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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3화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거세게 부는 바람에 윤아의 머리카락이 사정없이 흩날렸다.

미친 듯 달리는 말 때문에 울렁이던 속도 이제 한결 나아졌다. 윤아는 고개를 숙여 자신을 꽉 끌어안은 수현의 손을 바라보며 차갑게 말했다.

“이만하면 됐어?”

수현이 잠시 멈칫했다.

“됐으면 좀 놓지. 나 깃발 가지러 가야 하는데.”

윤아는 수현의 몸이 굳은 걸 느꼈다. 그리고 그는 서서히 그녀를 안았던 손을 풀었다.

“그래. 가져야지.”

수현은 먼저 말에서 내린 후 윤아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러나 윤아는 그를 한 눈 보고는 건넨 손을 잡지 않고 스스로 힘겹게 말에서 내렸다.

윤아의 이런 모습에 수현은 다시 눈빛이 차게 식었다.

말에서 내린 윤아는 숨을 한번 들이쉬고는 올라가 깃발을 뽑았다. 옆의 경품은 별 관심이 없었기에 열어보지 않았다.

윤아가 몸을 일으키던 그때, 멀리서 서원이 욕을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 짐승 같은 인간. 어떻게 나보다 빨리 오지.”

서원은 말에서 내리며 짜증스럽게 줄을 내팽개쳤다.

“민아영 씨! 그쪽이 샛길로 못 가게 해서 이런 거 아녜요.”

민아영:“웩.”

서원:“...”

서원은 수현을 한 눈 보고 그를 지나치고 윤아와 얘기하려 했다. 그러나 수현이 손을 뻗어 그의 앞길을 가로막았다.

“내기의 룰이 뭐였는지 까먹었나 봐?”

그의 말에 서원의 표정이 굳었다.

“에이 왜 이래. 우리 알고 지낸 지도 꽤 됐는데, 지금 나랑 장난 하는 거지?”

그러나 수현은 물러설 생각이 전혀 없는 듯 그를 노려보며 말했다.

“내가 지금 장난하는 것 같아?”

서원은 뭔가 말하려는 듯 입을 달싹였지만, 수현의 이글거리는 눈빛을 보고 심상치 않음을 느껴 입을 다물었다.

수현은 지금 룰을 지키라는 경고 정도가 아닌 것 같았다.

그저 그런 것뿐이라면 그의 몸에서 살기가 느껴지진 않았겠지.

서원은 그의 옆에 깃발을 쥐고 서있는 청순한 미모의 윤아를 바라보았다. 그는 윤아와 수현 사이에 뭔가 미묘한 기류가 흐르는 걸 감지했다.

서원은 하는 수 없이 꼬리를 내리고 뒤로 두 걸음 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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