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말을 듣자 수현의 시선은 순간 서늘해졌고 말투도 날카로웠다.“그건 나랑 윤아 사이 일이야.”소영은 달갑지 않았다.“그건 우리 사이 일이기도 해. 수현 씨한테 매달리지 말라고? 그런데 수현 씨도 지금 윤아 씨한테 매달리면서 이대로 포기하고 싶지 않은 거잖아. 그러면서 무슨 자격으로 나한테 그런 말을 할 수 있어? 난 그냥 수현 씨가 너무 좋아서 그러는 건데.”소영의 말이 끝난 후, 수현은 입꼬리를 살짝 올리면서 담담하고 차갑게 말했다. 하지만 그의 눈은 전혀 웃고 있지 않았다.“좋아. 강요하지 않을 수 있어. 그러니까 너도 고석훈 이용해서 너 대신 나서게 하지 마.”소영의 안색은 순간 변했다.“수현 씨, 무, 무슨 소리야? 내가 왜 석훈이를 이용해서 대신 나서게 하겠어? 그건 분명 석훈이가...”“그 자식은 멍청해서 이용당한 거지만 너도 아무 사심 없었다고 장담할 수 있어? 어젯밤 일은 우연한 사고라고 쳐. 그렇다면 오늘은? 네가 고석훈을 병원에 데려온 거잖아.”수현의 말에 소영은 정말 하나도 반박할 수 없었다.“내가 데려온 거 맞아. 하지만 내 본의는 석훈이가 어젯밤에 잘못했으니까 사과하려고 그런 거야.”“그래서 사과 했어?”“그건...”“사과하러 왔으면 상응한 태도를 갖춰야지. 너희들 아까 무슨 태도였어?”소영은 아랫입술을 꼭 깨물었다. 비록 사과하고 병문안하려는 빌미로 오긴 했지만 원래 목적은 확실히 사과하러 온 게 아니었다.그녀는 사실 윤아가 어느 정도 다쳤는지, 수현이 윤아에 대한 태도가 어떤지 알아보려고 왔었다. 석훈을 데려온 건 그가 멍청하고 충동적이어서 수현이 말한 대로 이용하기 적합한 인물이었기 때문이었다.하지만 평소에 아주 잘 감추었다고 생각했는데, 수현은 도대체 어떻게 알아냈단 말인가.그리고 지금은 사과하고 연약하게 행동하는 것 외 다른 방도가 없었다.“미안해. 우리는 정말 사과하러 온 거야. 올 때도 미리 다 말해 놓았어. 하지만 수현 씨도 석훈이가 욱하는 성격인 거 잘 알잖아. 이건 내가 함부로 조절할
답은 두말할 것 없었다. 그는 이걸 원했다.하지만... 지금 윤아가 자신을 이토록 배척하는데, 과연 합치려고 할까?더군다나 아직 두 사람 사이의 오해를 해결하지 못했다. 그녀가 자신에게 보낸 그 메시지를 비롯해서 말이다.수현은 여전히 그 메시지가 어떻게 된 일인지 몰랐다. 민재에게 이걸 맡긴 후, 어제저녁부터 시작해서 지금까지 아무런 답장이 없었다.그는 도무지 이해되지 않았다. 핸드폰을 늘 갖고 다녔었는데 어떻게...“수현 씨...”소영은 수현이 계속 자신을 상대하지 않는 것을 보자 참지 못하고 그를 불렀다.소영의 목소리가 들리자마자 수현은 문득 뭔가 떠올랐다.머릿속에서 뭔가 스쳐 가는 느낌이었다.처음에는 잡지 못했지만 소영의 목소리가 나타나면서 그는 드디어 잡을 수 있었다.수현은 갑자기 눈을 가늘게 떴는데 주위의 기운마저 아주 큰 변화가 나타났다.그는 몸을 돌려 빠르게 소영의 어깨를 잡았다.소영은 수현의 행동에 깜짝 놀라 멍하게 눈앞의 준수한 얼굴을 바라보았다.“왜, 왜 그래?”아까 한 말에 자극이라도 받았나? 아니면 왜 갑자기 이렇게 흥분하는 건데?‘설마... 드디어 내 말을 믿었나?’소영은 기쁜 표정을 지으며 뭐라고 말하려고 했지만 수현은 눈을 가늘게 뜨며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5년 전, 네가 내 핸드폰 가져갔었지.”“뭐?”갑작스러운 말에 소영은 갈피를 잡지 못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무슨 소리야? 왜 갑자기 화제가 5년 전으로 돌아간 거야? 핸드폰을 가져간 건 왜 묻는 거지?’수현은 이렇게 물은 후 그는 막혔던 생각이 순간 뚫리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는 그해 사무실에서의 장면이 떠올랐다.비록 시간이 오래 지나긴 했지만 그날 소영이 했던 일이 조금 마음에 들지 않아 지금 이렇게 떠올릴 때 꽤 선명했다.소영은 그날 그의 핸드폰을 빌려 달라고 했다.그리고 수현은 그녀에 대한 믿음으로 거절하지 않고 직접 건넸고 그 후엔 바쁜 업무 처리 때문에 빠르게 일에 푹 빠져버렸다.비록 메시지 알림 소리를 듣긴
만약 평소였다면 수현은 그녀의 변화를 눈치채지 못했을 거다.하지만 지금의 그는 이 일을 진지하게 추궁하고 있었다. 그리고 현재 두 사람은 마주 보고 있었고 절박하게 진실을 원했던 수현은 이 물음을 물은 후, 시선을 줄곧 소영의 얼굴에 두면서 표정의 미세한 변화도 놓치지 않으려 했다.조금이라도 정신줄을 놓았다간 진실과 함께 스쳐 지날까 봐 걱정되었다.그래서 그는 지금 소영의 변화를 하나도 놓치지 않았다. 원래 가늘게 뜨고 있던 두 눈은 이제 위험한 기색이 역력했다.“기억하지? 좋아. 그럼 물어볼 게 있어.”소영은 정신을 차린 후, 아까 표정 관리가 철저하지 못했다는 것을 의식하고 간신히 마음을 진정시키며 침착한 자태를 되찾았다. 그리고 수현을 향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하지만 되게 오래 지난 일 아니야? 왜 갑자기 이 일을 꺼내? 설마 그때 내가 수현 씨 핸드폰 망가뜨린 건 아니지?”“아니야.”“그럼 뭔데?”수현은 복잡한 시선으로 그녀를 보았다.“왜 그랬어?”소영은 숨통이 턱 막히는 것만 같았다.‘알, 알고 있었어? 아니면 왜 이렇게 묻는데?’그녀는 속으로 이렇게 생각했다.“뭐, 뭐? 그때 스팸 메시지 한 통 삭제했을 뿐인데, 왜 그래?”이 말을 듣자, 수현의 표정은 순간 어두워졌다.“내가 언제 스팸 메시지라고 했어?”“...”소영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너 되게 긴장한 것 같다?”“난...”“그때 네가 삭제한 거 스팸 메시지 아니었지? 그렇지?”수현의 시선은 마치 칼날 같았고 소영의 어깨를 쥔 손에도 점점 힘이 들어갔는데 마치 그녀의 뼈를 부수기라도 할 듯싶었다.소영은 찌릿한 아픔을 느끼고 눈썹을 찌푸렸다.“수현 씨, 나 아파.”하지만 수현은 듣지 못한 것처럼 여전히 손에 힘을 넣었고 눈빛도 더 어두워졌다.“말해. 그때 삭제한 메시지가 도대체 뭐야? 윤아가 나한테 보낸 거지? 임신했다고 말하지 않았어?”“아니야, 난 아니야...”처음에 아프다고 말했을 때 소영은 수현이 자신을 조금이라도 걱정해 주기를 바랐
수현은 차갑게 석훈을 한 번 쳐다본 후, 시선을 다시 소영에게 돌렸다.“똑바로 말해.”“나, 난 수현 씨가 도대체 뭘 말하는지 잘 모르겠어. 만약 메시지 일이라면 이미 알려줬잖아. 내가 삭제한 건 그냥 아무 쓸모가 없는 스팸 메시지였고 다른 건 없었어. 아까 수현 씨가 말한 임신 메시지는 난 몰라.”수현은 이 말에 가볍게 비웃었다.“모른다고? 난 핸드폰을 계속 갖고 다녔어. 너 외에 다른 사람에게 핸드폰을 준 적이 없다고. 네가 내 핸드폰을 가져갔을 때 하필 스팸 메시지를 지웠고, 또 하필 그때 내가 윤아가 보낸 메시지를 받지 못했어. 세상에 어떻게 이 정도로 우연한 일이 있어?”지금 소영은 이미 눈물범벅이 된 상태였다.“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나도 수현 씨한테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어. 하지만 그날 지운 건 맹세코 스팸 메시지야. 수현 씨가 말한 그건 난 정말 몰라. 수현 씨,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아직도 몰라? 만약 수현 씨를 해칠 마음이 있다면 강에 뛰어들어 수현 씨를 구하지 않았을 거야. 난 수현 씨를 위해 목숨도 버릴 수 있는데...”목숨을 구한 일을 꺼내자, 수현의 표정에는 드디어 조금의 변화가 생기면서 소영의 어깨를 잡고 있던 손에 힘도 조금 풀렸다.소영은 이걸 보자 눈물을 뚝뚝 떨구었다.“난 윤아 씨가 수현 씨한테 뭘 말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제발 날 믿어줘. 난 언제나 수현 씨 편이야. 어떤 일이 발생하든 수현 씨를 해치지 않을 거고, 그렇게 떳떳하지 못한 일을 하지 않을 거야.”수현은 여전히 소영의 말에 믿음이 가지 않았다.그러나 소영이 그의 목숨을 구한 일을 꺼내니 수현은 확실히 마음이 약해졌다.그녀가 목숨도 마다한 채 강에 뛰어들어 자신을 구한 걸 떠올리자 그는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소영이 아니었다면 강에서 죽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정말 소영이 메시지를 지웠다고 해도 그녀가 인정하지 않으니 수현도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생명의 은인에게 지나치게 몰아붙일 수 없었으니까. 그리고 신세를 지고 은혜를 입었
윤아는 두 아이와 함께 병실에 들어간 다음, 밖에 일에 관심을 두지 않았다.심지어 중간에 밖에서 싸우는 소리가 들려와 아이들이 궁금해 미칠 지경이어도 그녀는 아주 담담하게 행동했다.“훈아, 윤아. 밖에 일에 신경 쓰지 마.”“하지만...”윤이는 조용히 말했다.“고독현 아저씨가 다른 사람이랑 싸우는 것 같단 말이에요. 엄마, 정말 말리지 않을 거예요? 만약 아저씨가 다치기라도 하면...”이 말을 듣자, 윤아는 참지 못하고 윤이를 한 번 바라보았다.“윤이는 고독현 아저씨가 많이 걱정돼?”윤이는 큰 눈을 동그랗게 떴는데 아무런 꿍꿍이도 없는 모습이었다.“고독현 아저씨가 윤이랑 오빠한테 벌로 계속 밥 사겠다고 했단 말이에요. 만약 아저씨가 다치면 우리한테 밥 사주지 못하잖아요.”“...”윤아는 어이가 없어 말이 나오지 않았다. ‘진수현 이 인간 정말, 내가 자고 있을 때 아이들에게 무슨 소리를 한 거야?’“윤아, 걱정하지 마. 만약 고독현 아저씨가 맞아서 다치기라도 한다면 엄마가 밥 사줄게. 응?”윤아는 두 아이를 부드럽게 교육했다.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병실 문이 열리면서 수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뭘 말하고 있었어?”윤아는 수현이 이렇게 빨리 들어올 줄 몰라 멈칫했다.원래 소영과 석훈이 함께 그를 찾아왔기 때문에 꽤 오래 상대할 거라고 생각했었다.윤아는 고개를 돌려 수현의 뒤를 보았지만 익숙한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그러나 수현은 윤아가 뭘 찾는지 알아챈 듯 이렇게 말했다.“안 봐도 돼. 돌아가라고 했어.”이 말에 윤아는 시선을 거두었다.수현은 윤아를 보며 메시지 일이 떠올랐다.비록 소영이 인정하지 않았지만 그녀의 이상한 반응을 보니 거의 확신할 수 있었다.소영의 말 대로 그녀는 수현을 해치는 일을 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 상대가 그가 아닌 윤아라면 어떻게 될까?확신할 수 있는 건 그녀는 분명 수현을 대하듯 윤아를 대하지 않을 거다.뒤에 벌어질 일들을 떠올린 후, 수현은 윤이와 훈이를 한눈 보고 아이들에게 다가
수현은 못 말린다는 표정을 지었다.“왜 그렇게 생각해? 난 그냥 묻고 싶은 게 있어서 그래. 나한테 임신했다는 메시지를 보낸 다음 누가 널 만나러 갔어?”윤아는 멈칫했다. 그때 메시지를 보내고 얼마 지나지 않아 소영이 그녀를 찾아와 그 말을 했었다.수현은 윤아의 표정을 보자 분명 누가 그녀를 찾아갔다는 생각이 들었다.“정말 누가 널 찾아갔어? 누구야?”윤아는 직접 대답하는 대신 수현을 바라보았다.“지금 이걸 왜 물어보는 거야? 내가 말하면 믿을 수 있어?”놀랍게도 수현도 진지하게 그녀를 바라보았다.“만약 내가 너도 믿지 못한다면 또 누굴 믿을 수 있는 건데?”그의 눈빛은 매우 진지했는데 그녀가 무슨 말을 해도 믿을 것 같았다. 이런 믿음에 윤아는 어릴 때로 돌아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그때 두 사람 사이의 감정은 두말할 것 없이 좋았다. 비록 사랑 정도 까지는 아니었어도 서로는 서로에게 가장 믿음직한 사람이었고 모든 정서와 비밀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사람이었다.그때는 두 사람 사이에 제삼자도 끼지 않았다.하지만 나중에... 두 사람은 모두 컸고 중간에도 다른 많은 것들이 자리를 잡았다.“윤아야?”윤아가 계속 말이 없자 수현은 그녀를 불렀다. 윤아는 정신을 차린 후, 수현을 한참 동안 보다가 결국 한마디를 던져주었다.“확실히 누군가가 날 찾아왔었어. 하지만 그게 누군지 안다면 넌 엄청 놀랄 걸. 강소영 씨야.”소영의 이름을 듣고 수현이 아주 놀랄 거라고 생각했지만 그는 지금 이미 예상했다는 표정을 지었다.윤아의 마음속 의혹은 점점 더 커져만 갔다. 그래서 그녀는 또 한마디 물었다.“네가 강소영 씨한테 날 찾아오라고 하지 않았어?”“뭐?”“내가 왜 강소영한테 널 찾아오라고 했겠어?”윤아는 수현을 뚫어지게 바라보며 그의 미세한 표정을 하나도 놓치지 않으려고 했다. 그의 반응을 보니 거짓은 아닌 듯했다.그녀는 입술을 꾹 다물며 속으론 여전히 믿음이 가지 않아 수현을 계속 떠보았다.“난 네 핸드폰에 메시지를 보냈어. 네가 보내
“다 물어봤지?”윤아는 담담한 표정으로 수현을 보았다.“네가 알고 싶었던 일을 다 알았으니까 이제 더는 날 귀찮게 하지 좀 말아줄래?”이 말을 듣자, 수현은 고개를 번쩍 들며 믿을 수 없다는 듯 그녀를 보았다.“난 그 메시지를 보지 못했고 너한테 아이를 포기하라고 하지도 않았어. 너도 방금 알았잖아. 그래도 날 밀어낼 거야?”윤아는 입꼬리를 올리며 가볍게 웃었다.“메시지를 보지 못한 게 내 탓이야? 넌 핸드폰을 다른 곳에 함부로 두지 않는 사람이야. 하지만 넌 강소영 씨한테 핸드폰을 여러 번 빌려줬어. 그러니까 설령 무슨 일이 벌어졌다고 해도 그건 네가 감당해야 할 결과야. 진수현, 비 오는 그날 잊지 않았지? 네가 클럽에 있을 때 내가 장난으로 보낸 메시지를 받고 클럽에 우산을 건네러 갔다가 아래층에서 네 친구들한테 놀림당한 일 말이야.”“그거 알아? 클럽에 가기 전에 난 금방 병원에서 임신 진단을 받았었어.”윤아의 말에 수현은 주먹을 꽉 쥐었는데 동공마저 흔들렸다.“그땐 나도 참 단순했어. 이 기회에 너한테 좋은 소식을 알려주고 싶었거든. 비록 우린 쇼윈도 부부였어도 아이가 생겼으니까 너한테 알려주면 어쩌면 네가 받아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지. 뭐, 아쉽게도 클럽에 가자마자 한바탕 희롱이나 당했지만 말이야.”전에 그녀에게서 이런 얘기를 한 번도 들은 적이 없었다. 지금 이걸 들으니 수현은 온몸이 차갑게 식으면서 벼랑 끝에 떨어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좋은 소식의 기쁨을 그와 함께 나누려고 했지만 결국 장난의 주인공이 되어 버렸다.어쩐지 그날 집에 돌아갔을 때 윤아가 비에 흠뻑 젖은 모습이더라니...그때 그녀는 얼마나 절망스러웠을까?더욱 끔찍한 건 그날 저녁에 수현이 그녀에게 이혼을 제안했었다.그래서 임신처럼 중요한 일을 메시지로 보냈던 거구나... 아무리 용기를 내도 자신을 마주할 엄두가 없었을 거다.이렇게 생각한 수현은 마음속에 후회만 한가득 남아 있었다.“미안해. 그땐 나도 몰랐어...”미안하다는 수현의 말을 들었지만
여기까지 생각한 윤아는 어쩔 수 없이 이렇게 말했다.“다른 사람이랑 만날 생각이 없어. 난 그냥 혼자 두 아이랑 살 거야.”“그렇다면 왜 내가 도와주면 안 돼?”그는 씁쓸한 마음으로 간신히 입을 열었으나 목이 메어와 목소리도 잘 나오지 않았다.“어쨌든...내가 아이들 친 아버지잖아.”“그냥 혈연관계가 있을 뿐, 뭐 중요하지 않아.”윤아는 담담하게 한마디 했다.중요하지 않아...중요하지 않아...수현의 귀가엔 윤아가 한 이 말만 맴돌았다.그는 휠체어에 앉은 윤아를 한참 동안 바라본 후, 쓴웃음을 지었다.하긴, 혈연관계가 있다고 뭐 달라질 게 있나. 5년이나 되는 시간 동안 아버지로서의 책임을 다하지 못했는데.하지만 윤아가 다른 남자를 만나지 않겠다는 소리를 듣자 수현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만약 그녀 곁에 다른 사람이 없다면 어쩌면 앞으로 기회가 있을지도 모른다.지금 가장 중요한 건 그녀의 건강이었다.생각을 정리한 후, 수현은 얼른 윤아에게 가장 유리한 결단을 내렸다.“좋아. 네가 말한 대로 할게. 하지만 지금 가장 중요한 건 네 몸 상태야. 아직 검사 결과가 나오지 않았어.”이 말을 듣자, 윤아는 의아하다는 눈빛으로 수현을 한눈 보았다. 그녀와 다투지 않고 너무 빨리 동의해서 그런지 윤아는 조금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설마 앞으로 다른 사람을 만나지 않겠다는 말을 듣고 마음을 접은 건가?역시나, 남자의 독점욕은 참...5년 전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윤아는 고개를 푹 숙이면서 차가운 웃음을 지었다.수현은 이걸 눈치채지 못했다. 설령 눈치챘어도 지금의 그는 그저 모른 척할 수밖에 없었다.검사 결과가 나온 후, 윤아의 이마 상처에 큰 문제가 없다는 것을 확인한 수현은 그제야 그녀에게 퇴원 절차를 밟아 주었다.퇴원한 다음 수현은 윤아와 아이들을 집에 데려다주었다.원래 윤아는 수현을 집에 들이고 싶지 않았지만 문이 열리자마자 수현이 두 아이를 데리고 잽싸게 들어가는 바람에 입을 열 기회도 없었다.그녀가 문어구에 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