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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6화

역시 이 여자는 잠들었을 때가 가장 순하다.

깨어있을 땐 너무 건방지고 차갑다.

그녀의 냉랭한 눈빛을 떠올리며 수현은 가슴 한켠이 아려왔다.

두 사람은 만나서부터 지금까지 따뜻했던 순간이 몇 번 없었다.

유감스럽게도 그 평화는 오래 가지 못했다.

윤아의 주머니에 있던 핸드폰이 고요하던 차 안에 요란하게 울려 퍼지는 바람에 단잠에 빠졌던 윤아도 화들짝 깨어버리고 말았다.

수현은 순간 몸이 굳어버렸다.

그러나 윤아는 눈도 안 뜬 채 익숙한 듯 손만 움직여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가까이 앉은 덕에 수현은 핸드폰 화면 속 ‘선우’이라는 이름을 볼 수 있었다.

그의 낯빛이 곧바로 어두워졌다.

“여보세요.”

윤아가 핸드폰을 귀에 가져다 대며 말했다.

말투가 어눌한 탓인지 선우는 잠시 멈칫하더니 물었다.

“자고 있었어? 어딘데?”

“음.”

윤아는 아직 정신이 흐릿했는데 그래서인지 목소리가 부드러운 솜뭉치 같이 나왔다. 윤아는 잠들기 전 기억을 되짚으며 말했다.

“차 안에.”

말을 마친 윤아는 자세가 불편한지 움직이는 바람에 머리를 수현의 어깨에 비볐다.

편한 자세를 찾은 후 윤아는 다시 말했다.

“무슨 일이야?”

“차 안에서 잔다고? 윤아야, 혹시 어젯밤에 잘 못 잤어?”

‘어젯밤에 못 잔 게 아니라 진수현이 말을 너무 험하게 타서 멀미하느라 저도 모르게...’

윤아는 불현듯 뭔가 생각 난 듯 몸이 얼어붙었다.

그러고는 서서히 눈을 뜨고 머리를 들었다. 그러자 마주친 수현의 검은 눈동자. 그는 그늘진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윤아야?”

윤아가 한참 동안 말이 없자 선우가 불렀다.

수현이 얇은 입술을 달싹이며 물었다.

“편하게 기댔나?”

선우의 목소리가 순간 멈췄다.

“윤아야, 너... 어디야?”

윤아는 원래 수현을 만났다는 사실을 별일 아니라 여겨 그에게 말할 생각이 없었다. 하지만 이렇게 들키게 된 거 그냥 말하기로 했다.

“아직 가는 길이야. 오늘 일이 좀 있어서, 돌아가면 얘기해 줄게.”

선우는 잠시 침묵하더니 대답했다.

“그래.”

그는 잠시 멈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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