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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3화

분노가 머릿속을 지배할 땐 이성이 흐려지기 마련이다. 심지어는 조금이나마 남아있던 이성마저 잠식되기도 한다.

아무리 진수현이라도 사랑하는 여자 앞에선 예외가 아니다.

하지만 이민재의 말을 들으니, 정신이 번쩍 들었다.

어느새 그를 지배하던 분노는 사그라들고 이성이 돌아오기 시작했다.

그래, 내가 화낼 자격이 있나?

민재의 말처럼 벌써 5년이나 지났는데 아직 그녀가 미혼인 거에 감사하고 이렇게나마 만날 기회라도 있다는 거에 감사해야 하는 거였다. 무슨 신분으로든 지금 그녀를 만날 사람은 다른 사람이 아닌 바로 자신이지 않은가.

생각 끝에 수현은 민재를 한 눈 보고 말했다.

“그러네요. 이 비서 생각보다 쓸모가 없진 않네요.”

“그렇죠?”

민재는 그의 칭찬에 화색이 돌았다.

“그럼, 대표님. 올해 제 월급 인상은 어떻게 안 될까요?”

수현이 코웃음을 쳤다.

“그건 나중에 보죠.”

“제가 시킨 일은 잘 진행했습니까?”

“그럼요. 오늘 밤에 바로 옮겨오기로 했습니다. 내일 바로 아이를 데리러 가면 되겠어요. 그런데... 대표님은 두 아이 앞에서 그 친구가 대표님 아이라고 하실 생각입니까? 그건 좀 곤란할 것 같은데요.”

“당연히 안 되죠.”

수현이 서늘하게 말했다.

“나더러 다른 애 아빠가 되라고요? 말도 안 되는 소리.”

그렇긴 하지. 다른 애더러 그를 아빠라 부르게 하는 건 아무리 연기라 해도 대표님이 허락할 리가 없다.

“그럼 달리 생각해 둔 신분이 있습니까?”

“조상이 친척이라면서요? 대충 친척인 척 부르면 되죠.”

민재는 곧바로 간편한 호칭을 생각해 냈다.

“그럼, 아저씨는 어때요?”

삼촌?

수현은 두 아이도 그를 아저씨라 부르던 걸 떠올리고 머리를 끄덕였다.

“그러죠.”

민재는 핸드폰을 꺼내 기록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뭔가 떠오를 때마다 수현에게 건의했다.

“대표님, 건의할 사항이 있긴 한데 이걸 말씀드려도 될지...”

“말해봐요.”

“그게... 두 아이가 대표님께 완전히 마음을 열기 전까진 조 씨네 그 아이를 대표님 댁에서 같이 지내게 하는 게 어떨까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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