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우는 손을 잠시 멈추더니 싱긋 웃었다. 하지만 손은 거두지는 않고 계속 그녀의 단추 위에 올려두었다.“윤아야.”그의 목소리는 매우 부드러웠다.“이 정도로 날 밀어내는 거야?”“아니, 난 그쟝...”심윤아는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아직도 고민하고 있었는데 이선우는 한숨을 쉬며 자기 손을 떼어냈다.“그런 거라면 네가 직접 해.”심윤아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가 손을 떼어내자 심윤아는 재빨리 뒤돌아서더니 자기 겉옷의 단추를 채웠다.옷을 다 입은 그녀가 뒤돌아섰을 때 이선우는 그녀의 노트북이 든 가방을 대신 들고 앞으로 걸어갔다. 심윤아도 재빠르게 따라갔다.회사 사람들은 거의 퇴근했지만 아직 남아서 야근을 하는 사람들은 두 사람을 만나면 인사를 건넸다.“이 대표님, 심 매니저님.”두 사람은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엘리베이터에 탄 뒤 심윤아는 그에게 주현아가 자기 집에 있다고 얘기했다.“현아 씨 휴가야? 현아 씨네 대표님이 휴가를 준 건가?”주현아의 상사 얘기를 꺼내자 심윤아는 웃음을 찾을 수가 없었다.“어, 어렵게 얻은 휴가야. 나도 걔 사장님이 휴가를 3일이나 준 게 이상해.”두 사람은 일상적인 수다를 떨며 함께 차에 탄 뒤 주차장을 떠났다.집에 도착해 심윤아와 이선우가 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밥을 짓는 맛있는 냄새를 맡았다. 그리고 따뜻한 노란색 불빛 아래 심하윤과 심서훈은 거실 소파에 앉아 애니메이션을 보고 있었다.“엄마! 아저씨.”두 녀석은 며칠 동안 못 본 이선우를 열정적으로 반기며 모두 이선우에게 안겼다.이선우는 한 손에 한 명씩 들고 두 녀석을 모두 안아 올렸다.신서훈은 조금 쑥스러워하며 이선우의 목을 살짝 끌어안았다.그런데 심하윤은 이선우의 목을 꽉 끌어안으며 애교 섞인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아저씨 우리 엄마 데려다줘서 고마워요. 아저씨 최고!”“엄마를 데려다주지 않으면 이 삼촌은 싫어?”“아니요. 아저씨는 항상 좋아요.”이선우는 이미 신발을 바꿔 신은 뒤 바로 주방으로 들어가 이쪽에는 신경도 쓰지
이선우는 보기에는 온화에 보이지만 사회적 지위가 매우 높았기에 그녀는 감히 이선우를 평범한 남자를 대하듯이 할 수 없었다.알고 지낸 지 시간이 조금 지난 뒤에 아마도 그녀가 심윤아의 절친이기도 했기에 이선우는 그녀를 아주 잘 대해주었다. 뭔가 좋은 것이 있으면 그녀에게도 선물하곤 했다.시간이 흐르면서 주현아는 이선우의 편에 서게 되었다. 심지어 때때로 이선우의 칭찬을 심윤아에게 하기도 했다. 거기에 그녀는 진심으로 이선우를 괜찮은 남자라고 생각했다.심윤아의 곁을 5년 동안 지켰고 거기에 한 번도 옆에 다른 여자가 없었다.이 정도로 지극정성인 남자는 이 세상에 이선우를 제외하고는 오래전에 멸종됐을 것이다. 그리고 그는 심윤아가 이혼한 뒤 애들을 낳은 것도 신경 쓰지 않았고 아이들도 자신의 아이처럼 대했다.이게 사랑이 아니라면...“뭘 얻는다는 거야?”이때 심윤아는 부엌에서 나오면서 주현아가 한 말의 절반은 들었지만 앞의 내용은 듣지 못한 듯했다.주현아는 헛기침하면서 얼굴이 붉어지거나 더듬지도 않고 거짓말을 했다.“뭘 얻겠어? 당연히 프로젝트지.”이선우는 심윤아의 손에 들린 그릇을 받아 들며 말했다.“내가 할게.”심윤아도 그릇을 이선우에게 건네주었다.“식사 시간 다 됐는데 아직도 일 얘기 중인 거야?”“야, 일 얘기가 어때서? 이건 우리가 그만큼 일에 열정이 있다는 거야. 일은 우리의 생명과도 같다고.”그 말을 들은 심윤아는 고개를 돌려 주현아를 바라보았다.“그래? 그럼 지금 바로 네 상사한테 전화해서 일이 네 생명이라고 말한다?”주현아는 바로 고개를 숙였다.“좋은 분위기에 갑자기 개 같은 상사 얘기는 왜 꺼내? 그 사람 얘기 꺼내지도 마.”다들 앉은 뒤 심윤아는 주현아의 방금 주현아의 표정이 떠올라 계속 웃었다.“내 느낌에는 너하고 네 상사 곧 원수를 사랑할 것 같은데?”“쯧쯧, 누가 그 사람을 사랑한대? 심윤아 내가 경고하는데 날 그 남자와 엮지 마. 내가 5년 동안 솔로 탈출을 못한 건 모두 그 사람 덕분이니까. 내가
저녁 식사 후 이선우는 소매를 걷어붙이며 말했다.“설거지는 내가 할게.”“설거지 안 해도 돼. 식기세척기에 넣기만 하면 돼.”하지만 이선우의 움직임이 너무 빨라 심윤아가 반응할 새도 없이 그릇들을 모두 그가 가져갔다.주현아는 옆에서 구경하다가 놀리지 않을 수가 없었다.“그냥 둬 윤아야. 하고 싶다잖아. 네가 계속 말리면 선우 씨가 언제 또 점수를 따겠어?”“맞아.”이선우도 주현아의 말에 동의했다.“나한테도 점수 딸 기회를 줘야지.”이렇게까지 말하니 심윤아도 더 뭐라고 할 수가 없어 남은 그릇들을 이선우에게 가져다주었다.잘 시간이 되자 주현아는 자기 방이 있으면서도 굳이 베개를 안고 와서는 심윤아와 함께 자겠다고 했다.창밖에서는 비가 조금씩 내리고 있었고 방 안의 온도도 많이 떨어졌지만 두 사람이 한 침대에 누우니 이불 안의 온도는 올라갔다.“전에 학교 다닐 때 내가 너희 집에 자주 놀러 가서 몰래 자고 왔던 거 기억난다. 근데 그때 너희 집 침대 엄청 컸었는데. 사실 나는 그때 부잣집 침대는 다 이만큼 큰가 싶었어.”전에 일을 얘기하니 심윤아는 웃음이 터졌다.“아빠는 내가 침대서 떨어질까 봐 걱정되셨나 봐. 그래서 어렸을 때부터 맞춤 제작한 침대에서 잤어.”“아이고, 네가 그 말하니까 그때 아무리 네 침대에서 굴러도 떨어지지 않던 기억이 떠오르네.”세월이 흘러 지난 일을 얘기할 때마다 사무치게 그리운 느낌이 들었다.주현아는 마치 작은 새처럼 예전에 재미있었던 일을 재잘재잘 얘기했다.“맞다. 너 그때 기억나? 우리 잘 때 몰래 훔쳐 먹다가 너희 집 도우미한테 들켰던 거.”하지만 주현아의 말에 아무런 답도 들려오지 않았다.주현아는 심윤아가 잠이 든 줄 알고 무의식적으로 그녀를 바라봤더니 그녀는 멍하니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윤아야, 윤아야?”주현아가 몇 번 부르자 그제야 정신을 차렸다.“너 왜 그래?”심윤아는 그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아니, 방금 잠깐 멍때렸어.”하지만 주현아는 그녀의 뒤통수를 움켜쥐고서는 겁을
이 말에 심윤아는 눈살을 찌푸리며 반박했다.“하지만 감정이란 건 그런 것 때문에 생기는 게 아니잖아.”“그럼 뭘 봐야 하는데? 네가 말해 봐.”뭔가 떠올랐는지 주현아는 웃음을 터트렸다.“그러지 말고 나한테 솔직하게 말해 봐. 5년 동안 네 마음에 든 사람이 있었어? 너한테 마음 있었던 사람이 이선우뿐만은 아니었잖아.”심윤아가 말했다.“현아야, 난 애들이 있잖아. 그런 거 생각하고 싶지 않아.”“하지만 그 사람들은 너한테 애가 있다는 거 신경 쓰지 않았잖아. 이선우는 아예 하윤하고 서훈이를 자기 자식처럼 생각하며 키우고 있던데?”“그건 나도 알아. 내가 신세를 너무 많이 졌어.”아마도 이번 생에는 다 갚지 못할 것이다.“아이고, 내가 이선우라면 방금 네 말 듣고 무조건 상처 받을 것 같아.”주현아는 이선우 대신 가슴 아파하고 있었다.“내 느낌엔 이선우 씨 괜찮은 사람 같아. 외모도 집안도 좋지만 가장 중요한 건 깔끔하고 매너가 좋다는 거야. 주위에 다른 여자도 없잖아. 오직 너뿐이지. 만약 네가 이선우 씨를 마음에 들어 한다면 남은 인생은 분명 행복할 거야.”“현아야...”“됐어 됐어. 이선우가 너한테 얼마나 잘하던지 이선우 이미지가 얼마나 좋던지 상관없이 난 널 위한다는 것만 믿으면 돼. 그래서 괜찮은 사람 같으니까 너한테 고민해 보라는 거고. 만약 네가 정말 싫다면 차버리면 되지. 뭔 큰일이라고. 이제부터 난 아무 말도 하지 않을게.”주현아가 자기를 적극적으로 설득할 줄 알았던 심윤아는 그녀의 말을 듣고 놀랐다.“내가 널 설득해서 뭐 해? 바보야? 넌 내 친구야. 네가 싫어하는 일을 내가 왜 강요하겠어? 그리고 내가 너한테 강요한다고 해서 소용이나 있겠어?”이 말을 들은 심윤아는 어린 소녀같이 천진난만한 미소를 지었다.그녀는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에 이렇게 웃어본 적이 거의 없었다.이런 말이 효과가 있을 줄 알았다면 더 많이 했을 텐데. 친구로서 심윤아의 미소를 지켜주는 것도 주현아의 의무였다.귀국하는 날짜가 정해진 뒤 심윤
이런 생각을 하며 진수현은 전에 추가했던 연락처가 떠올랐다. 하지만 그가 답장하지 않아 두 사람의 연락은 끊겼다.후원금을 주면 거절했었는데 앞으로 라이브 방송을 계속하면 자기가 또 후원금을 보낼 것 같아서 그러나? 그래서 아예 라이브를 접는 건가?만약 그가 카드 번호를 보낸다면?진수현은 이 두 아이를 좋아했다. 비록 두 아이가 라이브 방송을 하는 횟수는 많지 않았지만 두 아이의 라이브 방송을 볼 때마다 그는 삶의 어둠을 쫓아낼 수 있었다.두 꼬마가 너무 귀여워서 그는 지난 1년 동안 그들을 지켜보는 것이 습관이 되었다.그는 자신의 기분을 대신할 수 있는 다른 것을 찾지 못했다.만약 두 꼬마가 정말 그 이유로 라이브를 하지 않는 거라면...순간 진수현의 머릿속에는 수많은 해결책이 떠올랐다.그러나 그가 더 오랫동안 쓸데없는 상상을 하기 전에 라이브에서 서현이가 하윤이의 말실수를 바로 잡았다.“앞으로 라이브 방송을 하지 않겠다는 건 아니에요. 최근 이사를 해야 해서 이사할 때까지 방송하지 못한다는 뜻입니다.”“네.”하윤아도 따라서 고개를 끄덕였다.“우리 이사해요.”두 꼬맹이가 단순히 이사 때문에 잠시 라이브 방송을 하지 않는다는 말에 그제야 진수현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다행히도 단지 이사 때문이었다.그는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두 꼬맹이의 IP주소를 찾아보았는데 외국이었다.자기가 지금 있는 주소와 같은 위치에 있어 진수현은 깜짝 놀랐다.전에는 특별히 두 꼬맹이의 주소를 찾아보지 않았었다. 이번에 회의차 해외 출장을 왔기 때문에 당연히 자신이 두 꼬맹이와 같은 곳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했다.하지만 나라가 너무 커서 꼭 같은 도시에 있을 거라는 보장은 없었다.라이브 방송 댓글에는 다들 어디로 이사를 가는지 묻고 있었다. 하지만 두 꼬맹이는 아주 똑똑했다. 직접적으로 주소를 밝히지 않고 그저 귀국할 수 있다고만 했다.귀국한다는 얘기에 진수현은 살짝 움찔했다.두 꼬맹이는 모어인 한국어로 자연스럽게 대화했기에 당연히 어느 나라인지 물을
진수현 어머니의 지시가 있었기에 이민재는 두려울 것이 없었다. 이건 여우의 권력을 빌려 호랑이를 상대하는 것과 같았기에 서둘러 진수현에게 약을 먹으라고 했다.가장 좋은 점은 약을 먹으라고 재촉하는 것만으로 두 배의 월급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었다. 정말 꿀 직장이란 이런 것이 아닐까?“대표님이 약을 드시지 않으면 잠시 후에 사모님께서 전화해서 물으시면 제가 곤란합니다.”그 말이 떨어지자 이민재는 차가운 시선의 자기 얼굴에 날아와 꽂히는 것이 느껴져 순간 목덜미에 소름이 돋았다.이제야 이해가 되었다. 아무리 진수현 어머니의 지시가 있었다고 해도 진수현은 그녀의 아들이었다. 지금 이렇게 막무가내로 한다면 결국 손해를 보는 건 자신이었다.하지만 이어지는 진수현의 행동에 이민재는 깜짝 놀랐다.진수현이 자기 앞에 놓은 약을 그가 따라준 따뜻한 물에 먹었기 때문이다. 그런 다음 물컵을 테이들 위에 무거운 소리를 내며 올려놓았다.“만족해?”이민재는 정신을 차리고서는 얼른 고개를 끄덕이며 허리를 굽신거린 뒤 만족한다고 말하며 방을 나갔다.그가 나가자 진수현은 뭔가 떠올랐는지 다시 핸드폰을 꺼내 라이브 방송이 끝난 화면을 켜며 입술을 오므렸다.다음 방송이 또 언제일지 몰라 늦지 않게 빨리 돌아오길 바랐다.“라이브 끝났어?”심윤아는 방금 물건들을 정리해 주머니에 넣어두자마자 두 녀석이 핸드폰을 들고 다가오는 것을 발견했다.“네, 엄마.”심서훈은 얌전하게 핸드폰을 심윤아에게 건넸다.“사람들한테 한동안 라이브 방송 못 한다는 거 말했어?”“네, 사람들한테 다 말했어요.”“그럼 됐어. 우리 요 며칠 동안 먼저 짐 정리 끝내고 돌아가면 되니까 서두르지 않아도 돼.”심서훈은 뭔가 생각났는지 갑자기 물었다.“마미, 외할아버지한테 말했어요?”그 말에 심윤아는 멈칫하더니 그제야 알아차렸다.“맞다, 요즘 너무 바빠서 그건 깜빡했어. 다음 날 저녁에 우리는 외할아버지 집에 갈 거야.”“좋아요.”5년 전 심윤아가 금방 외국에 왔을 때 심인철의 회사는 보잘것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아버지가 너무 오랫동안 외로우셨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어렵게 서로 마음이 맞는 상대를 만나셨는데 그녀가 강제적으로 끊어 놓는다면 아버지에게 너무 잔인한 일이었다.그 여자분은 아주 적극적이었다.심윤아가 두 사람의 일을 알게 된 뒤 그녀는 몰래 찾아와서 조심스럽게 이야기했었다.“윤아양 가족에 대한 일은 나도 아버지한테서 들었어요. 특별한 상황이라는 거 나도 알아요. 내가 맹세할게요. 윤아양 아버지와 만나는 건 절대로 뭔가를 얻기 위해서가 아니에요. 그래도 윤아양이 걱정된다면 윤아양한테 각서라도 써줄 수 있어요. 심씨 가문의 어떤 것도 갖지 않겠다는 각서 말이에요. 우리 두 사람만 아는 걸로 하고요.”“각서요? 그럼, 좋습니다.”이에 심윤아는 이선우의 회사 법무팀을 통해 각서 대신 계약서를 준비해 그녀에게 건넸다.그녀는 계약서를 읽어보지도 않고 펜을 들더니 바로 사인하려고 했다. 그 모습에 심윤아는 그녀의 행동을 제지하며 물었다.“계약서 읽어보셔야죠. 제가 속일까 봐 걱정되지도 않으세요?”그녀는 수줍게 웃으며 말했다.“인철 씨가 좋은 사람인데 그런 인철 씨의 딸인 윤아양이 절 해칠 리가 있겠어요.”상대방의 진심에 감동한 심윤아는 어버지의 마음을 상하게 하고 싶지 않아 결국 계약서에 사인을 하지 못하게 했다.심윤아가 계약서를 집어넣자 그녀는 당황하며 물었다.“윤아양, 갑자기 왜 계약서를 쓰지 않아요? 나와 인철 씨가 함께하는 걸 반대하는 건가요?”“아니요.”심윤아는 담담하게 웃으며 고개를 들어 상대방을 바라보았다.“이제부터 절 윤아라고 불러주세요. 말씀도 편하게 하시고요. 만약 저희 아버지와 함께하시게 되면 절 편하게 생각해 주세요. 그리고 다음에 계약서를 쓰게 된다면 꼭 잘 확인하시고요. 오늘처럼 하시면 쉽게 사기당하세요.”계약서를 쓰자고 한 건 딸로서의 작은 이기심 때문이었다.그녀는 한부모 가정이었고 두 아이를 제외하면 가족은 아버지뿐이었다. 그런 아버지가 만나게 될 사람이라면 그녀가 한 번쯤 테스트해
차화연은 심하윤을 안고서는 심서훈에게 다가가서 얼굴을 쓰다듬었다. 심서훈도 빠뜨리지 않고 예뻐해 준 뒤 몸을 돌려 심윤아에게 말했다.“밖에 바람 많이 불지. 우리 어서 들어가자.”“네.”심윤아는 차화연과 함께 거실로 들어갔다.차화연은 걸어가면서 말했다.“너희 아버지는 지금 위에서 샤워하고 계셔, 식사 끝낸 뒤에 몇 번이나 말했는데도 바로 씻지 않더니. 하여간 말을 듣지 않아.”그녀의 일상적인 잔소리를 들으며 심윤아는 입꼬리를 올리며 웃었다.“평소에 아버지 챙겨주시느라 고생 많으세요.”그 말을 들은 차화연은 심인철을 대신해 해명했다.“꼭 그런 것도 아니야. 너희 아버지 혼자서 많은 일을 하셔. 오히려 내가 챙김을 받는걸.”“서로 챙겨주면 좋죠.”차화연은 심하윤을 한번 돌아보며 그녀를 향해 수줍게 미소를 지은 다음 품에서 심하윤을 내려놓았다.“내가 올라가서 빨리 씻으라고 할게.”“괜찮아요. 저희 오늘은 서두르지 않아도 돼요.”그 말에 차화연의 눈빛이 빛났다.“그럼 오늘 자고 갈래?”심윤아는 고개를 돌려 심하윤과 심서훈을 바라보았다.“어때? 외할머니가 너희들 여기서 자고 싶은지 물으셔?”“자고 싶어요.”심하윤은 바로 차화연의 종아리를 안으며 말했다.“저 오늘 밤은 외할머니하고 잘래요.”심하윤은 하얀 새끼손가락을 내밀며 손짓했다.“마지막 밤이에요.”이뻐하던 차화연은 마지막 밤이라는 말에 놀라서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마, 마지막 밤? 그게 무슨 뜻이야?”심윤아가 말했다.“심하윤, 누가 아무렇게나 말해도 된다고 가르쳤어? 할머니 놀라셨잖아?”그 말을 들은 심하윤은 고개를 갸웃했다.“엄마?”심하윤의 귀여운 모습에 심윤아는 손을 뻗어 심하윤의 코를 콕하고 눌렀다.“우리가 한국으로 가기 전에 마지막 밤이라고 했지.”“어!”지적을 받은 심하윤은 바로 말을 고쳤다.“할머니, 한국으로 돌아가기 전 마지막 밤이에요.”여기까지 들은 차화연은 아직도 이해되지 않았다.그녀는 조금 놀라며 심윤아를 바라보았다.“너희 한국에 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