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부모가 남편을 비웃는 것을 보고, 유나가 한숨을 내쉬었다. "엄마, 아빠. 제가 결정한 일이에요. 시후 씨 탓이 아니라고요. 전 우리 식구가 더 이상 다른 가족들한테 무시당하지 않았으면 했어요..."유나의 엄마가 끼어들었다. "그래도 안 돼! 너희 할머니께서 직접 가셔도 환대하지 않을 텐데, 네가 가서 뭘 하겠다는 거니!"시후는 유나가 부모님과 말다툼하는 걸 지켜보며 쓰디쓴 웃음을 지었다. 이 사람들도 내가 엠그란드의 소유주라는 사실을 믿어주지 않을 거야...바로 그때,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잠시만요...!"유나의 모친은 깊은 한숨을 내쉬며 문을 열었다.유나의 엄마가 갑자기 들떠서는 말했다. "어머, 주원이구나! 여기까지 어쩐 일이니?" 그 남자가 바로 유나를 끈질기게 쫓아다니는 대현 그룹의 후계자 박주원이다.주원은 싱긋 미소 지으며 "어머님, 엠그란드 그룹과 사업 제안서를 준비한다고 들어서, 유나 씨에게 도움이 될까 싶어 아이디어를 주려고 왔어요.""세상에~ 역시 우리 주원이 밖에 없네!"갑작스러운 주원의 방문에 유나의 엄마는 완전히 신이나 서둘러 안으로 들였다. "그래서 주원이가 우리 유나가 엠그란드와 계약을 따내는 걸 도와줄 수 있을까?"주원은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 지었다. 시후는 완전히 무시한 채. 그는 곧장 유나를 향해 걸어가 상냥하게 말했다. "유나 씨, 이런 큰일이 났는데 왜 저한테 아무 말도 안 했어요? 저희 대현 그룹은 엠그란드 그룹과 연줄이 있어요. 아버지께 말씀드려서, 어떻게든 도와드릴게요."사실 박주원의 부친은 그가 말하는 것처럼 영향력이 있는 건 아니었지만, 어떻게든 유나의 환심을 사고 싶었던 것이었다.유나는 주원이 줄곧 자신을 좋아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주원 씨, 신경 써줘서 고마워요. 하지만 이건 제 문제이니 스스로 해결할게요."라고 정중히 거절했다.유나가 거절하자 유나의 엄마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유나야... 너 제정신이니? 주원이가 기껏 너를 도와주
다음 날 아침, 유나는 밤새 준비한 두툼한 제안서를 품에 꼭 안고, 시후와 함께 엠그란드 그룹 본사로 향했다. 유나는 65층짜리 빌딩 앞에 서자, 현 상황이 현실적으로 보이기 시작했다.우리 같은 작은 회사가 어떻게 엠그란드 그룹과 협업할 수 있겠는가? 게다가 1조 원 규모의 사업이다. 지나가던 거지가 1조 원을 달라고 하는 거나 다름없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서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이다.하지만 유나는 모두의 앞에서 할머니와 약속을 했기에 어떻게든 이번 거래를 성사시켜야 했다.우두커니 서서 발만 내려다보던 유나는 서류 뭉치를 더욱 힘주어 끌어안았다. 시후는 그녀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살포시 미소 지었다. "유나 씨, 걱정하지 마세요. 다 잘 될 거예요."유나는 씁쓸한 웃음을 흘리며, 힘없이 대답했다. "정말 그랬으면 좋겠네요... 시후 씨는 여기서 기다려 줄래요?"그녀는 크게 심호흡을 하고, 본사 정문을 향해 걸어갔다.그녀가 걸어 들어가는 것을 지켜보던 시후는 더는 그녀의 뒷모습이 보이지 않자 휴대전화를 꺼내 들었다."태리 씨, 조금 전에 제 아내가 당신을 만나러 올라갔습니다. 태리 씨가 해야 할 일은 아시겠죠?""물론이죠, 회장님. 걱정하지 마십시오. 사모님께서 오시면 잘 모시도록 하겠습니다.""그러고 보니... 엠그란드 그룹과 대현 그룹이 상당히 가까운 사이라고 들었는데 사실인가요?""네, 함께 여러 프로젝트를 진행했었고 현재 진행 중인 프로젝트도 다수 있습니다. 대현 그룹 쪽에서 이번 호텔 건설 사업 건에 대해서도 협업 요청이 들어와 있는 상황입니다. 사업안 검토를 위해 제안서와 자료도 모두 제출 받은 상태인데 어떻게 할까요?""앞으로 두 번 다시 대현 그룹과 엮이고 싶지 않습니다.""그러십니까? 알겠습니다."***그 사이, 유나는 안내데스크 직원에게 부회장님과 만나게 해 달라고 면담 요청을 하고 있었다. 일류 대기업의 부회장인 이태리가 자신과 만나 줄지 모르겠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순간 유나의 머릿속에 한 가지 시나리오가 떠올랐다.이태리 부회장이 말한 '은 회장'이 만약 내 남편인 '은시후'였다면?이 시나리오를 다시 곱씹어보곤 그녀는 그게 얼마나 터무니없는 일인지 깨달았다.말도 안 돼.시후 씨는 어렸을 때 부모님을 여의고 시설에서 자랐으니까.그렇지만... 나에게 이렇게 잘해줄 사람이 시후 씨 말고 또 누가 있단 거지? 150억 원도 너무나 큰 데, 300억 원을 그냥 내줬다. 역시…."이태리 부회장님, 혹시 은 회장님 성함이 '은시후'는 아닌가요?" 의심을 지울 수 없었던 유나는 조심스레 물었다.어디서 회장의 신상에 대해 흘린 거지? 태리는 자신의 심장 박동이 점점 더 빨라지는 것을 느꼈다. 두근두근. 자신의 신원을 공개하지 말아 달라는 회장의 엄명 때문에 대중에게도 그의 성만 공개한 상황이었다. 그의 아내와 만난 시점에서 그녀가 회장의 정체를 눈치채면, 자신의 입장이 매우 난처해질 것이다.어떻게든 이 상황을 모면해야 한다...! "유나 씨, 이 얘기는 여기서 그만했으면 해요. 은 회장님은 한국 유수 가문의 자제분이세요. 제 재량으로 마음대로 회장님의 신원을 밝힐 순 없습니다."유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유수 가문의 자제라는 말에 의심을 접었다.시후는 고아였지, 그런 명문가 자제는 결코 아니었다. 그녀는 이 일에 대해 너무 깊이 생각하고 있었다.***부회장실을 나왔지만, 유나는 여전히 혼란스러움이 가시지 않았다.그녀의 손에는 WS 그룹과 엠그란드 그룹 사이의 300억 원짜리 계약서가 들려 있었다.아직도 모든 것이 믿기지 않았다.빌딩 입구에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던 시후를 발견하자, 신이 나서 그에게로 달려갔다. "시후 씨! 시후 씨!! 계약, 따냈어요!!"시후는 마음속으로 '제가 회장이니 당연히 계약이 성사되었겠죠.'라고 생각했지만, 놀란 척하며 말했다."정말인가요, 유나 씨?! 정말 유나 씨는 대단해요!!""사실 그렇지도 않아요. 엠그란드에서 이 프로젝트를 저희한테 그냥
말 끝나기가 무섭게 모두가 서둘러 핸드폰을 꺼내 엠그란드 그룹의 홈페이지와 SNS 계정을 검색했다.맙소사...엠그란드 그룹 공식 계정에 최근 글이 업데이트 되어 있었다.계약 체결을 알리는 공식 성명에 방 안은 크게 술렁였다.유나가 진짜 거래를 따냈네! 당초 계획안 금액의 두 배잖아!그걸 1시간도 안 돼서 해내다니!어떻게 이게 가능하지?말도 안 돼!김혜준에게 적잖은 충격과 늦은 후회가 밀려왔다.오늘 이 순간까지 지위나 능력 면에서 김유나와 비교할 게 못 되었다.만약 어제 그가 그 일을 수락했다면, 결과가 어찌 되든 김유나가 주목받을 기회는 없었을 것이다.하지만 그는 실패가 두려워 거절했다.이번 사업 건을 거절한 건 자기 자신이었지만, 중요한 건 김유나가 성공적으로 거래를 성사시켰다는 것이었다. 그 사실에 배가 아팠다.신옥희 회장은 신이 나서 계약서를 읽기 시작했다. "응! 응! 아주 좋아!! 유나 정말 잘 했어!" 그녀는 크게 웃음을 터트리며 유나를 연거푸 칭찬했다."그런데 어떻게 한 거야?"유나는 "이태리 부회장님이 잘 봐주신 덕분이었어요. 부회장님은 우리 WS 그룹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고 하셨어요."솔직하게 말하고 싶은 마음도 굴뚝같았지만, 잘 생각해보면 애초에 엠그란드 그룹의 회장이 누군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사실대로 말 한들 아무도 믿어 주지 않을 게 뻔했다.그 말을 듣고 혜준은 닥치는 대로 다 때려 부수며 소리치고 싶은 걸 꾹 참았다. 유나가 계약을 따낼 수 있었던 것도 당연했다.사실 엠그란드 그룹은 WS 그룹을 높이 평가하고 있었으니 말이다!그 말인즉슨, 결국 누가 갔는지는 중요하지 않았을 거란 말이 아닌가?이런 절호의 찬스를 놓치다니...!계속 입을 다물고 있던 시후가 드디어 입을 열었다. "혜준 씨, 우리 내기 아직 기억하죠?"혜준의 얼굴이 순식간에 일그러졌다. 시후를 바라보는 낯에 경멸이 가득했다.어떻게 내기를 까먹을 수가 있었지? 진 사람은 땅바닥에 엎드려
혜준은 세 번이나 엎드려 사과한 후, 수치심, 분노, 모멸감 여러 감정이 뒤섞여 눈물이 차 올랐다. 그는 이제 감히 경솔한 행동을 할 수 없었다.할머니가 지금 그에게 매우 실망했음을 알고 있기에, 더는 할머니의 심기를 건드려선 안 되었다.신 회장은 혜준이 고개 숙인 모습을 보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귀하고 소중한 내 손주가 은시후 같은 놈한테 고개 숙이길 바란 건 아니었지만, 내기에 응한 건 혜준이었다. 게다가 나까지 끌어들여서...그녀는 매우 신실한 천주교 신자였다. 한 평생 하느님의 계명을 정금같이 지켜왔는데, 손자가 거짓말로 죄를 짓는 걸 가만 보고 있을 순 없었다.그래서 그녀는 혜준을 바라보며 단호하게 말했다. "혜준아, 오늘 일을 교훈 삼아 다음부터는 100% 이길 수 있는 내기가 아니면 안 하는 게 좋을 거야. 내기하게 되거든 가족들은 끌어들이지 말고.""저도 잘 알았어요. 다시는 그러지 않겠습니다..." 혜준은 기분이 상한 듯한 표정으로 대꾸했다. 그는 입으로는 알겠다고 말하면서 눈으로는 시후를 매섭게 노려보고 있었다. 감히 나에게 이런 치욕을 당하게 하다니... 반드시 백배 천 배로 되갚아 주마!잠시 후 신옥희가 손뼉을 ‘탁’ 치며, "자! 유나가 큰 계약을 따냈다는데 다른 사람들은 뭐 하는 거야? 어서 프로젝트 진행 준비를 해야지! 이번 기회에 엠그란드 그룹과 더욱 강력한 파트너십을 구축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해!""잠시만요, 할머님. 그 전에 유나 씨가 거래를 성사시켰으니 약속하신 대로 유나 씨를 이사직에 선임해 주셔야 하지 않나요?"신 회장의 한쪽 눈썹이 치켜 올라갔다.분명 누가 계약을 따내든 회사 이사로 추임 하겠다고 말하긴 했지만, 손녀딸도 딱히 예쁜 구석이 없는데 유나의 남편은 매번 그녀를 짜증 나게 만들었다.만약에 유나가 회사 중책을 맡게 된 후에 통제불능이 된다면?약속을 철회하고 싶어졌다. 어떡하면 좋지? 곰곰이 생각하던 중 한 가지 묘안이 떠올랐다.잘 얘기하면 약속을 취소
유나는 남편의 말을 단순한 농담이라고 생각하고 넘겼다. 그녀는 회의실 한쪽 벽면으로 걸어가서 이태리 부회장의 전화번호를 눌렀다.뚜르르르. 신호음이 울렸다.잠시 후 이태리의 밝고 상냥한 목소리가 들렸다. "여보세요?" "안녕하세요, 이태리 부회장님. 긴히 부탁드리고 싶은 일이 있어서 연락 드렸는데... 괜찮으세요…?" 유나의 목소리가 점점 작아졌다. "네, 괜찮아요. 무슨 일이에요?"유나는 심호흡을 하고, 전화 걸기 전에 몇 번이고 연습한 문장을 읽어 내렸다. "혹시 내일 저녁에 회장님께서 시간이 되는지 알 수 있을까요? 저희 쪽에서 엠그란드 그룹과의 협업을 공식적으로 알리기 위해 파티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회장님께서 부디 참석해 자리를 빛내 주셨으면 합니다."얼마간 침묵이 흐른 뒤, 태리가 다시 말했다. "유나 씨, 미안하지만 이건 제가 결정할 수 있는 사항이 아니네요. 아니면... 제가 대신 회장님께 말씀드릴 수는 있는데, 괜찮으세요?""그래 주시면 정말 너무 감사드리죠! 바쁘신데 번거롭게 해드려서 죄송합니다."통화가 끝난 후, 유나는 그녀의 연락을 초조하게 기다리며 휴대폰 액정만 쳐다보고 있었다.바로 이때, 갑자기 시후의 휴대폰이 울렸다.무음으로 바꿔 두는 걸 깜빡했구나! 시후는 당황해선, 발신자를 확인했다. 역시나 전화한 사람은 이태리였다.그는 당황한 기색을 감추고 태연한 척 전화를 받았다. "네?""안녕하십니까, 회장님. WS 그룹에서 내일 점심 파티를 열 예정이라고 하는데, 회장님께 참석하실 의향이 있으신가요?"시후가 대답했다. "아, 그런가요? 알겠습니다..... 저, 지금 들어가 봐야 해서 그럼...."그는 재빨리 전화를 끊고는 중얼거렸다. "요새 이런 스팸 전화가 너무 많이 오네.... 진짜 사람 귀찮게..."곧 그녀의 핸드폰이 다시 울렸다."여보세요, 유나 씨? 회장님께서 참석하겠다고 하시네요.""정말이요? 정말 뭐라고 감사드려야 할지.... 회장님께도 감사하다는 말씀 꼭 전해주세요.
유나는 회사 건물에서 나왔지만, 심장이 두근거림이 여전했다.할머니께서 내일 제 승진을 공식적으로 발표해 주실 거예요. 이제 당당히 고개 들고 다닐 수 있겠어요!그녀는 남편을 향해 몸을 돌려, 한껏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시후 씨, 정말 고마워요! 시후 씨의 격려가 없었다면 나설 생각조차 못 했을 거예요."시후는 온화한 미소를 머금은 채 그녀의 말에 대답했다. "아니에요. 그냥 다, 당연한 일이었어요.""오늘 같은 경사스러운 날, 축하해야 하지 않겠어요?"유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네요~ 우리 뭘 할까요?""그러고 보니 우리 3주년 결혼기념일도 얼마 안 남았는데, 같이 축하합시다! 제가 다 준비할 테니까 유나 씨는 좀 쉬고 있어요.""에? 깜짝 이벤트라도 준비한 거예요?""네!" 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따뜻하게 웃었다. "깜짝 놀라게 해 줄게요!"그의 따스한 미소에 몸에 온기가 퍼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알았어요, 그럼 자세한 건 안 물어볼게요.""저만 믿고 기다려 주세요!"시후는 특별한 결혼기념일을 위해 몇 가지 계획을 세워 뒀었다.그녀에게 보상해주고 싶었다. 이전의 자신은 너무 가난해서 아내를 위해 선물 하나 살 돈도 없었다. 사실 두 사람은 변변한 결혼식도 올리지 못한 상태였다. 경제적 여유가 생긴 지금, 지금까지 해주지 못했던 것들을 다 해 주고 싶었다. 아내와 헤어진 후, 시후는 홀로 청담동에 위치한 주얼리샵 '트라비체'로 발걸음을 옮겼다.트라비체는 청담동에서 제일 인기 있는 주얼리샵이었다.금, 백금, 다이아몬드, 사파이어, 에메랄드.... 세상 모든 종류의 보석과 액세서리가 있었다. 시후는 결혼식장을 예약하기 위해 호텔로 가기 전에, 너무 늦어버린 결혼식에 대한 사과의 뜻으로 아내를 위한 선물을 준비하고 싶었다. 그가 매장으로 들어서자, 직원들은 그가 짝퉁 아디다스 운동화를 신고 있는 걸 보곤 따로 응대하러 가지 않았다.그런 매장 직원들의 태도에 괘념치 않고 그는 한참 동안 매장
매니저도 눈 앞에 펼쳐진 광경에 깜짝 놀랐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지?영화에서나 보던 검은 양복 무리라니...!설마...! 저 사람이 부른 건 아니겠지?세 번째 차량에서 박 기사가 내려 매장 안으로 성큼성큼 걸어 들어왔다. 매니저는 재빨리 그를 맞이하기 위해 다가갔지만, 박 기사는 그녀를 무시하고 시후에게 다가갔다. "도련님, 여기, 말씀하신 돈 준비해왔습니다."그러곤 박 기사가 손짓을 취하자, 보디가드들이 가게 안으로 들어와 007 가방을 줄지어 바닥에 놓고 가방을 열어 보였다.가방 안에는 하나같이 현금이 가득 차 있었다. 사람들은 쩍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었다.거ㅈ... 아니 저 남자가 한 말이 다 사실이었다니....!대체 이 남자 정체가 뭐야!이 와중에 몇몇 사람들은 사진이나 동영상을 찍으려고 휴대폰을 꺼내 들었다.박 기사가 데려온 경호원들은 촬영을 못 하게 막고 즉시 사람들을 가게 밖으로 쫓아냈다. 덕분에 사람들은 시후의 뒤통수 정도밖에 찍을 수 없었다.시후는 현금을 가리키며 무례한 매니저에게 말했다. "당신이 아까 지금까지 이렇게 많은 현금을 본 적 없다고 했죠? 그럼 지금 눈 똑바로 뜨고 잘 봐."눈이 동그래진 매니저는 고개를 끄덕이며 웅얼거렸다. "네, 알겠어요. 이제 알겠으니까...."시후가 박 기사에게 말했다. "이 가게의 총책임자를 만나고 싶어."박 기사는 고개를 끄덕이곤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전화를 받자마자 그는 소리쳤다. "나, 박상철이다. 지금 트라비체에 있으니까 1분 안에 튀어 와!”소리치는 박 기사를 보고 겁에 질린 매니저의 얼굴에서 핏기가 가시기 시작했다.이 사람은 뭐 하는 사람이야! 뭐야! 도대체 뭐냐고!트라비체의 사장은 한남동에서 알아주는 재력가이면서 '조직'과도 연결돼 있어서 모두가 그의 눈치를 보았다. 그런데 사장님을 저렇게 막 대하는 걸 처음 봤다.1분도 지나지 않아, 매장 뒤편 사무실에서 중년의 남성이 달려 나왔다. 그는 박 기
후아레스가 입을 열었다. “중요한 일이 생겼어. 너는 여기서 계속 놀고 있어. 칩은 전부 너한테 맡길게.” 그렇게 말한 그는 곧바로 자신의 네 명의 보디가드를 불러 지시했다. “카를로스, 당장 차를 가져와. 엑토르, 애들에게 전화해서 지금 당장 하던 일을 멈추고 수술실로 집결하라고 해. 기억해, 전원 완전 무장하고!”엑토르는 깜짝 놀라며 물었다. “보스, 도대체 무슨 일이길래 형제들 전부를 소집하는 겁니까?”후아레스는 차분히 말했다. “나쁜 일이 아닐 수도 있지만, 좋은 일도 아닐 수 있어. 자세한 건 가봐야 알겠지만, 좋든 나쁘든 우리는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한다.”후아레스의 생각은 이랬다. 만약 시후가 자신의 출세를 위한 동아줄이라면, 그는 시후에게 충성심뿐만 아니라 자신의 힘도 보여줘야 했다. 반면, 만약 시후가 적대적인 의도를 가지고 있다면? 그럴 경우에는 최대한 많은 부하를 데리고 가는 것이 위험을 피하는 유일한 방법이었다.......‘크레이지 후아레스’는 총 200명 이상의 직속 조직원을 보유하고 있었다. 이들 대부분은 멕시코 현지 출신이었다. 그리고 멕시코에서의 총기 보급률은 미국 못지않았다. 특히 범죄 조직의 경우 단순한 총기 소유를 넘어, 상당수는 미국에서 밀수한 군용 장비까지 갖추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그 때문에, 크레이지 후아레스의 조직원들의 전투력은 경찰이나 군대에 뒤지지 않았다.후아레스의 명령이 떨어지자, 조직원들은 곧바로 무장을 갖추고 수술실이 있는 작은 마을로 빠르게 향했다.오랫동안 거리에서 살아남은 후아레스는 조직의 기동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모든 조직원이 반드시 운전을 할 줄 알아야 하며, 자신의 차를 보유해야 하는 규정이 있었다. 후아레스의 견해에 따르면 이것은 현대 군대의 기동화와 다를 바 없는 중요한 사항이었다.뿐만 아니라, 그는 조직원들의 차량에 무전기를 필수로 설치하도록 했으며, 통신 품질을 보장하기 위해 엔세나다의 반경 100km 내에 여러 개의 중계기를 설치했고 무선 통신 적용 범위와 품질
후아레스의 풀네임은 라파엘 코로나 후아레스였다. 공교롭게도, 그가 태어난 곳은 멕시코 북부 국경 도시이며, 이 도시의 이름도 후아레스였다.후아레스라는 이 도시는 멕시코 최대 범죄 조직이 활발히 활동하는 곳으로, 전 세계에서 가장 폭력 범죄가 심각한 도시로 매년 순위에 오른다. 이곳을 현실판 고담이라고 부르는 것은 고담에 대한 모욕일 수도 있다. 적어도 고담에는 슈퍼 빌런 뿐만 아니라 슈퍼 히어로도 존재하지만, 여기에는 악랄한 슈퍼 빌런 들만 존재하기 때문이다.후아레스는 자신과 같은 이름을 가진 이 도시에서 성장했다. 그의 부모는 범죄 조직의 정식 일원은 아니었지만, 조직의 밑에서 돈을 벌며 생계를 유지했다. 그의 아버지는 범죄 조직을 위해 트럭을 운전했으며, 때로는 무기를, 때로는 마약을, 심지어는 시체를 운반하기도 했다. 그의 어머니는 범죄 조직의 마약 제조 공장에서 일하며, 마약의 무게를 달아주고, 포장하며, 여러 차례 조직이 주최한 기술 대회에서 여러 차례 우승하기도 했다.이런 환경에서 자란 후아레스는 어릴 때부터 폭력 범죄에 깊은 흥미를 느꼈다. 12살이 되던 해, 지역 범죄 조직의 한 중간 보스가 권총 한 자루, 자전거 한 대, 그리고 50달러를 건네 주면서 그에게 자전거를 타고 거리로 나가, 방심하고 있는 적대 조직의 일원을 사살하라고 지시했다.그래서 후아레스는 자전거를 타고 코스의 지시에 따라 거리에서 무방비 상태로 있던 적대 조직의 단원을 총으로 쏴 죽였다. 권총의 반동으로 손목이 며칠 동안 아팠지만, 며칠 동안 후아레스는 상대의 머리가 터지는 장면이 계속 떠올라 밤마다 흥분으로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 순간, 후아레스는 자신이 이런 일을 하기에 타고난 재능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그때부터 그는 갱단의 일원이 되었고 약 10년간 실력을 쌓아가며, 점점 유명한 작은 보스로 성장했다. 그러던 중, 그의 보스가 적대 조직에 의해 암살당하자, 후아레스는 부하들을 이끌고 도시를 떠나 엔세나다에서 새로운 사업을 시작했다.그로부터 다시
마윤걸은 진지하게 말했다. "확실히 진짜야. 만졌을 때 느낌부터가 절대 위조할 수 있는 게 아니었어. 게다가 저 자식은 우리에 대해 너무 잘 알고 있다고. 우리의 움직임까지 꿰뚫고 있었단 말이야. 분명 우리에 대해서 미리 조사했을 거야."이호량은 긴장한 얼굴로 물었다. "설마 경찰은 아니겠죠?""그건 아닐 거야." 마윤걸은 손을 휘저으며 말했다. "경찰이 이런 수법을 쓸 리가 없잖아. 이런 방식을 쓸 수 있다는 건 저 자식이 아무리 봐도 겪을 대로 겪은 놈이라서 그런 것 같다고. 우리가 이렇게 많은 총을 들고 있는데도, 전혀 무서워하는 기색이 없잖아. 오히려 나를 겁에 질리게 만들었지. 네 생각엔 경찰 따위가 그런 강심장을 가질 수 있을 것 같냐?" 말을 마친 마윤걸은 주위를 둘러보더니, 조심스럽게 덧붙였다. "나는 지금 심각하게 저 자식이 이미 우리를 포위해 놓은 건 아닐까 하고 의심 중이다. 그냥 우리가 그걸 눈치채지 못하고 있을 뿐이지."이호량은 이 말을 듣자 더욱 초조해졌다.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중얼거렸다. "아 참 마 형님, 조금 전에 저 놈이 어떻게 케이블 타이를 끊었는지 보셨어요? 난 못 봤어요! 그거 완전 단단하게 묶여 있었잖아요! 소 한 마리라도 못 풀었을 텐데, 저 놈은 어떻게 그걸 끊은 거죠?"마윤걸은 멍한 표정으로 말했다. "나도 모르겠어. 일단 한 가지 확실한 건, 저 자식은 엄청난 부자고, 엄청난 자신감을 가지고 있으며, 엄청난 배짱을 지닌 놈이라는 거야. 이런 놈이 그냥 평범한 사람일 리가 없지. 어쩌면... 정말로 우리의 '크레이지 후아레스'를 흡수하려는 걸지도 몰라..." 그는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다시 말했다. "하지만 설령 저 놈이 적이라 하더라도, 우리가 건드릴 상대는 아니야. 그러니까 우리가 먼저 함부로 움직이지 말고, 보스가 와서 직접 결정하게 두자.""맞는 말이네요..." 이호량은 땀을 훔치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건 너무 이상한 상황이에요... 보스가 직접 판단하는 게 맞겠어요..."......
시후의 말이 끝나자, 마윤걸과 이호량의 목덜미까지 식은땀이 흘러내렸다.마윤걸은 힘겹게 침을 삼키며, 무의식적으로 물었다. "예... 은 선생님... 당신은 그저 우리를 조사하려고 혼자서 멕시코까지 온 겁니까?"시후는 오히려 되물었다. "누가 너한테 내가 혼자 왔다고 했지?"이 말을 듣자, 마윤걸과 이호량의 얼굴이 더 굳어졌다.시후는 옆에 있던 나훈구를 가리키며 담담하게 말했다. "우리 둘이 같이 온 거 아니었나?"마윤걸은 순간 깜짝 놀랐다. 그러나 바로 다음 순간, 그의 온몸이 부들부들 떨리기 시작했다. 만약 시후가 나훈구를 언급하지 않았다면, 마윤걸은 그나마 마음을 가라앉힐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시후가 나훈구를 언급한 순간, 그의 불안은 극에 달했다. 왜냐하면, 마윤걸은 이미 나훈구에 대한 자료를 가지고 있었고, 그가 철저히 아무것도 모르는 피해자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그런데 시후가 그와 함께 이곳에 왔다는 것은, 시후가 처음부터 이 모든 계획을 간파하고 있었다는 뜻이었다. 즉, 시후는 나훈구가 위험에 빠질 걸 알고 일부러 접근했고, 그를 데리고 함께 멕시코까지 따라온 것이었다.그는 이것을 생각하며 속으로 몹시 두려웠다. 이제야 마윤걸은 깨달았다. 왜 사람들은 항상 최고의 사냥꾼은, 진짜 사냥감처럼 보이는 법이라고 하는 것인지 말이다. 처음에 마윤걸은 자신이 엄청난 행운을 얻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결국, 그 모든 것이 사냥꾼이 의도한 덫이었다. 이것은 마치 아프리카에서 벌어진 말벌 사냥법과도 같았다. 사냥꾼들은 먼저 말벌들이 좋아하는 고깃덩이를 던져 놓는다. 말벌들은 그것을 발견하고 득템했다고 기뻐하며 덥석 물어 간다. 그러나, 말벌들이 알지 못하는 것이 있었다. 고깃덩이를 뜯어먹을 때, 사냥꾼들은 그들의 몸에 가벼운 깃털을 붙여 놓고, 깃털을 따라 말벌의 둥지를 찾아낸다는 것을 말이다.둥지를 발견한 순간, 사냥꾼들은 그곳에 있는 모든 성충을 죽이고 애벌레들은 삶아서 먹어 버린다. 즉, 한 번 사냥꾼에게 둥지를 들키는
마윤걸은 허둥지둥 손을 뻗어 간신히 건넨 카드를 잡았다. 그는 곧바로 카드를 들여다보았고, 순간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블랙 골드 카드! 실물을 본 적은 없었지만, 그는 그 존재에 대해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마윤걸은 속으로 경악하며 생각했다. ‘젠장, 이런 블랙 골드 카드는 전 세계적으로 몇 십 장 밖에 발급되지 않는단 말이야! 이런 카드를 발급받을 수 있는 사람이라면, 카드에 얼마나 있는지는 몰라도, 자산이 최소 100억 달러는 넘겠지?! 100억 달러가 멕시코 같은 이 시골에서 어떤 의미인지 아나? 이건 그냥 돈이 많은 걸 넘어, 도저히 개념조차 잡히지 않는 수준이라고!’ 그는 다시 한번 고개를 숙여, 손에 든 블랙 골드 카드를 주의 깊게 살펴보았다. 이 카드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정교하게 제작되어 있었다. 그 질감이며, 촉감이며, 평생 수많은 카드들을 만져봤지만, 이런 카드는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카드 표면의 은은한 무광 질감과 엠보싱된 디자인은 그야말로 예술품이라 해도 손색이 없었다. 그리고 카드의 왼쪽 하단에는 영문 대문자로 각인된 이름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시후의 이름이었다!이 순간, 마윤걸은 속으로 외쳤다. ‘젠장, 이거 진짜잖아!!’ 다음 순간, 그의 두 손이 떨리기 시작했다. 마윤걸은 단순한 깡패가 아니었다. 그는 꽤나 실력 좋은 무술가였는데 비록 나이가 들었지만, 평범한 사람들보다 훨씬 뛰어난 실력을 지니고 있었다. 그는 한 손으로도 자동소총 AK-47을 들고 반동을 제압할 수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단 몇 그램 밖에 나가지 않는 카드 한 장조차 제대로 붙잡지 못하고 있었다.그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 시후를 바라보았다. 그 눈빛에는 경외와 공포가 가득했다. 그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어이... 아니, 아니... 은... 은 선생님...! 이렇게 갑자기 찾아오신 이유가... 무엇을 도와드릴까요?"마윤걸은 단순한 바보가 아니었다. 블랙 골드 카드를 본 순간, 시후가 어마어마한
상대방의 질문을 들은 시후는 미소를 지으며 담담하게 말했다. "나는 단순히 김미희의 이름만 아는 게 아니라, 함께 식사도 한 적이 있어. 프로비던스에서 전지영이라는 가명을 쓰고 있었고, 곁에는 민건산이라고 부르는 남자와 부부 행세를 하고 있더군. 내 말이 맞지?"시후의 이 말을 듣자, 마윤걸뿐만 아니라, 나훈구도 충격을 받아 입을 다물지 못했다. 나훈구는 김미희가 누구인지 몰랐지만, 전지영은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어머니에게 멕시코에서 선원을 모집한다고 말했고, 조건이 아주 좋다고 했다. 그래서 어머니는 전지영에게 고마움을 느끼고 있었고, 그녀 덕분에 가족이 구원받았다고 여겼다. 하지만 그녀가 자신의 심장을 적출하여 만큼 사악한 인간일 줄은 누가 알았겠는가?! 이런 생각이 들자, 나훈구는 참을 수 없는 분노와 충격에 휩싸였다. 그는 떨리는 목소리로 시후에게 물었다. "시후... 자... 자네는 어떻게 전지영을 알고 있는 거야?! 설마 자네도 그녀에게 속아서 여기로 끌려온 거야?!"시후는 비웃으며 말했다. "형님, 전지영 따위가 저를 속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십니까? 그 정도 잔재주로는 어림도 없죠."마윤걸은 시후가 보이는 여유로운 태도에 점점 더 불안해졌다. 그는 이미 김미희의 진짜 신분을 알고 있었다. 그런데도 홀로 이곳까지 찾아왔다면, 분명히 뭔가 든든한 빽이 있다는 뜻일 것이다. 마윤걸은 결국 참지 못하고 물었다. "어이, 보아하니 보통 사람이 아니군. 괜한 밀당하지 말고, 네가 누구인지 솔직히 말해. 혹시라도 우리가 같은 길을 가는 사람이라면, 절대 널 건드리지 않겠다!"시후는 조소하며 말했다. "너희가 하는 짓을 보니, 진심으로 역겹다. 어찌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을 속여 납치한 뒤, 그들을 죽여서 장기를 적출해... 너희들의 행태는 어린아이를 학대하는 거지 갱단보다 더 비열하고 악질적이야. 솔직히 말해서, 너희 같은 놈들이랑 같은 길을 가는 건 내 인생의 수치일 걸?!"마윤걸은 속으로 더욱 공포를 느꼈다. 그는 시후가 김미희
그러면서 마윤걸은 더욱 음산하고 독기가 어린 표정으로 시후를 바라보며 계속 말했다. "좋아, 네가 만약 내게 납득할 만한 설명을 하지 못한다면, 난 널 생지옥에 빠뜨릴 수 있는 방법을 아주 많이 알고 있지.”시후는 호기심 가득한 표정으로 물었다. "어떤 방법인데? 한번 들어보자고."마윤걸의 표정은 더욱 사악해지며, 이를 악물고 말했다. "믿기 힘들겠지만, 수술할 때 마취 없이 진행하면 어떤 느낌인지 알게 될 거다. 그때 네가 온몸이 갈기갈기 찢기는 기분을 제대로 경험할 수 있을 거야!"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감탄했다. "오, 그거 괜찮네. 참신한 발상이야!" 그러더니 옆에 서 있던 인도 의사를 바라보며 말했다. "하딕 맞지? 여기서 수석 집도의인가?"하딕은 어색한 미소를 짓고 말했다. "나는 수술만 책임질 뿐, 다른 건 신경 쓰지 않는다.""좋아." 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넌 꽤 쓸모가 있겠군."이호량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마윤걸을 바라보며 물었다. "형님, 이놈 미쳐버린 거 아닙니까? 제가 보기엔 완전히 실성한 것 같은데요?"마윤걸 또한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신중을 기해 이호량에게 물었다. "올 때 혹시 누군가 우리를 미행하고 있는 건 아니었어?""말도 안 됩니다!" 이호량은 확신에 찬 어조로 말했다. "내내 백미러를 확인하면서 왔는데, 어떤 차량도 우리를 계속 따라온 적이 없었습니다. 행동이 수상한 차량도 없었고요. 게다가 우리가 이곳에 들어오기 전에 멕시코 조직원들이 주변을 다 확인했어요. 시야 내에 의심스러운 차량은 전혀 없었습니다."마윤걸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시후를 바라보며 호기심 가득한 표정으로 물었다. "이봐, 꼬맹이. 정말 궁금하다. 왜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는 거지? 설마 죽음이 무섭지 않단 말인가?"시후는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무섭지."마윤걸은 찡그린 얼굴로 물었다. "그런데도 이따위로 허세를 부리는 거냐?"시후는 태연하게 말했다. "나는
이호량은 이때 무심한 표정으로 시후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너무 조급해하지 마. 잠시 후 네 혈액을 채취한 다음, 혈액형과 기타 정보를 인터넷에 올릴 거다. 만약 적합한 환자가 나오면 가격을 협상한 후, 너도 수술대에 오를 차례가 될 거야."옆에 있던 인도 의사 하딕이 갑자기 놀란 듯 말했다. "제기랄, 하마터면 까먹을 뻔했군. 수술대 위에 아직 두 명이 더 있지!" 그는 황급히 옆에 있던 흰색 커튼을 걷어 올렸다. 시후가 예상했던 대로, 그 안에는 조잡한 수술실이 있었고, 두 개의 수술대 위에 각각 한 명씩 누워 있었다.하딕은 급히 다가가 두 사람의 상태를 살핀 뒤, 마윤걸에게 말했다. "마 선생님, 손님 상태는 거의 안정됐습니다. 이제 회복실로 옮겨도 될 것 같습니다.""좋아." 마윤걸은 고개를 끄덕이며 손을 휘저었다. 그러자 몇 명의 멕시코인들이 다가와 남자를 이동식 침대에 옮긴 뒤 밖으로 나갔다.마윤걸은 또 다른 한 명을 바라보며, 여전히 의식을 잃고 누워 있는 사람을 가리키며 물었다. "이 자는 상태가 어떤가?"하딕은 그를 살펴본 뒤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별로 좋지 않습니다. 너무 허약해서 며칠도 못 버틸 겁니다." 그러면서 그는 다시 마윤걸에게 물었다. "이 사람의 다른 신체 부위는 구매자가 정해졌나요?"마윤걸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직 적합한 사람이 안 나왔어." 그런 뒤 그는 곧바로 명령을 내렸다. "신경 쓰지 마. 그냥 여기 두고, 후반부 밤에 처리해서 묻어버려."하딕은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그럼 난 신경 안 씁니다. 오늘 할 일 끝났으니 위층에 올라가 자겠습니다."마윤걸은 그에게 당부했다. "잊지 마. 내일 수술 두 건이 더 있다. 너무 늦게 일어나지 말라고."하딕은 고개를 끄덕이며 하품을 하더니 방을 나섰다.이때 이호량이 그를 향해 소리쳤다. "어이, 하딕! 아직 이놈 채혈 안 했잖아!"하딕은 뒤돌아보며 말했다. "내일 아침에 하자고. 채혈하고 엔세나다로 보내서 검사해야 하니까, 지금
이호량은 히죽대며 차갑게 말했다. "난 네 신장 하나를 잘라내고 싶었는데, 아직 너랑 적합한 이식 환자를 못 찾아서 말이야. 만약 찾았다면, 한 번 수술로 돈을 두 배, 아니 세 배로 벌 수 있었을 텐데!"나훈구는 이 말을 듣자 더욱 긴장하며 황급히 물었다. "너희들 도대체 뭘 하려는 거야?"인도인 의사는 나훈구를 바라보며 웃으며 말했다. "모레 수술이 있으니, 지금 너무 많은 걸 아는 건 좋지 않을 걸."이때 마윤걸이 이호량에게 말했다. "아, 참. 아직 네게 통보하지 못한 일이 있었네. 캐나다에서 온 한 말기 신부전 환자가 훈구와 조직 적합 판정을 받았어. 그쪽에서 신장 하나에 20만 달러를 내겠다고 했는데, 내가 가격을 60만 달러로 불렀지. 두 개를 한꺼번에 사라고 말이야. 신부전 환자 입장에서는 양쪽 신장을 이식할 기회가 굉장히 귀하니까."이호량은 이 말을 듣자 즉시 기쁨을 감추지 못하며 물었다. "그 사람이 동의했습니까?"마윤걸은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고민해 보겠다고는 했지만, 난 확신해. 결국엔 수락할 거야. 만약 승낙하면 모레 한꺼번에 수술하자고."인도 의사 하딕이 즉시 말했다. "마 선생님, 저 모레 이미 수술이 세 건 있어요. 끝나고 나면 미국으로 돌아가야 하는데, 거기에 신장 두 개 이식까지 추가되면 한밤중에 수술이 끝날 것 같습니다만..."마윤걸은 웃으며 말했다. "괜찮아, 하딕 선생. 좀 더 고생해줘. 대신 수술비 5천 달러 더 얹어 줄게. 수술 끝나면 호량이가 공항까지 데려다줄 거야."하딕은 이 말을 듣고 동그랗고 튀어나온 눈을 몇 번 깜박이며 고개를 흔들더니 말했다. "마 선생님께서 그렇게 말씀하시니, 뭐, 좀 더 수고해보죠."이제야 나훈구는 대략 이들이 무슨 짓을 하려는지 깨닫기 시작했다. 애초에 나훈구는 상대방이 자신에게서 무엇을 적출하려는지도 몰랐는데, 신장 두 개를 적출하겠다니! 정말 신장 두 개를 다 떼버린다면, 자신은 죽는 게 아닌가?! 이 생각이 드는 순간, 그는 극도의 공포에