일이기도 했다.

난 여진구가 앞으로도 영원히 여정은에게 영향받으리라는 걸 알았다.

여진구 본인도 언젠가는 그 사실을 깨달을 것이다.

강예지는 갑자기 눈썹을 치켜올렸다.

“전화위복이라더니. 교통사고 때문에 정신을 차린 거야? 이럴 줄 알았으면 일찍 교통사고를 당하게 했을 텐데.”

“...”

“아이는? 여진구는 네가 임신한 거 알아?”

강예지는 내 이혼을 도우려고 했다.

“몰라.”

난 애써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사실 오늘 진구 씨에게 얘기할 생각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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