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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36장

Author: 로드 리프
시후의 말을 들은 스미스는 어찌할 바를 몰랐다. 그는 미국 FDA의 수장이며, 미국 사회에서도 명실상부한 상류층이자 최고 수준의 엘리트 집단에 속해 있는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그에게, 시후는 너무나도 가볍게 현재 직책을 버리고 어렵게 이룬 모든 것들을 내려놓으라고 말하고 있었다. 이건 스미스에게 있어 상상도 못 했던 일이었다.

그가 한동안 멍하니 넋을 놓고 있자, 시후는 담담하게 말했다. “그냥 내 개인적인 조언일 뿐입니다. 천천히 고민해 보세요. 저는 볼일이 있어서 이만 가보겠습니다.” 그 말을 마친 뒤 그는 곁에 있던 배유현을 바라보며 말했다. “배유현 씨, 갑시다.”

배유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공손하게 손짓했다. “은 선생님, 그럼 이쪽으로 가시죠.”

스미스는 눈앞에서 시후와 배유현이 엘리베이터에 타고, 문이 천천히 닫히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그는 여전히 무릎을 꿇은 채 아무런 움직임도 보이지 않았다.

곁에 있던 동료가 다가와 스미스를 부축하려 했지만, 그는 손을 저으며 거절했다. 그러고는 무언가 결심한 듯, 휴대폰을 꺼내 미국 보건복지부 장관, 즉 자신의 직속 상관에게 전화를 걸었다.

미국 행정부 구조상, FDA는 보건복지부의 산하 기관이며 FDA의 인사권은 보건복지부가 갖고 있었다.

전화를 받자 보건복지부 장관이 말했다. “어이, 스미스? 무슨 일인가?”

그러자 스미스는 진지하게 말했다. “장관님, 제가 정중하게 사직 의사를 전하려 연락 드렸습니다. 앞으로 저는 FDA의 어떤 업무도 맡지 않겠습니다.”

장관은 매우 놀라며 되물었다. “스미스, 도대체 무슨 일이야? 내 기억이 맞다면, 대학 시절부터 자네는 FDA를 이끄는 게 꿈이라고 했잖아. 그런데 이제 막 2년 정도 일했는데 벌써 그만두겠다고?”

스미스는 단호히 말했다. “그렇습니다. 이미 결심했습니다. FDA 직책을 내려놓고, 지미를 데리고 한국으로 갈 겁니다.”

“한국으로?” 장관이 급히 물었다. “혹시 지미를 데리고 구현제약을 찾아가려는 건가?”

스미스는 잠시 망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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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다가 구현재조환은 이미 구현제약에 큰 명성을 가져다 주었다. 그렇기에 이런 상황에서 구현재조환의 임무는 성공적으로 완수된 셈이었다.스미스는 시후의 말을 듣자 눈물이 왈칵 쏟아졌고, 울먹이며 말했다. “은 선생님... 제가 듣기로는 구현제약이 현재 한국 내에서 가정 형편이 어려운 말기 암 환자들을 대상으로 무료 집중 치료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고 하더군요... 제발 제 아들에게도 그 기회를 한 번만 주십시오... 제 아들 지미는 너무 불쌍한 아이입니다... 저는 그 아이가 더 이상 암의 고통을 견디는 모습을 볼 수가 없습니다...”그러자 시후는 엄정한 표정으로 말했다. “당신도 말했듯이, 구현제약의 무료 치료 프로그램은 가정 형편이 어려운 말기 암 환자를 대상으로 합니다. 가장 중요한 조건이 바로 '경제적 어려움'이죠. 그런데 당신과 당신 아들은 그 기준에 전혀 부합하지 않습니다. 게다가 이 활동은 엄밀히 말해 한국 내에 있는 국내 환자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고요. 따라서 한국 내에도 이 혜택을 기다리는 환자들이 수없이 많습니다. 그런데 제가 어떻게 기준에 전혀 맞지 않는 외국인에게 이런 소중한 기회를 줄 수 있겠습니까? 그러니 미안하지만, 현재 저는 도와드릴 방법이 없습니다.”스미스는 울면서 말했다. “은 선생님... 하지만 도와주지 않으신다면, 제 아들은 곧 죽게 될 겁니다... 겨우 12살짜리 아이가 암에 목숨을 잃는 걸 그냥 지켜보실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진지하게 말했다. “죽음이라는 것에 대해 한 번 논하자면, 매일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병으로 세상을 떠납니다. 그 중에는 당신 아들과 비슷한 나이거나, 혹은 더 어린 아이들도 많죠. 하지만 우리는 세상의 모든 사람을 치료해줄 수도 없고, 그럴 능력도 없습니다. 그러니 스미스 씨, 이런 감성팔이식 압박은 저에게는 전혀 통하지 않습니다! 그렇게 호소를 하기 전에 한 번 생각해 보시죠, 왜 미국에 있는 화이자나 노바티스 같은 글로벌 제약사들에는 그런 질문을 하지 않는

  • 나는 재벌가 사위다   4834장

    예를 들어, J.K. 롤링이 쓴 해리포터라는 소설을 생각해보자. 이러한 소설이 아무리 돈을 잘 벌어들일 수 있다고 하더라도 미국이나 중국과 같은 강대국들에게는 전략적인 가치는 가져다 줄 수 없을 것이다. 이 때문에, 백악관이나 중국 정부는 이러한 책에 관심을 가지지 않을 것이고, 저작권을 침해하는 일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다른 국가나 기업들이 전략적 가치가 있는 특허를 발견하게 된다면, 그들은 가장 먼저 그 기술을 손에 넣을 방법을 궁리하기 시작한다.구현재조환의 놀라운 점은, 환자가 어떤 종류의 암을 앓고 있든, 어떤 병에 걸려 있는지도 상관없이 심지어 온몸에 질병이 전이가 되어 장기 기능이 망가지고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은 암 말기 환자라 할지라도, 이 약을 먹기만 하면 즉각 눈에 띄는 호전을 보인다는 것이었다!그렇기 때문에 이 약을 단순히 돈벌이용으로 쓴다면, 전 세계에서 엄청난 돈을 끌어들일 수 있을 것이다. 부자든 가난한 사람이든, 암에 걸리기만 하면 자신의 전 재산을 다 털어서라도 구현제약에 갖다 바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약을 전략 자산으로 본다면, 단지 돈을 벌 수 있는 차원을 넘어, 다른 나라를 상대로 협상 카드로 쓸 수도 있고, 더 많은 양보를 이끌어낼 수 있는 협박 수단이 될 수도 있다.그래서 백악관이 처음 한 생각은 바로 이렇게 좋은 것은 반드시 손에 넣어야 한다는 것이었다.스미스는 시후의 불쾌한 표정을 보고는, 울먹이며 말했다. “은 선생님... 이 일은 이미 제 능력 밖입니다... 저는 어디까지나 FDA 책임자로서, 약물 승인과 감독만을 맡고 있지 군이나 CIA가 요원을 파견하는 것의 여부까지는 제가 관여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니까요...” 그러면서 스미스는 애절한 눈빛으로 시후를 바라보며 간청했다. “은 선생님, 저는 지금 단지 암에 걸린 제 아들의 아버지로서 부탁드리는 겁니다. 제발... 제 아들이 살 수 있도록 구현재조환을 조금만 더 팔아 주십시오...”시후는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 “미안하지만, 당신에게

  • 나는 재벌가 사위다   4833장

    제임스 스미스는 시후를 보자 몹시 놀랐지만, 동시에 절망 속에서 생명의 끈을 붙잡은 사람처럼 기뻐하며 감격했다.시후는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물었다. “스미스 씨, 당신이 여기에 왜 있는 겁니까?”스미스는 무의식적으로 공손히 대답했다. “은 선생님, 저는 FDA에서 진행 중인 몇 가지 임상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데, 그 프로젝트가 현재 페이셔스 그룹의 의료과학기술센터와 협력하고 있어서 오늘 일부 정기 업무 차 이곳을 방문했습니다...” 이 말을 마치기도 전에, 스미스는 무릎을 꿇으며 바닥에 엎드렸고, 눈물을 멈추지 못한 채 말했다.“은 선생님... 지금까지 정말 당신을 간절하게 다시 뵙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기회가 없었어요. 한국에도 여러 번 찾아갔지만, 구현제약 쪽 사람들도, 저 뒤에 계신 이화룡 씨도 저를 은시후 씨와 연결해주지 않았거든요... 심지어 이화룡 씨는 몇 번이나 소개비를 받고도, 계속 차일피일 만남을 미루기만 하고 전혀 도와주지 않았습니다...”시후 뒤편에 서 있던 이화룡은 입꼬리를 올리며 비웃으며 말했다. “이 양키야, 네놈이 은 선생님을 만나고 싶어 한 건, 속셈이 뻔했잖아. 내가 모를 줄 아나? 네 놈들의 목적은 구현재조환을 사들여서 미국에 가져간 뒤 역설계 하려는 것이었잖아! 내가 분명히 말해두지만, 네놈들이 준 소개비? 난 한 푼도 안 돌려줄 거다! 할 수 있으면 고소해봐!”스미스는 이 말을 듣고 깜짝 놀라, 그제야 이화룡이 바로 시후의 사람이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래서 그는 허둥지둥 시후에게 해명하기 시작했다. “은 선생님... 저는 절대 구현재조환을 역설계 하려는 게 아닙니다. 저는 FDA 책임자로서, 진심으로 구현재조환을 미국 시장에 도입하고 싶었을 뿐입니다...” 그러고는 다시 말을 이었다. “그리고... 제 아들의 병도 있지 않습니까. 예전에 겨우 상자를 얻었기는 했지만, 그마저도 백악관의 임원들에게 거의 다 빼앗기다시피 했습니다. 결국 정말 제 아들을 위해 쓸 수 있었던 구현재조환은 극히 소량이었어요. 그

  • 나는 재벌가 사위다   4832장

    “네 알겠습니다.” 시후가 말했다. “그럼 이따 뵙죠.”“네, 은 선생님. 이따 뵙겠습니다.”15분 후, 배유현이 탄 헬리콥터가 버킹엄 호텔 옥상에 착륙했다. 시후는 소이연, 안세진, 이화룡과 함께 헬기에 올랐다.30분 후, 헬리콥터는 뉴욕 교외의 외진 지역에 위치한 한 건물 상공에 도착했다. 이곳은 바로 페이셔스 그룹의 의료과학 기술센터였다. 이 건물은 반경 2km 내에 유일하게 존재하는 건물로, 25층 규모에 보안도 매우 철저했다.헬기에서 내리자, 배유현이 앞장서며 길을 안내했고, 걸어가며 시후에게 설명했다. “은 선생님, 이곳은 예전에 할아버지께서 자금을 투자해 만든 의료과학 기술센터입니다. 주요 목적은 고급 치료기술과 신약 개발을 위한 연구와 실험이에요. 현재는 암 분야에서 가장 선진적인 양성자 치료 시스템, 세포 면역요법 등을 포함한 치료 기술들이 모두 갖춰져 있으며, 전 세계에서도 최고 수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다 문득 뭔가 떠오른 듯 말했다. “아, 참! 은 선생님, 혹시 메이오 클리닉에 대해 들어 보신 적 있나요? 세계 최고의 암 전문 병원으로 불리는 곳이죠.”시후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들어봤죠. 메이오는 전 세계적으로 명성이 높으니 모르는 사람이 드물 겁니다.”그러자 배유현이 미소 지으며 말했다. “이곳의 암 진료팀의 구성원 중 60% 이상이 메이오에서 온 인재들이에요. 메이오의 최고 전문가들이 이곳에서 함께 근무하고 있고, 심지어 일부 최첨단 연구 분야에서는 우리가 메이오보다 앞서 있는 부분도 있어요. 왜냐하면 메이오는 수익성을 고려해야 하지만, 우리는 그럴 필요가 없으니까요.”이어 배유현은 이렇게 덧붙였다. “게다가 이곳에는 미국 내 최고의 장기 이식 센터, 최고의 암 진단 및 치료팀, 최정상 급의 심뇌혈관 및 노화방지 분야의 연구팀도 있어요. 그리고 우리의 냉동센터는 지하 5층에 위치하고 있는데, 최대 300년 동안 운영 가능한 구조로 설계되었죠. 할아버지께서는 생전에, 세상을 떠나면 곧장 이곳에

  • 나는 재벌가 사위다   4831장

    공항에서 비행기가 이륙할 때까지도, 이토 유키히코의 기분은 여전히 좋지 않아 보였다.탑승 전에, 이토 나나코는 아버지 이토 유키히코가 몬츠키 하오리 하카마를 입고 의족에 의지해 서 있는 모습을 특별히 한 장 찍어두었고, 사진을 찍자마자 바로 사람들에게 그를 헬기에 태워 달라고 했다.비행기가 이륙한 지 30분쯤 지나 안정적인 비행에 들어서자, 이토 나나코는 고모와 함께 서둘러 싸 들고 온 음식들과 생일 케이크를 준비해, 공중에서 이토 유키히코의 50살 회갑 생일 파티를 열었다.이토 나나코가 촛불을 켜고 생일 축하 노래를 다 부른 뒤, 웃으며 말했다. “아버지~ 어서 촛불 끄세요!” 그 때, 나나코는 알아채지 못했다. 자신이 아버지를 부르는 호칭이 어느새 ‘아빠’에서 ‘아버지’로 바뀌어 있었고, 심지어 몇 차례는 훈계하듯 살짝 꾸짖는 어투까지 섞여 있었다는 것을 말이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것이 오히려 이토 유키히코의 고집스러운 자존심을 누그러뜨렸다. 귀여운 딸에게 꾸중을 듣고 나니, 그의 거친 성질은 사라지고 대신 그의 얼굴에는 아이처럼 억울한 표정이 떠올랐다.이토 나나코가 촛불을 끄라고 하자, 이토 유키히코는 여전히 기분이 풀리지 않아, 아이처럼 투정을 부리며 코웃음을 쳤다. “안 끌 거다! 50살이라는 인생의 중요한 생일을... 이런 식으로 비행기에 실려서 축하받는 건 너무 성의 없잖아!”이토 나나코는 잠시 멈칫했지만, 곧 미소 지으며 말했다. “아버지! 50번째 생신이 중요하니까 일부러 두 번이나 챙기는 거잖아요! 혹시 시후 군이 우리를 부른 것도, 오토상의 생신을 축하해주려고 그런 걸 지도 모르죠! 만약 지금 축하가 마음에 안 드시면, 비행기에서 내린 뒤 제가 다시 성대하게 파티를 한 번 더 열어 드릴게요!”이토 유키히코는 여전히 입을 삐죽이며 말했다. “거짓말하지 마라! 지금 벌써 저녁 7시가 넘었어. 비행기에서 내릴 때쯤이면 오늘이 다 지나 버릴 텐데. 무슨 생신 파티를 두 번이나 해?”이토 나나코는 진지하게 말했다

  • 나는 재벌가 사위다   4830장

    “그건 안 돼요!” 이토 나나코가 말했다. “시후 군이 꼭 아버지와 다나카 집사님을 함께 데려오라고 했어요!”“그래도 난 안 갈 거다.” 이토 유키히코는 언짢은 얼굴로 말했다. “난 집 밖을 나간 지도 이미 너무 오래됐고, 이제 외국까지 나가서 망신을 당하고 싶지 않다. 하물며 미국이라니...”이토 나나코는 단호하게 말했다. “이건 시후 군의 뜻이에요.”이토 유키히코는 약간 성질을 내며 말했다. “그를 좋아하는 건 너지, 내가 아니잖아! 그가 뭐라든, 너 혼자 가라. 난 여기 있을 거야. 어디에도 안 갈 거라고!”이토 나나코는 화가 난 듯했고, 심지어 단호함과 꾸짖는 기색까지 담긴 어조로 말했다. “아버지! 시후 군이 우리 이토 그룹에 어떤 은혜를 베풀었는지 벌써 잊으신 거예요?”“잊진 않았지!” 이토 유키히코는 심술궂게 말했다. “하지만 너도 잊지 마라. 그도 내 돈을 꽤 가져갔다는 걸! 그 많은 돈을 그냥 가져가고 나에게 돌려주지도 않았잖아! 하지만 내가 그 일을 다시 입 밖으로 꺼낸 적이 있었더냐? 없잖아!”그러자 이토 나나코는 매우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아버지, 시후 군이 이렇게 급히 뉴욕으로 오라고 하는 건 분명 중대한 일이 있기 때문일 거예요. 그러니 누가 봐도 우리는 미국으로 가지 않을 수 없어요.”이토 유키히코는 말했다. “그에게 도움이 필요하면, 너 혼자 가서 이토 그룹의 대표로 최선을 다해 도와드리면 되지. 다리도 없는 내가 가서 뭘 하겠어? 도움이 되기는커녕 민폐만 될 거다.”“아버지!” 이토 나나코가 말했다. “만약 시후 군이 아빠를 부르는 이유가, 도움을 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아빠를 돕고 싶어서 그런 거라면요?”“날 도와?” 이토 유키히코는 진지하게 말했다. “내가 지금 은 선생님에게 바라는 건 단 두 가지다. 첫째, 제발 빨리 너와 결혼을 좀 해줬으면 좋겠다는 것. 나는 하루빨리 너의 아름다운 결혼식을 보고 싶거든. 둘째, 혹시라도 무슨 신통한 능력으로 내 두 다리를 다시 자라게 해줄 수 있다면, 나

  • 나는 재벌가 사위다   4829장

    이토 유키히코가 불편한 의족을 착용한 뒤, 주변에 도우미들이 그에게 가문 문장이 새겨진 몬츠키 하오리 하카마를 입혀주었다.그 자리에 우뚝 서서, 새 옷차림을 한 이토 유키히코는 분명 예전의 위엄을 어느 정도 되찾은 듯 보였다. 하지만 그가 느끼는 고통을 아는 것은 오직 그 자신뿐이었다. 불과 2~3분 정도 서 있었을 뿐인데, 몸과 의족이 닿는 부위가 이미 아프고 저려왔고, 가렵기까지 했다. 그는 당장이라도 이 의족을 벗어 던지고 다시 휠체어에 앉고 싶었지만, 딸이 사진을 찍자고 한 것이 생각나 그 충동을 억누르고 있었다.원래 그는 스스로 밖을 향해 걸어 나가려고 했지만, 의족이 불편한 바람에 몇 걸음만에 포기하고, 사람들의 부축을 받아 방을 나섰다.하지만 그는 몰랐다. 지금 이토 그룹의 그 누구도 자신의 생일 파티 준비에 더 이상 신경을 쓰지 않고 있었고, 모두가 곧 출발할 뉴욕행 준비로 분주하다는 것을...이토 에미는 가정부들을 지휘하며, 헬기가 도착하기 전까지 모든 요리를 전통 목제 도시락에 담도록 했다. 함께 포장할 준비를 한 것은, 이토 나나코가 아버지를 위해 미리 주문해 둔 생일 케이크였다.이토 나나코 역시 옷을 갈아입을 틈도 없이, 사람들에게 요청 사항을 지시하고 한편으로는 비서를 통해 자신의 업무 일정을 조율하고 있었다. 연기가 가능한 건 연기를 하도록 했고, 원격으로 가능한 일은 뉴욕에서 처리하며 이렇게도 처리할 수 없는 건 적임자에게 맡기는 식이었다.다나카 코이치는 약간 당황한 모습이었다. 자신이 준비할 건 없지만 도와줄 수 있는 일도 없었기 때문에, 혼자 휠체어에 앉아 사람들이 바쁘게 움직이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그때 이토 유키히코가 가정부의 부축을 받아 나오자, 다나카는 감격한 듯 전동 휠체어를 조작해 다가가 공손히 말했다. “전 회장님, 지금 모습은 정말 예전의 위풍당당하던 모습을 다시 보는 것 같습니다!”이토 유키히코는 씁쓸히 웃으며 말했다. “위풍은 무슨 위풍... 두 개의 가짜 다리가 지탱하는 허상일 뿐

  • 나는 재벌가 사위다   4828장

    이토 나나코는 얼른 전화를 받아 들고, 사람들이 없는 구석으로 조심히 걸어가 전화를 받았다. 그리고 그녀는 흥분된 목소리로 말했다. “시후 군, 지금 미국에 계신 거 아니었어요? 어떻게 전화를 다 주셨나요?”시후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나나코, 꼭 말해야 할 아주 중요한 일이 있어서요.”이토 나나코는 바로 긴장하며 말했다. “말씀해주세요, 시후 군!”시후는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 “지금 당장 모든 일을 중단하고, 아버님과 다나카 코이치 씨를 데리고 뉴욕으로 와요. 가능한 한 빨리.”“네?!” 이토 나나코는 놀람과 기쁨이 뒤섞인 목소리로 되물었다. “아버님과 다나카 집사님을 모시고 지금 당장 뉴욕으로 오라고요??”“네.” 시후는 단호하게 말했다. “거리가 멀기 때문에, 지금 바로 공항으로 출발해야 해요. 짐 같은 건 안 챙겨도 될 테니까 최대한 빨리.”이토 나나코는 잠시 아버지의 생일 파티를 떠올리며 그녀는 적어도 식사만이라도 하고 출발하면 어떨까 생각했다. 적어도 2시간 정도 늦게 출발할 수 있을지 여부에 대해서도 고민했지만, 조금 전 시후의 말투가 그 어떤 설명보다 명확한 것 같았다. 지금은 단 1분 1초도 아까운 시점이라는 걸.그래서 이토 나나코는 곧 결심했다. 식사를 하지 않고 바로 떠나기로. 그래서 그녀는 이렇게 생각하며 주저 없이 답했다. “알겠어요, 시후 군. 그럼 바로 차량과 전세기를 준비해서 최대한 빠르게 출발하겠습니다.”시후는 다시 한번 당부했다. “오는 길에는 수행원이나 가정부들은 최대한 데려오지 말아요. 사람은 적으면 적을수록 좋으니까.”이토 나나코는 바로 대답했다. “그럼 고모와 집사님만 데려 갈게요. 아버님과 다나카 씨 모두 몸이 불편하셔서, 돌봐줄 사람이 꼭 필요하거든요.”“좋아요.” 시후는 수긍하며 말했다. “비행기 뜨기 전에 항공편 정보를 보내줘요. 내가 공항에 마중 나갈 수 있도록 사람을 배치하죠.”“네, 시후 군!”시후는 웃으며 말했다. “그럼 뉴욕에서 봅시다.”“네! 뉴욕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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