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후는 잘 알고 있었다. 만약 구현재조환이 암을 치료하는 것만 기대한다면, 자신은 단지 일괄적으로 거풍환을 제조한 후, 이학수에게 옥수수 전분을 사용해 유효한 활성 성분의 1/1000 정도의 비율로 희석하라고 지시만 하면 되었을 뿐이다. 옥수수 전분 자체는 제약 분야에서 가장 일반적인 희석제이다. 해외에서 들여오는 의약품들 중에서 알약 한 알의 유효 성분은 때로는 1그램 미만이며, 나머지는 거의 전적으로 옥수수 전분과 같은 부형제로 구성되어 있기에 안전하고 무해하며 부작용이 전혀 없다. 그리고 이럴 경우, 처방을 특허로 등록할 필요도 없다.거풍환의 약효는 혈액 확산, 정신력 강화에 달려 있다. 만약 정신력의 강화가 없다면 그 효능은 그저 중국에서 판매하는 지황환과 같은 평범한 약품 수준에 불과할 것이다. 심지어 일류 제약 회사가 가장 최첨단의 기기와 장비를 이용해, 그 성분을 철저히 분석하더라도 생산 과정에서는 뚜렷한 발전을 이룰 수 없을 뿐더러, 효능 역시도 절대 거풍환의 수준에 도달할 수 없을 것이다.그러나 시후는 또 다른 생각을 했다. 어떤 종양 환자라도 어떤 종류의 암을 앓고 있더라도 결과적으로는 동일한 어려움을 마주할 것이라고 말이다. 그것은 바로 체질의 급격한 약화였다. 많은 중기 및 말기 암 환자들은 상당 수 마른 체형을 가질 뿐만 아니라 걷거나 말하기에 극도로 어려움을 겪게 된다. 이러한 원인을 들여다보면, 바로 암세포에 의해 몸의 활력과 영양분이 거의 고갈되기 때문이다. 일부 중증 환자들은 체질이 너무 약해져서, 나중에는 항암 치료나 수술조차 받을 수 없을 정도가 된다. 하지만 암 세포가 통제되고 동시에 환자의 체질을 강화하면서, 그들에게 원기를 보충해줄 수만 있다면, 치료 효과는 자연히 몇 배로 상승하게 될 것이다.그래서 시후는 결정했다. 《구현보감》에서 조금 더 나은 제조법을 찾아보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이 보약을 거풍환의 희석제로 사용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구현보감》에는 이러한 처방이 너무나도 많았다.시후는 기억 속에서 오
이학수는 즉시 공손하게 말했다. "선생님, 이해했습니다. 걱정 마십시오, 저는 곧 공장으로 돌아가서 시범 생산을 준비하겠습니다. 제조가 완료되면 즉시 연락 드리겠습니다! 구현재조환이 완성되면 제가 직접 미국으로 가져갈 겁니다!" 말을 마치고 이학수는 시간을 살피며 조금 서두르듯 말했다. "선생님, 만약 다른 지시사항이 없으시다면, 저는 지금 공장으로 돌아가서 준비하도록 하겠습니다..!""좋아요." 시후는 만족한 듯이 머리를 끄덕였고 말했다. "그럼 먼저 볼일 보러 가시죠. 더 이상 붙잡지 않을게요.”"네, 선생님! 그럼 이만 물러갑니다!" 이학수는 제조법을 신중히 보관한 후, 급히 인사를 하고 떠났다.이학수가 떠난 후, 안세진은 시후에게 말했다. "도련님, 최근 이학수 씨의 발전은 눈에 띌 정도로 명백한 것 같습니다.. 일 처리가 논리적이고 체계적이며, 전반적인 모습도 점점 더 자신감 넘쳐 보입니다. 이전에 이장명 옆에서 그가 하는 말만 따르던 이학수와는 사뭇 달라 보입니다."시후는 미소를 짓고 머리를 끄덕였다. "이학수 씨는 예전에 있던 기업에서 이 많은 고난을 견뎌내며 열심히 노력해왔습니다. 이제 좋은 기회가 생겼으니 당연히 더 강력한 동력을 발휘하겠죠."이때 이화룡의 휴대폰 뉴스 앱에서 푸시 알림이 울렸다. 그는 무의식적으로 말했다. "도련님, 뉴스에 따르면 헬레나 공주님의 즉위식을 곧 개최한다고 하네요!"이화룡이 말을 마치자마자 시후와 안세진의 핸드폰에서도 여러 개의 푸시 알림이 울렸다. 이 푸시 알림들은 거의 모든 국내 주요 뉴스 플랫폼에서 보낸 것이었다. 그 내용과 제목은 거의 동일했다. 이로써 시후는 먼 노르웨이에 있는 헬레나가 곧 왕궁에서 대성당으로 가는 마차를 타고 있을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헬레나는 30년간 처음으로 즉위한 여왕으로서, 전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었으며, 국내에서도 그녀의 아름다운 외모 때문에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있었다.
지금, 전 세계의 시청자들은 화면 앞에서 헬레나의 등장을 기대하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여왕이 즉위한 지 이미 30년이 넘었기 때문에, 헬레나가 새로운 여왕으로 즉위하는 이 순간은 전 세계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었다. 이화룡과 안세진 역시 유튜브로 진행되는 라이브 방송을 틀었다. 이 두 사람은 모두 구름산에서 헬레나를 직접 본 적이 있으며, 그녀가 왕실에서 의지할 곳 없이 결혼 도구로 취급 받던 꼭두각시였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런데 단 며칠 만에 그녀가 새로운 여왕으로 즉위하게 되다니, 이 변화는 정말 엄청난 것이었다. 그리고 그들은 헬레나가 인생을 완전히 역전하여 정상에 오르게 된 모든 것이 시후 덕분임을 잘 알고 있었다.이때 생방송의 진행자는 흥분된 목소리로 말했다. "지금 여러분이 보고 계신 것은 바로 왕실 마차가 경비대의 호위를 받아 천천히 왕궁 정문으로 다가가고 있는 모습입니다. 마차는 3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지고 있으며, 이전의 11명의 노르웨이 국왕 및 여왕이 이 마차를 타고 왕궁에서 대성당으로 가 즉위식을 올린 것으로 전해집니다. 일부 현지 언론인들에 따르면, 이 마차는 반 년 전부터 전면적인 개조를 시작했으며, 원래는 전임 왕위 계승자인 올리비아 일리아드 공주를 위해 준비된 것이었으나, 노르웨이 왕위 계승자가 급히 변경되었고 3일 전.. 현임 여왕은 헬레나 일리아드에게 왕위를 물려줄 것을 갑자기 발표했습니다. 이제 헬레나 일리아드의 예정된 탑승 시간까지는 1분이 남았으며, 모두 함께 노르웨이 새 여왕의 모습을 기대하시죠!”진행자의 말이 끝나자마자 화면에는 붉은 제복을 입고 곰 가죽 모자를 쓴 채 어깨에 총을 맨 경호원들이 왕궁 내에서 두 팀으로 나뉘어 걸어 나오는 모습이 보였다.진행자는 약간 흥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시청자 여러분, 지금 여러분이 보고 계신 것은 노르웨이 왕실 경비대의 의장대입니다. 그들의 제복은 영국 왕실 경비대의 제복과 매우 유사합니다. 이 붉은 제복과 곰 가죽 모자 차림은 유럽 왕실에서 200년 이상의 역사
이때, 헬레나는 걸음을 멈추고 왕궁 정문 앞에 서서 멀리 있는 열광적인 노르웨이 국민들에게 손을 흔들었다. 그 때 생방송 카메라는 빠르게 줌 인하여 헬레나의 전신을 클로즈업했고, 클로즈업한 화면 속의 헬레나는 더욱 아름다워 보였다.진행자는 참을 수 없이 감탄하며 말했다. "아아.. 헬레나 일리아드 공주는 정말 너무 아름답습니다. 현장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그녀의 미모에 충격을 받았으며, 지금 이 순간 노르웨이 국민들의 마음이 얼마나 행복할지 상상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이때, 카메라는 헬레나의 왼쪽 가슴에 달린 브로치를 주목한 후, 그 브로치를 클로즈업했다.진행자는 이렇게 설명했다. "여러분, 지금 헬레나 공주가 착용한 브로치의 클로즈업을 보실 수 있습니다. 이 브로치는 금으로 만든 나뭇잎 모양으로 매우 정교해 보이며, 나뭇잎 아래쪽에는 작은 다이아몬드로 'E'와 'SH'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네요." 진행자는 이어서 말했다. "이 브로치는 헬레나 일리아드 공주에게 특별한 의미가 있을 것입니다. 이 세 글자는 이름의 약자일 가능성이 큽니다. 마이클 잭슨을 MJ로 줄여 부르는 것처럼요. 하지만 이 이니셜은 누구의 이름을 약자로 나타내는지 모르겠네요. 확실한 것은, 이 글자가 정말 사람의 이름을 나타낸다면, 그 사람은 헬레나 일리아드 공주에게 매우 중요한 사람일 것입니다." 진행자는 웃으며 말했다. "하하.. 지금 이 순간 모든 시청자들은 이 이니셜이 누구를 나타내는지 궁금해하고 있을 것입니다. 만약 이 글자가 이름의 약자라면, 그것이 누구인지에 대한 추측이 소셜 미디어에서 큰 화제가 될 가능성이 크겠군요..?!"이때 안세진과 이화룡은 동시에 시후를 바라보았다. 다른 사람들은 이 세 글자가 무엇을 나타내는지 알 수 없지만, 안세진과 이화룡은 한눈에 이 글자가 시후를 나타낸다는 것을 알아챘다. 게다가 이 브로치의 이니셜이 시후의 성을 나타낸다는 점도 명확했다.시후는 헬레나가 전화에서 말할 때 자신에게 주의를 기울이라고 했던 브로치가 자신의 이니셜
이때 해외 언론과 네티즌들은 이미 떠들썩해졌다. 헬레나가 오늘 같은 중요한 행사에서 이런 브로치를 가슴에 달고 나온 진정한 의도가 무엇인지에 대한 추측이 쏟아지고 있었다. 만약 E와 SH라는 세 글자가 사람 이름의 약자라면, 그 사람은 누구일 것인가에 대해 한동안 온라인에서는 추측이 끊이지 않았다. 그리고 많은 한국 네티즌들조차도 이 이야기에 흥미를 느끼기 시작했다. 하지만 대부분은 이 글자가 이름의 약자라면 반드시 영어 이름일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정답을 추측하지 못했다. 식목일 당일 구름산에 있었던 사람들 외에는 이 글자가 사실 한국인의 이름의 이니셜이라는 것을 아무도 상상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이때 생방송은 계속되고 있었다.헬레나는 두 명의 왕실 시종의 부축을 받아 유서 깊은 왕실 마차에 올라탔다. 이어 마차는 왕실 경호대의 호위를 받으며 천천히 왕궁을 떠나 대성당을 향해 나아갔다.길을 따라 국민들이 서 있었고, 열광적인 팬들은 헬레나의 이름을 외쳤다.진행자는 이렇게 설명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왕궁에서 대성당까지는 총 7km의 거리로, 헬레나 일리아드 공주는 마차를 타고 1시간 동안 이 길을 갈 예정입니다. 공식 통계에 따르면 이 거리를 따라 적어도 50만 명이 현장에서 이를 지켜볼 예정이라고 합니다. 이는 노르웨이 정부에게도 큰 도전이라고 할 수 있죠."시후는 이 말을 듣고 앞으로 1시간 동안 헬레나가 마차를 타고 가는 장면이 계속될 것임을 깨달았다. 그래서 안세진에게 말했다. "부장님, 이룸 그룹에 한번 다녀와야 할 것 같습니다.""알겠습니다 도련님." 안세진은 즉시 답했다.옆에 있던 이화룡은 급히 일어나 말했다. "도련님, 제가 모시겠습니다!"시후가 헤븐 스프링스를 떠나 이룸 그룹으로 가는 길에도, 헬레나는 마차에 앉아 도로 양쪽의 국민들에게 계속 손을 흔들며 인사하고 있었다. 시후는 휴대폰으로 생방송을 계속 켜둔 채 이룸 그룹에 도착했고, 잠시 소리를 꺼 두었다.아름답고 당당한 송민정은 이룸 그룹의
문을 들어서자마자, 송민정은 시후를 소파에 앉도록 권한 후, 참지 못하고 시후를 놀리기 시작하며 웃으며 말했다. "은 선생님, 헬레나 공주의 즉위식 생방송을 보셨나요?"시후는 무심코 대답했다. "봤습니다."송민정은 활짝 웃으며 그를 바라보며 물었다. "은 선생님, 헬레나 공주가 착용한 그 브로치.. 당신에게 간접적으로 고백하는 것 같지 않나요?"시후는 무심코 되물었다. "송민정 회장, 언제부터 이렇게 수다스러워졌죠? 평소 당신 답지 않군요."송민정은 살짝 웃으며 진지하게 말했다. "저는 그나마 덜한 편이에요. 생방송에서 헬레나 공주의 가슴에 달린 브로치를 보자마자, 나나코가 저에게 전화를 걸어왔어요. 그녀는 우리가 또 하나의 경쟁자가 생겼다고 하더군요."시후가 물었다. "나나코에게 내가 이곳에 올 것이라고 말했나요?""물론이죠." 송민정은 웃으며 대답했다. "나나코가 저에게 물어보라고 시켰어요. 나나코는 헬레나가 첫눈에 당신에게 반해 사랑을 고백하고 있다고 느꼈다고 했어요. 저도 같은 생각이고요~" 그러면서 송민정은 시후에게 약간 놀리는 투로 말했다. "은 선생님! 지금 전 세계가 이니셜의 주인공이 바로 누구인지 궁금해하고 있어요~ 이 열기는 당분간 지속될 것 같은데.. 그러니 최근에 꼭 조용히 지내셔야 해요? 만약 누군가 당신이 이니셜의 주인공이라는 걸 알아차린다면, 큰 문제가 될 테니까요."시후는 고개를 흔들며 약간 무심한 태도로 말했다. "하아.. 그 이야기는 그만하고 경매 이야기를 좀 더 나누죠."송민정은 시후가 이 주제를 피하려는 의도를 알아차리고는 더 이상 놀리지 않고 진지하게 말했다. "은 선생님, 이번 회춘단 경매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진행할 계획이세요?"시후는 말했다. "이번에는 LCS 그룹과 이룸 그룹이 함께 주최하고, 장소는 버킹엄 호텔로 정할 생각입니다."송민정은 서둘러 물었다. "은 선생님, LCS 그룹이 공개적으로 참여하면 신분에 불필요한 문제를 가지고 오지 않을까요?"시후는 말했다. "이번 경매에
시후의 말은 송민정의 심장을 열정으로 가득 채웠다. 그녀는 줄곧 소장품 거래와 경매 사업을 크게 성장시키고 싶었지만, 적절한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었다. 그녀는 예전에 예인당에서 시후가 오래 전 사라진 문화재 복원 기술을 통해 자신들의 골동품을 복원하는 것을 두 눈으로 직접 보고 그와 인연을 맺고자 했다. 원래는 시후를 예인당으로 영입하여 이룸 그룹을 위해 일하게 하려고 했지만, 당시만 해도 그저 평범한 집안의 데릴사위였던 시후의 진짜 신분이 사실은 LCS 그룹의 도련님이었고, 그의 능력이 이렇게 대단할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송민정은 시후를 통해 예인당을 부흥시키려던 희망을 접어야 했다... 그리고 그 이후로 예인당을 활성화시키려 했던 그녀의 소망은 이미 오래 전 무산되었다. 그리고 골동품을 수집하는 것은 일반 사람들에게는 다소 동떨어진 산업처럼 느껴지고, 큰 움직임도 잘 생기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알고 보면 사실 이 업계는 엄청난 이익을 창출하는 시장 규모가 크다고 할 수 있다. 큰 경매 회사의 경우 경매한 건에 거래되는 금액은 수십 억에서 수백 억에 달할 수 있으며, 특별한 아이템이 등장하면 거래 금액은 더욱 높아진다. 어떤 경우에는 단지 한 점의 그림 경매만으로도 경매 회사에 수억 달러의 거래액을 가져다 줄 수 있는 것이 바로 이 시장이라고 할 수 있다. 경매의 수익성도 굉장히 높은데, 수익 방식은 일반적으로 경매 회사의 자체운영과 수수료로 구분된다. 일반적으로 경매 회사는 전통적인 골동품 시장에서 나오는 소장품들을 선별하여 경매로 내놓는다. 수수료는 경매에서 가장 중요한 수익원인데, 5%에서 15% 정도의 수수료를 받으며, 회사의 명성이 높을수록 수수료 비율도 높아진다.보통 한 점의 명화가 1억 달러에 거래된다면, 경매 수수료로 1,500만 달러를 받을 수 있다. 이를 한화로 환산하면 약 200억 원이 된다. 따라서 경매 회사의 규모가 크면 클수록 수익 창출 능력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것이다. 경매에서 수백 억 달러의 거
좋은 기회를 찾지 못해 고민하던 송민정은 시후가 회춘단을 통해 도움을 주겠다고 하자, 내심 깊이 감사하면서도 가슴이 벅차 올랐다..! 그녀는 회춘단의 가치를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이 세상 어떤 소장품도 이 최고급 약과 견줄 수 없다는 것을 말이다. 그래서 그녀는 회춘단의 경매에서 역대 최고가가 나오게 될 것이며 기록을 세울 것이라고 거의 확신했다. 이는 곧 예인당이 이름을 날릴 절호의 기회였다. 마치 삼류 연예인이 세계 최고의 스타와 함께 공연할 기회를 얻은 것과 같은, 그녀 자신에게 그리고 예인당에게 큰 도약의 기회가 될 것이었다.그녀는 흥분된 마음으로 시후에게 말했다. "은 선생님, 안심하세요. 이번 경매를 최고의 수준으로 준비하겠습니다!"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감동적인 표정으로 말했다. "예인당은 비록 이룸 그룹의 자산이지만, 저에게도 특별한 의미가 있습니다. 그래서, 반드시 예인당의 명성을 드높여 주세요. 우리 사이의 인연이 헛되지 않도록 말이죠."예인당에서 만약 시후의 장인 김성곤이 실수로 골동품 꽃병을 깨뜨리지 않았다면, 시후는 《구현보감》을 얻을 기회가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시후에게 《구현보감》이 없었다면, 오늘날 한국에는 도련님인 은시후만 있었을 뿐, 다른 사람들에게 존경을 받는 ‘은 선생님’은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시후는 예인당이 자신에게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시후는 곁에 있는 송민정이 이 말을 듣고 오해할 줄은 몰랐다. 송민정은 시후의 말을 듣고 마음 속에 물결이 일며, 그를 바라보는 눈빛에는 마치 봄 날의 바람과 같이 따뜻하고 깊은 감정이 담겨 있었다. 사실 송민정에게 있어 예인당은 이미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장소 중 하나였다. 하지만 그녀는 시후 역시 예인당을 특별하게 여긴다는 것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이는 그녀가 시후가 말한 이러한 감정이 모두 자신을 향한 것이라고 오해하게 만들었다. 그녀는 시후를 오랫동안 열렬히 사랑해 온 것이 일방적인 것이 아니었다는 것을 깨달았고, 적
그는 당장이라도 닌자들을 잡아 갈갈이 찢어 버리고 싶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아직 닌자들의 진짜 정체를 파악하지 못했다.배해산은 주위에 많은 정보통이 있었기 때문에, 배한빈이 집으로 돌아오기 전에 이미 이 일을 전해 들었다. 그는 배호영을 특별히 아꼈는데, 손자의 귀가 잘렸다는 소식에 분노가 극에 달해 서재 안에서 부술 수 있는 것은 모두 부수고 있었다.이 소리를 듣고 놀란 아내는 급히 남편에게 와 상황을 진정시키며 겨우 배해산을 막아 세웠다. 소식을 들은 후 아내는 방 안에 더 부술 물건이 남아나지 않은 것을 보고 배해산을 연신 때리며 울부짖었다. "어떻게든 우리 손자를 무사히 구해 와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나도 죽어버릴 거야!" 배해산은 이미 심란한 상태였는데, 아내가 자신을 더 자극하는 것을 원치 않아 불만스럽게 말했다. "알았어! 호영이는 당신 손자이기도 하지만 나의 손자이기도 해. 반드시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그 아이를 구해 올 거야!" 아내는 다시 물었다. "정말이에요? 그들이 무자비하게 호영이를... 호영이를..." 아내는 말을 잇지 못하고 울음을 터뜨렸다. 배해산은 손을 저으며 말했다. "걱정하지 마, 그들은 돈을 원할 거야. 그들이 돈을 원한다면 호영이를 해치지 않을 거야." 아내는 다급히 덧붙였다. "결과가 어떻게 되든, 그 놈들에게 반드시 복수해야 해요!" 노부부의 서재에서 난 소란은 곧바로 배호영의 어머니와 다른 페이셔스 그룹 사람들에게 전해졌다. 배해산은 이들에게도 사건의 상황을 숨기지 않고 설명했다. 이 이야기를 듣고 난 배호영의 어머니는 그 자리에서 기절해 버렸고, 다른 가족들 역시 몹시 불안해했다. 평소 안락한 생활에 익숙했던 이들은 가족이 납치당하고 심지어 귀가 잘렸다는 소식에 한편으로는 화가 나고 한편으로는 두려움에 휩싸였다. 한동안 페이셔스 그룹은 온통 아수라장이 되었다. 그러나 아직 배한빈이 집에 도착하기도 전에, 인터넷에는 또 다른 화제가 되는 영상이 올라왔다. 그 영상의 제목은 매
그 여자는 총을 들이대는 사람들 때문에 겁에 질려, 허름한 크로스백에서 떨리는 손으로 구겨진 피임약 상자를 꺼냈다.배한빈은 상자 위에 그려진 피임약 상자의 사진을 보고 얼굴이 더 어두워졌다. 그는 장난이라고 생각하며 차갑게 말했다. "그 개자식이 너한테 주라고 한 게 이거야?""네 맞아요.." 여자는 급하게 말했다. "그리고 그 사람이.. 당신에게 한마디를 전해달라고 했어요.."배한빈은 분노에 차서 소리쳤다. "빨리 말해! 더 망설이면 당장 죽여버릴 거야!"여자는 온몸을 떨며 말했다. "그가 말하길.. 미안하지만 배한빈 씨, 시간이 촉박해서 적당한 용기를 구할 수 없었다고 하더군요.. 상자는 초라하지만 안에 있는 물건은 정말 소중하다고 했어요.."배한빈은 상자를 가져가려다 그 여자가 에이즈에 걸렸다는 생각이 들어 망설였다. 그는 여자를 가리키며 말했다. "상자를 땅에 내려놔!"여자는 순순히 상자를 땅에 내려놓았다. 배한빈은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 오른손으로 그 상자를 조심스럽게 집어 들었다. 하지만 상자를 열어야 할 때가 되자, 그는 왼손으로 직접 상자를 열기가 꺼려졌다. 에이즈가 이런 접촉으로 전염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지만, 여전히 불안했다. 다행히 옆에 있던 그의 부하 중 한 명이 검은 장갑을 건네 주었다. 배한빈은 안심하며 장갑을 끼고 상자의 뚜껑을 열었다. 어두운 환경 탓에 상자 속 내용물이 잘 보이지 않았지만 가벼운 물체가 들어 있는 듯했다. 그는 상자를 살짝 흔들어보다가 오른손으로 상자를 뒤집고 왼손으로 받쳤다. 그리고 그 안에 든 물건을 쏟아냈다. 갑자기 두 개의 물체가 그의 손바닥에 떨어지자, 배한빈은 그 모습을 확인하고는 깜짝 놀라 비명을 지르며 물체를 바닥에 내던졌다. 그것은 바로 피투성이가 된 두 개의 귀였다.주변에 있던 여자들도 그 모습에 비명을 지르며 뒤로 물러났다. 보디가드들도 충격을 받았고, 상자 안에 사람의 귀가 들어있을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배한빈은 몸을 가다듬고 가까이 다가가 귀를 확인한 뒤,
보디가드는 긴장한 채 말했다. "대표님, 그냥 가시기엔 너무 위험합니다. 제가 먼저 가서 그 여자가 이상이 없는지 확인해볼까요?""그럴 필요 없어..." 배한빈은 고개를 저었다. 아버지인 배해산이 이미 그렇게 하라고 명령한 상황에서 만약 다른 사람을 보내 여자를 확인하게 한다면, 혹시라도 이 소식이 아버지의 귀에 들어가 아버지가 자신에게 실망할 것이 두려웠다. 결국 배한빈은 마음을 굳히고 차 문을 열어 내려가 도로변에 서 있던 그 여자에게 다가갔다. 케딜락에서 중년 남자가 내려 자신들 쪽으로 걸어오자 여성들은 하나같이 환심을 사기 위해 아양을 떨며 윙크를 보냈다. 배한빈은 이 모습을 보고 속이 메스꺼워 온몸이 가려웠다. 하지만 그는 어쩔 수 없이 그 금발의 여자를 찾아가 손에 든 천 달러를 그녀의 옷깃 안으로 밀어 넣었다.주위에 있던 여자들이 깜짝 놀라며 감탄사를 쏟아냈다. 다른 여인들은 하루 종일 서 있어도 백 달러도 벌기 힘든데, 이 남자는 와서 바로 천 달러를 건넸기 때문이다. 그러자 금발 여자는 기뻐하며 말했다. "어머나, 당신이 바로 배한빈 씨인가요?"배한빈은 여자의 입에서 나는 악취에 놀라 한 걸음 물러나며 토할 것 같은 충동을 억누르고 물었다. "돈은 줬으니 이제 물건을 줘. 누가 나에게 뭔가를 주라고 하지 않았나?"여자는 기쁜 표정을 짓더니 이렇게 말했다. “그 사람이 날 속이려는 줄 알았는데.. 이렇게 좋은 일이 있을 줄은 몰랐어..” 그러자 그녀는 배한빈에게 다가와 갑자기 그를 세게 껴안고 입을 맞추었다!보디가드들은 여자가 배한빈에게 뭔가 위협을 가하는 줄 알고 총을 들고 차에서 뛰쳐나왔다.배한빈은 깜짝 놀라 그 여자를 밀쳐내고 입을 닦으면서 분노에 차서 외쳤다. "퉤퉤퉤! 이 미친 여자야?! 왜 키스를 하는 거야!" 그리고 배한빈은 여자의 팔에 바늘 자국이 가득한 걸 보고 더 크게 경악하며 얼굴이 창백해졌다. 배한빈은 끊임없이 침을 뱉으면서 자신을 털어내며 소리쳤다. "너 에이즈 환자 아니야? 혹시라도 에이즈
배한빈은 방금 받은 문자를 보고 다시 고개를 들어 길가에 서 있는 여자들을 살펴보았다. 그러자 금발에 앞니 두 개가 빠진 여자가 바로 자신이 탄 차의 창문을 두드려 겁에 질리게 했던 그 여자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상대가 에이즈에 감염되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자 그는 메스꺼움을 느꼈고, 거의 구토를 할 뻔했다. 하지만 아들을 납치한 인물이 그 여자의 옷깃에 돈을 넣으라는 요구를 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는 참을 수 없는 분노로 욕설을 내뱉었다. “사람을 가지고 놀잖아! 줄 게 있으면 그냥 내놓으면 되지, 왜 굳이 그 여자의 몸에 돈을 넣으라는 거야?” 경호원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대표님, 또 문자를 받으셨습니까?” 배한빈은 창 밖에 있는 여자를 지긋지긋한 표정으로 바라보며 말했다. “이 개자식들이 그 여자한테 1000달러를 넣고 뭔가를 받으라고 하잖아! 정말 어이가 없군!” 경호원은 급히 말했다. “대표님, 제가 대신 가겠습니다. 저 여자는 아마 누군가로부터 1000달러를 받으라는 말을 들었을 테니, 누가 넣든 상관없을 겁니다.” “안 돼..” 배한빈은 즉시 말했다. “누군가가 지켜보고 있으니 내가 속임수를 쓰면 호영이에게 해를 입힐 수도 있다.” 경호원이 말했다. “하지만 대표님, 직접 가셔서는 안 됩니다. 만약 저 여자가 살인자이거나 몸에 폭탄이라도 지니고 있다면, 당신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습니다!” 이 말을 듣자 배한빈은 갑자기 무서워졌다. 혹시라도 이게 자신을 노린 함정이라면, 차에서 내리는 순간 자신의 목숨이 위험해질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한편으로 그는 자신의 아들이 생명의 위협에 처해질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또한, 만약 자신이 이 일을 따르지 않으면 아버지가 실망할 것이라는 사실도 그를 불안하게 만들었다. 배해산은 결단력이 강하고 과감한 성격을 가졌으며, 겁 많고 소심한 사람들을 싫어했다. 게다가 배한빈은 외아들이 아니었고, 두 명의 동생들이 늘 후계자 자리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었다. 그러
배한빈의 차량 행렬이 브루클린에 진입했을 때, 많은 거리의 청년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브루클린에서는 갱단 보스만이 롤스로이스를 살 수 있지만, 그들의 차량 번호는 지역 갱단들이 이미 외우고 있었으므로 이 차량들이 외지에서 온 것을 단번에 알아챘기 때문이다. 몇몇 갱단 멤버들은 이 차량들을 보고 탐욕스러운 생각이 들었으나, 반대편에도 6대의 차량이 있는 것을 보고 이성을 되찾은 뒤 그저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그때, 배한빈의 차 안으로 문자 메시지가 도착했다. 이번에는 새로운 번호에서 라는 메시지가 왔다. 미국의 모텔은 가장 저급한 호텔로, 허름한 방과 치안이 나쁜 곳에 위치하고 관리가 소홀한 것이 특징이다. 모텔에 숙박할 때는 신분증을 제시할 필요가 없으며, 차를 주차한 뒤 현금을 내고 방 열쇠를 받는다. 모텔 주인도 신경 쓰지 않고 돈만 받을 뿐, 손님의 신분에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 그래서 이곳에는 도망자, 매춘부, 마약 중독자들이 모이기 마련이었다. 배한빈은 상대방이 이런 곳을 만남 장소로 정한 것에 놀랐고, 상대의 번호를 정보팀에 전달해 위치를 추적하도록 했다. 그러나 상대방이 또 다시 전화를 꺼버려, 추적은 실패로 끝났다. 결국 배한빈은 꺼림칙한 마음에도 불구하고 월튼 모텔로 향할 수밖에 없었다. 이 모텔은 노스 브루클린 외곽에 위치했다. 호송대가 모텔에 도착하자마자, 입구에는 최소 7~8명의 여성들이 노출이 심한 옷을 입고 서 있었다. 이 여성들은 남자가 운전하는 차가 보이면 손을 흔들며, 남성 운전자들은 차를 세우고 창문을 내리고 간단한 대화를 나누었다. 대화의 내용은 주로 어떤 서비스를 제공할 지와 그에 대한 비용에 관한 것이었다. 합의가 되면 여성들은 남성의 조수석에 타거나 모텔 방으로 함께 들어가 거래를 진행했다. 배한빈은 주변 환경을 보며 혐오감을 느꼈고, 그때 몇몇 여성들이 그들의 차량을 발견하고 다가왔다. 비록 대부분은 자신들이 롤스로이스 차주에게 선택 받지 않을 것
브루클린은 한때 뉴욕에서 가장 유명한 빈민가였다. 현재는 상황이 많이 개선되었지만 여전히 뉴욕에서 가장 혼란스럽고 치안이 나쁜 지역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북부 브루클린은 흑인과 히스패닉 인구가 많아 뉴욕의 각종 갱단의 인력이 공급되는 주요 근원지였다. 이곳의 많은 청소년들은 12~13살에 이미 총을 들고 거리를 활보하며 갱단의 예비병으로 활동한다. 그리고 14~15살 정도가 되면 싸움을 일삼거나, 절도, 강탈 등 악행을 서슴지 않기도 한다. 그렇다 보니 이곳의 치안 상태는 매우 열악해서 길거리에서 젊은 남성 10명을 무작위로 골라봐도 총이 11자루 정도 나올 정도이고, 평소에 일반 시민은 물론, 경찰조차 순찰을 꺼리는 지역이다.핫토리 카즈오가 시후의 요구에 따라 배한빈을 이곳 브루클린으로 부른 이유이기도 했다. 배한빈은 메시지를 보고 급히 말했다. “아버지, 누군가 제게 문자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호영이의 행방을 알고 싶다면 브루클린으로 오라고요!” 배해산은 이 말을 듣고 책상을 탁 치며 분노했다. “가! 당장 준비해! 그리고 전화번호를 정보 부서에 넘겨서 이 번호의 위치를 즉시 추적하게 하고!” 배한빈은 잠시 망설이며 물었다. “아버지, 제가 가야 합니까?” “당연하지!” 배해산은 말했다. “네가 안 가면 내가 가야 한다는 말이냐?” 배한빈은 다소 불안하게 말했다. “브루클린은 치안이 너무 나쁘고, 저는 이게 함정일까 봐 걱정이 됩니다...” 배해산은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걱정할 것 없다. 넌 그냥 가기만 하면 돼. 무술가들을 모두 데리고 가고, 보디가드 두 팀을 붙여 너를 비밀리에 보호하도록 해. 이 정도 상황이면 특수부대라도 너를 납치하지 못할 거다!” 배한빈은 아버지의 확고한 태도에 따라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구체적인 주소를 물어보겠습니다.” 그는 전화번호를 페이 가문의 정보팀에 넘기면서 메시지를 답장했다. 하지만 메시지를 보낸 후로는 아무런 답장이 없었다
핫토리 카즈오는 이 말을 듣고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는 바보가 아니었기에, 시후의 말 속에 담긴 뜻을 이해했다. 순간, 그의 마음가짐이 180도 바뀌었다. 그는 처음에 이가 가문이 페이셔스 그룹의 복수로 인해 모두 죽게 될까 두려웠다. 그러나 이제 인터넷에서 돌아다니는 이야기가 떠올랐다. ‘무모해 보이는 도전도 성공만 한다면 큰 보상을 얻을 수 있다는 것.’ 이렇게 생각하자, 그는 점점 흥분되기 시작했고, 입이 저절로 떨어졌다. “은 선생님, 필요한 일이 있으시면 무엇이든 말씀만 하십시오. 목숨을 걸고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시후는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를 지었다. “좋아, 그 자세 마음에 드는군!” 그리고 나서 시후는 핫토리 카즈오에게 자신의 요구 사항을 자세히 전달했다. 핫토리 카즈오는 불안하기는 했지만 주저 없이 말했다. “은 선생님, 걱정 마십시오. 반드시 임무를 완수하겠습니다!” 시후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성도민에게 말했다. “성도민 씨, 나는 지금 프로비던스로 돌아가야 합니다. 이곳에 남은 일은 핫토리 카즈오와 협력해서 전부 해결하도록 하세요. 내일 다시 오죠.” 성도민은 공손히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은 선생님!” ....몇 분 후, 헬리콥터가 별장에서 이륙하여 프로비던스로 향했다. 한편, 뉴욕 전역에서는 배호영의 행방을 찾기 위해 수만 명이 동원되었다. 하지만 그들은 아무리 머리를 짜내며 단서를 찾아도, 여전히 아무런 성과도 없었다. WF 호텔에서 출발했던 쓰레기차는 마치 증발해버린 것처럼 흔적도 남아 있지 않았다. 시간이 갈수록 페이셔스 그룹 사람들의 불안감은 더욱 커져만 갔다. 배해산은 평소 아들인 배한빈에게는 매우 엄격했지만, 손자 배호영에게는 무척 관대하고 애정을 가득 쏟았다. 배호영이 납치된 후 아무런 소식이 없자, 배해산은 배한빈을 서재로 불러 따져 물었다. “도대체 뭘 하고 있는 거야? 이렇게 시간이 지났는데, 왜 아직도 아무런 소식이 없는 것이냐 말이다!” 배한빈도 난
배호영은 시후의 눈에 숨김없는 살의가 가득 찬 것을 보고,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극도의 공포를 느꼈다! 그는 퍽 소리를 내며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리며 눈물을 흘리며 애원했다. “은 선생님... 저는 그저 젊은 혈기로 잠시 이성을 잃었을 뿐입니다... 저희 페이셔스 그룹이 그래도 미국에서 꽤나 잘 나가는 집안인데, 제발 이번 한 번만 저를 용서해 주십시오. 필요하신 돈이 얼마든 말씀만 하시면, 저희 아버지께서 반드시 만족시켜 드릴 겁니다... 제발 살려주십시오...” 시후는 그의 연극이 지겨워 차갑게 말했다. “배호영, 정말 돈이면 모든 게 다 된다고 생각하나? 너희 증조할아버지께서도 돈이 그렇게 많았지만, 결국 그룹 내에서 자리를 지키지 못했지 않나? 내가 분명히 말해두는데, 너 하나의 목숨과 바꾼다고 해도, 나는 페이셔스 그룹의 모든 자산을 거부할 거다! 성인이라면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져야지. 너 뿐만 아니라 네 아버지와 할아버지까지도 너의 행동에 대한 대가를 치러야 할 거야.. 원래 자식의 잘못은 부모에게서 비롯된 것 아니겠어?”배호영은 본능적으로 반문했다. “넌 페이셔스 그룹의 복수가 두렵지도 않나?! 나의 아버지와 할아버지가 내가 죽은 걸 알면, 페이셔스 그룹 전부를 동원해서라도 반드시 복수할 거다!” “네 아버지와 할아버지..?” 시후는 이를 듣고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 “사실을 말해주지. 너희 증조할아버지 배원중과 너희 사촌 배유현은 지금 내 사람들의 보호를 받고 있다. 그래서 나는 너 뿐만 아니라 네 아버지와 할아버지도 끝장을 낼 생각이야.. 만약 네 증조할아버지가 미국으로 돌아올 기회가 생긴다면, 그가 네 아버지와 할아버지를 그냥 둘 것 같아? 그가 그들을 용서하겠다고 한다면, 난 그를 용서하지 않을 거다!” 배호영은 그 말을 듣고 극도의 공포에 휩싸였다. 그는 꿈에서도 상상하지 못했다. 그토록 찾으려 했던 증조할아버지와 사촌이 시후의 손아귀에 있을 줄이야! 그 순간, 그는 비로소 시후가 얼마나 대단한 존재인지 깨달았다.
바닥 위에는 두 개의 피 묻은 귀가 뚜렷하게 보였고, 배호영은 온 힘을 다해 두 귀를 감싸며 고통스러워 소리쳤다. 그의 손가락 사이로 피가 끊임없이 흘러나와 참혹하기 그지없었다.이때 성도민은 손짓으로 신호를 보내며 말했다. “상처를 처리해 줘.” 부하는 고개를 끄덕이며 지혈용 약병을 꺼내 배호영의 상처 부위에 소독약을 뿌렸다. 성도민은 핫토리 카즈오에게 다시 말했다. “바닥에 있는 걸 주워서 화장실로 가서 깨끗이 씻어. 아직 쓸 일이 있다.” 핫토리 카즈오는 거부하지 못하고 재빨리 바닥에 떨어진 두 귀를 주워 화장실로 가서 물로 씻어냈다. 이때, 한 대의 헬리콥터가 이곳 건물의 빈 공간에 착륙했다. 시후는 혼자 헬리콥터에서 내렸고, 곧 블랙 드래곤의 한 병사가 다가와 공손히 말했다. “은 선생님, 리더는 지하실에 있습니다. 함께 가시죠.” 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병사의 안내를 따라 별장 지하실로 향했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성도민이 방 중앙에 서 있었고, 배호영은 두 귀를 잘린 채 고통에 몸을 떨고 있었다. 성도민은 시후가 온 것을 보고 즉시 공손하게 말했다. “은 선생님!” 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배호영을 바라보고 냉소하며 말했다. “배호영 씨, 또 만났군요.” 배호영은 그제야 시후를 보고, 귀에서 밀려오는 고통을 잊은 채 경악하여 말했다. “당... 당신은 그 풍수사 아니야?!” 시후는 미소 지으며 말했다. “왜? 날 보니 놀랍습니까?” 배호영은 혼란스러워하며 소리쳤다. “도대체 누구야?! 왜 블랙 드래곤에게 나를 여기로 끌고 오라고 했어?! 왜 내 귀를 잘라버렸지?! 대체 왜 그러는 거야?!” 시후는 담담하게 말했다. “이유가 뭐 그리 많겠어? 네가 마음에 안 드니까. 그거면 되지 않나?” 배호영은 분노에 차서 외쳤다. “나랑 아무런 원한도 없잖아! 이런 짓을 하는 이유가 뭐야?! 우리 페이셔스 그룹이 복수할까 봐 두렵지도 않나?!” 시후는 그를 바라보며 점점 차가운 눈빛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