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후는 자신이 예인당을 언급했을 때, 송민정이 눈물을 흘릴 줄은 몰랐다. 그는 그녀가 과거의 여러 고난과 역경을 생각하며 감정에 북받쳤다고 생각해 급히 그녀를 위로했다. “자, 이제 나쁜 일들은 다 지나갔고 이제는 이룸 그룹의 회장이 되었으니, 더 강해져야 하고 앞으로 더 발전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해요.”송민정은 급히 고개를 끄덕이며 눈물을 닦고 웃으며 말했다. “죄송해요, 은 선생님.. 제가 웃긴 모습을 보였죠...?”시후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괜찮아요. 그런데 곧 부장님이 올라올 텐데, 이 모습을 보면 뭐라고 생각할지 모르겠네요.” 말을 마치고, 시후는 조금 놀라며 중얼거렸다. “그런데 안세진 부장은 주차를 왜 이렇게 오래 하는 거지..?”그 시각, 이룸 그룹 건물 아래에서는 안세진이 담배를 한 모금 피우고 있었다. 담배가 거의 다 타버린 것을 보고 그는 시계를 확인하며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거의 10분이 지났군, 이쯤이면 됐겠지?” 그는 다시 중얼거렸다. “두 분이 분명히 나에게 들려주고 싶지 않은 사적인 대화가 많을 테니.. 두 분 만의 시간을 조금 더 드리는 게 좋겠어.” 그는 말을 마치고 손에 들고 있던 다 피운 담배를 버리고 주머니에서 새 담배를 꺼내 다시 불을 붙였다. 그 담배를 다 피우고 난 뒤에야 그는 천천히 건물로 들어가 송민정의 사무실 문 앞에 도착했다.그는 문 앞에서 몇 초 동안 조심스럽게 귀를 기울이고는 별 다른 소리가 나지 않는 것을 확인한 후에 문을 두드렸다.이때 송민정은 이미 감정을 추스르고 있었고, 노크 소리를 듣고는 큰 소리로 말했다. “들어오세요!”안세진은 그제야 문을 열고 들어와 예의 바르게 말했다. “은 선생님, 송 회장님..”시후는 놀라며 물었다. “차를 헤븐 스프링스에 다시 주차한 건가요? 왜 이렇게 오래 걸렸습니까?”안세진은 어색하게 웃으며 변명했다. “하핫..! 아니요, 올라오려고 하다가 전화가 와서 좀 지체되었습니다.” 그리고 그는 급히 물었다. “송 회장님과의 대화는
"예 알겠습니다." 안세진은 망설임 없이 동의하며 송민정에게 말했다. "송 회장님, 구체적인 경매에 대해 저는 잘 모르기 때문에, 이 부분은 주로 회장님에게 의존해야 할 것 같습니다.. 때가 되면 저는 사전 홍보, 소프트웨어 개발 및 온라인 홍보, 그리고 경매의 전반적인 현장 지원을 담당하겠습니다. 경매의 구체적인 절차와 실행 단계는 여전히 회장님께서 도맡으셔야 합니다."송민정은 급히 말했다. "부장님, 제게 이렇게 공손하지 않으셔도 돼요. 항상 ‘회장님'이라고 하시니, 저는 좀 죄송스럽기도 하고 부끄러워요..” 그녀는 덧붙였다. "경매의 구체적인 절차와 실행 단계에 대해서는 제가 직접 정리하는 것이 문제가 없겠지만, 제가 지금 가장 걱정되는 것은 경매 물품의 선정 문제인데요..."시후가 물었다. "경매 물품 선정에 구체적으로 어떤 문제가 있나요?"송민정은 다소 어색한 표정으로 말했다. "솔직히 말하자면.. 예인방은 인사동 내에서는 꽤나 유명하지만, 전국적으로 보면.. 그리고 전 세계적으로 보면 골동품 수집 시장에서는 2~3류에 불과해요.. 그래서 저희의 예인방의 고객 자원과 품목 자원도 그리 좋지 않아요.. 그리고 구할 수 있는 골동품의 자원도 평균 수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회춘단을 경매에 올리게 되었을 때, 과연 그에 맞는 수준의 물품들을 모아둘 수 있을지 걱정이 됩니다...” 여기까지 말하고 그녀는 이렇게 덧붙였다. "예인방의 매장에 현재 진열되어 있는 명품이라고는 소산 박대성 선생이 남기신 한 폭의 서예 작품인데, 이 작품도 선생의 대표작이라고는 할 수 없어서 시장 가치도 약 1억 정도밖에 안 됩니다..."시후는 듣고 나서 웃음을 참지 못하고 말했다. "아.. 하하하.. 난 또 무엇 때문에 고민하는 줄 몰랐네.. 당신의 걱정이 이것 때문이었군요.”송민정은 매우 진지하게 말했다. "경매의 질이 어떤가는, 주로 경매장에서 선보이는 컬렉션의 가치에 따라 결정된다고 할 수 있어요. 회춘단은 절대적으로 굉장히 높은 가격에 낙찰될 수
시후는 송민정, 안세진과 함께 경매와 관련된 세부 사항을 확정하였고, 그제서야 마음을 조금 놓을 수 있었다. 이제 회춘단이 전 세계의 상류 사회에서 어느 정도 떠들썩해질 때까지 조금 기다렸다가, 자연스레 경매와 관련된 정보를 뿌리면 될 것이었다.이때, 헬레나가 탑승한 왕실 마차는 노르웨이 수도 오슬로의 대성당에 도착했다. 수백 년의 역사를 지닌 이 대성당은 노르웨이 내에서 가장 크고 웅장한 성당으로, 중세 건축 양식과 강렬한 르네상스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는데, 이 건물은 바로크 양식을 교묘하게 섞은 오슬로의 상징적인 건축물이었다. 이 성당은 지금까지 여러 노르웨이 왕과 여왕의 대관식을 위한 공식적인 장소로 활용되어 왔다. 이제 이 성당은 노르웨이 역사상 가장 젊은 여왕, 헬레나 일리아드를 맞이하게 되었다.헬레나는 수많은 국민들의 주목을 받으며 천천히 마차에서 내렸고, 여러 수행자들과 함께 오슬로 대성당 문 앞의 돌로 포장된 길로 걸어 나갔다. 길 양쪽에는 이슬이 맺힌 신선한 꽃들이 가득했고, 왕실 근위대 병사들이 손에 총을 들고 엄숙한 표정으로 도로 양쪽에 서서 헬레나를 배웅했다.왕실의 절차에 따라, 헬레나는 최소한 5분 동안 천천히 이 돌길을 걸어야 하며, 성당 입구에서 잠시 멈춰서 모든 사람에게 손을 흔들어 인사를 해야 했다.그 시각, 오슬로 대성당 내부에는 이미 유럽의 왕실, 귀족 및 유명 인사들이 자리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유럽에는 여전히 왕실을 유지하는 많은 나라들이 수백 년 전부터 계속해서 상호간의 결혼을 통해 혈연 관계를 유지해왔다. 심지어 몇몇은 아직도 오촌 이내의 친척들이라고 할 수 있었다.성당의 첫 번째 줄에 앉아 있는 인물들은 거의 대부분 유럽 왕실의 직계 친척들이었으며, 그 중 가장 유명한 사람은 바로 영국의 필립 왕세자와 그의 아내였다. 필립 왕세자는 현재 70세를 넘은, 유럽에서 최고령 왕세자였다. 왕세자는 단지 공작의 칭호만 갖고 있었기 때문에 여왕보다 지위가 낮았으므로, 비록 헬레나는 그보다 40살 이상 어렸지만
하지만 근대에 이르러 각국의 왕족들은 실권을 포기하고 입헌군주제를 채택한 이후, 유럽 왕실들 중에서는 영토와 국가를 잃은 경우도 있었지만, 오히려 극도로 단결하게 되었다. 서로 모여 온기를 나누는 분위기가 형성된 것이다. 따라서 어느 왕국의 왕이나 여왕의 건강 상태가 매우 악화되어 죽음에 이르게 되면, 왕실은 다른 왕실에 기밀 서신을 보내 이와 같은 상황을 미리 알려, 조문 준비를 할 수 있도록 했다. 주로 조문을 오는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각국의 왕세자나 권위 있는 왕자들이었다. 만약 조문을 미리 알리지 않았을 때, 누군가가 그 기간에 해외로 나가면, 장례식을 놓칠 수 있다. 그래서 오늘 대관식에 참석한 이들은 모두 노르웨이의 여왕이 거의 죽어가고 있다고 생각했고, 왕위 계승자를 바꾼 것은 아마도 죽기 직전에 갑작스러운 마음의 변화가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누가 이 때 여왕이 직접 성당 내부로 걸어 들어올 줄 알았겠는가..?!여왕의 걸음걸이는 비록 가볍지는 않았지만, 이미 70대의 나이로서는 매우 안정적이었다. 또한, 여왕의 안색은 건강한 사람들의 것과 비슷했고 표정은 가벼워 보였으며, 병에 걸려 거의 죽어가는 사람 같지는 않았다.여왕이 첫 번째 줄에 앉아 있는 사람들 앞에 다가가자, 필립 왕세자가 가장 먼저 정신을 차리고 놀란 얼굴로 일어나 공손하게 인사했다. "여왕 폐하, 오랜만입니다.. 지난 번 뵈었을 때와 안색이 전혀 다르지 않으시군요..?!"여왕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고 말했다. "필립, 어머님은 건강하신가요?"필립은 급히 대답했다. "어머니께서는 얼마 전 건강이 약간 나빠지셨지만, 현재 회복 중이십니다. 나이가 많으셔서 회복이 조금 느린 편입니다.""그렇군요..." 여왕은 탄식하며 말했다. "어머님께서는 거의 100세가 되셨으니, 정말 대단하십니다."이때 다른 사람들은 여왕을 보며 여전히 놀라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여왕이 걸음걸이, 말투, 행동 모두 병든 사람 같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는 정
현대 의학의 발전을 이끌어 온 서양 국가들은 동양의 의학에 대해 본능적으로 의심과 반감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번 노르웨이 대관식에 참석한 고위 인사들과 귀족들은 서양 현대 의학의 온갖 혜택을 누리고 있었다. 그들의 주치의들은 대부분 서양 의학 분야의 최고 전문가들이며, 가장 최신의 의료 기술, 가장 비싼 약물들이 기본적으로 그들에게 우선 제공된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은 서양 의학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도가 매우 깊고 명확했다. 그런데 갑자기 여왕이 한국이라는 아시아 국가에서 만든 약 중에서 1/4 정도의 양 만으로 그녀를 소생시키고, 심지어 의사들이 최소 5년 더 살 수 있게 되었다고 진단을 내렸다는 말을 듣자, 처음에는 그녀의 말을 쉽게 믿지 못했다. 이 말은 너무 황당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왕이 건강한 모습으로 자신들의 눈앞에 서 있는 것을 보자, 그들은 마음속에서 의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정말...... 그 조그만 국가에서 나온 약이 그렇게 신비롭고 대단 하다는 건가..?’ 당시 노르웨이 여왕이 병에 걸렸을 때, 그들은 자신들의 채널을 통해 여왕의 구체적인 병세를 알게 되었고, 서양 의학의 기초하에 그녀의 병은 더 이상 치료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지금 여왕이 건강하게 서 있는 것은 그녀가 거짓말을 하는 것이 아니라는 최고의 증거였다.필립 공작은 매우 궁금해하며 물었다. “여왕 폐하, 방금 말씀하신 회춘단이라는 약이 대체 어떤 병을 치료하는 약인지 알고 싶습니다.”여왕은 진지하게 말했다. “필립, 회춘단은 정말 대단한 약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병이든 치료할 수 있다고 할 수 있어요. 성경에서 성수가 모든 악을 씻을 수 있다고 말하는 것과 같이요.”필립 공작은 난감한 표정으로 말했다. “하지만...... 그건 너무 과학적이지 않습니다...... 우리 모두 알고 있듯이, 현대 의학에서는 대부분의 약이 특정 병을 치료하지 않습니까..? 물론 일부 약물은 여러 병을 치료할 수 있지만, 만능약으로 불리는 아스피
그들도 자신들이 앞으로 언제든지 병에 걸릴 수 있고, 중병에 걸려 일어나지 못하거나 심지어 세상을 떠날 수 있다는 상상을 했던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한 번도 사람이 죽기 전에 이런 고독함과 고통을 겪을 수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여왕의 말 대로라면, 자신들은 병에 걸렸을 때 이 세상에서 가장 고독한 사람이 될 수도 있다는 말이 아니겠는가..?이때 여왕은 만감이 교차한 듯 말했다. “여러분들이 그동안 맹신했던 서양 의학은, 나 또한 오랜 시간 동안 믿어왔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에 나의 정확한 상태를 판단하지 못했다는 건... 상황이 이런데도 서양 의학만이 최고이고 가장 선진적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까요?”모두의 표정은 충격으로 가득 찼고, 모두들 말문이 막혀 쉽게 대답할 수 없었다.필립도 겁에 질려서 두려운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렇다면.. 우리가 소위 뇌사 상태라고 생각했던 식물인간들 중에서도 사실은 의식이 살아있고, 자신의 몸 속에서 몇 년 또는 수십 년 동안 고독하게 살아있을지도 모른다는 말씀이십니까..?”“그래요...” 여왕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예전에는 이런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지만, 내가 직접 경험한 후로는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면서 여왕은 또 말했다. “하지만 나는 그 절망 속에서, 내 또 다른 손녀 올리비아가 다른 사람들과 함께 나를 해치려는 진실을 들었어요! 그때서야 나는 내가 중병에 걸렸던 것이 아니라 독을 먹어 중독되었음을 알았지요! 그것도 쉽게 치료할 수 없고, 아무도 알지 못하는 독이었고..! 만약 내 착한 손녀 헬레나가 온갖 고난을 겪으며 한국에서 가져온 그 약이 아니었더라면, 나는 지금까지도 내 몸 속에 갇혀 죽음만을 기다리고 있었을 겁니다...”이 말을 들은 많은 사람들이 여왕의 말을 확신하게 되었다. 왜냐하면, 왕실이 3일 전에 발표한 공고에서 올리비아 일리아드가 그녀의 약혼자 윌리엄 로스차일드 일가와 함께 여왕을 해치려 한 혐의로
여왕의 말은 방금 그 맬번이라는 왕실 구성원뿐만 아니라 주변에서 여왕을 지켜보던 사람들 모두에게도 큰 실망을 안겨주었다. 여왕의 말은 왕족들과 귀족들이 회춘단의 존재를 완전히 믿게 만들었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그리고 그들이 회춘단의 효능이 진짜라고 믿게 되자마자, 가장 먼저 들었던 생각은 바로 어떻게 해서든 이 회춘단을 얻고 싶다는 것이었다. 결국 이처럼 생사를 좌우할 수 있는 약은 돈과 권력을 가진 사람들에게 가장 소중한 존재가 아닐 수 없었다. 하지만 여왕의 마지막 말은 그들의 희망을 완전히 산산조각 내버렸다. 하지만 회춘단이 생사를 좌우할 수 있다는 생각에, 누군가 포기하지 않고 마지못해 물었다. "여왕 폐하, 헬레나 공주님이 이 회춘단을 어떻게 구했는지 알려주실 수 있습니까? 그렇다면 제가 직접 방법을 알아보고 싶습니다!""그래요!" 다른 사람들도 이 말을 듣고 곧바로 정신이 번쩍 들었다. "여왕 폐하! 저도 헬레나 공주가 이 약을 어디서 얻게 되었는지 알고 싶습니다..! 가능하다면 저도 조금 사두고 싶고요." 이 말을 한 사람은 바로 영국에서 온 귀족으로, 그의 가문은 세습된 작위와 영지를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오랫동안 사업을 하여 큰 성공을 거두었기에 최소 100억 유로 이상의 재산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마음 속으로 노르웨이 왕실은 자산이 별로 없는데도, 헬레나 같은 사람이 회춘단을 살 수 있다면 자신도 충분히 구매할 수 있을 것이며, 오히려 더 많이 살 수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여왕은 이들의 질문을 듣고 웃음을 참지 못하며 말했다. "여러분, 지금 이 일을 너무 간단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 같군요.. 만약 이 약을 살 수 있는 곳이 있었고, 가격이 명확하게 제시 되었다면.. 나 역시도 전 재산을 다 털어서라도 이 약을 구매할 수 있는 만큼 많이 사왔을 겁니다.." 여왕은 표정을 진지하게 바꾸며 말했다. "하지만 이 약은 살 수 있는 곳이 전혀 없습니다.. 헬레나가 이 약을 구할 수 있었던 것도 전적으로 인연 덕분이었지
"그래, 한국은 너무 멀어.. 그런데.. 한국에서 회춘단을 누가 가지고, 대체 어디에 있다는 거지? 어떻게 찾아야 하는 거야?"한 동안, 앞줄에 앉아 있는 이 사람들은 모두 회춘단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들은 오직 회춘단을 어떻게 얻을 수 있을지에 대해서만 궁금해했다.곧 헬레나의 즉위식이 공식적으로 시작되었다. 미디어들은 이때부터 전 세계로 생방송 영상을 송출하기 시작했다. 왕실의 즉위식은 웅장하고 장엄했으며, 헬레나는 마치 보석처럼 눈부시게 빛나며 모든 시청자들을 감탄하게 만들었다.하지만, 현장 앞줄에 앉아 있는 이 귀빈들은 모두 딴 생각에 빠져 있는 것처럼 보였으며 그들의 의식은 마치 공중에 붕 떠 있는 듯한 묘한 상태에 있었다. 지금 이 순간 그들의 마음속에는 오직 한 가지 생각만이 자리 잡았다. 바로 그 신비로운 회춘단을 어떻게 얻을 수 있을까 하는 것이었다. ...그 시각, 미국.미국 내에서 큰 명성을 떨치고 있는 풍수 전문가 박청운이 처음으로 회춘단에 대해 홍보하기 위해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고 있었다. 그는 지금 자신의 가장 좋은 친구에게 전화를 걸고 있었다. 그 친구는 지금 나이가 아흔이 넘은 상태였다. 마치 마성홍의 반응과 같이 박청운이 구름산을 떠나 미국으로 돌아온 이후, 그 친구는 박청운이 어떻게 스무 살이나 젊어 질 수 있었는지 궁금해했다. 그러나 박청운은 늘 하늘의 비밀은 누설할 수 없다고 말했다. 친구가 아무리 물어도 그는 절대 이와 관련된 것에 대해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몇 번이고 그 친구는 절교하겠다는 위협까지 했지만, 박청운은 여전히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박청운이 아무 말도 하지 않은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는 본래 하늘의 운명을 조금 읽을 줄 아는 사람이었고, 친구의 운명에는 이런 기회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그는 시후의 큰 은혜를 받았기 때문에 시후의 정보를 누설할 수는 없었다. 시후는 그가 평생 만나본 사람들 중에서 유일하게 용의 운명을 타고 난 사람이었
시후의 말은 제이크 한을 한순간 혼란에 빠뜨렸다. 그는 자신이 조금 전까지 가지고 있던 두 가지 가설이, 지금 이 순간 서로 모순된다는 걸 깨달았다. 우선, 만약 지금 이 모든 것이 현실이라면, 총에 맞아 벌집이 됐던 자신의 몸이 어떻게 살아 있을 수 있는지 도무지 설명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만약 지금 이 모든 게 단지 의식 속에 있던 환상이라면, 또 하나의 의문이 남게 된다. 그 끔찍한 상황 속에서, 자신의 뇌가 어떻게 뇌사 판정을 받지 않고 살아남았는가...?인간의 몸은 일정 시간 동안 혈액 공급을 받지 않았을 때, 대뇌는 최대 5분 밖에 버티지 못하는데, 그 당시 상황으로 판단하기에 자신이 의식을 보존할 수 있을 리 없었다. 그런데 지금 이것은 대체 무슨 상황이란 말인가?시후는 제이크 한이 계속 고민에 빠진 모습을 보며 담담하게 말했다. “내가 말해주지, 당신이 어떻게 살아남았는지.” 그는 이렇게 말한 뒤 잠시 멈추고 다시 이야기를 이어갔다. “그날 당신이 총을 맞았을 때, 나는 내 방식으로 당신이 뇌사상태에 빠지지 않도록 막아 두었어. 그래서 이곳까지 무사히 옮겨 냉동할 수 있었지.”제이크 한은 참지 못하고 물었다. “당신 방식? 무슨 방식을 쓴 거야?”시후는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그건 당신이 굳이 알 필요는 없고.”제이크 한은 다시 물었다. “그럼 내가 입은 부상들은? 설령 네가 내 뇌를 살렸다고 쳐도, 내 몸은 어떻게 된 거야?”시후는 진지한 표정으로 답했다. “그건 중소단 덕분이지. 이 약의 약효는 매우 간단해. 당신의 신체가 어떠한 손상을 입었든 간에, 완전히 재구성, 즉 회복하게 해준다는 거야.” 그리고 덧붙였다. “당신이 직접 확인해 봐. 몸에 상처 자국이 하나라도 남아 있는지.”제이크 한은 반사적으로 자신의 저온 보호복을 찢고, 고개를 숙여 가슴을 들여다봤다. 그런 그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자신의 가슴에는 상처는커녕 흉터 하나조차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 소리쳤다. “내가
말을 마친 뒤, 시후가 대답하기도 전에, 제이크 한은 화를 내며 말했다. “그거야 당연히 내가 억울해서 그런 것 아니겠어?! 나는 그 때 내 딸이 임신했다는 걸 막 알게 되었다고! 이제 가족들과 함께 좋은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 가족들을 보러 가려던 참이었어! 그런데 그곳에서 한 발자국도 나가지 못하고 죽임을 당했다고! 네가 나라면, 억울하지 않겠어?”시후는 고개를 저으며 미소를 짓고는 말했다. “내가 당신에게 보여주고 싶은 건, 당신의 몸이 벌집처럼 총알에 뚫렸지만, 다행히도 머리는 맞지 않았다는 거야. 만약 그때 당신의 정수리에 총알이 한 발이라도 박혀서 뇌가 터졌다면, 당신은 진짜 완전히 사망했을 테니까.”제이크 한은 의아한 얼굴로 시후를 바라보며 물었다. “그게 무슨 말이야?”시후는 옆에 서 있는 거대한 냉동 캡슐들을 가리키며 평온하게 말했다. “당신 옆에 있는 이 스테인리스 캡슐들 잘 봐. 이건 전부 인체 냉동 보관을 위한 특수 장비들이야. 특히 저기 있는 ‘7번 캡슐’을 잘 보도록 해. 당신이 깨어나기 전까지 당신은 계속 저 탱크의 안에 냉동되어 있었던 거든.”제이크 한은 눈앞에 늘어선 스테인리스 캡슐들에 압도되어 말문이 막혔다. 그리고 그는 당황한 표정으로 물었다. “냉동? 그게 도대체 무슨 뜻이야?”시후는 웃으며 말했다. “우선 당신은 정말 운이 좋았어. 습격을 당할 때, 그렇게 많은 무장 대원들 중 아무도 당신의 머리를 총으로 겨누지 않았거든. 그래서 당신의 뇌는 살아남았지.” 그는 자기 뒤에 있는 페이셔스 그룹의 배유현을 가리키며 덧붙였다. “그리고 두 번째로는, 배유현 회장에게 감사해야 할 거야. 그녀가 당신을 페이셔스 그룹의 냉동 센터로 옮겨 냉동시키지 않았다면, 당신의 시체는 이미 썩어 문드러졌을 거거든.”제이크 한은 그제서야 시후의 뒤에 몇 명의 사람들이 서 있다는 걸 알아차렸다. 그 중의 한 명은 바로 페이셔스 그룹의 배유현 회장이었다!“허억......” 제이크 한은 갑자기 숨을 들이켰고, 입을 떡 벌린 채 시
“뭐라고?! 네가 안예선의 아들이라고?! 그게... 그게 어떻게 가능한 일이야?!” 시후의 자기소개를 들은 제이크 한은 즉시 극도로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는 얼마 전 나누었던 안충주와의 대화를 여전히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그때 당시 Samson 그룹의 회장 안산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안충주는 자신의 누이인 안예선에 대해서도 언급했는데, 생사불명 상태인 그의 외조카에 대해서도 이야기한 적이 있었다. 그는 Samson 그룹 전체가 그 외조카를 찾기 위해 거의 전 세계를 뒤졌다고 했으며 어떤 방법을 써도 그의 행방에 대한 어떤 정보도 찾지 못했다고 했다. 심지어 많은 사람들은 그가 틀림없이 죽었을 것이라고 생각했고, 단지 시신을 못 찾았을 뿐이라고 했다. 하지만 Samson 그룹 사람들은 여전히 외조카가 분명히 이 세상 어딘가에 살아 있다고 믿었고, 단지 아직 찾지 못했을 뿐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런데 제이크 한은 자신이 죽었다가 다시 살아나서 눈을 떴을 때 가장 먼저 만나게 된 인물이, 안예선의 아들이라고 자처할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경찰 출신인 제이크 한은 첫 번째로 이 사실에 대해 의심부터 들었다. 그래서 그는 차분히 진정한 후에 이 일에 대해 분석하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내가 분명히 이미 죽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지? 당시 엘리베이터 문이 막 열렸고, 한 무리의 검은 옷을 입고 무장한 조직들이 엘리베이터 안에서 나에게 총을 쐈어... 그 놈들의 화력은 엄청났고, 거의 망설임 없이 나를 향해 총을 쏴댔지. 내가 의식을 잃기 전에, 최소 20~30발 이상은 맞은 걸로 기억하는데... 그렇다면 난 이미 완전히 죽은 거야... 아무리 대단한 신이라고 해도 날 살릴 순 없을 거야...!” 그래서 제이크 한은 눈을 부릅뜨며 외쳤다. “이런 젠장, 이거 혹시 사후 세계인 건가?!” 그는 생각하자마자 망설이지 않고 말했다. “원래 사람이 죽으면 이런 상태가 되는 거야... 계속 꿈을 꾸고, 온갖 이상한 곳을 떠도는 거지... 그 다음
바로 이렇게 무한히 늘어난 타임라인 때문에, 제이크 한 경감은 지금 이 순간 눈은 떠 있지만, 여전히 끝없는 꿈속에 있는 듯한 혼미한 경지에 다다랐다. 그러던 중, 제이크 한에게 갑자기 한 남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제이크 한 경감, 지금 나를 볼 수 있겠습니까?”이 목소리를 듣는 순간, 제이크 한의 마음속은 요동쳤다. 참으로 이상했다. 지금까지 그렇게 오랜 꿈속에 있으면서, 단 한 번도 목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가끔 아내와 딸을 보기도 하고, 돌아가신 아버지를 보기도 했지만, 그 장면들은 마치 초창기 무성 영화와 같이 소리 없이 흘러가는 영상 같을 뿐이었다. 하지만 이번은 달랐다. 처음으로, 실제처럼 생생한 소리를 들은 것이다. 그런데 이 목소리는 제이크 한에게 매우 낯설었다. 더 이상한 것은, 분명히 처음 듣는 목소리인데, 낯섦 속에 묘한 익숙함이 섞여 있는 느낌이 들었던 것이다. 그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분명히... 어딘가에서... 이 목소리를 들은 적이 있어... 다만... 시간이 너무 오래 지나서... 지금 당장은 떠오르지 않아...’바로 그때, 그의 시각이 서서히 회복되기 시작했다. 더 이상 제이크 한은 눈앞이 새하얗게 밝지만은 않았다. 이제 그의 시야로 주변에 우뚝 솟아 있는 스테인리스 강철 탱크들이 들어왔다. 이 풍경은 음산하고 기이하게 느껴졌다. 그 후로 시야는 점점 더 선명해졌고, 마치 김이 서린 욕실 유리창에 드라이어의 뜨거운 바람이 불어 시야가 맑아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는 문득 자신이 욕조보다 약간 큰 물탱크에 누워 있다는 사실을 인식했다. 그리고 물탱크 옆에는 한 사람이 서 있었다! 그는 눈을 부릅뜨고 그 사람을 바라보다가, 너무 두려워 그 자리에서 온몸을 떨기 시작했다! 바로 그 순간, 그의 기억은 마치 빛의 속도로 되돌아오기 시작했다.가장 먼저 떠오른 기억은 바로 경기장을 나와 아내와 딸을 만나러 가려던 그 순간이었다. 그 때 자신은 엘리베이터 앞에서 무장 괴한들에게 공격을 당했
중소단이 제이크 한의 입안에 들어간 순간, 시후는 그의 몸이 짙은 영기로 감싸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곧이어 이 영기는 제이크 한의 몸을 재구성하기 시작했다. 제이크 한은 특수 냉동복을 입고 있어서 외부에서는 그의 신체 변화가 보이지 않았지만, 시후는 그의 만신창이가 된 몸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빠른 속도로 재구성되고 있음을 감지할 수 있었다.일단 가장 먼저 회복된 장기는 심장이었는데, 거의 산산조각 난 그 심장은 이미 완전히 건강한 상태로 복원되었으며, 바로 다시 뛰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의 혈관에는 이미 혈액이 없었고 대신 극저온 보호액이 채워져 있었다. 하지만 중소단의 효과로 그의 조혈 기관들은 하나씩 단계적으로 회복되었고, 곧 대량의 신선한 혈액이 끊임없이 생성되기 시작했다. 따라서 원래 그의 혈관을 채우고 있던 보호액들은 새로운 혈액의 압력으로 인해 자연히 체외로 밀려났다.이후 그의 체온은 점차 본래의 온도로 돌아왔고, 전신의 외부 상처들 또한 가장 빠른 속도로 치유되기 시작했다. 다른 이들은 제이크 한의 변화를 잘 느끼지 못하고 그저 그의 피부색이 창백함에서 약간 혈색을 띄기 시작했다는 정도만 인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시후는 제이크 한의 모든 변화를 똑똑히 보고 있었고, 속으로 감탄을 금치 못했다. ‘중소단은 역시 재구성하는 약효가 뛰어나다는 말이 맞군... 마치 높은 곳에서 떨어져 산산조각 난 유리컵을, 단순히 조각들을 다시 붙이는 게 아니라, 흠집 하나 없이 완벽히 복원하는 것과 같아... 부서진 부분은 고쳐주고, 잃어버린 부분은 새로 자라나게 하니, 이 약은 정말 무지막지한 효능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이때 제이크 한의 신체 장기, 사지, 심지어 혈액까지... 그의 몸은 이미 완전히 건강했던 시절의 상태로 회복되었고, 혈액이 충분히 보충되며 그의 심장 박동도 점점 강해졌다. 동시에 그는 점차 자발적인 호흡 기능도 되찾기 시작했다. 이제 다른 사람들도 눈으로 그의 가슴이 들썩이는 것을 볼 수 있었다.배유현은
이들 작업자 중 그 누구도 지금 자신들이 이렇게 단순하고 거친 방식으로 제이크 한을 해동시켜야 할 것임을 예상하지 못했다.제이크 한은 섭씨 영하 200도의 거대한 얼음 덩어리나 마찬가지였기에, 온수에 들어간 그 순간 수조 안의 물 온도는 급격히 떨어졌다. 작업자들은 다급히 순환 펌프를 가동시켜 가열 장치를 통해 물을 계속 데우며 수조 안의 온도를 섭씨 40도로 유지하려 애썼다.하지만 이처럼 무리한 해동 방식은 곧바로 큰 문제점이 드러나고 말았다. 제이크 한의 피부가 해동되기 시작하자마자 피가 배어 나오기 시작했는데, 마치 갓 해동된 소고기 덩어리와 마찬가지로 세포 내 액체가 파열로 인해 흘러나오며 혈액과 체액, 세포액이 섞인 핏물이 밖으로 배어 나오고 있었던 것이다.책임자는 얼굴을 감싸며 놀라 외쳤다. “회장님... 이건... 이건 사실상 되돌릴 수 없는 손상입니다...”배유현 역시 그 끔찍한 광경에 놀라긴 했지만, 그래도 침착하게 말했다. “됐어요, 이제부터는 여러분이 할 일이 아닙니다. 다들 물러가 주세요.”사람들은 서로 눈치를 보다가, 결국 책임자가 앞장서 마음을 다잡고 말했다. “회장님, 그럼 저희는 먼저 나가 있겠습니다. 혹시 필요하시면 언제든 연락 주십시오.”배유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하나둘씩 현장을 떠나는 작업자들을 지켜보았다. 그녀는 곧 시후를 부르러 가려 했지만, 뜻밖에도 시후는 이미 휴게실에서 나와 있었다. 배유현은 피 섞인 물속에 담긴 제이크 한을 바라보며 긴장한 듯 말했다. “은 선생님... 제이크 한 경감의 상태가 좀 안 좋아 보입니다...”시후는 담담하게 말했다. “신경 쓰지 마요. 뇌만 멀쩡하면 되거든요.” 시후가 이렇게 무리한 방식으로 따뜻한 물에 바로 담가 제이크 한을 해동하라고 한 이유는 바로 중대한 비밀이 있기 때문이었다. 그 비밀은 바로 중소단의 무차별적인 회복 능력이었다. 중소단에 있어서 인체의 모든 장기와 조직 중에서 회복할 수 없는 것은 뇌와 뇌에 저장된 기억들 뿐이었다. 그러나 제이크
시후는 제이크 한의 성격과 업무 스타일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니 제이크 한이 만약 다시 깨어나고, 예전의 기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면, 반드시 자신이 혼수상태에 빠지기 전 무슨 일이 있었는지 그 전후 사정을 끝까지 파헤치려 들 것이 분명하다. 예컨대, 도대체 누가 페이셔스 그룹의 악질 사이코 배호영을 죽였는지, 또 누가 Samson 그룹 일가를 몰살시키려 했는지, 이 모든 진상을 기어이 밝혀내려 할 것이다.그래서 시후는 오히려 이 기회를 이용해, 제이크 한과 진심으로 심도 깊은 대화를 나눌 생각을 했다. 자신이 누구인지, 또한 배호영을 죽인 사람은 바로 자신이며, 그는 물론 Samson 그룹 전체를 구한 사람도 자신임을 정확히 알릴 계획이었다. 그리고 만약 제이크 한이 이 은혜를 알고 처신할 줄 아는 사람이라면, 앞으로 시후에게는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고, 반대로 이 은혜에 대해 감사할 줄 모르고, 물고 늘어지기만 한다면 제이크 한의 기억을 완전히 지워버리고, 그를 기절시켜 뉴욕 길바닥 어딘가에 버려버리면 그만일 것이었다. 그렇다면 적어도 그의 목숨은 살려준 셈이기 때문이다.이렇게 결정한 시후는 배유현에게 지시했다. “배유현 씨, 7번 냉동 캡슐에서 액체질소를 모두 빼고, 제이크 한을 따뜻한 물에 담가서 해동시키도록 하십시오. 그 다음은 내가 알아서 처리하도록 하죠.”“네, 알겠습니다, 은 선생님!” 배유현은 시후가 어떤 방법으로 그를 살리려고 하는지는 정확히 알 수는 없었지만, 그에 대한 맹목적인 신뢰와 존경이 있었기에 조금도 의심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은 선생님, 보안을 위해, 먼저 함께 온 분들과 옆방에서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해동 작업이 끝나는 대로 다시 모시러 가겠습니다.”시후도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다. 자신이 제이크 한을 되살린다는 사실은 아는 사람이 적을수록 좋을 것이기 때문이다. 시후의 동행인들은 절대적으로 신뢰할 수 있지만, 작업에 투입되는 일반 직원들은 아무래도 보안상 신뢰성을 보장하기
시후는 배유현의 안내를 받아 엘리베이터를 타고 건물 1층으로 내려온 뒤, 1층의 센터를 지나 특수 엘리베이터로 갈아타고 지하 5층의 냉동센터로 향했다.이 냉동센터는 본래 배원중이 자신의 시신을 보존하기 위해 마련한 장소로, 사용 연한은 무려 300년으로 설계되었으며, 그 보안 수준은 마치 대통령이 세계 종말 대비 계획에 포함된 방어 시설에 버금갈 정도였다. 비록 지하 5층이라 하지만, 실제 깊이는 거의 지하 100미터에 달했고, 전략적 물자도 완비되어 있었기 때문에 설령 미국 본토가 핵공격을 받더라도 무사할 수 있는 수준이었기 때문이다.이 냉동센터는 설계상 최대 100구의 시신을 보관할 수 있었지만, 현재 이곳에 진짜로 냉동된 인물은 실험용 시신들을 제외하면 단 한 명, 바로 제이크 한 뿐이었다.시후는 냉동센터에 들어서자마자, 마치 SF 영화 속 한 장면 같은 광경에 압도되고 말았다. 이 공간 전체는 곳곳에 각종 장비들이 자리 잡고 있었고, 공기·산소·액체질소 등을 전달하는 굵은 배관들이 거미줄처럼 가득히 얽혀 있었다.그 중에서도 가장 압도적인 시각적 충격은, 질서 정연하게 늘어서 있는 수십 개의 거대한 스테인리스 탱크들이라고 할 것이다. 이 탱크는 하나하나가 최소 4~5미터는 되어 보였고, 아래에서 위로 올려다보면 인간이 한없이 왜소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이 거대한 탱크들은 바로 인간을 냉동 보존하기 위한 냉동 캡슐이었다.비밀을 유지하기 위해, 배유현은 이미 이곳의 모든 연구원과 직원들을 철수시킨 상태였기에, 지금 이 공간에는 시후와 시후의 동행자들 외엔 아무도 없었다. 지극히 한적한 분위기와 더불어, 이곳이 본래 초저온 시체 보관소이기에 더욱 섬뜩한 느낌을 주는 것 같았다.이때, 배유현은 시후의 곁에서 설명했다. “은 선생님, 현재 인체 냉동 기술 기준으로는 사람이 사망한 뒤 약 50시간에 걸쳐 서서히 온도를 낮추며 냉각을 진행하고, 그 후에 냉동 캡슐에 넣어야 세포가 급속 냉각 중 얼음 결정이 생겨 손상되는 것을 막을 수 있습니다.
시후의 말을 들은 스미스는 어찌할 바를 몰랐다. 그는 미국 FDA의 수장이며, 미국 사회에서도 명실상부한 상류층이자 최고 수준의 엘리트 집단에 속해 있는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그에게, 시후는 너무나도 가볍게 현재 직책을 버리고 어렵게 이룬 모든 것들을 내려놓으라고 말하고 있었다. 이건 스미스에게 있어 상상도 못 했던 일이었다.그가 한동안 멍하니 넋을 놓고 있자, 시후는 담담하게 말했다. “그냥 내 개인적인 조언일 뿐입니다. 천천히 고민해 보세요. 저는 볼일이 있어서 이만 가보겠습니다.” 그 말을 마친 뒤 그는 곁에 있던 배유현을 바라보며 말했다. “배유현 씨, 갑시다.”배유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공손하게 손짓했다. “은 선생님, 그럼 이쪽으로 가시죠.”스미스는 눈앞에서 시후와 배유현이 엘리베이터에 타고, 문이 천천히 닫히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그는 여전히 무릎을 꿇은 채 아무런 움직임도 보이지 않았다.곁에 있던 동료가 다가와 스미스를 부축하려 했지만, 그는 손을 저으며 거절했다. 그러고는 무언가 결심한 듯, 휴대폰을 꺼내 미국 보건복지부 장관, 즉 자신의 직속 상관에게 전화를 걸었다.미국 행정부 구조상, FDA는 보건복지부의 산하 기관이며 FDA의 인사권은 보건복지부가 갖고 있었다.전화를 받자 보건복지부 장관이 말했다. “어이, 스미스? 무슨 일인가?”그러자 스미스는 진지하게 말했다. “장관님, 제가 정중하게 사직 의사를 전하려 연락 드렸습니다. 앞으로 저는 FDA의 어떤 업무도 맡지 않겠습니다.”장관은 매우 놀라며 되물었다. “스미스, 도대체 무슨 일이야? 내 기억이 맞다면, 대학 시절부터 자네는 FDA를 이끄는 게 꿈이라고 했잖아. 그런데 이제 막 2년 정도 일했는데 벌써 그만두겠다고?”스미스는 단호히 말했다. “그렇습니다. 이미 결심했습니다. FDA 직책을 내려놓고, 지미를 데리고 한국으로 갈 겁니다.”“한국으로?” 장관이 급히 물었다. “혹시 지미를 데리고 구현제약을 찾아가려는 건가?”스미스는 잠시 망설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