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 끝나자마자 윤아는 윤이의 작고 흰 코를 가볍게 쓰다듬었다. 그러자 윤이도 둥근 눈을 크게 떴는데 우윳빛 화이트 잠옷을 입은 아이는 마치 끓는 물에서 나온 부드럽고 촉촉한 우유 케이크 같았다.윤이는 윤아의 말에 진지하게 생각한 후 머리를 끄덕였다. "알겠어요, 내가 크면 엄마를 도와 많은 일을 할게요." "응, 그럼 약속할게. 빨리 놀러 가." "움, 그럼 엄마 뽀뽀." 윤이는 자신의 이마를 가리키며 말했다.윤아는 웃음을 참지 못하고 머리를 숙여 아이의 매끈한 이마에 입을 맞췄다. 그러자 윤이는 만족하며 돌아갔다. 부엌에서 나온 훈이가 마침 이 장면을 보았다. 아이의 눈동자엔 부러움이 스쳐 지나갔다. 작은 발걸음으로 윤아 옆으로 다가갔는데 입은 열지 못하고 그저 윤아를 응시하면서 입술을 꾹 다물었다. 윤아가 탁자를 닦는 도중 고개를 숙이자 훈이가 자신의 발 옆에 서서 기대 가득한 시선으로 그녀를 바라보는 것을 발견했다. 하지만 훈이는 입술을 꾹 다물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는데 마치 작은 어른 같았다.윤아는 잠시 멈칫한 후, 아이의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추었다. "빨리 들어가서 여동생이랑 같이 놀아." 처음에는 약간 우울한 표정이었던 훈이는 윤아의 이마 뽀뽀를 받은 후에 눈에 띄게 기뻐했다. 하지만 아무리 기뻐도 그저 입꼬리를 조금 올리고는 자리를 떠났다. 훈이의 뒷모습을 보자 윤아는 왜인지 모르게 한 사람을 떠올랐다. 훈이 얘... 정말 어린 시절에 누구와 닮았다. 그도 아무리 즐거워도 티 내지 않는 스타일이었다. 유심히 관찰하지 않는다면 그의 감정을 느끼기 어려웠다.결국 어떤 유전자는 깊게 영향을 끼쳤다. 사실 처음에 윤아는 본인이 쌍둥이를 가지고 있을 줄은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나중에 해외에서 아버지와 함께 재검사받고 기록을 작성하였다.그리고 의사의 말을 듣고 나서야 그녀는 자신이 쌍둥이를 임신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 후, 그녀는 아이들을 낳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훈이는 성격이 내성적이고 침
이 말을 듣자, 윤아 입가의 웃음은 약간 식었다. 그녀는 수도꼭지를 닫고 설거지 장갑을 착용했다. "봐봐, 귀국하는 일만 언급하면 너는 항상 침묵해." 현아도 화가 난 것 같았다. "진짜 네가 어떻게 생각하는지 모르겠어. 이렇게 오랜 시간 지났는데 약속했던 시간도 지금은 이미 지났지 않았겠어?" 윤아는 여전히 말하지 않았다. 그러나 현아는 이어서 말했다. "지금 해외에서 이 업계의 발전은 느려. 우리 나라에서는 이미 잘 되고 있어. 게다가 너를 초빙한 건 국내 최고 기업 중 하나야. 이렇게 좋은 자리는 너의 뛰어난 능력을 고려해서 특별히 자리를 비워 둔 게 아니면, 이미 누군가에게 뺏겨졌을 거야.”“그 회사에 나한테 전화까지 걸었어. 널 설득해달라고 하더라고. 우수한 인재를 놓치고 싶지 않다고 말이야." 여기까지 듣자 윤아는 드디어 웃음을 참지 못했다. "이렇게 적극적으로 설득하려는 걸 보면 그 회사가 너한테 어떤 혜택을 주기로 했어?”"아아악, 그런 거 아니거든!" 현아는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내가 그런 사람이야? 그 일자리 급여도 높고 미래 전망도 좋은 것 같아서 너에게 권유한 거야. 절대로 받은 게 있기 때문이 아니라고. 비록 혜택이 정말 좋긴 하지만 말야." "그래서, 그 회사가 너한테 어떤 혜택을 약속했어?" 주현아: "...별로 없어. 되게 작거든? 네가 입사 1년 후에 네 연봉의 몇 퍼센트를 나에게 줄 거라고 하더라." 윤아는 웃음을 터뜨렸다. "이 회사 진짜 돈을 아끼지 않네." "그래, 그래. 대단하긴 해. 그리고 내가 들은 바로는 이 회사 대표가 젊고 멋지게 생겼대. 심지어 싱글이야. 이번에 널 초대한 게 바로 그 사람이야. 전에 너랑 만나서 얘기하려고 했는데 아쉽게도 네가 원하지 않았잖아." "내가 정말 바빠서 그래. 집에 오면 아이를 돌봐야 하고. 무슨 시간으로 남자를 만나?" "하긴.”두 아이 말에 현아는 마음이 약해졌다.“애들은?" "거실에 있어." "너 말이야. 친히 애들을 돌보고 싶어도 모
“원래는 실행되면 알려주려고 했던 거야. 아직은 준비 단계고 정말 될지는 아직 몰라.”“꺄아아아!”수화기 너머로 현아의 흥분에 겨운 목소리가 들려왔다.그녀의 목소리가 주방 전체에 울리는 걸 들으며 윤아는 미리 스피커폰 모드로 바꿔놓아서 다행이라 생각했다. 아니면 그녀의 고막이 너덜너덜해졌을지도 모른다..“회사를 세운다는 말을 왜 이제야 나한테 했어. 진작 얘기했으면 박사 하라는 얘기도 안 했지. 대기업이고 뭐고 나만의 회사를 세우는 게 제일 자유롭고 좋은 일이잖아.”“아직 실행은 안 됐다니까. 말만 하고 안되면 사람들이 얼마나 실망하겠어.”“실망이라니? 난 절대 너한테 실망 같은 거 안 해. 어릴 때부터 넌 하려고 하는 일은 모두 이뤄냈었잖아. 윤아야. 넌 할 수 있어!”현아의 지칠 줄 모르는 응원에 윤아의 입꼬리가 저도 모르게 올라갔다.“칭찬 고마워. 그치만 나도 실패한 적 엄청 많거든? 뭐든 최선을 다 하는 게 중요한 거지.”“그럼 어서 최선을 다해, 윤아야. 회사 성공하면 그땐 나도 고위급 인사로 그쪽에 갈게.”“그래. 네 자리는 특별히 남겨놓을게.”“그래. 이 정도는 해야지. 절대 남한테 주면 안 된다?”둘은 그렇게 한참 수다를 떨다 윤아의 설거지가 다 끝나서야 전화를 끊었다.주방을 얼추 정리한 뒤 윤아는 잠시 낮잠을 잘 예정이었다. 방에 들어가기 전에 그녀는 두 아이에게 다시 한번 강조한 뒤 안방으로 들어갔다.윤아는 잠자리에 들기 전 인스타 계정에 들어가 간밤에 별다른 답장이 오지 않은 걸 확인했다. 딱히 신경 쓰지 않은 윤아는 얼마 안 가 핸드폰을 내려놓고 눈을 감았다.그녀가 낮잠을 잘 수 있는 시간은 오직 20분이기에 일 분도 그녀에게는 아주 소중한 시간이었다. 성아는 피곤했는지 누운 지 얼마 되지 않아 바로 잠자리에 들었다._vip룸,음식을 서빙하던 직원은 소파에 앉아있는 귀티 나는 남자를 보며 저도 모르게 시선이 그에게로 향했다.그때 민재가 그녀에게 음식을 테이블에 올려두고 나가라 지시한 후 수현을 불렀다.“
이 여자가 왜 인제 와서 그에게 연락했을지 그도 얼추 짐작은 되었다. 아마 그가 준 돈을 돌려주려는 거겠지.하지만 그런 허접한 이유라면 상대해줄 필요가 없었다. 그는 한번 준 돈은 다시 받지 않는다. 딱 한 번 예외가 있었다면 바로 5년 전 그때뿐이었다.5년 전 일을 생각하니 수현은 그가 건넸던 몇 장의 수표와 그의 어머니가 그녀에게 건넸던 카드가 방에 덩그러니 놓여 있던 모습이 다시금 떠올랐다. 그가 준 모든 것, 그리고 그녀가 달라고 했던 돈까지도 일전 한 푼 남기지 않고 모두 그에게 돌려줬었지. 마치 이제부턴 철저히 남이니 각자 갈 길 가자고 선포하기라도 하려는 듯 말이다.5년이나 흘렀는데도 매번 그때를 떠올리면 수현은 기분이 더러웠다.독한 인간.민재가 준비해둔 음식도 시간이 많이 흐른 탓에 맛이 별로였다. 민재는 수현이 한두 입 먹고는 수저를 내려놓는 모습을 보며 그에게 말했다.“대표님. 오후에 또 회의 있으시잖아요. 지금 많이 드셔야죠.”그러나 돌아오는 대답은 수현이 방문을 닫는 소리뿐이었다.민재는 그 자리에 서서 한가득 남은 밥을 보며 한숨을 푹 내쉬고는 직원에게 연락해 치우게 했다.오후 회의가 끝났을 땐 이미 밤이 어두웠다.수현은 회의실을 나오며 지끈거리는 머리를 꾹꾹 눌러대며 말했다.“저녁에 또 다른 일정 있나요?”민재가 수심 가득한 표정을 한 채 머리를 흔들었다.“아뇨, 대표님. 저녁에 별다른 일정 없으니 이제 호텔에 돌아가 쉬시면 됩니다. 속은 괜찮으시시니까?”덤덤하게 대답하는 수현.“안 괜찮을 일이 뭐가 있어요?”그러나 그의 표정은 이미 그의 몸 상태가 안 좋음을 말해주고 있었다. 그런 수현이 걱정되는 민재는 저녁으로 그를 위해 무슨 음식을 시켜드릴지 고민하고 있었다.돌아가는 길에 수현은 피곤했는지 눈을 감고 휴식을 취했다.한편, 민재는 차에서 오늘 회의에 썼던 자료들을 정리하고 있었는데 이따금 수현을 한 눈 바라보곤 했다.그는 컨디션이 많이 나빠 보였다. 오후에 회의실에서도 그랬지만 지금은 그때보다 더
하지만 그들은 수현에게 협업은 그저 공식적인 협업에 지나지 않는다는 걸 몰랐다. 그건 그 회사의 실력에 의해 결정되는 사안이지 선물 공세를 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란 말이다. 때문에 여태 보내온 선물들도 모두 포장 그대로 되돌려 보내는 일이 부지기수였다.이번 협업은 모든 게 순조로웠고 계약 체결만 남은 상태였는데 이제 와 굳이 선물을 보낸다니. 민재는 그들이 무슨 생각인지 종잡을 수 없었다.생각에 잠긴 채 걷다 보니 민재와 수현은 어느새 호텔 룸 앞까지 다 와있었다. 서둘러 룸카드를 꺼내 문을 여는 민재.“대표님. 들어가십시오.”입을 꾹 다문 채 방에 들어가던 수현이 현관을 넘어 몇 걸음 가기도 전에 걸음을 멈췄다.요지부동이 된 수현의 모습에 민재가 물었다.“대표님. 왜 그러십니까?”말이 끝나기 바쁘게 수현은 몇 걸음 뒤로 물러나더니 그대로 방을 나와버렸다.민재:“?”“냄새가 이상해요.”수현이 불안정하게 숨을 헐떡이며 말했다.“네? 무슨 냄새요?”민재는 얼른 고개를 기울여 방 안의 냄새를 맡아보았지만 별다른 이상을 느끼지 못했다.어느새 이마에 땀까지 맺힌 수현은 그늘진 얼굴로 그에게 다시 말했다.“더 들어가 봐요.”별다른 문제를 발견하지 못한 민재는 그의 말대로 조금 더 들어가 냄새를 맡으며 말했다.“대표님. 딱히 문제는 없어 보이는데요?”수현은 그를 돼지 보듯 보더니 말했다.“...더 들어가라고요. 조금 더.”“네.”대표님 말인데 어쩔 수 없지. 민재는 그의 말대로 방 안쪽까지 들어갔고 수현은 문어구에서 차가운 시선으로 그를 쳐다보며 뭔갈 기다리는 듯 서 있었다.몇 걸음 걸어 나가던 민재는 괜히 불안한 마음에 고개를 돌려 수현에게 눈짓으로 물었다. 그에 수현은 턱을 살짝 올리며 더 걸어가라 눈짓했다.민재는 여기까지 오면서도 도대체 무슨 일인지 알 수가 없었다. 방이 이렇게 멀쩡한데 뭐가 문제란 말인가? 뭐 도둑이라도 들었겠어?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걸어가던 민재는 순간 눈앞이 아득해지며 새하얀 피부를 가진 사람이 그를
수현의 상태는 말이 아니었다. 툭 건드리면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 위태로워 보였다.민재에게 달라붙어 몸싸움하던 금발의 여자도 그의 시선을 따라 수현의 심상치 않은 모습을 보았다. 그녀는 그제야 민재를 놓아주고 그와 함께 수현에게 다가갔다.그녀는 어설픈 한국어로 무어라 계속 민재에게 말을 하고 있었다.“이 사람 괜찮아? 구급차 불러줄까요?”협업 측 회사에서 보낸 여자란 걸 알고 난 후 민재는 그녀더라 어서 떠나라 하고 싶었지만 수현의 지금 상태를 봐선...“손대지 마요.”민재와 함께 수현을 부축하려던 그녀에게 수현이 서늘하게 얘기했다.그의 말에 민재는 얼른 그녀의 손을 내치며 유창한 영어로 알렸다.“당신 도움은 필요 없으니 이만 가서 할 일 하세요.”금발의 여자는 눈앞의 비실거려 보이지만 그래도 꽤 잘생긴 이 남자를 아쉬워하는 기색이었다.이런 남자는 흔치 않은데. 하지만...그녀는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 위태로운 그의 모습을 보며 잘 꼬셔봐도 뭘 하진 못하겠구나 싶어 쿨하게 포기하고 방을 떠났다.그녀가 떠난 후 민재는 젖 먹던 힘까지 짜내 수현을 부축해서 방으로 돌아갔다.민재가 수현을 소파에 눕히고 나서야 인턴이 헐레벌떡 약을 사 들고 문도 안 닫힌 호텔 방으로 달려왔다.“비서님. 여기 위약이요.”민재는 얼른 약을 받아들고 뚜껑을 열어 손바닥에 털어내다 불현듯 뭔가 생각난 듯 인턴을 향해 말했다.“물! 물은?”“아아. 물! 제가 얼른 가져다드릴게요.”그는 후다닥 주방으로 가 물을 한 컵 받아왔다.진수현의 위병이 도져 정말 아수라장이 되어버렸다. 비록 분주한 사람은 민재와 인턴 둘뿐이지만 말이다.수현에게 약을 먹이고 손님방 침대까지 부축해가고 나니 어느새 반 시간이 훌쩍 흘러있었다. 일전에 금발의 그 여인이 안방 침대에 누웠던 탓에 향수 냄새로 범벅이었기에 그들은 하는 수 없이 수현은 손님방의 침대로 데리고 갔다.민재는 호텔 방을 나온 후 인턴에게 당부했다.“대표님 좀 괜찮아지시면 밑에 내려가서 다른 방으로 다시 잡아드려요.”“
“대표님 가족분들께서 얘기해보시는 것도 소용없던가요?”그의 질문에 민재는 표정이 침울해지더니 대답했다.“소용없어요. 그게 통했으면 이 지경까지 오진 않았겠죠.”“하긴.”둘은 얘기를 하면 할수록 더욱 우울해졌다.순간, 인턴이 뭔가 떠오른 듯 두 눈을 반짝이더니 물었다.“소영 아가씨는요? 몇 년간 진수현 대표님 곁에는 그분밖에 없었다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설마 소영 아가씨 말씀도 소용없었습니까?”“강소영 아가씨 말이에요?”민재는 한숨을 푹 내쉬더니 말을 이었다.“말도 마요. 나도 처음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소영 아가씨께 부탁드려봤는데 쓸모없었어요.”“소영 아가씨도 안돼요? 그럼... 아무 방법도 없는 거 아니에요? 이대로 뒀다간 저희 대표님 일찍이 돌아가시겠어요.”“퉤퉤.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예요. 그쪽은 인턴사원이지 저주 인형이 아니에요.”인턴은 입을 삐죽 내밀며 말했다.“비서님.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보세요. 제가 저주 인형이에요? 제가 얼마나 저희 대표님을 생각하는데요. 정말 이대로 방치했다간 건강하던 사람도 견디지 못할 거라고요.”민재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그래요. 하지만 가족들도 못 하는데 우리가 뭘 할 수 있겠어요.”인턴은 침묵했고 둘 사이에 한참 동안 정적이 흘렀다.두 시간 정도가 흐른 후 수현은 방을 바꿔 잡내 없이 깨끗한 공기를 맡으며 새 침대에서 금방 다시 잠자리에 들었다.민재는 창문을 열어 환기를 시키며 인턴을 향해 말했다.“이제 됐어요. 할 일 없으면 이만 돌아가 봐요.”“비서님은요?”“대표님이 편찮으시니 밤새 간호해줄 사람이 필요하잖아요.”인턴은 잠시 뭔가 생각하는 듯 입을 만지작거리더니 말했다.“그런데 대표님은 약 말고 다른 음식은 안 드세요? 이러면 위에 안 좋지 않을까요? 아니면... 제가 죽이라도 사 올까요?”“여기 해외에요. 죽 구하기 어려울 거예요.”“여기 오는 길에 한인 식당을 봤어요. 그곳이라면 있을지도 모르니 제가 한번 가볼게요.”말을 마친 인턴은 곧장 밖으로 뛰어갔다.민
그녀의 문자에 답하지 않은 지도 어느덧 하루라는 시간이 흘렀다. 벌써 밤이 깊었으니 말이다.두 아이의 계정은 군더더기 없이 아주 깔끔하게 꾸며져 있었는데 스토리가 자주 올라오진 않았다. 그저 가끔 편집된 영상이 어울리는 음악과 텍스트와 함께 뜨곤 했는데 보아하니 계정관리자가 바쁜 사람인듯했다.수현이 영상 하나를 클릭하자 화면 전체에 두 아이의 햇살 같은 웃음꽃이 피었다. 수현은 이 아이들이 웃는 모습을 보면 마음속에 응어리졌던 나쁜 감정들이 사르르 풀리는 기분이 들었다.그는 침대 머리맡에 앉아 한참 동안 영상들을 하나하나 넘겨보며 점차 마음의 안정을 되찾았다.민재가 문을 열고 들어올 때쯤은 이미 머리끝까지 솟았던 짜증도 제법 가라앉아 많이 평온해진 상태가 되었다. 게다가 약을 먹은 덕에 아프던 위도 꽤 나아졌다.“대표님. 왜 깨어있으세요?”민재가 그의 곁에 다가오며 물었다.“아직 쉬고 계신 줄 알았는데요.”수현은 아직 안색은 안 좋지만 눈빛은 제법 날카로워졌다.그는 민재를 한 눈 보고는 입술을 만지작거리며 물었다.“무슨 일 있어요?”민재는 그제야 그를 찾아온 목적을 떠올리고 말했다.“다른 건 아니고 장보람 인턴이 죽을 사 왔는데요. 거기 사장님이 대표님 아프시다는 얘기에 특별히 만들어주신 거랍니다. 금방 가져온 거라 아주 먹음직스러워요. 좀 드시지 않으시겠어요?”민재는 손을 비비며 말을 더 보탰다.“빈속에 약만 드시는 건 아무래도 위에 안좋으니까요...”그러나 민재의 얘기가 끝나기도 전에 수현이 단칼에 거절해버렸다.“됐어요. 가봐요.”민재는 그가 이렇게 빨리 거절할 줄 몰랐으나 포기하고 싶지 않아 그 자리에서 머뭇대며 돌아갈 생각을 안 했다.그런 그를 보며 수현이 물었다.“더 할 말 있어요?”“아니 대표님. 대표님 위도 안 좋은데 자꾸 이렇게 식사 거르시면 안 돼요.”“무슨 상관이에요.”민재는 입을 삐죽 내밀었다.‘하긴 대표님이 아프지 내가 아픈가 뭐. 하지만 대표님이 아프면 바빠지는 건 나 아닌가? 걱정해주는 사람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