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에 사람이 없으니 우진도 속도를 조금 내렸다. 우진이 도울 수 있는 건 여기까지였다. 앞에 무엇이 그를 기다리고 있을지 그도 잘 몰랐다.후회하냐고 묻는다면 이미 끝난 일을 후회하든 하지 않든 아무 소용이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우진의 차가 따라잡힌 건 1시간 뒤였다.그는 차와 함께 선우에게 끌려왔다. 마치 자신의 결말을 예견하기라도 한 듯 표정이 어두웠지만 구걸할 생각은 없어 보였다.“그들이 어디에 있어요?”선우의 말투는 여전히 가벼웠다.하지만 우진은 이게 폭풍 전야임을 잘 알고 있었다.우진은 고개를 들어 선우의 두 눈을 쳐다보며 웃었다.“어디 갔는지는 저도 몰라요. 중간에 헤어졌거든요.”이 말에 선우 눈가의 핏줄이 불끈 솟아났다.“왜 그랬어요?”우진은 입술을 앙다물더니 말했다.“이유는 없어요. 그냥 그렇게 하고 싶어서 한 것뿐이에요.”“내가 전에 벌준 것 때문에 그래요?”선우는 안경을 위로 올리며 물었다.“그래서 윤아와 아이들을 놓아주는 것으로 복수하는 거예요?”“아니요.”우진이 고개를 저었다.“정확히 말하면 대표님은 제게 은인과도 같은 사람이죠. 그러니 대표님이 제게 벌을 준다 해도 복수하지는 않을 거예요.”우진은 이렇게 말하더니 진지한 눈빛으로 선우를 바라봤다.“돌이킬 수 있을 때 그만하세요.”선우는 그런 우진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얼굴엔 이미 웃음기가 싹 사라졌다.“그만하라고요?”“대표님 혹시 그거 아세요? 저번에 윤아 님이 유심 카드를 가졌지만 바로 신고하지 않은 이유가 뭔지?”선우는 입술을 앙다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만약 그때 윤아 님이 신고했다면 지금 어떻게 됐을까요? 대표님, 윤아 님은 대표님께 희망을 안고 있었고 다치게 하고 싶지 않아 했어요.”“이제 그만해요. 그러면 대표님도 윤아 님과 계속 친구로 남을 수 있어요.”“친구라.”이 말에 선우가 웃기 시작했다. 처음엔 하찮다는 듯 가벼운 웃음이었지만 이내 세상 우스운 소리라도 들은 듯 점점 커졌다.우진은 그 자리에 서서 그
선우가 대답하지 않자 그는 포기하지 않고 끈질기게 물었다.위로 올라갈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했다.우진의 자리를 넘보는 사람이 많았지만 우진의 처사가 늘 완벽했기에 흠을 찾기가 어려웠다.그 흠이 지금 생겼으니 이 기회에 철저히 우진을 짓밟아야 한다고 생각했다.“먼저 사람부터 찾아와요.”하지만 선우는 그저 이렇게 말할 뿐이었다.그 사람은 그래도 성에 차지 않는지 다시 물었다.“그럼 진 비서님은...””“당신 눈엔 진 비서밖에 안 보입니까?”선우는 말투가 바뀌더니 눈빛이 차가워졌고 온몸으로 음침한 기운을 내뿜고 있었다.그 사람은 이에 놀라 더는 말할 엄두를 못 내고 얌전해졌다.“그럼 먼저 심윤아 씨 찾으러 가보겠습니다.”사람들이 가고 선우는 짜증스럽게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불을 붙였다.예전에는 담배를 피지 않던 그가 지금은...요즘 일어난 일은 정말 그를 짜증 나게 했다. 윤아가 이 정도로 그에게서 벗어나고 싶어하는 줄은 몰랐다.선우는 수현이 자기보다 잘난 게 뭔지 궁금했다.선우는 늘 윤아뿐이었고 윤아가 아닌 다른 여자를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5년이라는 시간 동안 그녀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선우는 사색에 잠겨 힘껏 담배를 피우다가 하마터면 연기에 사레가 들릴 뻔했다.“켁...”선우의 기침 소리에 밖을 지키던 사람이 안으로 들어와 걱정했다.“대표님, 괜찮으세요?”선우는 대답 대신에 손가락 사이로 깜빡거리는 담뱃불을 보며 말했다.“진 비서는 일단 가둬둬요. 윤아 찾으면 그때 밥을 가져다주는 걸로 하죠.”“네.”“그리고 윤아는 아이를 둘이나 데리고 있으니 멀리 가지는 못했을 거예요. 근처 농장 위주로 찾아요. 시내에 있는 호텔도 찾아보고요.”“네, 알겠습니다. 지금 바로 전달하겠습니다.”...으슥한 밤.윤아는 아이들을 데리고 저렴한 여인숙으로 향했다.여인숙은 환경이 엉망이었고 곰팡내가 잔잔하게 깔려 있었다. 창문을 열고 밖을 내다보던 윤아는 뒤쪽에 시궁창이 있다는 걸 발견했다.윤아
둘은 간단하게 몇 마디 더 나눴고 여사장은 할 일이 남았다며 자리를 비웠다.가기 전 여사장은 잘 때 문단속을 잘하라고 당부했고 혹시 누가 문을 두드려도 신경 쓰지 말라고 했다. 윤아는 알겠다고 하더니 뭔가 생각난 듯 다시 여사장을 불렀다.“죄송한데 올 때 물건을 도둑 맞아서 핸드폰이 없어요. 혹시 전화 좀 하게 핸드폰 빌려주실 수 있나요?”여사장이 멈칫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당연하죠.”“1층에 공용인 전화기가 있으니 먹고 내려와요.”공용 전화기?윤아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감사합니다. 조금 있다 내려갈게요.”그러더니 문을 닫고 음식을 두 아이에게 나눠줬다.“내 새끼, 일단 좀 먹자. 집에 가면 엄마가 맛있는 거 사줄게.”“네, 고마워요. 엄마.”두 아이는 음식을 먹기 시작했지만 윤아는 전화를 해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 바로 아이를 두고 나가기엔 불안했다.윤아가 나가고 누군가가 들어오면 어떡하지?그러다...한참 고민하던 윤아는 그래도 아이들이 다 먹으면 같이 아래로 내려가 전화하기로 했다. 무슨 일이 생긴다 해도 그녀가 옆을 지키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여사장이 직접 만든 소시지는 맛이 아주 좋았고 아이들은 맛있게 잘 먹었다.윤아는 별로 입맛이 없었지만 그래도 허기를 달래기 위해 조금 먹었다.“엄마, 다 먹었어요.”윤아는 식기를 정리하더니 자리에서 일어났다.“가자. 내려가서 전화 좀 하고 오자.”2분 뒤.윤아는 아이들을 데리고 방을 나섰다.아래층에 있는 공용 전화기를 쓰려면 카운터로 내려가 여사장을 찾아야 했다. 방에서 나온 윤아는 아이들을 자기 옆으로 당겼다.“우린 지금 외국에 있고 환경도 별로 안 좋아. 이따 엄마 잘 따라오고 절대 뛰어다니면 안 돼, 알겠지?”“네, 알겠어요. 엄마.”두 녀석은 윤아를 따라 아래층으로 향했다. 멀리서 여사장이 카운터에 앉아 웃으며 옆에 있는 직원들과 담소를 나누는 게 보였고 공용 전화기는 여사장과 머지않은 곳에 놓여 있었다.윤아는 아이들을 데리고 그쪽으로 걸어가려는데 입구에
밥을 먹고 있던 현아는 갑자기 핸드폰이 울리자 별 다른 생각 없이, 화면도 보지 않고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뚜뚜뚜...”다만 현아가 받자마자 핸드폰에서 통화가 끊긴 소리가 들렸다.‘이상하네.’현아는 눈썹을 찡그리며 핸드폰을 확인했는데 낯선 유선전화 번호가 눈에 띄었다.“잘못 걸었나?”마침 앞에 있던 주한이 현아가 중얼거리는 것을 듣고 그녀를 올려다보았다.“왜 그래요?”“낯선 번호로 전화가 왔는데 어떻게 된 일인지 받자마자 끊었어요.”주한이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낯선 번호요?”주한은 재빨리 가까이 다가와 현아의 핸드폰를 가져갔다. “이것은 현지의 유선전화 번호에요.”현아는 듣고 난 후, 더욱 의심스러운 표정을 했다. “이곳 유선번호가 왜...”말을 하던 현아는 마침내 무언가를 깨닫고 문득 고개를 들었다. 그러자 주한의 시선과 부딪혔다. 2초 후, 주한은 그 번호를 눌러 다시 전화를 걸었고 현아는 숨을 죽이고 상황을 지켜보았다. 전화가 연결되자 현지 언어를 구사하는 낯선 여자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주한은 영어로 상대방과 대화했다.“제가 전화 주인인데 혹시 방금 전화하셨어요?”현아는 그들의 대화가 들리지 않아 가까이 다가가서 들었다. “죄송합니다만, 이 전화는 저희가 건 게 아니라 아까 저희 여관의 이상한 손님이 갑자기 달려와서 건 겁니다.”이상한 손님?이상한 손님이 현아의 핸드폰으로 이렇게 정확하게 전화를 걸 수 있다고?“그럼 그 사람은요?”“죄송합니다만, 전화를 걸고 바로 가버려서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그냥 막 건 줄 알았는데 정말 전화가 걸렸네요.”주한은 입술을 꾹 다물고 실눈을 떴다. “갔어요? 어디로 갔습니까?”“그건... 잘 모르겠습니다만, 저희 여관 투숙객이라 아마 이따가 들어오실 것 같습니다. 보이면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감사합니다, 호텔 주소 좀 알려주세요.”전화를 끊자 현아가 다급하게 물었다. “어때요?”“현아 씨한테 이렇게 정확하게 전화할 수 있는 사람은 아마 그녀일 거
예상 밖으로 전화가 울린 지 1초 만에 바로 받았다. “여보세요.”싸늘한 남자 목소리를 들었을 때, 현아는 바로 반응하지 못하고 멍하니 있었다.“현아 씨?”현아의 침묵에 전화기 너머 전화를 받은 남자가 의심스러운 듯 그녀를 다시 한번 불렀다.현아는 그제야 정신 차리고 즉시 방금 전의 일을 수현에게 말하고 그 호텔의 주소를 알려주었다. “윤아가 확실해. 설령 아니더라도 우리는 이번 기회를 놓치면 안 돼, 혹시 모르니...”“바로 갈게.”현아는 수현이 운전기사에게 방향을 바꾸라고 명령하는 소리를 들었다. 그 지시가 끝난 후에야 그녀에게 말했다. “그 번호를 내 핸드폰으로 보내 줘.”“알았어.”전화를 끊은 후, 현아는 방금 그 전화번호를 수현에게 문자로 보냈다.이때 주한도 왔다.“됐어요?”현아는 아랫입술을 깨물고 고개를 끄덕였다.주한은 현아를 몇 번 훑어보다가 문지기에게 물었다. “지금 타고 나갈 수 있는 차가 있나요?”그 사람은 잠시 멍해 있다가 고개를 끄덕였다.“있습니다.”“저희가 쓸 수 있을까요?”“물론이죠. 두 분은 진 대표님의 손님입니다. 만약 필요하시다면 사용하셔도 좋습니다.”옆에서 이들의 대화를 듣던 현아는 주한을 의아하게 쳐다보더니 물었다. “차는 왜요?”주한은 현아를 바라보며 말했다. “현아 씨는 안 가고 싶어요?”“가고...”현아는 그제야 주한이 윤아를 찾으러 가려고 차를 요구했다는 것을 알았다. 며칠이나 기다려서 겨우 윤아가 있을 만한 곳을 알았는데 어떻게 집에서 얌전히 기다릴 수 있겠는가? 하지만 현아는 수현 쪽 사람들에게 짐이 될까 봐 말하지 않았다. 그런데 주한이 제안할 줄이야.차 키를 받은 주한이 차에 타려고 할 때, 기쁜 한편 긴장감으로 가득한 현아는 마침내 손을 뻗어 주한의 옷자락을 잡아당겼다.“배 대표님, 고마워요.”주한은 잠시 걸음을 멈추고 자신의 옷자락을 잡아당긴 희고 부드러운 현아의 작은 손을 내려다보았다. 그러더니 입꼬리가 미묘하게 올라갔다.“고맙다고요? 맨입으로는 안
별명이라는 말을 듣자 현아의 표정이 순간적으로 어색해졌다. 예전에 현아는 늘 몰래 그의 별명을 불렀는데 어찌 된 일인지 지난번에 그의 앞에서 실언하고 심지어 면전에서 그의 별명을 부르기도 했다. 그 장면을 생각 만 해도 현아는 머리가 저릿했다. 그동안 주한이 자신에게 따지지 않았던 것도 아마 특별한 상황이었기 때문일 것이다.지금, 주한이 직접 언급하자 현아는 너무 난처해서 어쩔 줄 몰랐고 머리를 쥐어뜯고 싶은 심정이었다. “알겠어요. 다시는 까칠남이라고 안 부를게요.”주한은 한마디 보탰다. “다른 별명도 안 돼요.”“... 알겠어요. 이제 출발해도 되죠?”말이 끝나자 차가 출발했다. 현아는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윤아는 호텔을 나서자마자 두 아이를 데리고 곧장 앞으로 걸어갔는데, 혹시 쫓길까 봐 사람이 많은 곳으로 향했다.다행히 아직 밤이 되지 않아 거리에 행인들이 많았다.윤아는 그들이 쉽게 찾지 못하도록 두 아이를 데리고 사람들 속에 몸을 숨겼다.여관에 더 이상 머물 수 없다는 것을 안 윤아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고급 호텔만 피하면 될 줄 알았는데, 선우가 이런 평범한 여관도 그냥 지나치지 않을 줄은 몰랐다.하지만 생각해 보니, 그녀가 떠날 때 돈이 별로 없었고 선우가 준 핸드폰도 가지고 있지 않았으니, 돈은 우진한테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방금 그 전화를 현아가 받았는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낯선 번호인데 내가 걸었다고 추측할 수 있지 않을까?’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그녀가 떠날 때 프런트 데스크에 있던 직원이 신호가 연결되기도 전에 수화기를 내려놓았다면?만약 그렇다면, 상황은 정말 최악이다.“엄마, 우리 이제 어디로 가요?”말을 들은 윤아는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이 질문에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여관은 묵을 수 없고, 두 명의 아이를 데리고 또 어디로 갈 수 있을까?지금은 시간이 아직 이르니 조금 있다가 시간이 늦으면...생각하면 할수록 윤아는 더욱 초조해졌다.마침 한 슈퍼마켓을 지났는데
“알겠어요. 알겠어요.”마지막에 소녀는 매우 짜증스럽게 전화를 끊었다.소녀가 앞을 지나갈 때, 윤아가 갑자기 손을 뻗어 아이를 막았다.“안녕.”어린 소녀는 윤아를 보고 깜짝 놀랐다. 낯선 사람 앞이라 화도 가라앉았다. 게다가 윤아의 동양적인 외모에 의심스러운 듯이 그녀를 쳐다보았다. “무슨 일이에요?”윤아는 빙긋이 웃었다.“안녕, 아줌마가 핸드폰 빌려 통화 좀 할 수 있을까?”그 말을 들은 소냐는 코를 찡긋했다. “안 돼요, 어른들은 핸드폰이 있잖아요. 절 속이려는 거죠?”역시, 다른 사람에게 핸드폰을 빌려 전화를 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윤아는 아랫입술을 깨물고 설명을 막 하려는데, 뒤에 있던 윤이가 앞으로 나서서 그 소녀의 손을 살며시 잡아당겼다. “언니, 우리 엄마 핸드폰은 도둑맞았어요. 그리고 지금 돈이 없어서, 아버지께 전화를 걸어 우리를 데리러 오라고 하고 싶어요.”윤이는 나긋나긋하게 소녀와 이야기했다. 게다가 흰 피부와 큰 눈, 윤이의 예쁜 외모가 더해져서 마치 예쁜 인형 같았다. 윤이의 외모는 남녀노소가 좋아할 만한 스타일인 동시에 사람의 경계심도 풀게 한다.윤아는 말하려다가 그 모습을 보고는 잠시 멈추었다.역시나 어린 소녀는 윤이가 자신에게 한 말을 들은 후 눈빛이 흔들렸다.“진짜 핸드폰을 도둑 맞았어요?”윤이는 눈물을 글썽이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러니까 언니, 전화 한 통만 하고 돌려주면 안 될까요?”윤아는 옆에서 윤이가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리는 것을 보고, 마음이 저릿했다. 만약 윤이가 연기를 잘 한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면 그녀도 아이가 정말로 울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윤이의 모습에 어린 소녀는 마음이 약해졌다. 소녀는 자신의 핸드폰을 보고 또 윤아를 바라보았다. “그럼, 좋아요. 하지만 잠깐만 빌려줄 수 있어요, 그리고 멀리 가지 말고 내 앞에서 전화해요.”말을 마친 소녀가 핸드폰을 건네자 윤아는 얼른 핸드폰을 받아들며 말했다. “고마워.”그리고 윤아는 재빨리 현아의 번호를 눌렀다. 윤아
전화를 끊은 후 윤아는 마음이 완전히 달라졌다.한 시간.한 시간 후에 그녀는 더 이상 혼자가 아니다. 그때면 현아와 현아가 말한 까칠남이 옆에 있다. 다만...그녀가 마음속으로 기대했던 그 사람은, 줄곧 오지 않았다.‘현아가 연락하지 않은 건가? 아니면 그가 알고도 날 안 찾아 오는 건가?’이런저런 생각에 윤아는 마음이 괴로워지기 시작했지만 이내 정신을 차리고 핸드폰을 돌려주며 말했다. “핸드폰 빌려줘서 고마워.”어린 소녀는 사실 핸드폰을 빌려줄 때 자신이 사기당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핸드폰을 정말로 돌려받을 줄은 몰랐다. 소녀는 입술을 다물고 핸드폰을 돌려받은 다음, 옆에 있는 윤이와 훈이를 보며 작은 소리로 물었다.“너희들 혹시 여기서 놀 거야?”윤아는 소녀가 혼자 있는 것을 보고 고개를 끄덕이려고 했지만, 여기에 오래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하여 말을 바꾸었다.“아이들의 아버지가 우리를 데리러 올 예정이어서 오래 있을 수 없고 곧 갈 것 같아.네가 핸드폰을 빌려줬으니 아줌마가 게임할수 있게 돈을 줄게. 어때?”소녀는 머리를 도리도리 저었다.“아니에요.”윤아는 손을 뻗어 소녀의 머리를 쓰다듬더니 끝내 우진이 준 돈을 꺼내 소녀에게 한 장 건네주었다. “가져가, 감사 인사를 하는 거야.”어린 소녀는 망설이며 받았다.“참, 혼자 나왔어? 늦은 시간까지 안전에 조심하고 앞으로 핸드폰을 빌리는 일은 무서우면 빌려주지 마. 모든 사람이 우리처럼 이런 건 아니야, 알겠어?”윤아는 소녀가 나중에 사기를 당할까 봐 다시 한번 귀띔했다. 그러자 소녀는 입을 꾹 다물었다. “그런데 제가 빌려주지 않았으면 집에 못 가지 않았을까요?”이 말에 윤아는 많은 것을 느꼈다.“정말 고마워. 착하네, 빨리 집에 가. 안전 조심하고.”소녀는 오히려 아쉬운 듯 그들을 바라보았다.더 이상 있을 수 없다는 것을 안 윤아는 일어나 두 아이의 손을 잡고 말했다. “우리는 가야겠어."“어디 가요? 이쪽에 사세요? 저희 나중에 다시 만날 수 있을까요?”윤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