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재는 잠시 멍해 있다가 얼른 달려갔다. "대표님!"-오 분 후.수현은 썩을대로 썩은 표정으로 병상에 앉아 있었는데 옆엔 어이가 없다는 얼굴을 한 간호사가 있었다."아니, 이렇게 아프면서 왜 가만히 있지 않아요? 링거 맞으면서 바늘을 빼는 사람이 어디 있어요? 이렇게 많은 피를 흘리고도 아프지 않아요?""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해요."민재는 어쩔 수 없이 곁에서 수현 대신 사과했다."정말 죄송해요."간호사는 생기 없이 병상에 앉아있는 수현을 한눈 본 후 또 말했다."다신 바늘 빼지 마요. 병원은 이미 충분히 바쁘니까 굳이 일 만들 필요 없어요."말을 마치고 간호사는 병실에서 나갔다. 그녀가 간 후, 병실은 다시 조용해졌다.이 해프닝 때문에 병실에 있던 아저씨와 아이는 모두 수현을 보았다."엄마, 이 오빠가 아까 피를 엄청 많이 흘렸어요."아이는 엄마 품에 안겨 수현은 짚으며 말했다.아이 엄마는 아이를 꼭 껴안았다."간호사 말 듣지 않고 함부로 주삿바늘을 빼서 피를 흘린 거야. 그러니까 우리 딸은 꼭 말 들어야 해. 아니면 이 오빠처럼 될 수 있어.""네, 엄마. 걱정하지 마세요. 꼭 말 잘 들으세요."민재는 머쓱해 머리를 긁적이며 수현은 향해 말했다."대표님, 오늘 정 입원하기 싫으시면 남성으로 돌아갈까요? 그리고 의사를 불러 몸조리해야 할 것 같아요."남성으로 돌아간다는 말에 수현은 인재를 차갑게 쏘아보고는 다시 침대에 누워 눈을 감았다.이민재: "..."하지만 수현이 스스로 누운 것을 보자 이렇게 생각했다.이제는 받아들이신 건가?다행이었다. 잠시 병원에서 치료받는 것도 좋은 일이었다.-윤아는 돌아간 민우와 오늘 투자 일에 대해 의논하려고 했었다. 하지만 회사에 도착해보니 소파에 앉아 그녀를 기다리고 있는 선우와 마주쳤다.그녀가 돌아온 것을 보자 선우는 몸을 일으켜 그녀의 가방을 들어주었다."돌아왔어? 어떻게 얘기했어?"말하면서 그는 윤아의 머리카락을 정리해 주었는데 행동이 아주 친밀했다.곁에 있던 민우는
윤아는 의식적으로 반박했다.“아쉬운 게 아니라 회사를 생각해서 그런 거야. 회사를 운영하고 발전시키는 데 투자가 필요하잖아.” “오 매니저는 예전에 대기업의 관리층이었어. 그리고 진씨 그룹도 투자받기 아주 좋은 선택지였고. 그리고 난 이미 다 잊었고 더는 신경 쓰지도 않아. 그러니까 콜라보를 해도 상관없어. 난 그 어떤 영향도 받지 않으니까.”“이제 남성에서 일할 때 진수현 만나기만 하면 피해야 해?”“그래? 영향받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있어?”“응, 장담할 수 있어.”“좋아. 그럼 나랑 약속해.”심윤아: “뭐?”“나랑 사귀어줘.”선우의 아름다운 얼굴엔 처음으로 웃음과 부드러움이 사라졌다.윤아는 이런 선우를 멍하게 바라보았다. 이렇게 갑작스럽게 몰아붙일 줄은 몰랐다.“너...”“아무 영향 없다며? 아까 차에서 오 매니저가 전화 오기 전, 뭘 말하려고 했어?”선우는 윤아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아무 영향 없다고 했지? 그럼 알려줘. 아까와 비교했을 때 지금 생각이 바뀌었는지 말이야.”윤아는 침묵했다.자신이 선우의 말에 반박할 수 없다는 걸 깨달아서였다.그 생각은 빠르게 생겼고 또 빠르게 사라졌다.그때 선우에게 너만 원한다면 한번 시도해 볼 수 있다고 말하려고 했었다.하지만 지금은 이런 충동이 사라졌다. 그 이유에 대해 그녀 자신도 잘 몰랐다.생각은 원래 시간이 지남에 따라 변하니까.“윤아야.”그녀가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을 보자 선우는 재촉했다.“대답해 줘.”윤아는 한마디도 할 수 없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고개를 푹 숙이고 우울하게 말했다.“네 말이 맞아. 아무 영향 없는 게 아니었어. 하지만 이런 영향은 시간 때문에 생긴 거지 다른 사람과 상관없어.”“다른 사람과 상관없다고?”선우는 가볍게 웃었다.“마음속으로 정말 그렇게 생각하는 거야?”“응, 당연하지.”일 초 후, 큰 손이 윤아의 턱을 부드럽게 감쌌다. 선우는 그녀의 턱을 들어 고개를 들어 올렸다. 그리고 몸을 굽혀 얇은 입술을 윤아의 이마에 대였
“좋아, 사흘.”원하던 대답을 얻은 선우는 드디어 만족한 듯 윤아를 놓아주더니 예전과 같은 웃음을 회복했다.“오 매니저랑 할 말이 있는 것 같으니까 불러올게.”말을 마치고 선우는 나갔다.그가 가니 원래 긴장한 나머지 경직되었던 그녀의 몸은 순간 느슨해졌다. 그리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이건 마치 바닷가에서 죽어가던 물고기가 다시 물속에 들어가 정상적으로 호흡을 할 수 있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윤아는 소파에 기대 조금 피곤한 듯 눈을 감았다.선우는... 정말 많이 변했다.예전에 그녀는 선우가 온화하고 상냥한 줄 알고 있었다.하지만 오늘 그의 태도는 아주 강력했고 굳건했다. 만약 그의 말을 따라주지 않는다면 이렇게 쉽게 그녀를 놓아주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밖에서 소리가 들려오더니 민우가 사무실에 들어왔다.“사장님?”민우는 사무실에 들어온 후, 또 몰래 밖을 보았다. 그는 윤아와 뭔가 말하고 싶었지만 선우가 엿들을까 봐 다시 밖에 달려가 선우가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 문을 닫았다. 그리고 신비스럽게 윤아에게 다가갔다.“사장님, 괜찮으세요?”윤아는 그가 갑자기 다가오자 깜짝 놀랐다.“뭐 하는 거예요?”“아무것도 아니에요. 그냥 사장님께서 괜찮나 해서요.”윤아는 어이가 없었다.“난 아주 괜찮으니까 나랑 멀리 떨어져 있어요.”“쳇.”민우는 그녀의 말대로 멀리 떨어지는 대신 그녀의 곁에 앉았다. 다만 남녀 사이의 거리를 유지했지만 말이다.“어떻게 됐어요? 저분 말을 따르기로 했어요?”이 말을 듣자 윤아는 눈썹을 찌푸렸다.“우리가 하는 얘기 훔쳐 들었어요?”“에이, 훔쳐 들은 게 아니라 밖에서 다 들리던데요. 두 분 목소리가 너무 높아서요.”“...”“정말 저분과 사귈 거예요? 진 대표님과 다시 만나는 게 아니고요?”“다시 만나긴 뭘 만나요. 헛소리하지 마요.”“하지만 진 대표님 한 일을 보니 다시 만나고 싶어 하던 눈친데요.”윤아는 입꼬리를 올렸다.“웃기네요.”어떻게 수현과 다시 만나겠는가. 예전에 얻은 교
하늘이 어두워졌다.병원.민재는 병상 옆에 앉아 우울한 얼굴로 테이블에 놓은 음식을 본 후 아무것도 먹지 않는 수현을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대표님, 하루 동안 뭐라도 좀 드셔야지 않겠어요?”그러나 수현은 이어폰을 꽂은 후 침대에 기대 핸드폰만 조용히 보고 있었다.민재는 가까이 다가가 한 눈 보았는데 핸드폰 스크린엔 두 아이의 라이브 방송이 자리 잡고 있었다.그는 어이가 없었다. 두 아이의 라이브 방송을 볼지언정 밥을 먹기 싫어했다. 민재는 마비된 표정으로 스크린을 보고 있다가 갑자기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만약 인스타에 계정을 만들고 두 아이에게 메시지를 보내 친구가 그들의 라이브 방송을 보기 좋아하지만 지금 많이 아프고 밥도 먹기 싫어하며 치료도 받지 않겠다고 말한 후 도움을 청하면 어떨까.꽤 쓸모가 있을 것 같았다. 만약 두 아이가 라이브 방송에서 이 친구에게 밥을 잘 먹으라고 한다면 수현은 아마 그들의 말을 들을 거다.이렇게 생각한 민재는 가만히 핸드폰을 꺼내 인스타 계정을 만들기 시작했다.평소 일이 너무 바쁘기 때문에 민재는 인스타를 놀 시간이 없었다. 그래서 전화번호로 새 계정을 만들었다.그는 한참 동안 연구한 후에야 라이브 방송을 볼 수 있었다.하지만 바로 이때 수현이 날카로운 시선으로 그를 쏘아보았다.“지금 뭐 합니까?”“아무것도 아닙니다.”민재는 가볍게 기침한 후 도둑이 제 발 저린 듯 입을 열었다.“대표님께서 계속 보시길래 저도 아이들이 귀여워 보여서요. 그래서 뭐가 그렇게 재미있는지 보고 싶었어요.”수현은 차가운 시선으로 그를 한참 보다가 결국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시선을 거두었다.민재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동시에 또 가만히 댓글을 작성했다.[귀염둥이들, 안녕. 숙제 하는구나? 어머, 귀여워라.]원래 긴 문장을 보낼 생각이었지만 손가락이 뭘 잘못 눌렀는지 이미 보내졌다.새 계정이기 때문에 댓글을 보내자마자 수현은 또 서늘한 시선으로 그를 쏘아보았다.민재는 켕기는 게 있는 듯 고개를 푹 숙였다.“보기만
[빨리 낫길 바라요!]라이브 방송을 보고 있는 사람들은 모두 착했다.훈이는 가까이 다가가 보았다.귀엽고 완벽한 얼굴이 카메라에 확대되었다.“헐!”핸드폰을 들고 있던 민재는 순간 참지 못하고 감탄했다. 그리고 확대된 이 얼굴을 놀라서 바라보았다.착각인지 모르겠지만 정말 수현을 축소한 것 같았다.그래서 민재는 가끔 고개를 들어 수현을 보고는 또 고개를 숙여 스크린에 나온 훈이를 보았다.보면 볼수록 이상했다.결국 그는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예전에 그는 수현이 아이들의 라이브 방송을 본다는 것과 아이들이 수현과 비슷하게 생겼다는 것만 알고 있었다.그런데 그는 오늘 처음으로 확대된 아이의 얼굴을 보았다. 완벽한 얼굴은 비록 애티를 벗지 못했으나 이미 차갑고 듬직한 미래 모습을 연상할 수 있었다. 이건 수현과 완전 흡사했다.예전에 성형한 아이들은 비록 비극이었지만 여러 가지 문제점을 보아낼 수 있었다.하지만 눈앞의 이 아이는 그저 보드라운 피부만 보였다.“저 봤어요. 이씨 성을 가진 분, 어떻게 부르면 될까요?”민재는 이 소리에 얼른 정신을 차리고 댓글을 보냈다.[아저씨라고 부르면 돼. 아, 내 친구는 성이 진씨니까 진 아저씨 혹은 형이라고 부르면 돼.]형이라면 더 젊어 보이기 때문에 수현이 기뻐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렇게 보냈다.하지만 다 보낸 다음 조금 이상한 것 같아 얼른 말을 보탰다.[됐어. 그냥 아저씨라고 불러. 나이도 꽤 많은데 형이라고 부르는 건 아닌 것 같아.]이 댓글을 본 수현: “...”민재는 어쩔 수 없이 헤헤 웃었다.그쪽에 있던 훈이는 카메라를 보며 진지하게 말하기 시작했다.“아저씨, 안녕하세요. 저희 라이브 방송을 봐주셔서 고마워요. 어떻게 아픈진 모르겠지만 의사 선생님 말씀 잘 듣고 치료받으셔야 나아요.”아이는 비록 나이는 어리지만 언어 능력은 대단했다. 민재가 원하던 걸 그대로 말해주었다.그는 참지 못하고 핸드폰 스크린에 엄지손가락을 들어 보였다.“잘했어.”“전 아저씨가 건강하고 행복하길 바랄
쓸모가 있었다.민재는 그 웃음을 본 순간 자신의 노력이 헛되지 않았음을 발견했다.그는 기쁜 마음으로 물었다.“대표님, 그럼 뭐라도 드실래요?”하지만 수현의 대답은 그에게 차가운 물을 퍼부은 것만 같았다.“내가 언제 먹겠다고 했어요? 쓸모없는 짓 하지 말라고 하지 않았어요?”민재는 자리에 멍해 있었다.“네? 아까 분명...”웃음이 걸려있는 눈은 지금 다시 평소 그 차갑고 다가가기 어려운 수현으로 돌아왔다.수현은 민재의 말에 대꾸하기 귀찮았다. 머릿속에는 또 아까 두 아이가 그에게 건강하길 바란다는 말이 떠올랐는데 마음이 따뜻해졌다.신기했다. 스크린을 통해 모르는 아이들에게 치유를 받는 기분 말이다.수현은 손가락을 움직여 또 아이들에게 선물을 보냈다.“어?”윤이는 핸드폰에 뜨는 선물을 보냈다는 메시지를 보더니 큰 눈을 동그랗게 뜨면서 말했다.“고독현 밤 아저씨도 계셨네요. 안녕하세요, 선물 고맙습니다.”아이의 귀여운 모습은 비행기에서 봤을 때랑 똑같았다.하지만 지금 고도현 밤 아저씨는 아이에게 낯선 사람일 뿐이었다. 윤이는 비행기에 있을 때도 그를 몰랐고 라이브 방송할 때도 비행기에서 만났다는 것을 몰랐다.곁에 있던 훈이는 고개를 긁적였다. 이 아저씨가 또 선물을 보낼 줄 몰랐다. 매번 보내지 말라고 해도 소용이 없었다. 그래서 훈이는 이 아저씨가 계속 선물을 보내는 걸 보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그는 돈도 많았고 시원시원했다.그리고 이건 훈이가 고독현 아저씨에 대한 유일한 인상이었다. 매번 윤이와 라이브 방송을 할 때 이 아저씨는 꼭 와서 선물을 보내곤 했다.그래서 윤이는 계속 고맙다고 인사했고 훈이도 함께 말했다.“고독현 밤 아저씨가 보낸 선물 고맙습니다.”민재는 누가 라이브 방송에서 계속 선물을 보내는 것을 보았다. 여러 가지 색깔의 선물이 끊임없이 나타나는 것을 보며 그는 드디어 눈치챘다.“대표님, 설마 대표님께서 이 고독현 밤에세요?”헐, 이 정도 선물이면 돈을 얼마나 썼다는 거야?하지만 이 돈은 민재에겐 많지만
“아가씨, 전화 왔어요. 나머진 제가 할게요.”“그래요.”윤아는 어쩔 수 없이 핸드폰을 들고 주방에서 나가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윤아 아가씨.”익숙한 목소리에 윤아는 멈칫했다.“이 비서님?”왜 또 전화했지?“윤아 아가씨, 늦은 시간에 전화해서 죄송합니다.”윤아는 입술을 꾹 다물었다가 담담한 말투로 물었다.“무슨 일인가요?”민재가 말을 하려고 했을 때 수현은 턱을 살짝 올리면서 스피커를 켜라고 했다.그래서 수현의 시선 하에 민재는 별수 없이 스피커를 켰다. 그리고 더듬거리며 말했다.“그게요, 대, 대표님께서 아직 아무것도 드시지 않았어요. 계속 먹는 걸 거부하거든요. 그러니까 아가씨께서...”“이 비서님.”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윤아는 그를 불렀다.“진 대표는 이미 성인이에요. 먹든 말든 그건 자신이 알아서 할 겁니다. 만약 먹지 않는다면 아마 자신의 건강에 생각이 있어서겠죠.”말을 마치고 윤아는 전화를 끊었다.이민재: “...”그는 핸드폰을 들고 고개를 들 엄두를 내지 못했다. 왜 스피커를 켜 수현에게 들리게 했는지 엄청 후회되었다.정말 망했다.그는 고개를 들지 않아도 수현에게서 뿜기는 차가운 기운이 느껴졌다.“대, 대표님.”“꺼져요”민재는 감히 말하지 못했다. 그는 그저 핸드폰을 들고 묵묵히 몸을 일으켰다.수현은 어두운 표정으로 앉아 있었는데 지금은 라이브 방송을 볼 기분도 없어 손을 뻗어 핸드폰을 껐다.그래서 그는 라이브 방송에 나타난 부드러운 여자 목소리를 듣지 못했다.“윤아, 훈아. 오늘 라이브 방송 시간 끝났어.”만약 수현이 조금만 더 봤더라면 이 여자 목소리의 주인이 윤아라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을 거다.“그럼 오늘 라이브 방송은 여기까지 할게요. 여러분 안녕.”라이브 방송을 끈 후 윤아는 핸드폰을 거두었다.“오늘 숙제 다 했어?”“네, 다 했어요. 엄마.”윤이는 뭔가 떠오른 듯 윤아의 어깨를 안으며 애교를 부렸다.“엄마, 아까 누가 엄마한테 전화하지 않았어요?”윤아는 멈칫한 후
수원?그도 수원에 있다는 걸 확인한 윤아는 그대로 굳어버렸다.몇 초 후, 윤아는 최근 이상하리만치 자주 발생한 우연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이곳에 오기 전, 윤아는 수원이 아주 조용한 도시일 줄 알았다. 그래서 여기서 창업하면 아는 사람을 마주칠 일도 적을 거라 여겼다.하지만...누군가를 떠올린 윤아는 핸드폰을 내려놓았다.‘됐어, 마주치면 또 뭐 어때?’수원 이 작은 땅에서 창업하고 이제 그의 투자까지 받은 마당에 더 피하려고 하는 건 의미가 없는 일이다.그냥 협업사 정도로만 생각하고 대하면 된다.생각은 그렇게 했지만 윤아는 심란한 마음에 밤을 설쳤다.그녀는 침대에서 뒤척이다 문득 의사와 이민재가 그녀에게 했던 말이 떠올랐다.위병이 있는데도 약을 안 먹다니. 성인이 돼서도 자기 몸 하나 간수 못 하는 모습이 우습기 짝이 없다. 계속 그렇게 가다간 어떤 결과를 낳게 될지는 스스로도 잘 알고 있겠지.그런데도 나아지려는 노력조차 안 한다면 그 결과는 진수현이 오롯이 감당해야 할 것들이다.‘만약 진수현이 그것도 다 상관없다면 그래도 내가 관여해야 할 문젠가?’아니.상관할 바가 아니다.한다고 해도 강소영이 할 일이지.여기까지 생각한 윤아는 또 몸을 뒤척였다.윤아는 수현의 비서가 왜 강소영이 아닌 그녀에게 전화했는지 도무지 이해되지 않았다.이런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머릿속을 가득 채우는 바람에 윤아는 긴 밤을 뜬눈으로 지새웠다.이튿날, 시끄럽게 울려대는 알람 소리와 함께 윤아는 강한 의지력을 발휘해 겨우 몸을 일으켰다.그녀는 눈을 뜨자마자 평소 습관대로 두 아이의 밥을 챙기고 학교로 데려갈 준비를 했다.평소보다 기운이 없는 윤아의 모습에 장 씨 아줌마가 따뜻하게 물었다.“아가씨, 어젯밤에 못 주무셨어요? 안색이 안 좋아 보이는데.”윤아는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네. 어제 잠을 잘 자지 못했어요.”“그렇군요.”이 틈을 타 잘 보이려는 장 씨 아줌마:“오늘 일 없으면 집에서 쉬세요. 아이들 학교는 제가 데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