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아가 살짝 머쓱해 하며 말했다.“근 5년 동안 너무 많은 도움을 받았어. 너한테 지나치게 의존하는 건 안 되지.'‘지나치게 의존해?’선우는 그녀의 말에 가볍게 웃었다.“윤아야. 만약 이 5년 동안 네가 정말로 나한테 그렇게 의존했다면 내가 지금 이렇게 너에게 온 신경을 퍼붓진 않을 거야.”비록 지금은 그녀에게 아침 식사를 전해줄 것을 동의했지만 이건 선우가 끈질기게 노력한 결과다. 사실 선우가 이런 일을 하지 않아도 윤아는 자신의 삶을 아주 잘 꾸릴 수 있었다.“그런 말 하지 마. 너는 이미 많이 도와줬어. 더 많이 받으면 갚을 수 없게 될 거야.”“누가 너더러 갚으라고 했어?”그녀를 응시하던 선우의 눈빛을 조금 어두워졌고 목소리도 낮아졌다. “다 내가 원해서 한 일이니까 너는 갚지 않아도 돼.”윤아는 침묵했다.물론 선우가 그녀에게 해코지할 일은 없을 거다. 그는 항상 그녀를 존중해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빚이 많을수록 윤아는 더욱 죄책감에 물들게 될 거고 만약 진짜로 갚지 못하면 평생 불안해 할 것 같았다.“좋아. 걱정하지 마. 네가 국내에 가고 싶다면 그렇게 해. 내가 너와 함께 귀국하면 그만이니까.”선우의 말에 눈을 내리뜨고 있던 윤아가 갑자기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봤다.“나랑 같이 귀국을 한다고?”“당연한 거 아냐? 네가 귀국해서 창업한다는데 내가 가서 도와야지 않겠어?”윤아:“...”사실 그녀가 국내에 회사를 차리려는 건 시장조사 결과 때문만은 아니다. 사실 선우가 그녀를 지나치게 돕는 것 같아 그에게서 조금 멀어지려 했던 것이다. 윤아는 선우가 설마 그녀를 위해 이렇게까지 큰일을 서슴없이 결정하고 이 자리에서 얘기까지 할 줄은 몰랐다.“왜? 나 때문에 놀랐어?”“너 전에...”“걱정하지 마. 내가 설마 정말 너 때문에 귀국하려는 거겠어? 난 장사꾼이야. 이윤이 남지 않는 일은 하지 않아. 이번에 네가 귀국하지 않는다고 해도 난 아마 갔을 거야. 국내 시장도 확장할 생각이었거든. 이미 저번 달에 내 비서가 관련 기획
말을 마친 후 윤아는 초대장을 다시 건넸다.초대장을 돌려받은 선우는 곧바로 손을 거두는 대신 초대장의 표지를 꼭 쥐고 윤아를 바라보며 말했다. “할아버지가 가장 원하는 생일 선물은 아마도 며느리겠지.”윤아는 선우의 말에 잠시 멈춰 섰다. 어쩐지 윤아는 선우가 그녀에게 어떤 표시를 하는 것 같다고 느껴졌었다. 윤아가 막 입을 떼려 할 때 선우가 다시 말을 이었다. “유감스럽게도 아직은 할아버지의 소망을 이뤄줄 능력이 없어서. 일단은 할아버지가 좋아하는 골동품이라도 낙찰받아 선물해야겠지.”말이 끝날 즈음에 선우는 초대장을 다시 꺼내 손에 쥐었다. 그는 아직도 그 자리에 멈춰있는 윤아를 보며 장난스레 물었다. “왜?”윤아는 그제야 정신을 차렸고 머쓱하게 웃었다. “아무것도 아니야.”“정말?”선우는 놀리듯 물었다.“내가 방금 너에게 암시한 줄 안거 아니야?”“...아니. 아니야. 무슨 소리야?”“그렇게 생각한대도 괜찮아. 할아버지는 네 두 아이도 매우 좋아하셔. 그리고 내 마음 너도 알잖아.”윤아는 입술을 꾹 다물고 말하지 않았다.사실 2년 전에 선우는 어떤 계기로 그녀에게 자신의 마음을 털어놓았지만 당시 윤아에게 거절을 당했었다. 이후 그녀는 계속해서 선우를 피해왔다. “내가 너를 좋아한단 이유로 계속 나를 피하는 거라면 정말로 굳이 그렇게 할 필요 없어. 이 3년 동안 네게 그 어떤 강요도 하지 않았잖아. 만약 오늘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다면 나는 아마 평생 말하지 못했을지도 모르겠어. 정말 그런 사소한 이유로 날 피하고 나 같은 친구를 잃을 셈이야?”따뜻하고 진심 어린 말투로 얘기하는 선우를 보며 윤아는 계속해서 그를 피한다면 자신이 정말 나쁜 사람이 될 것만 같았다.그때 그 일이 있고 2년 동안 선우는 여전히 그녀를 따뜻하게 대해줬다. 그의 주변엔 여자도 없었고 설사 다가오는 여자가 있다 해도 모두 선우에게 거절당하곤 했다.어쨌든 그의 주변에는 윤아 하나만, 아니 그녀와 그녀의 두 아이도 있었다.비록 그는 항상 그녀에게
“뭔데뭔데?”재밌는 가십거리가 생기자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들었다. 사람들이 세간에 떠도는 소문을 좋아하는 건 어느 곳에서든 다 똑같은 모양이다.“심윤아 매니저님 말이야. 애가 둘이나 있대.”놀라운 소식에 모두 깜짝 놀랐다. 그저 평범한 남녀 사이 사랑 얘기일 줄 알았는데 윤아가 이혼한 적이 있었다니. 그것도 모자라 아이가 둘이나 있을 줄이야.“내가 들은 얘긴데. 이선우 대표님 집안이 엄해서 애 둘이나 딸린 여자는 집안에 들이지 않는 거래.”“재혼한 데다가 애가 둘이나 있는 여자면 그냥 평범한 남자를 만나는 건 그럴 수 있다 쳐도 대표님과 결혼하는 건 너무 욕심이 과한 거 아니야? 대표님 집안에서 절대 동의할 리가 없지. 난 왜 둘이 만나지 않는 건가 했어. 못 만나는 거였구나.”누군가 비꼬듯 말했다.“어디서 들은 얘기야 넌? 내가 알기론 이선우 대표님 아버님은 첩도 들였다던데. 이걸 집안이 엄하다고 할 수 있나?”“하긴. 일곱 살 남짓인 그 집 아이도 대표님 새엄마가 낳은 거 아냐? 그 새엄마라는 사람도 그다지 좋은 분은 아니라더라.”선우와 윤아에 관한 얘기로 시작했던 수다가 어느새 선우의 집안 얘기로까지 번졌다.그러다 보다 못한 팀장이 헛기침으로 눈치를 주고서야 그들은 하나둘 뿔뿔이 흩어졌다.“온종일 가십거리나 떠들고 다닐 열정으로 일을 하면 쟤네가 팀장 달았을 텐데. 어휴 참.”팀장은 머리를 절레절레 저으며 자리를 떴다._한편, 윤아는 사람들이 뒤에서 뭐라 하는지 알 리가 없었다. 설령 안다 해도 남들이 뭐라 하든 신경 쓰지 않았겠지만 말이다.그 많은 사람의 입을 그녀가 어떻게 일일이 단속할 수 있겠는가. 윤아는 그저 자신의 입만 잘 단속하며 살면 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선우와 헤어진 후 윤아는 곧장 자신의 사무실로 향했다. 그러나 사무실로 가던 도중에 뭔가 떠오른 듯 다시 발걸음을 돌려 진 비서의 사무실로 향했다.똑똑-오늘 일정을 준비하고 있던 이 비서는 누군가 문을 노크하는 소리에 머리를 들었고 오는 사람이 심윤아 매니저
마침내 진 비서는 보고서를 그녀에게 건넸다.펼쳐보니 정말로 선우가 말한 그 보고서였고 날짜도 한 달 전의 것이었다.게다가 이건 그냥 보통의 시장조사 보고서가 아닌 많은 세부사항이 매우 깊게 조사된 것이었다.보고서를 다 읽은 후 윤아는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다행히 선우는 정말로 국내로 돌아가기로 결심했던 거고 자신 때문이 아닌 걸 확인하고 나니 마음이 놓였다.“고마워요. 여기 보고서는 돌려드릴게요.”윤아는 시장 조사 보고서를 그에게 돌려주었다.“매니저님. 가져가서 자세히 살펴보지 않을래요?”“괜찮아요. 방금 다 봤어요.”“네. 그럼 필요하면 언제든지 메시지 보내주세요. 바로 가져다드릴게요."둘은 잠깐의 대화를 나눈 뒤 헤어졌다. 진 비서는 다시 자리로 돌아가서 자신의 이마에 묻은 땀을 닦으며 손에 들고 있는 시장 조사 보고서를 내려다봤다. 그는 문득 이선우가 처음에 그에게 지시하던 일을 떠올렸다.“더 자세하게.”“자세하게?” 진 비서는 무슨 의미인지 이해하지 못해 다시 물었다. “대표님. 얼마나 더 자세해야 할까요?”“할 수 있을 만큼. 최대한 자세하게 하도록 해.”그러나 보고서가 완성된 후에도 그건 계속해서 그곳에 있었고 며칠 동안 사용되지 않았다.오늘 심윤아가 찾아와 가져가고 나서야 진 비서는 그가 처음에 왜 그렇게 자세하게 하라고 말했는지 깨달은 것이었다.그는 사실 심윤아를 위해서였다. 그녀를 위해서 그러면서도 그녀에게 알려지지는 않게 말이다.진 비서는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는 이선우가 그가 알고 있던 그 미친놈이 맞는지 의심스러웠다.그러나 미친놈은 미친놈이다. 누구를 위해서라도 본성은 변하지 않았다.이선우의 과거의 미친 짓을 생각하면서 진 비서는 소름이 오소소 돋았다.이선우가 윤아에게 빠지게 된 게 불행인지 다행인지 그는 종잡을 수 없었다._회사를 개설하기로 결정한 이후, 윤아는 굉장히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이전에는 낮잠을 자는 시간도 있었지만 최근에는 점심에 쉴 시간조차 없이 밤늦게까지 일에 매
몇 초 뒤, 윤아는 저도 모르게 손을 뻗어 자신의 얼굴을 감싸 쥐었다.“이미지 박살 났네.”거울 속의 그녀는 다크서클이 길게 떨어진 모습이 팬더가 따로 없었다. 바쁜 탓에 화장도 안 하고 잠도 못 잔 탓에 얼굴이 창백해 보였다.창백한 얼굴에 눈 밑 처짐까지 더해져 몇 킬로 감량한 결과, 그녀의 모습은 약물 중독자 같은 느낌을 줬다.남들은 고사하고 그녀 스스로도 자신의 모습을 보고 크게 놀랄 정도이니 말이다.“너 설마 며칠 동안 이 몰골로 회사를 돌아다녔던 거야?”윤아는 그녀의 말에 천천히 머리를 숙였다.“응.”“푸하하.” 현아는 하마터면 먹던 밥을 그대로 뿜어버릴 뻔했다. “정말이구나.”현아는 윤아의 가련한 표정을 보고 웃음을 참지 못하며 말했다.“예쁜 애들은 다르네. 이미지를 신경 쓰지 않아도 여전히 미인이야.”사실 윤아의 모습이 현아에게는 그렇게까지 엉망은 아녔다.그저 평소의 정교한 모습과 비교하면 상당히 나쁘게 보일 뿐이었고 무엇보다도 자연미인이기 때문에 눈 밑 처짐과 창백한 얼굴은 오히려 그녀를 병약미가 돋보이게 만들어주었다.여기까지 생각한 현아는 감탄했다.미인은 초췌해도 미인이구나. 만약 그였다면... 아마도 참으로 참혹한 모습이 될 것 같다.“너무 열심히 하지 말고. 회사 여는 게 며칠 안에 끝날 수 있는 일이 아니잖아. 조금 더 여유를 가지고 해. 조금 늦어져도 괜찮잖아.”“알겠어.”윤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걱정하지 마. 나 몸 잘 챙길게.”회사 이야기가 나오자마자 윤아의 관심과 집중력은 빠르게 회사로 옮겨졌다. 그녀는 급하게 현아에게 몇 가지 유의사항에 대해 질문을 했고 자신의 이미지에 대한 문제는 완전히 잊어버렸다.현아는 그녀가 중독자로 변하는 것을 보고 지금 더 이상 어떤 말로 설득해도 소용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결국 두 사람의 식사는 또 업무로 대체되어버렸다.떠날 시간이 다가올 때쯤 현아는 자기가 아무것도 먹지 않았음을 깨달았다.하지만 그녀는 딱히 신경 쓰지 않고 다이어트 하는 셈 생각했다.
비밀번호를 입력하고 집으로 돌아온 현아는 두 아이가 말하는 소리를 들었다. 자세히 보니 둘은 라이브방송을 하고 있었다.생각해보니 훈이와 윤이는 아직 현아를 발견하지 못했기에 현아는 나오려던 말을 서둘러 삼키고 주방으로 곧장 가 분주히 움직였다.최근 들어 시간이 없던 탓에 설거지도 제대로 안 했을 거란 그녀의 예상과는 달리 주방은 오히려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었다. 설거지는 말할 것도 없이 식탁도 깨끗하게 정리되어 있었고 서랍 위의 일지에는 오늘 칸에 체크 표시도 되어있었다.“도우미분이 벌써 왔다 가셨나?”현아는 낮은 소리로 중얼거리며 별다른 생각 없이 베란다로 향했다.잠시 후 그녀는 두 아이의 방송이 끝나고서야 방으로 돌아갔다.“현아 아줌마!”현아를 보자마자 윤이가 잔뜩 신나서 현아가 허리도 채 숙이기 전에 달려와 그녀의 다리를 꼭 끌어안았다.“현아 아줌마. 너무 오래 못 봐서 정말 보고 싶었어요.”“그래?”현아는 가자미눈을 한 채 몸을 낮추고 윤이가 반응하기도 전에 말랑하고 귀여운 볼살을 몇 번이나 만지고 쭈물거렸다. 윤이의 볼따구가 핑크빛이 되어서야 현아는 손을 놓고 윤이의 이마에 사랑스럽게 뽀뽀를 했다.“아줌마도 보고 싶었어!”윤이가 눈을 깜박이며 물었다.“아줌마. 좀 이상한 것 같아.”“히히. 현아 아줌마만 윤이한테 이렇게 할 수 있는 거야. 다른 사람은 절대 우리 윤이 얼굴 만지게 해주면 안 돼.”현아는 기분이 좋은지 변태처럼 헤실헤실 웃어댔다.“음. 그래요.”순진한 윤이는 두 볼이 핑크 빚이 되었는데도 착하게 현아의 말에 동의했다.그 모습을 본 현아는 참지 못하고 또 한 번 그의 볼에 뽀뽀하고는 한마디 보탰다.“아 참. 현아 아줌마 말고 다른 사람은 우리 윤이 볼에 뽀뽀도 안 돼. 물론 너희 엄마랑 할아버지는 제외야.”그때 마침 훈이도 걸어 나왔다.녀석은 제법 공손하게 현아에게 인사했다.“현아 아줌마.”훈이를 보자 현아는 눈을 반짝이며 윤이를 놓아주고 훈이에게로 돌진했다.뒤로 얼른 물러나는 훈이.“훈이야!”
여기까지 생각한 현아는 이를 바득바득 갈며 말했다.“어서 이 아줌마가 빨리 결혼해서 너희처럼 귀여운 아이들을 낳아 현아 아줌마가 너희들 볼을 그만 놓아줄 수 있게 해달라고 빌어."윤이는 곧바로 그녀의 목을 끌어안고 말했다.“현아 아줌마가 빨리 결혼하게 해주세요.”“아이고 요 귀여운 것. 정말 귀여워 죽겠어.”_퇴근 시간이 가까워지자 선우가 윤아를 찾았다.“아직 일 안 끝났어?”바쁜 와중에 윤아가 머리도 들지 않고 대답했다“아니. 좀 걸릴 것 같아.”말을 마친 그녀는 그제야 누가 자기에게 말을 거는지 깨닫고 고개를 돌렸다.“네가 어떻게 여기에 왔어?”선우는 한 손엔 차 열쇠를, 한 손엔 정장 외투를 들고 입가엔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면서 들어왔다.“퇴근하러 왔어. 근데 넌 아직도 좀 바쁜 것 같아 보이네.”말하면서 선우는 편히 소파에 앉았다. “여기서 널 기다릴게. 얼마나 걸릴 것 같아?”처음에는 거절하려 했지만 결국 윤아는 말했다.“한 시간 정도 걸릴 거야.”“좋아. 너 마저 일 봐.”그는 배려심 넘치게 더 이상 말을 꺼내지 않았고 덕분에 윤아는 다시 그녀의 일에 몰두했다.한 시간이 거의 다 되어 갈 때쯤 선우는 소파에 책을 찾아 앉아있었다.처음에는 책을 읽으려 했지만 왜인지 그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윤아의 얼굴에 머무르게 되었다.윤아는 일할 때 정말 진지하게 생각하는 편이었다. 흰 키보드 위에 길게 뻗은 손가락이 빠르게 움직이며 키를 누르고 긴 머리카락은 어깨너머 드리워져도 발견하지 못한 채 여전히 집중력을 유지했다.가끔 고민해야 할 문제가 생길 때에만 타자를 멈추고 아래턱을 받치며 핑크빛 입술을 살짝 앙다물었는데 그 모습이 참 예뻤다.윤아는 자신이 일할 때의 작은 표정들이 모두 선우의 눈에 담기고 있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선우는 겉으로는 책을 보고 있지만 실제로는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의 시간을 기다리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얼마나 오래 기다려도 선우는 기꺼이 기다릴 의향이 있었다. 게다가 그녀가 일하는 것
이선우는 손을 잠시 멈추더니 싱긋 웃었다. 하지만 손은 거두지는 않고 계속 그녀의 단추 위에 올려두었다.“윤아야.”그의 목소리는 매우 부드러웠다.“이 정도로 날 밀어내는 거야?”“아니, 난 그쟝...”심윤아는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아직도 고민하고 있었는데 이선우는 한숨을 쉬며 자기 손을 떼어냈다.“그런 거라면 네가 직접 해.”심윤아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가 손을 떼어내자 심윤아는 재빨리 뒤돌아서더니 자기 겉옷의 단추를 채웠다.옷을 다 입은 그녀가 뒤돌아섰을 때 이선우는 그녀의 노트북이 든 가방을 대신 들고 앞으로 걸어갔다. 심윤아도 재빠르게 따라갔다.회사 사람들은 거의 퇴근했지만 아직 남아서 야근을 하는 사람들은 두 사람을 만나면 인사를 건넸다.“이 대표님, 심 매니저님.”두 사람은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엘리베이터에 탄 뒤 심윤아는 그에게 주현아가 자기 집에 있다고 얘기했다.“현아 씨 휴가야? 현아 씨네 대표님이 휴가를 준 건가?”주현아의 상사 얘기를 꺼내자 심윤아는 웃음을 찾을 수가 없었다.“어, 어렵게 얻은 휴가야. 나도 걔 사장님이 휴가를 3일이나 준 게 이상해.”두 사람은 일상적인 수다를 떨며 함께 차에 탄 뒤 주차장을 떠났다.집에 도착해 심윤아와 이선우가 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밥을 짓는 맛있는 냄새를 맡았다. 그리고 따뜻한 노란색 불빛 아래 심하윤과 심서훈은 거실 소파에 앉아 애니메이션을 보고 있었다.“엄마! 아저씨.”두 녀석은 며칠 동안 못 본 이선우를 열정적으로 반기며 모두 이선우에게 안겼다.이선우는 한 손에 한 명씩 들고 두 녀석을 모두 안아 올렸다.신서훈은 조금 쑥스러워하며 이선우의 목을 살짝 끌어안았다.그런데 심하윤은 이선우의 목을 꽉 끌어안으며 애교 섞인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아저씨 우리 엄마 데려다줘서 고마워요. 아저씨 최고!”“엄마를 데려다주지 않으면 이 삼촌은 싫어?”“아니요. 아저씨는 항상 좋아요.”이선우는 이미 신발을 바꿔 신은 뒤 바로 주방으로 들어가 이쪽에는 신경도 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