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명이라는 말을 듣자 현아의 표정이 순간적으로 어색해졌다. 예전에 현아는 늘 몰래 그의 별명을 불렀는데 어찌 된 일인지 지난번에 그의 앞에서 실언하고 심지어 면전에서 그의 별명을 부르기도 했다. 그 장면을 생각 만 해도 현아는 머리가 저릿했다. 그동안 주한이 자신에게 따지지 않았던 것도 아마 특별한 상황이었기 때문일 것이다.지금, 주한이 직접 언급하자 현아는 너무 난처해서 어쩔 줄 몰랐고 머리를 쥐어뜯고 싶은 심정이었다. “알겠어요. 다시는 까칠남이라고 안 부를게요.”주한은 한마디 보탰다. “다른 별명도 안 돼요.”“... 알겠어요. 이제 출발해도 되죠?”말이 끝나자 차가 출발했다. 현아는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윤아는 호텔을 나서자마자 두 아이를 데리고 곧장 앞으로 걸어갔는데, 혹시 쫓길까 봐 사람이 많은 곳으로 향했다.다행히 아직 밤이 되지 않아 거리에 행인들이 많았다.윤아는 그들이 쉽게 찾지 못하도록 두 아이를 데리고 사람들 속에 몸을 숨겼다.여관에 더 이상 머물 수 없다는 것을 안 윤아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고급 호텔만 피하면 될 줄 알았는데, 선우가 이런 평범한 여관도 그냥 지나치지 않을 줄은 몰랐다.하지만 생각해 보니, 그녀가 떠날 때 돈이 별로 없었고 선우가 준 핸드폰도 가지고 있지 않았으니, 돈은 우진한테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방금 그 전화를 현아가 받았는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낯선 번호인데 내가 걸었다고 추측할 수 있지 않을까?’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그녀가 떠날 때 프런트 데스크에 있던 직원이 신호가 연결되기도 전에 수화기를 내려놓았다면?만약 그렇다면, 상황은 정말 최악이다.“엄마, 우리 이제 어디로 가요?”말을 들은 윤아는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이 질문에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여관은 묵을 수 없고, 두 명의 아이를 데리고 또 어디로 갈 수 있을까?지금은 시간이 아직 이르니 조금 있다가 시간이 늦으면...생각하면 할수록 윤아는 더욱 초조해졌다.마침 한 슈퍼마켓을 지났는데
“알겠어요. 알겠어요.”마지막에 소녀는 매우 짜증스럽게 전화를 끊었다.소녀가 앞을 지나갈 때, 윤아가 갑자기 손을 뻗어 아이를 막았다.“안녕.”어린 소녀는 윤아를 보고 깜짝 놀랐다. 낯선 사람 앞이라 화도 가라앉았다. 게다가 윤아의 동양적인 외모에 의심스러운 듯이 그녀를 쳐다보았다. “무슨 일이에요?”윤아는 빙긋이 웃었다.“안녕, 아줌마가 핸드폰 빌려 통화 좀 할 수 있을까?”그 말을 들은 소냐는 코를 찡긋했다. “안 돼요, 어른들은 핸드폰이 있잖아요. 절 속이려는 거죠?”역시, 다른 사람에게 핸드폰을 빌려 전화를 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윤아는 아랫입술을 깨물고 설명을 막 하려는데, 뒤에 있던 윤이가 앞으로 나서서 그 소녀의 손을 살며시 잡아당겼다. “언니, 우리 엄마 핸드폰은 도둑맞았어요. 그리고 지금 돈이 없어서, 아버지께 전화를 걸어 우리를 데리러 오라고 하고 싶어요.”윤이는 나긋나긋하게 소녀와 이야기했다. 게다가 흰 피부와 큰 눈, 윤이의 예쁜 외모가 더해져서 마치 예쁜 인형 같았다. 윤이의 외모는 남녀노소가 좋아할 만한 스타일인 동시에 사람의 경계심도 풀게 한다.윤아는 말하려다가 그 모습을 보고는 잠시 멈추었다.역시나 어린 소녀는 윤이가 자신에게 한 말을 들은 후 눈빛이 흔들렸다.“진짜 핸드폰을 도둑 맞았어요?”윤이는 눈물을 글썽이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러니까 언니, 전화 한 통만 하고 돌려주면 안 될까요?”윤아는 옆에서 윤이가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리는 것을 보고, 마음이 저릿했다. 만약 윤이가 연기를 잘 한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면 그녀도 아이가 정말로 울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윤이의 모습에 어린 소녀는 마음이 약해졌다. 소녀는 자신의 핸드폰을 보고 또 윤아를 바라보았다. “그럼, 좋아요. 하지만 잠깐만 빌려줄 수 있어요, 그리고 멀리 가지 말고 내 앞에서 전화해요.”말을 마친 소녀가 핸드폰을 건네자 윤아는 얼른 핸드폰을 받아들며 말했다. “고마워.”그리고 윤아는 재빨리 현아의 번호를 눌렀다. 윤아
전화를 끊은 후 윤아는 마음이 완전히 달라졌다.한 시간.한 시간 후에 그녀는 더 이상 혼자가 아니다. 그때면 현아와 현아가 말한 까칠남이 옆에 있다. 다만...그녀가 마음속으로 기대했던 그 사람은, 줄곧 오지 않았다.‘현아가 연락하지 않은 건가? 아니면 그가 알고도 날 안 찾아 오는 건가?’이런저런 생각에 윤아는 마음이 괴로워지기 시작했지만 이내 정신을 차리고 핸드폰을 돌려주며 말했다. “핸드폰 빌려줘서 고마워.”어린 소녀는 사실 핸드폰을 빌려줄 때 자신이 사기당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핸드폰을 정말로 돌려받을 줄은 몰랐다. 소녀는 입술을 다물고 핸드폰을 돌려받은 다음, 옆에 있는 윤이와 훈이를 보며 작은 소리로 물었다.“너희들 혹시 여기서 놀 거야?”윤아는 소녀가 혼자 있는 것을 보고 고개를 끄덕이려고 했지만, 여기에 오래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하여 말을 바꾸었다.“아이들의 아버지가 우리를 데리러 올 예정이어서 오래 있을 수 없고 곧 갈 것 같아.네가 핸드폰을 빌려줬으니 아줌마가 게임할수 있게 돈을 줄게. 어때?”소녀는 머리를 도리도리 저었다.“아니에요.”윤아는 손을 뻗어 소녀의 머리를 쓰다듬더니 끝내 우진이 준 돈을 꺼내 소녀에게 한 장 건네주었다. “가져가, 감사 인사를 하는 거야.”어린 소녀는 망설이며 받았다.“참, 혼자 나왔어? 늦은 시간까지 안전에 조심하고 앞으로 핸드폰을 빌리는 일은 무서우면 빌려주지 마. 모든 사람이 우리처럼 이런 건 아니야, 알겠어?”윤아는 소녀가 나중에 사기를 당할까 봐 다시 한번 귀띔했다. 그러자 소녀는 입을 꾹 다물었다. “그런데 제가 빌려주지 않았으면 집에 못 가지 않았을까요?”이 말에 윤아는 많은 것을 느꼈다.“정말 고마워. 착하네, 빨리 집에 가. 안전 조심하고.”소녀는 오히려 아쉬운 듯 그들을 바라보았다.더 이상 있을 수 없다는 것을 안 윤아는 일어나 두 아이의 손을 잡고 말했다. “우리는 가야겠어."“어디 가요? 이쪽에 사세요? 저희 나중에 다시 만날 수 있을까요?”윤아가
그 모습을 보고 윤아는 얼른 몸을 숙였다. “왜 그래?”윤이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엄마, 윤이는 괜찮아요.”그러나 윤이의 상태가 이상해 보여 심각한 표정으로 물었다. “발 삐끗한 거 아니야? 엄마가 봐줄게.”“엄마, 나 정말 괜찮아요...”이때, 입구 쪽에서 한바탕 소란이 일었다.윤아는 마침 땅바닥에 웅크리고 앉아 있다가, 소리를 듣고 고개를 들어 보니 여관에서 보았던 그 몇 사람이 게임장 쪽으로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그 몇 사람은 마치 싸움이라도 벌이려는 듯 흉악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그들의 모습에 놀라 비명을 지르며 탈출하는 아이들이 적지 않았다.그들을 보자 윤아는 안색이 변했다.겨우 40여 분 지났는데, 그들이 찾아올 줄은 몰랐다. 보아하니 현아가 데리러 올 때까지 이곳에 안전하게 머무르는 것은 이미 불가능했다.윤아는 주위를 둘러보았는데, 놀랍게도 출구가 하나뿐이었다.윤아는 아랫입술을 깨물고 바로 일어나 윤이를 안고 훈이는 뒤에서 따라오도록 한 다음 다른 소란스러운 군중 속으로 숨었다.“빨리 찾아!”그녀는 그 무리의 사람들이 큰소리로 군중에게 소리치는 것을 들었다. 그들은 자기 집 아이들이 도망쳐서 사람 찾으러 왔다고 말했다. 심지어는 모두를 대신해서 오늘 게임비용을 부담하고, 적극적으로 협조할 경우, 소액의 돈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처음에는 사람들이 그들을 이상하게 여기고 상대하기를 꺼렸지만 점차 많은 아이들이 돈을 받으러 갔다. 그리고 실제로 돈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 후, 더 많은 사람이 게임을 포기하고 돈을 받기 위해 달려갔다. 그러자 문 앞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윤아는 인파를 빌려 밖으로 나가려고 했지만, 다가가 보니 문을 지키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두 아이를 데리고 있는 것이 너무 눈에 띄어 빠져나가기란 불가능했다.인파가 점점 흩어지는 걸 보면서 훈이는 조급해져서 윤아의 옷깃을 잡아당기기 시작했다. “엄마, 이제 어떡해요?”주위를 둘러보던 윤아는 화장실이 있는 것을 발견하고 목소리를 낮췄다.
지금 윤아는 마음속으로 자책했다. 윤이를 잘 돌보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윤이가 언제 다쳤는지, 어떻게 다녔는지도 몰랐던 자신을 자책했다. 윤아가 눈물을 흘리는 것을 보고 윤이도 당황했다. “엄마, 울지 마세요. 윤이 안 아파요.”오빠인 훈이도 이때 달려와 발끝을 들고 윤아의 눈물을 닦아줬다.윤아는 두 꼬마가 자신을 이렇게 걱정하자 눈물을 멈추고 말했다. “돌아가면 엄마가 꼭 잘 보상해 줄게.”“엄마, 괜찮아요. 엄마 잘못이 아니에요.”“자, 우리 이제 말하지 말자. 윤이 발... 엄마가 문질러줄게.”윤아는 윤이의 아픈 곳을 부드럽게 문질렀다. 윤이는 눈가에 눈물이 맺힐 정도로 아팠지만, 엄마가 걱정할까 봐 다시 참았다.이를 본 훈이는 조심스럽게 윤이의 손을 잡았다. 세 사람은 화장실에 있었는데 핸드폰도 없고 시간도 볼 수 없기 때문에 윤아는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짐작도 할 수 없었다. 그녀는 부드럽게 윤이의 상처를 반복해서 주물러줄 수밖에 없었다.한참 지나서야 윤아는 손을 거두었다.그 후 그녀는 대충 시간을 어림짐작했는데, 시간이 10분 정도 지났을 것 같았다.10분만 더 있으면 현아가 도착할 것이다.지금 이 순간, 윤아는 어쩌면 오는 길이 매우 순조로워서 이미 도착했을지도 모른다는 허황된 생각도 들었다. 이때, 밖에서 누군가 화장실 문고리를 비트는 소리가 들렸는데 지금 화장실 안에는 숨죽이고 있는 그들밖에 없었기 때문에 소리가 더 크게 들렸다.“화장실 문이 잠겨 있습니다.”“잠겼다고? 멀쩡한 화장실이 왜 잠겨있어? 뭔가 이상한 게 있을 거야, 문 부숴.”“단단한 소재로 만든 문이라 부수기가 쉽지 않아요..”“그럼 문고리를 박살 내.”윤아는 크게 숨도 못 쉬었다. 이 대화를 듣고 있자니 상대방이 엄청 험악해 보인다. 그녀는 아랫입술을 깨물고 고문을 기다리는 듯 눈을 감았다.밖은 잠시 조용하더니 곧이어 무거운 물건이 문고리를 내리치는 소리가 들렸다.퍽!퍽!소리가 화장실 전체에 울려 퍼졌다.소리가 크고 힘도 세서
윤아는 아랫입술을 깨물었다.내키지 않았다. 그녀는 정말 내키지 않았다.분명히 이미 현아와 연락이 닿았는데, 왜 여전히 도망치지 못할까?‘여기에 있지 말았어야 했어. 내 결정에 문제가 있었던 거야. 아마 여기에서 조금 있고 난 뒤 다른 곳으로 옮겨지겠지? 아마... 그러면 또 기회가 있을지도 몰라.’마침내, 윤아는 마지막 칸 앞에 신발 한 켤레가 나타난 것을 보았다. 윤아는 문이 열리면서 부딪힐까 봐 일찌감치 아이들을 끌고 뒤쪽 구석으로 숨었다.그녀는 그 신발이 문 앞으로 다가오는 것을 보고 숨을 죽였다. 상대방이 바로 문을 부술 줄 알았는데, 뜻밖에도 그 사람은 문 앞에 멈춰 서서 말했다. “윤아 씨, 당신과 아이가 안에 있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이 대표님의 목적은 윤아 씨를 찾는 것이니 우리는 윤아 씨를 다치게 하고 싶지 않습니다. 본인과 아이들이 다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면 협조하고 스스로 나오세요. 그렇지 않으면, 제가 힘이 세서 이따가 이 문을 발로 차면 윤아 씨를 다치게 할지도 모릅니다.”윤아는 잠자코 그 말을 듣고 있었다.몇 초 후, 그녀가 막 입을 열려고 할 때 밖에서 펑 하는 큰 소리가 들렸다.윤아와 아이들은 깜짝 놀랐다. 윤아는 품에 안긴 두 녀석을 엉겁결에 더 꼭 껴안았다.기다리다 지친 그 사람이 문을 걷어찰 줄 알았는데 문은 멀쩡하고 몸싸움하는 소리가 들렸다.‘이건 또 무슨 일이지?’칸막이 안에 있는 윤아는 아무것도 볼 수 없었고, 밖에서는 남자의 주먹다짐 소리만 들렸다. 품에 안긴 윤이가 무의식적으로 입을 벌렸다. “쉿.”윤아는 즉시 검지를 윤이의 입에 가져다 대며 입을 열지 말라고 했다.비록 그 사람이 들어오는 것을 막았지만, 윤아는 기뻐하지 않았다. 현아는 경찰에 신고하지 않는 한 그럴 힘이 없을 것이다.그런데 만약에 경찰에 신고했다면 이렇게 엉켜서 싸우는 게 아니라 방금 경찰의 경고가 들렸을 거고, 두 손을 들라고 했을 것이다. 그래서 온 사람들이 어떤 세력인지, 좋은 사람인지, 나쁜 사람인지도 잘
두 아이는 윤아의 옷자락을 꽉 잡아당기고 그녀의 뒤에 나란히 움츠러들었다.윤아는 이미 마음의 각오를 하고 문고리를 비틀어 문을 휙 열며 미리 생각했던 말을 꺼냈다.“함께 갈 테니, 나와 아이를 해치지 말...”그러나 그녀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눈앞이 캄캄해지며 통째로 안겼다.“놔...”윤아가 정신을 차리고 의식적으로 밀치려는데 익숙한 향기가 그녀의 코에 들어오자 어리둥절했다.이것은...그 사람은 윤아를 자기 안에 넣으려는 듯 다시 힘껏 껴안았다.그러나 윤아는 아픔을 느끼지 못했다. 그녀는 눈앞이 어질어질 하더니 순간 정신이 혼미해졌다. 그때 뒤에서 두 아이의 외침이 들려왔다.“고독현 밤 아저씨!”‘그 사람이다, 역시 그다.’윤아는 왜 이곳을 찾아온 사람이 수현일 줄은 몰랐을까?전에 윤아가 현아에게 전화를 걸었을 때, 상황이 급해서 그런지 그녀는 이 일을 언급하지 않았다. 현아가 언급하지 않으니 윤아도 수현에게 말했는지 몰랐고, 수현이 아직 이 일을 모른다고 생각했다.그래서 마음속으로는 당연히 수현이 자신을 구하러 올 것을 기대하지 않았다.그런데 수현이 이렇게 예고 없이 자기 앞에 나타날 줄은 몰랐다.윤아는 수현의 가슴에 손을 얹고 부드럽게 그를 밀어냈는데, 이 작은 움직임이 마치 그를 자극한 듯 그녀를 다시 한번 세게 끌어안았다.윤아는 그가 다시 힘을 줄 줄 몰랐고, 깜짝 놀라 수현의 어깨에 얼굴을 기댔다.옆에서 이를 본 민재는 손을 들어 입을 가리고 가볍게 헛기침을 했다. “흠, 진 대표님, 저희 지금 여기를 떠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저쪽 사람들이 다시 오면 좀 번거로울 것 같습니다.”이 말을 듣고서야 수현은 계속 안고 있던 큰 손을 천천히 풀었다. 그리고 수현은 눈에 띄게 야윤 윤아를 바라봤다. 얇은 입술은 속상한 듯 시무룩해 졌고 손을 들어 그녀의 머리부터 얼굴까지 점차 쓰다듬으며 짧게 말했다. “야위었어.”방금 눈물을 멈춘 윤아는 수현의 한마디에 다시 눈물이 차올랐다. 수현은 다정하게 윤아의 눈물을 닦
“가자.”윤아는 훈이의 손을 잡고, 모두 함께 이곳을 떠났다.문 앞에 도착했을 때, 한 무리의 사람들이 그들을 겹겹이 에워싸고 길을 완전히 막았다.이 사람들을 보자 윤아는 가슴이 싸늘해졌다.“그 사람들이야.”수현은 의식적으로 손을 뻗어 윤아를 자기 곁으로 끌어안았다.“내가 있잖아.”그 말을 듣고 윤아도 무의식적으로 그에게 가까이 붙었다.윤아는 입술을 깨물더니 물었다.“경찰에 신고 안 했지?”수현은 잠시 멈칫하더니 윤아를 내려다보았다. “왜? 내가 신고해서 그가 잡혀갈까 봐 걱정돼?”그의 검은 눈동자에 윤아는 시선을 내렸다. “예전에 많이 도와줘서 다치게 하고 싶지 않아.”“그 사람은 지금 너를 해치고 있어.”“나를 데리고 떠났을 뿐, 해치지 않았어.”윤아는 강조했다. “그는 나랑 아이들을 해치지 않았어.”수현은 눈살을 찌푸렸다. 비록 경찰에 신고하지 않았지만, 윤아가 자신의 면전에서 그를 이렇게 감싸고 편드는 것을 보고 마음이 욱신거렸다.이때, 선우가 사람들 속에서 걸어 나와 두 사람의 대화를 끊었다.걸어 나오자마자, 선우는 군중 속에서 윤아를 정확하게 찾아낸 다음, 마치 수현을 전혀 보지 못한 것처럼 윤아를 뚫어져라 쳐다봤다. 선우의 시선에 사로잡힌 윤아는 입을 꾹 다물고 무의식적으로 그의 눈을 피하려는데 수현이 껴안았다. 수현은 소유욕이 발동해서 소유권을 주장하려는 듯 윤아를 꼭 껴안고, 선우를 바라봤다. 선우는 윤아의 잘록한 허리에 내려앉은 큰 손을 본 후에야 천천히 시선을 옮겨 수현과 눈을 마주쳤다. 잠시 후 선우가 입을 뗐다. “오랜만이야.”수현은 차가운 눈빛으로 상대방을 바라보며 그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았다.“수현아, 오랜만이긴 하지만 네가 오자마자 내 사람을 데려가는 것은 예의가 아니지 않아?”“네 사람?”수현은 코웃음을 쳤다. “윤아가 언제부터 네 사람이야. 나는 왜 몰랐지?”두 사람이 팽팽히 맞섰다. 수하들도 무기를 든 자, 빈손인 자, 모두 만반의 준비를 하고 팽팽히 대립하며 명령만 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