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사람은 나를 위해 감동적인 선물도 따로 준비했다.육형준도 예쁜 선물 상자를 건네주었다.“마음에 들었으면 좋겠네.”“고마워요 선배.”나는 싱긋 웃으며 감사의 인사를 전했고, 상자 안에 아주 정교하고 독특한 드레스가 들어 있는 것을 보고 다소 놀라며 그에게 물었다.“이거 직접 디자인한 거예요?”“응, 하나밖에 없어.”육형준이 웃으며 말했다.“역시 선배라니까!”그를 칭찬하던 강예지는 일부러 여진구를 난처하게 만들었다.“대표님, 집들이에 오셨으니 선물도 가져오셨겠죠?”내가 끼어들려는데 강예지가 막았다.나도 집에 들
다시 생각해 보니 우스꽝스러웠다.신혼 첫날 밤에 혼자 남겨진 것도, 몇 번의 생일에 남편이 없었던 것도, 원하던 선물을 빼앗긴 것도, 산부인과 검진 날마저 남편이 곁에 없었던 것도 나인데...그는 이혼할 지경에 이르러 친구들이 집들이를 해주는 것조차 받아들이지 못하는 건가.나는 입꼬리를 끌어올리며 시선을 내려 그를 바라보았다.“안 나가면 정은 언니한테 전화할 거야.”여정은이 와서 소란을 피우면 그는 당해내지 못한다.여진구는 내 허리를 단단히 감싼 채 내 가슴에 이마를 묻고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지연 씨, 난 이렇게 될
“정말 고마워?”차 쪽으로 걸어가던 육형준이 하성주를 뒷좌석에 밀어 넣고 차에 기댄 채 시선을 내리며 나를 향해 미소를 지었다.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하죠.”“그럼 앞으로는 나한테 계속 고맙다는 말 하지 않겠다고 약속해.”그 말이 조금 의미심장하게 들렸지만 내가 깊이 생각하기도 전에 그는 미소를 지으며 덧붙였다.“너무 안 친해 보이잖아.”나도 가볍게 웃으며 답했다.“네, 알겠어요.”마침 운전기사가 도착하자 그는 차 열쇠를 건네며 고개를 돌려 따뜻하게 말했다.“난 갈게. 너도 빨리 올라가.”위층으로 올라가니
얼마 전까지 그런 말을 들었다면 내 마음이 조금 흔들렸을지도 모른다.하지만 여진구가 나에 대한 애정이 조금도 없다는 사실까지 받아들인 지금은 굳이 더 묻고 싶은 흥미가 사라져서 덤덤하게 그녀를 바라보았다.그렇게 자신하면서 왜 매일 날 찾아와 난동을 부려?미친년.바람난 내연녀 찾아온 본처처럼 아침 일찍 사무실로 달려오다니.무덤덤한 내 반응에 여정은은 초조했는지 내가 묻기도 전에 의기양양하게 입을 열었다.“나 때문이야.”그녀는 마치 패배한 상대를 바라보듯 내 책상에 손을 얹고 살짝 몸을 기울이며 말했다.“남지연, 나 아니
“허리가 너무 아파...” 여정은은 여진구의 품에 안긴 채 울먹였다.“난 그냥 요즘 업무 상황에 대해 물었던 건데 날 밀쳤어.... 진구야, 그냥 지연이보고 본부장 하라고 해. 다른 사람들도 다 쟤 편만 들고 나도 더 이상 이런 환경에서 일하고 싶지 않아.”“...” 미간을 찌푸린 채 그녀가 지어내는 거짓말을 듣던 나는 기가 막혀 웃음이 나던 찰나 여진구의 날카로운 눈빛을 마주했다.“정말이야?”얼음장처럼 차가운 그 목소리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한기를 느끼게 했다.나는 자조 섞인 웃음을 띠며 말했다.“아니라고 하면 믿어?
강예지의 말에 나는 깜짝 놀랐다.뒤늦게 귓불을 만져보니 피가 말라서 붉은 딱지가 내려앉아 있었다.손이 닿자 귓불에 다시 통증이 밀려왔다.피가 나는 줄 몰랐다는 게 신기할 정도였다.강예지가 내 손을 툭 때렸다.“그렇게 뜯으면 어떡해, 안 아파?”말을 하며 가방에서 약을 꺼내 내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기고 조심스럽게 발라주었다.“어쩌다 이런 거야?”“여정은이 잡아당겼어.”그녀에게 전후 상황을 간략하게 설명하자 강예지는 너무 화가 나서 욕을 연발했다.“그년 뭐야 대체, 양파 같은 물건이네 아주. 뜯어보지 않으면 속내를
결혼 3주년 당일, 여진구는 내가 오래도록 좋아했던 목걸이를 고가에 낙찰받았다.사람들은 여진구가 나를 미치도록 사랑한다고 했다. 나는 설레는 마음을 안고 근사한 저녁 식사를 준비했다. 그런데 그때 동영상 하나를 받았다.영상 속 여진구는 그 목걸이를 다른 여자에게 걸어주고 있었다.“다시 태어난 걸 축하해.”알고 보니 그날은 우리의 결혼기념일일 뿐만 아니라 그의 첫사랑이 이혼한 날이었다....이런 일이 나에게 일어날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여진구와의 결혼이 자연스럽게 연애를 하다가 진행된 결혼이 아니긴 하지만 남들
‘주얼리?’나는 눈썹을 치켜세우고 조금 전 화장실로 들어간 여진구에게 물었다.“진구 씨, 정은 언니가 와서 먼저 내려갈게요.”그런데 나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여진구가 바로 성큼성큼 나왔다. 단 한 번도 본 적 없는 차가운 얼굴이었다.“내가 내려갈게. 당신은 신경 쓰지 말고 먼저 씻어.”내 앞에서는 늘 점잖고 차분하던 남자가 오늘따라 목소리에 짜증과 긴장이 섞여 있는 것 같았다. 마음속에 문득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난 다 씻었어. 당신 치약도 내가 짜줬잖아. 잊었어? 됐어. 같이 내려가자. 손님 기다리겠다.”나는 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