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827화

Author: 박윤미
last update Last Updated: 2024-10-29 19:42:56
‘이 늦은 밤에 누구지?’

아무리 보안이 잘 되어있다지만 겁이 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혹시 외부인이면 어쩌지?’

두려운 마음에 섣불리 다가가지 못하고 있는데 벌컥 문이 열리더니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수려한 용모에 빼어난 몸매, 그리고 그녀가 그토록 기다리던 그윽한 눈빛이 드디어 눈앞에 나타났다.

수현을 본 순간 윤아는 환각인 줄 알았다.

“너...”

그러나 윤아가 말을 채 뱉기도 전에 그녀에게로 돌진하는 수현. 그는 여느 때보다도 그녀를 꽉 끌어안았다.

그 순간 익숙한 체향이 윤아를 감싸왔다.

윤아는 두 눈을 꼭 감고 두 손을 뻗어 그를 맞이했다.

손이 수현의 등에 닿자 그녀를 안은 손이 더 꽉 조여온다.

행복도 잠시, 코끝을 찌르는 피비린내에 윤아는 흠칫했다.

그녀는 감았던 눈을 뜨며 그의 품에서 벗어났다.

“놔봐.”

그러나 눈앞의 이 남자는 들어줄 생각이 없는 듯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

“조금만 더.”

사람이 다쳤는데 지금 그게 중요하겠는가.

윤아는 어쩔 수 없이 힘을 써 여러 번의 시도 끝에 그를 밀어냈다.

두 걸음 물러선 윤아는 수현을 위아래로 자세히 훑어보더니 미간을 찌푸렸다.

“왜?”

윤아의 표정을 본 수현이 낮게 물었다.

그 순간, 윤아가 성큼성큼 다가오더니 그의 옷깃을 잡고 단추를 풀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제 막 첫 번째 단추를 풀려는데 수현이 그녀의 손을 잡아 세웠다.

“뭐 하려고?”

그의 눈빛은 늘 그랬듯 그윽했고 목소리는 허스키했다.

그 모습에 윤아의 미간이 더 찌푸려졌다.

“뭐 안 해. 너 어디 다쳤나 보려고.”

“...”

‘상처를 보려던 거구나. 난 또...’

“무슨 표정이야? 너 설마 내가 너한테 뭐 하려고 하는 줄 알았던 거야?”

윤아는 그의 손등을 찰싹 치며 말을 이었다.

“손 놔. 좀 보게.”

낮지만 힘 있는 말투였다. 윤아는 수현의 손을 기어코 떼어내고 단추를 풀기 시작했다.

코를 찌를 정도로 피비린내가 진동하는 걸 보아 상처가 꽤 깊을 거다.

그러나 이번엔 두 번째 단추까지 겨우 풀었는데 다시 또 수현에게 잡혀버렸다.

Locked Chapter
Continue to read this book on the APP

Related chapters

  • 다시 돌아온 내 남편의 그녀   제828화

    눈에 보이는 데도 이렇게 심하게 다쳤는데 안 보이는 옷 밑은 어떨지.두려운 생각이 들자 윤아는 다급해졌다.“어디를 다친 거야? 옷 벗고 보여줘.”조용히 그녀를 바라보는 수현의 얼굴엔 복잡한 마음이 그대로 드러났다.“말했잖아. 이선우 피라고.”옷깃에서 멈추었던 윤아의 손에 힘이 들어가더니 수현의 멱살을 움켜쥐었다. 그리고 아랫입술을 꽉 깨무는 윤아.그녀의 행동 하나하나는 그대로 수현의 눈에 담겼고 곧이어 그의 얼굴에도 씁쓸한 기색이 어렸다.“걱정돼?”“진수현!”그의 말을 끝으로 윤아가 거칠게 소리쳤다.“때가 어느 땐데 그런 걸 농담이라고 해. 설령 정말 선우가 다쳤다고 해도 난 그의 곁으로 날아갈 수도 없거니와 지금 내 눈앞에 있는 사람은 오직 진수현 너 하나뿐이야. 나는 지금 눈앞에서 네 상처를 보고 싶어.”수현의 동공이 흔들렸다.“그게 아니면 혹시 네 말들은 다 날 속이려는 거야? 네가 얼마나 심하게 다쳤는지 알리지 못하겠으니까 일부러 그딴 말들로 날 현혹하려는 거냐고!”둘 사이에 침묵이 흘렀다.한참 뒤, 생각을 마친 듯한 수현이 고개를 숙이더니 손을 뻗어 그녀의 손목을 잡았다.“그래서 현혹됐어? 누가 더 걱정되는데? 나야, 이선우야?”“...”둘의 시선이 공중에서 맞물리자 윤아가 못 참겠다는 듯 말했다.“유치하기는.”“내가 뭘?”윤아를 잡은 수현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사랑하는 여인의 마음을 알고 싶은 게 유치할 일인가.”고집을 쓰는 수현을 윤아는 말로 당해낼 수 없었다.특히 사랑하는 여인이라는 그 말 말이다.‘언제부터 그렇게 열렬했다고.’“대답해.”윤아가 끝내 말을 하지 않자 수현은 말을 이었다.“그렇게 대답 하기 어려운 질문이었나?”“아니. 난 그냥...”“이선우가 나보다 더 걱정됐던 거야? 지금이라도 그놈 곁으로 돌아가고 싶어?”그의 질문에 윤아는 눈썹을 찡그리며 어이가 없다는 듯이 올려다보았다.“그런 질문을 꼭 해야 해?”“응. 대답하기 전까진 내 단추도 안 풀려.”그는 그녀의 대답이 무슨

  • 다시 돌아온 내 남편의 그녀   제829화

    윤아는 마음이 누그러져 자발적으로 그의 앞으로 걸어갔다.심지어 부드러운 목소리로 그를 달래기도 했다.“아까는 내가 너무했어, 미안해. 날 구하려고 이렇게 다친 너한테 내가 이런 말투로 말 하면 안 됐어. 이제 네 상처를 보여줘, 응?”다시 만난 이후로 이런 온화한 말투는 처음이었다. 지금 그녀의 변화된 말투에 수현의 마음속 끈도 따라서 부드러워졌다.가뜩이나 미치게 보고 싶던 그녀가 자신의 앞에서 붉은 입술을 달싹이는 것을 보고 있자니 참기 어려워졌다.그는 목젖을 위아래로 두 번 굴리더니 돌연 손을 뻗어 윤아의 허리를 잡고 몸을 숙였다.“미안하다는 말은 필요 없어.”조금 전과 달리 부드러운 말투다. 이윽고 그의 몸이 윤아를 향해 다가오자 순식간에 뜨거운 숨결이 그녀를 감싸듯 닿았다.수현이 키스를 하려고 한다는 걸 눈치챈 윤아의 눈은 가볍게 떨리고 있었고 그 독한 피비린내가 손쓸 새도 없이 호흡 속으로 파고들어 정신이 아득해졌다.그렇게 둘의 입술이 맞닿으려던 순간, 윤아는 재빨리 손을 뻗어 그의 입술을 가로막았다.수현은 그녀가 손을 뻗어 막을 것이라고 예상을 못 한 듯 잠시 몸을 움찔했다.그는 그대로 2, 3초 정도 멍해졌지만 곧 굴하지 않고 그녀의 하얀 손바닥에 키스했다.부드러운 촉감이 손바닥을 통해 전해져 오자 윤아는 저도 모르게 손을 뺄 뻔했다.그러나 그녀가 미처 행동하기도 전에 수현은 재빨리 그의 야한 입술과 허리춤의 선을 철수했다. 그러고는 재빨리 들끓었던 마음을 가라앉히고 담담한 척 말했다.“나 좀 정리하고 이따 올게.”말을 마친 그는 그대로 몸을 돌려 밖으로 나갔다.“?”그가 떠나고 문이 닫힌 후에야 윤아는 정신이 돌아왔다.‘상처도 안 보여줘 놓고 자기 좋은 일만 하고 갔네.’그렇게 생각한 윤아는 입맞춤을 받은 자신의 손바닥을 내려다보았다. 그 위에는 아직도 그의 숨결이 남아 있는 것 같았다.윤아는 잠시 제자리에 서 있다가 뭔가 떠오른 듯 현을 따라나섰지만 어찌나 빨리 나갔는지 그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윤아는

  • 다시 돌아온 내 남편의 그녀   제830화

    그러나 들려오는 대답은 끙끙거리는 소리뿐이었다.의사는 얼굴을 찡그리며 그의 상처를 진정시켰다.“환자분, 상처가 다 나으신 후에도 며칠 동안 물을 만지지 않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상처 감염이 악화될 것입니다.”수현은 그곳에 앉아 아무런 반응이 없었는데 처음 예상치 못한 통증으로 끙끙 앓은 것을 제외하고는 계속 참았다.민재가 옆에서 그의 이마에 식은땀이 핏줄을 타고 떨어지는 것을 보지 않았더라면 이 상처가 전혀 아프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사람이 어떻게 그럴 수가 있는지. 상처가 깊어서 민재는 보기만 해도 끔찍한데 말이다.“환자분, 윤아 아가씨도 환자분이 이렇게 다친 거 아세요? 방금 돌아와서 상처를 치료하지 않고 바로 아가씨를 찾아갔다고 들었는데.”수현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잠시 후에야 엷은 입술을 오므리고는 말했다.“내가 다친 건 알았지만 상처는 보지 못했어요.”그러자 민재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다행이네요. 상처가 너무 끔찍해서 안 보는 게 나았을 거예요.”말이 끝나자마자 입구로부터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그래요? 어떤 상처길래 그렇게 무섭다는 건지 정말 보고 싶네요.”갑자기 나타난 여자 목소리는 그들의 주의력을 모두 끌어당겼다.윤아를 본 민재는 낯빛이 변해 재빨리 앞으로 나와 그녀를 막았다.“윤아 님, 여긴 어쩐 일이에요?”그리고 수현도 재빨리 옷의 단추를 잠그고 의사가 치료한 상처의 절반만 덮었다.의사는 한바탕 말을 잇지 못하고 나지막이 한숨을 내쉬었다.“수현 씨, 아직 치료가 안 끝났는데요.”“알고 있어요.”그는 목소리를 낮추어 서늘하게 상대방을 바라보았다“이따가 다시 처리할 테니 일단 감춰주시죠.”“...”‘이렇게 다쳤는데 어떻게 감춰요?’의사는 이해가 안 됐다. 이렇게 다쳤는데 일단 먼저 상처를 치료하는 게 중요한 거 아닌가?이 젊은이들은 정말 체면이 목숨보다 중요한가보다.하지만 수현은 어쨌든 그의 고용주인 데다 그의 부상은 치명상이 아니어서 치료를 조금 늦춘다고 목숨이

  • 다시 돌아온 내 남편의 그녀   제831화

    그 말에 민재는 잠시 멈칫하더니 고개를 돌려 수현을 보았다.수현이 그에게 고개를 끄덕이자 민재는 그제야 한쪽으로 물러섰다.막는 사람이 없으니 윤아의 눈빛이 마침내 허공에서 수현과 마주쳤다.두 사람의 눈빛이 잠시 마주치자 수현이 말했다.“다른 사람들은 먼저 나가 계세요.”의사는 무의식적으로 손가락을 들어 자신을 가리키며 말했다.“저도요?”수현은 고개를 끄덕였다.“하지만 당신의 상처는...”“별일 없으니 나중에 처리하죠.”“환자분이 그러시다면...”의사가 막 말을 하려고 하자 거기에 서 있던 윤아가 말을 끊었다.“지금 치료해요.”세 사람은 일제히 윤아를 바라보았다. 윤아는 굳은 얼굴로 다가와 다소 언짢은 표정으로 수현을 바라보았다.“왜 치료를 안 해. 아직 덜 아프구나? 아니면 넌 뭐 피가 넘쳐나서 좀 흘려보내려는 거야?”“난...”“의사 선생님, 신경 쓰지 말고 치료해 주세요. 전 옆에서 보고 있겠습니다.”윤아는 수현을 전혀 상대하지 않고 바로 고개를 돌려 의사에게 분부했다.그녀의 엄숙한 말투에 의사는 무의식적으로 멍하니 고개를 끄덕였다.“네. 알겠습니다. 지금 바로 치료를 시작하죠.”그러고 나서 그는 상처를 치료할 물건을 가지고 수현에게 다가갔다.“진수현 씨, 옷을 벗으세요.”“...”그는 윤아를 한 번 쳐다보았는데 마침 그를 노려보는 윤아의 눈빛과 마주쳤다.“아직도 안 벗어?”윤아가 지켜보는 가운데 마지못해 단추를 푸는 수현의 동작은 마치 1초가 10분 같이 느릿느릿했다.옆에 서 있던 윤아는 화가 난 듯 앉더니 손을 뻗어 옷을 벗겨줬다.그녀의 동작은 부드러운 편은 아니어서 막 그의 옷을 벗기자 가늘고 흰 손목이 수현에게 잡혔다.윤아는 눈을 치켜들며 말했다.“왜?”묻는 눈빛에 고개를 가로저은 수현이 말했다.“아무것도 아니야.”“?”“의사 선생님, 빨리 상처를 치료해 주세요.”“네.”의사가 방금 반쯤 치료한 상처를 다시 치료하기 시작했다. 그와 이렇게 앉아보니 생각보다 피비린내가 더 심했다.윤아는

  • 다시 돌아온 내 남편의 그녀   제832화

    윤아는 수현이 꽤 심하게 다쳤을 걸 어느 정도 예상은 했었다. 수현의 성격이라면 그녀에게 보여주려 하지 않을 거라는 것도. 하지만 다친 정도가 설마 이 정도일 줄은 상상도 못 했다.윤아는 아랫입술을 깨물고 갑자기 수현의 손을 밀쳐내더니 의사를 바라보며 말했다.“의사 선생님, 생명엔 지장 없죠?”“치명상은 아닙니다.”“그런데 상처가 왜 이렇게 처참해요?”“글쎄요. 상처의 외관만 보면 치명적일 것 같은데 다행히 그 정도는 아니니 이제부터는 물만 안 닿게 주의해 주세요.”의사의 말은 가벼웠지만 윤아는 수현이 치명상을 입은 것이 아닌 것을 다행으로 생각하며 그를 매섭게 노려볼 수밖에 없었다.“...”이리저리 생각하던 수현은 원망의 화살을 한쪽에 있던 민재에게로 돌렸다.민재:“?”‘왜 저래?’만약 그가 수현의 마음을 들을 수 있다면, 아마도 이런 말을 들었을 것이다.“이 비서 때문에 이게 뭐야. 그러게 왜 의사를 불러오면서 문도 안 닫고 다니는 거야. 그 때문에 윤아가 다 엿들었잖아.”상처를 치료한 후, 의사는 수현에게 약물을 처방했고 윤아의 요청으로 수현의 온몸을 다시 한번 검사해 더 이상 다른 상처는 없다는 것을 확인한 후에야 떠났다.수현이 의사가 자신에게 처방한 그 많은 하얀 알약을 보며 머리가 지끈거려와 나중에 몰래 이 약을 버릴지 하고 생각하던 참이었는데 문 앞에서 가늘고 작은 소리가 들려왔다.그가 고개를 들자 윤아가 의사를 따라 현관까지 걸어오며 말했다.“정말 더 이상 검사할 필요가 없는 거예요? 뭐 내상이라든가, 보이지 않는 상처 같은 것도.”의사는 그녀의 질문에 당황한 표정으로 말했다.“윤아 님, 검사할 것은 이미 검사했고, 검사하지 말아야 할 것도 검사했는데 전반적으로 큰 문제는 없습니다.”“전반적으로요? 다른 특수한 상황이 있을 수도 있다는 말인가요? 그러면 그 다른 상황은...”“아뇨, 그런 다른 상황은 일어나지 않습니다. 그리고... 만약 정말 다른 상황이 있다 해도 제가 여기에 계속 있을 테니 전화 하시거나 저

  • 다시 돌아온 내 남편의 그녀   제833화

    깊은 밤.방안은 아직 전등을 켜고 있어 그야말로 대낮 같다.반쯤 옷을 벗은 수현은 소파에 앉아 사랑하는 여인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약물 설명서를 들고 자세히 살펴보다가 그가 먹을 약을 분류해 놓으면서 고개를 들기도 하고 고개를 숙이기도 했다.복부의 상처는 아팠지만 자신을 걱정하며 열심히 설명서를 검토하는 모습에 큰 만족감을 느꼈다.그 만족감은 지금까지의 얕은 정도가 아니라 마음속 깊이 새겨져 있다.그의 시선이 계속 그녀의 얼굴에 꽂혀 있을 때, 윤아가 갑자기 고개를 들고 그를 노려보며 인상을 찌푸리는 것이 보였다.수현은 그녀의 표정에 정신을 차리고 말했다.“왜 그래?”“저녁은 먹었어?”“...”“왜?”“안 먹었구나. 이 약은 식후에 먹는 건데. 너...”“그래?”수현은 별로 신경 쓰지 않는 모습이었다.“식후에 먹을 약이면 내일 먹지 뭐.”“안 돼.”그러자 윤아가 말했다.“상처가 이렇게 됐는데 무슨 소리야.”말하는 사이 윤아는 몸을 일으켜 밖으로 나갔다.수현의 안색이 약간 변하더니 일어나 따라가려고 했다. 그러나 곧 윤아에 의해 원래의 자리로 돌아갔다.“여기서 기다려. 내가 주방에 가서 먹을 게 있나 알아볼 테니 먹고 약 먹어.”“... 번거롭게 뭣 하러 그래. 한밤중에 주방에서 먹을 만한 게 어디 있어?" 수현이 약을 집으며 말했다.“그냥 공복에 먹으면 돼.”“안 돼.”그러나 단번에 그를 제지하는 윤아.“그동안 위 출혈이 있었던 걸 잊은 거야? 이 약들은 원래 위를 상하게 하는데 공복에 계속 먹는다면 위병이 또 재발할 거야. 게다가 이젠 새 상처까지 생겼잖아. 너 정말 죽으려고 작정했어?”진작에 자신의 위병을 까맣게 잊고 있었던 수현은 윤아가 얘기를 하자 그제야 그 일이 떠올랐다.그 일 때문에 윤아가 그를 더 많이 봐줬었던 것까지도.그러자 수현이 뭔가 떠오른 듯 나직하게 물었다.“내가 다쳐서 그래?”뜬금없는 질문에 윤아가 물었다.

  • 다시 돌아온 내 남편의 그녀   제834화

    “하지만 의사도 치명상은 아니라고 했잖아.”윤아가 말리기도 전에 수현은 이미 일어섰다.“가자.”“정말 나랑 같이 갈 거야? 상처는...”“가자.”윤아가 아직도 그 자리에 서 있는 것을 보고 수현이 말했다.“빨리 가야 빨리 올 수 있어. 계속 이러고 있으면 밤새 약 못 먹는 수가 있어.”결국 윤아는 그 말에 설득당해 그를 데리고 부엌으로 간다.부산스러운 소리에 달려와 살펴보던 민재는 두 사람이 부엌으로 가겠다고 하자 요리사를 불러주겠다고 했다.그러나 너무 늦은 시간이라 윤아는 거절했고 민재도 더 이상 말을 꺼내지 않았다.주방.냉장고는 식자재들로 꽉 채워져 있었다.쓱 훑어보던 윤아는 몇 가지 간단한 것을 골라 냄비에서 물을 끓였다.늦은 시간이라 윤아는 간단히 만들 수 있는 국수를 골라 냄비에 면과 재료를 넣은 다음 넣고 끓였다. 그리고 수현은 옆에 서서 묵묵히 지켜보고 있었다.“너무 늦어서 많이 먹어도 소화가 안 돼. 그냥 대충 배만 채우고 약 먹어.”수현은 순순히 응수했다.“그래, 네 말대로 해.”순순히 대답하는 게 조금 의외였지만 윤아는 아랑곳하지 않고 센불로 빠르게 조리했다.얼마 안 가 윤아는 다 익은 면을 떠서 수현의 앞에 놓았다.“빨리 먹어.”국수는 간단하다 못해 맹물 같았다. 그저 약간의 재료, 야채 몇 개, 계란 한 개만이 둥둥 떠다녔다.하지만 이 국수 한 그릇이 수현에게는 지금까지 먹어본 모든 것보다도 좋았다.기쁜 마음으로 젓가락을 들어 국수 몇 개를 집어 입에 넣어보니 역시 생각했던 것만큼 맛이 좋았다.한 입 먹고 나서 그는 윤아를 올려다보며 말했다.“고마워. 맛있네.”“그냥 국수 한 그릇인데 뭐가 맛있어.”수현이 얼추 배를 채웠다 싶을 때 윤아는 자신의 주머니에서 아까 담아둔 약을 꺼내 내놓은 후 컵에 미지근한 물을 부었다.“여기 한 봉지 뒀어. 남기지 말고 다 먹어.”작은 알약 한 봉지는 보기만 해도 약의 쓴맛이 느껴지는 듯 섬뜩했다. 하지만 먹지 않으면 윤아가 걱정할 테니 안 먹을 수도 없었다

  • 다시 돌아온 내 남편의 그녀   제835화

    윤아는 침묵에 빠졌다.두 사람이 같은 방을 쓴 적이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모두 옛날얘기다.이후 오랜 시간 동안 두 사람은 만나지 못했고 다시 만나 한방을 쓰지도 않았다.그런데 이제 와 갑자기 두 사람이 함께 지내게 된 격이다.그녀가 망설이는 것을 보고 수현은 눈을 내리깔고 그녀의 손목을 잡아당겼다.“나 많이 다쳤는데 혼자 있게 놔둬? 만약 한밤중에 내가 어디가 아프기라도 하면 어떡해?”윤아는 그를 쳐다보았다. 비록 그의 표정과 말에는 억지로 만들어낸 비참한 면이 있었지만 그녀는 그의 말에 일리가 있다고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진짜 심하게 다친 게 맞고 그 부상이 얼마나 심각한지 눈으로 직접 보기까지 하지 않았는가. 의사 선생님은 별일 없을 거라고 하긴 했지만 그러다 뭔 일이라도 나면?‘됐어. 애초에 진수현 방이잖아. 그냥 보내줘야지. 게다가 지금은 다쳐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기도 하니까.’그렇게 생각하자 윤아는 마음을 놓고 말했다.“가자.”그녀가 입을 떼자 수현의 어둡던 눈빛에 잠깐의 희열이 스치더니 입가에도 보기 좋은 미소가 어렸다. 그는 그녀의 손을 그대로 잡은 채 앞으로 걸어갔다.방에 들어간 후, 윤아는 소파에 있는 물건을 치우고 다시 방으로 들어가 훈이와 윤이가 모두 잘 자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나왔다.그녀가 나올 때 동작이 유난히 조심스러운 것을 보고 수현이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자?”윤아는 고개를 끄덕였다.“응. 잠든 지 꽤 됐어. 둘 다 널 많이 기다렸는데 하루 종일 나와 함께 다니다 보니 피곤했나 봐.”말이 끝나자 수현이 다가와 그녀를 끌어안았다.“수고했어. 내가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해.”늘 수현의 몸에서 풍기던 싱그러운 옅은 풀 냄새는 이제 피비린내와 땀 냄새로 얼룩져있었다.이제 너무 심하진 않지만 냄새를 맡을 때마다 그의 몸에 있던 뼈가 훤히 보일 정도로 깊던 상처가 떠오른다.윤아는 그를 밀어냈다.“옷부터 갈아입어.”“냄새 때문에 그래? 아니면 내가 싫어?”윤아는 무정하게 말했다.“둘 다.

Latest chapter

  • 다시 돌아온 내 남편의 그녀   제1206화

    -며칠 후. 현아는 해외로 떠났다. 떠나기 전 그녀는 윤아에게 내뱉은 말을 주워 담아야겠다고 했다. 현아는 남자친구가 너무 보고 싶었고 그래서 결국 남자친구와 함께 일하기로 결정을 내렸다고 했다. 그리고 이렇게 될 것이라는 걸 진작 알고 있었던 윤아는 그런 현아가 전혀 이상하다고 느껴지지 않았다. 현아가 출발하기 전 윤아는 조심히 가라는 인사를 전했다. 윤아는 생각했다. ‘주한 씨 추진력이라면 아마 얼마 지나지 않아 현아에게서 좋은 소식을 들을 수 있겠네.’역시나, 윤아의 예상대로 6월 1일쯤. 윤아가 곧 무대에 오를 두 아이 때문에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을 때 주한이 프러포즈에 성공했다는 소식을 들을 수 있었다. 두 사람의 결혼식은 8월로 정해졌다. 1월에 고백하고 4월부터 연인으로 발전, 6월엔 프러포즈, 8월엔 결혼식. 그 놀라운 진행 속도에 윤아는 입이 떡 벌어졌다. 특히나 현아는 처음엔 그렇게 거부감을 드러내더니 지금은 그때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하지만 두 사람이 이토록 빠른 속도로 결혼까지 골인할 수 있었던 것은 전부 주한이 적극적으로 현아에게 다가간 덕분이었다. 주한이 현아의 마음을 얻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었다. 어느 시기에 뭘 해야 하는지 그는 이미 충분한 준비를 마쳤고, 그 철저한 준비성을 당해낼 사람은 없었다. 다만 윤아가 놀란 것은 주한이 이렇게 적극적으로 공세를 퍼부으면서도 아직 잠자리도 가지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윤아에게 그 일을 털어놓는 현아의 얼굴은 새빨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내가 프러포즈를 받아줬는데 아직도 예전처럼 자제한다는 건 혹시 날 아예 안 좋아했던 거 아냐?”윤아는 현아의 사유 방식에 웃음을 터뜨릴 수밖에 없었다. “너 대체 무슨 생각하는 거야? 주한 씨가 널 안 좋아하면 결혼하려고 했겠어? 주한 씨가 얻는 게 뭔데?”“그건 그래. 그럼 대체 왜?”“그거야 모르지. 그건 너희 연인 사이의 일이잖아. 난 끼고 싶지 않아. 궁금하면 네가 직접 알아봐.”‘알아보라고?

  • 다시 돌아온 내 남편의 그녀   제1205화

    설 연휴 후. 윤아는 우진에게서 온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선우가 드디어 생각을 바꿔 더 이상 방에 갇혀 있고 싶지 않다고 이곳을 떠나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했다. 그 소식을 들은 윤아는 가슴 한편을 꽉 막고 있던 응어리가 쑥 내려가는 느낌이었다. “그래요? 정말 잘됐네요. 진 비서님은요? 제가 뭘...”윤아는 우진을 자기 곁에 두려 했다. 하지만 우진은 그 제안을 거절했다. 그는 이미 선우 곁에서 오랫동안 보좌했던 터라 그의 곁에 있는 것이 편하다며 계속 선우 옆에 남겠다고 했다. 모두 자기만의 귀속이 있는 법이었기에 윤아는 그에게 강요하지 않았다. 다만 그녀는 우진에게 만약 나중에 도움이 필요하면 연락하라고 당부했다. 그날 밤, 윤아는 이별을 고하는 메시지를 받았다. [내가 예전에 엄청 좋아했던 사람이 있었어. 하지만 난 그 애에게 많은 폐를 끼쳤지. 심지어 좋아한다는 이유로 그 애를 다치게 하기도 했어. 미안한 마음뿐이야. 그럼에도 난 여전히 걔를 사랑해. 그리고 앞으로 행복하기를 바라.][안녕.]내용은 간단했다. 하지만 그 문자를 작성하기까지 이선우는 그가 갖고 있던 모든 에너지를 쏟아부어야 했다. 메시지를 전송한 후 선우는 윤아의 답장을 기다리지도 않았다. 심지어 그에겐 그녀의 답장을 볼 용기도 없었다. 선우는 U-SIM을 뽑아 그대로 휴지통에 버렸다. 더는 뒤돌아보지 않을 것이다. 이젠 뒤돌아볼 기회조차도 없었지만. 윤아는 지금 그녀가 사랑하고 그녀를 사랑해 주는 사람 곁에서 앞으로도 행복한 나날을 보낼 것이었으니까. -4월 1일쯤, 현아와 주한은 연인으로 발전했다. 같은 시기, 현아가 투자한 과일 가게가 아파트 단지에 오픈했다. 오픈 날 윤아는 현아에게 선물을 보내기도 했다. “그래서 주한 씨 회사로 안 돌아가려고?”현아가 입술을 짓이겼다. “내가 없으면 주한 씨 회사가 안 돌아가는 것도 아니고 내가 왜 주한 씨 회사로 돌아가?’“주한 씨 회사로 돌아가라는 말이 아니라, 네가 만약 집에서 과일 가게를

  • 다시 돌아온 내 남편의 그녀   제1204화

    안 그래도 현아에게 좋은 사람을 소개해 주고 싶었는데 이렇게 훌륭한 남자를 만났으니 선희도 당연히 흐뭇한 마음이 들었다. 게다가 주한은 인품이 좋아 보였기에 선희는 가운데서 두 사람을 팍팍 밀어줄 의향이 있었다. 선희가 씩 미소 지으며 말했다. “주한아, 이 절에서 인연을 빌면 신통하게 들어주신대. 도착하면 성심을 들여 절을 올리렴.”말을 마친 선희는 일부러 현아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현아 너도. 왔던 김에 같이 가서 기도드려.”잘 걱도 있다 갑자기 이름을 불린 현아는 순간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라 차마 말을 내뱉지 못했다. 주한은 시선을 내린 채 빨개진 현아의 볼과 귓불을 보며 웃음을 머금었다. 이번엔 전혀 헛된 걸음은 아닌 듯했다. 수현의 가족은 정말 따뜻한 분들이었다. 만약 나중에 결혼을 하게 되어 이런 가정을 꾸릴 수만 있다면 정말 더 바랄 것이 없을 것 같았다. “네. 제가 간절히 기도를 드려 볼게요. 알려주셔서 감사해요.”선희가 손을 내저으며 유쾌한 웃음을 지었다. 그들 일행은 10여 분 후 산꼬대기에 도착했다. 날씨가 퍽 좋았던 지라 높은 산꼭대기에 올라서니 구름도 더 가까이 느껴졌다. 발아래엔 산봉우리가 첩첩이 이어져 있었고 멀리 보이는 마을 풍경까지 더해져 마치 한 폭의 그림 같았다. 수많은 여행객들은 그곳에서 사진을 찍고 있었다. 어떤 사람은 풍경 사진을 찍었고 또 어떤 사람들은 풍경을 배경으로 셀카를 찍기도 했다. 윤아를 포함한 그들도 사진을 여러 장 찍고 나서야 기도를 드리러 절로 향했다.워낙 영험하다고 소문이 난 절이라 사람으로 붐비었고 기도를 드리는 것도 줄을 서야만 했다. 주한이 자리한 곳은 마침 현아의 맞은 편이었다. 주한이 그저 예의상 하는 얘기일 거라고 생각했던 현아는 그가 진지하게 기도를 드리러 눈까지 꼭 감고 절을 올릴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그 모습을 본 현아는 조금 놀라기도, 또 조금 감동적이기도 했다. 뒤에서 누군가 현아에게 말했다. “넌 안 가?”윤아의 목소리

  • 다시 돌아온 내 남편의 그녀   제1203화

    윤아는 사실 지금 현아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 만약 두 사람이 사귀게 된다면 그건 신분 상승의 수준이었다. “하지만 내 개인적인 생각으론 주한 씨가 너에게 그런 얘기까지 했다는 건 그만큼 진심이라는 말일 거야. 주한 씨는 네가 그런 것들에 얽매여 두 사람 사이에 걸림돌이 되기를 바라지 않을 거야.”사실 주한 같은 남자를 만난다는 것은 흔한 일이 아니었다. 자수성가한 것은 물론 부모도, 친척도 없어 가족관계가 이보다 간단할 수 없었다. 이런 사람은 본인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확실하게 알고 있었다. 그가 걸어갈 미래는 전부 스스로 계획한 것이었다. 결혼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니 주한이 지금 현아에게 다가온다는 것은 그는 이미 자기가 뭘 하고 있는지 잘 알고 있다는 의미였다. “나도 알아.”현아가 시선을 내리며 말했다. “사실 전엔 난 믿지 않았어. 난 그저 주한 씨가 내가 갑자기 퇴사한 걸 받아들일 수 없어서 그러는 거라고 생각했어. 하지만 내가 윤이네 선물을 사러 갔을 때, 주한 씨가 내가 할인받아 사준 만년필을 몇 년 동안이나 쓰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어.”별일 아닌 것 같지만 사실 조 단위의 자산을 갖고 있는 주한에겐 소중한 물건이라는 얘기였다. 최소한 현아 본인은 그렇게 생각했다. 현아의 얘기를 조용히 듣고 있던 윤아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사실 그렇게 많이 고민할 필요 없어. 만약 너도 주한 씨가 좋다면 용기 내서 한 번 만나봐. 어차피 사귄다고 해도 당장 결혼할 것도 아니잖아. 혹시 알아? 사귀고 나서 네 생각이 바뀔지?”“네 말도 맞아. 그럼 나 더 이상 고민 안 할래. 일단 연애만 해보면 되잖아. 어차피 그저 연애만 하는 것뿐이야.”깊은 고민에 빠졌던 현아는 윤아의 도움으로 마음의 평안을 찾았다. “그래. 인생 살다 보면 실수도 할 수 있고 그런 거지. 실수해도 괜찮아. 처음부터 선택한 모든 길이 정확하다고 장담할 수 있는 사람이 어디 있겠어?”“공주야, 넌 좋은 친구야. 넌 내 인생의 구원자라고.”고민이 해결

  • 다시 돌아온 내 남편의 그녀   제1202화

    그 말은 어느 정도 강압적으로 들리기도 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예의상 건넨 말이 아니라 진심으로 주한을 집으로 초대한 것임이 느껴졌다. 선희가 이렇게까지 얘기를 꺼냈으니 주한도 더 이상 거절할 수는 없었다. 그는 예의 바르게 고개를 끄덕이며 살짝 몸을 숙였다. “그럼 신세 좀 지겠습니다.”“신세는 무슨. 가요.”주한과 현아는 선희를 따라 차로 돌아갔다. 그들은 앞에 있는 차를 뒤따라가고 있었다. 운전하며 현아가 참지 못하고 주한에게 말했다. “거절할 거라고 생각했어요.”주한이 입꼬리를 씩 올렸다. “나중에도 오랫동안 봐야 할 사이 같아서요. 가면 얘기도 나눌 수 있고요.”현아는 순간 주한의 말 속에 담긴 말을 알아듣지 못하고 무의식적으로 질문을 던졌다. “진씨 그룹과 얘기 중인 프로젝트가 있어요?”“지금은 없어요.”“그럼 왜...”순간 현아는 뭔가를 인지한 듯 얼굴빛이 변하더니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또 저 희롱하는 거죠.”“제가 언제요? 그리고 그게 어떻게 제가 현아 씨를 희롱하는 거예요? 전 지금까지 현아 씨에게 아무 짓도 한 적 없잖아요.”“네, 저에게 그런 행동은 하지 않았지만 언어적인 희롱도 희롱이잖아요?”“그건 실제로 그런 게 아니니까 희롱이라고 할 수 없어요.”“쳇, 왜 아니에요.”현아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투덜거렸다. 그 와중에 주한은 이미 화제를 전환했다. “두 분 모두 현아 씨를 친절하게 대해주시네요.”“네. 제가 어렸을 때부터 윤아와 같이 두 분 댁에 자주 갔었거든요. 그래도 절 잘 아세요.”현아가 무언가를 떠올린 듯 말했다. “주한 씨는 어렸을 때 어떻게 지냈어요?”질문을 던진 후 현아는 살며시 주한의 표정을 살폈다. 그의 얼굴에서 작은 표정이라도 캐치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주한은 여전히 평온함을 유지했다. 자신의 불행했던 유년 시절의 얘기를 꺼내도 큰 감정의 기복을 보이지 않았다. “저 어렸을 때요? 거의 혼자 지냈죠.”비록 주한은 평온하게 얘기했지만 현아는 그가 사실은 비참했었던 과거

  • 다시 돌아온 내 남편의 그녀   제1201화

    윤아는 꽤 괜찮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했다. 아무래도 남자를 보는 눈은 여자보다는 남자가 더 정확한 법이었으니까. 서로 생각하는 것이 같을 테니 많은 행동들을 이해할 수도 있었다. “그래. 난 알 만날게. 수현 씨가 나 대신 봐줘. 하지만 진지하게 봐줘야 해. 대충하지 말고.”사랑하는 여자의 부탁을 수현은 거절할 수가 없었다. 그는 어쩔 수 없이 느긋하게 대답했다. “알겠어.”수현은 자기 인생에서 이렇게까지 한 남자를 관찰해야 하는 이유가 윤아 때문일 것이라고는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가까이 다가간 윤아와 현아는 서로를 꽉 껴안았다. 하지만 집안 어른들이 계신 관계로 짧은 포옹을 한 후 곧 서로에게서 떨어졌다. 전에 만난 적이 있던 지라 현아는 또 수현의 어머니와 인사를 나누고는 가지고 온 선물을 건넸다. “감사합니다, 현아 이모.”아무래도 몇 년간 함께 지냈던 터라 하윤과 서훈은 현아와 사이가 좋았다. 두 아이에게 현아는 곁에 있는 제일 가까운 가족을 제외하고 제일 친한 사람이었다. 그러니 두 아이는 전혀 거리낌 없이 현아가 건네는 선물을 받고는 감사하다는 인사와 함께 현아의 볼에 가볍게 뽀뽀했다. 그러더니 하윤은 고개를 들어 주현아 뒤에 있는 남자를 쳐다보더니 맑은 두 눈을 크게 뜨고 먼저 입을 열었다. “현아 이모, 저 삼촌은 누구예요?”하윤이 주한을 가리키자 하얗던 현아의 볼이 빨갛게 물들었다. “저분은... 이모 친구야. 주한 삼촌이라고 부르면 돼.”하윤은 무슨 생각인 건지 현아가 분명 설명해 줬음에 불구하고 또 갑자기 질문했다. “이모, 저 삼촌 이모 남자친구예요?”남자친구라는 말에 현아의 표정이 굳어졌다. 그녀가 막 부인하려는데 주한의 웃음 목소리가 들려왔다. “꼬마 아가씨, 아직 남자친구는 아니지만 삼촌이 여전히 노력하고 있어.”집안 어른들은 주한의 말을 듣고 그제야 상황을 이해할 수 있었다. 사실 수현의 부모님도 주한이 누군지 알고 있었다. 동족 업계에 종사하는 사람이니 설사 함께 협업한 적이 없다고 해도 일면

  • 다시 돌아온 내 남편의 그녀   제1200화

    “그건 아닌데...”현아가 고개를 저었다.“아니면 뭐가 그렇게 걱정돼요?”현아가 입술을 앙다물었다. 뭐 걱정할 게 없는 것 같기도 했다. 하지만 아직 정식으로 만나지도 않는데 다른 사람이 보는 건...이렇게 생각한 현아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됐어요. 아직 정식으로 만나기 전인데 이런 모습을 보여줄 수는 없어요.”현아가 이렇게 말하더니 물러나려 했다. 하지만 현아의 허리를 감싸고 있는 손에 힘이 들어갔다.“늦었어요. 이미 봤어요.”“네?”이 말에 현아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한참 동안 지나서야 현아는 주한의 말이 무슨 뜻인지 알 수 있었다.현아는 주한의 시선을 따라 고개를 돌렸고 아니나 다를까 멀지 않은 곳에서 윤아가 수현을 데리고 도는 게 보였다. 그리고 아이들과 어른들도 뒤따라 걸어오고 있었다.윤아는 현아를 발견하고 그녀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현아는 자기도 모르게 입술을 꽉 깨물더니 얼른 주한의 품에서 벗어났다.“왜 미리 알려주지 않고 지금 와서 말해주는 거예요?”주한이 덧붙였다.“나도 그럴 겨를이 없었어요. 현아 씨와 얘기하고 나서 고개를 들어보니 이쪽으로 걸어오고 있더라고요.”“거짓말, 일부러 그런 거잖아요.”주한이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나도 일부러 그러고 싶지만 어쩔 수 없었어요. 아까 현아 씨 안으면서 신경이 온통 현아 씨 몸에 쏠려 있다 보니 두 사람이 다가오는 걸 전혀 느끼지 못했어요. 하지만 결과는 뭐 별반 다를 거 없네요.”현아가 무슨 말을 더 하려는데 윤아가 지척까지 다가오자 입을 다무는 수밖에 없었다. 안 그랬다가 주한이 무슨 놀라운 말을 내뱉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주한이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지만 최근 주한이 친 돌직구가 너무 많았기에 현아는 걱정되기 마련이었다....윤아는 멀리서 친구인 현아가 남자 코트로 숨어드는 걸 볼 수 있었다.원래는 알아보기 힘들었다. 기억을 잃은 뒤로 주한이 어떻게 생겼는지 몰랐고 이미지도 현아가 말해준 게 전부였다.그러다 옆에 있던 수현이 주한을

  • 다시 돌아온 내 남편의 그녀   제1199화

    현아는 주한의 돌직구를 당해낼 자신이 없어 시선을 다른데로 돌릴 수밖에 없었다.“지금 몇 시예요? 올 때 되지 않았어요?”현아의 화제 전환이 매끄럽지는 않았지만 주한은 이를 캐묻지 않았다. 그저 팔에 찬 시계를 확인하더니 이렇게 말했다.“10분 남았어요.”“10분이요?”현아는 착잡한 표정으로 손으로 턱을 받쳤다. 이렇게 오래 잤을 줄은 몰랐다.이미 이렇게 된 이상 어쩔 수 현아는 외투를 벗어 주한에게 돌려줄 수밖에 없었다.“외투 돌려줄게요. 고마워요...”“괜찮아요.”주한이 덤덤한 표정으로 말했다.“걸치고 있어요.”“그럼 이따 내릴 때 추울 텐데.”“몸이 좋다고 했잖아요.”“나도 나쁘진 않아요. 그리고 나도 외투 챙겨 와서 더 입으면 안 예뻐요.”현아는 이렇게 말하며 외투를 주한에게 욱여넣었다.주한은 현아가 잠도 깨고 진심으로 외투를 돌려주는 걸 보자 외투를 받아 입었다.비행기가 착륙하기까지 10분이 필요했지만 내려서 짐도 찾아야 하니 주한과 현아는 차에서 15분을 더 기다리다가 내렸다.출구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현아는 너무 추워 계속 부들부들 떨었다. 그 모습에 주한의 미간이 찌푸려졌다.“몸 좋다면서 이렇게 떨어요?”현아가 말했다.“내가 언제 떨었다 그래요?”현아가 고집을 부리며 반박하는데 주한이 다시 외투를 벗었고 현아가 얼른 이를 막았다.“벗지 마요. 더 벗으면 화낼 거예요.”이를 들은 주한의 동작이 멈칫하더니 그녀를 뚫어져라 쳐다봤다.현아가 얼굴을 굳히고 엄숙하게 말했다.“벗지 말라고요!”“춥다면서요?”“그래도 벗지 마요! 벗으면 정말 화낼 거예요.”주한은 그런 현아를 한참이나 바라보더니 갑자기 작은 소리로 웃으며 지퍼를 열었다.“그래요. 안 벗을게요. 대신 들어와서 몸 좀 녹일래요?”현아가 그 자리에 그대로 얼어붙었다. 아마 주한이 갑자기 이렇게 말할 줄은 상상도 못 한 것 같았다.“대표님...”주한이 덤덤하게 말했다.“들어와서 숨든지 아니면 내가 벗어서 주든지, 하나만 선택해요.”한참 생각하

  • 다시 돌아온 내 남편의 그녀   제1198화

    현아의 말에 주한이 그녀를 힐끔 쳐다봤다.“나 먼저 들어가고 현아 씨 여기 혼자 남겨두라고요?”그러더니 난감한 표정으로 이렇게 덧붙였다.“현아 씨, 나는 지금 현아 씨 좋다고 쫓아다니는 사람이에요. 잊은 거 아니죠?”현아가 입술을 앙다문 채 대꾸하지 않았다.“이럴 때일수록 상대가 어떻게 나오는지 보고 잘 판단해야 하는 거 아니에요?”“그렇긴 하지만... 그래도 한밤중에 여기까지 데려다줬는데 지금은 이렇게 기다리게 하고, 너무 대표님 시간 잡아먹는 것 같아서요.”“난 그렇게 생각 안 하는데.”주한은 이렇게 말하더니 외투를 벗어 현아에게 건네주었다. 현아가 손에 들린 외투를 들고 멍한 표정으로 주한을 물끄러미 쳐다봤다.“왜, 왜요?”“걸쳐요.”주한이 덤덤하게 입을 열었다.“아직 한 시간이나 더 있으니까 일단 눈 좀 붙여요.”“졸리지는 않는데...”“그럼 눈 감고 명상하든지.”주한은 마치 반장처럼 그녀를 챙겨줬다. 현아는 자기도 모르게 이런 생각이 들었다. 주한은 혼자 자랐으니 부모님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자란 애들과는 다르다고 말이다. 하지만 주한이 사람을 챙기는 방법은 어딘가 강압적이었다.현아는 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얼굴을 붉힌 채 주한이 건네준 외투를 주섬주섬 몸에 걸치고는 자리에 기대 눈을 감았다.눈을 감은지 얼마 지나지 않아 현아는 뭔가 생각난 듯 다시 눈을 떴다.“옷을 이렇게 다 주면 대표님은 어떡해요? 안 추워요?”“나는 몸이 워낙 좋아서.”주한이 아무렇지 않다는 듯 이렇게 말했다.“아, 네.”현아는 다시 눈을 감았다. 나는 몸이 안 좋다는 건가? 그렇게 생각에 잠겼던 현아는 어느새 잠이 들고 말았다. 다시 깨어났을 때 창밖의 어둠은 더 짙어졌고 현아는 아직도 온몸을 웅크리고 있었다.깨어나 보니 아직도 조금 추웠고 현아는 자기도 모르게 주한의 외투 속으로 점점 숨어들었다. 외투를 받았으니 다행이지 아니면 정말 자다가 추워서 깼을 것이다.하지만 현아는 이내 뭔가 생각났다. 자기는 외투를 입고 있어서 따듯한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