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현 씨, 기사 일 하느라 수고가 많아요.”그녀의 말에 수현은 잠시 멈칫하더니 이상하다는 듯 그녀를 한 눈 본 후 입꼬리를 올렸다.“수고는 무슨, 원해서 하는 일입니다.”그가 고개를 돌렸을 때 윤아의 입가에 걸렸던 웃음은 순간 사라졌고 원래의 차가운 모습으로 돌아왔다.윤아는 고개를 숙인 후, 얼떨결에 훈이와 눈을 마주쳤다. 훈이에게 들킬 줄 몰랐던 윤아는 잠시 멈칫한 후 다시 미소를 지었다. 그러나 훈이는 전혀 놀라지 않은 것 같았다. 아이는 작은 입술을 꾹 다물고 윤아의 팔을 더 세게 끌어안으면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만약 될 수만 있다면 아이들에게 안 좋은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훈이는 너무 예민했다.결국 윤아는 손을 뻗어 훈이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차는 그들이 살고 있는 동네에서 멈추었다.“고독현 아저씨, 데려다주셔서 감사합니다.”도착하자마자 윤이는 얼른 수현에게 고맙다고 인사했다.수현은 백미러로 아이와 눈을 마주치고는 웃음을 지었다.“이제 나중에 윤이 아빠로 되면 고맙다고 인사하지 않아도 돼. 그건 아빠가 응당 해야 하는 일이니까.”그러나 윤아는 무표정한 얼굴로 자리에 앉아 움직이지 않았다. 두 아이는 처음에 윤아를 보았다가 다시 운전석에 앉은 수현을 번갈아 보았다.결국 윤이는 고개를 들며 물었다.“엄마, 우리 안 내려요?”윤아는 윤이를 보며 가볍게 눈을 깜박였다.“딸, 잊었어? 고독현 아저씨 지금 엄마한테 잘 보이려고 노력하고 있잖아. 차 문도 열지 않았는데 우리가 어떻게 내려?”운전석에 앉아있던 수현: “...”그는 갑자기 윤아가 아까 왜 자신을 향해 미소를 지었는지 알 것 같았다. 아마 그때부터 생각이 바뀐 모양이었다.이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 두 아이의 시선은 수현에게 닿았다.아이들의 시선 하에 수현은 안전벨트를 풀고 차에서 내려 그들에게 문을 열어주었다.차 문이 열리자 윤아는 윤이와 훈이를 데리고 내렸다.두 아이는 앞에서 걸었고 윤아는 뒤에서 따라갔다. 수현은 윤아
이 말을 듣자 윤아는 순간 놀람을 금치 못했다.윤이가 왜 이런 생각을 하는지 이해되지 않았다. 아쉽다니, 말도 안 됐다.윤아는 눈썹을 조금 찌푸렸다가 다시 펴고는 몸을 굽혀 아이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아이는 이를 보고 얼른 다가가 윤아의 품에 안겼다.“엄마.”“아까 한 그 말, 누가 가르쳐줬어?”그녀는 낮은 목소리로 윤이를 떠보았다.이 말을 들은 윤이는 조용히 말했다.“가르쳐준 사람 없어요. 엄마, 윤이가 혼자 생각한 거예요. 아까 돌아온 후에 엄마가 계속 창가에 서서 뭘 훔쳐봤잖아요. 그거 아저씨 아니에요?”“아니야. 엄마는 그냥 커튼 치러 갔어.”“그런데 엄마가 커튼 틈 사이로 훔쳐보는 거 봤는데요.”“...”도대체 누구 딸인지, 왜 계속 다른 사람 편을 들어 말하는 걸까?이렇게 생각한 윤아는 참지 못하고 손을 뻗어 아이의 볼을 살며시 꼬집으며 꾸짖었다.“심하윤, 너 요즘 계속 엄마 말 잘 안 듣더라?”딸애의 볼살은 아주 말랑하고 보드라웠는데 이렇게 꼬집으니 순간 핑크색으로 물들었다. 윤이는 눈을 깜박이며 천진난만하게 물었다.“엄마, 윤이는 사실대로 말한 것뿐이에요.”됐다. 윤이는 올해 겨우 다섯 살밖에 되지 않았으니 이렇게 어린아이랑 시비를 가려도 딱히 알아들을 것 같지는 않았다.윤아는 어쩔 수 없이 두 손을 들었다. 하지만 필요한 교육은 그래도 해야 했다.“윤아, 엄마랑 하나만 약속해 줄 수 있어?”“뭔데요?”“앞으로 고독현 아저씨 앞에서 엄마가 뭐라고 하면 우리 윤이는 그냥 그렇게 알고 있어. 절대 엄마 반대편에 서서는 안 돼, 응?”여기까지 듣자, 아이는 냉큼 알겠다고 하는 대신 궁금한 얼굴로 물었다.“엄마는 고독현 아저씨를 안 좋아해요?”드디어 이걸 물어보네.윤아는 당장 고개를 끄덕였다.“응, 안 좋아해.”“그럼 아저씨가 싫어요?”이 물음에 어떻게 답해야 할까, 윤아는 고민했다.만약 싫다고 하면 딸애의 마음에 안 좋은 영향을 줄까 봐 걱정되었다.잠깐 고민한 후, 윤아는 결국 이렇게 물었다.“윤
선우가 잊었다 해도 진 비서까지 잊을 리가 없었다.하지만 이걸로 선우를 나쁘게 생각할 수도 없었고 또 그러고도 싶지 않았다.윤아는 몸을 소파에 던진 채 눈을 감고 잠시 머리를 식혔다.-이튿날 아침.수현을 피하고자 윤아는 반 시간 일찍 아이를 데리고 집을 나섰고 밖에서 아침을 먹으려고 했다.수현을 헛걸음하게 만들 속셈이었다.하지만 아래층에 내려오자마자 윤아는 길쭉한 링컨 승용차 한 대가 세워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민재는 차에 기대어 연이어 하품했는데 곧 잠들어 버릴 기세였다.윤아가 그를 발견한 몇 초 동안, 민재는 너무 졸린 나머지 하품을 연속 두 번이나 했다.세 번째 하품이 나오려고 입을 벌리는 순간, 그는 두 아이를 데리고 나오는 윤아를 발견하고 당장 입을 다물었다. 그는 잠을 깨고 활기차게 윤아를 향해 걸어간 후, 높은 소리로 인사했다.“윤아 아가씨, 좋은 아침입니다.”“...”윤아는 정말 욕이 튀어나올 뻔 했다.민재는 몇 걸음 걸어 윤아의 길을 막고는 흥분에 겨워 말했다.“윤아 아가씨께서 이렇게 빨리 내려오실 줄은 몰랐습니다. 제가 여기 오는 길에 이렇게 빨리 가서 기다릴 필요가 없다고 대표님께 말씀 드렸는데요. 글쎄 대표님께서 뭐라고 하셨는지 아세요? 분명 일찍 내려올 거라고 하셨어요. 대표님께선 참 선견지명이 있는 분이시지 않아요?”민재가 이렇게 말하고 있는 동안, 문이 열리면서 정장을 입은 수현이 차에서 내려왔다.“아저씨!”윤이는 얼른 짧은 다리를 움직이 수현을 향해 달려갔다.윤아: “...”어제 밤 그녀가 했던 말을 다 잊은 모양이었다.수현은 허리를 굽혀 윤이를 안았다. 그는 오늘 꽤 격식 있게 차려 입었는데 수트에 넥타이를 맸고 밖엔 회색 코트를 덧입어서 그런지 더욱 깔끔하고 멋져 보였다.그리고 크림색 코트를 입은 윤이는 그의 품에서 말랑한 찹쌀떡 같았다. 특유의 분위기가 있을 뿐만 아니라 수현과 붙어있을 때 눈매가 더 닮아 보였다.윤아는 눈을 질끈 감고는 이 장면을 보지 않으려 했다.“이렇게 일찍 내
하지만 훈이는 앞으로 가지 않고 망설이며 자리에 서 있었다.“동생도 차에 탔는데 뭘 걱정하는 거야? 윤이를 버리고 갈 수도 없잖니.”말을 마친 후, 윤아는 훈이 손을 잡고 차를 향해 걸어갔다.수현이 윤이를 안고 차에 오른 선택은 확실히 그녀를 꼼짝하지 못하게 했다.윤아가 차에 탄 것을 본 수현은 얇은 입술로 예쁜 각도를 만들었고, 잠시 후 그는 윤이를 자신의 품에 안았다.그는 오늘 직접 차를 몰고 오지 않았다.운전석에는 기사가 앉았고 윤아와 훈이가 차에 오른 후 원래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민재도 따라서 차에 탔다.민재는 차에 탄 후, 시선을 윤아와 아이들 얼굴에서 떼지 못했다.두 아이가 수현의 핏줄이라는 것을 알았을 때 그는 엄청나게 놀랐다.수현 같은 사람은 분명 평생 혼자 외롭게 살 거라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아들딸이 생겼다니. 정말 신기한 일이었다.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사모님께서 너무 아름답다는 점이다.이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 민재는 서늘한 시선이 자신의 얼굴에 꽂힌 것을 발견했다.그 시선을 따라 보니 경고하듯 자신을 쏘아보는 수현이 눈이 들어왔다.마치 “내 아내를 왜 보는 겁니까?” 라고 하는 것 같았다.민재는 계면쩍게 시선을 돌렸다.‘됐어, 안 보면 되잖아.’아침을 먹은 후, 수현은 또 기사에게 두 아이를 학교에 데려다주라고 분부했다.학교에 도착하자마자 윤아는 얼른 차에서 내렸다.학교의 선생님은 두 사람이 한 차에서 내릴 때 의아한 듯 보았다.어제 윤아가 화낸 이후로 선생님은 윤아의 눈을 마주 보지 못했다. 아마 그녀가 또 자신에게 화풀이를 할까 두려운 듯했다.어제 일을 떠올리니 윤아는 조금 미안했다. 그 선생님에게 사과하려 할 때 곁에서 수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가자. 회사에 데려다줄게.”이 말을 듣자, 윤아의 머릿속의 생각은 순간 사라졌다. 그녀는 서늘하게 입꼬리를 올리며 수현의 제안을 거절했다.“됐어.”수현은 얇은 입술을 꾹 다물었다.“차 갖고 오지 않았잖아. 설마 걸어가려고?”“내가 어떻게 출근하
“네.”수현은 차갑게 대답했다.“그럼 대표님... 윤아 아가씨께선 이미 지하철 타러 가셨는데 저희는 회사에 돌아가는 게 어떻습니까? 요즘 회사 업무가 아주 많아졌어요. 계속 처리하지 않는다면...”민재는 뒤에 말을 계속하지 않았으나 수현은 알만 했다. 그는 얇은 입술을 꾹 다물고는 시선을 거두었다.“회사로 가죠.”-윤아는 지하철역에 들어선 후 참지 못하고 고개를 돌려 뒤를 보았다. 그리고 아무도 따라오지 않은 것을 발견하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동시에 조금 아쉬운 기분이 들었다.그러나 그녀는 아주 빠르게 마음을 정리하고 표를 산 후, 회사로 갔다.그 후, 회사에서도 윤아는 일할 기분이 나지 않았다. 미팅할 때도 다른 생각을 하면서 집중하지 못했고 결국 흐리멍덩한 정신으로 미팅을 끝냈다.윤아의 뒤에서 따라 나오던 민우는 참지 못하고 손을 뻗어 윤아의 길을 막았다.“대표님, 요 며칠 상태가 영 아닌 것 같은데요?”이 말을 듣자, 윤아는 조금 멈칫하더니 그의 물음에 대답하지 않았다.“대표님, 설마 무슨 일이라도 생겼습니까?”민우는 눈썹을 올리며 물었다.“저한테 얘기해 보세요. 고민이라도 털어놓으면 한결 시원하잖아요.”얘기하라고?윤아는 고개를 저었다.“됐어요. 오 매니저가 알았다간 내일 모든 사람들이 알 겁니다.”“어, 대표님. 절 그렇게 오해하면 안 되죠. 전 비록 다른 사람들의 일에 관심을 많이 갖긴 하지만 입이 가벼운 건 아니거든요? 대표님 일 한 번도 다른 사람들에게 알린 적 없어요. 보세요, 저희 회사에서 대표님과 진수현 대표님 일을 아는 사람은 별로 없잖아요.”민우의 이 말에 윤아는 하나도 반박할 수 없음을 발견했다.안경 낀 그 남자 외엔 회사에서 그녀와 수현의 일을 아는 사람은 정말 없었다. 그리고 그 남자는 두 눈으로 직접 본 거니 당연히 이 범위에 속하지 않았다.민우가 한 말은 확실히 옳았다. 그는 가십거리에 관심이 많긴 하나 입이 가볍지 않았다.그녀의 일엔 확실히 누군가의 조언이 필요했다. 아빠는 연
원래 윤아의 감정생활을 흥미진진하게 들으려고 했지만 그녀가 아이 얘기를 하니 민우의 관심 포인트는 순간 변했다.“대표님, 쌍둥이를 낳으셨어요? 남자아이예요, 여자아이예요?”윤아는 무표정한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다.“제가 아니라 친구라니까요.”“아, 네네. 대표님 친구분이죠. 그러니까 친구분께서 낳은 쌍둥이가 남자아이예요, 여자아이예요?”“중요해요?”“중요하죠. 제가 엄청 궁금하거든요.”“...이란성 쌍둥이예요.”“와. 만약 진수현 대표님께서 정말 아이들을 뺏으면 아들딸 다 있는 거네요?”“친구 전남편이라니까요.”“아, 네네. 친구분 전남편이죠. 아까 실수했어요. 네, 실수.”“하지만 진... 대표님 친구분께선 왜 전남편이 자신과 아이를 뺏는다고 생각했대요? 함께 키우고 싶을 수도 있잖아요.”“함께 키운다니요. 농담하지 마요.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니까요.”“그렇다면 이유가 필요하지 않겠어요? 왜 불가능한데요?”민우는 눈썹을 올리며 분석했다.“대표님 전남편, 아니 친구분 전남편 되게 대단하시죠? 사회에서 자원도 많고 지위도 높고요. 그런 사람과 함께 아이를 키운다면 아이들의 미래에 아주 좋잖아요.”“함께 키우는 건 불가능하다니까요? 뺏어가기만 할 뿐이에요. 뺏기만 한다고요.”윤아는 고집스럽게 뒤의 말을 두 번이나 반복했다.“그리고 이미 만나는 사람도 있어요. 함께 키우고 또 도와주겠다는 거 다 가짜에요. 그냥 아이를 뺏으려는 수단일 뿐이라고요.”“만나는 사람이요?”여기까지 듣자, 민우는 드디어 포인트를 발견했다.그는 빙그레 웃으며 입을 열었다.“대표님, 그러니까 진수현 대표님께서 이미 만나는 사람이 있기 때문에 아이를 뺏을까 봐 두려우신 거죠?”윤아는 민우를 보며 대답하지 않았지만 눈빛과 표정은 이미 묵인한 상태였다. 그리고 그녀는 아까 민우가 친구분 남편이 아니라 직접 수현이라고 말한 것도 눈치채지 못했다.일 초 후, 민우는 못 말린다는 듯 웃었다.“대표님, 만약 이걸 걱정하시는 거라면 정말 그럴 필요 없어요.”“
“히히, 저는 또 대표님이 안 궁금해하시는 줄 알았죠. 듣고 계셨네요?”민우는 히죽거리며 말했다.윤아는 참을 인을 세 번 그리다 민우에게 말했다.“민우 씨, 잘리고 싶어요?”“그럴 리가요. 대표님 잘 따라오시나 그냥 농담 한번 해봤어요. ”윤아의 얼굴이 굳어지는 걸 보고 민우는 이어서 말했다.“알았어요. 저 그러면 계속할게요.”“약혼 날짜까지 나오고 그러니까 사람들은 다 진짜로 두 사람이 약혼하는 줄로 알았던 거죠. 심지어 지인이 약혼 파티 초대장을 받았다고 인터넷에 올렸다니까요.”윤아의 눈썹이 살짝 찡그러졌다.“그래서요?”“대표님, 진정하시고 제 말 좀 끝까지 들어보세요.”“…”“그 뒤로 많은 사람들이 초대장 받았대요. 그리고 약혼식장 내부 사진까지 찍혀서 남성에 두 사람이 약혼 소식이 쫙 퍼지고 사람들은 약혼식 날만 기다린 거죠. 심지어 기자들이 약혼한다는 소문에 진씨 가문 대문 앞까지 모여들었는데, 글쎄 진씨 집안에서 뭐라고 했는지 알아요? 근거 없는 소문이라고 그랬대요.”윤아의 눈이 가늘어졌다.“근거 없는 소문이라고?”“그렇다니까요. 수현 씨 본인이 나와 직접 말한 건 아닌데, 진씨 집안에서 나와서 얘기하기를 다 헛소문이라고 그랬대요.”민우는 턱을 만지며 계속 떠들었다.“근데 소문이 그렇게 다 퍼졌는데 누가 거짓말이라고 믿겠어요? 그리고 진씨 집안에서 대응한 후 소문이 더 거세진 거죠. 예식장 사진까지 나오고. 소영 씨 지인이라는 사람이 채팅창 캡처 사진도 올렸잖아요. 소영 씨가 직접 약혼 사실을 시인했다는 대화 기록을 캡처한 거요. 제가 그걸 보면서 어떤 생각이 들었는지 아세요?”윤아는 말없이 민우를 바라봤다.“아니 생각해 보세요. 진씨 집안에서 이미 헛소문이라고 말했는데, 왜 두 사람의 약혼 소문은 점점 더 거세질까. 뭔가 여자가 남자에게 약혼을 강요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잖아요. 약혼한다는 소문이 다 돌았는데 약혼식 날 남자가 나타나지 않는다면, 여자만 망신을 당하는 거고, 여자의 체면을 지켜주려면 남자가 약혼식에
“안 나타났다고?” 윤아는 잠긴 목소리로 물었다.“네. 그랬대요.”윤아는 말이 없어졌다. ‘무슨 생각으로 안 간 거지? 은인이라면서 어떻게 감당하려고.’하지만 그가 약혼식에 안 갔다고 해도 변하는 건 없었다. “그때 많은 기자가 세기의 약혼식인 줄 알고 갔는데 남자 주인공이 나타나지 않을 줄 누가 알았겠어요. 그날 소영 씨 되게 불쌍했다고 그랬대요. 약혼식인데 남자는 안 보이지. 소영 씨도 망신이고 강씨 집안도 체면이 말이 아니잖아요. 근데 기자들이 사진은 못 찍었다 하더라고요. 뭐 찍혔다고 해도 다 폐기됐을걸요. ”윤아는 문득 의문이 들었다.“아니면 진짜 거짓 소문인 게 아니었을까? 약혼식도 원래를 없었던 거고.”윤아는 여전히 믿기지 않았다. 애초에 수현이 자기와 계약 결혼도 깨고 애도 싫다고 한 게 다 소영 때문이었는데. 왜 그녀와의 약혼식에 나타나지 않은 거지?“처음에 누리꾼들도 그런 줄 알았는데 어느 기자가 봤을 때 엄청 화려하게 장식되어 있더래요. 근데 기자들이 찍은 사진 다 폐기됐다고 하더라고요. 지나가던 행인이 영문을 모르고 들어가서 이쁘다고 몇 장 찍어서 인터넷에 올려서 떠돌아다니다가 결국 그 사진들도 내려졌잖아요.”“사진 찍었다고?”“네, 저도 그때 소영 씨가 찍힌 사진을 봤거든요. 왜 그 손에 부케를 들고 있는 사진이요. 모습이 너무 안쓰러웠어요.”“사진을 봤어요?”윤아의 눈이 가늘어졌다. 처음에는 약혼식이 그냥 헛소문인 줄 알았는데 민우가 사진까지 봤다고 하니 약혼식은 진짜 있었던 일이고 수현이 가지 않은 것도 사실이었다. “그러니까요. 진 대표에게 다른 여자가 있다는 게 저는 잘 믿어지지 않아요. 몇 년동안 진 대표 옆에 다른 여자 있는걸 못 봤잖아요. 진짜로 그냥 대표님과 같이 아이들을 키우려고 한 게 아닐까요? 아니면…”민우는 잠시 말을 멈추고 윤아의 눈치를 살피면서 물었다. “대표님, 근데 이혼 왜 하셨어요? 두 분 사이 무슨 오해라도 있었던 게 아닐가요?”오해?윤아의 얼굴에 냉소가 어렸다. 오해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