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에 보이는 데도 이렇게 심하게 다쳤는데 안 보이는 옷 밑은 어떨지.두려운 생각이 들자 윤아는 다급해졌다.“어디를 다친 거야? 옷 벗고 보여줘.”조용히 그녀를 바라보는 수현의 얼굴엔 복잡한 마음이 그대로 드러났다.“말했잖아. 이선우 피라고.”옷깃에서 멈추었던 윤아의 손에 힘이 들어가더니 수현의 멱살을 움켜쥐었다. 그리고 아랫입술을 꽉 깨무는 윤아.그녀의 행동 하나하나는 그대로 수현의 눈에 담겼고 곧이어 그의 얼굴에도 씁쓸한 기색이 어렸다.“걱정돼?”“진수현!”그의 말을 끝으로 윤아가 거칠게 소리쳤다.“때가 어느 땐데 그런 걸 농담이라고 해. 설령 정말 선우가 다쳤다고 해도 난 그의 곁으로 날아갈 수도 없거니와 지금 내 눈앞에 있는 사람은 오직 진수현 너 하나뿐이야. 나는 지금 눈앞에서 네 상처를 보고 싶어.”수현의 동공이 흔들렸다.“그게 아니면 혹시 네 말들은 다 날 속이려는 거야? 네가 얼마나 심하게 다쳤는지 알리지 못하겠으니까 일부러 그딴 말들로 날 현혹하려는 거냐고!”둘 사이에 침묵이 흘렀다.한참 뒤, 생각을 마친 듯한 수현이 고개를 숙이더니 손을 뻗어 그녀의 손목을 잡았다.“그래서 현혹됐어? 누가 더 걱정되는데? 나야, 이선우야?”“...”둘의 시선이 공중에서 맞물리자 윤아가 못 참겠다는 듯 말했다.“유치하기는.”“내가 뭘?”윤아를 잡은 수현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사랑하는 여인의 마음을 알고 싶은 게 유치할 일인가.”고집을 쓰는 수현을 윤아는 말로 당해낼 수 없었다.특히 사랑하는 여인이라는 그 말 말이다.‘언제부터 그렇게 열렬했다고.’“대답해.”윤아가 끝내 말을 하지 않자 수현은 말을 이었다.“그렇게 대답 하기 어려운 질문이었나?”“아니. 난 그냥...”“이선우가 나보다 더 걱정됐던 거야? 지금이라도 그놈 곁으로 돌아가고 싶어?”그의 질문에 윤아는 눈썹을 찡그리며 어이가 없다는 듯이 올려다보았다.“그런 질문을 꼭 해야 해?”“응. 대답하기 전까진 내 단추도 안 풀려.”그는 그녀의 대답이 무슨
윤아는 마음이 누그러져 자발적으로 그의 앞으로 걸어갔다.심지어 부드러운 목소리로 그를 달래기도 했다.“아까는 내가 너무했어, 미안해. 날 구하려고 이렇게 다친 너한테 내가 이런 말투로 말 하면 안 됐어. 이제 네 상처를 보여줘, 응?”다시 만난 이후로 이런 온화한 말투는 처음이었다. 지금 그녀의 변화된 말투에 수현의 마음속 끈도 따라서 부드러워졌다.가뜩이나 미치게 보고 싶던 그녀가 자신의 앞에서 붉은 입술을 달싹이는 것을 보고 있자니 참기 어려워졌다.그는 목젖을 위아래로 두 번 굴리더니 돌연 손을 뻗어 윤아의 허리를 잡고 몸을 숙였다.“미안하다는 말은 필요 없어.”조금 전과 달리 부드러운 말투다. 이윽고 그의 몸이 윤아를 향해 다가오자 순식간에 뜨거운 숨결이 그녀를 감싸듯 닿았다.수현이 키스를 하려고 한다는 걸 눈치챈 윤아의 눈은 가볍게 떨리고 있었고 그 독한 피비린내가 손쓸 새도 없이 호흡 속으로 파고들어 정신이 아득해졌다.그렇게 둘의 입술이 맞닿으려던 순간, 윤아는 재빨리 손을 뻗어 그의 입술을 가로막았다.수현은 그녀가 손을 뻗어 막을 것이라고 예상을 못 한 듯 잠시 몸을 움찔했다.그는 그대로 2, 3초 정도 멍해졌지만 곧 굴하지 않고 그녀의 하얀 손바닥에 키스했다.부드러운 촉감이 손바닥을 통해 전해져 오자 윤아는 저도 모르게 손을 뺄 뻔했다.그러나 그녀가 미처 행동하기도 전에 수현은 재빨리 그의 야한 입술과 허리춤의 선을 철수했다. 그러고는 재빨리 들끓었던 마음을 가라앉히고 담담한 척 말했다.“나 좀 정리하고 이따 올게.”말을 마친 그는 그대로 몸을 돌려 밖으로 나갔다.“?”그가 떠나고 문이 닫힌 후에야 윤아는 정신이 돌아왔다.‘상처도 안 보여줘 놓고 자기 좋은 일만 하고 갔네.’그렇게 생각한 윤아는 입맞춤을 받은 자신의 손바닥을 내려다보았다. 그 위에는 아직도 그의 숨결이 남아 있는 것 같았다.윤아는 잠시 제자리에 서 있다가 뭔가 떠오른 듯 현을 따라나섰지만 어찌나 빨리 나갔는지 그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윤아는
그러나 들려오는 대답은 끙끙거리는 소리뿐이었다.의사는 얼굴을 찡그리며 그의 상처를 진정시켰다.“환자분, 상처가 다 나으신 후에도 며칠 동안 물을 만지지 않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상처 감염이 악화될 것입니다.”수현은 그곳에 앉아 아무런 반응이 없었는데 처음 예상치 못한 통증으로 끙끙 앓은 것을 제외하고는 계속 참았다.민재가 옆에서 그의 이마에 식은땀이 핏줄을 타고 떨어지는 것을 보지 않았더라면 이 상처가 전혀 아프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사람이 어떻게 그럴 수가 있는지. 상처가 깊어서 민재는 보기만 해도 끔찍한데 말이다.“환자분, 윤아 아가씨도 환자분이 이렇게 다친 거 아세요? 방금 돌아와서 상처를 치료하지 않고 바로 아가씨를 찾아갔다고 들었는데.”수현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잠시 후에야 엷은 입술을 오므리고는 말했다.“내가 다친 건 알았지만 상처는 보지 못했어요.”그러자 민재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다행이네요. 상처가 너무 끔찍해서 안 보는 게 나았을 거예요.”말이 끝나자마자 입구로부터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그래요? 어떤 상처길래 그렇게 무섭다는 건지 정말 보고 싶네요.”갑자기 나타난 여자 목소리는 그들의 주의력을 모두 끌어당겼다.윤아를 본 민재는 낯빛이 변해 재빨리 앞으로 나와 그녀를 막았다.“윤아 님, 여긴 어쩐 일이에요?”그리고 수현도 재빨리 옷의 단추를 잠그고 의사가 치료한 상처의 절반만 덮었다.의사는 한바탕 말을 잇지 못하고 나지막이 한숨을 내쉬었다.“수현 씨, 아직 치료가 안 끝났는데요.”“알고 있어요.”그는 목소리를 낮추어 서늘하게 상대방을 바라보았다“이따가 다시 처리할 테니 일단 감춰주시죠.”“...”‘이렇게 다쳤는데 어떻게 감춰요?’의사는 이해가 안 됐다. 이렇게 다쳤는데 일단 먼저 상처를 치료하는 게 중요한 거 아닌가?이 젊은이들은 정말 체면이 목숨보다 중요한가보다.하지만 수현은 어쨌든 그의 고용주인 데다 그의 부상은 치명상이 아니어서 치료를 조금 늦춘다고 목숨이
그 말에 민재는 잠시 멈칫하더니 고개를 돌려 수현을 보았다.수현이 그에게 고개를 끄덕이자 민재는 그제야 한쪽으로 물러섰다.막는 사람이 없으니 윤아의 눈빛이 마침내 허공에서 수현과 마주쳤다.두 사람의 눈빛이 잠시 마주치자 수현이 말했다.“다른 사람들은 먼저 나가 계세요.”의사는 무의식적으로 손가락을 들어 자신을 가리키며 말했다.“저도요?”수현은 고개를 끄덕였다.“하지만 당신의 상처는...”“별일 없으니 나중에 처리하죠.”“환자분이 그러시다면...”의사가 막 말을 하려고 하자 거기에 서 있던 윤아가 말을 끊었다.“지금 치료해요.”세 사람은 일제히 윤아를 바라보았다. 윤아는 굳은 얼굴로 다가와 다소 언짢은 표정으로 수현을 바라보았다.“왜 치료를 안 해. 아직 덜 아프구나? 아니면 넌 뭐 피가 넘쳐나서 좀 흘려보내려는 거야?”“난...”“의사 선생님, 신경 쓰지 말고 치료해 주세요. 전 옆에서 보고 있겠습니다.”윤아는 수현을 전혀 상대하지 않고 바로 고개를 돌려 의사에게 분부했다.그녀의 엄숙한 말투에 의사는 무의식적으로 멍하니 고개를 끄덕였다.“네. 알겠습니다. 지금 바로 치료를 시작하죠.”그러고 나서 그는 상처를 치료할 물건을 가지고 수현에게 다가갔다.“진수현 씨, 옷을 벗으세요.”“...”그는 윤아를 한 번 쳐다보았는데 마침 그를 노려보는 윤아의 눈빛과 마주쳤다.“아직도 안 벗어?”윤아가 지켜보는 가운데 마지못해 단추를 푸는 수현의 동작은 마치 1초가 10분 같이 느릿느릿했다.옆에 서 있던 윤아는 화가 난 듯 앉더니 손을 뻗어 옷을 벗겨줬다.그녀의 동작은 부드러운 편은 아니어서 막 그의 옷을 벗기자 가늘고 흰 손목이 수현에게 잡혔다.윤아는 눈을 치켜들며 말했다.“왜?”묻는 눈빛에 고개를 가로저은 수현이 말했다.“아무것도 아니야.”“?”“의사 선생님, 빨리 상처를 치료해 주세요.”“네.”의사가 방금 반쯤 치료한 상처를 다시 치료하기 시작했다. 그와 이렇게 앉아보니 생각보다 피비린내가 더 심했다.윤아는
윤아는 수현이 꽤 심하게 다쳤을 걸 어느 정도 예상은 했었다. 수현의 성격이라면 그녀에게 보여주려 하지 않을 거라는 것도. 하지만 다친 정도가 설마 이 정도일 줄은 상상도 못 했다.윤아는 아랫입술을 깨물고 갑자기 수현의 손을 밀쳐내더니 의사를 바라보며 말했다.“의사 선생님, 생명엔 지장 없죠?”“치명상은 아닙니다.”“그런데 상처가 왜 이렇게 처참해요?”“글쎄요. 상처의 외관만 보면 치명적일 것 같은데 다행히 그 정도는 아니니 이제부터는 물만 안 닿게 주의해 주세요.”의사의 말은 가벼웠지만 윤아는 수현이 치명상을 입은 것이 아닌 것을 다행으로 생각하며 그를 매섭게 노려볼 수밖에 없었다.“...”이리저리 생각하던 수현은 원망의 화살을 한쪽에 있던 민재에게로 돌렸다.민재:“?”‘왜 저래?’만약 그가 수현의 마음을 들을 수 있다면, 아마도 이런 말을 들었을 것이다.“이 비서 때문에 이게 뭐야. 그러게 왜 의사를 불러오면서 문도 안 닫고 다니는 거야. 그 때문에 윤아가 다 엿들었잖아.”상처를 치료한 후, 의사는 수현에게 약물을 처방했고 윤아의 요청으로 수현의 온몸을 다시 한번 검사해 더 이상 다른 상처는 없다는 것을 확인한 후에야 떠났다.수현이 의사가 자신에게 처방한 그 많은 하얀 알약을 보며 머리가 지끈거려와 나중에 몰래 이 약을 버릴지 하고 생각하던 참이었는데 문 앞에서 가늘고 작은 소리가 들려왔다.그가 고개를 들자 윤아가 의사를 따라 현관까지 걸어오며 말했다.“정말 더 이상 검사할 필요가 없는 거예요? 뭐 내상이라든가, 보이지 않는 상처 같은 것도.”의사는 그녀의 질문에 당황한 표정으로 말했다.“윤아 님, 검사할 것은 이미 검사했고, 검사하지 말아야 할 것도 검사했는데 전반적으로 큰 문제는 없습니다.”“전반적으로요? 다른 특수한 상황이 있을 수도 있다는 말인가요? 그러면 그 다른 상황은...”“아뇨, 그런 다른 상황은 일어나지 않습니다. 그리고... 만약 정말 다른 상황이 있다 해도 제가 여기에 계속 있을 테니 전화 하시거나 저
깊은 밤.방안은 아직 전등을 켜고 있어 그야말로 대낮 같다.반쯤 옷을 벗은 수현은 소파에 앉아 사랑하는 여인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약물 설명서를 들고 자세히 살펴보다가 그가 먹을 약을 분류해 놓으면서 고개를 들기도 하고 고개를 숙이기도 했다.복부의 상처는 아팠지만 자신을 걱정하며 열심히 설명서를 검토하는 모습에 큰 만족감을 느꼈다.그 만족감은 지금까지의 얕은 정도가 아니라 마음속 깊이 새겨져 있다.그의 시선이 계속 그녀의 얼굴에 꽂혀 있을 때, 윤아가 갑자기 고개를 들고 그를 노려보며 인상을 찌푸리는 것이 보였다.수현은 그녀의 표정에 정신을 차리고 말했다.“왜 그래?”“저녁은 먹었어?”“...”“왜?”“안 먹었구나. 이 약은 식후에 먹는 건데. 너...”“그래?”수현은 별로 신경 쓰지 않는 모습이었다.“식후에 먹을 약이면 내일 먹지 뭐.”“안 돼.”그러자 윤아가 말했다.“상처가 이렇게 됐는데 무슨 소리야.”말하는 사이 윤아는 몸을 일으켜 밖으로 나갔다.수현의 안색이 약간 변하더니 일어나 따라가려고 했다. 그러나 곧 윤아에 의해 원래의 자리로 돌아갔다.“여기서 기다려. 내가 주방에 가서 먹을 게 있나 알아볼 테니 먹고 약 먹어.”“... 번거롭게 뭣 하러 그래. 한밤중에 주방에서 먹을 만한 게 어디 있어?" 수현이 약을 집으며 말했다.“그냥 공복에 먹으면 돼.”“안 돼.”그러나 단번에 그를 제지하는 윤아.“그동안 위 출혈이 있었던 걸 잊은 거야? 이 약들은 원래 위를 상하게 하는데 공복에 계속 먹는다면 위병이 또 재발할 거야. 게다가 이젠 새 상처까지 생겼잖아. 너 정말 죽으려고 작정했어?”진작에 자신의 위병을 까맣게 잊고 있었던 수현은 윤아가 얘기를 하자 그제야 그 일이 떠올랐다.그 일 때문에 윤아가 그를 더 많이 봐줬었던 것까지도.그러자 수현이 뭔가 떠오른 듯 나직하게 물었다.“내가 다쳐서 그래?”뜬금없는 질문에 윤아가 물었다.
“하지만 의사도 치명상은 아니라고 했잖아.”윤아가 말리기도 전에 수현은 이미 일어섰다.“가자.”“정말 나랑 같이 갈 거야? 상처는...”“가자.”윤아가 아직도 그 자리에 서 있는 것을 보고 수현이 말했다.“빨리 가야 빨리 올 수 있어. 계속 이러고 있으면 밤새 약 못 먹는 수가 있어.”결국 윤아는 그 말에 설득당해 그를 데리고 부엌으로 간다.부산스러운 소리에 달려와 살펴보던 민재는 두 사람이 부엌으로 가겠다고 하자 요리사를 불러주겠다고 했다.그러나 너무 늦은 시간이라 윤아는 거절했고 민재도 더 이상 말을 꺼내지 않았다.주방.냉장고는 식자재들로 꽉 채워져 있었다.쓱 훑어보던 윤아는 몇 가지 간단한 것을 골라 냄비에서 물을 끓였다.늦은 시간이라 윤아는 간단히 만들 수 있는 국수를 골라 냄비에 면과 재료를 넣은 다음 넣고 끓였다. 그리고 수현은 옆에 서서 묵묵히 지켜보고 있었다.“너무 늦어서 많이 먹어도 소화가 안 돼. 그냥 대충 배만 채우고 약 먹어.”수현은 순순히 응수했다.“그래, 네 말대로 해.”순순히 대답하는 게 조금 의외였지만 윤아는 아랑곳하지 않고 센불로 빠르게 조리했다.얼마 안 가 윤아는 다 익은 면을 떠서 수현의 앞에 놓았다.“빨리 먹어.”국수는 간단하다 못해 맹물 같았다. 그저 약간의 재료, 야채 몇 개, 계란 한 개만이 둥둥 떠다녔다.하지만 이 국수 한 그릇이 수현에게는 지금까지 먹어본 모든 것보다도 좋았다.기쁜 마음으로 젓가락을 들어 국수 몇 개를 집어 입에 넣어보니 역시 생각했던 것만큼 맛이 좋았다.한 입 먹고 나서 그는 윤아를 올려다보며 말했다.“고마워. 맛있네.”“그냥 국수 한 그릇인데 뭐가 맛있어.”수현이 얼추 배를 채웠다 싶을 때 윤아는 자신의 주머니에서 아까 담아둔 약을 꺼내 내놓은 후 컵에 미지근한 물을 부었다.“여기 한 봉지 뒀어. 남기지 말고 다 먹어.”작은 알약 한 봉지는 보기만 해도 약의 쓴맛이 느껴지는 듯 섬뜩했다. 하지만 먹지 않으면 윤아가 걱정할 테니 안 먹을 수도 없었다
윤아는 침묵에 빠졌다.두 사람이 같은 방을 쓴 적이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모두 옛날얘기다.이후 오랜 시간 동안 두 사람은 만나지 못했고 다시 만나 한방을 쓰지도 않았다.그런데 이제 와 갑자기 두 사람이 함께 지내게 된 격이다.그녀가 망설이는 것을 보고 수현은 눈을 내리깔고 그녀의 손목을 잡아당겼다.“나 많이 다쳤는데 혼자 있게 놔둬? 만약 한밤중에 내가 어디가 아프기라도 하면 어떡해?”윤아는 그를 쳐다보았다. 비록 그의 표정과 말에는 억지로 만들어낸 비참한 면이 있었지만 그녀는 그의 말에 일리가 있다고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진짜 심하게 다친 게 맞고 그 부상이 얼마나 심각한지 눈으로 직접 보기까지 하지 않았는가. 의사 선생님은 별일 없을 거라고 하긴 했지만 그러다 뭔 일이라도 나면?‘됐어. 애초에 진수현 방이잖아. 그냥 보내줘야지. 게다가 지금은 다쳐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기도 하니까.’그렇게 생각하자 윤아는 마음을 놓고 말했다.“가자.”그녀가 입을 떼자 수현의 어둡던 눈빛에 잠깐의 희열이 스치더니 입가에도 보기 좋은 미소가 어렸다. 그는 그녀의 손을 그대로 잡은 채 앞으로 걸어갔다.방에 들어간 후, 윤아는 소파에 있는 물건을 치우고 다시 방으로 들어가 훈이와 윤이가 모두 잘 자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나왔다.그녀가 나올 때 동작이 유난히 조심스러운 것을 보고 수현이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자?”윤아는 고개를 끄덕였다.“응. 잠든 지 꽤 됐어. 둘 다 널 많이 기다렸는데 하루 종일 나와 함께 다니다 보니 피곤했나 봐.”말이 끝나자 수현이 다가와 그녀를 끌어안았다.“수고했어. 내가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해.”늘 수현의 몸에서 풍기던 싱그러운 옅은 풀 냄새는 이제 피비린내와 땀 냄새로 얼룩져있었다.이제 너무 심하진 않지만 냄새를 맡을 때마다 그의 몸에 있던 뼈가 훤히 보일 정도로 깊던 상처가 떠오른다.윤아는 그를 밀어냈다.“옷부터 갈아입어.”“냄새 때문에 그래? 아니면 내가 싫어?”윤아는 무정하게 말했다.“둘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